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Battle of Britain (영국 본토 항공전)

◇ Act 9. 강철과 불의 시련속에서 ◇

(Courage under fire)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4. 11    

 "나는 영국에 대한 공격을 총지휘하는 권한을 전적으로 부여받았으며 우리는 오늘 드디어 영국의 심장부를 완전하게 강타하였다. 이것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 1940년 9월 7일 독일공군 원수 헤르만 괴링, 런던에대한 첫 공습이후 -

 "집근처에 낙하산이 내려오면, 그들은 별로 용기가 없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동료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입니다. 그들이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말고 여러분의 식량과 자전거, 지도를 감추십시오."

- 1940년 9월 영국공보부의 시민 지침서 -

드디어 선두의 독일 폭격기들이 템즈강의 상공에 접어 들면서 런던 외곽의 고사포들이 일제히 포성을 울렸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런던의 고사포대는 그 숫자가 절망적으로 부족했고 더구나 성능도 신통치 않았다. 독일 폭격기대가 진입해오는 고도가 훨씬 높아았기 때문에 고사포탄들은 훨씬 아래쪽에서 폭발하면서 마치 눈송이처럼 보이는 흰연기를 남겼다. 이것은 독일 조종사들에게는 환영의 축포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독일 폭격기들은 영국 전투기들의 요격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완벽하게 대오를 유지하면서 런던 하늘로 속속 몰려들었다.

[ 드디어 런던공습이 시작되었다. 사진은 최초로 폭격을 받은 템즈강변의 무기공장들로서 독일폭격기 조종사가 촬영한 것이다. ]

그리고 편대장이 폭탄을 떨어뜨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 편대는 편대장이 폭격을 시작하면 일제히 폭탄창을 열어 폭탄을 무자비하게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었다. 곧 선두기가 갑자기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을 신호로 모든 폭격기들이 일제히 폭탄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폭격을 받은 곳은 템즈강 하구의 무기공장과 연료 저장소였다. 폭격이 시작되자 곧 격렬한 폭음이 지면을 뒤흔들었고 연료저장소에 불이 붙으면서 하늘을 뒤덮을 듯한 불길이 치솟았다. 공습경보 싸이렌이 정신없이 울리는 가운데 자욱하게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본 시민들은 당황하여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는 수많은 까만 점들이 몰려오고 있었고 점점 더 숫자가 많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런던 시내 곳곳에서 폭탄이 폭발하는 폭음과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 9월 7일 런던을 목표로한 가공할 폭격은 전 지역을 휩쓸었다. 런던 브리지뒤에 솟아오르는 엄청난 연기를 보라! ]

일단 폭격이 시작되자 계속 런던 상공에 도달하는 후속 폭격기들에게는 조준이라는 것이 필요없었다. 폭격기 조종사들은 그저 눈아래 펼쳐지는 연기와 화염을 보면서 적당한 목표물만 보이면 그냥 폭탄투하 핸들을 잡아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런던의 곳곳에 무자비한 폭격이 계속되자 인구 밀집지역에서 큰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빈민들이 모여사는 이스트엔드 지구에는 화염과 무너지는 건물에 의해서 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미 완전히 허를 찔린 영국 공군은 폭격이 시작된지 한참이 지나서야 런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독일공군이 비행장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파크는 제 11 비행단의 모든 전투기를 런던쪽으로 출격시켜 런던을 방어하고자 했으며 리 말러리의 제 12 비행단의 전투기들도 일제히 런던상공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강력한 독일 전투기들의 방어망에 직면했다. 런던 하늘 곳곳에서 공중전이 벌어졌고 가끔씩 십자가 마크를 한 폭격기들이 화염에 휩쌓여서 런던 시내로 추락하는 광경이 펼쳐져 시민들은 약간이나마 위안을 받았다.

[ 영국의 자랑, 세인트폴 대사원 주위도 화염과 연기가 뒤덮었다. ]

결과적으로볼 때 9월 7일, 영국 공군은 런던 방어에 관해서는 완전히 대 실패를 했다. 이미 런던 시민 500여명이 첫 폭격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실종자와 부상자는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런던의 전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고 특히 목재로 만든 허름한 집들이 빽빽하게 밀집해있던 이스트엔드 지구는 폭발과 화염에 대부분 건물이 파괴되어 수많은 시민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거나 집을 잃었다.

