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t 7. 프랑스 항공전 (Air battle over France)
1st update - 2001. 1. 30 & 2nd update - 2013. 1. 27
독일군이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시간에 서부 유럽을 전광석화같은 전격전으로 석권해 버리면서, 이제 서유럽에서는 애초부터 독일군에게 효과적인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던 프랑스군과 영국군의 파견부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엄청난 기세로 연합국을 하나 하나 무너뜨리면서 진격해오는 독일군은 최종적으로 전통적인 라이벌이자 1차대전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선사했던 프랑스를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JG53 소속의 공군장병들이 Bf 109E를 정비중에 휴식을 즐기고 있다. 서부유럽전에서의 연전연승으로 독일공군은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
1차대전의 참화에 질려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마지노선만을 구축한후 이것만을 믿고 있던 프랑스군은 독일군이 벨기에를 함락시키면서 진군해오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에는 마지노선이 없으므로 독일군이 벨기에를 통해 마지노선을 돌아서 침공해온다면 마지노선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프랑스군은 옆구리를 완전하게 노출해버리는 셈이 될 것이므로, 독일군의 주력부대가 과연 어느쪽으로 공격해 올지 모르는 고민스러운 상황에 빠져 버린 것이다.
영불 연합군 사령부는 독일군이 마지노선을 돌파하는 강수를 둘리는 없으며, 마지노선과 인접한 아르덴 삼림지역의 경우에는 울창한 삼림으로 인해 독일 전차부대가 넘어오기에는 어려운 곳이라고 분석하였으며 따라서 100만에 가까운 연합군의 주력부대들을 독일군의 예상침투로인 벨기에와의 북쪽 국경쪽으로 배치하는 쪽을 택한후 부대를 이동시켰다. 영불연합군은 자신만만하게 벨기에 국경근처에 포진한후 방어진지를 구축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점령한 독일 B 집단군이 쳐들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영불연합군이 이렇게 하리라는 것을 미리부터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던 독일군 사령부는 쾌재를 불렀다. 독일군이 가장 원하는 각본대로 실제로 영불 연합군의 주력이 벨기에 방면으로 이동하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정찰보고가 들어오자 히틀러는 흥분하여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했다고 한다.
독일군은 벨기에 국경방면의 영불연합군의 주력을 철저하게 기만하기위해서 B 집단군으로 하여금 영불 연합군을 견제하는 정도로 공격하는 척하면서 후퇴하는 방법을 반복하여 계속 신경을 날카롭게 하여 괴롭히면서 마치 언제라도 벨기에 국경을 통해 정면으로 공격할 수 있는 것 처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단숨에 연합군의 허리를 잘라 버리고 영불 연합군의 주력을 완전히 포위해버릴 수 있는 회심의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5월 10일 드디어 프랑스 점령을 위한 작전의 서막이 올랐다. B 집단군이 베네룩스 제국을 휘저으며 연일 승전보를 전해올 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몸이 근질거려하던 A 집단군에 드디어 프랑스 공격명령이 하달된 것이다. 이제나 저제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독일 A집단군의 전차부대가 일제히 시동을 걸고 진군하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연합군측이 전차가 지나가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아르덴의 삼림지대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전차부대는 예상외로 수월하게 삼림을 헤치고 전진하기 시작했으며 이와 동시에 항공지원에 나선 독일 공군의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이이 일제히 이륙하여 아르덴 상공으로 날아갔다.
[ A 집단군의 주공이 순식간에 아르덴 삼림지대를 돌파해서 연합군의 배후로 내달렸다. 이후 양면으로 포위된 영불연합군을 A/B 집단군이 같이 밀어붙여 양동 공격을 가하려는 작전이었다. 벨기에 북쪽에서 포진하던 연합군의 주력부대는 순식간에 포위망에 걸려들어 괴멸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 타임스 2차대전 참조]
독일 전차부대가 돌진해 들어가기 시작한 아르덴 삼림지역은 연합군 사령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있던 침공루트였다. 그러나 사실 이미 독일 공병들은 얼마전부터 아르덴의 숲속에 숨어들어와 전차들이 진군할 수 있는 루트를 은밀하게 손질해놓고 있었다. 공병부대가 미리 개척해놓은 숲사이의 작은 길들을 통해서 전차들이 맹렬하게 삼림지역을 돌파한후 프랑스 영내로 아주 쉽게 진입한 것이다.
