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지중해 항공전

유럽 항공전 3 부 - Desert Wings (북아프리카의 결전)

(Final Counterattack)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5. 7. 29

* 사막의 여우 대 반격에 나서다

1942년초, 몰타의 하늘에서 추축국 공군기들이 연일 맹위를 떨치며 몰타의 공중, 해상봉쇄를 단행하고 있을 무렵 북아프리카 전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물량을 앞세운 영국의 크루세이더 작전으로 인해 그동안 점령했던 지역을 거의 모두 내주고 후퇴를 거듭하며 키레나이카 지역까지 몰렸던 롬멜의 아프리카군단이 몇가지 호재를 만난 것이다.

[ 영원한 전차전의 영웅 롬멜, 1942년 6월 토브룩을 함락시킬 때까지 그와 아프리카 군단의 영광은 계속되는 듯 했다. ]

우선 일본의 진주만기습에 이은 남방작전으로 영국의 배후가 어수선해지면서 영국군이 북아프리카쪽에 전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동남아시아쪽으로도 신경을 써야했기때문에 북아프리카로 전달될 예정이던 상당량의 군수물자들과 병력이 동남아시아쪽으로 돌려졌다는 점과 모처럼 독일공군이 맹활약하면서 몰타섬에 대한 공중, 해상봉쇄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이탈리아에서 리비아에 이르는 추축군 선단의 안전한 수송로가 어느정도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이무렵 잠시나마 활발하게 활동했던 추축국의 수송선단이 쓸 만한 수준의 보급품과 함께 신형 4호전차 54대를 싣고 리비아로 도착했다.

사실 아무리 신형전차라고 해도 그 숫자가 겨우 54대라는 것은 수치만 놓고 본다면 아프리카 군단의 전력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 처럼 보였지만 독일군 전체전력의 80%이상이 동부전선의 소련군과 싸우는데 투입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나마의 전력보강도 놀라운 것이었다.

타고난 승부사 롬멜은 직감적으로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지금이야말로 기습적인 반격을 시행할 때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즉시 부하들을 독려하여 리비아의 영국군을 공격하여 이집트까지 밀어붙인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사실 이런 반격작전의 초기에는 대부분의 부하 참모들이 너무나 부족한 군수물자 (특히 연료)로 인해 롬멜이 계획한 수준의 대대적인 공격작전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그들은 이번엔 롬멜의 분명한 오판이라며 공격작전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롬멜은 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며 즉시 전군을 동원하여 공세에 들어갔고, 그의 탁월한 전술과 용기 그리고 영국측의 엉성하고 미비한 대응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순조롭게 작전을 펼쳐나갔다. 1942년 1월 19일 리비아의 수도 뱅가지로 다시 입성한 아프리카군단은 허둥지둥 후퇴한 영국군이 남겨놓은 많은 군수물자를 노획한후 여세를 몰아 나일계곡을 통과하여 수에즈를 향해 맹열한 진격을 시작했으니 이는 1년전에 그가 선보였던 사막의 전격전이 또다시 북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똑같이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이후 토브룩이 함락되는 6월까지는 롬멜과 그의 아프리카 군단에게는 꿀맛과도 같은 최절정의 시기였다.

[ 토브룩을 향해 다시 맹열하게 진격중인 아프리카 군단 ]

* 사막의 독수리들 마지막 불꽃을 태우다

이런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을 지원하기 위해서 북아프리카의 독일공군도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효과적인 공세를 펼치려면 공군기들의 화력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롬멜의 요청으로 인해 지난기간 몰타에 대한 항공작전에 전력을 집중하던 시칠리의 독일공군 제2 항공군단도 많은 전력을 차출하여 북아프리카로 보내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몰타에 대한 공습의 강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Bf 110에 연료를 재급유하는 정비사, 독일공군도 롬멜과 함께 마지막 불꽃을 피우게 된다. ]

독일공군 남부총사령관 알베르트 케셀링장군은 롬멜의 대 반격작전을 지원하기 위하여 직접 자신의 사령부를 이탈리아에서 리비아로 이동시켰으며 우선 북아프리카 전선에 가장 필수적인 전투기 전력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시칠리에서 작전하던 JG 53 전투비행단 3연대 및 전투폭격기 중대 (Jabostaffel)가 총 42기의 Bf 109F-4를 몰고 북아프리카에서 고군분투하던 JG 27 전투비행단을 지원하기 위해 날아왔다. 이로서 롬멜의 대 반격이 한창 진행될 무렵 독일공군 전투기부대는 무려 168기에 이르는 Bf 109F 전투기들을 동원할 수 있는 정도로 전력이 강화되었다.

