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V : 얼어붙은 동부전선
(Shadow behind Glory)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13. 1. 1
참으로 오랜만에 항공전사 업데이트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 생업에 쫒겨 제대로 리뷰도 못했고.. 집중할 시간도 없었고... 여기에 하이홈 서버측과의 연결장애로 인해.. 의욕도 상실된 상태였다가 모처럼 업데이트를 진행하게되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요새는 사정이 좀 나아져서 그동안 못봤던 항공전사책을 정독할 시간도 많고 자료를 정리할 시간도 많아서... 나름 의욕적으로 업데이트를 준비했습니다. 당분간은 이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활기찬 모습을 보여드릴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1999년에 불타는 하늘이 시작된지도 햇수로 15년차로 접어들어 갑니다. 지나고 보니 참 오랜세월이었네요... 앞으로도 쭉~~ 이어질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불타는 하늘을 찾아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행복과 행운이 늘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 바바로사의 빛과 그림자
바바로사 작전의 첫날 독일공군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청난 올렸다. 그들은 완벽한 기습으로 붉은 군대의 공군에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타격을 주었으며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그들이 이룩한 영광의 순간에 도취되어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있었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 뒤에는 불안요소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장차 독일공군과 계속 맞서게 될 소련공군의 일부 조종사들이 이런 혼란 속에서도 매우 용감하게 상공으로 날아올라 상당히 잘 싸웠던 것이다.
[ 바바로사의 하늘에서 벌어진 공중전은 대부분 소련의 구식기들과 독일의 고성능 Bf 109F의 전투였다. ]
거의 완벽한 독일공군의 기습작전과 불량한 통신상태 속에서도 불구하고 일부 소련공군 비행장에서는 비상출격 싸이렌이 울렸으며 비록 그 수는 적었지만 용감한 소련공군 조종사들이 하늘로 날아올라 독일공군기들에게 대항했다.
우크라이나 북서부의 최전선 비행장이었던 쿠로비스타 기지의 경우 6월 22일 04시 20분경 독일공군기들이 들이닥치기전에 아군으로부터 경고무전을 받을수 있었다. 이 비행장에는 164 전투비행연대소속의 I-16 전투기들과 66 지상공격연대의 쌍엽전투기 (I-153, I-15bis)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 다급한 무전이 도착한후 즉시 비상출격 싸이렌이 울렸으나 대부분의 소련 조종사들은 이것을 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유있게 준비를 하다가 독일공군 51 폭격비행단 (KG 51) 소속의 Ju 88 폭격기 무리가 상공에 들이닥쳐 그들의 비행기들을 박살내기 시작한 후에야 허겁지겁 비상출격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순식간에 34기의 전투기들이 폭격으로 산산조각 나버렸으며 소련 조종사들은 치솟는 불길사이로 생존해있는 전투기를 찾아 광분하여 뛰어다녔다.
[ 민스크의 비행장에서 지상에서 격파된 I-153 ]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 비행장에는 여기저기 폭발로 인한 불길이 치솟고 부서진 항공기들의 잔해들이 널부러져 있었으며, 계속적인 독일공군기들의 공격으로 총탄과 파편이 비산하는 혼란 속에서도 일부 조종사들은 다행히 공격에서 살아남은 비행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내 164 전투비행연대의 I-16 몇 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성공했다. 몇 분후에는 66 지상공격연대의 잔존 쌍엽전투기들도 일부가 이륙에 성공했다.
[ 전쟁초반 악전고투했던 소련공군의 I-153, 소련전투기중 가장먼저 독일기를 격추한 기체가 되었다. ]
이륙 후 비행장 상공으로 고도를 높인 P.N 루브스토프 중위가 조종하는 I-153 전투기의 아래쪽으로 KG 51의 융커스 Ju 88 폭격기 편대가 폭격코스로 돌입해오고 있었다. 루브스토프는 즉시 기체를 반전 급선회하여 독일폭격기들의 후상방에서 기총을 난사하여 돌입했다. 그는 편대의 후방에 뒤쳐진 Ju 88 1기의 엔진을 명중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이 폭격기는 엔진에서 검은 연기를 뿜으며 편대에서 뒤쳐져 필사적으로 도주하려고 했다. 그러나 루브스토프 중위는 필사적으로 이 폭격기를 따라잡아 기총사격을 퍼부었으며, 결국 Ju 88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상에 격돌했다. (이 전과로 루브스토프 중위는 독소전 개전이후 공중전에서 승리한 첫번째 소련 조종사로 기록되었다.)
