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의 항공전

Part IV : 얼어붙은 동부전선

◇ Act 8. 무너지는 붉은 별 ◇

(Plaque of Red Star)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13. 2.18

* 반격에 나선 붉은 폭격기병단

6월 22일 독일군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 되었으나 전혀 상황파악이 안되고 있었던 소련군 최고사령부는 ‘독일놈들이 쳐들어왔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최전선 부대 지휘관들의 절규 섞인 무전이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못했다. 최종적인 결단을 내려주어야 할 그들의 위대한 지도자 스탈린이 충격에 빠져 어쩔줄 몰라하는 사이에 최전선의 붉은군대는 순식간에 독일군에게 포위 섬멸되거나 포로가 되었다.

특히 소련공군 폭격기병단 사령부의 수뇌부 장성들은 현재 전선의 붕괴상황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고 있는 지를 전혀 실감하기 못하고 있었으며 이미 최전방에 배치되었던 소련군 부대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대부분 전멸위기에 몰려있는 상태라는 것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 위세등등했던 폭격기병단의 DB-3 폭격기 부대, 전쟁전에 촬영된 선전용 사진이다. ]

사실 소련공군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독일과의 접경 인근의 더비사, 네만, 버그강과 같은 큰 강들에 위치한 주요 교량들에 주목하고 있었으며, 만약 독일과의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에 소련공군 폭격기들이 출격하여 즉시 교량을 파괴하면 독일군의 보급선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략을 수립해놓고 있었다.

심지어는 독일공군의 주요 비행장들도 가상의 공격목표르 선정해 놓고서 ‘언제든지 우리의 폭격기들이 출격하여 폭격해 버리면 독일공군을 전멸시킬수 있다.'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까지도 공습 목표로 선정해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이런 주요 교량들은 소련공군이 파괴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독일군에게 점령되어 버렸다. 긴급통신으로 개전의 급보를 접한 소련공군 최고사령부는 폭격기병단에게 즉시 폭격기들을 출격시켜 과거에 선정해놓은 주요 공격목표들을 신속하게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특히 독일지상군의 진격루트로 사용되는 주요 교량들을 가장 먼저 파괴하여 진격속도를 늦추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하였으며, 여기에 더해 일부 폭격기부대는 예전에 가상의 공격목표로 선정되어 있었던 독일공군의 최전선 공군기지와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 더해서 루르일대의 독일 산업시설들까지 폭격하라는 완전히 무모한 명령을 받기도 했다.

[ 긴급하게 출격행에 나서는 SB-2 폭격기 조종사 ]

전선보다 한참 후방에 위치하여 독일공군의 1차 공습으로부터 운좋게 살아남은 폭격기병단의 조종사들은 짧은 브리핑을 받은후 각 부대별로 공격목표를 배정받았으며 출격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모두들 자신들의 폭격기에 뛰어올라 엔진 시동을 걸고 부산하게 출격준비를 했다.

바바로사 작전의 첫날인 6월 22일 오전 7시경에 소련폭격기부대의 첫 번째 반격작전이 시작되었다. 제 10 혼성항공사단 예하 39 폭격기연대의 SB 폭격기 18기가 독일중부집단군의 주요 진격로인 버그강의 교량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은후 가장 먼저 지상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폭격기들이 상공으로 날아올랐을 때 그들을 엄호해 주어야할 소련 전투기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련공군의 전투기부대는 거의 모든 전력이 독일과의 접경지역 최전선의 비행장에 주로 배치되어 있었으므로 기습공격의 초반에 대부분 지상에서 격파되어 버렸으며,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독일공군기들의 맹공에 시달리며 방어전을 펼치는데 급급한 실정이어서 폭격기들의 엄호 같은 것에는 전혀 신경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 쌍발 중형폭격기 DB-3, SB-2와 함께 개전초기 소련폭격기병단의 중핵을 이루고 있었다. ]

얼마전 핀란드와의 겨울전쟁에서 속도가 느리고 방어력이 취약한 소련폭격기들은 엄호 전투기가 없는 경우에 핀란드의 구식 전투기들에게도 매우 취약함을 보였었으므로 그들이 만약 독일의 고성능 Bf 109 전투기들과 만나게 되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 자명했으므로 폭격기 승무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후 소련폭격기들이 전투지역의 상공을 지나기 시작하면서 승무원들은 아래쪽에 보이는 처참한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상에는 파괴된 소련군 진지들과 전투차량에서 올라오는 검은 연기들이 사방에서 목격되었으며, 소련군의 시체들이 도처에 즐비하게 널려있었다. 최전선의 소련비행장들에는 파괴된 소련비행기들의 잔해들이 화염에 휩쌓여 타오르는 처참한 광경이 도저히 두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소련폭격기 승무원들은 상상도 못했던 광경을 목격한후 불안에 휩쌓였지만 명령을 받은데로 공격작전을 계속 하기로 했다.

