포클랜드 항공전

◇ Act 8. 전쟁후기 (Analysis of airwar)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0. 5. 1

포클랜드 제도의 영유권을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전쟁은 해상전투에서 항공전력이 전체 전세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었다. 애초에 전쟁은 서로 피하고자 했으나 양국의 감정싸움이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서로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채로 발발했다. 양측의 공군과 해군은 서로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적국과 싸워야 했던 것이다.

[ 인빈시블 상공을 초계비행중인 씨 해리어 편대 ]

영국은 1978년 정통 항모 아크로열이 퇴역함에 따라 원거리 공격능력을 가지고 있던 F-4M, K형이 모두 공군으로 인계되었으며, 따라서 함대 방공능력이 감소한 상태였다. 다행히 영국은 경항모 허미스와 인빈시블에 운용할 수 있었던, 구세주와도 같은 씨 해리어 전폭기가 있었으나 전쟁전에 이 전폭기의 능력은 모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동원가능했던 씨 해리어의 수가 적었는데, 급히 구성되어 출정한 이 두 척의 항모는 씨 해리어 전투기가 전쟁기간동안 최대 25대 이상을 넘지 못한 수준이었다. 영국 해군의 경항모는 조기 경보기를 운용할 수 없었으므로 함대의 외곽에서 레이더 구축함들이 대공 초계를 해야 했다.

[ 아르헨티나의 주력 전투기 미라쥬 III EA,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군사전문가들이 이 미라쥬기들이 씨 해리어에 대해 우세하리라 생각했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

아르헨티나 역시 준비가 안된 상태로 전쟁이 빠져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수 적으로는 영국해군이 보유한 씨 해리어보다 월등했으나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항속거리였다. 포클랜드에는 제대로 된 항공기지가 없었으며 이로 인해서 미라쥬, 대거, 스카이호크등의 주력 전폭기들이 본토의 기지에서 이륙해야 했다. 포클랜드 제도까지는 약 400마일의 거리가 있었으며 이는 이들 항공기들이 공중급유를 하더라도 거의 최대 전투행동 반경에 육박하는 거리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서 이들 항공기들은 포클랜드 제도 근처에서 불과 몇 분정도의 작전시간밖에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는 이들이 장비한 공격용 무기들이 모두 주간용 수동식 조준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폭탄이나 로켓탄을 명중시키기 위해서 아르헨티나의 항공기들은 영국의 농밀한 방공망을 �돗杵�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의 조종사들은 용감하게 출격했다. 특히 양측의 주력 전투기들이 모두 레이더 유도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으므로 대부분의 공중전은 근접 공중전의 양상이었다.

[ 영국 함대의 희망, 씨 해리어 FRS 1 전투태세를 갖추고 포클랜드 상공을 초계비행중인 모습 ]

아르헨티나는 전쟁 전기간을 통해서 79대의 항공기를 잃었다고 발표했다. (영국측은 100대 이상의 격추를 주장하고 있다.) 이중 50여대가 전투 중 손실되었다고 하는데 절반정도는 대공미사일이나 대공포화에 의해 격추되었으며 절반정도인 20대 이상이 씨 해리어에 의해 격추되었다.(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음) 반면 영국은 해리어/씨 해리어의 손실은 9대였으며 이중 5대가 지상공격중에 피격되었다. 나머지 4대는 사고로 인한 손실이었으며 공중전에서 격추된 기체는 없었다. 이상의 수치만을 놓고 본다면 영국 씨 해리어의 일방적인 완봉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숫자 놀음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포클랜드 전쟁의 결과를 놓고 영국해군의 해리어에 대해서 2차대전중 영국전투에서 독일 폭격기들을 일방적으로 요격하여 영국을 수호한 스핏화이어에 비유하기도 한다. 씨 해리어(공군의 해리어 GR MK3형도 포클랜드전에 참전하였으나 대개 지상공격 임무에 투입되어 공중전에서의 전과는 씨 해리어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는 2문의 30mm 아덴 기관포를 장비하고 있었으며 전쟁이 발발하자 황급히 미국에서 조달한 신형 AIM-9L 사이드와인더 2발을 장착하고 대공 임무에 투입되었다. 이 미사일은 전방향 공격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최신의 미사일이었는데 영국이 미국에 황급히 조달을 요청하여 비밀리에 영국함대로 공수되었다고 한다. 씨 해리어는 외부 연료탱크 2개를 장착할 수 있어서 90분의 비행이 가능했다. 이 중 이/착륙에 소모되는 시간을 제외한 순수 공중 초계 시간은 60분 정도로 결국 많은 씨 해리어들이 교대로 초계 임무에 투입되어야 했다.

