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지중해 항공전

유럽 항공전 3 부 - Desert Wings (북아프리카의 결전)

◇ Act 13. 몰타 시련을 이겨내다 ◇

(Overcome all hards)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5. 6. 29

* 지중해로 밀려오는 동토의 폭풍

1941년말... 독일의 기습공격으로 독소전이 시작된이래 독일군은 질풍노도와 같이 밀고들어가 소련의 심장부인 모스크바의 목전까지 진격했다. 그러나 소련이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리고 독일군의 최종적인 승리가 임박한 것 처럼 보였던 이무렵 소련이 자랑하는 가장 위대한 장군인 동장군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다. 대부분의 독일군은 전혀 경험해본적이 없었던 엄청난 혹한의 추위에 시달렸으며 대부분의 선도부대들은 동계작전을 수행할 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모든 것이 속수무책으로 꽁꽁 얼어붙튼 상태로 발이 묶인 상태가 되었다. 길어진 보급선으로 인해 병사들은 동계용 보급품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게되어 경험해보지 못한 추위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그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가고 있었다.

[ 독일공군이 제작한 몰타섬의 전도 - 이 작은 섬이 곧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된다. ]

동부전선의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면서 대부분 동부전선에 투입된 독일공군기들도 운용상에 큰 고충을 겪게 되었다. 게다가 동부전선의 독일군 전체가 공세를 중지하고 소강상태속에서 추위와 싸우게 되면서 동부전선의 독일공군기들이 해야할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히틀러와 독일군 수뇌부는 단기간안에 소련을 점령하려던 계획을 수정하게 되었고, 쓸데없이 독일공군의 전력을 동토의 소련에 묶어두느니 이중 일부를 지중해방면으로 돌려 영국에게 밀리고 있는 북아프리카 전장을 지원하는 것이 났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결국 동부전선의 상황 변화가 북아프리카 전장에 큰 파장을 몰고온 셈이 되었으며, 이중에서도 지중해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지목받게 되는 몰타섬에 또다시 커다란 불똥이 튀게되었다.

[ 독일공군의 정찰사진 - 주요 목표지역인 발레타항의 모습이다. ]

독일공군은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지역의 승리를 위한 전략을 검토한 결과, 아프리카 군단을 지원하기 위해 시칠리를 떠나 리비아로 향하는 수송선들의 피해가 극심하다는 점에 주목했으며, 이의 원인은 역시 몰타에서 출동하는 영국 항공기들과 잠수함등이 수송선들을 공격해오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보급선을 크게 위협하는 몰타를 어떻게든지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에 따라 1942년의 봄이 끝나기전에 몰타의 방어전력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고 추축국이 완전히 점령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른 바 '헤르쿨레즈 (Herkules)' 작전이 수립되었다.

물론 이 헤르쿨레즈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일공군이 몰타의 항공전력을 완전히 제압하고 방어군에게 큰 손실을 주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으니, 1942년이 시작되자마자 몰타의 하늘에는 마치 1940년 여름에 영국본토가 쳐했던 위기상황이 또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 과도 같았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북아프리카 전장에 대한 독일군의 전략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제는 몰타섬에 대한 독일공군의 작전이 단지 안전한 북아프리카로의 추축국 병력 수송을 위한 견제의 대상에서, 몰타섬 그 자체가 독일공군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적인 목표로 확고히 각인된 것이었다. 드디어 한때 시칠리를 떠나 동토의 하늘에서 활약하던 독일 공군이 다시 지중해로 돌아오게 되었다.

[ 시칠리에 둥지를 튼 JG 3 전투비행단 1연대의 조종사들과 Bf 109F-4 ]

이 새로운 항공작전을 위해 선발된 공군부대는 독일공군의 최정예부대중 하나였던 제 2 항공함대 (Luftflotte 2)였다. 제 2 항공함대의 사령관이었던 알베르트 케셀링 원수는 1년전의 영국 본토항공전에서 그의 제 2 항공함대를 도버해협에 배치한후 영국공군과 운명의 혈투를 벌였던 인물로서 그는 또다시 지중해로 활동 무대를 옮겨 영국공군을 상대로 싸워야 했으니 영국공군과는 실로 끈질긴 인연을 가진 숙명의 적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히틀러로부터 남부지역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케셀링은 제 2 항공함대 소속의 3개 주요 부대 (제 2 항공군단, 제 10 항공군단, 북아프리카 항공군)중에서 최정예 부대인 제 2 항공군단 (Fliegerkorps II) 가장 먼저 동부전선에서 빼내 지중해 지역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 독일공군과 함께 몰타 공략에 나선 이탈리아 공군의 MC.200 전투기부대 ]

