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V : 얼어붙은 동부전선
(Adler over Opertion Barbarossa)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10. 2. 17
대초원을 뒤덮은 붉은수염
1941년 6월 22일 새벽 2시, 소련과의 접경지역에 전개하고 발포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총 6000문에 달하는 독일군의 중포진지에서는 독일군 포병들이 일제히 위장막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각 포병부대는 오래전부터 정찰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소련군의 주요 진지와 물자 집적소, 막사와 같은 주요 목표를 지정해놓고 조준을 맞춰 놓은 상태였다.
[ 바바로사 작전의 주요 개요도, 히틀러는 300만에 달하는 대군을 북부-중부-남부군의 3개 집단군으로 편성하여 세방향으로 진격하도록 계획했다. 1941년 6월, 각 집단군은 새벽의 여명을 가르며 일제히 폴란드를 출발하여 동쪽의 소련군을 파죽지세로 격파하고 각자의 주요 목표를 향해 전례없는 고속 진격을 거듭하게 된다. ]
그리고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히틀러의 군대는 이번에도 제대로된 선전포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완벽한 기습으로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다.
새벽 3시 정각, 독일군의 중포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갑자기 밤하늘의 정적은 엄청난 굉음과 폭발섬광으로 순식간에 깨어졌다. 온천지를 뒤흔드는 포격음과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포탄들이 날아들어 소련군의 최일선 진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지만, 별다른 경계조치 없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던 대부분의 소련병사들은 상상조차 하지못한 재앙이 갑자기 닥쳐들자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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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로마제국의 가장 유능한 황제이자 독일민족의 전설적인 영웅으로 칭송되는 위대한 황제 프리드리히 1세는 유난히 붉은 빛의 수염으로 인해 바바로사 (붉은수염)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12세기에 그는 이탈리아와 베네룩스 삼국을 아우르는 광대한 독일제국의 건설을 주도하였으며 제 3차 십자군 원정에서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1세와 함께 대규모 원정군을 이끌기도 했다. 히틀러는 소련침공이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에 옮기는 첫 번째 공격작전을 바바로사 작전이라고 명명하여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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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로사 *이와 동시에 소련과 접경에서 대기하고 있던 3개 집단군에 소속된 117개에 달하는 독일육군의 보병사단과 기갑사단이 북해로부터 흑해까지 뻗은 총 3천km가 넘는 광대한 전선에 걸쳐 일제히 소련진영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이른 바 '바바로사 작전 (Operation Barbarossa)'이라 불리는 독일군의 소련침공작전 첫단계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 바바로사 작전에 동원된 독일군의 총병력은 무려 300만에 달하는 것으로 단일 작전에 투입된 병력으로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규모의 대군이었으며 이들의 상공에서는 출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독일공군기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엄청난 엔진 폭음을 울리며 하늘을 뒤덮을 듯한 기세로 동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 힘차게 도하하는 3호 전차, 바바로사작전의 상징과도 같은 사진이다. ]
그동안 폴란드에서 시작되어 프랑스 점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럽의 전장에서 그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며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독일식의 전격전이 다시한번 광활한 대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진 것이다. 독일군이 지난 2년간 구사했던 전격전의 방식은 우선 상대방의 넋을 빼놓는 압도적인 포격과 대규모 항공기들을 동원한 공중강습을 통해 적의 거점에 대대적인 타격을 가하여 저항의지를 일거에 꺽어놓은후 독일육군의 자랑인 기갑사단이 전장을 고속으로 돌파하여 적군을 완전한 공포속으로 몰아넣고 이를 뒤따르는 보병사단이 잔존 세력을 소탕하여 승리를 완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독일공군은 그들에게 있어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대규모 전격전의 선봉에 서게 된 것이다.
