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 얼어붙은 동부전선
◇ Side Story : 구국의 여신 화이트 릴리 ◇
(Legendary White lily)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13. 1. 23
* 독일 에이스의 무너진 자존심
1942년 9월 13일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던 스타린그라드 전선의 상공으로 독일공군의 Ju 88 폭격기 편대와 호위 전투기 Bf 109G 전투기들이 소련군을 공격하기 위해 침투하고 있었다. JG 53 소속의 Bf 109G 전투기 조종사들 중에는 11기의 격추를 기록하고 있던 에이스인 엘빈 마이어 하사도 있었다. 이들이 스탈린그라드 외곽으로 접어드는 순간 상공에 매복하고 있던 소련공군의 야크-1 전투기들이 태양속에서 튀어나와 기습적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피할 겨를도 없이 기관포의 집중사격을 받은 Ju 88 1기가 검은 연기를 뿜으며 추락했으며, 호위 전투기 Bf 109G 들은 일제히 산개하여 대항하려했다. 우군의 추락을 목격한 마이어는 분노에 불타올라 급선회하며 적기를 찾았다. 그 순간 그의 시야에 다른 Ju 88 폭격기의 후방에 달라붙은 야크-1이 들어왔다. 마이어는 엔진을 급가속하며 그 야크-1의 후방으로 접근하여 공격위치를 잡았으며, 잠시후 조준경에 야크-1이 완벽하게 들어왔다.
[ 독일에이스 마이어를 격추시키는 화이트릴리 - 리트뱌크 ]
그러나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갑자기 몇차례의 충격음과 함께 그의 Bf 109G가 심하게 흔들렸다. 놀란 마이어가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다른 야크-1 이 바로 뒤에 달라붙어 기총사격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그는 이미 피탄에 의해 조종성을 상실하기 시작한 기체를 좌우로 선회시켜 희피기동에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뒤에 따라붙은 야크-1의 조종사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으며 계속 사격을 가해왔다. 몇 발의 총탄이 더 명중하자 Bf 109G의 엔진에서는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기체는 더욱 심하게 요동치며 엔진출력이 떨어져 조종불능 상태가 되었으며, 결국 마이어는 캐노피를 열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그의 뒤에 붙어있던 야크-1 조종사는 이 순간에는 사격을 하지 않았다. 무사히 낙하산이 펼쳐져 마이어는 별다른 부상이 없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그가 내려온 곳은 소련육군이 장악하고 있던 지역이었으며 그는 순식간에 몰려온 소련병사들에 의해 둘러 쌓였다. 당시 소련병사들은 불시착한 독일조종사들을 포로로 잡지 않고 즉결처분으로 사살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마이어는 곧 닥쳐올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으나 그들은 마이어를 사살하지 않고 눈을 가린 채 어디론가 끌고 갔다.
얼마후 소련공군 비행장의 심문실로 끌려온 마이어는 그를 격추시킨 소련조종사가 그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얼마후 소련병사들은 그의 눈가리개를 풀어주었다. 갑자기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오자 마이어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찡그렸다가 그의 앞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눈치 채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는 곱상하게 생긴 젊은 여성이 한명 서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여성은 조종사복을 입고 있었다. 어리둥절해있는 마이어에게 통역관이 미소를 머금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바로 저 여성이 당신을 격추한 야크 전투기의 조종사다!!“
놀란 마이어는 입을 다물지 못했으며, 소련군들이 자신에게 굴욕을 주기위해 터무니없는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저 여자가 나를 격추했다고?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린가? 여성 전투기 조종사라니? ... 소련놈들이 나에게 모욕을 주려고 별 수를 다 쓰는 구나..’
그러나 잠시후 이 여성 조종사는 그를 노려보면서 격추당시의 교전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했으며 통역관이 이를 마이어에게 전달했다. 특히 마지막의 탈출 순간에 쏴버릴 수도 있었으나 일부러 사격을 멈추고 그가 탈출하도록 놔두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 마이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
“아!... 여자에게 격추당하다니.... 나는 이제 동료들에게 두고두고 놀림감이 되겠군...”