[ 포클랜드 전쟁이 벌어질 무렵의 씨 해리어의 표준 도색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이 기체는 FRS 1형으로 제 800 전투비행대 소속으로 포클랜드 전쟁에 참가했다. ]

[ 씨 해리어 FRS 1형으로 포클랜드 전쟁당시의 또 다른 도색의 예이다. 제 809 전투비행대 소속의 기체이다. ]

[ 제 899 전투비행대 소속의 기체로 포클랜드 전쟁중에 짙은 바다회색으로 도장을 했다. 조종석의 플레임 색이 옅은 회색으로 남아있는 것이 이채롭다. ]

혹자들은 씨 해리어가 자랑하는 비장의 비행기동술인 비프(VIFF; vectoring in forward flight)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로 인한 비상한 기동술로 씨 해리어가 공중전에서 미라쥬 III를 일방적으로 격추했다고 하기도 한다. 사실 방향전환이 가능한 페가수스 엔진을 선회전시에 작동하여 놀라운 감속능력과 함께 더 예리한 선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 이 기동술은 전쟁이전에 알려져 해리어의 능력을 선전하는데 사용되었으나 포클랜드 전쟁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씨 해리어의 조종사들은 대부분 이전에 함대 방공전투기였던 F-4K의 조종사들이었으므로 이러한 기동술에는 익숙하지 않았고 실제로 5월 1일에 벌어진 전투를 제외하고는 전투기 VS 전투기의 순수한 제공 전투는 벌어지지 않아서 비프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공중전투의 양상은 2차대전당시의 영국전투에서 벌어졌던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폭탄을 싣고 접근해오는 아르헨티나의 공격기들에 대해서 영국의 씨 해리어들이 공중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습격하는 형태였다. 따라서 씨 해리어는 단지 적기들의 후미를 향해서 선회해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으며, 속도를 감소시키는 비프 기동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전투기대 전투기의 공중전은 5월 1일의 전투에서 씨 해리어 2기와 미라쥬 III 2기가 대결했던 단 한번이었다고 하는데 이 전투에서는 미라쥬 III가 먼저 사이드와인더를 발사했으나 이는 AIM-9B형으로 씨 해리어의 후미를 완벽하게 잡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되어 빗나갔으며 이후 씨 해리어기들이 반격에 나서 날렵한 기동성을 과시하며 미라쥬 III의 후미를 잡은 후 AIM-9L을 사용하여 2기 모두 격추했다. 사실 장착되었던 미사일의 차이도 승패의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쟁중반 아르헨티나측은 영국의 AIM-9L형의 위력에 놀란 나머지 이를 원조한 미국을 전쟁 개입국이라며 맹렬하게 비난했었다.) 씨 해리어의 격추 전과중 80%가 AIM-9L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 아르헨티나의 대거 공격기가가 격남고를 빠져나오고 있다. 스카이호크와 함께 영국함대를 괴롭힌 기체이다. ]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아르헨티나의 미라쥬 III EA 조종사들은 왜 씨 해리어기들에 대해서 도전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일까? 하는 것인데 전후에 발간된 David C. ISBY의 저서 'Fighter combat in the jet age'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본격적인 공중전에 대한 훈련이 부족했으며 세계 탑 클래스의 영국 조종사들과의 전투를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더구나 연료의 한계선에서 전투를 해야 했으므로 근접공중전에 휘말려 격렬한 기동을 할 경우 귀환할 수 없을 만큼 연료를 소모하기 때문에 공중전을 회피했었다고도 한다. 사실 영국의 씨 해리어 조종사들은 함대 방공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평시에도 탄탄한 공중전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서 공중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미라쥬 III기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전투를 했다면 빠른 속도를 이용한 일격 이탈전술로 해리어에게 그토록 일방적인 패배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하나 이는 결과론적이 이야기일 뿐이다. 특히 아르헨티나군에게 F-4 팬텀과 같은 중거리 전투능력을 가진 기체가 없었다는 것도 영국으로는 큰 다행이었다. 