새벽하늘의 독수리들
소련의 북부지역에서 1941년의 6월은 해가 지는 시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이른 바 '백야 (white night)'라고 불리는 기간이었다. 이중에서도 6월 21-22일에 걸친 밤은 백야가 절정을 이루는 기간으로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이 1년중 가장 짧은 날이어서 북부지역에서는 밤이 거의 사라졌으며 대부분의 접경지역에서 어두운 밤은 겨우 2-3시간에 불과했다. 독일공군기들은 짧은 밤을 이용해 출격준비를 완료한후, 어둠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새벽 3시경 일제히 날아올라 기습 작전을 펼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 동쪽을 향해 최대출력으로 이륙중인 Bf 110D ]
전선의 독일공군 비행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했던 항공정찰 사진을 통해 소련공군의 주요 비행장 및 지원시설을 분석해 놓고 있었으며, 전투기와 폭격기 편대장들에게 작전 첫날 공격을 하도록 되어 있는 250여 곳의 주요 공격목표에 대하여 매우 상세한 임무할당을 완료해 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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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로사 작전에 투입된 독일공군 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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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ftflotte 1 (제 1 항공함대) 알프레드 켈러 장군의 지휘하에 편성된 대규모 항공군으로 빌헬름 폰 립 장군의 독일 북부집단군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다. 제 1 항공군단 (fligerkorps I)을 주축으로 정예 조종사들로 구성된 JG 54 전투비행단이 소속되어 있었다. 이들은 주로 발틱해를 따라 전개 하였으며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거쳐 마지막 공격목표인 레닌그라드를 향해 진격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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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ftflotte 2 (제 2 항공함대) 소련 침공작전의 가장 중핵을 이루고 있었던 페도르 폰 보크 원수가 지휘하는 독일 중부집단군의 상공을 책임지게된 부대로 2차대전이 시작된이래 수많은 전장에서 용명을 떨쳤던 맹장 알베르트 케셀링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있었다. 독일군의 3개 집단군중 가장 규모가 큰 중부집단군을 항공지원하기 위해 역시 가장 큰 규모로 편성되었다. 제 2, 제 7 항공군단 소속의 JG 27, JG 51, JG 53과 같은 독일공군의 정예 전투비행단들과 함께 제 8 항공군단의 StG 1, StG 2, StG 77과 같은 슈투카 급강하 폭격비행단이 소속되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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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ftflotte 4 (제 4 항공함대) 우크라이나와 키에프로 진격하게되어있는 독일 남부집단군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된 항공군으로 알로이스 뢰어 장군이 지휘를 맡고 있었다. 제 4, 제 5 항공군단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으며 JG 3와 JG 52 전투비행단이 소속되어 있었다. 독소전쟁이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남부전선이 오히려 중부전선보다 더 격렬한 전장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에 제 4 항공함대의 조종사들은 연일 격전을 치루게 된다. 이중에서도 JG 52 전투비행단은 총격추수 352기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긴 인류 역사상 1위의 탑에이스로 기록되는 에리히 하르트만의 소속부대로서 부대 전체가 독소전 전기간을 통털어 가장 혁혁한 전과를 올려 최고의 명문 전투비행단으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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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ftflotte 5 (제 5 항공함대) 한스 유르겐 슈툼프 장군의 지휘하에 북부 노르웨이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로 항공함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소규모 부대였다. 사실 이 부대는 영국본토 항공전 중에 폭격기 전력에 큰 피해를 입어 이후 간신히 전력을 회복한 상태였다. 독소전의 개전에 맞추어 동맹군이었던 핀란드군을 지원하기 위해 동부전선으로 배치되게 된다. |
어둠이 사라지기 전인 새벽 2시경 야간비행에 익숙한 조종사들이 탑승한 150기의 독일 폭격기들이 먼저 시동을 걸기 시작했으며 차례로 활주로를 질주한 후 비행장 상공에서 3기에서 5기의 편대를 구성하여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적진에 대한 정찰과 최우선 목표인 소련공군의 최전방 비행장에 대한 선도 임무 (패스파인더; path finder)를 맡은 공습의 선발대였다.