속속 귀환하는 폭격기 조종사들로부터 전과를 보고받은 괴링은 기뻐서 날뛰었다. 영국 공군은 런던 방어에 완전히 허를 찔렸으며 완전히 영국 공군을 농락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는 곧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 '영국의 심장부에 치명타를 날렸다!'라고 떠들어 댔다. 그리고 계속 런던을 맹폭할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사실상 9월 7일 런던 폭격 첫날에는 괴링의 호언이 별로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독일공군의 폭격기들은 영국 전투기들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은 상태로 폭격을 시작했으며 런던에 대해서 커다란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단, 런던이라는 먼거리의 목표를 폭격하고 돌아오던 독일기들이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영국 전투기들의 요격을 받아 총 47기나 손실되었다는 사실은 기분이 좋아진 독일공군 원수에게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날 독일 전투기들도 영국 전투기들을 무려 28기나 격추시켰기 때문이었다.

[ 불길이 치솟는 한 성당건물의 사진, 런던 대공습 기간중에는 밤에도 불길이 식을줄 모르고 타올랐다. ]

하루종일 폭격이 계속된후 런던에 밤이 찾아왔으나 런던에는 폭격의 화염이 곳곳에서 계속되어 멀리서 보면 마치 저녁놀이 지는 것과 같은 광경이 밤새도록 펼쳐졌다. 그러나 밤이 찾아왔어도 독일군의 폭격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주야를 가리지 말고 공격하라는 괴링의 명령으로 야간폭격이 연달아서 가해졌던 것이다. 이맘때만해도 영국공군은 효과적인 야간전투기부대를 구성하고 있지 못했으므로 전혀 요격에 나서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런던의 꺼지지 않는 불길은 밤에도 독일군에게 여기가 런던이라는 것을 알리는 완벽한 목표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소방대원들과 시민들은 밤을 새워가면서 사방에 펼쳐진 부서진 건물더미속에서 부상자를 구해내고자 사력을 다했으며, 소방호수나 물양동이를 들고 곳곳에서 미친 듯이 솟아오르는 불길과 싸우고 있었다.

이러한 불의 재앙은 9월 7일이후 일주일간 계속되었다. 독일 공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계속 런던을 폭격했다. 이러한 폭격의 결과는 너무나 참혹한 것이어서 사망자가 2000명이 넘었고, 부상자들과 실종자들은 수만명에 달했다. 런던의 시내는 참혹하게 파괴되었으며 유서깊은 건물들과 기념물들이 파괴되어 흉칙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민들은 슬픔에 잠겨있었으며 곳곳에서 런던이 무방비로 폭격당하게 된 것에 대해서 정부에 대해서 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 한 신문에 실린 삽화로서 괴링의 폭격을 튕겨내는 시민들의 불굴의 정신을 묘사하고 있다. 아래에 써진 코크니(cockney)는 런던의 토박이를 뜻하는 말이다. ]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런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하나로 똘똘 뭉쳐서 고난을 이겨나가고 있었다. 여기에는 빈부의 차이도, 신분의 귀천도 없었다. 사실 빈민들이 많은 이스트엔드 지구가 집중 폭격에 노출되어 궤멸되면서 빈민들에 의한 폭동이 일어날뻔도 했지만 런던의 모든 지역이 피해를 입었던 데다가, 9월 8일 다시 감행된 독일의 폭격으로 버킹검 궁전까지 폭탄에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왕궁이 폭격당한 것은 영국민들에게 오히려 심리적으로 구원이 되었다. 오죽했으면 에리자베스 여왕은 왕궁이 폭격당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나는 버킹검궁전이 폭격 당한 것이 정말로 기쁩니다. 그 덕분에 이스트엔드 지구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너진 건물더미속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에는 너도나도 자원하여 나섰고, 수많은 사람들이 대피한 지하철과 같은 방공호에서는 질서가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폭발음이 가까이서 들리면 사람들은 서로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공포를 이겨나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런던시민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만들겠다던 괴링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폭격이 거듭될수록 이들 영국민들이 겁을 집어먹거나 사기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다들 독일에 대한 증오심에 불타고 있었으며 언젠가는 피의 복수를 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 독일 폭격기의 사격수가 스핏화이어를 조준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고속으로 급격하게 선회하는 전투기를 명중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