이에 따라 브루노 뢰느저 장군이 지휘하는 제 2 항공군단은 1941년 11월 말즈음에 사령부를 시칠리로 옮기고 점점 전력을 증강하여 지중해 지역의 영국공군을 위협하게 된다. 당시 시칠리아의 여러 비행장에 포진한 제 2 항공군단의 전력은 카타니아의 비행장에 주둔한 KG(Kampfgeschwader) 606을 중심으로 하여 Ju 88A-4를 장비한 폭격기 5개 연대 (Gruppen)와 Ju 87 급강하폭격기 1개 연대가 있었고, 이들의 엄호를 위한 전투기 부대는 코미소 비행장을 거점으로 Bf 109F-4로 장비한 JG 53 전투비행단의 3개 연대(Gruppen), JG 3 전투비행단의 1개 연대 그리고 Bf 110을 장비한 ZG 26의 1개 연대로 구성되었다. 제 2 항공군단의 전력은 휘하 11개 연대의 총 325기에 달하는 막강한 항공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중에서 230여기는 즉시 작전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더해서 이탈리아 공군이 보유한 400여기의 항공기들도 같이 작전에 나설 예정이었다.

* 스핏화이어 지중해에 나타나다

한편, 독일공군의 공세가 다시 시작되기 직전이었던 1942년 12월경까지 영국공군은 몰타 방어를 위해 3개 비행대대 총 150여기의 허리케인 전투기들을 운용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영국해군 항공대의 풀마 전투기 1개 중대가 이들을 지원하기위해 몰타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들 전투기들은 이미 1942년을 기준으로 볼 때는 2류급의 전투기들이었으니, 이미 전독일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자리잡은 최신예 Bf 109F 전투기들에게 일대일로 맞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이탈리아 공군의 S.79 폭격기 - 독일공군이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자 마음놓고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

몰타에 대한 독일공군의 공중공격은 1941년 12월 4일의 야간공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독일공군의 초기전략은 일단 이탈리아공군이 해오던 것처럼 몰타섬을 하루종일 여러차례로 나누어 소규모 폭격을 가해 괴롭힌다는 것이었다. 최초의 공습이후 이어지는 5주 동안 몰타에는 주간에 총 93회, 야간에 총 120회의 공습경보가 울렸다. 하루 평균 6회 꼴로 공습경보가 울린셈이었으며, 이 기간동안 주야를 통틀어 공습이 없었던 적은 단 이틀간의 밤 뿐이었다.

[ 공습을 받고 검은 연기를 내뿜는 발레타항 ]

독일공군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65회 정도의 출격을 했으며 이중 40여회는 Ju 88에 의한 것이었다. 사실 제 2 항공군단의 전력으로 이만한 규모의 공습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독일-이탈리아 공군이 영국방어군에 비해서 수적 우위를 가지고 있던데다가 그들의 작전기지였던 시칠리섬에서 몰타가 워낙 가까웠기 때문이다.

사실 시칠리에서 몰타까지 150km도 안되는 거리는 단 15~20분 정도 비행시간이면 충분했기 때문에 임무에 나서는 독일 조종사들에게도 여러회의 출격행이 그렇게 큰 무리는 아니었다. 몰타 상공에서는 항상 독일공군의 전투기들이 상공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었으므로 1942년 1월 한달동안 하늘과 지상에서 격파된 허리케인 전투기만도 70여기에 달했을 정도로 영국공군은 맥을 못추고 있었으며, 2월에는 단지 28기의 허리케인 전투기들만이 출격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을 정도였다.

이런 주야에 걸친 공폭작전은 몰타섬의 영국방어군을 뼈속까지 지치게 만들었다. 그들은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하면서 묵묵하게 폭격을 견디어 내야 했다. 물론 지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런 정도의 공습에 익숙해있었던 몰타의 영국방어군은 이런 독일공군의 폭격에 대해서 '놈들이 좀더 세게 나오지만 그저 귀찮아 죽겠다.'라는 정도로 표현하며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이때까지 몰타를 완전히 초토화시키려는 독일공군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영국방어군은 그저 그럭저럭 독일공군의 공습을 견디어내기만 하면 또다시 독일공군이 제풀에 지칠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영국공군도 몰타 지역의 위기가 고조되는 것에 어느정도 위협을 느끼고는 있었기 때문에 드디어 스핏화이어를 북아프리카-지중해 전선 최초로 몰타에 투입한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영국공군의 최정예 전투기인 스핏화이어는 그동안의 주 전장이었던 북아프리카가 아니라 지중해의 작은 섬인 몰타에서 최초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 스핏화이어의 등장은 독일공군에게는 상당히 불길한 징조였다. 이것은 단순히 스핏화이어의 성능이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개전이래 항상 물자부족과 항공기 부족에 시달리던 영국공군이 이제는 본토 방위 뿐만아니라 2선급의 전선인 지중해-북아프리카 지역에까지 스핏화이어를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영국본토의 군수사정이 많이 호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 드디어 몰타섬에 나타난 스핏화이어 ]

