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Battle of Britain (영국 본토 항공전)

◇ Act 10. 영국 본토 항공전의 날 ◇

(Battle of Britain day)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4. 16    

  "국민 여러분! 호국의 의무를 다합시다. 우리가 이 고난을 이겨내고 우리 대영제국이 천년을 지속하게 된다면 후세 사람들은 말할 것입니다. 그때가 바로 영국역사의 최절정기 였노라고..."

- 1940년 8월 영국수상 윈스턴 처칠 -

 "우리는 노련하고 전투경험이 많은 친구들이 차례로 전사자 명단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전사자 명단이 빈채로 지나가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 1940년 9월 독일공군 아돌프 갈란트 소령 -

[ 1940년 9월 15일 독일기의 대군이 접근중이라는 급보를 받은 스핏화이어들이 일제히 이륙하고 있다. ]

가장 먼저 침입자들의 대군과 맞선 것은 영국 남부해안의 상공에 제일 먼저 도달한 제 11 비행단의 스핏화이어 편대였다. 최선두의 스핏화이어 중대장은 전통적으로 여우사냥을 할 때 선봉에 선 사냥꾼이 여우발견을 알리는 신호인 '탤리호우(Tally ho)'를 외치면서 독일 폭격기대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뒤를 따르던 스핏화이어들이 일제히 돌진해 들어왔다.

[ 런던상공에서 허리케인의 건카메라에 잡힌 He 111 폭격기, 잠시후 집중사격을 받고 화염과 함께 격추되었다. ]

이 스핏화이어들은 호위전투기들을 먼저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영국 전투기들이 돌진해오자 근접 엄호를 하던 Bf 109E 호위전투기들도 산개하면서 대응했다. 순식간에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면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전투기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장대한 격투전이 시작되었다. 스핏화이어들이 Bf 109E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대부분의 호위 전투기들이 공중전에 빠져들어 엄호가 없어진 독일 폭격기대는 바로 후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 11 비행단의 허리케인들에게 걸려들었다. 곧 선두에 나섰던 Do 17 폭격기들은 그 대열이 깨져 버렸고 사방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며 달려드는 허리케인들에게 이리저리 내몰리면서 우왕좌왕하던 끝에 결국 많은 수의 폭격기들이 런던에 도달하기도 전에 폭탄을 버리고 돌아가야 했다. 결국 런던외곽에만 폭탄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으며, 오히려 명중탄을 맞은 Do 17 폭격기들이 연기를 뿜으면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여기 저기서 연출되었다. 하늘에는 어느새 비행운이 어지럽게 섞이는 가운데 낙하산들이 꽃처럼 피어오르는 장관이 펼쳐졌다.

[ 영국의 하늘이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는 장면을 그린 일러스트 ]

갑자기 런던시내로 탈출에 성공한 양측의 조종사들이 여기저기 낙하했다. 어떤 독일폭격기 승무원들은 광장한복판에 떨어진후 이곳에 몰려있던 성난 시민들에게 두들겨 맞아 초죽음이 되기도 했다. 물론 낙하한 영국 조종사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홍차와 커피같은 극진한 대접을 받고,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차로 다시 비행장까지 태워다 주기도 했다. 영국 경찰과 헌병들도 바빠졌다. 이들은 독일 승무원들을 포로로 잡기위해서 순찰차들을 총동원하여 영어와 독일어로 무조건 항복을 권유하는 방송을 교대로 하면서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 대영제국에 내린 독일공군 조종사 여러분께 알립니다. 당신들 이방송 들리면 숨어있지 말고 좋게 말로할 때 빨리 기어나와 무조건 항복하시오. 쓸데없는 생각하다가 시민들에게 걸리면 맞아죽을지도 모릅니다."

[ Bf 109E의 기관포에 맞아 날개가 부러진 허리케인, 독일전투기 조종사가 촬영한 사진이다. ]

그러나 영국공군의 전면적인 대응에도 굴하지 않고 독일공군기들의 후속 폭격기 부대들이 호위 전투기들과 함께 계속 런던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레이더화면에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확인한 파크는 휘하의 모든 비행대대에게 출격 명령을 내렸다. 한편 처칠도 이날은 사령부를 방문하여 전투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제 11 비행단의 사령부가 있는 옥스브리지에서는 스피커를 통해서 조종사들의 전투교신 내용이 급박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아무말없이 작전 상황을 지켜보던 처칠이 파크소장에게 한마디 던졌다.

"지금 작전상황을 알리는 신호기를 보니 거의 모든 전투기들이 이륙하고 있는 것같은데... 혹시 후속공격에 대비중인 예비 전력은 있는 거요?"

이말을 들은 파크는 팔짱을 낀채로 짤막하게 말했다.

"예비기는 한 대도 없습니다. 수상님. 지금 우리 영국공군의 모든 전투기들이 전부 하늘에 떠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9월 15일의 전투가 절정에 달했던 바로 그시각에 영국공군은 비행이 가능한 24개 비행대대의 전투기 370기를 모두 하늘에 날려보냈던 것이다.

