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전 3 부 - Desert Wings (북아프리카의 결전)
(Trap of Mediterranean)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5. 3. 26
* 지중해에 놓인 덫
북아프리카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롬멜의 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1941년 중반,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가 또다시 추축국의 골치덩어리로 떠올랐다. 1941년 초까지 요아힘 뮌히버그 중위가 이끌던 슐라게터의 7중대를 앞세운 제 10 항공군단의 맹공에 의해 거의 궤멸직전까지 몰렸던 몰타의 영국공군이 북아프리카 전선이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되는 사이에 어느샌가 슬그머니 살아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롬멜이 승승장구하며 영국군을 몰아붙이고 있는 동안 독일군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던 작은 섬 몰타는 1941년 초의 벼랑끝의 위기상황을 벗아나 1941년 중반부터는 또다시 독일군의 지중해 수송로를 위협하는 골치거리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 Act.4 에 등장했던 몰타의 위치 지도 - 그 전략적 중요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
사실 독일군의 입장에서는 이 골치거리 몰타를 완전하게 점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41년 2월까지 요하임 뮌히버그의 7중대가 위세를 떨치면서 영국 전투기들을 격파하여 제공권을 장악하고 제 10 항공군단의 폭격기들이 주요 비행장을 포함한 몰타 전역을 맹폭하면서 전력의 대부분을 상실한 몰타섬의 영국군 방어부대는 거의 전멸에 가까운 상황에까지 몰렸었다. 만일 이때 독일이나 이탈리아군이 상륙작전을 감행하거나 혹은 공수부대라도 투입했다면 전투력이 바닥까지 떨어져 제대로 저항할 능력이 거의 없었던 몰타는 추축국의 손아귀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더구나 1941년 5월까지 그리스 본토와 크레타섬이 독일군의 수중에 떨어지면서 지중해 전역에서 추축국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자, 몰타섬의 영국 방어부대에는 절대절명의 위기가 찾아온 듯 했다.
[ 몰타로 향하는 영국 수송선을 격침시킨후 만족스런 표정으로 마킹을 하고 있는 Ju 88 승무원들 ]
하지만 몇가지 행운이 몰타를 살렸다. 첫 번째는 1941년 5월에 감행되었던 크레타섬에 대한 대대적인 공수부대 투입작전에서 뼈저린 전력 손실을 경험한 독일공군 수뇌부가 몰타섬에 대한 공수부대 투입작전을 꺼려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몰타의 영국군은 어떻게든지 독일공군과 이탈리아 공군의 항공공격을 견디어 내기만 하면 몰타를 지켜낼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졌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동안 몰타섬의 하늘을 장악하고 연일 맹폭을 가해오던 독일공군의 제 10 항공군단 (Fliegerkorps X)의 전력이 여기저기 분산되기 시작된 점이었다. 1941년 3월, 롬멜의 북아프리카 공략작전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시작되면서 제 10 항공군단은 북아프리카의 롬멜과 JG 27을 지원하기 위하여 전력의 상당부분을 파견해야 했으며, 1941년 4월과 5월의 그리스-크레타 공략작전에도 남은 전력을 투입해야 했다. 이러다보니 몰타에 대한 공폭작전은 그 위세가 한풀 꺽이고 있었다. 더구나 이렇게 분산된 전력의 대부분이 다시 시칠리로 돌아오지 않고 1941년 6월로 예정되어 있는 소련 침공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동부전선쪽으로 이동하기로 결정되면서 몰타는 큰 위기를 넘기게 된다. 이렇게 분산되거나 돌아오지 않는 부대중에는 그동안 몰타하늘에서 연일 영국공군기들을 격추시키면서 맹위를 떨치던 무서운 전투기부대인 뮌히버그의 JG 26 전투비행단 제 7중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 악전고투의 흔적 - 독일공군과의 공중전에서 격추된 허리케인 전투기 ]
물론 독일군 역시 몰타의 전략적인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북아프리카에서 롬멜의 전격전이 시작되고, 여기에 독소전이라는 대규모 전장이 다시 열리게 되면서 이 작은 섬에 대한 관심은 점점 적어질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에 독일측은 그동안의 항공공격으로 몰타섬을 초토화 시켰기 때문에 비록 완전히 점령하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면 한동안 몰타는 일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식으로 애써 위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칠리에서 불과 150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몰타를 점령하지 못한 것은 장래 독일군에게 커다란 불안 요인이 될 것임을 인식하고 끝까지 몰타를 공격하여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장교들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린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롬멜이 진격을 개시하자마자 연일 영국군을 일방적으로 공격하여 이집트로 몰아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나 승리에 익숙해진 독일군에게는 몰타섬의 전략적인 중요성이 잠시 잊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몇가기 상황의 변화로 인해서 이제 몰타섬에 대한 항공공격 작전은 또다시 이탈리아공군의 몫으로 넘겨졌다.
