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미그 앨리

◇ Act 10. 함정 ◇

(MiG Trap)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3. 4. 20

* 매복

1951년 10월 23일 이날은 화요일이었다. 전날의 큰 손실에도 불구하고 공격후 실시된 정찰비행에서 태천 비행장에 어느정도의  손실을 준 것이 확실해지자 미극동공군은 다시 B-29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결행하기로 했다. 이날의 공격목표는 3개 비행장 중 지금까지의 공습에서 가장 온전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던 남시 비행장으로서 또다시 미그기들의 거센 요격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이날 출동하는 21기의 B-29 폭격기들의 근접호위를 위해서 45기의 F-84 전폭기들과 35기의 F-86 세이버 전투기들이 동행할 예정이었다. 이번에는 미그기들의 공격으로부터 B-29의 손실을 막기위해서 F-86 전투기들도 너무 멀리 떨어져 미그를 요격하는 원거리 방어가 아닌 폭격기편대의 근접엄호를 명받은 상태였다.

[ 항공정찰에 포착된 남시 비행장의 전투기 쉘터, 여러대의 미그기들이 주기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비행장에 미그기들이 나타나자 미공군은 크게 놀라 공습작전을 서둘렀다. ]

폭격기 승무원들은 22일의 작전에서 너무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모두들 또다시 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라는 명령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작전은 결행되었다. 10월 23일 오전 8시, 일본의 가데나 기지를 이륙한 21기의 B-29 폭격기들은 점차로 고도를 높이면서 2만2천 피트상공으로 남한 지역을 통과했다. 이 폭격기 편대가 서울 상공에 다다르자 이들의 머리위 3만피트 고도로 45기의 F-84 썬더제트기들이 나타나 폭격기들의 편대 상공으로 합류했다. F-84 전폭기들은 B-29보다 1만피트 정도 높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미그기가 B-29를 공격하기위해 나타나면 급강하해서 요격하는 전날의 전술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사실 이렇게 해도 미그-15보다 느린 썬더제트가 효과적인 공중전을 펼치기는 어려웠지만 이 방법밖에는 미그기를 잡을 수 있는 전술이 없었다. 그리고 이 공중함대의 외곽에서는 F-86 세이버 전투기들이 소규모 편대 단위로 합류하여 원형 방어진을 형성한후 빠르게 비행하면서 경계를 펼쳤다.

한편, 소련공군도 이날의 공습을 이미 예견하고 강력한 준비태세에 들어가있었다. 303 연대를 지휘하고 있던 로보프 중령은 전날 미공군의 정찰기들이 남시 비행장 상공에 여러차례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고는 미공군이 남시 비행장에 대해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휘하의 조종사들에게 연이은 출격에 피로하겠지만 미군기들의 대규모 공습이 예상되는 이상 동이 틀 무렵부터는 언제라도 출격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했다. 그는 10월 22일의 전과에 크게 고무되어 있었으며 미공군의 대규모 공습에 맞서 소련공군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미그기들을 출동시킬 예정이었다.

[ 제19 폭격전대의 B-29 폭격기들이 남한 상공을 통과하고 있다. 1951년 10월 23일의 장면이다. ]

1951년 10월 23일 새벽부터 소련 공군의 감청반은 미공군의 무선 교신이 크게 증가한 것을 감지했다. 이것은 공습의 징후를 나타내는 것으로 소련 조종사들은 즉시 비상대기 상태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전 9시경 북한지역에 전개하고 있던 소련의 레이더수들이 남쪽으로부터 접근하는 수십대의 항공기들을 포착했다. 레이더에 나타난 미군기들의 고도는 대략 1만 5천피트, 침투속도는 시속 500km 정도... 이것은 분명 B-29의 대부대가 틀림 없었다.

이날의 공습에 대비하여 안뚱기지에 대기하고 있던 소련공군의 미그-15 조종사들에게 즉시 출동명령이 떨어졌으며 스크램불 싸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수십대의 미그-15기들이 폭음을 울리며 차례로 지상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련군의 기록에 의하면 이날 총 출격한 미그기들은 56기로서 이중 12기는 안뚱기지 방어를 위해서 압록강 상공에 방어선을 형성하고 나머지 44기가 미폭격기대의 요격행에 나섰다고한다. 상공에 날아오른 미그기들은 고도를 점차로 높여 3만 6천피트까지 상승한후 남시 비행장 상공으로 날아갔다.

