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전 3 부 - Desert Wings (북아프리카의 결전)
(Dust, Sand & Sweat)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5. 2. 6
* 불길한 징후
북아프리카에서 독일과 영국의 전투가 한창이던 1941년 6월 22일, 북아프리카에서는 멀리떨어진 동부 유럽에서 사막의 전황에 큰 변수가 될 초대형 사건이 벌어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 잔혹한 전쟁으로 기록될 독소전의 개막을 알리는 '바바로사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소련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히틀러의 원대한 야망에 따라 독일군은 거의 모든 전력을 이 새로운 동부전선에 투입하고 있었다.
[
작전을 상의중인 롬멜, 독소전의 개전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
그러나 이 새로운 전선의 개막은 북아프리카에서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분전을 펼치며 영국군의 반격을 물리친후 전력을 가다듬고 있었던 롬멜과 아프리카 군단에게는 너무나 불길한 소식이었다. 동부전선이 새로 개막되자마자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소련군을 격파하며 진격에 진격을 거듭했으며 독일국민들은 동부전선에서 연일 날아드는 독일군의 위대한 승전보에 열광하고 있었다. 그러나 롬멜은 내심 걱정스럽게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독일군이 북아프리카로 파견된후 지금까지는 그의 아프리카군단이 북아프리카에서 기대이상으로 상당히 잘싸우고 있었으며 예상보다 많이 전진해들어간 상태였다. 독소전의 개전에 따라 독일의 북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서 북아프리카 전선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끈질긴 영국군은 보급품들이 충분히 준비되면 또다시 공격을 해올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몰타로부터 초래된 지중해의 수송항로 불안정은 롬멜이 우려하는 보급품의 부족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었다.
사실 롬멜의 입장에서는 독소전의 개전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는 없었다. 그동안의 승리는 독일군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 아니라 뛰어난 전략과 전술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롬멜이 아무리 전차전의 천재라고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보급선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커다란 약점이 될수밖에는 없었다. 지난기간에도 만성적인 보급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던 마당에 이제 앞으로는 이런 보급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게 된 것이다. 물론 히틀러는 그의 모든 관심사를 동부전선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군사물자와 병력지원의 우선 순위는 동부전선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따라서 북아프리카 전선의 독일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한 물자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결국 롬멜은 수비상태로 들어간후 일단 영국군이 공격해올 때까지 숨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 공군력 증강을 위해 사막으로 대거 투입된 영국사막공군의 키티호크 전투기들 ]
한편 영국의 입장에서는 독소전의 개전이라는 것이 정말로 기쁜 일이었다. 서유럽전이 시작된후 연일 패배만을 거듭하다가 영국본토 항공전이 시작된 이래 거의 1년여동안 영국본토를 위협하던 독일공군 전력의 대부분이 동부전선으로 이동하면서 본토에 대한 독일공군의 공습이 거의 없어지자. 그야말로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북아프리카 전선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해줄 여력이 생기게 되었다. 이제 영국에게 있어서 북아프리카 전선은 독일군과 맞서 싸우게될 가장 중요한 전장으로 떠올랐다. 독소전의 개전이후 수개월동안 영국은 북아프리카로 더욱 많은 병력과 물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국의 사막군대를 점점 증강시켜 결국 총 12만의 대규모 병력을 가진 '제 8군'으로 개편하고 1941년 10월에는 오킨레크 대장을 사령관으로 임명하여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대대적인 반격작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지쳐가는 북아프리카의 독수리들