[ 사막도색의 슈투카, 북아프리카에서도 지상군의 든든한 지원자였다. ]

이외에도 지겔 대령이 지휘하는 StG 3 슈투카 급강하폭격기 비행단도 총 124기의 전력을 가지고 지상군의 근접지원을 위해 파견되었으며 크레타와 시칠리에 주둔하던 76기의 Ju 88 폭격기들도 대거 리비아로 날아왔다. 이렇게 증강된 총 400여기의 독일공군기들이 롬멜의 지상군을 돕기위해 대거 항공지원에 나섰으며 이탈리아공군도 392기의 각종 항공기들을 동원하여 롬멜을 지원했다. 이렇게 강력해진 추축국 항공전력에 대항하는 영국사막공군의 전력은 그동안의 소모량이 보충되지 못해 예전보다 많이 약화되어 총 320여기의 항공전력에 불과했으며 롬멜군의 공격이 워낙 기습적으로 이루어지고 빠른 속도로 전선이 붕괴되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할 여력이 없어 그나마 190여기 정도만이 당장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상태였다.

[ 높은 신뢰성으로 척박한 사막에서 많은 활약을 했던 Hs 126 정찰기 ]

1942년 5월말, 롬멜의 맹진격작전은 토브룩을 향하는 길목인 빌 하르케임 지역에서 최대고비를 맞게 되는데, 이 지역에서 아프리카군단은 예상외로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며 진지를 사수하던 프랑스 외인부대를 포함한 연합군 방어부대의 완강한 저항에 맞닥드려 연일 일진일퇴의 치열한 혈투를 벌이게 되었다. 빌 하르케임 전투가 고조되기 시작한 6월 2일부터는 독일공군기들이 대거 출격에 나서 지상군을 지원하며 맹활약하기 시작했다.

[ 지상 정비중인 Ju 87 슈투카 ]

빌하르케임 전투에서는 독일 전투기들도 큰 활약을 했지만 지상군의 수호신 Ju 87 슈투카 급강하 폭격기들도 이에 못지 않게 맹활약했다. 당시 독일공군은 하루 평균 300-350회의 출격에 나섰는데 이중 약 100회정도가 슈투카 급강하 폭격기들의 것이었으며 슈투카들은 그 명성에 걸맞는 정확한 급강하 폭격으로 영국방어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상에서 보병들과 독일 전차들이 맹열하게 포격을 가하며 돌격하면 하늘에서는 슈투카와 Bf 109 전투기들이 벌떼같이 잉잉 거리면서 연합군의 방어진지를 무력화시켰다. 지상의 독일군들에게는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확실한 항공지원이 함께했다.

[ 항공지원에 나선 슈투카, 기수에 아프리카항공군을 상징하는 노즈아트를 볼 수 있다. ]

JG 27과 JG 53의 Bf 109F전투기들도 쉴새없이 날아올라 전선의 상공을 장악했으며, 영국공군 전투기들이 아군의 슈투카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한치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빌 하르케임이 함락되는 6월 11일까지 독일공군은 총 1400여회에 달하는 폭격기 출격횟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많은 지원에 나섰는데, 이것은 그동안 공군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롬멜조차도 대 만족을 표시했을 정도의 빼어난 활약상이었다.

이런 독일공군의 활약은 6월 20일의 토브룩 공략전에서도 다시 반복되었으니 6월 20일 토브룩에 대한 공세작전에서 약 150여기의 독일폭격기들이 총 580여회의 출격을 하며 토브룩 수비대의 근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국 이러한 막강한 공군의 지원을 등에업은 롬멜의 전차부대가 취약지구를 발젼한후 맹공을 펼치며 돌입하자, 하루뒤인 6월 21일에는 거의 2년동안 롬멜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 토브룩이 드디어 독일군의 손에 떨어지게 되었다.