드디어 소련폭격기들이 버그강 근처에 도달했으며 수평선에 소련폭격기들이 보이기 시작할무렵 교량을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던 독일 기계화부대의 장병들의 시선은 이 소련 폭격기들에게 쏠렸다. 그리고 잠시후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지게될 공중대학살의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된다.

[ 소련폭격기 요격전에서 맹활약하는 Bf 109F, JG 51 소속의 기체로 폭탄 장비가 가능한 야보 형이다. ]

소련폭격기들이 버그강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하자마자 상공에는 어느새 요격명령을 받고 비상출격한 Bf 109 전투기들이 상공으로 몰려와 소련 폭격기들을 사정없이 도륙하기 시작했다. 이날 폭격임무를 받은 소련공군의 SB 폭격기들은 이미 1941년의 기준으로서는 속도도 터무니없이 느리고 기체의 장갑이 빈약한 구식 기체들이었다.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전투기 Bf 109F를 조종하는 독일조종사들에게 이 느려터진 소련폭격기들은 그저 ‘앉아있는 오리’나 다름없는 손쉬운 사냥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독일 전투기들이 굉음과 함께 기관포를 퍼부으며 달려들면서 명중탄에 맞은 폭격기들이 곧 1기씩 차례로 화염과 함께 엄청난 검은 연기를 뿜으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 소련폭격기들은 이런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에서도 단 1기도 회피기동에 들어가지 않고 대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일직선으로 교량을 향해 돌진해왔다. 그들은 문자 그대로 ‘최후의 한사람까지’ 돌격하기로 작정한 것 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돌격은 Bf 109 조종사들에게 너무나 손쉬운 요격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몇 분후 교량으로 돌입해오던 18기의 폭격기가 단 1기도 살아돌아가지 못하고 모조리 격추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교량 근처에 떨어진 폭탄은 단 한 발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독일병사들이 생색하게 목격한 이 공중대학살 장면은 이후에 벌어질 더욱 엄청난 재난의 시작에 불과했다. 바바로사 작전의 첫날 하루 동안 소련군이 하늘과 지상에서 완전히 붕괴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 폭격기병단의 용감한(?) 반격은 모든 전선 전체에서 끊임없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 격추된 DB-3F (훗날 IL-4로 알려짐), 독일전투기의 요격을 받는 경우 너무나 쉽게 격추되었다. ]

소련 폭격기들이 접근할때마다 요격명령을 받고 비상출격한 독일전투기 조종사들이 보기에도 소련 폭격기 조종사들의 무모함은 너무나 이상할 정도였다. 이날 그들이 목격한 모든 소련 폭격기 조종사들은 첫 번째 폭격기들과 마찬가지로 전투기들의 호위가 전혀없이 독일군 진영으로 돌입해왔으며 요격에 나선 독일전투기들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동료기들이 차례로 연기를 뿜으며 추락하기 시작해도 전혀 대형을 깨트리지 않고 일직선으로 돌입해왔던 것이다. 결국 단시간만에 대부분의 폭격기들의 격추되버리면서 공중전이 끝나면 지상에는 여기저기에 화염에 쌓여 검은 연기를 내뿜는 소련폭격기들의 처참한 잔해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대개의 경우 이렇게 용감하게 돌격해온 소련폭격기들은 거의 대부분 기지로 돌아가지 못했다.