* 검은 화요일

오전 9시 35분 남시 상공으로 진입하던 미폭격기부대와 호위전투기부대의 조종사들은 북서쪽으로부터 은빛의 점들이 빛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미그기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날 폭격기들의 호위 임무에 참가했던 F-84의 조종사 프란시스 컨리 대위는 이 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놈들이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지만 역시나 오늘도 미그기들이 출현했다. 게다가 그 미그기들은 마치 우리 F-84의 약점이라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고도로 접근했다. 나타난 은빛 점의 수는 점점 늘어났으며 나중에는 수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셀 수도 없었다. 아마 최소 100기는 넘는 미그기들의 무리가 분명했다."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미군 조종사들과 소련 조종사들은 서로 상대방의 출격기들이 예상외로 많은 것에 놀라고 있었다. 소련 조종사들도 미공군의 호위 전투기들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보이자 크게 당황했다. 심지어 그들의 출격수 44기에 비해서 미공군의 호위전투기들이 적어도 200기 정도에 달했다고 보고한 조종사도 있었을 정도였다. 서로간에 적의 기세에 놀란 나머지 상대방의 숫자를 2배이상으로 평가했던 것이다.

미그기들이 나타나자마자 외곽 경계를 하고 있던 F-86 세이버기들이 즉시 외부 연료 탱크를 버리고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린후 미그기들쪽으로 기수를 돌려 요격에 나섰으며 F-84 전폭기들은 세이버의 방어선을 뚫고 접근하는 미그기들을 막기위해 계속 폭격기 근처에 머무르고 있었다. 드디어 한국전쟁중 최대 규모의 공중전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 B-29의 호위 임무에 나선 F-84, 이렇게 높은 고도를 유지하고 있다가 미그기가 B-29에 접근하면 강하하면서 공격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성과는 거의 없었다. ]

곧이어 선두기들이 기총을 난사하면서 교차하자마자 수십대의 세이버와 미그기들이 뒤섞이기 시작했으며 귀청을 찢는 소음과 함께 기관총탄과 기관포탄이 붉은 탄도를 그리면서 여기저기 비상했다. 이날 미그기들을 지휘하고 있었던 알렉산더 스모치코프 소령은 그의 부하들을 2개 편조로 나누어 절반은 세이버를 커버하고 나머지 절반이 그대로 돌격하여 B-29를 잡도록 명령했다. 특히 세이버들이 폭격기 호위를 위해서 감속하고 있던 상태였으므로 속도가 붙어있던 미그-15 쪽이 더 유리한 상황이었다. 동료들이 세이버와 접전에 들어간사이에 스모치코프가 이끄는 미그기 편대가 B-29 폭격기들을 향해 급강하하면서 고속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이에 놀란 F-84 조종사들은 미그-15를 막기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공중전의 양상은 전날과 비슷했다. F-84의 존재는 미그기들에 의해 완전히 무시되었던 것이다. 미그기들은 F-84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으며 오로지 B-29를 잡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속도차가 너무 많이나 F-84로서는 미그기들을 제대로 따라 잡을 수 없어서 대부분의 경우 속수무책이었다.

[ 북한 상공으로 진입중인 B-29 폭격기들, 얼핏 보아도 제트시대에는 너무 느려보인다. ]

