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Battle of Britain (영국 본토 항공전)

◇ Act 7. 우리에게는 기적이 필요하다! ◇

(We need miracle!)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3. 21   

"런던이 독일 폭격기의 항속거리 안에 있다는 것이 독일을 지게 만들 것이다."

- 영국 공군 전투기 사령부 사령관 휴 다우딩, 덩커크 철수 직후 -

[ 승세를 잡은 독일공군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Ju-88 폭격기가 시동을 걸고 출격 준비중이다. 이 폭격기는 빠른 속도와 우수한 기동성으로 독일 공군 조종사들의 큰 신뢰를 받았던 기종이다. ]

영국공군은 독일공군이 새로 구사하는 전술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뼈가 저리도록 실감해야 했다. 독일공군기들은 전투기들과 폭격기들간에 더욱 협동이 잘되는 소규모의 공격팀을 이루어 영국의 주요 비행장, 전투기 공장, 연료 저장소, 군수 창고등에 동시다발적으로 공습을 가했다. 스투카가 일선에서 물러난 대신 Ju 88, Do 17과 같은 폭격기들이 런던 외곽까지 진출하여 폭격을 감행했고, Bf 110 전투기들은 호위 임무에서 제외된 대신에 직접 폭탄을 적재하고 주요 목표지점에 폭격을 가하고는 내빼는 전투폭격기 임무에 투입되었다. 이러한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술들이었다. (훗날 역사가들은 8월 24일부터 9월 6일까지의 2주간을 영국본토 항공전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적인 시기로 보게되는데 그것은 독일이 거의 승리할뻔 했기 때문이었다.)

[ 제 11 비행단의 비긴힐 비행장을 폭격한후 독일 공군이 촬영한 사진으로 피해상황을 정밀하게 분석해 놓고 있다. 이런 공중촬영의 결과에 따라서 후속 공격의 강도가 정해지게 된다. ]

반면, 영국공군의 상황은 매우 어려웠다. 조종사들은 그들이 출격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동안 그들의 비행장이 폭격을 받아 아수라장이 되 버리고 있는 사실로 인해서 매우 불안해했다. 사실상 이시점에서는 제 11 비행단의 비행장에는 안전하게 이착륙을 할 수 있는 활주로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비행장에 강행착륙을 시도하다가 전투기는 파손되고 조종사는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는 일까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제는 안전한 활주로를 찾아서 민간인들이 연습하는 비행클럽의 상태가 안좋은 작은 활주로에도 전투기들을 유도해야 했다.

제 11 비행단장 키스 파크 소장은 매우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을 직감했다. 이대로 며칠만 더 공습이 진행된다면 제 11 비행단은 글자그대로 궤멸될 위기에 몰려있었다. 이것은 분명히 현실이었다. 파크는 리 말러리에대해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제 12 비행단은 아직도 제대로 제 11 비행단의 비행장을 효과적으로 엄호해 주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파크와 말러리의 대립은 극에 달했고, 다우딩이 참모회의를 소집했을 때 이 두 장성은 서로 언성을 높여가면서 말싸움을 했다.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본 다우딩은 이제 더 이상 우리끼리 다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사실상 영국공군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 영국공군의 에이스중 죽을 고비를 가장 많이 넘겼다는 행운의 사나이 앨 디어의 스핏화이어의 사진이다. 그는 이륙 활주중에 바로앞에 폭탄이 떨어져 기체는 이처럼 대파되었다. 그러나 앨 디어는 얼굴에 약간의 찰과상만 입고서는 기어나와 다시 다른 전투기에 타고 출격을 했다. ]

7월과 8월의 격전이 벌어진동안 다우딩 휘하의 비행대대(Squadron)의 대대장들중 무려 80%가 전사하거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게다가 독일공군이 전략을 수정한이후인 8월 24일부터 9월 6일까지의 2주간의 전투에서 무려 466기의 영국 전투기들이 격추당했는데, 독일공군기들이 전투기 생산공장과 수리시설에 대해서 맹폭을 가한 결과 생산이 이에 따라주지 못하여 269기만이 간신히 보충될 수 있었다. 이런식으로 진행된다면 영국공군의 궤멸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특히 전투기 조종사들의 손실도 감당할 수 없는 단계까지 올라있었다. 8월 한달동안의 통계로 409명의 조종사들이 전사또는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였는데, 이 위험한 2주간에 231명의 조종사가 손실되었던 것이다. 

[ 체코 조종사들이 전투에 투입되기 직전 훈시를 받고 있다. 이런 외국인 조종사들은 영국 공군에게 큰 힘이 되었다. ]

사실 이무렵에 영국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연령이 21세미만인 경우가 태반이었다. 놀랍도록 젊은 조종사들이 많아서 19, 20세의 나이가 보통이었고 23세를 넘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이들이 목숨을 건 전투에서 전사하거나 부상당하게 되자, 결국 영국공군은 부족한 조종사들을 보충하기 위해서 비행시간이 불과 몇시간에 불과한 더 신출내기 훈련병들을 전투에 투입해야 했다. 이에 더해서 폭격기 사령부와 해안 사령부의 폭격기 조종사들이 전투기로의 기종전환 훈련을 간단히 받고서 공중전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미봉책의 결과는 가혹한 것이어서 대부분의 신참 조종사들은 제대로 공중전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전체 비행대의 전과를 더욱 떨어뜨렸다. 그러나 역으로 이러한 혹독한 전투에서 살아남아 돌아온 조종사는 불과 2-3일의 전투에 투입되는 동안에 전투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 공중전의 베테랑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 독일 전투기들의 호위망을 돌파한 스핏화이어가 Do 17기를 공격하면서 스쳐지나가는 사진이다.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싸웠지만 8월말에는 영국 공군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