[ 북아프리카 상공에서 벌어진 치열한 공중전을 담은 항공아트 ]

토브룩이 함락되자 롬멜은 뛸 듯이 기뻐하며 웃는 얼굴로 부하들을 격려했고, 독일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반면,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던 토브룩을 잃은 영국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리치 중장이 지휘하던 영국 제 8군은 다급하게 최후의 방어선인 엘 알라메인까지 후퇴하여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거침없이 밀려오는 독일군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엘 알라메인에서 롬멜의 최종 목적지인 알렉산드리아 까지는 불과 96km 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롬멜에게 이집트와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길이 활짝 열린 듯 했다.

[ Ju 88 폭격기에 폭탄을 재무장하는 장면, 이 Ju 88 폭격기는 빌 하르케임과 토브룩 상공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

만일 마지막 전략적 요충지인 엘 알라메인 마저 롬멜에게 떨어진다면 영국은 북아프리카를 잃게 되는 것이 분명했다.

패배의 책임을 물어 리치 중장을 해임한 오킨레크 장군은 직접 엘 알라멘인으로 날아가 병사들을 독려했다. 모든 영국방어군이 엘 알라메인에 투입되어 끈질긴 저항을 했으며, 7월 한달동안은 롬멜의 맹공을 그럭저럭 막아내며 시간을 끌어주었다. 그러나 오킨레크 휘하의 영국군이 분전하며 롬멜을 막아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북아프리카의 전황은 누가 보더라도 알렉산드리아의 함락이 멀지 않았으며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영국군의 최종적인 패배가 임박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 북아프리카 하늘의 별

[ 적기출현 경보로 긴급출동을 위해 엔진시동중인 JG 27의 Bf 109F 전투기들 ]

한편, 북아프리카의 독일공군 전투기 조종사들도 연일 맹위를 떨치며 영국공군기들을 격파하고 있었다. 그들은 롬멜의 지상군을 지원하는 아군의 슈투카와 Ju 88 폭격기들의 엄호임무를 주로 수행했지만, 때때로 자유추적 임무에 나서 영국진영까지 날아가 이전보다 세력이 약해진 영국항공기들을 찾아다니면서 공격하기도 했다.

많은 우수한 조종사들이 북아프리카의 하늘에서 용명을 떨쳤지만, 이중에서도 특히 한명의 걸출한 전투기 조종사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만천하에 과시하며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항공전사에 전설적인 인물로 길이 남을 '아프리카의 별' 한스 요하임 마르세이유이다. 그는 이무렵 중위 계급장을 달고 JG 27의 3중대장을 맡아 전선의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그에게 맞서는 영국전투기들을 보이는 족족 떨어뜨리면서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행적이야말로 이무렵 북아프리카의 독일공군이 누린 영광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요헨과 그의 애기 황색 14번기의 활약상을 담은 항공아트 ]

1942년 2월 21일 50기째의 격추를 돌파한 요헨은 롬멜의 대 반격작전이 한창이던 6월 6일 75번째의 적기를 떨어뜨렸으며, 토브룩이 함락되기 직전인 6월 18일에는 101번째의 격추를 기록하면서 육해공 전군을 통털어 12번째의 백엽검 기사철십자장을 받게되어 전독일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그의 별똥별과도 같이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활약상은 이에 그치지 않았으니 롬멜의 전차부대가 알람할파 지역에서 공세를 펼치던 1942년 9월 17일에는 양측 공군기들의 제공권다툼이 한창이던 이마이드 섹터 상공에서 벌어진 단 하루 동안의 공중전에서 무려 17기의 영국전투기들을 혼자서 격추시키는 믿을 수 없는 활약상까지 선 보였다. 이러다보니 아프리카군단의 장병들 사이에는 '우리에겐 지상의 별 롬멜과 하늘의 별 요헨이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롬멜군이 이집트를 향해 한걸음씩 진격할 때마다 요헨은 하늘에서 적기들을 한 대씩 격추시켜 나가고 있었다.

[ 자신이 격추한 허리케인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한 요헨 ]

이런 소식을 보고받은 히틀러는 크게 기뻐했으며 그에게 베르너 묄더즈, 아돌프 갈란트, 고든 골롭에 이어 전군 4번째로 '다이아몬드검 백엽기사철십자장'을 수여했고, 그의 활약상에 감탄한 롬멜장군도 직접 마르세이유를 사령부로 초청한후 이 젊은 조종사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마르세이유의 어깨에 직접 대위 계급장을 달아주었다. 이로서 요헨은 22세의 젊은 나이에 대위로 승진하여 전군 최연소 대위가 되는 영예도 함께 얻었다.