제일먼저 B-29 폭격기 편대에 접근한 스모치코프의 미그-15에서 3문의 기관포가 불을 뿜었으며 붉은 섬광들이 그대로 B-29의 동체로 쏟아져 들어갔다. 잠시후 이 사격에 명중된 B-29가 불길을 토하면서 나선을 그리며 추락했으며 이것이 '검은 화요일'의 첫 번째 희생이었다. 곧이어 미그기들이 계속 들이닥치면서 B-29 폭격기들에게 사격을 가하고는 고속으로 이탈하는 전법이 계속되었다. B-29의 속도가 미그-15의 속도에 비해서 너무나 느렸기 때문에 미그기들은 고속으로 돌진해들어와 한차례의 공격패스후 즉시 고공으로 이탈했다가 반전해서 다시 최대속도로 돌진해 들어오는 전형적인 일격이탈전술을 계속 구사할 수 있었고, 이런 전술에 세이버와 썬더제트 조종사들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소련공군 조종사들중에서 B-29를 가장 효과적으로 요격한다는 평판을 듣고 있던 스모치코프는 이날의 요격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전투가 시작되자 분명히 공격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군의 B-29는 너무나 느려서 마치 정지해있는 목표를 공격하는 기분이 들었을 정도였다. B-29의 방어 기총좌는 우리 미그기들의 빠른 속도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지 못했으며 그 사정권도 300-400미터 정도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나는 700미터까지 접근하면 기관포 사격을 시작했고 300미터 정도까지 접근하면 사격을 중지하고 고속으로 이탈하는 방법으로 B-29의 방어 기총을 무력화 했다. 내가 발사한 37mm 기관포탄이 B-29에 명중할 때 붉은 섬광과 함께 커다란 파편들이 떨어져 나왔고 몇발의 명중탄으로도 B-29를 화염에 휩쌓이게 할 수 있었다."

곧이어 또 한 대의 B-29가 기관포탄에 맞아 검은 연기를 뿜었으며 더 이상 폭격지점까지 비행이 곤란하다고 판단한 이 폭격기의 기장은 즉시 기수를 남한쪽의 비행장으로 돌려 귀로에 올랐다. 미그기들의 요격은 쉴새없이 계속되어 마치 B-29 폭격기를 놓고 돌진해오는 미그-15 전투기들과 이를 막기위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F-86, F-84 전투기들이 서로 술래잡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정도였다. 그러나 이날 공격의 주도권은 분명히 미그기들 쪽에 있었다. 전투기끼리의 제공전투에서는 그동안 F-86 조종사들이 우세를 보여왔지만 느린 B-29를 호위하는 임무에서는 호위라는 중압감에 발목이 잡힌 세이버 조종사들이 미그-15 조종사들에 비해서 불리했던 것이다. 연이어 B-29 폭격기들이 미그기의 기관포탄에 명중되었으며 2기의 B-29가 엔진에서 불길을 뿜으면서 지상으로 떨어져갔다. 게다가 미그의 기관포탄에 맞아 큰 손실을 입어 더 이상 임무 수행이 곤란한 B-29도 속출했다. 결국 B-29 폭격기들은 대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졌으며 남시 비행장 상공 근처에서 아무렇게나 폭탄을 투하하고는 기수를 돌려 달아나야 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이날 폭격 작전은 이 더 이상 곤란하다는 판단을한 폭격기대 지휘관이 살아남은 B-29 폭격기들에게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가도록 명령을 내렸다.

[ 폭격을 시작하는 B-29, 하지만 이날의 폭격작전은 완전한 실패였다. ]

B-29 폭격기들이 기수를 돌리지 시작하자 미그-15기들은 잠시 따라붙어 공격을 가하는 듯 하다가 일제히 기수를 돌려 압록강 이북으로 돌아갔다. F-86 조종사들은 분노에 불타올라 도주하는 미그-15를 추격해서 압록강까지 날아갔으며 이에 대응하는 미그-15기들과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양측모두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한채 공중전은 끝았다.

