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항공전편 ]

◇ 최고의 미그킬러 ◇

  This dicument was updated at 2003. 3. 1

한국으로

세이버와 미그의 대결로 상징되는 한국전쟁의 항공전에서 가장 많은 미그기를 격추시킨 조종사는 미공군 제 51 전투요격비행단 39 전투요격기대대의 죠셉 맥커넬 대위였다. 그러나 그의 경력에서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세이버 에이스들이 2차대전에서 전투기를 조종한 경험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유럽전선에서 B-24 중폭격기의 항법사로서 참전했다는 점이다. 그는 사실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 한국전쟁에서 최고 에이스가 된 맥커넬의 사진 ]

전쟁이 끝난후 계속 미공군에 남아 전투기를 조종해보고자 했던 맥커넬은 1948년 2월 드디어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스스로 지원해서 한국전쟁에 참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그의 한국행은 지연되었으며 결국 전쟁이 발발한지 2년이 경과한 1952년 8월이 되서야 한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그가 배속받은 부대는 제 51 전투요격비행단 39 전투요격기대대로서 이미 2차대전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맹활약했던 전통의 비행대대였다.

에이스가 되다

이무렵 하늘에서는 미그-15와 세이버간에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선이 고착화되면서 소강상태에 빠진 지상전과는 달리 압록강 상공에서는 제공권을 놓고 양측의 전투기들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물고 물리는 접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전투비행임무로 날아오르기 시작한 맥커넬은 하늘에서 눈앞에 미그기가 보이면 용서를 모르는 투사로 돌변했다. 그는 집요하게 미그-15를 추격해서 격추시켰으며 심지어는 비행금지 공역인 압록강 이북까지 도주하는 미그기를 추격해서 끝내 격추시킨 적이 있을정도였다. 결국 맥커넬은 1953년 1월 14일 그의 5번째 격추를 기록하면서 제트 에이스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이무렵까지만 해도 그가 한국전쟁에서 최고의 전과를 올리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위기

그러나 기세등등하던 맥커넬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1953년 4월 12일, 이날도 맥커넬과 동료들은 미그앨리에서 벌어진 공중전에서 십여대의 미그-15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의 치열한 공중전에는 미그기에도 우수한 소련 조종사들이 탑승하고 있어서 전투양상은 그야말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다. 이날 소련공군 제 913 비행연대의 알렉세이비치 페오도레트 소위는 맥커넬의 동료기였던 로버트 니만 중위의 세이버를 격추시켰는데 로버트 니만 중위는 그의 전투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전사했다. 동료기를 잃은 슬픔과 분노로 맥커넬은 기 미그기를 끈질기게 추격했으며 둘사이에 1:1 공중전이 벌어졌다. 서로 여러차례의 명중탄을 주고받은 끝에 맥커넬은 페오도레트의 미그-15에 치명타를 먹였으며 화염에 휩쌓인 미그-15에서 이 소련 조종사가 탈출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그의 세이버에도 페오도레트가 발사한 기관포가 몇 발 명중되어 검은 연기를 끌면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비행기에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엔진 출력이 저하되어 도저히 김포까지 돌아올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안타깝게 쳐다보는 동료기들이 엄호하는 가운데 맥커넬은 점점 조종하기 힘들어지는 기체를 몰고 서해 바다로 빠져나와 비상탈출을 시도했다.

[ 애기의 날개위에서 윙맨과 공중전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맥커넬 ]

다행히 서해바다의 제해권을 장학하고 있던 미해군의 구조팀이 연락을 받고 헬기를 출동시켜 맥커넬은 착수한지 몇 분만에 구조될 수 있었다. 사실 바다에 착수한 조종사들은 차가운 바닷물에서 오래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20여분 이내에 구조되지 못하면 동사하거나 익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동료들은 그에게는 마치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무사귀환을 축하했다.

최고 에이스가 되었지만

맥커넬의 윙맨으로 많은 전투를 함께했던 동료 조종사들은 공중전투에서 맥커넬이 보여주는 사격솜씨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에 의하면 맥커넬은 아무 먼거리에서 사격을 시작했음에도 대부분의 총탄이 미그-15에게 빨려들어가듯이 날아갔다고 한다. 그는 사격을 매우 효과적으로 실시했으며 빗나가는 총탄은 거의 없었다.

1953년 5월 18일, 6기 편대로 이루어진 맥커넬의 세이버편대가 압록강 상공에서 초계비행중에 4기의 세이버가 먼저 귀환하고 맥커넬과 윙맨은 후미에서 경계중에 2기의 미그-15를 발견했다. 즉시 공격에 나선 맥커넬의 세이버가 돌진해 들어가자 미그기들은 기수를 돌려 후퇴했는데 맥커넬은 포기하지 않았으며 압록강을 건너는 추격전끝에 이중 1기를 먼거리에서 사격해서 명중시켰다. 이때 여러대의 미그기들이 동료기를 구하기 위해서 솟구쳐 올라왔다. 하지만 맥커넬과 윙맨은 전투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서로 엄호와 공격을 번갈아가면서 시행하면서 미그-15기들을 유린했다. 이날 맥커넬은 총 3기의 미그기를 격추시켰으며 이 전과는 그의 윙맨이었던 딘 아보트 중위에 의해서 생생하게 목격되었다. 그리고 이 두 조종사들은 미그기들을 놀리듯이 추격을 뿌리치고 남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번의 출격에서 3기의 격추를 기록한 것은 한국전쟁에서의 유일한 기록으로 미공군내에서도 이른 바 '트리플 에이스'라고 불리는 영예의 자리였다. 이때까지 그는 16기의 격추기록을 달성하고 있었는데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미군 조종사중에서도 최고의 위치였다. 얼마뒤 맥커넬의 상관은 이 탑에이스를 더 이상 출격시키지 않기로 결정하고 그를 미 본토로 귀환시켰다.

[ 한국전쟁 최고의 에이스 맥커넬은 동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의 동료들에게 교전 상황을 설명하는 맥커넬 ]

이후 맥커넬은 주위사람들의 은퇴 권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비행을 하고싶다는 평소 그의 희망이 받아들여저 미공군의 신예기들을 시험하는 테스트 파일럿이 되어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았던 맥커넬에게도 운명의 그림자가 찾아왔다. 1954년 8월 24일 세이버의 최신형인 F-86H를 몰고 시험비행에 나선 맥커넬은 그의 기체가 갑자기 유압을 상실하고 조종불능에 빠진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비상탈출을 하지 않았으며 이 기체를 기지로 귀환시키려는 결심을 했다. 이미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무사히 귀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끝까지 기체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날은 그에게 또 한번의 행운은 따르지 않았다. 그의 F-86H는 지상에 거의 접지할 무렵 갑자기 발생한 난기류에 균형을 잃고 측면으로 지상에 격돌했다. 이순간 맥커넬이 비상탈출을 시도했지만 이미 지상에 너무 가까이 접근해 있어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비록 비극적인 최후였지만 맥커넬은 그가 그토록 원하던 창공으로 영원히 날아오른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