[ 최전선 상공을 드나들며 소련군의 상황을 정찰하는 HS-126 정찰기 ]

개전 2일째가 되는 6월 23일에도 독일공군은 개전 첫날과 비슷한 정도로 거세게 소련공군을 몰아붙였다. 소련진영으로 더 깊숙하게 잠입해 들어간 독일 정찰기들은 조금 더 후방에 위치하여 첫날의 공습에서 살아남은 소련공군 비행장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정찰기 조종사들이 목격한 장면은 놀라운 것이었다. 이미 전쟁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찾아낸 새로운 소련공군 비행장들에는 많은 소련항공기들이 여전히 전혀 엄폐 같은 것도 없이 지상에 무방비상태로 도열해있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독일사령부는 소련군의 통신체계가 완전히 붕괴되어 상황에 대한 정보가 서로 전달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 독일 정찰기에 촬영된 소련 비행장의 모습, 전쟁 2일째임에도 이런식으로 전혀 엄폐나 위장이 되지 않은 소련 항공기들의 모습이 많이 보고되었다. ]

[ 이런 비행장은 즉시 독일공군기들의 공습을 받게 된다. 공습이후 손쉽게 파괴된 소련 항공기들의 처참한 잔해가 독일 정찰기에 촬영되었다. ]

정찰기로부터 새로운 목표의 좌표와 소련공군의 상황이 보고되자 즉시 독일공군기들의 공습이 전날과 거의 비슷한 규모로 다시 시작되었으며, 역시 거의 비슷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JG 54 전투비행단장으로 휘하의 조종사들과 함께 출격하여 공습작전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던 한스 트라웃로프트 대령은 이무렵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우리는 첫날 16~18시간을 쉬지않고 출격했었다. 전과 집계같은 것에는 제대로 신경쓰지도 못했으며 최종적으로 모든 임무가 종료되자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부대원들은 너무나 지쳐, 그냥 쓰러져 잠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불과 3-4시간만에 다시 출격준비 나팔이 울려대기 시작했고 모두 잠에서 깨어났다. 둘째날의 임무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날도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격렬한 전투가 하루종일 벌어졌다.”

[ 녹색심장을 가진 전사들, JG 54의 비행단장 한스 트라웃로프트 대령, 스페인내전에서부터 활약한 베테랑으로 1940년부터 JG54의 지휘권을 맡게 된다. 상당히 유능하고 부하에게 인기가 많은 지휘관이었다고 하며 종전시까지 살아남아 최종적으로 격추 57기를 기록하게 된다. ]

또다시 격렬한 공습이 시작되었고 새롭게 공격목표가 된 소련비행장들에 집중 공격이 가해졌으며, 대부분의 전투지역에서 전날의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었다. 특히 소련침공작전의 핵심전력이었던 폰 보크 장군 휘하의 중부집단군의 상공에서는 독일공군이 완벽하게 제공권을 장악하고 소련공군기들을 전장에서 내몰았으며 중부집단군은 전차부대를 앞세워 빠른 속도로 진군하며 우왕좌왕하는 소련군을 신속하게 포위 섬멸했다.

* 폭격기병단의 최후

둘째날에도 소련폭격기들의 무모한 돌격은 또다시 모든전선에서 하루종일 계속되었으며 하늘에는 또다시 공중학살이 반복되었다. 이날도 독일군진영으로 돌진해 들어갔던 대부분의 소련폭격기들은 화염에 휩쌓인 채로 지상에 쳐박혔으며 무사히 돌아온 폭격기들은 거의 없었다.

결국 6월 22일과 23일의 단 이틀만에 소련이 자랑하던 장거리 폭격기병단의 절반이 넘는 폭격기들이 너무나 무모한 공습작전에 투입되어 너무나 쉽게 소모되어 버렸으며, 스스로 세계최강의 전력을 가졌다고 자부하며 적국의 산업시설이나 도시에 대한 전략 폭격임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었던 붉은 군대의 폭격기병단은 냉혹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개전 2일만에 전력손실이 50% 넘을 정도의 큰 피해를 입었으며, 이후에도 너무나 준비가 안된 상태로 전선상공에 투입되어 너무나 쉽게 소모되어갔다.