전투가 끝난후 집계된 미공군의 손실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날 3기의 B-29 폭격기가 남시 상공에서 격추되었으며 큰 피해를 입어 남한 비행장으로 불시착을 할수밖에 없었던 기체도 3기나 되었고, 가데나 기지로 돌아온 잔여 기체중 4기는 피해가 너무 극심해서 더 이상 임무에 투입이 곤란했다. 결국 총 10기의 B-29가 격추되거나 대파되어 손실로 처리되었고 이것은 이날 출격한 21기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게다가 호위 임무에 투입되었던 F-84 1기도 남시 상공에서 실종되어 결국 미그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미공군은 이날의 공중전에서 총 6기의 미그-15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는데 F-86이 4기를 잡았으며 B-29 기총수가 1기, F-84가 1기를 격추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소련공군은 이날 공중전중 손상된 기체는 10여기에 달했지만 격추된 것은 안뚱 큰처에서 추락한 1기밖에는 없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 F-84가 미그기를 격추하고 있는 장면을 담고 있는 항공아트, 그러나 이런 장면은 대부분 기대하기 힘들었다. ]

미공군이 애써 손실을 축소하고 전과를 과장하려 했지만 이날의 교전은 어떻게 보더라도 소련측의 승리였다. B-29가 투하한 폭탄중 단 1발만이 남시 비행장에 떨어졌을 정도로 B-29 폭격기들은 와해되었으며 손실도 너무컸다. 총 출격기의 거의 절반이 손실되었다는 것은 미극동공군의 B-29 폭격기 전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었다. 수치대로라면 이대로 주간 공습작전이 2-3차례만 더 수행되게 되면 미극동공군의 전략폭격기 사령부는 소멸되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날의 전투는 B-29가 제트 전투기시대인 한국전쟁에서는 주간에 적진 깊숙히 날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 인가를 또다시 완벽하게 증명한 사건이 되어 버렸다. 폭격기 승무원들도 동료를 잃은 슬픔과 공포에 질린 나머지 더 이상의 주간 작전 명령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분위기였다. 그들은 이날의 손실을 '검은 화요일의 비극'이라고 불렀으며 모두들 보다 안전한 야간 작전을 원하고 있었다.

* 계속되는 희생 그리고 중단되는 주간폭격

하지만 미극동공군 사령관이었던 웨이랜드 장군은 아직까지 미공군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북한 지역의 주요 비행장에 대해서 공습을 계속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결국 다음날인 10월 24일에도 소규모의 B-29 폭격기들로 하여금 F-86, 84의 호위하에 순천 비행장에 대해서 공습에 나서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도 40여기의 미그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요격을 걸어왔으며 B-29의 손실은 계속되었다. 이날 1기의 B-29가 격추되었고 2기가 대파되어 남한 지역에 불시착했다. 그리고 3일뒤인 10월 27일 또 한차례의 주간 작전이 결행되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일 B-29의 손실이 계속되면서 큰 위기감을 느낀 전략폭격기대 사령관인 죠셉 겔리 준장은 더 이상 그의 부하들을 이 위험한 주간 작전에 동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웨이랜드 장군은 B-29 폭격기들의 주간 작전을 전면 중단한다는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세이버의 건카메라에 포착된 미그-15 최후의 순간, 그러나 소련 공군의 기록에 따르면 51년 10월 미공군이 기록한 대부분의 미그 격추는 중국공군의 피해였다고 한다. ]

이 잔인했던 10월의 공중전에서 미공군은 총 9기의 B-29를 미그기에 의해 잃었으며 6기는 피해가 너무커 폐기 처분되었다. 미공군의 기록을 살펴보면 이기간동안의 피해에 대해서 상당히 축소시켜 보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전투의 주도권을 소련측에 빼았겼던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볼 수 있다. 미공군은 10월의 항공작전에서 그들이 격추한 미그-15기들이 20기가 넘는 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것은 상당히 과장된 것으로서 보이는데 소련측의 기록은 이중 8기의 손실만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미그기의 손실부분에서 소련공군의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은 중국공군의 손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공군의 미그기 운용상황은 정확한 집계자료가 없어 손실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일부 소련의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미그앨리로 활발하게 출격하기 시작한 중국공군의 손실이 커서 14기의 중국공군 미그기들이 F-86에 의해서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미공군이 20기 이상의 미그기를 격추한 것은 사실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6기의 세이버가 손실되었고 4기의 F-84와 1기의 F80이 실종되었기 때문에 미공군은 소련공군의 대응으로 인해서 매우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항공전 양상의 변화