그의 동료들도 필사적으로 독일 폭격기들을 요격했다. I-16과 I-15bis, I-153 전투기들은 끈질기게 독일폭격기들을 추격하며 기관총사격을 퍼부어 2-3기의 Ju 88 폭격기들이 추가로 검은 연기와 함께 격추되었다.
[ 이날 가장 큰 손실을 입은 부대인 KG51 소속의 Ju 88 폭격기편대, 기수의 하얀 에델바이스가 부대마킹이다. ]
소련조종사들이 분전을 거듭하고 있을 무렵 예정보다 조금 늦게 쿠로비스타 비행장 상공에 도착한 독일공군 제 3 전투비행단 (JG 3)의 Bf 109F 호위 전투기들이 우군기들이 격추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분노에 불타올라 엔진을 급가속하며 전투지역으로 돌입해왔다. 로베르트 올예니크 중위의 Bf 109F가 Ju 88을 추격하던 I-16의 상공에서 급강하하며 기관포를 연사했으며 이내 I-16은 몇 발의 명중탄을 맞고는 엔진이 화염에 쌓여 나선을 그리며 추락해버렸다. (이 전과가 독소전 개전후 독일공군 전투기 부대의 첫번째 공중전 승리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Bf 109F 들이 추가로 2기의 I-16 전투기들을 더 격추하면서 나머지 소련 전투기들을 상공에서 몰아내고 비행장 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했다.
[ JG 3 소속의 Bf 109F 일러스트레이션, 헬무트 메켈 중위의 기체이다. ]
그러나 결국 이날 출격에 나섰던 KG 51 소속의 34기의 Ju 88 폭격기중 무려 7기가 돌아오지 못했다. KG 51은 쓰라린 피해를 맛보았으며 이날 하루동안 5기의 폭격기를 잃어 가장 많은 손실을 입은 제 9 중대의 지휘관은 중대 일기장에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남겼다.
“우리가 겪은 공중전은 예상외로 격렬했다. 소련조종사들을 결코 얕봐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독일공군이 제공권을 완전하게 장악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많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충격적인 타란 전술
더구나 궁지에 몰린 소련 조종사들은 전술적인 면에서 볼 때는 독일공군 조종사들에 비해서 낮은 숙련도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독일공군이 예상했던 것처럼 무능한 겁장이는 아니었으며 대개의 경우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맞서 싸웠다.
이날 두브노 비행장을 폭격하고 돌아오던 독일공군 55 폭격비행단의 He 111 폭격기 편대원들은 그들의 상공에서 접근하는 1기의 I-16 전투기를 목격했다. 폭격기의 사수들이 일제히 이 전투기를 향해 집중사격하자 몇 발의 총탄에 맞은 I-16은 약간의 검은 연기를 끌면서 좌우로 희피기동을 하며 물러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전투기는 다시 폭격기들의 상공으로 서서히 접근 하더니 갑자기 그들을 향해 일직선으로 급강하해왔다. 폭격기 사수들이 다시 집중사격을 가했으나 이 전투기의 조종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돌입하여 선두의 He 111의 동체뒤쪽을 그대로 들이받아 버렸다. 이 엄청난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독일 폭격기 승무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 충돌한 두 기체는 나선을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두 명의 독일 승무원들이 낙하산을 탈출에 성공 했지만 두 기체는 그대로 지상에 격돌하여 불덩어리가 되었다.
[ 소련공군의 주력 전투기였던 I-16, 후대의 역사에 Bf 109의 먹이감 정도로 저평가 되어있는 기체였지만 전쟁초반에는 이만한 신뢰성이 있는 기체가 없었으므로 많은 소련 조종사들의 사랑을 받았던 기체였다. ]
소련군 지상부대가 있는 지역에 추락한 I-16의 조종석에서 숨진채로 발견된 조종사는 소련공군 46 전투비행연대 소속의 이반 이바노프 중위로 밝혀졌다. (훗날 그는 이날의 용맹한 전과를 인정받아 ‘소련의 영웅’이라는 가장 영예로운 칭호를 수여받게 되었다.) 한편 소련군 지상부대가 있는 지역에 낙하한 두명의 독일폭격기 승무원들은 분노한 소련군에 의해 총살되었다.