그동안 한수아래의 성능인 허리케인과 P-40 시리즈를 상대로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선을 유지해왔던 독일공군에게는 이 사건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무렵 몰타의 영국항공전력은 가동가능한 허리케인 전투기들이 30여기를 조금 넘는 정도로 심각하게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스핏화이어의 보강은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

[ 스핏화이어 Mk.Vb형에 장착된 사막용 방진필터 ]

1942년 3월 7일, 은밀하게 영국본토를 떠나 몰타로 향하던 항모 HMS 이글호의 갑판을 박차고 날아오른 15기의 스핏화이어 Mk. V 전투기들이 몰타섬의 상공에 도착했다. 시칠리의 독일공군 레이더도 정체모를 영국공군기들이 몰타섬으로 접근하는 것을 포착했으나 이 것들이 스핏화이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긴급하게 귄터 폰 말짠 대령이 지휘하는 독일공군 JG 53 전투비행대의 Bf 109F-4 전투기 44기가 연이어 날아올라 몰타섬으로 출격했다. 그러나 그들은 미리 연락을 받고 스핏화이어의 엄호를 위해 상공에서 기다리던 몰타섬의 대규모 허리케인 전투기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비록 이날의 공중전에서 허리케인 몇 기가 희생되기는 했지만, 몰타의 새로운 희망 스핏화이어들은 허리케인 조종사들의 고군분투 덕분에 모두 무사히 몰타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스핏화이어들은 북아프리카 전선용으로 개존된 것으로서 엔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기수아래쪽에 모래먼지를 걸러주는 대형 방진필터가 부착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최고속도가 시숙 30km 정도 줄어드는 단점은 있었으나 20mm 히스파노 기관포를 본격적으로 장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종합적인 전투력에서는 Bf 109F와 대등한 수준이었다.

* 몰타를 말려 죽여라

그러나 이 사건은 시칠리의 독일공군을 매우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이번에 몰타섬에 도착한 것은 비록 15기에 불과한 스핏화이어 전투기들이지만 독일공군이 이들을 격멸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며, 추후 영국공군이 몰타섬의 전력을 계속 증강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제 2 항공군단 사령관 뢰느저 장군은 즉시 몰타섬에 대한 공폭작전의 강도를 대폭 높이고 우선적으로 비행장을 집중공격하여 영국공군의 항공력을 섬멸하고 이에 더해서 항구시설과 수송선단도 가리지 말고 모두 공격하여 몰타섬을 완전히 말려 죽여버리라는 엄명을 내렸다.

[ 집중 폭격을 받고 있는 발레타항 ]

독일공군은 제 2 항공군단의 전력을 다시 증강하기 시작했으며 1942년 3월 21일 알렉산드리아로부터 몰타를 향하는 호송선단의 공습작전을 시작으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정도의 더욱 강력한 공습을 감행했다. 이날 호송선단의 주력함선인 브레콘샤이어호가 발레타항으로 들어서는 순간 Bf 109F-4/B 전폭기로부터 투하된 폭탄에 얻어맞고 항에 주저앉아 많은 보급물자가 못쓰게 버렸으며 또 한척의 주력함인 클랜 캠벨호가 몰타연안에서 집중폭격을 받아 침몰했다. 이외의 다른 함선들도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크고작은 피해를 입어 몰타로의 물자수송에 실패했다.

[ 발레타항을 방어하기위해 설치된 대공포진지 ]

이외에 비행장에 대한 폭격도 대대적으로 실시되었다. Bf 109F-4 전투기들이 상공을 장악한후 요격을 위해 날아오르는 스핏화이어와 허리케인을 물고늘어지는 동안 여러 방향에서 Ju 88 폭격기과 슈투카들이 들이닥쳐 몰타 섬의 영국 비행장을 맹폭했다. 몰타의 3개 주요 비행장인 루카, 할 파, 타 칼리는 연일 독일공군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되었으며, 많은 전투기들이 지상에서 파손, 손실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15기의 스핏화이어 조종사들도 최선을 다해 날아올랐지만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퇴했다.

