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본토 항공전 편

◇ 위풍 당당한 대장 독수리들 ◇

  This dicument was updated at 2001. 3. 11

* 유럽의 하늘을 자기것으로 만들었던 장군들

이른 바 공군의 전쟁인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양측 공군의 장성들의 전략이야말로 전체 전세를 좌우하는 것이었다. 승승장구하면서 패배를 몰랐던 독일 공군은 공군 원수이자 나찌당의 2인자였던 헤르만 괴링휘하 여러 장군들이 독일의 영광을 일으킨 영웅들로 칭송을 받고 있었다.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던 독일 공군의 장성들은 공군 원수 헤르만 괴링과 공군의 제 2인자 에르하르트 밀히, 그리고 2명의 유능한 야전 사령관인 알베르트 케셀링과 휴고 슈페를이었다. 프랑스에서의 영광부터 영국 본토 항공전의 고비를 지나 독일이 패망할 때까지 독일 공군의 장군들의 행보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유럽 항공전의 대세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할 것이다.

* 독일 공군을 일으킨 영웅 헤르만 괴링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한이후부터 전유럽이 독일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때까지 아마도 전 유럽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나이는 바로 무적의 독일 공군이라는 신화를 창조한 독일 공군 원수헤르만 빌헬름 괴링이었을 것이다.

[ 독일 공군의 선전지 '더 아들러 (독수리)'의 표지를 장식한 공군 원수 헤르만 괴링, 이 잡지는 독어와 프랑스어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

그는 1차대전에서 이미 22기의 격추기록을 가지고 있었으며 리히토펜이 전사한 후에는 플라잉 써커스의 지휘봉을 넘겨받아 전장에서 맹활약했던 에이스 출신이었다. 특히 두려움을 모르는 그의 저돌적인 성격으로 그는 하늘에서 용감하게 싸웠고, 결국 최고의 무공훈장인 불루맥스도 수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독일의 패전으로 괴링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지방을 돌면서 순회 써커스 비행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다. 이런 비참한 생활에 환멸을 느낀 괴링은 때마침 히틀러를 만나게되고 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어 나찌당에 입당하게 되었다. 사실 귀족 가문 출신이었던데다가 1차대전의 영웅인 괴링의 입당은 기반이 약했던 히틀러에게도 큰 힘이되었다. 이후 히틀러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한 괴링은 그 대가로 나찌당의 2인자가 되어 모든 영예를 얻게 되었다. 특히 그가 근 10년의 시간동안 비밀리에 육성한 독일 공군이야말로 괴링의 힘의 원천이요,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괴링은 점차로 1차대전의 공중전에서 조종사로서 영예를 잊게 되었다. 그는 허영심과 자만심이 강했으며 모든일에 쉽게 낙관적인 결정을 하는 인물이었다. 따라서 주위 사람들은 이런 괴링을 경계했으며 그가 없는 자리에서는 그를 '디케 (뚱보) 괴링'라고 불러댔다. 하지만 독일 공군이 승승장구하게 되자 그는 전 독일의 영웅으로 떠올랐으며 히틀러는 그의 공적을 치하하여 그를 확실한 제 2인자로 선언하고 프랑스 점령이후에는 그를 국가 원수로 임명하였다.

하지만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는 모든 전공을 독차지 하겠다는 욕심에 영국 침공의 모든 지휘권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후 영국 공군과의 대결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결정을 자주내려 공군 장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영국 공군이 거의 빈사상태까지 몰린 상태에서 히틀러의 의견에 동조하여 공격 목표를 런던으로 전환한 것은 거의 승리할뻔했던 영국 본토 항공전 전체의 흐름을 꺼꾸로 바꾸게 되는 결정이었다.

* 현실주의자 에르하르트 밀히

만일 이사람이 독일 공군의 원수였다면 아마도 영국은 독일에게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1차대전의 조종사 출신이면서 전쟁전에는 루프트 한자 항공사의 사장자리에서 정렬적으로 일하고 있었던 에르하르트 밀히는 괴링과 함께 비밀리에 독일 공군을 재건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결국 영국 본토 항공전이 벌어지기 바로 직전에 독일 공군내의 제 2인자의 위치로 올랐으며 감찰 총감 에르하르트 밀히는 근대 항공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몇 안되는 독일 공군 장성중의 대표주자였다.

그는 프랑스전투가 끝나자마자 즉시 궁지에 몰린 영국을 공격할 것을 주장했다. 영국인들에게 시간을 주었다가는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예측대로 히틀러가 영국에게 준 한달의 유예기간은 독일 공군에게 맞설 영국 전투기의 수를 2배가까이 증가시켜 놓은 꼴이 되었다. 에르하르트 밀히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인물이었으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불이익을 받더라도 직언을 하고야 마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 영국 공격의 선봉장 알베르트 케셀링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최전선에 배치된 제 2 항공함대 (luftflotte)의 사령관이었던 알베르트 케셀링은 전형적인 용장이었다. 사실 포병장교 출신으로 공중전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지만, 그는 휘하 조종사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고 전격전 기간동안 훌륭한 전술을 구사하여 패배를 모르는 인물이었다. 그는 폴란드부터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전선에 모두 참가했고 그의 항공함대는 지상의 적군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존재였다. 로테르담을 폐허로 만들었고, 덩커크에서는 패주하는 연합군을 사냥했다.