그야말로 연합군이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이었으므로 전차부대를 앞세운 A 집단군은 거의 프랑스군의 반격을 받지 않은 상태로 모든 병력과 차량이 아르덴 삼림을 돌파하는데 성공했고, 곧바로 프랑스 영내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아르덴 지역에 배치되어 있던 소수의 프랑스 수비대는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었고, 거의 제대로된 저항도 못해본채로 혼비백산하여 도주하거나 포로가 되어 버렸다.
완벽한 기습에 성공한 A 집단군의 전차부대가 진격을 계속하여 프랑스영내로 계속 들어오게 되면 벨기에 방변으로 거의 모든 병력을 이동시킨 영불연합군의 주력부대는 순식간에 배후를 내주고 앞뒤로 포위되어 이후에는 양쪽으로부터의 협공을 받게될 위험에 처하게 된것이다.
독일 전차부대의 상공에서는 수많은 독일 공군기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니면서 연합군 전투기들을 몰아내고 있었으며 폭격기들은 독일 지상군을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었다. 이무렵 영불 연합군의 항공전력은 수적으로는 독일공군에 어느정도 맞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규모였지만 제대로된 지휘관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전선지역으로 조직적인 출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프랑스공군의 MS 406 전투기들, 이미 어수선한 상황속에서 제대로된 전략도 없이 무작정 적기들을 막기위해 출격한 기체들은 대부분의 경우 절반이상이 돌아오지 못했다. ]
이러다보니 특정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 이지역에 전력을 집중하고 조직적으로 공격해오는 독일공군기들은 전투지역 상공에서 항상 영불 공군기들에 비해 수적, 질적으로 우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미 스페인내전과 폴란드전등에서 현대 공중전의 진가를 맛보면서 많은 실전경험을 쌓은 독일공군의 전투기조종사들은 고성능 전투기인 Bf 109E와 함께 효율적인 전술을 구하사며 연합군 공군기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Bf 109E전투기들이 상공을 장악하고 제공권을 확보하면 어느샌가 독일 폭격기들이 메뚜기떼처럼 무리지어 날아와 영불연합군의 지상군에게 폭탄세례를 퍼부었다. 특히 연합군의 지상포대와 전차부대에게는 귀청을 찢는 싸이렌소리와 함께 상공에서 내려꽂히는 Ju 87 슈튜카야 말로 정말로 공포와 충격을 유발하는 무서운 존재였다.
이렇게 현대 항공전술을 확립하고 지상군과의 상호협동작전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독일공군에 비해서 영불 공군은 항공기들에 대한 조직적인 운용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던 데다가, 갑자기 수세로 몰리면서 하루가 다르게 전선이 무너지면서 혼란상황이 가중되자 전력손실이 늘어만 갔다. 독일군의 진군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고 제대로된 정찰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전투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게 되어, 도대체 어디로 얼만큼의 전력을 투입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데 매우 애를 먹었고, 대부분의 경우 전투지역 상공의 제공권을 쉽게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 독일육군의 침공을 저지하지 못했다.
[
프랑스 전투에서도 슈투카의 영광은 여전했다. Bf 109E들이 하늘을 청소해
버리면 슈투카들이 몰려들었다. 프랑스와 영국의 전차나 방어진지는
슈투카의 눈에 띄는 족족 폭탄을 맞았다. 이 비행기야말로 독일 보병들이
가장 사랑했던 우군이었다. ]
프랑스 전투기들중에서는 가장 신형이었던 드와땡 D. 520 전투기만이 Bf 109E에 맞설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선에 배치된 수가 너무나 적었으며 수적인 주력을 이루고 있었던 MS 406 전투기들을 비롯한 나머지 기체들은 Bf 109E와의 공중전이 벌어지는 경우 1:1로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독일이 아르덴삼림을 돌파하기 시작할 무렵 영국공군의 대륙파견부대는 겨우 40대의 허리케인 전투기와 20대의 글라디에이터 전투기들을 프랑스에 파견해 놓은 상태였으며, 프랑스의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보다 많은 수의 허리케인과 데파이언트 전투기들을 속속 본토에서 이륙시켜서 최전선으로 파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전 독일군에게 조국을 빼앗긴후 프랑스로 자신의 전투기를 가지고 망명해온 벨기에 공군의 조종사들도 연합군과 함께 출격행에 나섰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온 영국제 허리케인 전투기를 몰고 연합군기들과 함께 날아올라 독일공군에 대항해 싸웠다.
