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지중해 항공전

유럽 항공전 3 부 - Desert Wings (북아프리카의 결전)

◇ Act 9. 전투기들의 전쟁 ◇

(The Fighter's War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4. 2. 1

* 토브룩을 구원하라

[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의 전력중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였던 4호전차, 숙련된 승무원들과 함께 전차전의 진수를 보여주게 된다. ]

마침내 롬멜의 공세가 멈추자, 이번에는 그동안 치욕적인 후퇴와 패배만을 거듭하던 영국군이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고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이제 반격을 생각하게된 영국군 사령관 웨이벌 장군은 토브룩에 고립된 우군을 어떻게든지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편, 북아프리카 전선의 상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처칠은 롬멜의 등장이후 갑자기 전황이 급속하게 나빠지는 것을 알게되자 크게 실망했다. 그는 웨이벌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테니 반드시 롬멜을 북아프리카에서 몰아내라는 주문을 했으며 반격을 위해서 전차 295대를 본토에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 전차들을 싣고서 본토를 출발하는 선단은 일명 '호랑이 호송선단 (Tiger Convoy)'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는데 애초에는 독일공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중해를 피해서 희망봉을 경유 스에즈운하를 통과해서 이집트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빨리 전차를 이집트로 이동시키라는 처칠의 명령으로 항로를 변경해서 지중해를 횡단하기로 했다. 이무렵 처칠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비록 큰 피해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브럴타 해협을 통과해 지중해를 횡단하는 것이 한달 이상의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것은 우리 병사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처칠의 명령으로 4월 20일 영국을 출발한 이 '호랑이 선단'은 명령대로 지브럴타 해협을 지나 몰타근처를 항진했다. 여기서 시칠리에 주둔한 독일공군 제 10 항공군단의 영향권안에 들어갔지만 운이 좋게도 독일공군은 몰타 공습에 전념한 나머지 이 함대를 탐지하지 못했다. 결국 기뢰에 걸려 손실된 수송선 1척을 제외한 모든 선단이 238대의 전차를 싣고서 5월 1일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항에 안착할 수 있었다. 사실 너무 급히 보내진 전차들이어서 즉시 실전에 투입 가능한 상태의 전차는 60%정도밖에는 안되었지만, 이정도라도 전력이 보강된 영국군은 토브룩을 구원하기 위한 첫 번째 반격에 나서게 되는데 이것이 1941년 5월 15에 시작된 '브레비티 작전'이었다.

[ 영국의 반격을 격퇴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88mm 고사포, 이후 대전차포로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

그러나 이 반격작전은 초기의 3일간에는 리비아의 국경지대인 할파야 고개와 카푸쪼 요새까지 진출하면서 어느정도 성공하는 듯 했지만 이후 독일군의 강력한 방어망에 걸려 큰 피해를 입었으며, 종반에는 롬멜의 과감한 역반격작전으로 5월 27일에는 진격했던 모든 지역을 도로 내주고 물러서야 했다. 사막의 여우 롬멜은 영국의 반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치밀한 방어전술로 그들을 물리쳤다.

이후 다시 전열을 정비한 영국군은 6월 14일에 더욱 큰 규모의 반격작전인 '배틀액스'를 감행했다. 하지만 이 반격작전에서도 영국군은 이전보다 더 큰 손해만 입었을뿐 결국 독일군의 방어선을 뚫지 못했다. 특히 유명한 격전지가된 할파야 고개에서는 독일군의 1개 대전차 포병대대가 가공할 88mm 고사포를 이용하여 영국군의 전차대대를 박살낸 사건이 벌어졌다.

[ 가공할 88mm 포탄을 장전중인 독일 포병 ]

영국군이 보유하고 있던 중장갑의 마틸다 전차를 비롯해서 쿠르세이더, 발렌타인 전차들은 먼거리에서 정확하게 직격탄을 날려대는 독일포병대의 실력을 맛보았다. 영국 전차들은 위력적인 88mm 포탄에 맞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포탄에 명중만되면 장갑판에 축구공만한 구멍이 뻥뻥 뚤렸고 전차는 이내 불덩어리로 변해 검은 연기만 뿜어댔다.