그는 항상 정렬적으로 휘하의 부대를 통솔했으며 자동차를 타고 그의 부대를 자주 시찰하여 전투 태세를 정비하기도 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부하를 대하여 '웃는 얼굴의 알베르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따라서 괴링은 케셀링을 휘하의 가장 유능한 야전 사령관으로 인정하고 그의 부대를 영국 본토 항공전의 최전선에 배치했다. 이것은 누가보아도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2차대전중 가장 유능한 장군중의 한사람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알베르트 케셀링은 한가지 큰 실수를 했다. 그것은 공격 목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런던을 대규모로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영국 본토 항공전의 초기에 히틀러가 영국 공군을 섬멸하되 런던 폭격은 금지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리자, 즉시 반발하여 괴링에게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기도 했다.

"도데체 총통은 뭘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의 강대한 공군력으로 런던을 묵사발로 만들어 버려야 영국 놈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할 것 아닙니까? 런던을 공격하게 되면 영국 전투기들이 모두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서 날아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놈들을 더욱 쉽게 섬멸할 수 있을텐데... 도대체 런던을 공격목표에서 제회한 결정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후 히틀러와 괴링이 공격 목표를 런던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케셀링은 적극적으로지지했다. 그러나 이것이 독일 공군의 발목을 완전히 잡는 결정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 묵묵한 군인 휴고 슈페를

알베르트 케셀링의 제 2 항공함대를 지원하면서 영국 공습의 2선에 있었던 제 3 항공함대 지휘관 휴고 슈페를은 유능한 장군이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군인이었다. 그는 묵묵하게 일하는 성격이었고 착실한 경력으로 승진을 하고 있었다. 그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스페인 내전에 파견된 독일의 콘돌 군단을 지휘하게 된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콘돌 군단이 큰 성과를 올리자 그는 영웅이 되었고 결국 독일 공군의 장군으로 임명되었다. 그의 제 3 항공함대는 서유럽을 휩쓴 전격전에서 제 2 항공함대에 뒤질세라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영국 공격에대한 방침을 놓고 회의가 벌어졌을 때 휴고 슈페를은 런던 공습을 하자는 알베르트 케셀링의 주장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다음과 같이 반박을 했으며 결국 영국 본토 항공전의 초기에는 영국 공군 기지를 먼저 괴멸시키는 방향으로 전술이 수립되었다. 사실 최일선의 두 장군은 서로 전혀 존경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 언쟁은 계속되었다.

"케셀링장군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것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영국 공군을 우선적으로 섬멸하지 않고 곧장 런던으로 돌진하면 그것은 영국 공군에게 승리를 안겨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공군은 런던 근처에서 우리 Bf 109E 전투기들이 연료가 떨어져 돌아가는 순간 우리 폭격기들을 공격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현명한 결정은 휴고 슈페를의 생각이아니라 그의 참모장인 파울 다이히만이 슈페를에게 조언한 내용이었다. 이후에도 무뚝뚝한 슈페를은 영국 본토 항공전기간동안 대부분의 작전을 참모인 다이히만의 의견대로 수행했다.

* 영국 본토 항공전은 실패로 끝나고

베를린이 폭격을 받은데 분노한 히틀러의 명령과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괴링과 알베르트 케셀링의 결정으로 런던 폭격이 시작되었지만, 이것은 독일 공군에게는 전략적으로 큰 실수였다. 런던은 큰 고난을 겪었지만 그 사이에 영국 전투기부대는 빈사상태에서 전력을 회복하여 강력하게 저항했다. 런던상공까지 날아와서 Bf 109E의 호위 범위를 벗어난 독일 폭격기대는 연일 큰 손실에 직면했다. 결국 9월 15일의 대규모 결전을 기점으로 영국 상륙 작전은 물건너가게 되었으며, 얼마지나지 않아 독일 공군의 공습도 뜸해졌다. 독일이 소련침공으로 내부 방침을 정하게 되면서 영국은 최종적으로 위기를 벗어났으며 독일 공군은 처음으로 군사적인 실패를 하게되었다.