사실 영국에는 망명해온 폴란드, 프랑스, 체코, 벨기에 조종사들이 일부있었지만 공중전에서 의사소통의 문제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 다우딩은 애초에 영국의 방위를 자국 조종사들에게 전담시키고자 했었다. 그러나 인적 자원이 태부족인 상황에 처하자 다우딩도 이런 외국인 조종사들을 전투에 투입하는 것을 허락했다. 사실 이들 망명 조종사들은 독일에 대한 증오심에 불타오르고 있어서 전투에 투입되는 것을 모두들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 He 111 폭격기의 전방 조종석, 탁트인 시야를 자랑했으나 정면으로부터의 기총사격에 취약했다. ]

그러나 평균적으로 외국인 조종사들의 실력은 영국 조종사들보다 낮음이 확실했고, 그들의 독일에 대한 증오심은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참전 조종사들이 총 147명으로 가장 많은수가 참가한 폴란드 조종사들은 독일군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증오심이 가장 강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영국 교관들이 공중전에서의 무선교신법과 레이더 관제를 받는 법,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법등에 대해 교육했고, 출격시에 같이 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격렬한 공중전이 벌어지면 급박한 상황하에서 본능적인 해동이 나오게 되고, 결국 이렇게 교육받은 사항이 전혀 소용없었다. 조종사들은 자국어로 소리를 질러대면서 전투를 벌였다. 그러면 같이 비행하던 영국 지휘관이 다급하게 다음과 같이 다그치는 무전이 레이더 관제실에 울려퍼졌다. 지상에서 이런 대화를 듣고 있는 레이더 관제소의 지휘관들은 한숨을 푹쉬거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 마련이었다.

"이 자식들아! 폴란드 말로 떠들지 말라구! 제발 침착해! 그리고 영어로 말하란 말이야! 영어로...!!"

그러나 이들 외국인 조종사들은 조종사가 절망적으로 부족한 영국공군에게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리고 전투가 계속되면서 이들에의한 전과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 Bf 109E가 귀환하자마자 즉시 재급유와 재무장을 받고 있다. 항속거리가 짧은 Bf 109E전투기들은 많은 출격회수로 이를 커버해야 했다. 따라서 이처럼 쉴새없이 전투에 나서야 했다. ]

한편, 독일 조종사들의 부담감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들도 연일 계속되는 영국 전투기들과의 교전에 지친 상태였다. 조종사들의 사기는 높았지만, 폭격기 호위 임무를 맡게되면서 기습의 이점이 없이 완전히 서로 정면으로 마주치는 상태의 교전이 벌어지게 되자 독일 조종사들도 혼전에 빠져들어 어쩔줄 몰라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1시간정도 해협을 횡단하여 15분정도의 전투후에 다시 1시간을 비행하여 돌아와야 해서 날아오르자마자 전투를 할 수 있는 영국 조종사들에 비해서 비행에 대한 부담감이 높았다. 전투가 계속되면서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었고, 돌아오자마자 재급유, 재무장후에 다시 폭격기 호위 비행에 나서야 했다. 일부 조종사들은 하루에 5회에 달하는 해협횡단 비행에 나서서 총 10시간 이상을 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독일 전투기 조종사들은 영국 전투기들이 우군의 폭격기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독일공군이 전쟁에 이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식으로 비슷한 숫자의 손실이 발생하면 수가 훨씬 많은 독일공군은 당연히 유리해 지는 것이고 무엇보다 폭격기들이 거의 대부분 목표지점에 도달하여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영국본토 항공전에 투입된 Bf 109E의 일러스트들이다. 최전성기를 달리던 독일 전투기부대들은 부대마다 서로 다른 화려한 도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

8월 31일, 영국본토 항공전을 통털어 영국공군에게 최악의 날이 찾아왔다. 전날의 폭격으로 전력시설이 파괴되어 일부 레이더기지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는 바람에 레이더망에 구멍이 몇군데 뚫려 있었던 것이다. 이로인해서 많은 수의 독일 폭격기 편대가 전혀 저항을 받지 않고 영국으로 날아왔다. 게다가 계속 쉴새없이 들이닥치는 독일폭격기와 전투기들의 합동작전으로 영국 전투기들의 방어선을 완전하게 돌파하여 영국 남동부의 주요 전투기 기지들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비행장은 온통 곰보처럼 폭탄공이 뻥뻥 뚫려 있었고, 지상시설은 파괴되었고 많은 지상요원들이 사상했다.

[ 쉴새없이 폭격을 퍼붓는 He 111 폭격기, 점점 전황은 독일공군에게 유리해지고 있었다. ]

이날 독일공군기들은 총 4400톤의 폭탄을 퍼부었다. 이렇게 여려운 지상의 상황에더해서 공중전의 상황도 암울했다. 이날 처음으로 독일전투기들은 영국전투기를 39대나 격추시켰는데 이것은 하루의 전과로는 개전이래 최고의 수준이었을뿐더러 이날 독일폭격기들의 손실은 경미하여 영국공군의 피해가 처음으로 독일보다 많은 날이기도 했다. 이제 영국 공군 조종사나 병사들 사이에 웃음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모두들 어두운 표정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며칠내에 남동부의 영국공군은 소멸될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다우딩은 9월 1일 긴급 참모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전략에 대해서 논의를 하다말고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할말을 잊은 듯 가만히 있다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나는 신이 우리 영국을 버렸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전능한 신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보여주기를 바랄뿐이다. 현재 내가 바라는 것은 기적이다. 우리에게 어떤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이 전쟁에서 우리는 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마침내 신의 가호라도 있었던 것일까? 다우딩은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일주일전에 작은 기적하나가 있었다. 그것도 영국 본토 항공전의 전체 전세를 바꾸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기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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