[ 피격후 지상에 격돌한 중형폭격기 SB-2의 잔해 ]

그리고 전쟁이 시작된후 2주정도가 지날 무렵이 되자, 불과 얼마전까지도 '세계최대규모'라고 자부하던 붉은군대의 자랑 - 폭격기병단은 마침내 문자그대로 '소멸' 되어 버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훗날 동부전선이 대규모 지상전 위주의 전장이 되어 버리고, 항공전의 주요포인트가 치열한 지상전이 벌어지는 지역의 공중지원 임무가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 버리면서 소련공군은 대형폭격기를 주축으로하는 폭격기병단의 재건작업을 포기하고 일류신 Il-2 슈트르모빅과 같은 지상공격기나 페트랴코프 Pe-2와 같은 지상공격기의 성향이 강한 고속 폭격기위주로 양성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개전 몇 일만에 붉은군대 전체가 모든 전선에서 너무나 속절없이 붕괴되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었음에도 소련의 위대한(?) 지도자 스탈린은 반격을 위한 냉정한 대응을 준비하기는커녕, 패배의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묻고 숙청하는데 급급했다. 독일군에게 강타를 계속 얻어맞아 녹초가 된 소련군에게 업친데 덥친격으로 이번에는 스탈린으로부터 숙청의 위협과 피바람이 시작된 것이다. 이무렵 스탈린은 전선의 장군들에게 거의 항상 다음과 같은 어이없는 명령을 하달했다.

“즉시 전선을 사수하고 독일놈들을 격퇴하시오. 만약 성공한다면 동무는 소련의 영웅칭호를 받게 될 것이며, 가족들은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오. 그러나 실패한다면 동무는 처형될 것이오!”

이렇게 무조건 패배의 책임을 물어 숙청을 자행하는 것이 바로 스탈린의 전쟁 지도방식이었다. 막무가내로 내려온 지도자의 명령이 이런 식이다보니 소련의 장성들과 고급장교들은 눈앞의 독일군보다도 오히려 그들의 지도자를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탈린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위급한 상황에서도 부하들에게 후퇴를 절대 허용치 않고 ‘무조건적인 사수와 반격'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명령을 남발 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 강철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 개전초기 스탈린은 공황상태에 빠져 담배만 피우며 아무 말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행한 군부에 대한 대숙청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소련군이 독일군의 침략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뼈져리게 느껴야 했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

결국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대부분의 전선 부대 전체가 살아남을 희망을 잃어버린 채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독일군에게 포위되어 전멸하는 경우가 속출했으며, 사지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부하들을 이끌고 후퇴한다고 해도 비겁자로 낙인찍혀 스탈린에 의해 숙청되버리기 일쑤였다.

소련공군도 예외는 아니어서 궤멸적인 타격을 입은 발틱 군관구의 소련공군 사령관 알렉세이 이오노프 소장이 패배의 책임을 물어온 스탈린의 비밀경찰에게 끌려간 후 소식이 끊겼으며, 독일공군의 공격에서 살아남았던 대부분의 소련공군 지휘관급 장교들이 직위해제 된 후 다른 인물로 교체되었다. 특히 개전 2일째인 6월 23일에는 소련공군 서부군관구 (VVS-ZOVO) 사령관이었던 이반 코페쯔 중장이 그가 출격시킨 폭격기들이 거의 대부분 돌아오지 못하고 사실상 전멸해 버렸다는 보고를 받고는 결국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로 집무실로 들어가 권총으로 자살해버리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벌어진다.

* 무너지는 붉은별

그러나 소련공군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붕괴되고는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용감하게 맞서면서 독일공군에게 상당한 손실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민스크를 둘러싼 대규모 공방전에서 소련공군의 반격은 눈여겨볼 만한 것이었다.

독일 기갑군의 선도자였던 하인츠 구데리안 장군이 이끄는 제 2 기갑집단 (panzergruppe 2)의 전차부대들이 전략적 요충지인 민스크로 향하는 주요 도로인 브레스트-민스크 도로를 점령하기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소련군도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목의 주요 요충지인 민스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필사적인 방어전을 펼쳤는데, 하늘에서도 소련공군기들이 대규모의 전력을 투입해 반격해오기 시작했으며 독일공군기들도 즉각 대응하면서 민스크 상공에서 격렬한 공중전투가 벌어졌다.