수적인 열세와 만성적인 물자부족이라는 북아프리카 군단의 숙명과도 같은 상황은 독일공군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독일공군은 독소전이 개전되면서 북아프리카의 공군전력이 약화될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이탈리아에 주둔하고 있던 제 10 항공군단의 전력중에서 동부전선으로 차출된 기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체들을 모두 북아프리카 전선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독일공군의 '아프리카 항공군 (Fliegerführer Afrika)'의 전력은 보다 강화된 것으로 보였지만 영국군에 맞서기에 충분한 만큼은 아니었다. 당시 아프리카 항공군의 전력은 아래 도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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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항공군 (Fligerführer Afrika) - 1941년 7월 북아프리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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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 |
보유기종 |
주둔지 |
보유기체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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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대 III/LG 1 중전투기대 III/ZG 26 급강하 폭격기대 I/StG 1 II/StG 2 정찰기대 1.(F)/121 2.(F)/23 전투기대 I/JG 27 |
Ju 88A-4/Trop
Bf 110E-1
Ju 87B-1/R-1 Ju 87B-1
Ju 88D-5 HS 126, Bf 110
Bf 109E-7/Trop |
더나
더나
트미미 트미미
더나 아인 엘 가잘라
아인 엘 가잘라 |
27
25
25 27
7 18
34 |
이런 현상은 질적인 면에서 더 심각해서 북아프리카의 하늘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었던 JG 27 전투비행단 1연대의 경우 독소전이 개전된후 한달여가 지난 1941년 7월말이 되서야 신예 Bf 109F 전투기를 수령할수 있었다. 사실 Bf 109F형은 그 이전부터 생산/배치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독일공군 수뇌부에서 독소전의 개전에 대비하기 위하여 동부전선의 전투비행대에 Bf 109F가 충분히 공급된후에 나머지 기체들을 북아프리카 전선으로 보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 정비중인 Bf 109E, Bf 109F의 도착후에도 한동안 주력 전투기로 활약했다. ]
물론 독일공군 측에서는 북아프리카 전선에는 Bf 109E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941년 7월경부터 북아프리카에 모습을 나타낸 영국 사막공군의 신예 키티호크 (P-40D/E) 전투기들의 숫자가 대폭 증가되면서 이에 위협을 느낀 JG 27의 조종사들이 보다 강력한 전투기인 Bf 109F형의 공급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이에 따라 Bf 109F형의 북아프리카 행이 결정된 것이었다. 그나마 JG 27의 전투기를 모두 교체하기에는 Bf 109F형의 숫자가 충분하지 못해 한동안 Bf 109E형이 같이 사용되었다.
[ 엔진 시동을 걸고 있는 신예 Bf 109F - 곧 북아프리카 하늘의 맹주가 될 최강의 전투기였다. ]
1941년 9월에는 독소전의 개전이후 연이은 승리가 계속되면서 승전무드가 무르익어가자 동부전선에 파견되어 소련군과 싸웠던 JG 27 전투비행단 2연대가 1연대를 지원하기 위하여 북아프리카 전선으로 왔다. 이들의 합류는 매우 큰 힘이 되었지만 아직도 영국 사막공군에 비해서는 수적으로 열세인 상태였다.
[ 출격 대기중인 영국 사막공군의 키티호크 편대, 공중전에서는 독일 전투기들에게 큰 피해를 입고 있었지만, 영국 조종사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독일 지상군을 괴롭혔다. ]
이무렵 지상에서는 소강상태가 계속되었지만 하늘에서는 양측의 전투기 조종사들간에 연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공중전은 하늘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전투기 편대간에 벌어지거나 적의 정찰기를 요격하는 임무에서 호위 전투기들과 요격기들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이무렵의 공중전 양상에 대해서 독일 공군 조종사들은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공중전은 고도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던 우리 Bf 109 전투기들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항상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였다. 항상 우리는 4기 또는 6기의 편대로 영국공군의 12~20기 편대와 싸우곤 했다."
* 모래먼지속의 십자군 작전
그리고 1941년 11월 18일부터 영국군의 대규모 공세작전인 이른 바 '크루세이더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한달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북아프리카의 사막은 또다시 거센 포화속에서 서로 수백km씩 밀고 밀리는 양상의 치열한 전투가 연일 계속되었으며 양군 병사들의 피와 땀으로 물들게 되었다. 사막의 여우 롬멜은 병력과 전차의 절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았으며, 천재적인 용병술로 크루세이더 작전의 초기에는 오히려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영국 제 8군을 완파하면서 점점 밀어붙이고 있었다.
