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Desert Wings (북아프리카의 결전)

◇ Act 1. 무솔리니 지중해를 넘보다 ◇

(Mussolini's Daydream)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3. 10. 13  

foxmouse: 2차대전 항공전사가 근 2년여만에 다시 재개됩니다. 오랜만에 다시 2차대전의 하늘로 돌아오니 상당히 기분이 좋습니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들 정도네요.. 이번에 새롭게 연재될 항공전사는 지중해와 북아프리카를 무대로 이탈리아와 독일 그리고 영국간에 펼쳐진 혈전을 무대로 그 하늘에서 벌어졌던 항공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고자 할 예정입니다.

사실상 북아프리카 전선은 사막을 누비던 전차들과 롬멜과 몽고메리등 지상전의 용장들을 주인공으로한 지상전이 그 근본이 되겠지만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의 하늘에서도 지상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치열한 항공전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지중해를 넘봤던 이탈리아군과 그들의 공군, 그리고 북아프리카를 누비며 용명을 떨친 사막의 여우 롬멜과 북아프리카 군단의 하늘을 책임졌던 아프리카의 독수리들, 그리고 이들에 맞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날아올랐던 영국 사막공군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로마의 황제를 꿈꾸던 사나이

1940년 6월, 거함 프랑스마저 독일전차부대의 일격에 침몰해 버리고 이제 서유럽에는 사자의 나라 영국만이 홀로남아 독일의 독수리들에게 맞서고 있었다. 그해의 뜨거운 여름 영국을 초토화시켜 버리겠다는 기세의 독일공군이 프랑스 해안에 집결하여 최후의 대공세를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 도버해협 상공의 전선과는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반도에서 서유럽의 전황을 살피며 기회를 옅보고 있었던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는 이 절호의 기회를 이용해서 자신이 지중해의 패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던 것이다.

[ 젊은 시절의 야심가 무솔리니, 훗날 이탈리아의 정권을 장악하고 독재자가 되어 로마제국의 재건을 꿈꾸게 된다. ]

사실 무솔리니는 이무렵 전격적인 승리를 거두며 서유럽을 정복하고 있었던 독일군을 너무나 부러워했으다. 스페인 내전에서 이탈리아군이 독일군과 대등한 활약을 했다고 믿고 있었던 무솔리니는 이탈리아군의 위상을 과대평가하고 있었으며 점점 자아도취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무솔리니는 스스로 내심 대등한 라이벌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가 자신보다 먼저 위대한 정복자가 되어가는 것을 크게 질투하며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자신이야말로 로마제국의 부활을 이룩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있던 무솔리니는 어떻게 하면 이런 분위기속에서 자신이 전리품을 얻어낼 것인가를 골몰하고 있었다. 그는 영국마저 독일공군의 맹공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이대로 망설이는 동안 독일이 완전한 승리를 거둔다면 이탈리아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불안감에 사로잡힌 무솔리니는 돌출행동을 하기도 했었다. 독일군의 전격적인 돌격으로 프랑스가 거의 항복하기 직전까지 몰렸던 1940년 6월, 무솔리니는 히틀러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느닷없이 추축동맹인 독일군을 돕는다면서 영불 연합군에 선전포고를 하고는 프랑스 국경을 넘어 쳐들어갔지만, 이것은 어린애가 보아도 속이 뻔하게 들여다보이는 비열한 행동이었다. 심지어는 히틀러조차도 무솔리니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히틀러는 정치적인 동맹이 필요해서 이탈리아를 추축동맹으로 끌여들였을뿐이었으며 무솔리니를 귀찮은 존재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히틀러는 무솔리니따위에게 프랑스라는 위대한 전리품을 나누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엉뚱한 행동으로 인해 얻은 것이라고는 프랑스 접경의 쓸모없는 조그만 땅덩어리와 '사자가 잡아놓은 동물의 시체에 빌붙는 하이에나같은 무솔리니'라는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뿐이었다.