[ Bf 109F에게는 한참 떨어지는 성능의 I-16 전투기였지만 독일 폭격기들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I-16에 장비된 조준경의 형태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

독일 중부집단군에 맞서싸워야할 서부군관구 소속의 소련공군 주력부대들이었던 9, 10, 11 혼성항공사단 (SAD)이 독일공군의 완벽한 기습공격을 받은후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 거의 전멸상태에 몰리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민스크와 스몰렌스크 사이에 위치한 43 전투항공사단은 다행히 독일공군의 정찰망에 발견되지 않아 전력을 보존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 43 전투항공사단을 지휘하며 반격작전을 감행한 게오르기 자카로프 중장은 실전경험이 매우 많은 전투기 에이스 출신의 용장으로 과거 스페인내전에서 소련파견군의 전투기부대를 지휘하며 종종 자신도 전투기에 올라 전투임무에 출격하며 작전을 진두지휘하던 솔선수범 타입의 지휘관이었다. (그는 바바로사작전의 첫째날 직접 전투기를 몰고 비상출격하여 Ju 88 폭격기 2기를 격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자카로프는 살아남은 모든 전투기들을 긁어모아 민스크상공에 집중 투입하여 독일공군을 막아내고자 하였다. 예상외로 소련 전투기들이 거세게 반격해오면서 6월 24일 민스크 지역에 투입된 독일공군 폭격기들의 피해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 이날 소련공군 43 전투항공사단 예하 163 전투항공연대 소속의 I-16 전투기들이 맹활약을 펼쳐 KG 53소속의 He 111 폭격기 5기가 격추되었으며, KG 2소속의 Do 17 폭격기도 2기가 격추되었다.

[ 격추된 Ju 87 슈투카, 소련침공작전에서 맹위를 떨치며 맹활약했으나 영국본토항공전과 마찬가지로 우군 전투기의 엄호를 벗어난 상태에서 적의 전투기를 만나는 경우에 매우 취약했다. ]

여기에 더해서 Ju 87 슈투카 부대도 민스크 상공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게되는데 이날 민스크 상공에 진입한 제 1 급강하폭격비행단 (StG 1)의 슈투카 26기가 갑자기 그들앞에 나타난 I-16 전투기들의 대대적인 요격을 받아 무려 6기가 격추되는 큰 손실을 입었다.

소련측의 기록에 의하면 이날 민스크 상공의 공중전에서 43 전투항공사단이 분전하여 우군의 손실은 거의 없이 6월 24일 하루동안 총 21기의 독일공군기를 격추했다고 한다. 독일공군이 입은 손실의 대부분은 독일공군의 폭격기들이었으며 이들은 소련쪽으로 전선이 깊어지면서 독일전투기의 호위망이 옅어지게 되어 우군의 호위가 없는 상태에서 소련상공으로 진입했을 때 43 전투항공사단의 전투기들과 마주치게되어 손실이 발생했다. 이로서 독일폭격기부대의 지휘관들은 아무리 소련공군의 세력이 약해졌더라도 폭격기들의 단독행동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붉은공군의 분전은 극히 일부의 사례에 지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경우 전투가 벌어지면 소련공군측이 더욱 큰 피해를 입고 패퇴했다.

게오르기 자카로프 (Georgi Nefiodovich Zakharov)

소련공군의 용장, 스페인 내전에서 소련파견군의 전투기조종사로 참전하여 6기의 격추를 기록한 에이스 출신 지휘관으로 독소전이 개전될 무렵에는 장군 (중장)이 되어 있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부하들과 함께 직접 I-16 전투기에 올라타고 출격하여 개전 첫날 2기의 Ju 88 폭격기를 격추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는 종전시까지 쿠르스크 전선과 같은 주요 전장터에 휘하의 부대를 이끌고 참가하여 맹활약했으며, 장군의 신분이었음에도 48군데의 전장터에서 무려 153회의 실전전투비행에 나섰으며 총 10기의 독일기를 격추시켰다고 한다. 그가 1942년부터 지휘를 맡은 303 전투항공사단에는 자유프랑스군에서 파견된 프랑스 의용 비행단 노르망디-니에멘 대대가 소속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전쟁이 끝날무렵에는 대장이 되어 있었으며 '소련방의 영웅' 칭호와 '레닌훈장'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노르망디-니에멘 대대와의 인연으로 프랑스에 초청되어 '명예훈장'을 받았으며 파리시민들로부터 '명예시민'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그는 1960년에 퇴역할 때까지 극동 군관구에서 소련공군을 지휘했다고 한다.

