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V : 얼어붙은 동부전선
(Raids over Moscow)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13. 12. 9
* 모스크바를 불바다로
잠시 전장의 시계를 한달전으로 돌려보면, 개전이후 독일군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스몰렌스크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석권해버리면서 이제 소련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앞의 등불 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으로 내몰려 있었다.
특히 스몰렌스크 포위전에서 북익과 남익의 양측으로 신속하게 전개하여 거대한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독일전차부대들이 완전히 포위망을 닫지 못했을때 동쪽의 작은 출구를 향해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려고하던 소련군들이 거의 탈출에 성공하는듯 하던 찰나에 독일공군의 정찰기들의 이들을 포착하였으며 이내 상공으로 날아든 독일공군의 폭격기들이 대대적인 폭격작전으로 소련군의 퇴로를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이때 독일폭격기 조종사들의 우려와는 달리 소련공군 전투기들의 요격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좁은 탈출구가 독일공군기들의 폭격으로 맊혀 버리자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던 소련군은 완전히 독안에 든 쥐가 되었으며 곧이어 포위망을 형성하며 전선으로 달려온 독일 전차부대가 포위망의 마지막단계를 마무리 지으며 완벽하게 닫아버리게 성공하여 스몰렌스크포위전은 독일군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게 되었으며 수십만의 소련병사들이 포위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어 버렸다.
스몰렌스크의 대승전이후 독일최고 사령부는 연일 축배를 터트리며 환호했다. 그런데 공군원수 괴링은 자신의 공군이 지상군을 지원하는데에만 전력을 다하는 것이 조금 못마땅했다. 그는 소련공군이 이미 붕괴직전이라고 판단하였으며, 막강한 독일공군의 화력을 동원하여 소련의 수도에 대대적인 공중폭격작전을 전개하여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공포와 충격을 가하여 사기를 완전히 꺽어 버린다는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 전황을 보고 받는 히틀러와 괴링, 옆에는 동맹국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도 보인다. ]
그는 1년전 영국의 수도인 런던에 대한 독일공군의 대대적인 폭격으로 런던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던 것처럼 모스크바도 손쉽게 파괴해버릴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당시에는 독일육군이 해협에 발이 묶인 상태에서 공군력만으로 영국을 공격하다보니 영국공군의 집요한 반격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동부전선에서는 이미 소련공군이 그 전력을 대부분 상실했으며 그나마도 독일육군의 진격작전을 막기위해 넓은 전선지역에 분산되어 배치되어 있으므로 모스크바는 런던에 비해서 아주 손쉬운 먹이감이 될것이라는 낙관적인 주장을 했다. 불과 1년도 안되는 사이에 영국전투에서의 뼈저린 교훈을 잊은 괴링은 또다시 그들의 적수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1941년 7월 8일 총통관저를 찾아온 공군원수 괴링이 모스크바 공폭작전을 건의하자 히틀러는 좋은 의견이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으며 빠른 시일내에 이 공폭작전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결국 7월 19일 총통명령 33호 '모스크바 폭격작전'이 독일공군에 정식으로 하달되었다. 더구나 이 명령서에는 모스크바뿐 아니라 레닌그라드에 대한 폭격작전까지 덤으로 들어있었다.
모스크바를 공중폭격으로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라는 총통의 명령이 떨어지자 괴링은 최대한 빨리 모스크바를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독일공군은 즉시 전력보강작업에 들어갔다. 이 작전을 위해서 서부전선에서 쉬고 있었던 예비전력 중 3개부대 (폭격비행단 KG4, KG28과 지상공격기비행단 KGr100)가 지원병력으로 차출되어 즉시 동부전선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고 동쪽으로 날아왔다.