[ 독일을 찾은 무솔리니가 히틀러와 괴링의 영접을 받고 있다. 그는 내심 자신을 히틀러와 동격으로 생각했다. ]

이런 상황이되자 마음이 다급해진 무솔리니는 독일이 먼저 선점한 유럽쪽에서는 더이상의 세력을 넓히는 것을 포기하고 전혀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이탈리아군을 남쪽으로 진출시켜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지역을 장악하여 고대 로마가 누렸던 영광을 다시 재현한다는 것이었다. 무솔리니는 이집트를 정복한 씨저와 같은 대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지중해 지역을 둘러싼 지도를 쳐다보면서 무솔리니는 자신이 이런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에 내심 흡족해하고 있었다. 서유럽의 강자 프랑스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해군의 나라 영국이 독일에게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이탈리아군이 지금 행동을 개시한다면 북아프리카를 장악하고 지중해를 손아귀에 넣는 것은 시간문제로밖에는 안보였던 것이다. 그의 생각대로만 모든 것이 진행된다면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가 이룩했던 지중해의 지배권을 재현하고 엄청난 부와 이권을 챙길 수가 있을 것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대로만 된다면....

[ 무솔리니가 꿈꾸던 지중해를 둘러싼 대 제국, 북아프리카 전투가 시작되기전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로 장차 혈전이 벌어지게되는 작은섬 몰타와 크레타를 비롯하여 북아프리카의 주요 거점들을 볼 수 있다. ]

사실 무솔리니가 북아프리카의 맹주로 군림해온 영국군을 공격해서 지중해의 패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품게된 것에는 물론 어느정도 나름대로 생각한 근거는 있었다.

우선 이탈리아는 북아프리카에 영국 못지 않게 오래전부터 식민지를 확보해왔다. 아프리카 동부해안의 에트리아와 소말리랜드의 일부를 오래전부터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었으며, 지중해에 면하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요충지 리비아를 1911년이래로 식민지로 지배해오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이디오피아도 식민지로 포함시켰다. 리비아는 지중해와 면한 1100km의 해안선을 가진 요충지로서 동쪽으로는 영국의 식민지이자 전략적 거점인 이집트의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 이탈리아의 독재자가 되어 허황된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무솔리니를 우상화 하기위해 제작된 포스터, 그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탈리아는 전화속에 뛰어들 게 되었다. ]

게다가 북아프리카에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던 프랑스는 이미 독일에게 패망했기 때문에 리비아의 서쪽에 위치한 프랑스 식민지인 모로코와 알제리로부터의 위협이 제거된 상황이었으며 리비아의 동쪽에 위치한 영국 식민지군대 또한 영국본토가 독일공군의 맹공을 받으면서 영국본토 항공전이라는 전무후무한 대전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본토로부터 군사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로 영국은 영국하늘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었던 독일공군과의 피비린내나는 항공전에서 패하는 경우에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 영국 역사상 가장 위급한 상황에 몰려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무솔리니는 자신의 군대가 지금 북아프리카의 영국령에 쳐들어간다고 해도 영국은 본토 방위에 급급한 나머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영국군은 패퇴 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만일 독일군이 항공전에서 승리하고 영국에 상륙해서 영국을 점령해 준다면 이탈리아군의 작전은 손집고 헤엄치기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무솔리니에게는 히틀러가 영국을 차지하더라도 자신이 북아프리카의 영국 식민지를 차지한다면 전혀 손해볼 것이 없어보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리비아에 이탈리아군을 증파한후 이집트의 영국 해군기지 알렉산드리아까지 쳐들어가 단숨에 점령해서 지중해와 북아프리카를 이탈리아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그는 결심을 굳혔다. 이제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는 그들의 선조인 고대 로마가 이룩했던 지중해와 이집트의 정복을 재현해 대제국을 건설하리라는 꿈에 부풀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 몽상가의 대도박 시작되다

[ 입대를 권유하는 포스터 - 전쟁전만해도 많은 이탈리아 청년들이 무솔리니의 연설을 듣고는 감격해서 로마제국의 영광을 꿈꾸며 스스로 입대하는 일이 많았다. ]

하지만 무솔리니는 겉으로는 기고만장해서 이제 북아프리카는 곧 자신의 군대가 제압할 것이라고 떠들어대며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이탈리아를 전쟁분위기로 몰아넣어가고 있었지만, 이탈리아군의 역량이 북아프리카의 영국군을 일방적으로 몰아낼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이탈리아군은 1936년 이디오피아 침략전에서 이디오피아 부족군대와 혈전을 벌여 대승리를 거둔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무장도 빈약하고 제대로 군편제를 갖추지도 못했던 아프리카 원주민들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의 열강으로 군림해온 영국군과 싸워야 했다.

이탈리아군은 영국군과 같은 유럽의 강국과 제대로 겨뤄본적이 없었고, 사실 식민지의 이탈리아 군대는 식민지 원주민을 탄압하는데는 더없이 적합했지만 아무리 본토가 위기에 처했다 하더라도 현대식 장비로 무장하고 잘 훈련되 있었던 영국군과 전면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은 아니었다. 그들이 북아프리카에 가지고 있는 무기들은 대부분 만들어진지 수십년이 넘는 구식 대포와 소총, 그리고 고물 기관총뿐이었다. 현대전의 필수품인 전차와 대전차포는 구경도 하기 힘들었다.