[ KG 55 소속의 He 111 일러스트레이션, 하계작전용 도색을 하고 있다. ]
독일공군측에서는 이 사건이 미숙한 소련조종사에 의한 단순한 공중 충돌에 의한 불행한 사고라고 여겼으나 이날 다른 전투지역에서도 비슷한 충돌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속속 보고되면서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JG 27의 사령관이었던 볼프강 쉘만 소령이 소련전투기와의 공중전중에 적기와 충돌하여 적지에 추락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전해졌는데, 쉘만 소령은 스페인내전에서 12기를 격추하여 15기를 격추한 베르너 묄더즈에 이은 2위의 격추전과를 올렸으며, 이어지는 서부유럽전에서 13기의 영불 연합군기 격추를 기록하여 히틀러로부터 친히 기사십자장을 수여받은 독일공군의 탑 에이스 중 한명이었다.
이날 쉘만소령이 지휘하는 Bf 109E-7 전투기 편대는 남부 리투아니아 지역의 비행장 공격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하던 중이었으며 쉘만 소령은 이미 1기의 I-16 전투기를 격추한 상태였다. 그들은 소련공군 124 전투비행연대 소속의 I-153 전투기들과 마주쳤다. 이 조우전에서 쉘만은 상당히 끈질긴 I-153 조종사와 근접 공중전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는 의외로 만만치 않았으며 I-153은 느리지만 기동성이 좋은 복엽기답게 매우 날카롭게 선회하며 쉘만의 후방을 차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투경험이 많은 베테랑 조종사인 쉘만은 Bf 109E의 우월한 스피드와 상승력을 이용한 날카로운 기동으로 점점 우세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궁지에 몰리기 시작한 소련조종사는 순간적인 교차순간마다 무의미하게 기관총을 난사하며 위기를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던 중 I-153의 탄환이 바닥났으며 이순간 쉘만의 Bf 109E에서 발사된 기총탄 몇 발이 조종석 부근을 강타했고 이 용감한 소련조종사도 총탄에 맞은 듯 했다.
쉘만은 승리를 확신하고 마지막 타격을 가하기위해 I-153의 후하방에서 접근했다. 그러나 결정적 위기에 몰린 소련조종사는 뭔가 결심한 듯 갑자기 급선회하며 Bf 109E에게 매우 근거리에서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쉘만은 깜짝 놀라 조종간을 급히 앞으로 숙이고 간발의 차이로 충돌위기를 벗어났다. 쉘만은 이 소련조종사가 충돌공격을 하려한다는 것을 직감하고 전투지역에서 물러나려고 하다가는 멈칫했다. 그의 에이스로의 자존심이 이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쉘만은 이 적기를 반드시 격추시키기로 결심하고 다시 반전하여 적기에게 향했다. 다시 I-153이 방향을 틀어 정면에서 기수를 들이댔다. 3차례의 아슬아슬한 충돌공격이 시도되었으나 쉘만은 이 공격을 모두 피하고 사격위치를 잡기위해 반전 상승에 들어갔다. 바로 이 순간 소련조종사가 쉘만의 비행방향을 예측한 듯이 갑자기 기체를 반전상승시켜 쉘만의 비행코스로 진입했으며 두 기체는 결국 충돌하고 말았다.
[ 출격전에 Bf 109E-7의 조종석을 점검하는 JG 27 부대장 쉘만 소령, 최고 에이스중 한명이었으나 타란전술의 희생양이 된다. Bf 109F의 생산대수가 충분치 않아 Bf 109E-7도 상당수가 바바로사작전에 투입되었다. ]
이 충돌 후 소련조종사는 기체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로 지상에 격돌했으며 쉘만소령은 간신히 탈출하여 낙하산을 펼칠 수 있었지만 이후 생사를 알 수가 없어 최종적으로는 실종상태로 기록되었다. (훗날 소련군측의 기록에 의하면 쉘만을 보이는 독일조종사가 작전지역에서 생포되어 당일 총살처리 한 것으로 알려짐) 쉘만에게 충돌공격을 감행하여 결국 자신의 목숨과 바꾼 이 용감한 소련조종사는 127 전투비행연대 소속의 페트르 알렉산드로비치 쿠즈민 중위였다.
독일군의 공격 첫 날 일방적으로 격파된 소련공군 부대중에서 이 127 전투비행연대는 상당히 완강하게 저항을 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부대의 안드레이 다니로프 소위는 이날 무려 5기의 독일공군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는 3기의 Bf 110을 격추한 것을 인정받았다. 이중 마지막 Bf 110은 충돌공격으로 격추했다고 하며 다니로프 소위는 탈출에 성공하여 살아남았다.