이날은 소련폭격기들의 반격작전이 잠시나마 작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는데, 브레스트와 민스크의 중간지점까지 진출한 독일 제 2 장갑집단의 선봉 기갑부대 전차들이 샤라강을 도하하고 있을 무렵, 상공에 갑자기 27기의 소련 폭격기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 폭격기들은 표도르 폴로닌 중장이 지휘하는 소련공군 제 13 폭격기사단의 SB-2 폭격기들로서 각기 9기씩의 3개 편대로 나뉘어 샤라강 상공으로 진입했으며, 때마침 순찰중인 독일전투기들이 전혀 없었으므로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독일 기갑주대의 상공에서 폭탄을 떨어뜨리기 시작했고, 도하지점으로 몰려들었던 독일 전차들이 이 폭격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 JG 51소속 Bf 109F, 독일 전투기 조종사들은 소련폭격기들을 먹이감으로 손쉬운 격추전과를 올리며 러더를 화려한 킬마크로 장식하게 된다. 본기체의 조종사는 하인리히 크래프트 중위 ]

그러나 이 폭격기들이 성공적인 폭격작전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는 무렵 긴급발진한 JG 51의 Bf 109F 전투기들이 폭격기들의 후방으로 벌떼같이 몰려들었다. 독일 조종사들의 헤드셋에는 여기저기서 동료 조종사들이 흥분하여 '전방에 뫼벨바겐 (möbelwagen) 발견! 공격개시!' 라고 외치는 무전음으로 가득찼다.

뫼벨바겐 (möbelwagen) 은 독일어로 화물차라는 뜻으로 독일 전투기 조종사들이 손쉬운 먹이감인 중형 폭격기를 빗대어 붙인 일종의 통신코드 였다.

JG 51의 9중대장이었던 칼 하인츠 쉐넬 중위가 소련폭격기 대열의 후미에 가장 먼저 돌입하여 맨 마지막 폭격기를 조준경에 넣고 20mm 기관포탄을 쏟아붓자 강도가 약한 알루미늄 재질의 소련폭격기는 곧 동체에 균열이 발생하더니 주익이 떨어져 버리면서 공중에서 분해되어 버렸다. 쉐넬 중위는 다시 반전 상승하며 다른 폭격기를 포착한후 다시 짧게 기관포를 퍼부었으며 엔진에 명중탄을 맞은 두 번째 폭격기는 잠시후 붉은 화염에 휩쌓여 추락했다. 이 전투에서 쉐넬중위는 불과 5분만에 4기의 폭격기를 격추하였으며 오후에는 3기의 격추기록을 추가하여 하루만에 7기의 격추기록을 올리게 되었으며, JG 51 소속의 다른 조종사 오트마르 마우어 소위도 이날 6기의 격추를 기록하는등 독일 조종사들은 이 '뫼벨바겐'들을 상태로 격추기록을 손쉽게 늘려갔다.

[ 뫼벨바겐 헌팅! Bf 109F 전투기들에게 맹공을 받는 SB-2 중형폭격기들 ]

놀라운 것은 이 폭격기들의 공습도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6월 24일 하루종일 중부집단군이 진격하는 거의 모든 지역에 소련폭격기들이 전날처럼 전투기의 호위도 없이 계속 무리지어 날아들었던 것이다. 전투지역의 공중순찰을 맡고 있던 독일 전투기조종사들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반가운 광경은 없었다. 또다시 일방적인 공중전이 벌어졌으며 소련 폭격기들의 희생은 그야말로 참담할 정도였다. 중부집단군의 최전방에서 제공권을 장악하는 임무를 담당하던 JG 51은 이날 하루동안 57기의 소련폭격기를 격추시켰다.

[ 전진하는 전차부대, 수평선 근처에는 격추된 소련폭격기들에서 뿜어나오는 검은 연기가 자욱하다. ]

구데리안장군 지휘하의 제 2 장갑집단이 동쪽으로 맹진격을 거듭할 때마다 소련공군의 폭격기들이 연일 상공으로 쉴새없이 몰려들었으므로 제 2 장갑집단의 선두 전차부대와 보조를 맞추며 상공을 순찰하던 JG 51의 조종사들의 격추성과는 연일 절정의 페이스에 달하게 되는데 6월 25일에는 무려 68기의 '뫼벨바겐'들을 격추하는 대전과를 올렸으며 그보다 약간 북쪽의 전선에서는 이에 뒤질세라 JG 53의 3연대 전투기들이 무려 32기의 DB-3 폭격기들을 만난후 요격하여 이들을 모두 전멸시키는 엄청난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 출격직전 DB-3 폭격기의 방어총좌 사수가 기관총탄을 장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군 전투기의 엄호가 없이 이런 방어 기총만으로는 독일전투기의 요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대개의 경우 이런 소련폭격기들은 전혀 전투기의 엄호가 없었으므로 이무렵 한명의 조종사가 하루에 4-6기의 격추를 기록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 되어 버렸으며 단시간만에 수많은 에이스들이 탄생했다.