영국 전차부대를 공포에 질려 후퇴하게 만들어 버린 독일 포병대는 큰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원래의 용도인 고사포보다 오히려 대전차포로 더 명성을 날리게되는 88mm 고사포가 전설적인 전차킬러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정도면 할 만하다는 판단으로 시작한 공격작전이 계속 실패하자 이집트의 영국군은 롬멜에게 더욱 커다란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으며 섣불리 공격을 시작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토브룩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멀어보였다.

* 전투기들의 전쟁

한편, 이 브레비티작전과 배틀액스작전이 벌어지면서 드디어 사막의 하늘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양측의 공군은 토브룩을 둘러싼 전선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이전에는 볼 수 없을정도로 최대한의 전력을 투입하며 사투를 벌였다. 사막지역에서는 단연 지상의 전함 전차들이 전장의 주역이 되어 맹활약했지만, 탁트인 평지로 이루어져 몸을 숨길 엄폐물도 거의 없는 북아프리카의 전장터는 항공기들에게도 지상공격을 매우 용이하게 했다.

[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급히 이륙하는 영국 사막공군의 허리케인 ]

지상의 병사들은 단 한 대의 적기라도 상공에 나타나 기총소사를 시작하면 그저 모래바닥에 찰싹 업드려 총탄이 그들을 피해가기만을 기도해야 했으며 차량들은 무방비상태로 총격을 받고 불덩어리가 되 버리기 일쑤였다. 제아무리 지상의 왕자 전차라해도 하늘에서 볼 때는 매우 잘 노출된 쉬운 목표물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전차를 비롯한 지상전력이 자유롭게 활동하려면 우군의 공군기들이 제공권을 장악해서 적기들을 하늘에서 청소해 주고 근접 항공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 롬멜 장군을 지원하기 위해 창설된 아프리카 항공군 (Fliegerführer Afrika)의 항공기들 ]

이런 이유로 인해서 다른 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북아프리카 항공전 특유의 항공전 양상이 나타났으니 그것은 이 지역의 항공전이 한마디로 '전투기들의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북아프리카의 해안지대에는 특별한 전략적인 목표물이 없었기 때문에 서유럽전과는 달리 먼거리를 날아가 적의 군사시설을 폭격하는 중폭격기들은 거의 필요가 없었으며 지상에서 전투가 벌어질 때 우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항공작전이었다. 그러다보니 양측의 항공기들이 지상군의 바로 머리위에서 맞닥드리는 경우가 많아 치열한 공중전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벌어졌다. 대부분의 공중전은 조종사들이 선호하는 대략 6000피트 정도의 고도에서 벌어졌는데, 이것은 이보다 낮은 고도를 오래 비행하면 모래먼지로 인해 시야에 제한을 받거나 기체가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지중해 상공을 비행중인 Bf 109E-7 trop, 후에 북아프리카 제 2위의 에이스가 되는 베르너 슈로어가 4기 격추를 기록했을 당시의 기체이다. 좌측 카울링에 설치된 특징적인 방진필터가 trop형임을 보여준다. 이미 다른 일선부대에는 신예전투기 Bf 109F형으로 기종전환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북아프리카 전선은 독일공군에게도 우선순위가 밀려 1941년 가을까지는 Bf 109E가 주력으로 운용되었다. ]

대개 항공작전은 해가 떠오르자마자 시작되어 오전 10시경까지 지속되다가 정오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잠시 중단되었으며 태양이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4시경에부터 다시 시작되어 해가 저물어야 멈추곤 했다. 탁트인 사막에서는 태양이 가장 중요한 은폐물이었다. 따라서 태양을 등에지고 상대진영으로 접근하는 쪽이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유리했는데, 공중전이 벌어지면 양측의 조종사들이 서로 태양을 등지기 위해 자리싸움을 하기도 했다. 물론 폭격기들도 태양이외에는 별다른 은폐물이 없어서 독일공군의 슈투카 조종사들 같은 경우는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에 태양속에 숨어서 영국진영으로 접근한후 급작스럽게 폭탄을 투하하고 다시 태양속으로 이탈하는 전법을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이미 언급했던 것 처럼 탁트인 사막지역에서는 단 한 대의 적기가 나타나더라도 우군 지상군이 모든 행동을 멈추고 몸을 움추리고 있어야 했었기 때문에 양측의 공군에게는 적의 지상군을 공격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적의 항공기들을 상공에서 몰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그러므로 양측은 항상 제공권을 장악할 전투기들을 전투지역으로 대거 출격시켜 혈전을 벌였다. 그야말로 전투기들의 독무대가 되 버린 북아프리카 항공전에서 후에 양측이 출격시킨 폭격기나 급강하 폭격기, 정찰기들의 수를 집계해보니 이를 모두 합쳐도 전투기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였다.