훗날 독일공군측은 개전첫날의 전과와 손실을 집계하던 도중 총 14기의 독일기들이 소련전투기들로부터 충돌공격을 받아 격추되거나 대파된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이런 충돌사건들이 결코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소련공군 조종사들이 의도적으로 감행한 것이었으며, 평소 소련공군 지휘부가 조종사들에게 만약 절망적인 상황에 몰리는 경우 절대 물러서지말고 적기에 충돌하여 파괴하도록 하는 이른바 ‘타란 (taran) 공격’이라고 하는 소련공군의 전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매우 놀랐다고 한다. (전쟁 전기간중에 약 580기 정도의 독일기들이 타란 공격에 의해 격파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방식의 전술은 1차대전에서 몇 차례 기록된 적은 있으나 2차대전이 시작된이후 서부유럽의 공중전에서는 전혀 보고된 적이 없었던 것이었으므로 경험많은 독일공군의 베테랑 조종사들로서도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 무시된 경고신호
물론 일부 용감한 소련 조종사들이 독일공군기들에 맞서 잘 싸웠으나, 대부분의 소련 조종사들은 전면적인 기습에 따른 혼란상황에 더해서 평소의 훈련부족으로 현대적인 편대전술을 제대로 연마하지 못했었고, 전황이 악화되면서 엉망이 된 지휘관제 시스템으로 인해 하늘로 날아오른 이후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격추되거나 우왕좌왕하며 전투지역을 이탈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게다가 아침의 첫 공격이후 독일공군의 공습이 거듭되자 소련공군의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았다.
[ I-16 전투기편대, 전쟁초반에는 미숙한 조종사들이 많아 공중전에서 희생을 많이 치루게 된다. ]
리바우지역의 비행장을 공습하고 돌아오던 KG 1 소속의 Ju 88 폭격기편대는 한무리의 I-16 전투기들과 마주쳤는데, 다행히도 이 소련 조종사들은 매우 미숙했다. 그들은 400m 가 넘는 먼거리에서 기총사격을 시작했으며 거의 모든 탄환이 어림없이 빗나갔다. 그러다가 폭격기 방어총좌의 사수들이 반격을 하자 대부분 이러저리 방향을 바꾸며 우왕좌왕하다가는 전투지역에서 이탈해 버렸던 것이다.
소련공군의 붕괴상황이 매우 빠르다보니 일부 독일공군 부대는 개전첫날 종일 5-6회의 출격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적의 전투기들을 만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JG 52 소속의 하인츠 크노케 중위는 그날 그의 일기장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오후 8시가 되어 우리 편대는 6회째이자 마지막 출격행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에도 소련전투기들을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한번도 공중전을 해보지 못한채 지상에 대한 기총소사만을 몇 차례 실시했을 뿐이며, 아군의 폭격기들이 만들어 놓은 적기들의 잔해만 실컷 구경하고 돌아와야 했다.”
바바로사 작전의 첫날인 6월 22일, 대부분 독일공군기들은 돌아오자마자 재무장과 재급유를 마치고 바로 다시 출격에 나섰는데, 가장 바쁘게 전선을 누볐던 급강하폭격기 Ju 87 슈투카들은 7-8회의 출격행에 나섰으며 전투기부대는 평균 6회의 출격을 했다. 폭격기들의 경우 5-6회의 출격을 기록했다. 이러다보니 소련군은 온종일 적기들이 자기들의 머리위를 휘젖고 다니며 폭탄과 기관포를 퍼부어대는 광경을 공포에 질려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 출격준비중인 독일폭격기 승무원들, 영국본토항공전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독소전의 초반에는 연일 맹활약하며 영광의 시절을 누렸다. ]
대부분의 독일 전투기부대들은 이날 하루동안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전과를 상부로 보고했다. 특히 소련폭격기들의 희생이 컸는데, 이날 전투기와 전투기의 공중전 보다는 무모하게 떠오른 소련폭격기를 상대로 손쉬운 격추를 기록한 독일 조종사들이 훨씬 많았다.
[개전첫날 가장 뛰어난 전과를 올린 전투기부대인 Jg 53의 Bf 109F, 검은 스페이드가 부대마킹이다. ]
[ Jg 53의 유명에이스 에리히 슈미트 중위의 Bf 109F ]
독일공군의 전과기록에 의하면 개전 첫날 가장 뛰어난 전과를 올린 JG 53의 경우 총 74기의 소련군기들을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명에이스 베르너묄더즈 지휘하의 JG 51이 69기의 격추를 기록하여 뒤를 이었는데 JG51이 격추한 기체중 57기는 소련폭격기들이었다. 묄더즈는 이날 4기의 격추를 개인기록에 추가했다.
