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Rolling Thunder

◇ Act 6. 베트남전의 꽃 ◇

(Flower of Vietnam War)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0. 8. 31

한국전쟁이후 항공기술의 황금기였던 1950년-60년대까지 미국은 수많은 항공기들을 개발하여 이들의 장단점을 연구하였다. 많은 항공기 제작사들이 공군과 해군의 지원하에 여러 종류의 제트기를 개발하여 경쟁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많은 항공기들을 제작하면서 내린 결론은 빠른 속도와 장거리 항속력 그리고 뛰어난 전자장비와 무장탑재능력이 신세대 군용기의 척도라는 것이었다. 이후 계속적인 전투기의 개발을 해온 미군은 자신감에 넘친 나머지 몇가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이것은 베트남전을 통해서 입증이 되게 되었다.

[ 대표적인 다목적 전폭기 F-4B 팬텀,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전무후무하게 미공군과 해군이 모두 주력기로 채택한 기체로서 다양한 탑재 능력과 원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었던 점이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근접 공중전이 벌어졌을 때 기관포가 없었던 점이 가장 큰 문제거리였다. ]

미군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가장 큰 문제점은 미공군에게 베트남전이 개전될 때까지 공대공 전투를 담당하는 순수한 제공 전투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항공기 개발경쟁에서 살아남은  F-100D 슈퍼세이버, F-105D 썬더치프, F-4C 팬텀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전에 투입된 대부분의 항공기들은 전투기라기보다는 폭격의 임무를 병용하는 전투폭격기라는 개념에 가까웠다. 미해군의 F-8 쿠르세이더 정도가 비교적 공대공전투를 위한 기체로 볼 수 있겠으나, 이역시 폭장을 염두에 두었던 전폭기였다.

이것은 미국 항공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적의 전투기도 하늘에서 제압하고, 지상공격의 타격력까지 갖춘 다목적 기체들을 개발하는 것이 당시 미공군, 해군을 지배하고 있던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서 항공기 제작사는 순수하게 공대공 전투만을 담당하는 제공전투기를 설계하는 것조차 금기시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설계해봤자 군에의해 채택 되지 않을 위험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군당국자들은 이런 다목적기를 많이 갖추는 것이 폭격기와 전투기의 임무를 별도로 하는 기체들을 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게다가 공중전의 승리는 막 도입되어 실전배치가 끝난 사이드와인더나 스패로우 같은 공대공 미사일에 의해서 얻어 질 수 있다고 믿어졌고, 따라서 기관포 무용론까지 대두 되어 드디어 전투기가 탄생한이래 최초로 기관포가 없는 전투폭격기 F-4 팬텀이 탄생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실상 이러한 점들은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기 때문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 바탕에 깔려있었다. 사실, 항공기술에서는 어떤 나라와도 견줄 수 없는 독주를 거듭하던 세계의 부국 미국이었기에, 이 항공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제공권을 장악하고 적의 지상부대까지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으며, 3류공군 취급을 했던 월맹의 미그-17과 미그-21과 같은 공중전만을 위해 설계된 요격기들의 도전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 미그-17F형의 모습, 겉으로 보기에는 미그-15에 비해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인 성능이 훨씬 향상된 기체였다. 미그-17은 순수하게 요격을 위해 설계된 기체였으며 설계를 최대한 단순하게 하여 양산을 용이하게 하였지만 전투기가 갖추어야 하는 요소는 모두 갖춘 소련식 전투기였다. 사진의 기체는 소련공군의 데몬스트레이션 컬러를 도색한 기체이다. ]

초기 월맹 공군 전력의 중핵으로 베트남전 초기에 맹활약한 미그-17 전투기는 소련이 한국전의 경험을 통해서 미그-15를 더욱 발전시켜 개량한 기종이었다. 그러나 미그-15와 동일선상의 기체로 볼 수는 없는데 그것은 사실 미그-15와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설계가 시작되었던 기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전쟁에서 입증된 미그-15의 장점(날렵한 기동성)을 살렸고, 이에 더해서 보다 얇고 넓은 주익으로 속도와 기동성이 더욱 향상되었다. 수직미익의 설계도 대폭 개선되어 모습은 어느정도 미그-15와 비슷했으나 성능에서는 미그-15보다 더욱 진 일보한 기종이었다. 그러나 양 전투기의 모습의 유사성으로 인해서 미군은 미그-15와 미그-17을 혼동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미그-17은 초음속기는 아니었다. 베트남전에서 맹활약한 미그-17은 초기형인 A형과 애프터버너를 갖춘 F형이었는데 특히 F형은 강한 추력으로 상승력과 선회력이 더욱 보강되었다. 미그-17은 미사일을 장비하지는 못했지만 기수에 장비된 2문의 23mm, 1문의 30mm 기관포의 강력한 화력으로 비교적 튼튼한 미군기들의 동체나 주익을 간단하게 찢어놓을수 있었다. 그후 1972년에 이르러 AA-2 아톨 적외선 추적미사일도 2발을 장비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무엇보다 미그-17이 보여준 최고의 강점은 베트남전기간동안 미해군의 F-8을 제외한 어떠한 미군기들보다 수평 선회성능이 우수했다는 것이다. 2차대전까지 전투기의 전형적인 성능지표중의 하나였던 선회성능은 강력한 제트엔진의 개발과 미사일의 도입으로 전투기의 주요 성능 지표에서 무시되는 경향이 강했으나, 결코 전투기에게서는 빼놓아서는 안될 점이라는 것이 베트남전에서의 미그-17의 활약으로 다시 인식되게 되었다.

