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하늘의 공중전

◇ 윙맨과의 동료애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5. 7. 10

휴전이 성립된지 50년이 넘어 버린 한국전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전후 세대들의 관심은 당시의 군비에까지 미치고 있다. 미군과 연합군이 무방비 상태인체 터진 전쟁이었으나 공군력에 있어서 만큼은 제트기의 시대를 활짝 열어 내기도 했다. 한국전에서 나타난 새로운 공군전의 양상을 당시 미 공군 에이스들의 생생한 회고담과 공중전 비화를 통해 살펴본다.

- 공군중령 조지 존슨 편-

* 한국의  인상..

한국에서의 전쟁이 예상외로 장기화됨에 따라 전술과 장비가 바뀌고 많은 훌륭한 조종사들과 지휘관들이 교체되었다. 그 중 일부는 에이스 또는 더블 에이스가 되었고 두 명은 트리플 에이스까지 되었다. 제임스 자바라가 1951년 5월 한국상공에서 첫 번째 에이스가 되었으며, 나는 그 다음달에 제 4 전투비행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일본의 존슨 공군기지에 도착하여 몇가지 일상적인 서류들을 작성하고 난 다음날 아침 나는 C-47을 타고 전쟁을 향한 길로 들어섰다. 내가 탄 C-47은 김포비행장 상공에서 압록강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F-86 편대의 착륙을 위해서 비행장 상공을 선회하게 되었다. 선회중에 내려다 본 풍경은 이상하게도 친근했다. 활주로에 깔린 PSP (Pierced steel plate: 전장에서 임시활주로 건설을 위해 까는 구멍 뚫린 강철판)며, 하늘을 향해 있는 대공화기며, 모래주머니로 둘러 쌓인 항공기 엄폐호도 낯설지 않았다. 마치 내가 예전에 이곳에 있었던 기분이었다.

[ 김포 비행장의 활주로에 PSP를 설치중인 정비원 ]

불과 몇 년전 2차대전에서 나는 일본군을 상대로 P-47을 타고 싸웠었다. 단지 지금이 그때와 다른점이라면 산호가 깔린 활주로와 섬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PSP와 급조된 아스팔트로 다져진 붉은 색의 맨땅에 활주로가 펼쳐져 있었고 F-86 세이버기들이 모래주머니 엄폐호안에서 다음 출격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그 광경을 보자 갑자기 기운이 솟구쳐 오르는 기분이 들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조심하자구!  이건 전쟁이야!' 라는 두려움의 소리도 들었다.  

* 제4  비행단에서의  첫날

제4  비행단의 단장인 허만 슈미트 대령에게 전입신고를 하고 첫 눈에 그가 헌신적인 장교이자 세련된 신사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새로 전입해 왔지만 이전에 알고 있던 많은 조종사들이 먼저 와있었기 때문에 낯선 부대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곳에는 명망 높은 조종사이자 지휘관인 글랜 이글스톤 대령, 브루스 힌튼 대령, 프란시스 가브레스키 대령등이 지휘하는 훌륭한 조종사들이 모여 있었다. 가브레스키는 나보다 불과 며칠전에 배속되어 온 모양이었다. 그는 나를 보더니 활짝 웃었으며 내손을 잡고 말했다.

'잘왔네, 우리 같이 놈들을 잡으러  가자구."

에머트 중령이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적응하도록 도와주었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 주었다. 그 중에서는 내가 미그 15와 싸우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나를 장교용 막사의 텐트로 안내해 주었는데 그 곳이 내 짐을 풀고 모기장을 세울 곳이었다. 그 후에는 공습이 있을 경우에 내가 뛰어들 개인용 방공호를 팔 곳도 일러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우리 둘은 끊임없이 미그 15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막사 지역을 벗어날 때쯤 벤은 내게 말했다.

"이봐 조지. 자네가 알아야  할  아주  중요한게  있네."

난 몸을 기울이며 혹시 미그기를 격추시킬 비결이라도 알려주길 기대하며 귀를 바짝 댔다.

"조지, 밤에는 텐트 밖에서 소변보지 말게나. 단장한테 걸리면 혼난다구."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벤에게 그의 충고를 따르겠고라고 다짐했다. 우리의 숙소로 쓰이는 큰 텐트에 가자 각 테이블마다 아타브린 알약이 들어있는 그릇들이 놓여 있었는데 우리는 매일 그 약을 한 알씩 먹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2차대전중의 태평양의 상황과 비슷했지만 이곳에서는 신선한 고기와 야채가 공급되는 점이 더 좋았다. 게다가 이곳에는 뜨거운 샤워가 가능한 목욕탕과 간이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는데 지렛대와 물통, 도르레를 이용한 그 발상은 정말 천재적이었다.  

