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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6. 미치광이 알버트 볼
[동안의 알버트 볼, 이 웃음뒤에는 전사의 기질이 숨어있었다.]
1916년 유럽의 하늘에 격렬한 공중전이 시작될 무렵, 영국 언론의 격찬을 받던 용감한 젊은 조종사가 있었다. 그는 약관 20세의 나이로 영국의 국가적인 영웅이 되 버린 알버트 볼이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전선에 배치된 볼은 애초부터 날렵한 단좌기를 모는 전투조종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둔중한 BE2C기로 이루어진 정찰기 부대에 배치되자, 이핑계 저핑계로 편대 작전을 거부하고 대대에 배속되어 있던 유일한 단좌기였던 브리스톨 스카우트기를 조종하며 정찰 작전을 수행했다. 물론 정찰 임무만을 수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브리스톨 스카우트기를 마치 곡예비행하듯이 조종하면서 적진 상공을 누볐다. 이것은 훗날 벌어질 격렬한 공중전을 대비하기 위한 자기 수련의 과정이었다.
1916년 포커 아인데커의 위력이 그 위세를 더해감에 따라 연합군측에서 새로이 개발된 신예전투기 뉴포트 17은 바로 알버트 볼이 바라던 바로 그 기체였다. 힘은 조금 약했으나 당시 어떤 기체보다도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했던 뉴포트 17은 창공을 바라보면서 전의를 불태우던 사자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과 같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절대 물러설 줄 몰랐던 사자의 용기를 가졌던 조종사라 평해지는 알버트 볼은 1916년 5월 알바트로스 C I기를 첫 번째 제물로 삼아 그의 화려한 경력을 시작했다. 최초의 에이스중 오스왈드 뵐케, 막스 임멜만, 레이노 호커등이 위대한 전술가였다면, 알버트 볼은 단연 최고의 투사였다. 1916년 7월 2일, 관측용 기구를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볼은 기구를 수비하던 독일의 롤랜드 CII기를 격추시킨 후 격렬한 대공포화를 무릅쓰고 기구까지 격파함으로서 그 용맹함을 과시했다. 이후 8월 10일 제 11비행대대로 전출되면서 20세의 나이에 중위로 진급했다. 1916년 여름이 시작되면서 알버트 볼은 더욱 그의 숨은 잠재력을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이 분출했다. 그는 고도의 전투기량을 요구하는 전술을 사용해 적을 공격했다. 적의 편대 가운데를 정면 돌파하여 적의 편대를 흐트러 놓는가 하면 1:5의 상황이 되어도 전혀 물러설 줄을 몰랐다. 그는 1916년 여름동안 적기 30대 격추라는 엄청난 전공을 달성해놓고 있었다. 그는 양쪽 공군사이에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알버트 볼이 주로 사용했던 전술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적기의 후하방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숨어들어가 아래쪽에서 공격하는 전술이었다.]
특히 알버트볼은 구름아래쪽의 저공을 비행하면서 상공에있는 적기를 발견하면 그 후하방에서 몰래 따라가면서 점점 고도를 높인후 뉴포트17의 상익에 장착된 기관총을 이용해서 적기의 바로 아래쪽에서 사격을 퍼부어 결단내 버리는 전술을 즐겨 사용했다. 특히 뉴포트 17은 기미가 약간 무겁고 안정성이 있어 사격시에 두손으로 상익의 루이스 기관총을 잡고 안정적으로 사격할 수 있었다. 그는 사격을 퍼붓고는 신속히 이탈했다. 그는 공격시에 기습의 이점과, 방어 및 공격에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최고의 투사로서 명성을 날리던 무렵의 알버트 볼]
1916년 8월말 치열한 공중전와중에서도 알버트 볼 특유의 전술과 우수한 기량은 독일공군의 맹공속에서도 그를 계속 살아남도록 해주었다. 기수의 스피너에 붉은 색을 칠한 그의 뉴포트 17은 독일공군 조종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독일측에서도 '미치광이 알버트볼을 조심하라~'라는 말이 나돌정도로 우군과 적군사이에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편대에 속한 전투보다는 홀로 전장을 누비는 데에 익숙해 있었다. 부대장이었던 스미스 바리 소령은 이러한 볼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에게는 단독으로 자유로운 개별 초계임무를 허락했다. 1916년 10월 4일, 볼의 안전을 염려한 영국정부의 명령으로 전선을 떠난 볼은 본토에서 교관으로 전속되었다. 영국군에게 있어서 알버트 볼의 존재는 그가 얼마나 많은 적기를 격추시켰느냐는 점보다는 그의 용맹스런 전공이 얼마나 영국군의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볼은 이런 교관생활을 싫어했다. 그는 타고난 전사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곧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새로 편성된 제 56비행대대로 배치되었고 선도 편대인 A편대의 편대장으로 활동했다. 1917년 4월 독일공군의 알바트로스 D III가 맹위를 떨치는 속에서도 볼은 계속 전과를 올려나갔고, 4월말 새로 장비된 SE5a로 이루어진 편대를 거느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신형기보다도 볼은 뉴포트 17을 더 좋아했다. 그는 기동성 좋은 뉴포트 17이 이 맹렬한 공중전속에서 더 어울리는 기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4월 23일 그는 뉴포트17을 타고 알바트로스 D III를 격추시켰다. 이 공중전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알바트로스 D III는 뛰어난 속도와 상승력으로 볼의 뉴포트 17의 사정권을 재빨리 벗어나고는 다시 공격해왔다. 결국 격추시키기는 했으나, 이 공중전이후 그는 공중전에 있어서 기동성많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속도와 안정성에서 뛰어난 SE5a의 잠재력을 알게 된 볼은 점점 이 SE5a에 익숙해져갔고 알바트로스 D III를 상대해서도 계속적으로 격추전과를 달성해갔다. 결국 5월1일 하루동안 그는 독일 공군의 단좌기와 복좌기를 합쳐 모두 9대를 격추시키는 대전과를 달성했다. 그러던중 제 56비행대대는 리히토펜이 지휘하는 독일의 야스타 11이 출현하는 지역으로 배속되었고, 이 양측의 뛰어난 비행대대들이 자주 조우하여 격전을 벌이는 일이 잦았다. 볼의 편대는 야스타 11의 기체들과 자주 조우하였으나 볼과 리히토펜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역시 다른 천재 조종사들이 그러했듯이 볼의 운명도 역시 그가 최전성기를 구가할 무렵에 찾아왔다. 1917년 5월 7일 독일 점령지였던 아놀린이라는 작은 마을의 상공에서 벌어진 56비행대대와 야스타 11의 공중전이 벌어졌다. 이 공중전에서는 야스타 11의 알바트로스 D III기들이 높은 고도에서 기습을 해왔으며 순식간에 56비행대대의 SE5a 4대가 격추되는 것을 시작으로 격렬한 공중전으로 변해 버렸다.
이 전투에서 알바트로스 D III 1기를 격추시킨 볼은 이후 8000피트 고도의 구름속으로 사라진후 기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무렵 지상의 독일군들은 구름속을 뚫고 나온 비행기 1대가 마을근처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전설적인 인물답게 추락후 부서진 기체로 뛰어온 한 농부의 딸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으며, 그는 21세의 나이를 불과 11주 남긴 시점에서 44기의 공인격추기록을 끝으로 전사했다. 이후 영국의 죠지 국왕은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그의 부모에게 추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