[ 1차대전당시는 전투기를 몰고 저돌적인 하늘의 에이스로서 명성을 날렸던 괴링, 그러나 그는 공군원수라기 보다는 히틀러의 옆에서 아첨을 일삼는 정치꾼이 되어있었고 화려한 전공에 눈이 멀어있었다. 그는 일선 지휘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즉흥적으로 어이없는 명령을 내리기 일쑤였다. ]
그러나 독일공군의 일선 지휘관들은 이 갑작스런 괴링의 명령에 내심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이무렵의 독일공군은 예상을 넘어서는 속도로 진군하는 지상군의 지원을 수행하는 것도 버거운 상태였다. 지상군의 빠른 전진으로 인해 연일 각 부대가 담당하는 구역이 넓어지고 보급선이 길어지면서 제대로된 정비와 재무장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것이다. 더구나 아무리 야간폭격작전이라고는 해도 폭격기 조종사들을 전투기의 엄호도 없이 어떤 위험이 기다릴지 모르는 모스크바의 상공으로 출동시키는 것이 매우 꺼림칙했다. 그러나 명령은 명령이므로 이 공습작전을 시작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 모스크바 방공군
사실 괴링의 예상과 달리 모스크바를 향한 길목에서 수도의 방위전에 임하는 소련공군의 준비태세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조국의 신성한 수도를 수호하라'는 스탈린의 명령에 의해 소련공군은 상당수의 전력을 모스크바 방위전을 위해 준비해놓았던 것이다.
(사실 얼마전에 스몰렌스크 함락 소식이 들려온 이후 기세등등한 독일육군이 바로 모스크바로 진격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므로 소련군의 모든 방어전력이 스몰렌스크와 모스크바를 있는 주요 요충지에 집중배치된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모스크바 방위전에서도 전투기부대의 수적인 주력은 역시 I-16 이었다. ]
독일공군이 모스크바를 공습할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소련측에서도 충분히 우려하고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모스크바 방공구역에는 상당한 수의 소련공군기들이 배치되어있었던 것이다. 미하일 그로마틴 소장이 지휘하는 모스크바 방공군에는 막 일선에 배치되기 시작했던 신형 전투기들도 다수가 동원되었다.
이 신형전투기들 (미그-3 전투기 170기, 야크-1 전투기 95기, 라그-3 전투기 75기)은 속속 모스크바 방공구역에 집결하였으며 여전히 소련공군의 주력을 형성하고 있었던 200여기의 I-16 전투기와 45기의 I-153 복엽전투기들이 동원되어 총 585기에 달하는 전투기 전력을 확보한 상태였다. 여기에 더해 1044문의 대공포와 336정의 대공기관포가 모스크바 주위에 배치되어 상당히 밀도높은 방공포화망을 구성하고 있었다.
[ 모스크바 외곽의 소련군 대공포부대, 아래 사진의 장교는 고도측정용 관측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
더구나 소련의 정치방송은 연일 독일군의 기습적인 침략으로 인해 조국이 유린되어 수많은 전우들이 전사하고 점령지의 주민들이 잔악한 독일군에게 학살당했다는 소식을 내보내고 있었으며 이런 소식이 들려올때마다 모스크바 방위전에 투입된 소련군들은 분노에 불타올랐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애국심과 함께 우러나온 항전의지는 매우 강건했다. 모스크바 방위군은 비록 무기는 구식이고 모든 것이 독일군에 비해 열세일지라도 죽을 때까지 단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말고 싸우자는 결의로 뭉쳐있었다.
[ 소련공군의 신세대 전투기중 하나인 라그-3,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형편없는 성능으로 인해 아주 쉽게 격추되어 '조종사들의 관'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게 되었다. ]
* 공격목표는 크렘린
1941년 7월 21일 월요일,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소련의 수도에 대한 공폭작전이 개시되었다. 이날 동부전선 후방의 각기 다른 비행기지에서 이륙한 총 185기의 독일폭격기들이 폭음을 울리며 모스크바를 향한 항로에 모여들었다. 폭격기 기장들에게 지급된 지도에 표시된 공격목표에는 모스크바의 주요 철도시설과 공업지역이 들어 있었으며 크렘린궁도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칠흑과 같은 어둠속에서 과연 이런 목표시설을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은 낮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폭격기 조종사들은 차선책으로 모스크바 상공에 다다르면 식별 가능한 목표를 임의로 선정하여 폭격을 시행하고 돌아오려 했다.