* 그  무렵의  공중전  상황  

그 당시의 항공전 양상은 믿지 못할 이상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압록강 이북지역에 대한 공습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은 압록강 이북의 만주에는 얼마든지 미그기를 가져다 놓아도 괜찮았던 것이다. 만주지역의 안뚱비행장이 그들의 가장 큰 기지였다. 만주에 걸쳐서 펴져 있는 나머지 기지들은 위성기지에 불과했다. 만일 이 안뚱비행장에 대한 야간폭격이나 지상공격을 대대적으로 시행한다면 적의 미그기들을 손쉽게 쓸어 버릴 수 있었을 것이지만 우리는 절대로 압록강을 건너가서 폭격을 하면 안된다는 명령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종사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적들도 우리가 그쪽으로 지상공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얄미운 공산주의자들은 비행장에 엄폐호도 설치할 필요가 없었으며, 그들의 군수물자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일설에 의하면 만주에는 1000대 이상의 미그기가 있고 그 가공할 숫자의 미그기 중 대다수를 동시에 하늘로 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했다.

[ 김포비행장의 조종사 대기실 전경 ]

그러나 그 당시 우리쪽의 사정으로는 한 작전에 36대의 F-86을 동원하는 것도 상당히 많은 수였다. 압록강 이북의 미그기들은 이륙해서 급상승한 후 (대개는 F-86보다 높이 상승한다.) 선회하다가 속력을 내서 마치 물이 쏟아지듯이 한꺼번에 압록강을 넘어왔다. 반면에 우리 F-86기들은 북한의 지상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작전중인 아군의 폭격기들과 미그기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다가 미그기가 압록강을 넘으면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그쪽을 향해서 갈 수 밖에 없었으므로 대부분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 허무하게  끝난  첫번째  임무  

두어 차례의 지역적응 비행을 마치고 전투비행을 위한 브리핑을 받았다. 브리핑에는 수색구조에 대한 내용과 지명표, 피아식별 절차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브리핑을  마침으로써 나는 작전에 참여할 준비가 된 것이다. 나는 벤 에머트의 윙맨으로 압록강 상공의 미그기 소탕작전에 나가게 되었다. 브리핑을 마치고 각자의 개인장비를 점검했는데 대개는 구명조끼 (G슈트는 브리핑전에 이미 비행복안에 입고 있었다.)와 낙하산, 헬멧, 권총 등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38구경 리벌버를 가지고 다녔는데 나는 특별 고안된 내 비행복의 주머니에 콜트 45구경 자동권총을 넣고 다녔다. 준비를 모두 마치고 조종석에 올라 낙하산의 고리를 벨트에 채웠고 짧은 기도와 함께 벤의 신호에 맞춰서 엔진을 시동시켰다. 잠시 뒤에는 16대의 F-86이 활주로에 정렬하게 되었다. 레드 편대 편대장의 런업 (RUN UP: 항공기의 활주 개시전에 정지상태에서 출력을 최대로 올리는 것) 신호에 맞춰서 브레이크를 밟고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렸다. 그러자 16대의 F-86뒤로 일제히 검은 배기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레드 편대장의 고개짓과 함께 그와 그의 윙맨은 브레이크를 풀고 대형을 이룬 채로 활주를 시작했다. 30초 후 또다른 편대가 이륙했고 그 후 30초 간격으로 이륙이 진행되었다.

[ 세이버의 측면 실루엣을 잘 보여주는 사진, F-86의 돌출형 캐노피는 시야가 매우 좋았다고 한다. ]

우리 차례였다. 벤의 신호에 맞춰 우리는 브레이크를 풀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륙속도에 달하자 기수가 들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솟아 올랐다. 앞서 이륙한 편대가 속도를 300마일로 줄이고 16기의 F-86이 편대를 다시 이룰 때까지 직선상승했다. 편대를 다시 짠후에는 속도를 높였는데 각 편대별로 핑거 팁 대형을 이룬 네 개의 편대가 거의 일직선으로 퍼져서 날아올랐다. 1만 5천피트에 이르자 벤이 편대를 벌려서 기총의 시험사격을 하자는 신호를 보내왔다. F-86에 달린 6정의 50구경 기총은 1정당 1분에 500발의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데 탄환은 보통탄, 예광탄, 철갑탄이 섞여서 장탄되어 있고 총구 속도는 초속 3000피트나 된다. 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를 당기자 6정의 기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고 조준장치를 통해서 오렌지색의 예광탄이 궤적위로 조준점이 움직이는게 보였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모든 준비가 완벽한 상태였다.  