[ 대위 계급장을 수여받는 자리에서 롬멜장군과 환담을 나누는 요헨 ]

* 사막의 쥐, 여우에게 도전하다

하지만 1942년 여름이 지나면서 들불처럼 타오르던 롬멜과 그의 아프리카 군단도 어느덧 그들의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롬멜군은 카이로로 향하는 마지막 요충지 엘 알라메인에서 오킨레크 휘하의 영국군으로부터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독일공군의 공습으로 궁지에 몰렸던 몰타섬이 공중, 해상봉쇄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나면서 추축국이 유지해오던 지중해상의 해상수송로가 또다시 차단되어 최소한의 보급품조자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막의 여우 롬멜도 별 수 없었다. 그는 손실이 계속되고 보충이 어려워지면서 도저히 전면적인 공세를 펼칠 수가 없다는 것을 느꼈으며, 더 이상의 공세작전을 중단하고 엘 알라메인에 튼튼한 방어선을 구축한후 영국군과 대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어려운 사정은 북아프리카 항공군도 마찬가지여서 롬멜의 공세를 지원했던 지난 몇 개월간 상공을 장악하며 위세를 떨치던 독일공군도 그동안의 작전에서 입은 손실을 메꿀 만한 전력의 보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비축된 연료와 탄약마저 점점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독일공군은 대치 상태인 엘 알라메인 상공에서 간신히 최소한의 순찰비행만 실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 휴식중인 JG 53의 조종사들, 조종석이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양산을 거치해 놓았다. ]

더구나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벼랑끝까지 몰린 것 같았던 영국군이 한숨 돌린후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북아프리카의 전세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될 새로운 인물이 사막에 그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장차 2차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중 하나가 될 사막의 쥐 버나드 몽고메리가 도착한 것이다. 사실 몽고메리가 북아프리카로 오게된 과정은 몇가지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 당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의 계속되는 패배의 소식으로 인해 영국수상 처칠은 롬멜 노이로제에 걸려있었다. 분명히 병력과 물자면에서 우월한 영국군이 롬멜군에게 연전연패를 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토브룩이 함락된 직후에 처칠은 너무나 큰 충격에 빠져 가끔씩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고 한다.

'롬멜! 롬멜! 정말로 듣기 싫은 이름이다! 우리 영국군은 진정 그 놈 하나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인가.... 정말로 나에게는 롬멜을 꺽어줄 인재가 없는가!'

이런 현상은 처칠만이 아니어서 서부사막의 살아있는 전설이된 롬멜에 관한 여러 가지 과장된 소문덕분에 대부분의 영국 장성들은 그들이 북아프리카로 파견되어 롬멜과 싸우게 되는 것을 두려워 했으며 은근히 롬멜을 어떻게든지 피하려고 했다.

결국 오킨레크 장군이 지난기간 동안 거듭된 패배의 책임을 떠맡고 중동 파견군 사령관직에서 해임되면서 후임으로 헤롤드 알렉산더 대장이 부임했다. 그리고 알렉산더 장군이 야전에서 제 8군을 이끌 후임 장군으로 임명한 인물은 몽고메리가 아니라 고트 중장이었다. 그러나 고트는 1942년 8월 7일 브리스톨 수송기를 타고 이집트로 향하던중 JG 27 소속의 Bf 109F 전투기들을 만났으며 그가 탑승하고 있던 수송기가 집중사격을 받은후 추락하여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에 당황한 처칠은 후임으로 몽고메리 중장을 급히 선발하여 사막으로 보내게 되는데 이것이 매우 절묘한 인사가 될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동안 별로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던 몽고메리는 독일공군의 활약상 덕분(?)에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된 것이다.