한편, 9월 8일 밤, 다우딩은 파크와 함께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런던쪽의 불길을 쳐다보고 있었다. 독일의 야간공습으로 아직도 폭음은 계속되고 있었으며 한밤중이었음에도 런던의 하늘은 마치 저녁놀이 진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한참동안 말이 없이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다우딩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으나 그속에서 한줄기 희망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다우딩은 파크를 바라보며 희망적인 이야기를 던졌다.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지만 런던시민들이 겪는 저 고통은 곧 보상받게 될 것이다. 런던을 폭격한 것은 독일공군이 큰 실수를 한거야. 살짝만 밀어도 벼랑끝에서 영영 떨어질뻔한 우리 영국공군에게 놈들이 벼랑에서 벗어날 시간을 주었다. 이제 비행장은 밤을 새워가면서 복구되고 있고 지친 조종사들과 지상요원들도 살아나고 있어, 이제 우리는 전력을 곧 회복할 것이고 적들이 밀집해서 런던으로 날아오는 이상 매복하기도 쉽고 찾기도 쉽지. 게다가 놈들의 전투기들은 항속거리의 한계에 와있어. 간신히 돌아갈 연료밖에는 없다. 돌아가면서 싸울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

다우딩의 옆에서 런던의 불길을 지켜보고 있던 제 11 비행단장 키스 파크도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자신의 비행장이 폭격을 받지 않은데 대해서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이제 2-3일 내에 우리 제 11 비행단의 전력은 완전히 회복됩니다. 놈들이 런던을 폭격하는 덕에 우리는 살았습니다. 이제는 반격의 시점만 남았습니다. 더구나 말러리가 그토록 주장하던 제 12 비행단의 대편대 전술도 위력을 발휘하겠지요. 놈들이 말러리의 영역에 제대로 들어와 버린거 같습니다."

사실 9월 7일의 성공적인 런던 폭격은 독일공군에게는 오판의 빌미가 되었다. 그들은 영국 전투기들의 세력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 거의 런던을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따라서 독일공군은 계속 대낮에 폭격기의 대군을 동원하여 런던을 초토화 시키는 작전을 계속 하기로 했다.

[ 런던 한복판을 날고 있는 Do 17의 실루엣이 뚜렸하게 보인다. 9월 8일의 공습중에 촬영된 사진이다. ]

그러나 독일공군이 런던을 폭격한지 불과 2일만에 영국공군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곧 강력한 저항을 시작했다. 9월 9일에 다시 런던을 불바다로 만들고자 대낮에 침범한 독일 폭격기들은 이번에는 런던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해협상공에서부터 계속 출몰하는 제 11 비행단 전투기들의 요격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많은 수의 영국 전투기들이 독일 전투기들의 방어망을 뚫고서 폭격기들 속으로 뛰어들었으며 결국 상당수의 독일 폭격기들은 이리저리 내몰리면서 대열이 깨졌고, 결국 채 런던에 도달하기도전에 폭탄을 아무렇게나 버리고는 기지로 돌아가야 했다.

[ 비행장에 대한 폭격이 잠잠해진 틈을 타서 영국 공군이 살아나고 있었다. 사진은 긴급발진 대기중인 312 전투중대의 허리케인 전투기들 ]

더구나 제 11 비행단의 저항을 뿌리치고 런던에 도착한 폭격기들은 이번에는 제 12 비행단의 대편대의 위력을 맛보았다. 소규모 비행중대가 연달아서 계속 요격해오던 제 11 비행단과는 달리 제 12 비행단의 전투기들은 30대 이상의 대편대를 이루고 있다가 런던상공에 독일기들이 도착하면 일제히 달려들었던 것이다. 이날 독일 폭격기들은 전례없는 저항에 부딪혔다. 특히 이날 대편대를 지휘한 의족의 맹장 더글러스 베이더는 제 11 비행단의 비행장을 엄호하라는 명령을 받고 남부로 날아가다가 독일 폭격기들을 목격하자 명령을 어기고 이 독일 폭격기들을 공격해서 큰 전과를 올렸다. 반면, 이러한 대편대는 영국 전투기과의 교전을 애타게 기다리던 독일 전투기 조종사들에게는 반가운 것이었다. 폭격기를 향하는 영국 전투기들의 머리위에서 독일의 Bf 109E 전투기들이 일제히 내리 꽂히는 장면들이 연출되면서 격렬한 공중전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독일 전투기들의 방어망을 헤집고 들어온 영국전투기들은 독일 폭격기들을에게 격렬한 기총사격을 가했다.