[ 저공으로 순찰비행중인 Bf 109E의 2기 편대 - 로터 (Rotte) ]

하지만 양측의 전술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우선 JG 27 1연대를 중심으로하는 독일공군의 전투기부대는 가끔 지상공격에 나서는 슈투카나 Ju 88등을 호위하는 임무를 제외하고는 직접 지상군을 근접지원하는 임무에는 거의 나서지 않았으며 오로지 적의 항공전력을 공격해서 약화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것은 독일공군이 보유한 전투기의 숫자가 영국 사막공군에 비해서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족한 수의 전투기들을 지상공격에 얽매이게 하지 않고 오로지 적의 항공기들을 찾아내어 격추시키는 전투기 고유의 임무에만 충실하라는 연대장 에두아르트 노이만 대위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독일 전투기 조종사들은 지상전이 없는 날에도 전선의 상공을 여기저기 배회하면서 적기가 눈에보이기만 하면 즉시 공격에 나서는 이른 바 '순찰 비행'을 많이 수행했으며 때로는 과감하게 영국진영까지 날아가 적의 비행장을 기총소사 하기도 했다.

[ 작전을 마치고 귀환중인 Bf 109E ]

반면, 영국공군 전투기부대는 약간 성격이 달랐다. 사막공군이 보유한 블렌힘, 웰링턴등의 폭격기들이 독일 전투기를 만나는 경우에는 매우 취약했기 때문에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지는 등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폭격기들의 출격을 자제시켰으며, 평소에는 주로 전투기부대를 이용해 지상군의 근접지원을 했다. 따라서 이무렵 사막공군의 주력전투기였던 허리케인 전투기들은 공중전투와 지상공격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허리케인 조종사들은 적기를 찾아다니는 순찰비행이외에도 적의 지상부대를 찾아다니면서 독일 지상군을 발견하면 지상공격을 하다가 독일 전투기기가 나타나면 곧바로 응전하는 방식도 주로 사용했다. 여기에 1940년 6월부터는 영국 전투기 부대에 미국에서 '전시무기대여법 (Lend-Lease)'으로 공급된 토마호크 (P-40B,C) 전투기들이 사막지역에 대거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 전투기들도 위와 같은 사막공군의 전략에 따라 순수한 전투기 (Fighter)로서의 제공 임무보다는 지상공격을 병행하는 전폭기 (Fighter-Bomber)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 주도권을 잡은 튜튼 기사들

[ 처음 북아프리카에 도착한후 촬영된 JG 27 1연대의 기념사진으로 이 장면은 여러각도에서 촬영된 다양한 사진이 존재한다. 기수에 그려진 연대마킹을 잘 볼 수 있다. ]

브레비티와 배틀액스 작전이 벌어진 1941년 5월과 6월의 초여름에 사막의 하늘을 배경으로 전개된 항공전에서 먼저 기선을 제압한쪽은 독일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었다. 수적으로 볼 때는 영국 사막공군이 2배이상의 전력으로 더 우세했지만, JG 27 1연대의 조종사들은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쉴새없이 전선 상공을 누비면서 영국 항공기들을 사냥했다. 이무렵 하루에 평균 100회의 출격이 이루어졌을 정도라고 하니 조종사들은 한명이 하루에 4-5회의 출격행에 나섰던 것이라고 볼수있다.

