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Rolling Thunder
(Stratofortress)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0. 11. 8
지금까지의 롤링썬더 기간동안 베트남항공전에서의 주역은 미군의 공격기부대들과 이에 대항해서 훌륭하게 싸웠던 북베트남의 미그기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대공미사일이었다. 그러나 하늘의 저편에서는 또 하나의 항공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미공군의 B-52 스트레토포트레스(성층권의 요새)의 맹폭과 이에대항했던 월맹군과의 끈질긴 사투였다. 2차대전에서 맹위를 떨쳤던 미공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던 B-17 하늘의 요새와 B-29 초공 요새의 뒤를 이어 보잉사가 전략 폭격기로 설계하여 제트시대에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존재였던 B-52는 그 성층권의 요새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8발의 플랫 휘트니 엔진을 장착한 기체로서 미전략공군의 중핵을 이루는 중요한 중폭격기였다. 그러나 대공미사일의 위협이 있는 베트남의 하늘에서는 이 폭격기를 투입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한 미공군은 이 폭격기를 SA-2나 미그요격기들이 집중 배치되어 방어했던 하노이/ 하이퐁지구에는 투입하지 않았으며, 주로 월맹의 수송로였던 북베트남 남부의 호치민 루트를 포함한 지역에 대해서 폭격작전에 투입하였다.
[ 미국만이 운용할 수 있는 항공기, B-52 성층권의 요새가 베트남의 하늘을 날고 있다. ]
1966년 4월 처음으로 B-52편대의 폭격이 시작된 이래 1968년까지 수천회의 폭격이 감행되었다. 제트엔진을 8개나 장착한 이 중폭격기는 대당 28-30톤의 폭탄을 싣고 북베트남군의 주요 수송로나 월맹 정규군 또는 베트콩이 활동하리라 예측되는 정글지역까지 무차별 폭격을 퍼부었다. 이 지역에서는 미그나 SAM의 위협이 거의 없었으므로 이 B-52편대는 하늘의 무법자처럼 지상을 휩쓸어 버렸으며 이들이 투하한 폭탄세례는 그야말로 지옥의 불길처럼 정글을 집어 삼켜버렸다.
지상에서 폭발하는 폭탄의 폭음도 안들리는 고고도에서 지상의 폭격을 컴퓨터와 레이더에 의해서 수행하던 승무원들은 마치 다른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지상의 아비규환과는 거리가 먼 것같이 단조로운 임무를 수행하였다. 고공에서 내려다본 폭격장면은 폭탄의 폭발섬광이 붉게, 노랗게 물들면서 번져가는 모습이 마치 보석으로 수놓은 카페트를 펼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며, 이에 매료된 한 승무원은 이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전혀 잊고서 한편의 시까지 지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한편 지상의 월맹군과 베트콩들에게는 참으로 혹독한 시련이었다. 정글의 좁은길을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물자를 실어 날르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이 가난한 나라의 병사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무차별 융단 폭격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던 최대의 고난이었다. 주로 사용된 폭탄이 폭풍을 유발하는 강력한 일반폭탄이어서 폭발지역근처에 있기만 해도 충격파나 후폭풍에 휘말려 사망하거나 날아온 돌덩어리, 나무파편등에 사지가 잘리고 고막이 터져서 병신이 되기 일쑤였다. 이 융단 폭격의 가장 큰 피해는 직접 폭탄의 폭발이나 파편에 휘말리는 것보다 이러한 폭풍에 날아가서 생기는 것이어서, 점차로 지상의 병사들도 이러한 B-52의 접근을 미리 알아차리는 법과 폭풍에 대처하는 법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베트남전중 대개 B-52는 괌의 미공군 기지에서 출격했다. 이 거리에서 35발의 1000파운드 폭탄을 싣고 날아오는 B-52의 접근을 미리 알기 위해서 월맹군이나 베트콩 감시병들은 양동이에 물을 떠놓고 유심히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미세한 파동이라도 있는지 감시를 했다고 한다. 대개의 경우 B-52가 접근해오면 수면에 특징적인 미세한 진동과 파동이 일었으며, 이것은 거의 적중했다. 이런경우 B-52의 접근경보가 즉시 인근 지역으로 퍼졌고 폭탄의 폭풍에 대비하기 위해서 베트콩들은 적응력을 발휘하여 나무와 나무사이에 철사를 연결해놓고 이 철사줄에 매달렸다. 후폭풍이 아무리 강해도 날아가지만 않으면 죽음과 부상을 최소화 할수 있었으므로 사방에서 폭탄이 터지며 몰아치는 악몽과도 같은 폭격의 화염과 폭풍속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철사줄을 잡고서 빨리 이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빌었다.
이 창의로운 방법의 효과는 매우 컸으며 양동이와 철사줄만 있으면 B-52의 융단폭격에도 지상의 병사들이 폭탄의 직격만 맞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미공군의 최첨단 레이더와 컴퓨터에 의한 융단폭격과 북베트남 병사들의 원시적인 양동이와 철사줄과의 싸움은 전쟁이 끝나갈때 까지고 끈질기게 이어졌다. 물론 B-52의 폭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러한 사투의 승자가 누구였는지는 전쟁의 결과가 말해주었다고 할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