[ 피격되어 영국 해안에 쳐밖힌 He 111, 점차로 독일 폭격기대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

이날의 치열한 공중전에서 독일공군은 총 28기의 폭격기와 전투기를 잃었고, 영국공군은 19기의 전투기가 격추당했다. 그러나 이날 독일 전투기 부대는 숫자상으로는 많은 전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에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그것은 바로 Bf 109E의 짧은 항속거리라는 문제점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날 격렬한 공중전에서 영국 전투기들을 상당수 격추시키고 기지로 돌아오던 아돌프 갈란트가 지휘하는 JG 26의 Bf 109E 12기는 모두 연료가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그리고 프랑스 해안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연료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종사들은 조종불능이된 기체들을 몰고 어떻게든 기지로 귀환하고자했으나, 모든 노력도 허사로 돌아가 무려 7기의 Bf 109E가 바다에 쳐밖혔으며 갈란트를 포함한 나머지 5기도 비행장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프랑스 해안이나 들판에 비상착륙을 강행해야 했던 것이다. 결국 비전투 손실이 엄청나게 늘어난 셈이 되 버렸으며 이후에는 모든 전투기 조종사들이 공중전을 하다가도 귀환할 연료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야 했다.

[ 간신히 프랑스로 돌아왔으나 결국 해안에 강행착륙한 Bf 109E, 런던까지 비행해야 했으므로 항속거리의 한계점에서 전투를 벌여야 했으므로 이런 경우가 속출했다. ]

이후에도 독일공군은 연일 런던을 맹폭했지만, 연일 영국공군의 요격이 기분나쁠 정도로 멈추지 않았다. 물론 런던은 계속 폭격을 받아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괴링은 런던이 파괴되고 있다는 소식에 기뻐하다가도 휘하의 폭격기 부대를 시찰하고나면 기분이 나빠졌다. 폭격기 부대의 조종사들은 런던폭격을 시작할 때의 사기는 온데간데 없이 모두들 겁을 먹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전멸되어 몇대 안남아 있다던 영국 전투기들이 불안할 정도로 계속 출현해서 요격을 해오고 있으며 우군 전투기의 호위가 불충분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서 호위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이런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전투기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 제 12 비행단의 대편대 전술, 영국 본토 항공전 초기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런던공습기간에는 맹위를 떨쳤다. ]

그들은 런던이 너무 멀어 거의 항속거리의 한계점에 있기 때문에 5-10분정도 싸우고나면 돌아와야 한다고 불평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연료가 절반이하로 줄어든 다음에는 기수를 돌릴 수 밖에는 없으며, 이때 아군 폭격기들이 영국 전투기들의 공격을 받는 것을 목격한다 하더라도 애타게 쳐다볼뿐 그냥 돌아오는 수 밖에는 없었다고 했다. 만일 이때 영국 전투기들과 싸우기 위해서 선회를 하면 연료가 부족하여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괴링은 폭격기 조종사들을 달래기 위하여 전투기 부대에게 반드시 폭격기를 근접 호위할 것을 명령했다. 이러한 조치는 더욱 전투기 조종사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었다. 아돌프 갈란트 같은 용감한 장교들은 괴링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항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근접호위는 오히려 영국놈들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폭격기들과 근접해서 비행하게 되면 우리의 뛰어난 속도도 순발력도 월등한 강하능력도 모두 잃게 됩니다!"

오히려 괴링은 화를 내면서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형편없는 겁쟁이라면서 몰아붙였고 이제부터는 반드시 근접호위를 할 것을 명했다. 한참을 씩씩 거리던 괴링이 옆에서 불만스럽게 서있는 아돌프 갈란트에게 한마디 던졌다.

"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우리가 영국놈들을 완전히 박살낼 수 있겠나? 자네들의 의견을 이야기 해보게! 지금 자네들에게는 세계 제일의 전투기가 있지 않나? 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봐! 내가 얼마든지 지원을 해주겠네."

"그렇다면 각하! 저희들에게 스핏화이어를 주십시오!"