그들이 보유한 Bf 109E-7 trop 전투기들이 영국 사막공군의 주력인 허리케인에 비해서 월등한 비행성능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조종사들의 기량면에서도 차이가 많았다. 대부분의 독일 조종사들은 서부유럽의 전격전과 영국본토 항공전에 참전해서 전투경험을 쌓았던 베테랑들이었으며 신참 조종사들도 이들로부터 1:1 공중전 및 편대전술에 대해서 엄격한 훈련을 받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시칠리의 젤라 비행장을 근거지로 몰타 상공을 장악하며 영국공군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요아힘 뮌히버그가 지휘하는 슐라게터 7중대가 '배틀액스'의 기간동안 수적이 열세에 몰린 JG 27 1연대를 돕기위해 북아프리카에 잠시 파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로서 뮌히버그의 7중대는 서부전선과 지중해의 몰타에이어 북아프리카 항공전에도 참가하는 특이한 경력을 쌓게 되었다. JG 27 1연대는 북아프리카에 도착하기전에 잠시 시칠리섬에 머물면서 슐라게터 7중대와 몰타섬 공략작전에 협동해서 참가한 적이 있었으므로, 7중대가 북아프리카에 도착할 때 그들은 JG 27의 전우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 7중대의 기체들은 잠시동안만 북아프리카에 머물 예정이었으므로 방진필터를 장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 전시무기 대여법 (Lend-Lease)에 의해 미국에서 대거 영국으로 넘겨진 토마호크 전투기, 허리케인과 함께 영국 사막공군의 양대 주력전투기로 맹활약했다. 영국은 탄양 공급의 용이성을 이유로 무장을 영국제 브라우닝 7.7mm 기관총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

한편, 영국 사막공군은 Bf 109E에 비해서는 한단계 낮은 성능의 전투기인 허리케인이 주 전력을 이루고 있었으며 여기에 미국에서 들여온 토마호크 (P-40B,C) 전투기가 가세한 상태였다. 이것은 얼마전에서야 큰 고난에서 벗어난 영국본토의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영국 최고의 전투기 스핏화이어는 전적으로 본토방위에만 사용되고 있었으며 이외에 다른 지역으로 도저히 파견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몰타섬에서의 항공전에서도 증명되었듯이 허리케인은 고공성능과 상승력, 속도등에서 전부 Bf 109E에게 압도 당하고 있었다. 또하나의 주력전투기로 떠오르기 시작한 토마호크는 미국의 커티스사가 자사의 호크 75형을 발전시킨 전투기로서 엘리슨사의 1040마력 수냉식 엔진을 장비하고 있었다. 기체 자체의 조종성은 어느정도 쓸 만했지만 고도 2만피트를 넘어서면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앨리슨 엔진으로 인해서 역시 전반적인 공중전 능력에서 볼 때 메서슈미트 109E와 정면 대결을 벌일 만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 각기가 고도차와 일정 거리를 두고 넓게 포진한 4기편대인 슈밤대형으로 비행중인 JG 27 1연대의 Bf 109E, 독일조종사들은 편대전술을 매우 융통성있게 구사하여 압도적인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

더구나 이런 전투기의 성능 차이 이외에도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조종사들의 숙련도였다. 영국본토 항공전에서 살아남은 베테랑 조종사들이 아직도 영국본토 방위와 해협의 전투에 전념하고 있었으므로 이집트에 파견된 대부분의 영국 조종사들은 수준이 낮은 이탈리아공군과의 전투만을 경험했을 뿐 독일공군과 싸워본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이무렵 이집트의 영국사령부는 모자라는 조종사들을 충원하기 위해 영연방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파견된 조종사들을 많이 배속해놓고 있었는데, 이들은 더욱 한심해서 변변한 전투경험은 고사하고 제대로된 전투비행훈련도 받지 못하고 급히 도착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북아프리카에 파견되기전에 영국상공에서 비행중인 토마호크 편대 ]

상황이 이렇다보니 초기 북아프리카 상공에서 벌어지는 공중전의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했다. 특히 독일공군의 조종사들은 영국공군 조종사들과 영연방 국가들의 조종사들과 몇차례 대결을 해본결과 이들의 전술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독일공군 조종사들은 스페인 내전의 전투경험으로 2차대전의 개전이래 매우 효과적인 편대전술로 증명된 슈밤 (Schwarm)과 로터 (Rotte)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지역의 영국공군 조종사들은 매번 편대전술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의 이상한 대형을 이루고 전투공격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영국 사막공군의 조종사들은 아무렇게나 대강 대형을 이루고 들어와 멀리서보면 까마귀떼처럼 보일 정도였다. 한 독일 조종사들은 전투후 전과보고를 하면서 영국공군의 대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그들의 대형은 너무나 밀집되어있고 엉터리여서 멀리서보면 마치 포도송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북아프리카에서도 독일공군이 사용한 전술의 핵심은 역시 '스피드'였다. 에두아르트 노이만 대위는 부하들에게 적기들을 목격하면 즉시 Bf 109E의 뛰어난 상승력을 이용해 고도를 높인후 급강하하면서 타격을 가하고 다시 그 속도를 이용해 고도를 높이도록 하는 이른 바 'Dive, Attack & Zoom away' 전법으로 공격하라고 했으며, 수적으로 우세한 영국 전투기들과의 근접 선회전을 절대로 금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 전법은 그동안 스페인 내전이후 Bf 109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것으로 서유럽의 전격전과 영국본토 항공전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었던 것이었다.

