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본토 항공전 편
This dicument was updated at 2001. 5. 22
* 조국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었던 장군들
영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았던 1940년의 여름, 거칠 것이 없었던 나폴레옹군대에게 맞서 조국 영국을 지켜냈던 넬슨제독처럼 영국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었던 용장들이 있었다. 영국으로서 가장 다행이었던 것은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참으로 훌륭한 장군들이 전투기 사령부를 이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과연 용장밑에 약졸은 없는법이라고 했던가...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영국 전투기 사령부의 장군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는 것은 전체 전투의 판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시기에 영국 공군을 책임지고 있었던 장군들은 크게 5명이었으나 전투기 사령부 사령관 휴 다우딩과 그의 휘하에서 맹활약한 제 11 비행단장 키스 파크 소장, 그리고 제 12 비행단장 트래포트 리 말러리의 세장군이야말로 영국 본토 항공전의 전세를 좌우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 전투기 조종사들의 대부 휴 카스웰 다우딩
전쟁초반
육해공을 통털어 영국의 어떠한 장군들보다도 선견지명이 있었던 영국
전투기 사령부의 대장 휴 다우딩이 이 어려운 시기에 전투기 사령부의
대장이었다는 점은 영국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는 포병장교로서 군생활을 시작하여 1차대전에서 영국 공군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영국 공군의 태동기부터 주요 요직을 맡아온 다우딩은 전쟁이 끝난후에는 영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많은 공헌을 했다. 그는 연구 개발 담당 참모로 재직하면서 더욱 빠르고 현대적인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스핏화이어와 허리케인이 생산되는데 큰 공헌도 했던 것이다. 1936년 7월 영국 공군내에 대대적인 개편이 단행되면서 다우딩은 공군원수의 위치에까지 올랐으며 이시기에 새로 창설된 전투기 사령부의 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이때부터 1940년 11월까지 다우딩은 영국의 운명을 혼자서 책임지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개전초기에 영국 공군은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이는 프랑스 전투부터 덩커크 철수작전까지의 전장에서 혹독한 경험을한 많은 육군 병사들이 공군의 무능함을 비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우딩은 이시기에 영국의 방어에 필요한 전투기의 수에 대해서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프랑스 전투에 더 이상의 영국 전투기들을 파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으며, 이것은 전쟁이 끝난후에는 참으로 탁월한 결정으로 평가받는 것이었다. 이후 다우딩은 독일 공군에 비해서 압도적인 수적 열세의 영국 전투기 사령부를 이끌면서 독일 공군의 대대적인 공습에 대항해서 전투기와 조종사들을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서 침투해 들어오는 거의 모든 독일 비행대와 맞서게 함으로써 큰 전과를 올리는데 성공하고 있었다.
* 뛰어난 야전 사령관 키스 파크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휴 다우딩이 내린 가장 탁월한 결정중의 하나는 최일선에서 독일군에게 맞설 제 11 비행단의 지휘관으로 키스 파크 공군 소장을 임명한 것이다. 영국령 뉴질랜드 출신의 키스 파크는 사실상 2차대전을 통털어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야전 지휘관들중 한사람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1차대전당시에는 전투기 조종사로 전쟁에 참가했던 에이스 출신으로 독일기 20기를 격추한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에이스 출신이었다.
[
파크 소장은 휘하의 부대를 자신의 허리케인을 직접 몰고 다니면서 지휘했다.
]
전쟁이 끝난후에는 휴 다우딩의 수석 참모직을 거치면서 자질을 인정받고 있었다. 파크는 전투기 조종사의 경험을 살려 현대 공중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었다. 1939년에 다우딩의 인선에 의해서 그가 최일선의 제 11 비행단을 맡게 되었던 것은 영국에게는 참으로 다행이었다. 1940년 어느해보다도 뜨겁게 타올랐던 여름의 태양아래서 파크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매우 혹독한 전투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파크 소장이라는 훌륭한 지휘관이 늘 함께했다. 그는 조종사들과 전투기들의 수를 매일 파악하여 적절하게 나누어 다시 다음날의 전투에 투입했다. 매우 현실적이었던 파크는 어떻게 하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독일기들을 요격하는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는 공격해들어오는 모든 독일폭격기들을 동시에 요격하기 위해서 소그룹 단위로 전투기들을 나누어 작전에 투입하고 있었는데, 이점은 다우딩도 뜻을 같이하고 있어서 파크의 용병술을 다우딩의 전폭적인지지를 받고 있었다.