이런식의 공중전이 연일 전개되다보니 불과 한달만에 새롭게 도착한 스핏화이어 전투기들이 거의 모두 손실되었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러한 폭격으로 비행장이 만신창이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특히 타칼리 비행장의 경우 3월 20-21일 동안 295톤의 폭탄이 떨어져 2차대전중 가장 많은 폭탄을 얻어맞은 연합군 비행장으로 기록되었다고 함.) 수송선단이 해상에서 차단되어 연료공급도 원활하지 못해 그나마 얼마 안되는 전투기들이라도 날려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 엄청난 폭격을 얻어맞은 타칼리 비행장 - 폭격후에 독일공군이 촬영한 사진이다. ]

이것은 이른 바 독일공군의 전면적인 싹쓸이 작전이 매우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런 대대적인 공습은 3월 24일부터 4월 12일까지 연일 계속되었고, 제 2 항공군단의 폭격기들은 이기간동안 총 2159회의 출격을 감행하여 수많은 선박들을 격침시켰고 항구시설을 대파했으며 도로망과 몰타섬의 수도시설, 전기시설등을 못쓰게 만들어 버렸다. 독일공군의 기록에 의하면 1942년 4월 한달동안에만 무려 6728톤의 폭탄이 투하된 것으로 되어 있을 정도였다. 이 수치는 영국본토 항공전 기간동안 독일공군의 집중적인 폭격으로 초토화된 도시 코벤트리에 떨어진 폭탄의 36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중 절반정도가 발레타항구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항구는 거의 폐허처럼 변해 버렸다. 독일공군의 기록에 의하면 1942년 3월부터 4월까지 몰타에 투하된 폭탄은 영국본토 항공전 전기간동안 런던에 투하된 폭탄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 급조된 간이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들 ]

이 지옥과도 같은 공습기간동안 불량한 기상으로 인해 독일공군기들이 출격하지 못한 단 3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같은 강도의 공습이 이어졌으니 몰타섬의 영국병사들과 주민들은 더 이상 떨어질 수도 없는 지옥과도 같은 열악한 환경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한 영국공군 조종사는 이때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일기에 기록했다.

"여기 몰타에서의 생활은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폭격은 하루도 빠짐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고 편하게 잠을 자본적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다. 나는 영국본토항공전에도 참전했었지만 이곳에서의 상황에 비하면 그당시는 마치 어린애 장난정도밖에 안될 것 같다. 모든 것이 부족하다. 전투기, 탄환, 연료도...없고, 식량도...잠도 부족하다. 과연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런지..."

영국방어군의 입장에서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항공기 손실을 보충하기 위하여 영국해군을 통한 항공기 보급이 필수적이었는데 이무렵에는 지중해의 영국함대도 사정이 나빠져서 몰타로 전투기를 실어다 줄 항공모함이 없었다. 결국 몰타의 항공전력은 보충을 받지 못하고 계속 소모될 뿐이었다. 더구나 4월 말에는 이렇게 극도로 어려워진 몰타섬의 영국방어군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

* 스핏화이어 몰살 작전

한편, 1941년 12월에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공격하면서, 새롭게 연합국이된 미국이 영국을 지원하기 위해서 항모 와스프를 대서양에 투입했고 이 항모는 곧 영국해군을 돕기위해 파견되었다. 항모 부족에 시달리던 영국해군으로선 천군만마와도 같은 지원을 받게 된 셈이었다. 영국은 와스프에 45기의 스핏화이어를 탑재시켜 몰타섬의 항공전력을 증원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전에도 스핏화이어 15기를 성공적으로 몰타로 날려보낸적이 있었기 때문에 영국공군은 이번에도 작전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의 계산대로 이 전투기들이 성공적으로 몰타에 도착한다면 몰타섬의 영국방어군은 큰 힘을 얻게 될 것이었다.