[ KG 55 소속의 He 111 폭격기 승무원들 ]
그러나 독일 폭격기들은 미처 모스크바에 다다르기도 전에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수많은 서치라이트가 어두운 하늘로 비춰졌으며 곧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마치 불꽃놀이와 같은 형형색색의 대공포화가 상공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서치라이트의 조명속에서 독일 폭격기들을 찾아나선 소련 전투기들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습은 독일 폭격기조종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날 소련전투기의 조종사들은 레이더 관제를 받고 미리 하늘로 날아올라 매복하고 있었으며, 아군의 대공포화망에 맞을 위험 같은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독일기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 역시 소련의 신세대 전투기인 미그-3, 이 기체는 전투기보다는 폭격기의 요격에 더 적합했다. 모스크바 방공전투에서 최초의 독일기 격추를 기록것이 바로 미그-3였다. ]
이날 총 170기의 소련전투기들이 요격을 위해 날아올랐으며 하늘에서는 결렬한 공중전이 벌어졌다. 서치라이트가 독일폭격기를 비추면 이내 소련전투기들이 늑대무리처럼 몰려들어 공격해왔다. 이날의 첫번째 격추는 미그-3를 몰고 요격전에 참가했단 소련공군 41 IAD 의 I.D. 출루코프 소위에 의해 기록되었다. 그는 서치라이트에 잡힌 Do 17 폭격기를 끈질기게 물고늘어져 계속 기관포를 퍼부었으며 마침내 이 폭격기가 화염과 함께 지상에 쳐밖히는 광경을 연출했던 것이다.
집요한 요격에 시달리던 독일폭격기들이 마침내 모스크바 외곽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더욱 격렬한 대공포화가 그들을 맞이했다. 소련방공군은 이날 총 13만발의 기관포탄과 2만9천발의 대공포탄을 상공으로 쏘아올렸다. 모스크바의 밤하늘은 마치 엄청난 폭음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는 대공포탄의 불빛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 모스크바 방공전투를 촬영한 극적인 사진, 대공포화의 불및으로 도시가 환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
KGr100의 1중대장을 맡아 이날의 공습에 참가했던 한스게오르그 바쳐 소령은 훗날 이날의 공습이 그의 모든 임무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1940년부터 1945년까지 동부전선에서 폭격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전 독일폭격기 조종사중에서 가장 많은 임무에 참가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소련공군이 거의 전력을 상실했을 것이라던 우리 정보부의 예측과 달리 소련전투기들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날아올라 우리를 괴롭혔다. 모스크바 상공에서 소련의 대공포화망은 정말 두려울정도로 우리 폭격기를 항해 집중되었으며 그 정확도도 예상을 웃도는 것이었다. 나는 이순간이 너무나 두려웠었다."
결국 총 7기의 폭격기가 대공포탄을 피하지 못하고 차례로 불길에 휩쌓이며 떨어져갔다. 이런 희생을 감수하고 모스크바 상공에 도달한 독일폭격기들은 허둥지둥 폭탄창을 열어 104톤의 고폭탄과 46000발의 소이탄을 모스크바하늘에 뿌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폭탄은 의미없이 뿌려져 그다지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으며, 이 폭탄들의 일부는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폭발하여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들이 노렸던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크렘린궁은 폭격에 의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 소련 대공포 부대는 우려와 달리 개전 첫날 상당히 임무를 잘 수행했다. ]
소련측의 기록에 의하면 이날 몇 발의 폭탄이 크렘린궁의 일부 건물에 명중했으나 독일의 폭탄들이 17세기에 지어진 이 견고한 건물들의 외벽과 지붕을 뚫지 못하고 폭발하여 사소한 피해를 입히는데 그쳤다고 한다. 특히 소이탄 몇 발이 모스크바의 영국대사관 건물에 떨어졌으나 소방대원들이 즉시 진화에 성공하여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볼때 이날 소련방공군은 이날 성공적으로 수도를 방어한 것이었다. 요격임무에 나선 전투기 조종사들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매우 성공적인 야간 요격임무를 수행했으며, 대공포 부대도 매우 선전하여 매우 의미있는 하룻밤을 보냈다.
[ 조국의 위기앞에 남녀노소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이 소년들은 소방대원들로서 소이탄에 의한 화재를 초등진압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공습기간동안 폭격을 겁내지 않고 골목을 누비며 소이탄으로 인한 화재를 진압하는 임무를 매우 잘 수행했다고 한다. ]
다음날 밤 또다시 독일 폭격기들이 모스크바를 향해 몰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첫날에 비해 훨씬 적은 115기의 폭격기들이 공습에 참가했다. 또다시 격렬한 방공전투가 벌어졌으며 27 IAP의 I-16 조종사들이 서치라이트의 불빛속으로 뛰어들어 총 3기의 Ju 88 폭격기를 격추하였으며, 대공포화망에 걸려들어 돌아오지 못한 폭격기도 5기나 되었다.