[ 아르헨티나의 미라쥬 전투기 편대원들, 이사진중 2명이 전사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결코 출격을 주저하지 않았던 용사들이었다. ]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조종사들은 겁쟁이는 아니었다. 이들은 그토록 위험한 영국 함대의 대공방어망을 필사적으로 돌파하여 영국의 함선들을 공격하였다. 씨 해리어의 방어선을 돌파하면 해군함정들의 대공 미사일망이 기다리고 있고, 이를 또 돌파하더라도 근거리 방어용 기관포나 대공포화가 기다리고 있는 참으로 여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아르헨티나 조종사들은 저공을 고속으로 돌진하여 폭탄, 로켓탄을 명중시켰다. 특히 자유낙하폭탄에 의해서 영국의 주력 전투함 4척이 격침되었으며 10척에 큰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저공에서 투하된 폭탄의 반수가 신관이 작동할 시간이 부족하여 폭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전후 영국측도 만일 모든 폭탄이 폭발했더라면 최소한 6척이상의 주력함들이 침몰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 아르헨티나 해군의 스카이호크의 조종사들이 모습]

더구나 아르헨티나 군당국은 채프나 플레어 같은 방어장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이러한 기본적인 방어장비조차 그 공급이 너무 적어 사지로 출격을 해야 했던 조종사들의 불평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의 조종사들은 40명이 작전 중 전사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던 용사들이었다. 특히 슈페르에땅다르에 의한 영국 구축함 쉐필드호의 격침은 아직까지도 군사전문가들이 거론하는 대표적인 성공사례였다. 만일 전쟁 발발시에 아르헨티나 해군이 계획했던 슈페르에땅다르기들이 모두 도입되어 작전에 투입되었다면 영국은 큰 곤경에 빠졌을 것이다.

결국 6월 14일 아르헨티나의 항복으로 전쟁은 끝이 났으나, 남대서양의 섬을 둘러싼 이 전쟁이 전세계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그토록 적은 수의 씨 해리어기들이 수적으로 압도적인 적기들을 맞이하여 함대 방공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으며, 영국은 이때까지 추진되던 정통 항모 복원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씨 해리어에 원거리 요격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중거리 스카이플래시 미사일을 운용하도록 개량하여 아직까지도 운용하고 있다.

[ 출격 준비중인 스카이호크의 조종사와 정비원, 스카이호크야말로 포클랜드 전쟁에서 사실상 아르헨티나 항공공격력의 주역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아르헨티나의 액조세 미사일은 이후에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이를 개발한 프랑스를 기쁘게 했다. 특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프랑스에 특사를 보내 액조세를 발사할 수 있는 미라쥬 F1, 슈페르에땅다르를 도입하여 페르시아걸프의 세력 다툼에서 큰 위력을 선보였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모두 원치 않았던 전쟁에 빠져들었으나 전쟁은 참담함 결과를 남겨 아르헨티나는 700명, 영국은 300여명의 인명손실을 입었다.

- 포클랜드 전쟁편 끝 -

[ 영국의 HMS 코벤트리를 격침한 스카이호크기가 자랑스럽게 킬마크를 그려넣었다. ]

! 참 고 ! 포클랜드 전쟁에대한  foxmouse의 견해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이 포클랜드 전쟁은 생각해볼 점이 많습니다. 바로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영토에 대해서 군사력만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입장에 동정이 가는 것이 그들의 입장은 우리나라의 독도에 대한 입장과 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이 제도를 말비나스 제도라고 부릅니다. 마치 우리는 독도, 일본은 다께시마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영국의 승리로 포클랜드라는 지명이 굳어져 버렸고, 전쟁에 이겼다는 것으로 소유권을 차지 했기도 하고, 사실 이 전쟁이 벌어진 과정도 너무나 우발적으로 양측모두 전쟁이 벌어지리라는 예상을 못한 상태에서 빠져들어 버렸기 때문이죠.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볼 때 독도를 둘러싸고 언제 일본과의 전쟁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럼 이때 누가 우리편을 들어줄까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세계적 강대국 일본이 전세계적인 지지를 받게 되겠죠. 더구나 일본의 이지스함의 월등한 방공능력, 러시아 극동해군을 이미 넘어섰다는 잠수함대, 우리나라는 한 대도 없는 일본의 조기경보기의 집단 운용 , 그리고 강력한 F-15J의 공중전 능력, F-2의 지상공격능력 어느하나 우리나라 공군, 해군이 대적하기에는 힘겨운 상대입니다. 과연 우리의 KF-16기들이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J, F-2에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을까요? 이지스함의 방공 미사일망을 돌파 할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죠. 특히 독도는 지리적 특성상 지상군의 영향력이 전혀 도달할 수 없으므로 공군, 해군력이 절대적인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힘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 항복문서에 서명하고 자기땅을 내준 아르헨티나꼴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