[ 시칠리에서 출격준비중인 Ju 87R 슈투카, 장거리 비행을 위한 외부 연료탱크를 장착하고 있다. 한때 몰타섬을 크게 위협하던 이런 독일공군의 주력기들이 다른 전선으로 분산되게 되면서 몰타는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
그러나 한동안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독일군의 예상과는 달리, 이런 절대절명의 위기를 넘기게된 몰타섬은 빠른 속도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중해 수송로의 길목에 위치한 전략적인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몰타는 사막의 여우를 잡기위해 지중해에 놓인 덫이 되어가고 있었다.
* 공세로의 전환
그동안 영국군은 몰타섬의 전력을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1941년 1월, 독일의 제 10 항공군단이 항모 HMS 일러스트리어스 공격작전을 계기로 몰타의 하늘에 모습을 나타냈을 당시만해도 몰타에 있던 영국군 항공전력은 단지 전투기 12기, 구식 비행정 5기, 해상 정찰기 4기 그리고 폭격기와 뇌격기 22기 정도의 전력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은 독일공군이 몰타의 하늘에 나타난이후 단기간내에 대부분 손실되 버렸다. 그러나 끝까지 몰타를 지켜내기로 결정한 영국은 연일 추축국의 공습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이 섬에 전투기를 계속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독일공군기들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수송선을 몰타로 접근시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것이었으므로 영국은 또다시 항모를 이용한 전투기 수송작전에 나섰다.
1941년 4월까지 영국군은 두 차례에 걸쳐 항모 HMS 아크로열에 신형 허리케인 전투기들을 실어 몰타에서 멀리떨어진 사르다니아 남쪽까지 접근한 다음에 여기서 발진시켰다. 이 허리케인 전투기들이 몰타에 안착할 때까지는 항모에서 같이 발진한 해군 항공대의 스쿠아 전투기들이 인도했으며 이런 방법으로 총 35기의 허리케인 Mk IIA 전투기들이 몰타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몰타에 공급된 신형 허리케인 Mk IIA - 이 전투기들의 보강으로 몰타의 전력은 급상승하게 되었다. ]
이 허리케인 Mk IIA형은 공중전 능력이 약간 강화된 형으로 비록 독일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Bf 109F 전투기들에 비해서는 성능의 열세가 분명했으나 이 전투기들에 의해 몰타섬의 항공전력이 40기가 넘는 세력으로 강화된 것은 분명히 획기적인 변화였다. 1941년 5월경 몰타지역의 새로운 공군사령권으로 부임한 휴퓨 로이드 소장은 몰타섬을 둘러싼 전황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했으며, 앞으로 몰타섬이야말로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지역 전체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장래 영국공군의 임무는 몰타섬의 방어라는 소극적인 것을 넘어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축국의 해상수송로를 교란하는 공세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어떻게 해서든지 대영제국의 안방과도 같았던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위해 전력을 다하기로 결정한 영국정부에서도 몰타의 전략적 중요성을 높이사고 있었으며, 로이드 소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더욱 많은 전투기와 폭격기, 뇌격기 및 연료와 식료품등의 주요 보급품들을 몰타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몰타로 입항하는 영국 수송선단 - 추축국의 공폭기간내내 심각한 보급물자 부족에 시달리던 몰타의 주민들과 병사들에게는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 선단이 도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군악대까지 동원된 것이 이런 단면을 잘 보여준다. ]
얼마뒤 목앞까지 칼날을 들이대면서 위협을 가해오던 독일공군이 본격적으로 시칠리에서 물러나면서 몰타에 대한 공습이 한결 뜸해져 한숨을 돌리게되자, 1941년의 남은 기간동안에 몰타섬에 주둔한 영국공군의 역할은 점점 공세적인 것이 되어 갔다. 로이드 소장의 엄명을 받은 조종사들은 폭격기와 뇌격기들을 몰고 날아올라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으며, 이탈리아에서 리비아에 이르는 해상 수송로를 돌아다니면서 추축국의 선박들을 보이는 족족 공격하기 시작했다.