이들이 사라진 후 얼마 뒤 공격명령이 떨어지면서 수천기에 이르는 독일공군의 모든 항공기들이 일제히 시동을 걸었으며 동부유럽하늘의 정적은 항공기들의 엔진 소음으로 인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독일공군기들이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라 각각의 목표로 향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쾌속전투기 Bf 109F 편대들이 가장 먼저 날아 올랐으며 뒤를 이어 쌍발 전투기 Bf 110이 고속으로 적의 비행장을 향해 질주했다. 그리고 He 111, Ju 88, Do 17과 같은 고속 폭격기들이 속속 동쪽을 향해 날아올랐다.
[ 남부집단군을 지원하기 위해 날아 오른 JG 52 소속의 Bf 109F 전투기들 ]
새벽 3시 5분경부터 가장 먼저 출발했던 선도기 편대들이 야음을 틈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지역에 위치해있던 최우선 공격목표인 31개소의 소련공군의 최전방 야전비행장 상공으로 진입했다. 선도기들이 소련영공으로 침투하는 동안 이들을 방해하는 대공포화나 소련 전투기들은 전혀 없었으며, 이들은 순조롭게 목표상공에 도달하여 비행장의 활주로와 기지 곳곳에 소이탄을 투하하여 화재를 발생시켰으며 소이탄에 의한 불길은 어두운 밤하늘을 밝혔다.
선도기들이 소이탄을 투하한 후 몇 분이 지나자 총 870기에 달하는 독일공군의 공습부대 제 1파가 점점 사라져가는 어둠 속에서 굉음을 울리며 나타나 각각의 목표를 향해 돌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선도기들에 의해 피어오른 불길을 멀리서 감지한 후 정확하게 돌입해왔다.
[ 소련비행장을 급습하기 위해 저공비행중인 He 111 폭격기 편대 ]
[ 지상에서 격파된 미그-3 전투기, 소련의 일선기중 비교적 신형에 속하는 기체였다. ]
첫 번째 Bf 109 전투기편대가 소련 비행장에 도착했을 때 독일 조종사들은 그들의 눈을 의심했다. 비행장 상공에는 단 한 대의 소련 전투기도 구경할 수 없었으며, 대부분의 소련 항공기들은 아무련 방호대책이 없이 활주로 주변에 날개와 날개를 맞대고 가지런히 주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전투기들에는 최소한의 위장막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아 그리 밝지 않은 여명속에서도 선명하게 그 모습이 드러났던 것이다. 한 독일 조종사는 공격첫날의 이 놀라운 광경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새벽 2시 20분 우리는 공격명령을 받고 동쪽을 향해 이륙했다. 우리의 임무는 리투아니아의 리바우에 위치한 소련공군의 비행장을 격파하는 것이었다. 기상은 매우 양호했으며 지평선은 북쪽에서부터 밝아오기 시작하는 햇살의 여명으로 인해 시야는 매우 좋았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지역이 보이기 시작하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행장에는 소련의 전투기 라타 (I-16) 무리가 그야말로 빽빽하게 밀집된 상태로 정렬해 있었던 것이다."
독일공군에게 있어서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기습이었으며 독일 조종사들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들이 할 일이라고는 지상에 앉아있는 적기들을 향해 직선으로 돌입하여 십자선 안에 넣고 발사버튼만 눌러 버리면 되는 간단한 것이었으며 마치 사격연습과도 같았다. 독일 전투기들이 비행장 상공을 날아다니는 동안 소련공군기들은 그야말로 앉아있는 오리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 전투기 1개 편대가 비행장 한곳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절망속의 붉은공군
기총과 기관포의 날카로운 속사음이 새벽하늘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자 지상의 소련 항공기들은 순식간에 고철신세가 되어 버렸다. 연료통이 비어있는 기체들은 벌집이 되 버렸으며, 연료가 있는 기체들은 불과 2-3발의 명중탄을 맞고 연료통에 불이 붙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으며 이 불길은 연쇄적으로 바로 옆의 항공기들에게 옮겨 붙었다. 숙소에서 단잠에 빠져있던 소련 조종사들과 지상요원들이 폭음에 놀라 황급히 뛰어나왔으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미 대부분의 항공기들이 파괴되거나 큰 손상을 입어 비행불능의 상태였던 것이다.