[ 독수리머리의 부대마킹으로 유명한 베르너 묄더즈 지휘하의 JG 51소속의 Bf 109F ]
그 외에 녹색하트를 부대마크로 하는 JG 54가 44기의 격추를 기록하며 격추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날 독일공군의 집계에 따르면 총 322기의 소련항공기들이 격추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상에서 격파된수는 1489기에 이르고 있었는데 물론 전과는 부풀리고 피해는 축소해서 보고하는 전통적인 군부대의 관습으로 볼 때 상당부분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실제로도 소련공군의 피해상황이 거의 집계가 어려울 정도여서 이날 발표된 전과가 대부분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개전후 몇 개월동안 독일 전투기부대는 격추전과 쟁탈전을 벌이면서 맹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영광스러운 승전보의 뒤편에는 외면하고 싶어지는 피해상황이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었다.
[ 귀환도중 동체착륙후 파손되 JG 27 소속의 Bf 109E-7, 이렇게 전열에서 이탈한 기체도 상당수였다. ]
사실 이날의 대규모 항공작전은 앞으로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는 길고긴 전쟁기간에서 단지 첫날에 벌어진 사건일 뿐이었다. 이날의 숨가쁜 작전이 종료되자 대부분의 독일공군 조종사들과 승무원, 정비사들은 극도의 피로에 지쳐 탈진한 상태였다. 그들은 평균 16~18 시간동안 전혀 쉴틈이 없이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작전을 지속했으며 속속 집계되는 피해상황 역시 결코 가볍지 않았으며 일부 부대의 피해상황은 심각할 정도였다.
특히 피해가 컸던 폭격기부대인 KG 51의 경우에 사령관이었던 슐츠 헤인 중령은 손실보고에 충격을 받아 그의 일기장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오늘 하루동안 무려 60명에 이르는 부하들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다. 특히 3연대는 14기의 폭격기가 격추되거나 대파상태로 돌아와 무려 50%에 달하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으며 영국본토항공전에서 단 한발의 피탄도 없이 무사하여 행운의 사나이라고 불리던 5중대장 폰 벤초스키 대위가 추락한 기체와 함께 전사했다는 보고까지 있었다. 우리부대의 부관들은 이런 손실에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나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돌아오지 못한 대원들은 과연 적지에서 살아있을까? 내일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날 하루동안 독일공군의 총 손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독일의 선전지들은 이날 35기의 손실이 있었다고 보도하며 축소된 기록을 남겼으나 독일공군 자체의 공식적인 집계에 따르면 총 78기의 항공기가 격추되거나 대파되어 완전히 손실되었으며 여기에 더해서 89기의 항공기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어 전열에서 이탈했다고 한다.
이것은 1년전의 영국본토항공전에서 가장 격렬했던 전투가 벌어져 독일공군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던 9월 15일 (영국본토항공전의 날)의 전투에서 독일공군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72기의 총 손실과 비교해보더라도 오히려 2배가 넘을 정도로 매우 큰 손실이었다.
[ KG 51소속의 Ju 88 폭격기, 독일 폭격기중 가장 우수한 성능으로 큰 기대를 받았으나 의외로 바바로사작전의 첫날 가장 많은 수가 손실되는 불명예를 얻게 된다. ]
물론 독일공군의 전과가 너무나 엄청났기 때문에 이런 손실은 그에 따른 부수적인 것으로 주목을 받지못하고 쉽게 무시되었을지는 몰라도 애초부터 충분치 않은 항공기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한 독일공군에게는 분명히 우려가 되는 경고신호였다. 만약 이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경우에 이러한 손실이 누적되어 결국 독일공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을지 몰랐던 것이다.
[ 지상에서 격파된 I-153, 이 기체는 소련공군에서도 도태가 진행되던 구식기체였다. ]
여기에 더해서 독일공군이 주장하는 엄청난 전과 (지상격파 1289기, 공중격추 322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파괴된 소련기들의 거의 대부분이 이미 소련공군 내에서도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구식 항공기들이었으며, 전면적인 기습공격에 의한 지상격파가 전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소련 조종사들의 대다수가 비행기를 타보지도 못한 상태여서 결국 온전하게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살아남은 소련 조종사들은 비록 한동안 치욕스런 후퇴를 거듭하게 되지만 훗날에는 더욱 향상된 성능의 새로운 기체와 함께 새로운 부대에 재편성 될 것이며 결국에는 독일공군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숙명의 적수가 될 운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