[ 할파 비행장에서 이륙준비중인 보우파이터 - 뛰어난 공대함 공격능력으로 많은 추축국 선박을 격침시켰다. ]
물론 독일공군이 떠난후 홀로 작전을 해야했던 이탈리아공군은 추축동맹군으로서 몰타의 영국군을 제압하고 수송로를 확보하고자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비록 제대로된 전략적인 대규모 작전을 실시하지는 못했지만 이무렵의 이탈리아 공군도 그렇게 낮은 평가만을 받아야 할 나약한 존재만은 아니었다.
[
독일 정비병들로부터 인사를 받고 있는 이탈리아 전투기 조종사, 이무렵부터
또다시 이탈리아 공군 단독으로 몰타의 영국공군과 맞서 싸워야 했다.
]
시칠리에 주둔하고 있던 이탈리아 공군은 나름대로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 했다. 그리고 아직 엘리트 부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전투기 부대의 조종사들 중에는 상당한 투지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조종사들이 많이 있었다. 신예 전투기인 MC 200과 MC 202로 무장한 이탈리아 공군은 연일 몰타 하늘로 날아올라 영국공군 전투기부대와 용감하게 맞서 싸웠으며 자신들도 많은 손실을 입었지만 몰타에서 발진한 영국 항공기들을 많이 떨어뜨렸고 몰타 근처를 항해중이던 영국군 함정들을 다수 격침시켰다. 한동안은 이탈리아 공군이 독일공군의 도움 없이도 몰타 상공에서 영국공군과 거의 대등한 싸움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영국이 본격적으로 몰타의 전력을 강화하기 시작하자 세력의 균형은 급격하게 영국쪽으로 기울었다. 영국은 1941년 5월에 대대적인 항모 수송작전을 전개하여 48기의 허리케인 전투기를 몰타로 파견했으며 6월에는 무려 142기나 되는 허리케인 전투기들을 몰타로 실어 날랐으며 다수의 신형 폭격기들까지 몰타로 날려보냈던 것이다. 이렇게 몰타의 영국공군 전력이 200여기의 전투기 전력으로 급상승하자 이탈리아 공군의 능력으로는 몰타의 제공권을 장악하기는커녕 영국공군과 제대로 맞서 싸우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 버리게 된다. 심지어는 몰타에서 출격한 영국 폭격기들이 반격작전에 나서 시칠리의 이탈리아 비행장을 폭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
몰타로 출격하기 위해 마끼 MC 200 전투기에 탑승하는 조종사 - 이탈리아
공군도 끈질기게 몰타 공습에 나섰다. ]
시간이 흐를수록 이탈리아 공군의 몰타에 대한 공습작전은 점점 산발적으로 감행되었고 영국 전투기들의 요격을 두려워하여 야간에 폭격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영국공군의 허리케인 전투기들중 일부가 야간 요격을 위해 날아올라 써치라이트의 도움을 받아 야간 요격을 시작하자 야간 공습작전에서도 이탈리아 공군의 손실이 계속 늘어나게 되었다. 이제 이탈리아 공군의 힘으로 몰타의 제공권을 확보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워 보였다.
