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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3 최강의 전투기 (Best Fighter of War)
전쟁중 최강의 전투기가 어떤 것인가? 하는 내용은 어떤 전쟁이던지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고 또 서로 이견이 많은 부분일 것이다. 1차대전은 4년의 짧은 기간동안이었지만 항공분야의 기술은 완전히 급상승 했으며 따라서 대부분의 각군의 주력 전투기들은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후계 기종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종전시까지 프랑스가 50종, 영국이 40종, 독일이 30종, 이탈리아가 30종, 그리고 미국이 9종의 항공기를 생산하여 전선에 투입했을 정도로 계속적인 개량과 모방이 각국에서 이루어졌다. 당연히 전쟁 후반기에 등장한 전투기들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가졌을 것이나 이들은 막상 전선에서 활약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전반적으로 기여한 부분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알바트로스 C I 2인승기의 취약부위를 설명하는 일러스트, 붉은 색으로
칠해진 부위가 사격시에 노려서 명중시켜야하는 부위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1차대전의 전투기들은 그리 약하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의 기체들은 수십발의 총탄을 맞더라도 비행을 계속 할 수 있었다. 기체의 구조는 간단했으나 어느정도는 견고한 설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기체의 동체는 튼튼하고 간단한 뼈대들로 구성되었고 표면과 날개는 불이 잘 붙지 않는 처리가 된 실크나 얇은 천으로 둘러 쌓인 나무나 알루미늄재질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총탄이 명중하더라도 축을 이루는 뼈대나 엔진, 조종계통에 손상을 주지 않는 한 기체를 그냥 통과해 버렸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적기를 격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명중탄을 퍼부어야 했으며, 조종사들은 적기의 취약부분을 분석하여 엔진, 연료통, 조종석등을 겨냥해서 사격하도록 교육을 받았다.
[ 시대를
뛰어넘는 멋진 디자인의
알바트로스 D.II, 성능에서도 시대를 뛰어 넘고 있었다. ]
아마도 전쟁 중반에 하늘을 장악하며 전격적인 우세를 보였던 독일의 알바트로스 D시리즈야 말로 1차대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기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16년 겨울에 들어서 다른 전투기들보다 강력한 출력의 엔진과 당시로서는 대부분 기관총 1정을 표준 무장으로 하던 시기에 스팬다우 기관총 2정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했던 알바트로스 D I과 D II는 아인데커가 빼았긴 공중우세를 연합군기들로부터 되찾아 오는데 주역이었다.
무엇보다 동시대의 다른 전투기들이 전쟁 이전의 설계를 바탕으로 했던데에 비해서 알바트로스기는 개전이후에 본격적인 전투기로서 설계가 되었기 때문에 전투 조종사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 되었다. 알바트로스기는 셀룸식의 새로운 날개와 V자형의 지주, 그리고 수퍼차저를 장착한 메르세데스 D.III 엔진을 장착하여 고고도에서의 성능이 뛰어 났다. D시리즈의 결정판이라 할수 있었던 알바트로스 D.III는 동체를 세미모노코크식으로 합판과 스푸르스 목재를 섞어서 제작했으며 날개는 합판으로 제작했다. 처움에는 라디에이터(냉각기)를 상익의 중앙에 설치했었으나 적탄에 피탄시에 뜨거운 물이 흘러나와 조종사가 심한 화상을 입는 사고가 빈번했던 이후로는 상익의 우측으로 이동장착하게 되었다. 이전 전투기들의 단점이었던 조종사의 시계도 다른 기체들보다는 뛰어 났었는데 프랑스제 뉴포트 17기의 짧은 하익의 설계를 모방하여 제작하게 되어 하방 시야가 월등히 향상되었다. 1917년 1월 1호기가 인도된 이후 1917년 11월까지 450여대가 배치되어 명실공히 독일공군 야스타의 주력 전투기가 되었다.
[영국군이
노획하여 공개한 알바트로스 D.Va형의 사진 - 독일 공군조종사들의 큰 기대와는 달리
D.III에 비해 큰 개선은 없었다.]