[ 위세당당하게 도열한 이탈리아군, 그러나 이런 사진과는 달리 이탈리아군은 군의 근대화에 소흘했기 때문에 현대전에서 싸울 만한 능력과 장비가 태부족인 상황이었다. 단적인 예로 이탈리아군이 가진 가장 좋은 대포는 1차대전당시 오스트리아로부터 노획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솔리니는 이런 현실적인 난관을 무의식적으로 잊으려고 했다. 무엇보다 그에겐 시간이 없었다. 만일 이런 여러 가지 호재를 놓치고 기다리다가 독일공군이 영국공군을 괴멸시키고 영국본토가 독일의 수중으로 들어가게되면 북아프리카의 영국 식민지도 독일의 차지가 될 것은 당연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그가 그토록 원하던 '지중해의 패자'라는 꿈은 영영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무솔리니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들었다. 이제 시저를 꿈꾸는 사나이 무솔리니에게는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모든 것을 걸고 대도박을 시도할 필요성이 있었다.

[ 무솔리니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파시스토 소년당원들의 모습 - 무솔리니는 점점 이탈리아를 전쟁속으로 끌고들어가고 있었다. ]

무솔리니는 우선 당시 식민지 군대를 이끌고 원주민 저항군에대한 무자비한 토벌작전으로 명성을 얻은 58세의 맹장 로돌포 그라찌아니 원수를 북아프리카 지역의 사령관으로 임명했는데, 그라찌아니는 자신을 북아프리카 사령관으로 임명한 무솔리니의 속내를 알게되자 당장 이탈리아로 달려와 무솔리니와 면담을 요구했다. 그는 이집트의 영국군과 전면적인 싸움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든 것이며 더구나 무솔리니의 최종목표인 영국군의 가장 큰 해군기지가 위치한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한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것이라며 무솔리니의 작전에대해서 줄기차게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야전에서 평생을 보낸 지휘관답게 이탈리아군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며 스스로도 영국군에 대해서 상당히 주눅이 들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무솔리니의 의지는 강경했다. 그는 그라찌아니를 달래기도하고 으름짱을 놓기도 하면서 곧 1000대의 최신 전차를 보급해 줄테니 25만의 정예병력을 이끌고 불과 3만에 불과한 북아프리카의 영국군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제서야 그라찌아니는 무솔리니에게 더 이상 대들지 않고 북아프리카로 돌아왔다. 그러나 1000대의 최신전차를 북아프리카로 보내주겠다는 무솔리니의 공약은 계속 지연되고 있었으며, 그라찌아니는 무솔리니가 약속한 전차 1000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전을 개시할 수 없다면서, 연일 훈련을 핑계삼아 군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이무렵 북아프리카에 파견된 이탈리아군은 영국군과의 전투에 대비한 실전훈련이 아니라 연일 군사 퍼레이드 연습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영국과 전쟁이 임박하자 전의를 고취시키기 위해 제작된 우편엽서, 이탈리아 병사가 식민지 이디오피아 병사와 함께 영국에 대항해 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잔혹행위에 진저리를 친 대부분의 식민지인들은 이탈리아군에 협조하려고 하지 않았다. ]

이렇게 2달이 흘러가서 1940년 8월말이되자 이탈리아의 독일대사로부터 이제 영국공군은 거의 전멸되었으며 1940년 9월중에는 독일공군이 영국공군을 완전히 쓸어 버린후 독일육군이 영국에 상륙하기로 되어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게된 무솔리니는 마음이 조급해져 안절부절하다못해 결국 그라찌아니에게 윽박을 질렀다.

"도대체 꾸물거리는 이유가 뭐요? 25만의 군대를 가지고 있으면서 불과 3만명의 영국군과 싸우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바로 지금이야말로 하늘이 준 시간이란 말이오! 당장 쳐들어가서 영국군을 몰아내던가 아니면 군복을 벗으시오!"

결국 그라찌아니는 더 이상 무솔리니에게 대들지 못하고 9월 13일에 영국군을 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작전 결행을 명령했다. 드디어 이탈리아의 도발로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지역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게 되었다. 이제 서유럽을 뒤덮고 있던 전쟁의 불길이 북아프리카와 지중해까지 번져오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