벤은 내게 엄호할 것을 지시했고 그가 선도기의 역할을 했다. 전투 비행은 팀웍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가 내게 앞으로 나서라고 하지 않는 한 내 임무는 그의 후방을 미그기의 공격으로로부터 지키는 것이었다. 압록강에서 몇 분 거리인 신의주의 28000피트 상공에 도달했을 때 지상레이더 기지에서 연락이 왔다.

"기차가 역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말은 많은 수의 미그기들이 안뚱을 이륙하여 상승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곧 이어서 다시 무전기에서 기차가 역에서 벗어났다.  

"케이시  존스가 조종간을  잡았다."

또다시 무전이 들려왔다. 여기서 케이시  존스란  아마다  러시아인일 것이라 추정되는 어떤 뛰어난 미그기 편대장을 지칭하는 암호명이었다. 그는 그의 비행기와 공중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친구였다. 오늘은 그가 나온 것이다!  이어서 또 무전이  들려왔다.      

"기차가 레이스 트랙을 향해 가고있다."

레이스 트랙이란 우리가 잘 아는 어떤 지역을 말하는 암호명이었다. 우리는 방향을 오른쪽으로 10도 바꾸어서 레이스 트랙으로 향했다.  나는 머리를 사방으로 돌리며 바짝 긴장한 채로 미그기를 찾으려고 애썼다. 기습당하긴  싫으니까..  

그 순간 갑자기 앞쪽 상공에서 비행운이 나타나더니 미그기의 캐노피와 동체가 했빛을 받아 번쩍이는게 보였다. 마치 거울이 햇빛을 반사하여 우리에게 되쏘는 것 같았다. 빛의 반사로 보아 많은 수의 미그기가 시속 약 600마일 정도로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음을 알수있었다. 우리도 연료탱크를 투하하고 비행운을 향해서 나아갔다. 그러던 중갑자기 비행운이 사라졌다. 이건 그들이 하강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몇 초후에 우리는 2~30여대의 미그기와 정면으로 맞딱뜨리게 되었고 기수를 붉게 칠하고 동체에 붉은 별을 그린 기체가 내 오른쪽으로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오른쪽, 미그기들은 왼쪽으로 급선회에 들어갔고 드디어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F-86 편대가 전투공역으로 진입해 들어오고 또 다른 미그기들이 상공에서 강하해 왔다. 간간히 번쩍이는 미그기의 기관포나 F-86의 50구경 기관포의 불빛을 제외하면 아무도 사격하지 않았고 서로 선회하며 사격위치를 잡으려고 할 뿐이었다. 벤도 사격위치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록  온'을 외쳤지만 아직은 사정거리 밖이었다. 그 순간에도 나는 벤의 날개 옆에 내 위치를 떠나지 않고 있엇는데 갑자기 다른 미그기가 우리 밑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그 미그기가 너무도 가깝게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조종사의 헬멧에 그려진 붉은 별까지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난 사격할 수 없었다. 내 임무는 미그기를 조준하며 접근하고 있는 벤의 곁에서 그를 엄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는동안 우리는 압록강을 넘었고 기수를 남쪽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연료는 어느새 빙고수준에 도달해 있었고 이번 비행은 단 한대의 미그기도 격추시키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제  334  비행대의  미그기  유인작전 

1951년 7월, 나는 제 334 전투비행대대를 지휘하게 되었다. 나는 예전에 그들과 같이 비행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지휘관이 된다는 사실은 아주 큰 영광이었다. 지휘관으로서 나는 제 4 전투비행단의 브리핑을 하고 편대를 이끌고 압록강에서 전투기 소탕전에 나서게 되었다. 7월이 되기까지 전황은 많이 바뀌어서 미그기들은 매우 공격적으로 되어갔고 압록강을 넘어 도발해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브리핑실에서 브리핑을 받는 조종사들의 표정이 조율된 바이올린 줄처럼 긴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대의 F-86 (레드, 블랙, 화이트, 그린, 블루편대)가 작전에 참가하게 되었고 6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미그기가 출격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내가 브리핑할 차례가 되자 나는 지휘봉을 집어들고 커다란 브리핑용 지도가 걸린 연단으로 올라갔는데 그 큼지막한 지도엔 한국전체와 만주 북부가 나와있었고 미그기지, 레이스 트렉, 우리 기지, 남쪽의 다른 기지등 다양한 지명과 암호명들이 붙어 있었다.