영국군에게 잊을수 없는 악몽이었던 '피의 4월' 당시 무참하게 연합군 전투기들을 격추시켜 나갔던 주역이었다. 그러나 가끔 급강하시에 날개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균열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있었다 이 알바트로스 D.III는 종전시까지도 모습을 볼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연합군측이 이에 대응하는 솝위드 캐멀이나 SE5a등을 등장시키면서 그 우세를 빠르게 상실했고 결국 평범한 전투기가 되어 버렸다. 이후 후속 개량형인 DV, DVa기들이 D.III를 대체했으나 큰 성능의 개량은 없었다. 전쟁 전반에 걸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전투기로서의 관점에서는 알바트로스 D.III가 최고의 전투기였다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영국군측에서 가장 성공적인 성과를 올린 전투기는 솝위드 캐멀이었다. 초기에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여 우수한 비행성능을 가졌었으나 기관총이 1정뿐이었던 캐멀은 조종사들이 기체의 불안정한 특성에 익숙해지면서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할수 있었다.
[솝위드
캐멀 - 솝위드 펍을 더욱 개량한 전투기로 우수한 기동성이 자랑거리였다.]
특히 저고도에서는 포커 삼엽기에 육박하는 기동성을 자랑했다. 곧 기관총이 비커 2정으로 강화되자 그 진가를 발휘했다. 많은 조종사들이 이 캐멀기의 뛰어난 기동성을 좋아했다. 전선에서 활약했던 16개월동안 1294기의 독일 항공기들이 캐멀에 의해서 격추되었다. (붉은 남작을 격추시킨 브라운도 캐멀을 타고 있었다.) 그러나 힘은 뛰어났으나 진동이 심했던 공냉식의 로터리 엔진이 유발하는 토크 효과로 인해서 우측으로 선회할 때는 기수를 숙이고 좌측으로 선회할 때는 기수를 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나 캐멀기에서는 이 토크 효과가 심하게 나타나 매우 불안정했다. 결국 많은 초보 조종사들이 이륙하면서 우측으로 조종간을 기울이는 실수를 하면 이내 땅에 쳐밖히는 사고가 빈번했다. 반면 우수한 조종사들은 이 특유의 불안정성을 활용하여 예리한 기동술을 펼치는데 이용했다. 이후 솝위드사는 캐멀을 더욱 개량하여 스나이프를 선보였다. 스나이프기는 포커 D.VII기에 대응할 만한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후 곧 종전이 되어 전선에서 활약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SE5a로
장비된 영국공군 비행부대의 조종사들의 모습, 신형 비행복과 자신만만한 표정이
종전이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알바트로스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제작된 프랑스의 스패드 13과 영국의 SE5a는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비행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안정성은 신참 조종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 기체들은 빠른 속도에 더불어 사격시에 매우 안정적이었으며 캐멀이나 포커 Dr I과 같은 전투기들보다는 선회가 예리하지 못했으나 이외의 다른 독일 전투기들보다는 선회에서도 우세했다. 결국 이들 전투기도은 속도가 중요시 되는 후반기의 공중전에서 많은 조종사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연합군측의 제공권 우세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종전시까지 사용되었다.
한편, 서부전선에서 영국 해군항공대의 솝위드 삼엽기가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다. 레이먼드 콜리쇼의 검은 비행대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영국측은 이 삼엽기의 가능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으며, 더욱 발전 시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솝위드 삼엽기에게 큰 피해를 보았던 독일측이 이 삼엽기를 모방하여 더욱 향상시킨 포커 Dr I을 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17년 4월말 안쏘니 포커는 서부전선에서 심상치 않은 솝위드 삼엽기의 할동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받았으며, 이것은 야스타 11의 에이스였던 칼 알레멘뢰더가 검은비행대와 교전중 격추되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강력한 적기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던 독일측은 포커에게 이를 능가할 수 있는 전투기의 제작을 요구 했으며 결국 그와 동료 설계진들은 삼엽기의 제작을 급히 서둘렀다.
[포커 Dr I 삼엽기 - 뛰어난 공중기동성과 우수한 조종사들로 인해 연합군에게는
무서운 적수였다.