[ 항모 와스프의 갑판에서 이륙대기중인 스핏화이어 ]

그러나 이번에는 이 정보가 새나갔다. 독일공군은 첩보망을 통해 조만간 미항모에 의한 스핏화이어의 증원작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번에는 지난번의 실패를 교훈삼아 집중적인 항공정찰과 레이더 감시를 통해 증원되는 스핏화이어 전투기들이 몰타에 도착하자마자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어 완전히 싹쓸이 해 버린다는 '스핏화이어 몰살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1942년 4월 20일 이런 상황을 모르는 영국공군은 미항모 와스프로부터 45기의 스핏화이어를 날려보냈다. 와스프는 독일공군기들의 위협을 고려하여 몰타에서 무려 600마일이나 떨어진 지점에서 스핏화이어를 이함시켰으므로 이 전투기들은 무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연료를 만재한채 간신히 날아올라 항속거리의 한계점인 몰타로 향했던 것이다. 이들이 거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무렵, 예정대로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날아오른 얼마안되는 허리케인 전투기들이 스핏화이어 조종사들의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 루카 비행장의 관제소 - 독일공군의 공습을 알리는 깃발이 걸려있다. 1942년초에는 이 깃발은 내려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

그러나 시칠리의 독일군 레이더수들은 이런 상황을 모두 탐지해내고 있었다. 긴급출격행에 대비하고 있던 독일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은 비상출격 싸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자신의 Bf 109F-4 전투기들에 뛰어올라 속속 몰타를 향해 날아갔으며, 이들의 뒤를 이어 Ju 88 폭격기들과 Ju 87 슈투카 급강하 폭격기들이 계속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라 속속 몰타 상공으로 향했다.

스핏화이어들이 마중나온 허리케인기들의 인도로 몰타섬의 3개 비행장들로 분산해서 접근하는 순간 상공에서 Bf 109F 전투기들이 급습을 해왔으며 대대적인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스핏화이어 전투기들은 장거리 비행으로 연료가 거의 바닥을 드러낸데다가 무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대부분 폭탄으로 구멍이 뚫린 활주로에 강행 착륙해야 했다. 이러다보니 대부분의 스핏화이어들이 하늘과 지상에서 Bf 109F 전투기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Bf 109와의 공중전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기체들이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 이번에는 Ju 88 폭격기들이 폭탄을 퍼붓기 시작했고 연이어 슈투카 급강하 폭격기들이 날카로운 싸이렌 소리와 함께 스핏화이어들을 덥쳤다. (이날 독일공군은 폭격기들만해도 325회나 되는 출격을 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 폭탄에 맞아 불길에 휩쌓인 스핏화이어의 잔해 ]

몰타의 비행장들은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으며 스핏화이어의 절반 이상이 지상에 착륙해 보지도 못하고 격파당했으며 생존기들도 여기저기 총탄 구멍이 뚫어진 상태였다. 다음 날에도 독일공군은 잔존기들을 격멸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공습을 시작했다. 이날의 공격도 매우 효과적이어서 거의 모든 스핏화이어가 지상에서 완파되거나 대파되어 모든 기체가 손실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독일공군의 스핏화이어 싹쓸이 작전은 대성공을 거둔셈이 되었고, 몰타섬의 영국군은 큰 충격을 받아 그야말로 암울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 전투에서 돌아온후 다시 출격하기위해 재무장을 받고 있는 동안 정비병이 건네주는 물을 마시고 있는 스핏화이어 조종사 ]

몰타섬의 주민과 병사들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피의 4월기간동안 영국공군의 손실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영국측의 기록에 의하면 이 기간동안 그들은 200여기의 추축국 항공기를 격추시켰다고 했지만 그들의 손실은 스핏화이어 45기, 허리케인 18기가 손실되었으며 그외 87기의 각종 항공기들이 크고 작은 손실로 전열에서 이탈했다고 한다. 게다가 몰타에 배치되었던 대공화기들도 대부분 손상을 입거나 탄약이 떨어져 거의 작동을 하지 못했다. 사실 전과는 부풀리고 손실은 최소한만 기록하는 관례로 볼 때 영국공군측의 이런 기록은 1942년의 잔인한 4월동안 몰타섬의 영국공군이 거의 괴멸적인 손실을 입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보급상황이 너무 심각하게 악화되다보니 몰타섬의 주민들과 병사들은 독일공군의 공습보다도 굶주림을 더 괴로워하고 있었다. 몰타는 섬 자체가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악지역으로 이루어져 자체적으로 경작할 만한 땅이 거의 없었으므로 25000명의 주민들과 30000명의 병력들을 먹여살릴 만한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모든 것을 해상보급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기다리는 수송선단은 대부분 독일공군기들의 공습으로 몰타에 접근해보지도 못하고 격침되거나 대파되었으며, 포화를 뚫고 항구에 들어온 몇 안되는 선박들도 물자를 미쳐 내리기도전에 폭탄에 맞아 항내에 주저앉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 식사를 배급받으며 미소짓는 병사 - 공습이 한창일 때는 이 정도의 식사라도 과분한 편이었다. ]

이때의 식량사정이 너무나 악화되어 영국방어군 사령관은 앞으로 2주 이내에 보급이 어느정도라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제는 항복을 심가하게 고려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상부에 보고했을 정도였다. 물론 공습결과를 항공정찰하여 분석한 시칠리의 독일공군측도 이제 몰타의 방어력은 완전히 무력화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결론을 내린후 만족해하고 있었다.