* 무능한 공군 원수 괴링

이때부터 독일 공군 원수 괴링의 지위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의 군사적인 위치는 건재했지만 그는 큰 실수를 함으로서 점차로 히틀러에게 신뢰를 잃게 되었다. 가장 큰 과오는 괴링이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스탈린그라드 공수작전의 실패였다. 스탈린 그라드에서 소련군에게 완전히 포위되기 직전의 독일 제 6군단에대해서 지상으로의 보급이 어려워져서 퇴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괴링이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공군이 제 6군단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보급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나선 것이다. 결국 히틀러는 제 6군단에게 모든 물자를 보내줄테니 끝까지 싸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몽상이었다. 결국 독일 공군은 혹한의 날씨와 강력해진 소련 공군의 저항에 직면하였고, 사력을 다한 보급작전을 시행했음에도 제 6군단 장병들이 하루 최소 필요량으로하는 물자의 20%밖에는 보급을 할 수 없었다. 제 6군단의 장병들은 견딜 수 없는 추위속에서 약속받은 보급을 거의 받지 못한채 굶어죽거나 얼어죽어갔고, 결국 많은 희생자를 낸후에 소련군에게 항복했다. 이후에 히틀러는 점점 괴링을 믿지 않게 되었고, 대부분의 독일 공군의 많은 장교들은 괴링을 무능한 공군원수라고 불러댔다.

그는 패배가 눈앞에 왔을 때도 현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대응책을 강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눈가림을 하기에 급급해서 부하들에게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괴링의 독선과 억지는 다음의 에피소드에 잘 나타나있다.

1944년, 연합군의 폭격에 의한 피해가 연일 견딜 수 없을정도 까지 증가하자 괴링은 화가나서 모든 전투비행단의 조종사들을 겁쟁이라고 욕했으며 각 비행단의 조종사중 한사람씩을 군사재판에 회부하겠다고 하는 억지를 부렸다. 그러자 모든 비행단의 장교들이 서로 자기를 군사재판에 회부하라고 나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괴링은 억지 고집을 접어야 했다.

전쟁이 끝나면서 연합군의 포로가된 괴링은 전범재판에서 1급 전범으로 분류되어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그는 군인으로서 총살형에 처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몰래 간직하고 있던 독약을 먹고 자살했다. 이것이 5년전까지만해도 세계최고의 영예를 누리던 독일 공군 원수의 최후였다.

*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에르하르트 밀히

한편, 영국 본토 항공전이후 독일의 무기조달 책임을 맡게된 에르하르트 밀히는 자신이 맡은 임무에 계속 충실했다. 간혹 실수를 하기는 했어도 대부분의 경우 그는 계속 냉철한 판단으로 무기 생산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 히틀러와 괴링의 결정이 그의 의지를 가로 막았다. 1941년 말, 에르하르트 밀히는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전투기이다! 전투기야말로 우리 독일군 전체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총통은 우리 독일의 전투기 생산량이 영국보다도 적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동부전선에도 전투기는 점점 부족해지고 있고, 이제 우리는 배후에 남겨둔 영국 공군에 의해서 후방으로부터 혹심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며, 이를 막을 전투기는 너무나 부족하다."

이러한 밀히의 노력은 독일의 패색에 짙어져가는 1944년에 Me 262 제트기의 생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표면에 드러났다. 히틀러가 이 제트기를 폭격기로 생산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밀히는 이에 반기를 들고 히틀러 몰래 Me 262를 전투기로서 생산하도록 했다. 후에 자신의 명령이 어겨지는 것에 격노한 히틀러가 밀히를 소환하여 해명하라고 다그치자 그는 아래와 같이 항명했다.

"총통각하, 저 비행기가 폭격기가 아니라 전투기라는 것은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연합군의 폭격기들을 요격할 전투기이지 폭탄 몇발 떨어뜨리는 폭격기가 아닙니다."

결국 밀히는 노발대발한 히틀러에 의해서 한직으로 쫒겨났다. 이와같이 독일공군의 말기에는 내우외환이 겹쳐있었다. 결국 독일 공군내에는 올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갈란트 말고는 남지 않게 되었다. 밀히는 전후 포로가 되어 전범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았으나 10년후에 석방되었다.

* 끝까지 싸운 맹장 알베르트 케셀링

한편, 영국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알베르트 케셀링은 그 군사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계속 중용되었다. 끝까지 제 3 항공함대의 사령관으로 남게된 슈페를과 달리 케셀링은 독일의 주 전장에서 연합군과의 전투를 계속했던 것이다. 1941년에는 남부 총사령관이 되어 롬멜의 북아프리카 군단과 함께 전투를 계속했다. 이후 아프리카군단이 패주하게 되면서는 이탈리아 전선의 사령관직을 맡아 연합군을 1년이상 저지하면서 끈질기게 괴롭혔다. 하지만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개시되고 독일의 패망이 다가올무렵 그는 서부전선 사령관직에 임명되었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싸울 힘이 나마있지 않았다. 싸우는 장군 케셀링은 최후까지 싸우라는 히틀러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의 부하들의 목숨을 보존하는 쪽을 택했으며 그의 부대들을 이끌고 1945년 5월 7일 연합군에게 항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