독일공군의 기록에 의하면 6월 23일과 24일의 소련 비행장 공격작전으로 총 1357기의 소련 공군기들이 격파되었으며 지상에서 파괴된 기체가 거의 대부분이었으며 무모하게 돌격해온 소련폭격기들을 격추한 경우도 상당한 숫자였다고 한다.

[ Bf 109F의 재무장 작업중인 정비원들 ]

소련공군의 붕괴속도는 매우 빨라 에리히 호프너 중장이 지휘하는 제 3 장갑집단 (panqergruppe 3)이 6월 24일 빌뉴스 (현 리투아니아의 수도)를 완전히 점령한후 6월 25일 JG 53의 3연대 전투기들이 빌뉴스 외곽의 소련비행장에 착륙했을 때 수많은 파괴된 소련기들의 잔해들에 더해서 놀랍게도 50여기의 손상되지 않은 소련항공기들이 버려진채 방치된 것을 발견했다. 이 기체들은 소련공군 57 혼성항공사단 소속의 기체들로 독일군의 놀라운 진격속도에 놀란 소련공군이 너무나 황급히 후퇴하면서 미처 후방으로 대피시키거나 파괴작업을 하지 못하고 버려진 것들이었다. 이런 광경은 흔한 것이 되었는데 JG 54의 2연대가 카우나스 (리투아니아 제 2의 도시) 근교의 소련비행장을 접수했을 때도 소련공군 8 혼성항공사단이 버리고 떠난 86기의 항공기들을 노획했다.

이날 오후 소련공군은 그때까지 고집하던 무모한 전략을 아주 약간이나마 수정하게 되는데, 독일군의 침공속도가 빨라 소련비행장들이 점령된후 독일공군기들의 전진기지로 재활용되는 것을 막기위해서 버려진 우군의 비행장을 폭격하여 사용불능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결정도 너무나 늦은 것이어서 빌뉴스 근교의 비행장들로 소련폭격기들이 날아왔을 때 그들은 이미 비행장을 점령한후 이곳을 근거지로 날아오른 독일전투기들에 의해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이때 맹활약을 펼친 부대는 Jg 27의 2연대와 3연대로서 그날 해가 떨어질 때까지 무려 53기의 소련폭격기들을 제물로 삼았으며, 손실된 기체는 단 1기의 Bf 109F에 불과했다.

[ 버려진 소련공군 비행장을 접수한 JG 52, 소련공군이 너무 황급히 후퇴하여 시설물을 파괴하지 못한 채로 남겨놓아 약간의 정비후에 독일공군의 전진기지로 재사용 될 수 있었다고 한다. ]

드디어 6월 25일의 전투가 끝났을 때 독일공군사령부에 보고된 전과는 무려 251기의 소련항공기 (대다수는 소련폭격기)들을 격추했다는 낭보였다. 더구나 소련공군의 전선비행장들을 파괴하는 임무를 맡았던 수평폭격기부대와 급강하폭격기 부대로부터도 이제는 더 이상 소련비행장들에 파괴할 만한 소련의 항공기들이 없어 비행장 공격이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단 3일만에 최전선을 지원할 만한 소련공군의 비행장들은 거의 모든 항공기와 지원시설을 잃어 그 기능이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이에 독일공군사령부는 우군이 점령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더 이상 비행장공격을 하지 말고 모든 항공전력을 독일 지상군의 근접지원으로 돌리며 특히 적 지상부대를 폭격하여 괴멸시키는 동시에 소련군의 보급로와 통신망을 파괴하고 퇴로를 차단하는 변경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 주요 목표에 대한 정밀 타격으로 소련군에게 공황을 초래한 슈투카 부대 ]