[ 출격준비중인 F-86F 세이버와 조종사들 ]

내가 오늘 레드 편대장을 맡는다. 레드 편대와 블루 편대는 이 선을 따라서 북쪽으로 진입한다. 내 지휘봉이 가리키는 선은 기지를 기점으로 하여 한국의 동쪽해안을 따라서 레이스 트랙 근방까지 뻗어있었다. 레드 편대와 블루 편대는 진입하면서 3만피트 고도를 유지한다. 그린 편대와 블랙 편대는 레드 편대와 블루 편대의 이륙 20분뒤에 이륙하여 서쪽 해안쪽 경로를 통해 진입하고 고도는 35000피트를 유지한다. 화이트 편대는 가장 먼저 이륙하여 압록강 상공에서 고도 40000피트를 유지한 채 대기한다. 레드드, 블루, 화이트, 그린 편대는 이륙시부터 미그기와 조우할 때까지 절대 무선침묵을 유지한다. 화이트 편대는 통상적인 무선교신을 유지하다가 압록강 상공에서 빙고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적의 지상관제원은 분명히 화이트 편대를 향해 미그기를 유도할 것이다. 일단 미그기의 추격이 확인되면 화이트 편대는 남쪽으로 선회하여 고속으로 강하를 시작하여 동쪽의 레드, 블루 편대와 서쪽의 그린, 블랙 편대의 사이로 진입하여 미그기들이 화이트편대의 뒤를 따라 우리의 함정에 빠지면 그 때 협공하여 미그기를 일망타진하려는 것이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더니  조종사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기  시작햇다.

"자, 가자구! 가서 잡아버리는 거야!"

* 함정에  빠진  미그기 

드디어 작전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각자의 순서대로 이륙햇다. 우리 (레드 , 블루 편대)가 지정된 위치에 도달하여 미처 선회하기도 전에 압록강 상공의 화이트 편대에게서 연락이 왔다.

"레드 편대장! 미그기를 잡고 싶다고 했지? 지금 놈들이 여기 깔려 있으니 어서 오라구!"

이 무전을 듣자마자 듣자마자 우리는 연료탱크를 버리고 스로틀을 최대로 열어서 시속 600마일로 속력을 높이고 접근하는 미그기를 향해서 나아갔다. 상대속도인 시속 1200마일로는 10마일 거리의 거리에서 마주칠때까지 불과 30초밖에는 걸리지 않는다. 미그기와 우리는 정면으로 만나서 선회하기 시작했고 나는 강하하고 있는 4대의 미그기 편대를 골라서 접근하기 시작햇다. 붉은 기수의 미그기들과 F-86들사이의 난장판 가운데서 나는 미그기들이 무엇을 쫓아 하강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래쪽에서는 영국 공군의 미티어 폭격기 편대가 북한의 보급기지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었고 미그기 편대의 선도기는 미티어 폭격기 편대의 선도기에 근접해 가고 있었다. 내가 접근하는 것을 알자 미그 선도기는 나를 떨쳐버리려고 날카롭게 선회해서 급강하했지만 내 스로틀도 최대 출력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를 놓치지 않고 조금씩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선회중이라 너무 큰 G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조준할수가 없었다. 조준기 안에서 탄착점을 나타내 주는 조준점이 아예 조준기 밖으로 벗어나 버렸다. 이것은 사격 통제 컴퓨터가 좀 더 큰 리드를 줄 것을 뜻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스로틀을 줄이고 조준기를 수동으로 바꾸자 오랜지색 점이 다시 나타났다. 이제야 조준점을 찾은 것이다. 윙맨에게 내 후미를 맡기고 나는 계속 미그기를 추격하는 데만 열중했다. 계속되는 선회에 의한 중력가속도가 7~8G가 되었지만 G슈트가 부풀어올라 내 몸을 압박했기 때문에 내 몸의 피가 발 아래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었다. 미그기가 갑자기 반전하고 다시 좌선회하는 바람에 우리는 뒤집어진 채로 선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 선회를 마치는 데에만 몇 마일이 걸렸다. 엄청난 G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종간을 조금 더 당기자 내 비행기의 기수가 미그기의 선회원 안쪽으로 가로지를 수 있게 되었다. 조종간을 조금 더 당겨 거리가 약 1500피트로 가까워 지자 나는 조준기를 다시 자동으로 맞추었다. 이제 내가 조준점을 목표에 맞추고 1초정도 유지할 수 있다면 컴퓨터가 리드를 계산해 줄 것이다. 조준점은 미그기의 매끈한 동체의 위쪽절반에 걸쳐 있었다. 나는 짧게 약 1초간 사격했고 철갑탄과 소이탄이 미그기의 동체를 꿰뚫고 들어가 마치 땅에 내동댕이쳐진 고압선처럼 불꽃을 내며 번쩍였다. 총탄은 캐노피의 뒤쪽에도 관통했고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그러자 미그기는 급격하게 속도가 느려졌고 조준점은 그의 배기구를 가리키게 되었다. 약 600피트 거리에서 다시 한번 6정의 기총이 미그기의 배기구를 향해서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미그기는 거의 정지상태가 되다시피 속도가 느려졌다. 약 200여발의 총탄이 미그기의 배기구에 명중했고 동체에서는 스파크가 번쩍였다. 