[ 공세에 나선 영국 제 8군의 크루세이더 전차 ]
[
아프리카군단의 4호전차 - 크루세이더 작전중에 독일 전차부대는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차의 성능과 전차병들의 기량면에서 영국군을 압도했다.
]
특히 롬멜 지휘하의 독일의 전차부대는 영국전차부대와 전차전이 벌어질 때마다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승리를 올려 영국군으로 하여금 사막의 여우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만들었다. 영국이 야심차게 시작한 대 반격 - '크루세이더 작전'은 오히려 사막의 모래먼지속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영국군은 초기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계속 물량 공세로 나섰기 때문에 보급부족에 시달리던 롬멜은 이런 영국군과 계속 맞서싸우기 보다는 어느정도 선까지는 맞서 싸우다가 작전상 후퇴를 할수밖에는 없었다.
이 영국군의 공세기간동안에 출격이 가능했던 독일의 아프리카 항공군의 전력은 모든 기체를 합쳐 대략 190여기의 전력이었다. 아프리카 항공군 사령관인 호프만 폰 발다우 장군은 휘하의 조종사들에게 사력을 다해 영국군의 반격작전을 격퇴하라고 명했다. 이 기간중에는 대략 70여기의 슈투가 급강하 폭격기들이 영국 전차부대와 사투를 벌이던 독일 전차부대를 상공에서 지원했으며, 이외에도 Bf 110 중전투기들이 장거리 정찰임무와 지상공격임무를 수행했다.
[ 아프리카 항공군의 Ju 87 슈투카 급강하 폭격기대 - 크루세이더 작전 초기에는 맹활약했다. ]
그리고 이런 기체들의 호위와 제공권 장악을 위해서 JG 27 전투비행단의 1연대와 2연대가 보유한 대략 50기 정도의 Bf 109E/F 전투기들이 투입되었다. 이무렵 JG 27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거의 매일 몇회씩이나 출격에 나서며 영국공군에 맞서 아주 잘 싸우고 있었지만, 거의 모든 전투에서 영국공군기들의 수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영국공군기들의 지상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영국공군은 수적으로 우세했던데다가 지상군의 지원을 중시여겼기 때문에 지상전이 벌어지면 항상 영국 전폭기들이 더많이 나타났고 독일전투기들의 방공망을 돌파한 전폭기와 폭격기들이 독일 지상군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 정비중인 키티호크 Mk I - 아직 부대마킹이 그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새롭게 도착한 신품 기체로 보인다. ]
물론 이런 내면에는 영국공군 나름대로의 전략도 있었다. 영국공군의 입장에서는 고공성능이 떨어지는 P-40 계열기나 허리케인을 무리하게 고공으로 올려보내 독일공군기와 싸울 이유가 없었다. 고공까지 상승하려면 연료소모도 많아지고 시간도 많이 걸리게 마련이므로, 어차피 저공에서 지상공격에 집중하면 독일육군을 괴롭히면서 상공에서 배회하는 독일 전투기들을 저공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영국공군은 전투기에 폭장을 하고 지상공격을 시행하도록 하다가 독일전투기들이 나타나면 폭탄을 버리고 근접공중전을 벌이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런 전투 양상이 거듭되면서 영국의 사막공군은 독일 전투기들에게 연일 큰 피해를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지상공격 전술과 지상전투가 벌어질 때 아군의 근접지원이라는 측면에서는 독일공군에 비해 훨씬 많은 경험과 실력을 축적하게 되었다.