* 야망에 불타는 트래포트 리 말러리
영국
보토 항공전에서 키스 파크와의 신경전으로 유명한 트래포트 리 말러리는
군사적인 재능은 있었지만 야심이 많고 권력에 대한 욕심이 큰 인물이었다.
그는 1차대전이 발발할 무렵 명문 캠브리지대학에 재학중이었으나 군에
대한 동경으로 대학을 중퇴하고 입대를 하기로 결정했다. 엘리트 출신이었던
말러리는 전쟁중에 정찰비행대를 맡아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 이후
영국 공군내에 입지를 계속 튼튼하게 쌓아가던 리 말러리는 자신감과
용맹함으로 주변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야말로 풍전등화의
조국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사람들에게
이런 자신의 생각을 틈날 때마다 강조했다. 결국 RAF의 대대적인 개편이
있으면서 가장 주요한 전력의 제 11 비행단을 과연 누가 맡게될 것인가
하는 점이 영국 공군내의 관심사였다. 많은 사람들은 리 말러리가 임명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휴 다우딩은 이 자리를 파크에게 맡겼으며 말러리에게는
제 11 비행단을 지원하면서 런던을 방어하는 제 12 비행단장직을 내렸다.
자신이 당연히 제 11 비행단을 맡게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말러리는 이
처사에 내심 실망하고 있었다. 결국 영국 본토 항공전 기간내내 서로
생각이 달랐던 키스 파크와 리 말러리는 계속 신경전을 벌였으며 파크
소장을지지하고 있었던 다우딩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말러리는
휘하의 비행대장중 한명인 더글러스 베이더가 주장하는 대편대 이론에
혹하여 틈날 때마다 많은 전투기들을 하늘에서 집결시켜 독일기들을
대대적으로 요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 등을 돌린 두 야전 지휘관
사실 이 두 야전 사령관의 신경전은 휴 다우딩으로 볼 때는 매우 꺼림찍한 것이었다. 서로 마음을 모아 적에게 대항해도 어려운 이 시기에 두 사람은 전혀 서로를 존경하고 있지 않았다.
제 11 비행단장 파크 소장은 전술의 초점을 가능한 적기들이 영국에 들어오기전에 요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으므로 동원 가능한 휘하의 제 11 비행단의 조종사들을 모두 출격시켜 모든 독일 편대를 맞아 싸우려 하고 있었다. 따라서 기지를 비우고 적기들을 맞아 싸우러 나간사이에 비행장상공을 제 12 비행단의 전투기들이 지켜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파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리 말러리는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었다. 제 11 비행단에게 협조하라는 다우딩의 명령이 있었지만 말러리는 이핑계 저핑계로 그의 전투기들을 독일기들의 요격임무에 투입했다. 말러리는 만일 파크의 생각대로 그가 제 11 비행단의 비행장을 지켜주는데 전투기를 투입하면 결국 전공은 모두 파크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가 주장했던 대편대 (Big wing)는 하늘에 떠올라 형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대편대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이미 제 11 비행단의 비행장은 독일 폭격기들에게 공격받은 후가 되 버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말러리는 제 11 비행단의 전투기들이 전공을 독식하지 않도록 그의 전투기들을 제 11 비행단의 구역에까지 진출시켜서 요격전을 벌이곤 했다. 결국 영군 본토 항공전의 중반기에 제 11 비행단은 독일기들의 폭격에 큰 피해를 입어 거의 빈사상태까지 몰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파크는 말러리와 말싸움을 자주 벌였고, 항상 다우딩이 중재에 나서서 해결하곤 하였다. 사실상 이시점에서는 파크가 분명히 옳았고 말러리는 잘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독일공군이 말러리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것은 바로 독일공군이 공격 목표를 런던으로 바꾼 결정이었다. 이것은 제 12 비행단으로서는 바로 안방에 찾아드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며 적이 먼거리를 날아오기 때문에 그토록 주장했던 대편대를 형성할 시간도 충분했다. 더구나 제 11 비행단조차 거의 빈사상태에서 전력을 회복하여 제 12 비행단과 함께 요격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독일 공군의 결정 하나가 영국 공군을 내부와 외부에서 구원한 셈이었던 것이다. 9월 중순에 제 12 비행단의 대편대 전술은 런던 상공에서 위력을 발휘하여 많은 독일기들을 제물로 삼았고 으쓱해진 말러리는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 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권력 싸움에서 패배한 두 영웅
