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Battle of Britain (영국 본토 항공전)

◇ Act 1. 공군만의 전쟁 (War of Airforce)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2. 15

1940년 6월 5일, 덩커크에서 연합군이 철수를 마친후 독일의 전차대와 보병부대가 덩커크 해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미처 퇴각하지 못한 일부 연합군 병사들을 포로로 잡은뒤에 해안에 다다른 독일군 앞에 펼쳐진 광경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연합군의 차량과 무기들, 수천켤레의 군화들, 그리고 버려진 물자들 사이에 연합군 병사들의 시체섞여 해안을 뒤덮고 있었다. 연합군 병사들은 모든 무기와 장비를 해안에 버리고 몸만 빠져나간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독일은 서유럽 전토를 석권한 것이다. 단, 해협 저편의 영국만을 제외하고는....

[ 휘날리는 부대깃발을 배경으로 Bf 109E-3 전투기가 프랑스의 한 비행장에 주기해 있다. 이제 홀로남은 영국 공군을 언제든지 공격하여 섬멸하겠다는 독일 공군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사진이다. ]

덩커크에서 연합군을 몰아내자 프랑스 전투가 완전히 종료되기도 전에 독일은 미리부터 전승 무드에 휩쌓여 있었다. 하지만 몇몇 독일 장성들은 승리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는 바다 건너 저편의 영국을 확실하게 제압해야한다는 주장을 했다. 공군 원수 괴링이 공군 장성들을 소집하여 축하 파티를 벌이는 중에 강경한 입장의 몇몇 장성들이 여기서 멈추지 말고 모든 공군력을 프랑스 해안으로 집결시켜 즉시 영국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러한 주장을 했던 대표적인 인물은 독일 공군의 감찰총감을 맡고 있던 에르하르트 밀히 장군이었다. 그는 파티도중 언성을 높이면서 괴링에게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함으로써 영국 공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는 아직 완전한 승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연합군은 덩커크에서 괴멸된 것이 아니며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많은 수가 무사히 해협을 건너 도주한 것입니다. 그들을 단 3주만에 대륙에서 몰아낸 것은 분명히 큰 성공이지만 그들이 대부분의 병력을 무사히 영국으로 귀국시킨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단적인 예로서 덩커크 해안에서 학인된 영국군의 시체는 50구도 되지 않는 다고 합니다. 나는 즉시 가능한 모든 공군력을 동원하여 영국을 공격할 준비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만일 각하가 3~4일의 여유라도 그들에게 준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손쉽게 얻을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말 것입니다."

한창 승전축하 무드에 휩쌓여있다가 이말에 자극받은 괴링도 잠시 짜증을 냈지만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그는 어차피 영국과의 일전은 불가피하며 바다가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는 독일 공군이 영국 침공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영국 침공 작전에 있어서  자신의 공군이 영국공군을 괴멸시킨후 독일 해군과 육군을 자신의 지휘하에 두어서 영국 점령의 영예를 자신이 독차지 하고자 하는 야심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는 즉시 히틀러를 찾아가서 유럽 전투에서의 패배로 사기가 땅에 떨어져있는 영국군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즉시 공격을 감행해야한다는 주장을 했다. 괴링은 히틀러가 당연히 그의 요구를 수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다음과 같은 의외의 대답으로 괴링의 요구를 일축했다.

"영국은 공격하지 말라. 그들은 궁지에 몰린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우리가 강화조약을 강요하면 영국은 명예롭게 항복할 기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웬일인지 히틀러는 영국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그는 영국 침공을 감행하면 성공하리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그런 치욕을 주기보다는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서 영국 정부가 더 잘알고 있을 것이므로 이들에게 으름짱을 놓으면서 합리적으로 설득하면 유럽의 지배권이 독일에게 있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대답에 괴링은 크게 실망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감찰총감 에르하르트 밀히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며 격노했다. 그는 자신의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총통의 결정은 한마디로 정신나간 짓이다. 영국은 분명히 전투 준비를 하고 있으며 우리가 요구하는 강화 조약에 절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을 굴복시키고 승리를 굳건히 하기위해서는 지금 즉시 영국 공군을 격멸하고 해군을 바다에 수장시킨후에 영국 본토로 쳐들어 가는 것뿐이다."

[ 강철의 의지를 가진 국가 지도자, 영국 수상 처칠이 결사항전을 결의한후 영국군의 방비태세를 시찰하고 있다. ]

이처럼 현재의 상황을 바로 직시하고 있었던 독일 공군의 감찰총감의 생각대로 영국은 독일의 위협에 전혀 굴복할 의사가 없었다. 사실 이 시기에 처칠은 의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여 끝까지 싸울 것임을 천명했고 의원들과 국민들은 이에 크게 고무되어 있었다.

" 프랑스의 전투는 독일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 영국 본토에서의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해안에서도, 시가지에서도, 벌판에서도 산에서도 싸운다. 우리는 절대로 항복은 하지 않을 것이다."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는 그의 연설문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영국 본토에서의 전투 (Battle of Britain)는 앞으로 항공전사에 영원히 기억될 단어가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해안, 시가지, 벌판, 산등을 격전지로 언급한 그의 연설문의 내용이 보여주듯이 처칠 조차 닥쳐올 대규모의 전투가 항공기들만이 대결하는 순수한 항공전이 되리라는 것은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하기야 처칠이 어떻게 예측을 할 수 있었겠는가?