* 수송로를 차단하라
이렇게 몰타를 둘러싼 전황이 영국에 유리하게 변하자 몰타에 근거지를 둔 영국공군의 항공기들과 영국해군 지중해 함대의 잠수함, 수상함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해상의 추축국 선박들을 격침시키는 작전을 넘어서서 이제는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지역까지 진출하여 기습적인 공습을 감행하기도 했다. 특히 몰타에서 이륙한 영국 정찰기들은 연일 리비아의 항구, 차량 수송로등에 대한 정찰을 시행했으며, 이들이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영국 정보부는 독일의 보급선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렇에 몰타에서 출격한 정찰기들까지도 독일의 아프리카 전선의 후방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었다.
결국 몰타는 또다시 독일의 아프리카 군단에게 있어서 가장 큰 약점인 보급선의 불안정을 크게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1941년 4월부터 5월까지 독일공군의 제 10 항공군단이 북아프리카와 그리스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자리를 비운 시점에만해도 몰타를 거점으로 하는 영국공군에 의한 추축국 수송선단에 대한 공습으로 발생한 피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롬멜과 그의 아프리카군단은 점점 보급선이 취약해 지는 것에 큰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그리고 그것은 점점 현실이 되었다. 이무렵부터 1941년 말까지 이탈리아에서 리비아로 향하던 추축국의 수송선중 거의 절반 이상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지중해에 수장당했던 것이다.
점점 강력해지는 몰타의 항공전력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된 추축국 수송선단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영국공군의 크루세이더 작전이 시작되기 바로전인 1941년 11월에는 독일 아프리카 군단이 한달에 필요로 하는 최소 보급량의 불과 1/5 정도인 약 5천톤의 보급물자만이 리비아에 도착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몰타로부터의 위협이 너무 거세지자 수송선의 선장들은 시칠리의 메시나로부터 리비아의 트리폴리로 향하는 직항로를 포기하고 몰타의 항공기들을 피해 멀리 우회해서 항해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되면 수송시간이 2배이상으로 길어져 너무 오래 걸리고 지중해의 영국 수상함이나 잠수함의 위협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무렵 이집트의 영국군은 꾸준히 물자보급을 받아 전력을 축적하고 있었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전력의 우세는 영국측으로 기울어갈 수 밖에 없었다.
[ 몰타주둔 영국공군의 블렌힘 폭격기 - 비록 서유럽전에서는 구식이 되엇지만 몰타에서 출격하여 수송선단과 시칠리의 주요 목표등에 대한 폭격을 하는 임무에서는 맹활약했다. ]
결국 이런 상황에서 오킨레크 장군이 지휘하는 영국 제 8군은 그동안 축적한 군수물자가 독일군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런 물량의 우세를 앞세워 대대적인 반격작전인 '크루세이더 작전'을 시작했다. 전투초반에는 롬멜이 지휘하는 독일 아프리카군단이 비교적 선전하며 대등하거나 우세한 전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물량공세의 영국군에게 밀려 키레나이카 지역을 빼았기고, 크루세이더작전의 종반에는 1941년초 롬멜의 전쟁이 시작되었던 엘 아게일라 지역까지 후퇴하게 되는 지경에 처하게 된다. 결국 롬멜이 패퇴하게된 근본적인 원인에는 영국군에 비해서 취약한 보급선에 의한 물자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으며, 이는 바로 독일군이 몰타라는 골치거리를 점령하지 못함으로 인해 초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살아나는 몰타의 영국군에게는 얼마뒤 또다시 커다란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그것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더욱 큰 위기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