[ 격추된 미그 15에서 비상 탈출한 공산군 조종사 ]

미그기는 갑자기 기름이 타는듯한 검은 연기를 뿜기 시작했으며 잠시동안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연기가 내게로 밀려들자 나는 불타면서 부서져가는 미그기와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조종간을 옆으로 틀었다. 연기를 벗어나자 미그기가 나선형을 그리며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 보였다. 이 공중전을 엄호하던 윙맨으로부터 무전이 들려왔다.

'조종사는 탈출했음.  낙하산  확인.' 

바로 그 순간 몇 대의 미그기가 다시 우리에게 접근해 왔고 우리가 선회하자 미그기와 세이버는 서로를 비껴 지나가며 사격을 가했다. 미그기가 발포할 때면 기수가 오렌지색 섬광을 번쩍였고 기관포탄의 흐름이 마치 오랜지색 골프공의 흐름같아 보였다. 미그기의 탄환들은 다행히 우리의 위 아래로 지나갔고 미그기들은 그대로 압록강을 건너서 그들의 기지로 돌아갔다. 마침 그 때 우리도 연료가 빙고수준이 되어서 기수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번의 공중전이 벌어지는 동안 나의 윙맨은 내게 바짝 붙어서 내 후미를 보호해주었고 기지로 귀환할 때는 다시 옆으로 퍼져 횡대를 이루고 경계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우리는 아직 적진 상공에 있었기 때문에 경계대형을 풀면 안되었지만 내가 잠시 기회를 봐서 날개를 흔들어 밀집편대 신호를 보내자, 윙맨이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거의 날개가 부딪힐 정도로 바싹 붙었다. 우리가 30피트 정도 떨어져서 서로 쳐다볼 수 있게 되자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그것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인사였다. 그러자 그도 고개를 끄덕이고 답례를 보냈다. 나는 다시 편대를  벌리라는 신호를 보냈고 그상태로 기지까지 향했다. 적진을 벗어나자 연료계기를 다시 확인하고 기총의 안전 스위치를 잠그고 잠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비행장이 시야에 들어오자 나는 다시 밀집편대를 만들고 관제탑에 착륙허가를 요청했고 무사히 착륙했다. 이번 작전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2대의 미그기를 격추시키고 다른  3대에게  손상을  입혔다. 그날 저녁에는 미티어 폭격기들의 조종사들이 고맙다면서 술과 저녁을 대접해서 아주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다.

[ 적기를 격추하고 돌아온 조종사들이 자축하고 있다. ]

* 공중전에  대한  개인적  견해

내 생각으로는 공중전도 다른 모든 전투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공중에 있으면서 전사의 강인함 속에서 인간의 모든 감정을 체험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팀웍은 전쟁의 구성원 모두를 일체화시켜주는 요소이다. 비행을 위해서 비행기를 정비하는 지상근무 요원들에서부터 우리가 같이 비행하는 조종사들에게까지 팀웍은 떼어놓을수 없는 것이었다. 기술, 서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팀웍이 우리를 전쟁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것이었다. 내가 뛰어난 윙맨과 함께 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땅위에서 우리는 술잔을 나누며 미그기에 대한 전술과 의견을 나눴고 공중에서 위험을 함께 하며 그 결과로 미그기를 격추했던 것이다. 어떤 윙맨들은 직접 미그기를 격추시키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우리 성공의 절반은 그들의 윙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옛 전우들...특히 나와 같이 비행하며 나를 보호해 주었던 나의 윙맨들에게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란다. 그들이 있었기에 내가 오늘 이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