(foxmouse : Battle of Britain은 번역을 그대로 하자면 '영국 전투'가 될 것이고, '영국 본토 공방전'이라고도 언급되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공군의 대결이었으므로 본 연재에서는 '영국 본토 항공전'으로 정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여간 히틀러의 결정으로 즉각적인 공격작전은 현실화 되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 공군이 전혀 침공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전투가 독일 육군에 의해서 종점을 향해 진전되는 사이에 독일 공군기들은 프랑스 해안의 비행장으로 전력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사실 언제 히틀러의 마음이 변해서 즉시 영국을 공격하라고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6월 25일 드디어 프랑스가 항복했다. 히틀러는 프랑스에게는 최대한의 굴욕을 안겨줄 작정이었다. 그는 1차대전에서 독일이 항복한 바로 그 자리에서 그대로 프랑스의 항복을 받겠다고 했다. 프랑스의 1차대전 전승 기념비는 독일 공병들에 의해서 폭파되었고, 프랑스는 독일의 요구대로 항복하고 강화조약을 체결했다. 기분이 좋아진 히틀러는 파리관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전국민이 하나되어... 남성들의 군동원으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여성들이 군수공장에서 무기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영국민들은 국가의 위기앞에서 하나로 똘똘 뭉쳐있었다. ]

그러나 독일이 영국 침공을 주저하는 동안 영국은 계속 방어태세를 굳건하게 다져가고 있었다. 독일이 허송세월하는 하루는 영국에게는 부족한 물자를 전력을 다해서 생산하는 소중한 24시간이었던 것이다.

히틀러는 많은 외교 경로를 통해서 독일이 제시한 강화조약에 대한 영국의 의사를 타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영국이 전혀 독일의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으로 결론이 나기 시작하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난 히틀러는 최초로 영국 침공이 논의된지 약 한달이나 지난 7월 4일, 다음과 같은 작전 명령 16호에 서명하였다.

"영국정부는 자신들이 처해있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혀 우리의 자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전군은 즉시 영국 침공 작전을 준비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즉시 수행할수 있도록 하라."

작전 명령이 떨어지자 가장 먼저 독일 해군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독일 해군은 그동안의 심각한 손실로 인해서 막강한 영국 해군을 상대로 도버해협을 건너 상륙작전을 감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군 원수 괴링이 나서서 독일 공군의 힘으로 영국 공군과 해군을 괴멸시켜 줄테니 이후에 독일 해군은 육군을 실어 나르기만 하면 된다는 주장을 하며 영국 침공 작전의 지휘권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괴링의 요구는 레더에게는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었지만 독일 해군 사령관  레더 제독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제 독일 해군은 뒤로 물러서서 독일 공군의 작전을 구경만 하면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저기가 영국인가? 영국에대한 공격방침이 정해진후 괴링이 휘하 장성들을 대동하고 도버해협에서 영국쪽을 바라보고 있다. ]

한편, 영국은 결사항전의 결의를 다기지는 했지만 누가보아도 상당히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국민들은 그들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다는 것에 거의 의심을 품지 않았다. 왕국 국방위원회에서조차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사실 이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장차 독일공군이 강행할 공습으로 사망자는 60만명정도가 생길 것이며 부상자는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리고 만일 독일 육군이 상륙에 성공하는 경우에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지는 추측조차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독일의 강화조약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떠냐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민들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할리 없었다.

[ 영국 병사들이 대공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영국군은 앞으로 벌어지게될 모든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하도록 했으나, 준비사항은 여전히 미흡했다. ]

하지만 영국 국민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국 영국이 어떠한 전쟁에서도 져본적이 없는 나라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번의 고난도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온국민이 하나가되어 독일군의 침공에 대비한 준비를 진행해 나갔다.

사실 덩커크 철수 직후에 영국 공군의 상황은 정말 절망적이었다. 이시점에서 영국 공군은 아무리 긁어모아도 불과 466대의 비행 가능한 전투기와 36대의 예비기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만일 이시점에서 즉시 독일 공군이 총력으로 공격을 가해왔다면 아마도 가망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몇가지 요인들이 영국을 구원했다.

첫번째는 히틀러가 즉시 공격해야한다는 공군 지휘관들의 요구를 묵살하면서 영국침공을 보류했던 약 한달의 시간이었다. 영국의 생산책임자로 임명된 정력적인 버버룩스경은 국민을 독려하여 항공기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실천에 옮겼다. 항공기 공장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고, 국민들은 항공기 생산에 필요한 금속의 공출에 적극 협력했다. 이런 헌신적인 국민들의 협조와 노력으로 덩커크 철추이후의 한달동안 영국은 446대의 전투기를 새로 생산할 수 있었다. 이 수치는 독일이 같은 기간에 생산한 항공기보다 100대 이상이 많은 수치였다. 이로서 영국의 항공전력은 수치상으로 한달전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했다.

[ 완고한 공군 사령관 휴 카스웰 다우딩, 그의 냉철한 판단으로 영국 공군의 초기 괴멸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덨다. ]

둘째는 냉철하고 뛰어난 판단력을 가진 휴 카스웰 다우딩이 영국 공군 전투기부대의 사령관으로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프랑스 전투가 독일의 승리로 기울 무렵 자국의 전투기들을 프랑스에 계속 파견하여 프랑스를 지키겠다는 처칠의 공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반박함으로써 그나마 영국 공군의 전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

"우리 공군이 프랑스에서 어느정도의 성과를 올리고는 있으나 전세는 기울어 있습니다. 만일 각하가 프랑스에 계속 전투기를 보낸다면, 그것은 쓸데없는 낭비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우리는 우리의 안마당도 지킬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결국 독일이 영국 침공을 결정하게 되면서 이제 영국 하늘은 젊은 조종사들의 피와 땀으로서 불타오르게 될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뜨거운 여름의 태양과 함께 드디어 역사상 전무후무한 공군만의 전쟁인 '영국 본토 항공전 (Battle of Britain)'의 서막이 오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