드디어 1917년 8월에 이르러 포커 Dr I 양산기가 독일 공군에게 인도되기 시작했다. 엔진은 일반적으로 스웨덴의 투린사가 제작한 110마력의 르몬 로터리 엔진을 장착했었으며 예상했던 대로 비범한 공중 기동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포커 Dr I의 시험비행사이자 붉은 삼엽기를 조종하며 격추왕 자리를 지키던 리히토펜을 위협했던 독일공군의 최고 에이스중 한명이었던 베르너 포스는 이 기체의 날렵한 공중기동성에 홀딱 빠져들었다. 아마도 그가 전사했던 마지막 전투가 포커 Dr I의 성능을 한마디로 요약했던 일화일 것이다. 베르너 포스는 전투중 홀로 영국의 에이스 제임스 매쿠든이 이끄는 영국의 최정예 56 비행대대의 5대의 SE5a와 전투를 벌였다. 이 무서운 에이스와 그의 포커Dr I은 상상을 뛰어 넘는 곡예기동술을 발휘했다. 베르너 포스는 1:5의 상황에서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고 속도는 빠르지만 선회가 무딘 SE5a 5기의 편대를 상대로 공격적인 기동술을 계속했다. "그는 혼자서 영국 최정예 편대를 상대하는 것 같았다." 이날의 전투에 참가했던 리스 데이비드는 이렇게 술회했다. 특히 매쿠든 편대장을 놀라게 했던 것은 베르너 포스의 삼엽기가 뱅크를 전혀 주지않고 미끄러지듯이 비행기를 돌리는 슬립 턴(Slio turn)을 구사했던 것이다. 이는 포커 Dr I의 넓은 방향타와 수직방향으로 고정능력이 부족한 기체적 특성으로 인해 구사할수 있는 기동술이었다. 포스의 기동은 매우 빠르고 예측하기 곤란했으며 SE5a기들은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포스의 삼엽기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포스는 리스 데이비드가 조종하던 SE5a의 사격을 받아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날의 전투가 끝난후 기지로 귀환한 제임스 매쿠든 휘하의 조종사들은 그들의 기체 모두에 십여발의 총탄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다시한번 놀랐으며 그들은 가장 위대한 독일 조종사중 한명과 교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포커 삼엽기는 어떤 면에서는 과대평가된 면이 많았다. 이는 우수한 기동성능에 더불어 리히토펜과 같은 우수한 조종사들의 애기 였다는 점등이 작용해서 연합군 조종사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포커 Dr I은 속도가 동시대의 연합군 주력 전투기들보다는 떨어졌으며 이로인해 공중전이 선회전만을 벗어나 속도가 중시되게 되자 가치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1918년 5월에 이르러 이 삼엽기는 생산 중지되었다.
[ Best fighter of World War I - 성능상으로는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는 독일의 포커 D.VII ]
물론 1918년 전쟁 막바지에 등장하여 연합군을 놀라게 한 독일의
포커 D. VII이 가장 최고의 성능을 가졌다는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신형 포커기는 기동성은 다른 시대의 라이벌기들보다 최고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수퍼차저를 장착한 BMW와 메르세데스 엔진을 장착하여 시속 124마일이 넘는 속도와
순식간에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엄청난 상승력 (순간적으로는 수직 상승도 가능했다고
함.),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어떤 전투기도 따를 수 없는 고고도 23000피트에서의
우수한 성능이 주무기였다. 이 고도에서는 연합군의 전투기들은 실속에 빠지거나
기수를 숙여 고도를 잃기 마련이었다. 결국 상대보다 높은 고도를 점유하고 전투의
주도권을 쥘수가 있었던 것이다. 연합군의 조종사들은 이 포커 D. VII의 고고도에서의
비행능력을 "그녀석은 마치 프로펠러로 하늘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라며 두려워 했다. 포커D.VII 전투기가 등장한 1918년 4월이후에 독일공군은 6월
한달동안 적기 487대를 격추시켰다. 반면 독일군의 손실은 15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너무 늦게 등장했던 이 포커기는 그러나 종전시까지 412기만이 보급되었고 결과적으로
전세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상징적인 의미로 연합군측은 전쟁이 끝난후 베르사이유
강화 조약에서 이 전투기의 완전 파기를 요구했을 정도였다.
[전쟁 후반기
전독일 공군의 1/4가 사용했다는 팔츠 D3 전투기 - 알바트로스 D Va보다 속도나 내구성이
뛰어 났으나 선회력은 약간 떨어졌다. 성능에 비해서 평가는 좋지 않았던 기종이다.]
전쟁은 이와 같은 전투기의 발전을 이룩했으나, 항공병기로서의 비행기는 1차대전이 끝날 무렵에서야 그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사실 1차대전의 공중전은 이러한 전투기들의 발달과정과 유망한 에이스들의 이야기로 대표되었으며, 실질적인 항공전투라 부를만한 전투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초창기 항공기들의 성능의 한계와 운용전술의 미숙으로 독립적인 공중작전을 수행하여 전쟁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유럽 및 미국등 세계 각국은 항공전력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시작했으며 다가올 최대의 전쟁인 2차대전에서 결국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전력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