[ JG 27의 Bf 109F 전투기들이 격추시킨 영국 전투기위로 날아가는 모습을 담은 항공아트 - 이무렵에 벌어진 전투기간의 공중전에서는 대개의 경우 독일공군이 우세했다. ]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항상 영국공군기들의 공습에 시달리고 있었던 롬멜은 독일공군의 지원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 계속 불만을 터트렸다. 그나마 보급선이 약화된 상태에서 수송 차량들을 목표로 삼아 저공을 누비고 다니는 영국공군의 전폭기들은 그야말로 성가신 존재였다. 롬멜은 자신의 발목을 잡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영국 육군이 아니라 영국의 공군기들이라고 생각했다. 롬멜은 독일공군에게 상황이 어렵더라도 영국공군기들을 완벽하게 제압하여 제공권을 장악해 줄 것을 연일 주문했지만, 독일공군 조종사들은 이미 능력의 한계에 달한 상태였다. 그들이 아무리 잘 싸워도 수적으로 우세한 영국 공군기들중에 독일공군기들의 방어망을 침투하는데 성공하는 기체들이 있게 마련이었고, 이 기체들이 독일 수송차량이나 전차등의 주요 목표에 계속 피해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무렵 독일공군은 전투기와 폭격기들을 모두 합쳐 하루에 100-200회 정도의 출격회수 (sortie)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전선을 유지하기에 매우 불충분한 것이었다. 이렇게 출격회수가 적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연료의 조달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독소전의 개전과 북아프리카 전황의 변화에 따라 몰타섬을 위협하던 독일공군기들이 대부분 동부전선이나 아프리카 전선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유지되던 독일의 보급선단이 몰타섬의 영국공군기들로부터 피해를 입기 시작하여 보급선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몰타섬이 독일군에게 눈엣가시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독일군은 몰타를 점령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를 점점 더 크게 치루어야 했다. 더구나 그나마 북아프리카에 도착한 연료들의 대부분은 독일 전차부대에게 할당되었기 때문에 독일공군은 연료부족이 더욱 시달리고 있었으며, 이렇게 되자 아프리카 항공군도 Ju 88이나 Ju 87슈투카, Bf 110 같은 기체들을 동원하는 지상군의 근접지원 임무를 최대한 줄이고 연료의 대부분을 전투기부대가 사용하도록 해야 했다.
* 피와 땀, 그리고 모래폭풍
지상전의 상황에 따라 수십~수백km씩 같이 전진혹은 후퇴하면서 급조된 야전 비행장에서 작전해야 했던 양측의 공군 조종사들과 지상요원들은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 쳐해 있었다. 조종사와 정비원들은 비행장에 설치된 간이 천막에서 생활했으며 물과 신선한 음식이 항상 부족했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기도 힘든 황량한 땅에서 전쟁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곤욕스러운 것이었다.
[ 급조된 천막에서 모래먼지에 시달리는 병사들... 장교건 사병이건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 그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
사실 북아프리카 전장은 전투기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낮동안 뜨거운 태양에 노출되었다가 밤에는 손이 시릴 정도의 냉기에 노출된 항공기들은 구조적으로 급속히 약화되었으며,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눈앞을 뿌옇게 만들 정도의 모래먼지로 인해 정교한 부품들이 쉽게 손상되거나 엔진 가동부위가 마모되어 정비사들은 두배 세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독일 전투기들은 역국 전투기들처럼 사막용 방진 필터를 부착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모래먼지의 피해를 완벽히 줄일 수는 없었다. 특히 보급선이 취약한 독일공군은 유럽전선에 비해 두배이상 빨리 마모되는 금속제 부품으로 인해 교체할 때마다 물자부족으로 애먹고 있었다.