[ 특유의 베레모를 착용하고 전선을 지휘하는 버나드 몽고메리 중장,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독일군에 비해 물량에서 앞서는 영국군의 장점을 완벽하게 이용할줄 알았고 물량면에서 완벽한 준비가 이루어질 때까지 섣불리 전투를 벌이지 않았기 때문에 롬멜이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적장이었다. ]

몽고메리는 주변사람들이 약간 거북해 할정도로 자신감에 차있는 인물이었고, 다른 영국 장성들처럼 롬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집트에 도착하자마자 최전선을 살펴본후, 그동안의 거듭된 패배로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져 오합지졸처럼 변해 버린 영국군을 다시 정예의 강병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게다가 그는 본국으부터 거의 지원을 받고 있지 못했던 롬멜과 달리 영국본토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었다. 8월부터 거의 매일같이 수송선단을 알렉산드리아로 파견한 영국은 총 4만명이 넘는 증원병력과 1000여대에 달하는 수많은 전차와 연료, 탄약등을 이집트로 실어나르고 있었으며, 이런 물량공세는 새롭게 동맹국이 된 미국의 지원으로 더욱 든든해 졌다.

이러다보니 양측의 대치상황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정이 나빠지는 것은 독일군쪽이었다. 독일군에게 있어서 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보급기지는 480km 떨어진 토브룩항이었으나, 그나마도 지중해상의 항로가 너무나 위험하여 토브룩항까지 전쟁물자를 싣고올 만한 수송선들은 거의 없었으므로 엘알라메인에서 960km 떨어진 뱅가지나 1920km 떨어진 트리폴리등지에 도착한 전쟁 물자를 트럭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터무니없이 길어진 수송로로 얼마안되는 물자를 전선으로 운반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으며, 수송로가 너무나 길어져서 수송로에 대한 독일공군의 엄호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기 때문에 수송 차량들은 수시로 출몰하는 영국공군기들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 독일군 수송열차를 공격중인 영국의 보우파이터, 길어진 지상수송로는 롬멜군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다. ]

더구나 최근 3개월사이 지중해에서는 시칠리를 출발한 추축국의 수송선의 80%에 달하는 20척 이상의 선박이 몰타에서 출격한 영국 항공기들과 잠수함에 의해 수장당했고 이로인해 리비아로 도착하는 군수물자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이무렵 북아프리카의 독일군은 한달에 최소한 3만톤의 물자를 필요로 했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도착하는 물량은 6천톤도 되지 못하는 정도였다.

취약한 보급선으로 인해 초조해진 롬멜은 더 이상 전력차가 벌어지기전에 엘 알라메인의 영국군을 공격하여 패퇴시키려는 결정내렸고, 지루한 대치상태를 벗어나 영국 제8 군의 취약점으로 판단되는 알람 알 할파 지구를 돌파하여 카이로를 점령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이 작전의 결행은 8월 30일밤에 시작되었으나 이번에는 몽고메리의 지시로 교묘하게 배치된 영국의 지뢰망과 대전차포화망에 걸려들어 4일간의 치열한 격전후에 롬멜은 50대에 가까운 전차를 잃고 퇴각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것이 롬멜이 북아프리카에서 보여준 최후의 공세가 되리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지상대기중인 Bf 110 조종사들 - 그들의 활약상도 이제 끝나가고 있었다. ]

성공적인 방어전 이후 더욱 자신감을 얻은 몽고메리는 이제 시간이 흐르기만하면 영국군과 독일군사이의 전력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될 것이며 그때 총공세를 펼쳐 롬멜을 몰아낸다는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당장 독일군을 공격하라는 처칠의 지시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는 아군의 전력이 더욱 보강될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몽고메리의 주장에 의하면 최소한 아군이 적군에 비해 모든면에서 2 : 1이상의 확실한 우위에 선후에야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리고 점점 시간이 흘러 어느덧 10월이 중반을 넘기면서 드디어 몽고메리는 모든 것을 꼼꼼하게 점검한후 이제는 단 한번의 결정적인 공격으로 롬멜군을 괴멸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하게 되었으며, 곧 전면적인 대 공세를 감행할 시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공격개시일은 1942년 10월 23일이었다. 바야흐로 2차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대전투중 하나로 기록될 엘 알라메인 전투의 서막이 임박해오고 있었다.

* 스핏화이어 북아프리카로!