결국 영국 본토 항공전은 영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후세의 평가에서 영국을 구한 두 영웅으로 평가받는 다우딩과 파크는 권력싸움에서는 패배했다. 다우딩은 그의 전술에 비판적인 많은 공군내부 정적들에 의해서 영국 본토 항공전이 거의 승리로 굳어지던 1940년 11월 25일 전격적으로 해임당했다. 사실 다우딩은 너무나 곧은 성품을 가지고 있었고 순수한 군인이었다. 그에게는 정치적인 재능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옳다고 믿으면 완고하게,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고집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면이 있었다.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다우딩의 전략이 매우 성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이런 곧은 성품으로 인해서 많은 정적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의 상사였던 아치볼드 싱클레어 공군성장관은 이런 다우딩의 성품을 싫어했으며 심지어는 영국수상 처칠까지도 자신의 요구에 대해서 직언을 서슴지 않는 다우딩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영국을 구한 영웅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물론 다우딩이 가장 아끼는 키스 파크도 연이어 제 11 비행단장에서 해임되었다. 사실상 매우 훌륭한 용병술로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었지만 그역시 정치적인 능력은 별로 없는 순수한 군인이었던 것이다. 파크는 소극적인 전술을 펼친다는 점을 지적받았고 결국 훈련 비행대로 전속되는 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키스 파크의 재능은 그를 계속 쉬게 만들지는 않았다. 전장이 확대되자 그는 다시 중용되었다. 독일이 이탈리아를 구원하기 위하여 북아프리카에 군대를 파견하면서 전장이 중동까지 확대된 것이다. 결국 싸우는 지휘관 파크 소장 1941년 가을, 사막공군의 지휘관에 임명되어 독일 공군과 다시 전투를 벌였다. 이후 1942년에는 전략적 요충지 말타섬의 사령관으로 부임하였다. 말타섬이 차지하는 전략적인 비중에 대해서 꿰뚫고 있었던 파크는 휘하의 전투기부대를 이용 적극적으로 독일의 아프리카군단에게 보급되는 물자들을 차단하고자 했다. 결국 많은 독일 수송선단들이 파크의 항공공격에 의해서 해상에서 격파당하여 결국 아프리카군단의 숨통을 조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크는 여전히 승진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전장을 찾아다니는 싸우는 장군이었다. 그는 이후 이탈리아 침공, 시실리 작전에서도 선봉에서 활약했으며, 1945년에는 일본군을 몰아내는 버어마 침공작전에서도 영국 공군을 지휘하여 맹활약했다.
* 권력다툼의 승리자 리 말러리
리 말러리는 정치적인 면에서는 월등한 인물이었다. 그는 군내부에 자신의 편을 계속 만들었으며 다우딩의 전술에 대해서 비판적인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게다가 그는 런던 상공에서의 공중전에서 대전과를 올린 것이 모두 자신의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다우딩과 파크가 물러나자 그는 그토록 원했던 제 11 비행단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영국에게 다행한 것은 리 말러리가 승진에만 관심이있는 무능한 장군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역시 캠브리지 대학출신의 엘리트답게 전술에도 어느정도의 소질은 있었다. 제 11 비행단장이 된후에는 프랑스 주둔 독일군에 대한 공중 공격을 이끌어 독일군을 괴롭혔으며 이에대한 공을 인정받아 1년후에는 결국 전투기 사령부 사령관까지 된 것이다. 이후 그는 승진을 거듭하여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 프랑스 상공을 완전히 장악하는 연합군 공군 사령관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압도적인 연합군의 공군력 덕분이기는 했지만 여하간에 그는 패배를 모르는 장군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 때문일까?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었던 트래포트 리 말러리는 1944년 11월 동남아시아 총사령관으로 임명되어 부임지로 가는 도중 그가 타고 있던 수송기가 갑작스런 고장을 일으켜 추락하는 사고로 영욕의 생을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