[ 영국 파견군의 허리케인, 이무렵 전투지역에서는 가장 우수한 연합군 전투기중 하나였으나 Bf 109E에대해 전반적으로 열세에 몰렸다. 영국 공군은 프랑스 전투에서 최초의 3일동안 232기의 항공기를 손실하는 등 참패를 거듭하며 큰 손실을 입었다. ]
하지만 이런 연합군의 전투기들은 용감하게 전투지역으로 날아오르기는 했지만, 효과적인 협조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경우에 독일공군의 공세를 막는 수세적인 임무에만 투입되다보니 하늘에 날아오른 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쩔줄 모르는 상태로 우왕좌왕하다가 독일 전투기들의 맹공을 받고 격추되는 사태가 빈번했다.
[ 영불 공군기들과 격전을 벌이면서 독일공군측의 피해도 상당했다. 전투손상으로 수리를 받기위해 후방으로 물러난 독일공군의 항공기들 ]
연일 전투 손실이 증가하면서 양측의 항공전력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자 점점 다급해지는 프랑스정부는 전투기 생산을 독려하여 매일 수십기의 새로제작된 전투기들을 일선부대로 인도했지만 이 전투기들은 도착하는 족족 격추되거나 지상에서 격파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며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는 사정이었다. 영국공군 사령부에서도 파견부대의 항공기들의 손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자 본토 방어 사령부에서는 계속 전투기와 폭격기들을 빼내 프랑스로 증파했다.
[ 영국 공군의 정비원들이 블렌힘 폭격기에 급히 폭탄을 싣고 있다. 영국 폭격기들의 피해도 심각해서 최초의 2일간 블렌힘 폭격기 2개 대대가 전멸했다. ]
한편 연합군의 폭격기부대의 상황은 더욱 초라한 신세였다. 프랑스공군이 보유한 폭격기중 가장 우수한 LeO 451이나 브레게 693은 이미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전투에 투입되기에는 너무나 느리고 방호력이 빈약하여 독일 전투기를 만나면 손쉬운 먹이가 될 신세였고 영국측의 페어리 배틀 폭격기와 같은 구식기들도 마찬가지로 독일 전투기와 대공포화에 맥없이 격추되고 있었다. 더구나 연합군은 폭격기 부대를 출격시킬 때 전투기의 엄호를 제대로 붙이지 못하다보니 폭격기 부대의 희생이 턱없이 커지게 되었다.
그나마 비교적 신형이었던 영국공군의 브리스톨 블렌힘 폭격기의 경우에는 비교적 훌륭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Bf 109E와 같은 고성능 전투기의 위협으로 우군 전투기의 호위없이 단독으로는 적진으로 침투하는 작전은 거의 불가능했다. 사실 이무렵 영국공군은 방어에 급급한 상황에 몰리면서 요격임무를 수행할 전투기의 숫자 자체가 너무나 부족해 공격임무에 나서는 폭격기들에게 호위전투기를 붙이는 것조차 매우 버거운 형편이었다.
이러다보니 적은 수의 허리케인 전투기들이 폭격기들을 호위해서 목표지역까지 무사히 당도한다해도 전투지역 상공에서 요격을 위해 달려드는 독일 전투기들에 비해 수적으로 1:5 정도로 열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는 영국 전투기의 조종사들은 폭격기의 호위는 커녕 독일전투기들의 요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에도 힘에 겨운 형편이었던 것이다.
[ 보기힘든 프랑스 공군의 사진, MS 406 과 미제 호크 75 전투기들이 혼성편대로 출격했다. ]
본토를 떠나 야전에 급히 조성된 영국파견부대의 비행장들에는 조기경보를 할 수 있는 관측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기들이 공격해오는 경우 효과적인 기지방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다보니 갑작스런 독일 폭격기들의 기습으로 미리 경보를 받지 못한 영국 파견군의 블렌힘 폭격기 1개 대대가 지상에 앉아 있는채로 폭탄세례를 받아 한 대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두 전멸해 버리는 황당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완전히 혼란에 빠진 연합군 사령부는 이미 지휘능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연합군 폭격기 부대는 상부로부터 너무나 무모한 목표에 대한 공격명령을 받는 경우가 속출했고 거의 돌아오지 못할 출격행에 나서야했다. 이런 비효율적인 명령을 받은 수많은 연합군 폭격기들이 용감하게 독일 진영으로 출격했으나 대개의 경우에는 목표근처에도 가보지 못한채 독일 전투기의 요격을 받거나 대공포화망에 걸려 손실되었다.