[ Bf 110 정찰기에 탑재될 카메라를 정비중인 독일공군 요원들 - 이런 정밀 계기들을 모래먼지속에서 운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
또한 전투기의 연료 조달 및 관리가 큰 문제였다. 영국공군은 수송로에 대한 독일공군기들의 위협이 적었기 때문에 대개 드럼통에 연료를 담아 수송차량에 실어 전선의 비행장을 공급했다. 하지만 독일공군은 수송차량을 사용하는 것 이외에 이탈리아 공군의 수송기들을 이용해서 공급하는 방법도 주로 사용했다. 물론 이 경우 이 수송기들의 호위는 독일 전투기들이나 이탈리아 전투기들이 도맡아 했다. 독일공군은 이탈리아 공군이 전투에서는 별로지만 물자 수송에 대해서는 훌륭한 수준이라며 만족해 했다. 이렇게 공급된 연료는 대개의 경우 도착하자마자 주로 비행장의 땅을 파서 묻어놔야 했는데, 이는 연료를 지상에 보관하는 경우 적기들의 지상공격시 쉽게 손실될 수 있으며,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서 쉽게 기화되어 폭발할 위험도 높았기 때문이었다.
[ 주기중인 Ju 87 슈투카 - 모래먼지로부터 기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방진 커버로 쌓여져 있다. 기체 주위에는 빈 드럼통으로 쌓아놓은 간이 쉘터(?)가 보인다. 이런것들이 북아프리카 야전 비행장에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
사실 북아프리카에 파견된 이탈리아공군의 경우 독일공군과 함께 작전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독일공군 전투기 부대 지휘관들은 이탈리아 전투기 조종사들의 실력을 불신하고 있었으므로 협동작전에 나서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이무렵 이탈리아 공군의 전력은 독일 아프리카 항공군의 2배에 달하는 총 320여기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중 절반정도가 MC.200과 MC 202와 같은 단좌 전투기들이었다. 특히 MC.202 같은 경우 영국공군기들에 충분히 맞설 만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선에 대량으로 투입된적이 없었으며 대부분 수송기 호위, 지상군 엄호와 같은 후방지원에 주로 투입되었다. 더구나 이탈리아 공군은 영국공군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전투기부대를 적극적인 제공권 다툼에 투입하지 않았다. 물론 이탈리아 전투기 조종사 중에도 에이스가 된 일부의 뛰어난 조종사는 있었지만 이탈리아 공군이 최전선에서 영국 전투기부대와 대규모 공중전을 벌인 적은 거의 없어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무렵 영국 사막공군의 전력은 독일공군 (약 190여기)과 이탈리아 공군 (약 320여기)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은 약 600-700기 선의 가용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 이탈리아 공군의 신예 MC.202 전투기 - 비행성능에서는 허리케인이나 P-40 계열기를 확실히 능가했다고 하는 우수한 기체이다. 그러나 빈약한 화력이 약점이었고 이탈리아 공군이 최전선에 대규모로 투입된 적이 없어 별다른 활약상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후에 이 기체를 노획한후 테스트해본 연합군 조종사들은 이 전투기가 상당히 우수한 비행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
이러다가도 비가 내리면 비행장은 진창으로 변해 버리기 마련이었으며 이렇게 되면 2-3일씩 출격하기도 곤란할 때가 있었고, 북아프리카 특유의 모래폭풍이 발생하면 양측 모두 공군기의 출격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며칠씩이나 지상에 발이 묵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다가도 모래폭풍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은 깨끗해져서 또다시 양측의 공군기들이 활발하게 출격하여 공중전을 벌이곤 했다. 특히 전투중에 격추된 조종사들은 비상탈출을 한다고 해도 대개의 경우 황량한 사막에 혼자 낙하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군을 만나 구출되거나 적군에게 포로가 되는 경우가 아니면 사막에서 혼자 헤메다가 뜨거운 열사속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북아프리카 하늘은 그야말로 조종사와 정비원들의 피와 땀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처절한 전장이었던 것이다.
[ 독일군의 우편엽서 - 낭만적인 풍경을 담고 있지만 실제 병사들은 물부족으로 인해 이런 목욕은 꿈도 꾸지 못했다. 심지어 옷에 배인 땀과 기름기를 제거하기 우해 세탁도 모래로 해야 했다고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