[ 민스크의 소련 비행장에서 지상에 앉은 채로 고물로 변해 버린 소련 항공기들 ]
Bf 109 전투기들이 물러가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저공으로 돌입한 Bf 110 쌍발 전투기들이 그 강력한 화력으로 살아남은 소련기들을 또다시 묵사발로 만들었고 설상가상으로 독일전투기들의 공격이 채 끝나기도전에 이번에는 He 111과 같은 고속폭격기들과 급강하 폭격기 슈투카의 대군이 벌떼같이 나타나 무차별 폭격을 퍼부었다.
최전선의 소련 비행장중 한곳인 테르노폴 비행장에 주둔하고 있던 한 소련군 조종사는 이날의 절망적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새벽 4시 갑작스런 비상벨이 울려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나와 동료들은 왜 비상벨이 울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30분정도가 지난후 지평선의 여명속에 3기의 비행기들이 우리쪽으로 접근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이 기체들이 우리군의 SB 폭격기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고도 300피트정도의 저공을 고속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것이 훈련이라고 생각했다. 저 기체들은 아마도 우리 비행장에 모의공격을 하러오는 기체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 비행기들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우리의 머리위를 통과했다. 그때 우리는 그 비행기들의 날개에 붉은 별이 아닌 검은 십자 마크가 그려져있는 것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곧 굉음과 함께 비행장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후 훨씬 많은 비행기들이 수평선을 가득메우고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 비행장 상공으로 날아온 그 비행기들은 우리 비행장에 폭탄을 쏟아부었고, 불과 몇분사이에 우리 비행장은 불바다로 변해 버렸다.
그때 무전기를 두드리며 작동해보던 한 동료가 다급하게 독일놈들이 쳐들어오고 있다! 놈들이 전쟁을 일으킨 것 같다고 소리질렀다. 그제서야 나는 다급하게 멀쩡한 비행기를 찾아 비행장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나는 모든 전투기들이 앉은채로 벌집이 되어 버렸거나 불길에 휩쌓여있는 광경에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소련 전투기들이 워낙 밀집한 상태로 활주로를 따라 일렬로 주기되어 있다보니 어떤 비행장에서는 12기의 I-153 쌍발전투기들이 단 한발의 폭탄으로 모두 산산조각이 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으며, 어떤 비행장에서는 긴급출격을 위해 활주로를 질주하던 5기의 I-16 전투기들이 그들을 포착한 1기의 슈투카 급강하 폭격기가 정확하게 활주로에 투하한 폭탄으로 인해 모든 기체들이 이륙에 성공하지 못하고 불덩어리가 되어 지상에 쳐밖혀 버린 경우도 있었다.
[ 이륙중 격파된 I-16 전투기를 조사하고 있는 독일병사 ]
[ 파괴된 I-15bis 전투기를 점검하는 독일 병사들 ]
대부분의 소련 비행장들에서 상황은 모두 비슷했다. 독일공군의 기습이 시작된지 20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만에 대부분의 최전선 비행장들이 거의 모든 전력을 상실했던 것이다. 일방적인 공습으로 탄약과 폭탄을 다 써 버린후 기지로 귀환한 독일 전투기와 폭격기들은 착륙하자마자 재급유와 재무장을 시행한 후 우군을 지원하기 위해 다시 전선으로 날아올랐다.