[ 이것이 1940년 9월 15일의 하늘이다! 이날 한 런던시민이 촬영한 것으로 런던상공에서 벌어진 공중전 장면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이다. ]

한편 독일 폭격기 조종사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은 100대도 안남아 있다고 하던 영국 전투기들이 해협상공에서부터 수십대씩 무리지어 끊임없이 나타나 집요하게 요격을 걸어오고 있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더욱이 이날은 요격이 한도끝도 없이 계속 되었다. 독일 공군기들은 모두 하나의 목표인 런던을 향해서 날아오고 있었고 영국 전투기들도 이를 요격하기위해 날아들고 있었기때문에 결국 폭이 50km도 안되는 런던을 향한 항로에는 양측의 전투기와 폭격기들로 꽉 차게 되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인류사상 최대 규모의 공중전이었던 것이다.

영국의 시민들은 모두들 하던일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리저리 연기를 끌고 있는 양측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의 장열한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독일 폭격기대의 1파는 그들의 임무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여 런던까지 날아갈 엄두도 내지 못한채 조준폭격은 엄두도 못낸 상태에서 아무곳에나 대강 폭탄을 떨구고 기지로 방향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물론 이순간에도 영국 전투기들의 요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겁에질린 폭격기 승무원들은 영국공군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 착륙하자마자 재무장을 받는 허리케인, 조종사는 잠시의 휴식도 없이 다시 이륙했다. 이날 영국 조종사는 하루에 6회까지 출격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

독일공군에게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제 1파의 공격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데다가 연이어 공격할 계획이던 제 2파의 출격이 2시간정도 늦어진 것이었다. 결국 뒤늦게 출발한 독일공군의 제 2파 폭격기대는 런던의 외곽까지 돌진해 들어왔다. 하지만 지연된 시간동안 영국 전투기들은 기지에서 재무장, 재급유를 할 수 있었으며, 다시 비상출격 명령을 받고 일제히 날아올라 런던의 이스트엔드 지구 상공에서 독일 공격대를 요격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의족을 한 에이스 더글러스 베이더가 이끄는 제 12 비행단의 전투기 5개 비행대대가 100여기에 달하는 대편대를 이루어 돌진해 들어왔고, 이 광경은 독일 폭격기 승무원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양측의 항공기 400여대가 하늘을 연기로 수놓으면서 또다시 격렬한 공중전을 벌였다. 또다시 영국의 가을하늘에는 한계에 다다른 엔진이 내는 날카로운 비명과도 같은 굉음과 기관총의 속사음이 울려퍼졌고, 사방에서 많은 항공기들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빙글빙글돌며 지상으로 추락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 큰 위력을 발휘한 제 12 비행단의 대편대 전술, 런던상공에서 공중전이 벌어지게되면 독일기들이 도착하기전에 영국공군기들이 대편대를 형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

결국 이번에도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 독일 폭격기대는 런던 상공에서 대열이 완전히 깨진채로 아무렇게나 폭탄을 버리고 기수를 돌려야 했다. 상당수의 폭격기들이 엔진에서 불을 뿜으면서 떨어지고 있었고, 런던상공에서 10분도 못싸운채 연료가 떨어진 Bf 109E 호위 전투기들도 썰물처럼 프랑스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돌아가는 길도 편안하지는 못했다. 독일기들의 귀로를 차단하기 위해서 재무장을 마치고 날아오른 제 11 비행단의 전투기들은 영국남부의 해안부터 끈질기게 귀환중인 독일기들을 물고늘어졌고 프랑스해안까지  독일 폭격기들을 추격하는 조종사들도 있었다. 연료가 없는 독일 전투기들은 그저 일직선으로 도주하는 수밖에는 없었고, 폭격기들은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면서 영국 전투기들을 따돌리려고 필사적인 몸부림을 쳐야했다.

[ 공중전에서는 조금의 방심도 죽음을 의미한다. 이 스핏화이어의 조종사는 전혀 위험을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

마침내 하루종일 계속된 이날의 장대한 공중전이 끝나고 마침내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해졌다. 런던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영국공군을 섬멸하겠다면서 메뚜기 떼같이 몰려오던 하늘의 침입자들은 전혀 그 목적을 달성한지 못한 채로 쫒겨난 것이다.

이날의 급박한 전투가 끝난후, 전투기 사령부는 계속 보고되는 전과를 집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결국 영국의 BBC 라디오 방송의 아나운서는 저녁 뉴스시간에 다음과 같은 뉴스를 전달했다.