괴링이 말을 하자마자 갈란트가 서슴없이 대답해 버렸고, 갈란트의 엉뚱한 대답에 주위는 조용해졌다. 결국 괴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회의를 끝내고는 자기방으로 가 버렸다. 얼마전부터 갈란트는 독일공군의 원수가 가진 군사적인 역량에 의문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괴링이 나간 후에 갈란트 뒤에 서있던 다른 동료 조종사들은 할말을 하고야마는 성격의 갈란트에게 미소를 던지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결국 다음날 독일 전투기들은 폭격기대의 바로 옆이나 위에서 근접 호위를 해야했다. 이렇게 되자 상공에서 영국 전투기들을 목격하면 급강하하면서 공격하던 Bf 109E들이 오히려 영국 전투기들이 공격해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수세적인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이것은 영국 전투기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좋은 상황으로 변한 것이었으니, 날쌘 스핏화이어들이 Bf 109E의 무리에 달려들기 시작하면 그뒤를 이어서 허리케인들이 전투기의 방어선을 뚫고 독일 폭격기들을 공격하는 전술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 출격 준비하는 JG 26 지휘관 아돌프 갈란트의 Bf 109E, 갈란트의 회고록에 의하면 이무렵부터 갈란트는 괴링의 능력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

결국 런던폭격이 시작된지 5일만인 9월 11일 저녁, 참모회의를 소집한 괴링은 연일 계속되는 폭격기대의 극심한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본격적인 대낮 폭격을 잠정 중단하면서 런던 폭격을 피해가 적은 야간 폭격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 야간폭격은 폭격기 손실을 줄이면서 런던에 큰 피해를 주는 효과가 있었던 반면, 바다사자 작전을 위해서 독일 공군이 런던을 겨냥했던 궁극적인 목표인 런던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영국 전투기들을 하늘로 끌어들여 격멸한후 제공권을 완전히 탈취한다는 것에는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었다. 밤에는 영국 전투기들을 격추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하간 이때부터 무려 68일간 독일은 매일 런던에 대한 야간폭격을 계속했는데 훗날 영국인들은 이기간을 '런던 대공습 (London Britz)'이라고 부르게 된다.

한편 히틀러는 괴링에 대해서 9월 17일까지 영국 공군을 완전히 괴멸시켜 9월 21일로 예정된 상륙작전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런던을 공격한지 일주일이 다되가도록 전황은지지부진했고 점차로 정해진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에 마음이 급해진 괴링은 9월 14일 저녁, 휘하의 지휘관들을 모두 한자리에 다시 모아놓고 그들의 무능을 질타한 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마지막 일격을 가할 차례다. 영국공군의 잔존 전투기들을 모두 하늘로 끌어들여 그야마로 철퇴와 같은 공격으로 말살해 버리도록 하는 작전을 시작할 것이다. 내일은 가동 가능한 모든 폭격기들과 전투기들을 총 동원하여 영국공군을 박살내 버리도록 하라! 바로 9월 15일 내일이 지난후 영국놈들은 그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내일 이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게 될것이다!"

드디어 9월 15일 일요일이 되었다.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전 독일공군이 부산하게 공격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으며 태양은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파란 하늘을 향해서 폭격기들과 전투기들이 굉음을 울리면서 계속 날아오르고 있었다.

한편, 일주일간이나 비행장이 공격을 받지 않았던 영국공군 전투기 사령부도 반격을 가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독일의 무선을 도청하여 내일 상당한 규모의 공습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영국공군은 비행이 가능한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반격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레이더의 화면에 굉장한 숫자의 독일기들이 한덩어리로 뭉쳐 프랑스 해안을 떠나는 것이 나타나자마자, 비상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전력을 90% 가까이 회복한 제 11 비행단의 전투기들과 제 12 비행단의 전투기들이 모두 거의 동시에 이륙하기 시작했다. 이날 영국공군은 24개 전투비행중대 전부에게 가동가능한 전투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출격시키라는 출동명령을 내렸고 영국공군이 가지고 있던 총 370기의 스핏화이어와 허리케인을 모두 날려보내기로 했다.

[ 드디어 최대의 격전의 날이 왔다. 제 615 전투비행대의 허리케인이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

드디어 400여대의 폭격기와 700여대의 호위 전투기들로 이루어진 독일 폭격기대의 제 1파가 해협상공에 접어들고 있었다. 동시에 영국 전투기들의 1파도 일제히 영국 해안 상공에 도달한후 해협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양측 조종사들이 해협 상공에서 거의 비슷하게 전방 유리창에 보이는 엄청난 수의 적기들을 서로 목격했다. 그리고 조종사들은 조종간을 꽉 움켜쥐고는 정면을 노려보면서 서로 전혀 양보도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려는 자동차들처럼 계속 마주보면서 질주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로서 후세사람들이 이른 바 '영국 본토 항공전의 날 (Battle of Britain day)'이라고 부르게되는 장대한 격전의 날, 1940년 9월 15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