첫 번째 공격에서 소련 전투기들의 저항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한 일부 Bf 109 조종사들은 아예 동체에 폭탄까지 달고 날아와 저공폭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결국 공습이 시작된후 불과 한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대부분의 소련 비행장들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 공격을 마치고 돌아오는 슈투카 급강하 폭격기들, 제 77 급강하 폭격비행단 (StG 77) 소속의 기체들이다. ]
대부분의 소련공군 지휘관들은 이런 혼란속에서도 부하들에게 즉각적인 응전을 지시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동안 늘 그래왔듯이 상부의 허락을 요청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소련의 모든 교신망은 "독일놈들이 공격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일선 지휘관들의 절망적인 비명으로 가득찼다. 그러나 그들이 위대한 지도자 동지의 지시를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모든 전력은 산산조각으로 변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어쩌다가 수신되는 상부로부터의 답신은 다음과 같이 어이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도대체 어떤 멍청이가 암호가 아닌 평문으로 무전을 하는거냐? 암호로 다시 무전하도록 하라!"
[ 앉은채로 격파된 소련공군기들, 맨앞의 기체는 I-16 2인승 훈련기이다. ]
이런 혼란속에서 일부 용감한 소련 조종사들은 그들의 전투기들에 뛰어올라 운좋게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으나, 이들은 상공을 배회하던 독일 전투기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으며, 대부분의 경우 I-16과 같은 저성능의 소련 전투기들이 수와 질의 완벽한 열세속에서 조직적으로 공격해오는 독일공군의 고성능 전투기 Bf 109F 편대에게 일방적으로 격추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 이륙도중 격추된 I-16의 잔해, 소련공군의 절망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
침공 첫날인 6월 22일 하루동안 독일공군기들은 총 1811기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의 소련항공기를 격파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소련기들은 지상에서 격파되었으며 이중 332기의 소련기들이 공중전에서 격파되었다고 한다. 이런 엄청난 전과를 올리는 동안 독일공군의 손실은 겨우 32기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은 지상포화에 의한 손실이었다고 한다.
* 속절없이 무너지는 붉은 군대
완벽한 기습으로 대 혼란에 빠진 소련군이 우왕좌왕하는사이 독일 지상군도 엄청난 속도로 동쪽을 향해 진격해 들어갔다. 독일 전차대는 공습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소련군의 전차들을 손쉽게 제압하고 소련군의 방어진지를 일방적으로 유린한후 계속 진격해 들어갔으며 이들의 후방에서는 독일 보병들이 대초원을 향해 진군해 들어가며 잔존 병력을 일소했다.
[ 대초원을 질주해 들어가는 독일 전차부대와 지원보병대 ]
소련의 통신망과 도로망의 사정이 워낙 부실하다보니 크렘린 궁전의 스탈린은 개전 4시간이 지나서야 독일군이 침공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런 다급한 상황을 보고받은후에도 한동안 절대 그럴리 없다는 표정을 지었던 스탈린은 결국 "독일군에게 발포를 허가한다"는 명령을 하달했지만 이미 최전선에는 그의 명령을 수행할 지휘관들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 개전 수시간만에 전사해 버리거나 스탈린의 명령을 기다리다가 신속하게 진군해온 독일군에게 포로가 되 버렸던 것이다.
[ 소련군에게 맹포격을 가하는 독일 포병들 ]
특히 소련 침공군의 핵심 부대인 중부집단군은 눈부실 정도의 쾌속 진격을 거듭해 들어갔다. 하인츠 구데리안 장군이 이끄는 제 2 장갑군은 헤르만 호트 장군의 제 3 장갑군과 함께 하루평균 70km라는 엄청난 진군속도로 소련영내로 진격해 들어가 개전 4일째인 6월 26일에는 소련영내 280km 지점인 민스크 근처까지 접급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기억될 전혀 새로운 양상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공격하는 독일군도 무너져가는 소련군도 이 혹독한 시련이 무려 4년간이나 지속되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