[
프랑스의 호크 75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Bf 109E의 날렵한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 프랑스 전투의 전형을 상징하는 듯하다. ]
이 중에서도 가장 참혹한 피해를 입은 부대는 1940년 5월 17일 독일 점령하의 벨기에 교량 폭파를 명받은 영국공군 제 82 폭격기대대의 블렌힘 폭격기 부대였다.
이 주요 목표에 대한 공습작전에서 용감하게 적진상공을 돌파하던 12기의 폭격기들은 목표 교량에 다다르기도 전에 고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15기의 Bf 109E 전투기들에게 발견되었다. 독일측도 이 다리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주요 전략적 요충지였으므로, 독일전투기들이 항상 상공을 순찰하며 연합군기의 공습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블렌힘폭격기들을 따라온 호위 전투기가 단 1기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Bf 109E 전투기들은 쾌재를 부르며 말벌떼처럼 몰려들어 요격해왔다. 폭격기의 방어총좌 사수들은 필사적으로 기관총을 난사했지만 대부분 허공을 가를뿐이었다. 날렵한 Bf 109E 전투기들은 너무나 쉽게 기관포탄을 명중시켰으며 손상을 입은 폭격기들은 편대를 이탈하여 도주하려고 했으나 상황은 돌이킬 수가 없었다. 결국 단시간의 교전만에 총 11기의 폭격기가 검은 연기를 끌면서 지상으로 추락해 버렸으며, 단 1기만이 총탄에 구멍투성이가 된 상태로 간신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무모한 임무에 출동한 영국 폭격기 조종사들은 그들의 용기를 죽음과 맞바꾼 대가로 사후에 빅토리아 훈장을 추서 받았다. (이것은 2차대전중 최초의 빅토리아 훈장이었다.) 하지만 소중한 조종사들을 이렇게 쉽게 잃는 다는 것은 훈장같은 것으로 보상할 수 있는 수준의 피해가 아니었다. 이날의 작전은 영국 공군의 전사에서 가장 큰 실패를 한 항공작전으로 기록되게 된다. 그동안 '폭격기는 무적이며 무엇이든 돌파하여 박살낼 수 있다!"라며 자신감에 불타오르던 영국 폭격기부대 지휘관들은 그들앞에 펼쳐진 냉혹한 현실앞에서 명백한 한계를 알게 되었다.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그들의 폭격기는 전혀 무적의 존재가 아니었으며 적의 전투기가 우글대는 적진상공을 폭격기로 비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을...
[ Bf 109E에게 격추된 영국공군 페이러 배틀 폭격기의 잔해 ]
전투기간의 공중전에서도 연합군측의 열세가 명백했다. 특히 스페인 내전에서 경험을 쌓은 독일 공군의 조종사들은 전술에서 연합군 조종사들을 압도하고 있었고 그들의 최신형 Bf 109E는 성능면에서도 모든 적기들을 완전히 압도했다.
프랑스 공군의 상황이 특히 한심한 지경이어서 주력 전투기들의 대부분이 독일의 Bf 109E에게 제대로 대항해 보지도 못하고 격추되었다. 영국 공군은 연합군기중 가장 성능이 우수한 허리케인을 파견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상승률과 속도에서 Bf 109E에게 떨어졌고 효과적인 집단 운용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한수 아래의 연합군 전투기들을 상대로 격추 기록을 올린 많은 독일 조종사들이 일찌감치 에이스로 등록하고 자신의 애기에 자랑스런 격추마크를 그려넣었다.