"국민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오늘 런던상공에서 벌어진 대격전에서 우리의 자랑스런 전투기 조종사들은 총 185기의 독일기들을 전멸시켰습니다. 그리고 아군의 피해는 불과 16기의 전투기가 격추되었지만 이중 6명의 조종사는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숨을 죽이고 이 뉴스를 듣던 영국민들은 사방에서 아무나 얼싸안고 환호성을 울렸다. 그리고 갑자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영국국기인 유니온 잭을 깃대에 올리기 시작했다. 마치 무슨 국가의 큰경사라도 난 것처럼 아직도 폭격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사이로 유니온 잭의 물결이 흐르고 있었다. 이날 영국에 파견된 한 미국기자는 시내를 둘러본후 큰 감동을 받았으며 본국으로 보내는 기사에다가 이렇게 썼다.

"계속 런던이 폭격을 받았지만 영국민들은 용기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최대규모의 전투가 끝난후 런던의 모든 곳에 유니온 잭이 나부끼고 있으며 아무도 울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찾아봐도 백기는 걸려있지 않습니다. 영국민들은 오늘 자신들이 얼마나 잘 싸웠는지를 잘알고 있는 것입니다."

[ 영국병사들이 격추된 독일 전투기의 러더에서 킬마크를 세고 있다. ]

한편 괴링은 이날의 대실패를 보고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영국공군이 발표한 185기 격추라는 것은 매우 과장된 것이었다. 독일은 이날 전투에서 39기의 폭격기와 17기의 전투기를 잃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28기의 전투기를 잃었던 영국공군의 손실에 비해서 매우 큰 것이었으며, 괴링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는 큰 피해였던 것이다. 더구나 무사히 돌아온 폭격기라고 해도 이중 많은 수에서 승무원들이 전투중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어 더 이상 출격할 수 없는 폭격기들이 많았으며, 승무원들이 무사하더라도 폭격기자체에 크게 손상을 입어 더 이상 출격이 불가능한 폭격기들도 수십대에 달했다. 더구나 전투기들의 손실도 17기가 피격당한 것에 더해서 20기 이상의 Bf 109E 전투기들이 연료가 떨어져 해협의 찬바다와 프랑스 해안에 불시착했던 것이다.

[ 공중전중 피격되어 영국해안에 불시착한 Bf 109E를 영국 병사가 지키고 서있다. 영국의 승리를 상징하는 듯한 사진이다. ]

이날의 전투가 끝난후 독일공군은 자신들이 전혀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지 못한 것과 영국공군 전투기 사령부가 전투력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9월 15일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바뀌게 될 것이라면서 큰소리치던 괴링은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바뀌어 버린 것에 크게 상심했다.

더구나 하늘도 영국의 편이었다. 대전투가 끝난 다음날이 9월 16일에는 기상이 갑자기 나빠져 독일의 항공작전은 어려워졌으며 나쁜 날씨는 9월 17일에까지 이어졌다. 물론 영국공군은 이틈에 뼈속까지 지친 조종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밤새워가면서 손상된 전투기를 수리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 도대체 왜이렇게 일이 꼬이는 거지? 전황이지지부진한 속에서 제 2 항공함대 사령관 알베르트 케셀링장군이 부르노 뢰느저 장군과 토론을 하고 있다. ]

이시점에서 독일공군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게된 히틀러는 더 이상 영국 공격에 시간을 빼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큰 타격을 받은 영국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보다 원대한 목표... 소련을 향해서 침략을 결심했던 것이다. 결국 9월 17일, 히틀러는 프랑스의 독일군 사령부에 영국상륙작전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명령서를 하달했다. 괴링은 이 명령서를 받고는 또다시 크게 낙담했다. 물론 히틀러는 독일공군의 사기를 고려해 앞으로도 영국을 계속 폭격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되지만 사실상 이시점에서 히틀러는 영국을 전면적으로 침공하는 것을 완전히 마음에서 잊기로 한 것이다. 히틀러가 이렇게 결심한 이상 이제 영국은 본격적인 침공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결국 9월 15일의 대 전투는 영국 본토 항공전의 최절정을 이룬날로서 훗날의 역사가들에 의해서 전세를 좌우했던 가장 중요한 전투였으며 분명히 영국공군이 독일공군의 맹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대승리의 날로 기록 되었다.

[ 공중전에서 살아돌아온후 자신감에 찬 영국 조종사가 허리케인에서 내리고 있다. 이 조종사는 뉴질랜드 출신이 유명에이스 코버 캐인 중위이다. ]

하지만 히틀러의 심중을 알길이 없었던 베르너 묄더즈와 아돌프 갈란트같은 독일공군 장교들이나 휘하의 조종사 및 공군 장병들은 영국상륙작전이 단지 조금 연기가 되었을 뿐이며 이후 계속 공격을 퍼부으면 언젠가는 영국 본토로 향하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독일공군 수뇌부도 아직 영국침공에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으며 전략을 대폭수정하여 폭격기들의 손실이 극심한 주간폭격은 당분간 중지하고 야간폭격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것은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계속될 것이며 영국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심한 고난과 직면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이제부터는 직접적인 침공의 위협이 사라진 상태에서 영국민들은 독일공군의 공격을 잘 견뎌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어느덧 영국본토 항공전은 반환점을 돌아 그 종점을 향해서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