한편, 롬멜의 대공세 기간내내 독일공군에게 밀려 많은 손실을 입었던 영국 사막공군의 전력도 다시 증강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수적인 보강만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많은 보강이 이루어졌는데, 1942년 4월 몰타하늘에서 첫 선을 보인 스핏화이어 전투기들이 드디어 북아프리카에도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 드디어 북아프리카에 모습을 나타낸 스핏화이어 Mk V, 크기가 약간 작은 아보우커 방진 필터 (Aboukir tropical filter) 의를 채용한 타입이다.

사실 북아프리카 전장에 스핏화이어가 등장한 시기는 늦은감이 있었는데, 이는 롬멜의 공세기간동안에는 영국군의 퇴각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지중해를 지나는 수송선으로 스핏화이어를 이집트로 보내는 것이 매우 위험했으므로, 수송선들이 안전하게 먼 항로를 돌아 골드 코스트 (현 가나)의 항구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영국군들은 화물선에서 내려진 가조립 상태의 스핏화이어들을 다시 조립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이후 조립이 끝나면 스핏화이어 전투기들은 안정성 확인을 위한 시험비행을 마친후에야 나이지리아와 수단을 거쳐 이집트의 영국공군에게 보내질 수가 있었다. 이러다보니 스핏화이어가 전장에 얼굴을 내밀기까지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했다. 어쨌든 독일공군의 최정예 전투기인 Bf 109F에 대해 모든면에서 대등한 성능을 가진 스핏화이어 Mk V의 등장은 북아프리카 항공전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스핏화이어는 롬멜의 공세가 한창 가열되던 6월 1일에서야 첫 번째로 전투임무에 투입될 수 있었지만 당시 전황이 영국군에게 너무나 어려웠고 모든 전선에서 영국군이 패퇴하고 있었으므로 몇 기의 스핏화이어가 전선으로 출격했다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했다. 그러나 6월 10일 찰스 오버톤이 조종하는 스핏화이어가 시디 바라니 상공에서 벌어진 공중전에서 1기의 Bf 109F를 격추시키면서 북아프리카에서의 첫 번째 전과를 올렸는데, 그가 격추시킨 109에는 그동안 39기의 격추기록을 올리며 맹활약하던 에이스 루돌프 진너 중위가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공군도 경계심을 가지게 되었다. 드디어 북아프리카의 하늘을 마음껏 휘젓고 다니던 독일의 독수리들에게 만만치 않은 적수 스핏화이어가 나타난 것이다.

* 아프리카의 별 사막에 지다

몽고메리의 등장이후 엘 알라메인에서 피비린내나는 대전투가 벌어지기 얼마전까지 독일군에게는 불길한 징조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 온 것은 바로 아프리카 군단 전 장병의 칭송을 한몸에 받으며 창공을 날아다니던 아프리카의 별 한스 요아힘 마르세이유 대위가 비행사고로 사망했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

[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최절정기에 운명의 부름을 받은 요헨 ]

1942년 9월 30일, 마르세이유는 그의 387번째 출격에 나섰다. 대부분의 동료들과 독일군 병사들은 그들이 숭배하는 이 천재 조종사에게 이길 수 있는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날까지 총 158기의 격추기록을 올리고 있었던 요헨이 곧 200기의 격추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아프리카의 별은 기지로 돌아오지 못했다. 같이 출격행에 나섰던 동료들은 넋이 빠진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이 위대한 에이스의 죽음을 알렸다. 그들의 증언에 의하면 요헨은 엔진 고장을 일으킨 그의 '황색 14번'기에서 탈출하다가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는 어이없는 사고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항공전사에 빛나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천재 조종사는 그의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이렇게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했던 것이다.

[ 요헨의 장례식 - 그의 죽음은 북아프리카의 전 독일군에게 큰 충격이었다. ]

갑작스런 비보를 접한 북아프리카의 전 독일공군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만성적인 보급부족에 시달리며 수적인 열세속에서도 힘겹게 전선을 지키고 있는 와중에 발생한 이 기가막힌 사건으로인해 그가 소속되어 있던 JG 27 전투비행단 1 연대 전체가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결국 독일공군 사령부는 전투 피로도가 극한에 달하고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JG 27 1연대 전체를 엘 알라메인의 최전선에서 물러나게 하여 한달간의 휴식을 취하도록 했을 정도였다.

영국군의 대 반격이 시시각각 임박해오고 있을 때 벌어진 요헨의 죽음은 장차 몰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게될 독일 아프리카 군단의 암울한 운명을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