[ 프랑스에도 에이스는 있었다. D520 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프랑스공군의 미쉘 마동, 프랑스 전투기간 Bf 109E를 포함하여 5기이상의 독일기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 기간동안 독일 전투기 조종사들이 구사하는 전술중 가장 위력을 발휘한 것은 매우 고전적인 공격방법으로 상승하여 높은 고도를 확보한후 태양을 이용하여 숨어있다가 적기를 발견하면 태양을 등지고 최대한 몰래 접근하다가 갑자기 적기에게 급강하하면서 집중적인 사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급강하에 발생하는 높은 네가티브 압력에서도 연료공급을 원할하게 유지할 수가 있었던 연료분사장치라는 비밀장치를 설치한 Bf 109E의 심장 - '다이믈러/벤쯔' 엔진이 이런 전술을 가능하게 해주었으며 이 공격방법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신참 조종사들에게도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상에서는 독일 전차부대가 맹렬한 기세로 프랑스영내로 돌진해 옴에 따라서 연합군의 야전 비행장들이 전차포화의 사정권안에 들어오게 되면서 연합군 공군의 지상병력도 허겁지겁 철수를 해야하는 상황까지 겹치고 있었다.
[ 출격후 재급유중인 Bf 109E, JG 20 전투비행단 제 1중대장 발터 외자우 대위의 기체이다. ]
이렇게 독일 지상군의 야포 사정거리로 들어온 비행장의 항공기들이 포격을 피하기 위해 모두 후방으로 급히 후퇴하여 후방에 급조된 허름한 야전 비행장에서 작전을 해야했다. 대부분의 경우에 너무나 상황이 급박하여 조직적인 후퇴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많은 물자와 항공기 부품등이 그냥 대충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다시 이전한 후방 비행장에서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졌으며, 이런 상태에서는 항공기 운용에 가장 필수적인 제대로된 정비작업 조차 거의 기대하기 어려웠다.
정비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혼란 상황에서는 부품과 탄약, 연료등이 부족했으므로 평소같으면 간단한 정비를 받고 금새 날아오를 수 있었던 기체들이 단지 사소한 고장이나 가벼운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정비에 필요한 부품이 없어서 그대로 지상에 방치되었다. 결국 이런 기체들은 얼마후에 날아들어온 독일공군기들의 사격 연습용 표적이 되어버리거나 독일 전차에게 파괴되었다.
[ 아르덴 삼림을 돌파한 독일 전차부대가 프랑스의 평원을 질주해 들어가고 있다. 이들의 머리위에는 항상 든든한 독일 공군기들이 폭음을 울리며 떠 있었다. ]
연합군의 이런 한심한 상황과는 반대로 독일의 육군과 공군은 완벽에 가까운 합동 작전을 구사했다. 프랑스군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있는 새에 전차부대를 앞세운 육군이 맹렬하게 진격하면 어느새 하늘에는 독일 전투기들이 나타나서 상공의 적기들을 일소하고 제공권을 장악한후 독일 폭격기들이 몰려들어 진격루트에 위치한 방어진지를 공격하여 무력화 시켰다.
그렇게 되면 적진의 연기가 겉히기도전에 전차부대가 번개같이 질주해 들어가 적진을 돌파했으며, 전차부대를 따라온 보병부대가 비행장과 주요 거점을 손쉽게 점령했다. 그 다음에는 점령된 비행장을 근거지로하여 다시 독일공군의 슈투카 급강하 폭격기나 He 111같은 중형 폭격기들이 날아올라 육군의 진격루트의 장애물들을 제거해 버렸고 공습이 끝나자마자 다시 독일 전차부대가 진격해 들어가는 양상이었다.
[ 이녀석이 조금만 빨리 생산되었더라면? Bf 109E와 맞설 수 있는 성능을 가졌었던 프랑스의 최고 전투기였던 드와땡 D.520, 개전 당일날에는 불과 36기만이 배치된 상태였으며, 황급히 추가 생산이 되었지만 결국 조국의 운명을 돌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쟁의 흐름으로 볼 때 대량으로 배치가 되어 있었다해도 전세를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다. ]
전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프랑스군은 신속하게 둘로 나뉘어져 버렸고 벨기에 국경에서 독일군을 기다리고 있던 연합군의 주력부대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채로 이제 양면에서 협공을 받는 매우 위험한 지경이 되었다. 더구나 지금껏 그들을 견제하는 척만했던 독일 B 집단군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프랑스에서의 상황이 너무나 악화되자 도저히 파견 비행부대를 운용할 여건이 되지않는다고 판단한 영국 전투기 사령부의 휴 다우딩 공군대장은 프랑스전투에서는 독일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며 이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영국 본토방위를 위해서 전력을 보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우딩 공군대장의 직접 명령으로 영국공군은 앞으로는 더 이상 전투기를 프랑스에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서 기존에 파견된 전투기들중 비행가능한 기체들은 모두 영국 남부의 비행장으로 철수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프랑스를 지키기위해 모든 전투기들을 대륙에 파견하여 우방 프랑스를 돕겠다고 공언했던 처칠의 의지와는 달리 영국공군은 이미 가망이 없어진 프랑스전선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으며 결국 연합군병사들이 덩커크 지역으로 내몰릴 무렵에는 완전히 본토로 철수했다.