[ B-29에 의해 사용된 타르죤 폭탄, 일종의 유도 폭탄으로 B-29에 장비된 쇼란레이더에 의해 정밀 공습에 사용되었다. 효과가 매우 좋았다고 한다. ]

그러나 소련공군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B-29의 주간 폭격 작전이 중단되었음에도 북한 지역의 비행장에 대한 미공군의 집착은 상당해서 이후에는 F-80, F-84 전폭기들이 소규모 편대로 출동해서 고속으로 비행장 상공을 돌파하면서 폭탄을 투하하고 이탈하는 방식의 공습을 계속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비행장 공습에는 오히려 이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저공으로 고속으로 접근해서 폭탄을 투하한후 이탈하는 전폭기들이 대공포화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활주로와 주요 시설을 효과적으로 파괴했으며 미그기가 나타나면 세이버 전투기들이 막아주는 동안에 고속으로 이탈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게다가 B-29 폭격기들은 비록 주간에는 출동을 하지 못했지만 야간에는 레이더를 사용한 폭격작전을 계속 시행했다. 폭격의 정확성은 주간작전에 비해 떨어졌지만 폭격이 거의 매일 감행되었기 때문에 북한지역의 비행장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 계속된 공습으로 온통 구멍투성이가 된 태천 비행장, 마치 달의 표면을 보는 듯 하다. ]

결국 미공군은 북한의 주요 비행장에 대한 공습을 끊임 없이 시행해서 중국공군의 미그기들이 북한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만은 방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 지역내에 어떻게든지 비행장을 건설해서 미그기를 전개하고자했던 중국군은 미공군의 공습이 끝나면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활주로를 철야로 복구하여 단기간내에 다시 작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고는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미공군의 정찰기에 포착되면 어김없이 미공군도 주간, 야간 공습을 쉴새없이 감행했다. 이러한 비행장 폭격은 이후 전쟁이 끝날 때 까지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항상 미공군의 공습에 노출되어있는 북한의 비행장에서 중국공군의 미그기들이 작전이 가능한 시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제51 전투비행단의 F-86E 세이버가 F-86A와 기수를 맞대고 있다. 기수에 검은색의 레이더조준기를 장비하고 있는 것이 E형이다. F-86E는 1951년 7월경부터 생산되는 족족 한국으로 향했지만 모든 F-86A형이 E형으로 교체되는데는 거의 1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

더구나 11월이 되면서 미그앨리의 제공권 다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던 제4 전투비행단을 돕기위해 새롭게 가세한 제51 전투비행단의 F-86E 세이버 전투기들로 인해서 미공군은 한국에 2개 전투비행단 소속의 총 165기의 F-86A/E를 전개시키게 되었으며 이는 이무렵 안뚱기지에 전개하고 있었던 소련공군의 200여기의 미그기들에 수적으로도 대등하게 맞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중국공군도 200여기의 미그기들을 전개하고 있었으며 이들도 미그앨리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질적으로 볼 때 소련조종사들에 비해서 매우 떨어지는 중국공군 조종사들이 조종하는 미그기들이 활발하게 미그앨리에 모습을 나타난다는 것은 미공군에게 있어서는 매우 반가운 것이었다. 이제 고난의 시기였던 1951년 가을과 겨울을 지나 1952년에 들어서면서 미공군의 세이버 전투기들이 미그앨리에서 공산군의 미그기를 맞아 비약적으로 격추전과를 늘리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foxmouse: 한국전쟁 항공전 연재가 너무 길어지고 있네요. 거의 1년이 넘어 버렸습니다. 여하간 2부 '미그앨리'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어쩐지 이거 상당히 지겨운 감이 있네요. 여가한 한국전쟁 만큼은 제대로 리뷰를 하고 싶어서 한동안 한국전쟁 이야기가 연재될 것입니다. 이어지는 3부에서는 한국공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될 예정이며 미그앨리에서 벌어진 공중전의 나머지 이야기도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점점 글이 볼품이 없어지는 것 같네요. 요새 왜이리 바쁜지 시간도 없고, 의욕도 떨어지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국공군의 태동에서부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독자적인 작전이 가능한 공군으로 일어서는 과정을 정리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