[ 이륙하는 슈밤, 뒤쪽에 엄청난 모래먼지가 일기 때문에 옆으로 늘어서서 동시에 이륙하는 장면이다. ]

이에 대항하는 영국공군측은 우군의 전투기대대가 번번히 독일 전투기들에게 큰 피해를 입게되자, 성능의 열세를 수적인 우세로 커버하는 전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중에서도 널리 사용된 것이 유명한 방어원형진으로서 독일 전투기들이 상공에서 공격해들어오면 영국 사막공군의 조종사들은 허리케인이나 토마호크 전투기들을 급선회시키면서 서로 고리를 물고 원을 그리며 비행하는 방법이었다. 이 방어원형진은 1차대전에서 미국의 조종사인 라울 러프베리가 처음으로 고안한 것으로 이후 성능이 떨어지는 전투기들이 고성능기를 상대할 때 전통적인 대응밥법으로 많이 사용된 것으로 여러대의 전투기들이 서로 일정 거리를 두고 원을 그리며 급선회를 해서 뒤쪽의 기체가 앞쪽에서 돌고 있는 우군기의 후미를 지켜주는 일종의 유인 작전이었다. 만일 적기가 아군기를 공격하기 위해 이 원형진에 끼어들어 같이 선회하기 시작하면 뒤따라돌고 있는 아군기가 이 적기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이 방어원형진은 상당히 위험한 덫으로 서투른 독일 조종사들이 이 원형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빠져들어 같이 선회를 하다가 결국 수적으로 우세한 영국 전투기들에게 격추되는 경우도 종종있었다.

[ 날개를 쉬고 있는 Bf 109E 옆에서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 지상요원들 ]

반면 이 원형진은 커다란 약점도 있었는데, 그것은 이 대형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게되면 오히려 편대 전체가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단적인 예로 영국본토 항공전에서 독일공군의 Bf 110이 방어원형진을 이용해 스핏화이어나 허리케인에게 대응하려다가 오히려 각개격파를 당해 큰 피해를 입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독일 조종사들도 스피드를 이용해 수직방향으로 일격 이탈하는 고유의 공격방법을 이용해서 이 원형진을 깨는 방법을 나름대로 숙지했으며 베테랑 조종사들은 여러대의 적기를 격추할 수 있어서 이 방어원형진을 보면 오히려 쾌재를 부르며 덤벼드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독일 편대장들은 경험이 적은 부하들에게 절대로 이 원형진에 섞여 같이 선회하려고 하지 말라는 금언을 강조했다. 결국 1941년 초여름에 토브룩의 하늘을 둘러싼 수많은 공중전에서 JG 27 1연대의 조종사들은 일방적으로 영국 사막공군을 몰아붙이면서 연일 자신의 격추기록을 갱신했다.

[ 이륙활주중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제 4 전투기대대의 토마호크 전투기들, 이들의 전투의욕은 상당히 높았지만 조종사들의 기량에서 큰 차이를 보여, 북아프리카 항공전의 중반전까지도 큰 손실을 입었다. ]

특히 이런 격추행진속에서도 특히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은 프란찌스켓, 호무트, 레드리히, 슈탈슈미트, 쾨르너 등의 조종사들이었는데, 이무렵까지 자신의 존재를 별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던 한 젊은 조종사가 예상외의 전과를 올리면서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조종사가 장차 북아프리카의 하늘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영국 전투기들을 무수히 격추시켜, 아프리카 군단의 병사들로부터 '아프리카의 별 (Der Stern von Afrika)'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는 그 유명한 한스 요아힘 마르세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