[ 월맹군의 MiG-17F의 도색의 예, 베트남의 정글과 조화를 이루는 도색과 작은 기체, 연기가 없는 엔진으로 인해서 저공으로 근접해오는 미그-17을 미군기 조종사들이 발견하기 어려웠다. ]

1965년까지 벌어졌던 몇차례의 공중전을 통해서 미군은 월맹 공군의 존재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근접전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감하게 되었다. 미그-17은 대개 레이더관제를 받으면서 저공으로 비행하여 미군기들의 탐지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몰래 접근한후에 갑자기 미군기들의 후방으로 상승하여 기습을 가한후에 즉시 이탈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고속 전폭기였던 F-105는 폭탄을 만재하는 경우 속도가 뚝떨어져 아음속의 미그-17에게 따라 잡히기 일쑤였고, 미그-17의 집요한 추적을 따돌릴 가속력과 기동성이 없었다. 게다가 호위전투기로 초기에 기대를 했던 F-100D조차 미그-17을 잡기에는 가속력 및 선회능력이 부족해서 이탈하는 미그-17을 따라잡지 못했다. 사실 다목적기라는 관점에서 개발된 대부분의 미군기들은 순수한 공대공 전투 능력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 미공군 지상공격작전의 주력기였던 F-105, 저공에서의 엄청난 비행속도가 자랑거리였으나 폭탄을 만재하면 속도가 아음속으로 떨어졌다. 전형적인 전폭기로서 선회성능이 미그-17보다 매우 떨어져, 미그-17에게 후방을 내주는 경우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

특히 신무기인 레이더유도미사일의 장착이 가능했던 F-4 팬텀은 AIM-7의 도입으로 적기를 원거리에서 공격할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공중전시에 엄청난 이점이 될 수 있었으나, 정치권의 압력에 따른 교전규칙 (반드시 적기를 육안식별후 공격하라는.. )에 따라서 팬텀의 가장 큰 장점이 제한되었고 이러한 불합리한 요인에 발목을 잡힌 팬텀은 어쩔 수 없이 근접전투에 휘말려 드는 일이 빈번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스패로우와 같은 장거리 유도탄은 빗나가는 일이 많았고, 근거리 교전이 벌어지면 AIM-9사이드와인더 조차 최소 사정거리의 안쪽으로 미그-17이 파고들면 사용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미해군에 의해 버려진 자식 취급을 받았던 기관포는 팬텀 조종사들에게는 사막의 신기루에 비춘 절실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기관포가 없었던 F-4는 근접전투가 벌어지면 속수무책인 경우가 허다했고 많은 조종사들이 기관포가 없다는 점에 분통을 터트렸던 것이다. 이에 새로운 대항전술이 없이는 미그-17이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적수임을 인식한 팬텀조종사들은 팬텀의 강한 추력을 이용한 수직선상의 공중전술을 익혀야 했다.

[ F-4가 도입되기 전까지 미해군의 주력 전투기였던 F-8 크루세이더, 미그-17에 대해서 유일하게 대등한 선회전을 구사할 수 있었던 미군의 기체로 꼽힌다. 20mm기관포를 4문이나 장착했던 기체로서, final gun fighter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공중전에서의 격추교환비에 있어서는 팬텀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였던 점이다. ]

결국, 베트남전을 통해서 10년정도는 떨어진 기술력의 고물 취급을 받았던 미그-17은 미군의 신형전투기들에 대하여 효과적인 대항이 가능함을 증명했고, 이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미군조종사들로부터 베트남전의 꽃이라고 까지 불리웠다.  베트남전의 초기에 참가하여 미그-17과의 전투를 경험했던 몇몇 미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자신의 전투기가 차라리 F-86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는 뒷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결국 나중에 베트남전이 끝나자 미공군과 해군은 베트남전의 뼈저린 교훈과 참전 조종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각각 전적으로 제공전투만을 전담하는 F-15와 F-14를 개발하여 배치하였는데, 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월맹공군의 MiG-17에 의한 미그 쇼크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