[ 연일 모스크바의 밤하늘을 수놓는 대공포화의 불빛 ]
2일간의 모스크바 폭격작전이 끝난후 독일공군 수뇌부는 크게 실망했다.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도 못한채 무려 20기에 달하는 폭격기를 손실한 것은 그야말로 뼈저린 것이었다. 이 수치는 2일간 평균적으로 공습에 참가한 폭격기들의 10%를 넘는 위험한 수치였던 것이다. 이대로 손실이 지속된다면 10일후에는 대부분의 폭격기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상공에서 그들이 만난 소련전투기들과 대공포화망의 위력은 애초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의 강력한 것이었던 것이다.
[ 크렘린 궁 근처에 배치된 대공포대의 지휘관이 하늘을 살피고 있다. ]
더구나 지상전의 양상이 스몰렌스크 포위망을 마무리하고 남부 우크라이나의 키에프에 대한 대대적인 포위섬멸전으로 확대되어 최전선에서의 지상군을 지원해야할 폭격기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독일공군은 이 의미없이 희생만 커지는 모스크바공습 작전을 지속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게 된 것이다.
[ 모스크바공습을 보도하는 영국의 신문, 소련방어군의 선전으로 독일공군이 공습에 실패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
결국 셋째날에는 불과 50여기의 폭격기만이 동원되었으며 그 다음날에는 30기... 그리고 몇일 뒤에는 불과 15기정도의 폭격기만이 모스크바의 밤하늘에 나타났다. 이쯤되니 소련방공군의 입장에서는 독일폭격기들이 나타나나는 것이 이제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으며, 그저 단순한 소동에 불과한 정도로 취급되었다. 그리고 몇 일이 더 지나자 마침내 독일폭격기들은 더이상 모스크바의 하늘에 나타나지 않았다.
[ 출격 준비중인 Ju88 폭격기대원들, 별다른 전과를 올리지 못한채 희생만 커져갔다. ]
독일공군원수 괴링은 자신이 구상한 모스크바 폭격작전이 실패한 것으로 결론나면서 크게 실망했으나, 금새 이를 묻어 버리고는 자신의 독일공군이 스몰렌스크 포위전에서 엄청난 전공을 세운 것을 연일 입술이 닳도록 떠들어 대면서 이 모스크바 공폭작전의 실패를 숨겼다.
이 짧은 '모스크바 방공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한 조종사는 소련공군의 콘스탄틴 브리프 대위로서 그는 첫 4일동안 매일 1기의 독일 폭격기를 격추하는 대전과를 올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스탈린은 친히 그의 영웅적인 업적을 치하하며 레닌훈장과, 금성무공훈장을 수여했고 결국 그는 소련방의 영웅 칭호까지 얻게 되었다.
[ 요격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미그-3를 정검중인 정비요원들 ]
* 공습은 끝났지만
모스크바 방위군은 독일폭격기들을 물리쳐 수도를 지켜내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리고 이 방어전은 그들에게 있어서 연일 이어지는 패전속에 희망을 싹트게 하는 작은 승리였다. 그러나 소련의 운명은 너무나 위급해졌다. 전략적 요충지 스몰렌스크의 함락에 이어 남부지역 방어망의 중심부인 키에프에서도 소련군이 독일기갑군의 포위망에 대응하지 못하고 완패하여 100만이 넘는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고 약 60만에 이르는 잔존 병력이 모두 포로가 되었다는 우울한 소식이 모스크바에 전해졌던 것이다. 온 국토를 유린당한 소련에게 1941년의 여름은 너무나 잔혹한 계절이었다. 이제 키에프까지 석권한 독일군은 거칠것없이 최종 공격목표인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해 올 것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하늘로부터의 위협만이 아닌 세계최강의 위용을 자랑하는 전차군단을 앞세운 수십만 대군의 독일군이 세계 최강의 공군력의 지원을 받으며 진격해 들어올 것이다. 이제 벼랑끝까지 몰린 소련군이 과연 이 무시무시한 침략군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소련역사상 가장 잔인했던1941년의 여름은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으며, 러시아의 대초원에는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가을이 찾아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