중부집단군을 원호하고 있었던 제2 항공함대 (Luftflotte 2)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은 6월 26일 하루동안 적어도 1072회의 출격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맹열하게 활약했다. 특히 제 2 항공함대의 슈투카 급강하폭격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이 슈투카들은 전선을 향하는 소련철도시설에 대해서 정교한 급강하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혔으며 이로 인해 후방으로부터의 지원병력과 물자가 차단되자 이 지역 방어를 맡고 있던 소련지상군이 크게 당황하여 황급히 후퇴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전히 소련공군의 수평폭격기들이 계속 독일진영을 공격하기위해 날아왔던 것이다. 폭격기들의 세력은 개전이후 첫 3일간에 비해 많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의문스러울 정도로 이런 정면공격을 고집했던 것이다.

에리히 폰 만슈타인 지휘하의 기갑부대가 남부 라트비아에 이르렀을 때 또다시 8기의 소련폭격기들이 돌입해왔지만, 이들은 곧 JG 54 - 7중대의 Bf 109F 들에게 도륙 당했다. 모든 폭격기가 단시간만에 격추되었으며 JG 54는 이 전투의 전과로 부대통산 500기의 격추기록을 돌파했다.

[ SB-2 폭격기를 격추하는 JG 54 소속의 Bf 109F ]

그러나 6월 26일에 가장 큰 전과를 올린 부대는 역시 최선봉을 맡고 있었던 베르너 묄더즈 지휘하의 JG 51 이었다. 이날 JG 51의 전투기들은 중부집단군의 선봉부대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80여기의 소련폭격기들을 포착하여 절반이 넘는 소련폭격기를 격추시켰던 것이다. 소련측의 기록에 의하면 이날 207 장거리폭격항공단 소속의 DB-3, BD-3F 폭격기들중 과반수가 엄는 43기를 잃었다고 한다. 다른 전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했으며 독일공군측은 6월 26일 하루동안 300기 이상의 소련항공기 (거의 대부분은 폭격기)를 공중과 지상에서 격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소련공군의 폭격기병단이 드디어 마지막 전력을 소진했으며 6월 26일을 기점으로 중부집단군의 주요 진격로에서 소련폭격기들의 활동이 확연히 감소했고, 이후에는 독일 조종사들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감 '뫼벨바겐 (소련폭격기)'을 구경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 큰 손상을 입고 간신히 돌아온 SB-2, 이 쌍발 폭격기는 주익에 400리터 용량의 연료통이 있었으나 연료통의 장갑처리가 안되어 있어 몇 발만 피탄되어도 쉽게 불이 붙는 경우가 많아 희생이 컸다. ]

독일공군의 주장에 의하면 개전 첫날인 6월 22일의 기록적인 전과와는 별도로 개전 2일째인 6월 23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1주일동안 무려 2700여기에 달하는 소련항공기를 격파했으며 특히 이중 1000기 이상이 공중전에 의한 격추전과였다고 한다. 반면 소련공군측의 공식기록에는 6월 22일 개전이후 6월 30일까지 총 1669기의 항공기를 손실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어 독일공군의 주장과는 2배이상의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여하간 소련공군이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은 틀림이 없는데, 7월 1일 소련공군의 서부군관구 사령부가 잔존병력을 모두 집계했을 때 겨우 124기의 전투기와 374기의 폭격기만이 가동 가능한 상태였다고 한다. 훗날 한 소련공군 장교는 당시의 절망적인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우리는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도대체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는 대혼란의 시기를 보냈다. 사실 그때까지 우리들 대부분은 독일군보다 상부에 잘 못보여 비밀경찰 (NKVD)에 끌려가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스크바의 위대한 스탈린 동지로부터 제대로된 명령이 내려온 것은 전쟁이 시작된지 20여일이나 지난 7월 9일 경이었다. 모스크바에서 파견나온 장교들이 부대로 나와 일선 지휘관들에게 실전상황에 맞는 지시를 내렸다. 그제서야 우리는 각 비행장에 12기 미만의 항공기를 산개하여 배치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우리 항공기들이 출격에서 돌아오면 즉시 은폐, 엄폐한후 재무장과 재급유를 하도록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살에 가까운 무모한 임무에 출격하는 것이 확연히 줄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은 너무나도 늦은 일이었다. 이미 너무나 많은 숫자의 노련한 동료 조종사들이 너무나 의미없이 희생되 버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