지중해의 작은섬 몰타에는 모든 희망이 사리지는 듯 했다. 이제 그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적뿐이었다.

[ 집중적인 폭격을 받은 발레타항 주변의 시가지 - 1942년 4월말에는 몰타섬의 전지역이 거의 폐허로 변했다. ]

* 절망속의 반격, 기적이 되다

한편, 알렉산드리아의 영국사령부에서는 몰타의 상황이 너무나 심각해졌다는 보고를 접하고 몰타를 포기하느냐 아니면 심각한 손실을 무릅쓰고라도 계속 항공기들과 보급선단을 몰타로 보내느냐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물론 결론은 쉽게 내려졌으니, 절대로 몰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처칠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몰타로 대대적인 항공전력의 증원과 물자보급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몰타섬의 주민들에게 대영제국은 몰타를 절대로 포기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창 폭격이 최고조에 달하던 4월 15일에 죠지 국왕이 친히 몰타섬의 전 주민과 병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하여 몰타섬 전체에 성조지 십자훈장을 수여하고 친필로 작성한 감사장을 전달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땅에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릴 수는 없었다. 이제 몰타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바닥까지 떨어진 몰타의 항공전력을 어느정도라도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 추축국 항공기들의 공습을 받고 있는 수송선단 ]

이에 따라 또다시 대대적인 스핏화이어 투입작전을 다시 결행하기로 했다. 영국은 철저하게 비밀리에 미항모 와스프와 영국항모 HMS 이글호를 동원하여 이번에는 총 64기에 달하는 스핏화이어를 몰타로 보내기로 했다. 이전의 철저한 실패를 교훈삼아 스핏화이어들을 완전무장한채로 이함시키고 이들이 가능한 일제히 몰타에 도착해야 하며, 이들이 도착하는 즉시 연료보급을 다시 받고 이륙하여 내습해오는 독일공군기들에게 맞서 싸워 어떻게든지 전력을 보존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시칠리에서 몰타까지 독일공군기들이 날아오는데는 약 15분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어느정도 승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따라 몰타의 방어부대원들도 스핏화이어가 착륙하자마자 즉시 다시 날려보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한채 이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 스핏화이어 전투기를 수용할 쉘터를 만들고 있는 몰타의 영국병사들과 주민들 ]

이 대대적인 스핏화이어 투입작전은 5월 9일에 결행되었다. 항모 와스프와 이글호를 출발한 64기의 스핏화이어들은 몰타에 접근하자 레이더를 피하기위해 저공으로 비행하여 오전 10시 30분에 타칼리와 루카 비행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정비원들이 즉시 연료를 다시 채워넣자 엔진출력을 올려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이날 독일공군은 이런 대규모 투입작전을 간파하지 못하고 뒤늦게 6차례의 공습을 감행했지만 이미 상공에서 기다리고 있는 스핏화이어들과 교전에 말려들어 이렇다할 전과를 올리지 못한채 퇴각했다. 이것은 영국에게는 기대이상의 성공이었다. 64기의 스핏화이어들은 교전을 마친후 대부분 무사히 활주로에 안착했으며, 몰타에는 희망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항공전력의 증원이 의외로 쉽게 이루어지면서 숨통이 트이자 이 작전의 성공을 기다리며 몰타 근해의 안전거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송선단에게 즉시 밤을 새워서라도 항해를 하여 발레타항으로 입항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따라 바로 다음날 새벽부터 식량과 탄약을 싣고온 영국의 수송선단이 몰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지옥 구덩이속에서 목말라하던 몰타는 다시 생명수를 들이마실수 있게 된 것이다.