[ 지상군 지원을 위해 전투지역에 진입중인 Ju 87 슈투카 ]
독일육군과 공군의 합동작전에 의한 전광석화 같은 진격속도에는 쫒기는 연합군과 공격해오는 독일군이 모두 놀랄 지경이었다. 전쟁이 발발하기전 숫자상으로는 유럽 최강의 육군을 보유하고 있었던 전통적인 군사강국 프랑스가 어느 정도는 버틸것으로 예상했던 독일 총사령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진격해 들어가는 선도 전차부대들이 보고해오는 승전보를 집계하기도 어려울 정도였으며, 전차부대가 혹시 연합군의 유인작전에 빠져든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장성들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영불연합군측은 더욱 공황상태에 빠져들었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독일군의 위력에 연일 혼비백산하고 있었다. 도대체 독일놈들은 어떻게 이처럼 강하며 이토록 빠른 속도로 쳐들어 온다는 말인가?
[ 잘하고 있군! 슈투카의 근접지원을 구경하고 있는 독일전 차부대의 전설, 하인츠 구데리안 장군 ]
독일군이 아르덴 돌파를 시작한지 2주가 되는 5월 24일에 이르러서는 전세가 완전히 기울어가고 있었다. 프랑스의 운명은 이미 끝난 것처럼 보였고, 벨기에 국경근처에 배치되었던 연합군 주력부대는 B 집단군의 공세에 버겁게 맞서싸우다가 A 집단군에 의해 배후를 차단하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이들은 무질서하게 해안쪽으로 퇴각하기 시작했으며 독일공군기들의 폭격에 시달리면서 간신히 벨기에의 해안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성공했다. 사기가 땅에 떨어진 연합군 병사들은 완전히 대오가 깨진 상태로 공황상태에 빠져들어 너도나도 독일군에게 포로가 되기전에 빨리 후퇴하고자 했으며, 결국 아직 독일군이 진군하지 못한 벨기에의 항구도시 덩커크쪽으로 속속 몰려들었던 것이다.
무적의 독일 전차부대가 빠르게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이들은 배수의 진을 치고 끝까지 싸우다 죽는 것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배를 타고 도버해협 저편의 영국으로 탈출을 해야했다. 그런데 수십만의 병력이 바닷가에 도착했을 무렵그들의 눈에는 병력을 후송시킬 만한 연합군의 배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닷가에 몰려든 연합군 병사들은 절망의 눈빛으로 멍하니 바다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해협을 건너 탈출하는 것은 고사하고 몇 일이내에 독일 전차부대의 캐터필러에 짖밟힐 가능성이 더 높았다.
[
덩커크에 몰린 연합군을 일소하라! 프랑스 전선의 승리가 굳어질 무렵,
프랑스의 한 비행장에서 비행대장이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훈시를 내리고
있다. ]
하지만 연합군으로서는 정말로 다행하게도 히틀러는 야전 전차부대 지휘관들의 줄기찬 공격요구에도 불구하고 덩커크의 포위망으로는 더 이상 전차부대를 투입하지는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히틀러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전차부대를 온건히 보존하기를 원했던데다가 전공을 세우고 싶어서 안달하던 공군원수 괴링이 덩커크에 고립된 연합군쯤이야 독일공군의 힘만으로도 쉽게 괴멸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괴링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히틀러는 '당장 공격을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줄기차게 해오는 전차부대장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여 그들을 진정시켰다.
"귀관들은 임무를 너무나 충실히 수행했다. 이제는 잠시 전력을 가다듬고 쉬도록 하라. 이제 독안에 든 쥐나 다름없는 연합군놈들에게는 우리 공군이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