[ 이륙준비중인 스핏화이어 - 궁지에 몰린 몰타에 희망을 가져온 존재였다. ]

방심하다가 허를 찔린 독일공군은 다음 날인 5월 10일 오전부터 수송선단을 격멸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다. 오전 10시 30분 20기의 슈투카들이 발레타항의 상공에 나타난 것을 시작으로 연이어 10기의 Ju 88 폭격기들이 Bf 109F 전투기들의 호위속에서 내습해왔다. 그러나 이날 독일 조종사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공포스러운 것이었으니, 전에없던 규모의 대규모 영국 전투기들이 요격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 샤크마우스로 도색한 335 대대 소속의 스핏화이어 - 방진 필터를 이용한 도색이 이색적이다. ]

이날의 첫 전투에서 총 37기의 스핏화이어들과 13기의 허리케인 전투기들이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습해오는 침략자들을 덮쳤다. 이날만큼은 방어군이 침략군을 수적으로도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기체들은 Bf 109F-4와 대등한 성능을 가진 스핏화이어 Mk.V였기 때문에 질적인 면에서도 독일공군은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지중해의 하늘을 온통 어지럽게 장식하며 양측의 항공기들이 뒤섞여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고 연속으로 발사되는 기관총의 날카로운 사격음이 쉴새없이 울려퍼지는가 하면 여기저기에서 검은 연기를 뿜으며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는 항공기들이 속출했다.

[ 5월 10일의 격전을 담은 항공아트 - 몰타의 영국공군에게는 최고의 날이었다. ]

이날의 첫 교전에서 독일공군은 4기의 슈투카와 4기의 Ju 88, 그리고 3기의 Bf 109F를 잃고 퇴각했다. 이후에도 독일공군기과 이탈리아 공군기들이 계속 몰타섬을 날아왔기 때문에 하루종일 몰타섬의 하늘에는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으며 독일군과 이탈리아 공군의 손실이 상당했다. 더구나 다시 시칠리로 귀환한 전투기와 폭격기 중에서도 전투손상이 심각하여 전열에서 이탈해야하는 기체들이 상당수 있었다. 영국공군은 이날 총 65기의 추축국 항공기를 격추시켰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이 매우 과장된 것이라고는 해도 이날의 전황은 독일공군으로서는 큰 충격이었으며 몰타섬의 방어군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 전투를 마치고 정비중인 스핏화이어 ]

벼랑끝까지 몰렸다가 다시 살아나게된 몰타섬에는 이제 완전히 희망의 기운이 솟아 올랐으며 전투에서 귀환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은 환호하는 정비병들과 얼싸않고 기쁨을 나누었다. 새해들어 처음으로 그들은 승리의 단맛을 만끽하게 된 것이다.

독일의 독수리 마침내 물러가다

승리를 목전에 두었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한 독일공군은 크게 당황했다. 그동안 독일공군이 무자비하게 폭탄을 퍼부었지만 몰타는 항복하지 않았으며 벼랑끝까지 몰린 시점에서도 오히려 더 거세게 저항해왔다. 더구나 어느덧 지중해의 독일공군에게 주어졌던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곧 봄이 지나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동부전선에서 발이 묶였던 독일군이 다시 소련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므로 지중해지역으로 돌려졌던 항공전력이 또다시 동부전선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 무기를 재장전중인 정비사들 - 그들의 노고도 대단한 것이었다. ]

이제 마음이 급해진 쪽은 오히려 독일공군이었다. 5월중에도 몰타에 대한 공습작전은 계속 되었지만 이제는 한층 보강된 몰타의 항공전력과 힘든 싸움을 계속 해야 했다. 몰타의 영국 조종사들은 연일 스핏화이어와 허리케인을 몰고 끈질기게 날아올라 독일공군을 괴롭혔고 결국 몰타를 지켜내고 있었던 것이다.

[ 몰타에 추락한 이탈리아 공군의 Re 2001 전투기 - 이탈리아 공군도 다양한 신예 기종을 투입하고 있었다. 몰타섬의 곳곳에 이처럼 추락한 추축군과 연합군 기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고 한다. ]

이런 조종사들과 많은 지상요원들의 헌신적인 노고는 영국측에게는 희망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1942년 5월 한달동안 몰타의 영국공군은 공중전에서 스핏화이어 23기와 허리케인 2기를 상실했지만 무려 122기의 추축군 항공기들을 떨어뜨렸던 것이다. 물론 독일측은 이제 몰타를 포기할수밖에는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지난 공세 기간동안 독일공군은 총 250여기의 항공기를 상실했으며 파손정도가 심해 전열에서 이탈한 기체도 500여기에 달했다. 이런 손실을 입으면서도 그들은 완전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하고 점점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독일 공군은 이제 수건을 던져야 할 시점에 이르른 것이다.

[ 출격준비중인 스핏화이어 Vb - 주익의 히스파노 기관포가 믿음직해 보인다. ]

더구나 5월말부터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롬멜의 반격작전이 다시 시작되고 동부전선에서도 곧 공세가 시작될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시칠리섬의 독일공군은 북아프리카와 동부전선으로 다시 이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전투기 부대의 상황을 보면 JG 3의 2연대와 JG 53의 1연대는 동부전선으로 차출되었으며 JG 53의 3연대는 북아프리카로 이동하여 롬멜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었다. 따라서 전투기 부대로는 JG 53의 2연대만이 시칠리에 남게 되었다. 이 무렵 몰타에는 영국공군의 증강계획에 따라 계속 스핏화이어들이 파견되고 있었기 때문에 몰타섬을 둘러싼 양측의 항공전력은 어느샌가 역전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 몰타섬을 둘러싼 치열한 항공전에서 총 26 1/3기의 추축군기를 격추시켜 탑에이스가 된 죠지 뷰링 - 그의 애기에 격추마크를 기입하고 있다. ]

1942년 7월에는 영국항공전에서 효과적인 요격작전을 수행하여 큰 전공을 세웠던 키스 파크 장군이 몰타의 사령관으로 부임했다. 그는 요격작전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로 했으며 가능한 적기들이 몰타의 상공에 이르기 전에 마중나가서 격퇴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물론 독일공군이 몰타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몰타의 하늘에서는 공중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여전히 몰타를 향한 지중해 항로는 독일공군과 이탈리아 공군의 위협하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수송선단이 추축국 항공기들의 공습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고 있었다. 따라서 1942년 여름에도 몰타의 주민들은 부족한 식량으로 인해 계속 고통을 받았다.

독일공군은 비록 몰타섬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지만 영국의 수송라인을 어떻게 든지 봉쇄하려고 했다. 따라서 어뢰무장이 가능한 He 111 폭격기들과 Ju 88 폭격기들이 새롭게 시칠리섬에 도착한후 전장에 투입되었으며 이탈리아 공군기들도 어뢰로 무장하고 몰타로 향하는 영국 선단을 공격했다. 물론 영국공군은 이들을 어떻게든지 보호하려고 했기 때문에 하늘에서는 양측의 공군기들이 연일 치열한 공중전을 전개했다.

[ 몰타섬으로 향하는 수송선단을 엄호중인 스핏화이어 - 중앙의 유조선이 오하이오이다. ]

이중에서도 1942년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이른바 페데스탈 (pedestal) 수송선단을 둘러싼 양측의 격전이 매우 치열했다. 몰타로 향하는 대규모 수송선단들을 공격하려는 독일공군기들과 이들을 엄호하려는 영국 공군기들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 싸웠고 전투의 양상이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으므로 양측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영국측의 판정승이었다. 이날 많은 수송선들이 공습을 받아 침몰하거나 대열에서 이탈했지만, 대형 유조선 오하이호와 몇 척의 수송선들이 치열한 포화속에서 발레타항에 입항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특히 오하이오가 싣고온 항공연료가 몰타 방어군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되었다. 오하이오는 12월까지 사용이 가능한 막대한 양의 연료를 공급했던 것이다. 이것이 매우 결정적으로 몰타의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지중해 지역에서 독일공군의 위세가 점점 떨어지게 되면서 이제 완전히 위기에서 벗어난 몰타섬의 역할은 방어에서 점점 공격적인 것이 되었다.

[ 발레타항에 입항한 오하이오 - 거의 침몰직전의 상태로 도착했다. ]

시칠리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추축국의 모든 항로가 몰타를 근거지로 하는 항공기들과 잠수함등의 위협에 노출되게 되면서 독일 수송선들의 피해가 점점 격심해 지게 되었고, 1942년 말에는 추축국의 수송선들이 감히 지중해를 오가는 것을 엄두조차 낼 수도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몰타의 항공기들이 독일 아프리카 군단의 배후까지 날아들어가 공습을 가하고 돌아오는 일도 생겼다. 이러다보니 북아프리카의 롬멜은 점점 더 심각한 보급난에 처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물량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몽고메리의 영국군에게 대패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그로선 몰타를 제대로 점령하지 못한 독일공군을 원망할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 추축국 수송선을 공격하기 위해 날아오르는 보우파이터 - 위기를 벗어난 몰타섬은 지중해 한가운데의 거대한 항공모함이 되어 수많은 추축국 선박들을 수장시켜 버렸다. ]

지중해-북아프리카 지역의 전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충지 몰타는 몰타섬의 전 주민들과 영국공군, 해군 병사들의 헌신적인 노고로 지켜질 수 있었다. 이중에서도 강력한 독일공군에게 맞서 몰타의 하늘에서 산화한 174명의 전투기 조종사들이야말로 몰타를 지켜낸 수호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역사속에 이 작은 섬은 고난을 극복하고 일어선 자랑스런 승리자의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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