곧 정신을 가다듬은 마이어는 이 여성 조종사를 쳐다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팔목에서 금장 손목시계 (이 시계는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가보였다.)를 풀러 이 여성조종사에게 내밀며 통역관을 통해 말했다.
“전투기를 조종하는 여성이라니... 정말 놀랍군요. 존경의 의미로 선물을 드리겠소!”
그러나 이 여성조종사는 그를 노려보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나는 우리 조국을 침략한 원수들에게서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 당신들은 반드시 침략의 댓가를 치루고야 말 것이다.”
그녀가 나가 버린후 마이어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다가 소련병사들에게 끌려나갔으며 시베리아의 포로수용소로 이송되었다.
바로 이 여성이 훗날 세계 최초의 여성 전투기 에이스가 되어 독일공군의 자존심에 비수를 꽂으며 ‘스탈린그라드의 하얀백합’이라는 전설적인 별명으로 불리게 되는 리디야 블라디미로바 리트뱌크 였다.
[ 실제로 리트뱌크는 상당한 미녀였다고 하며, 그녀를 구국의 영웅으로 만든 소련언론 선전지의 표현에 의하면 '심장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
* 천재 비행 소녀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리트뱌크는 소녀시절부터 창공을 동경했다. 그녀는 비행기에 매료되어 겨우 14살의 나이에 비행클럽에 가입하여 활동할 정도였으며, 놀랍게도 불과 1년만인 15살에 단독비행에 성공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선보였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후에는 비행학교의 교관으로 활동할 정도의 수준에 올라있었으며 독소전이 발발할 무렵에는 불과 만 20세의 나이였음에도 이미 45명의 훈련생을 조종사로 키워낸 교관이 되어 있었다.
독일의 침략으로 조국이 절대절명의 위기에 봉착하자, 애국심에 불타던 소련의 많은 젊은이들은 조국을 구하기 위하여 너도나도 군대에 지원했다. 이들 중에는 많은 젊은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특히 유명한 여류비행사였던 마리아 라스코바가 창설한 여성 공군부대인 122 비행단에는 너무나 많은 지원자가 몰려 입대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을 정도였다.
[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조국을 구하기 위해 군대로 지원한 소련여성들, 그녀들 모두가 구국의 여신일 것이다. 사진은 상당한 실력으로 독일군을 괴롭힌 소련육군의 여성 저격수 부대 ]
이무렵 리트뱌크도 이 122 비행단에 조종사로서 자원입대하려고 하였으나 비행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입대를 거부 당했다. 그러나 포기를 모르는 리트뱌크는 지원서류에 비행시간을 1000시간이라고 조작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후 편법으로 서류를 위조하여 통과할 수 있었고 테스트 비행에서는 발군의 비행실력을 인정받아 1942년 1월, 드디어 정식으로 군인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조종사와 정비사, 사병등이 모두 순수하게 여성으로 이루어진 122 비행단의 예하에는 586 전투비행연대, 587 폭격기연대, 588 비행연대의 3개 부대가 있었는데 리트뱌크는 뛰어난 조종실력을 인정받아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 586 전투비행연대로 배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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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Witches
사실 이 3개 여성 비행부대 중에서는 수많은 영웅적인 희생을 치루며 끊임없이 독일공군을 괴롭혀 ‘밤의 마녀들’이라는 전설적인 칭호를 얻게되는 588 비행연대가 가장 유명한 부대가 되는데, 이 ‘밤의 마녀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 - foxmouse - |
당시 훈련을 함께했던 동료들의 증언에 의하면 리트뱌크는 매우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존심과 독창성이 매우 강했다고 한다. 그녀는 복장과 외모에 관한 군대의 엄격한 규율을 그다지 지키려들지 않았는데, 특히 긴 머리를 짧게 단발로 자르라는 명령에 심하게 반항하며 끝까지 거부하다가 많은 벌칙을 받게 되었고 결국 퇴소의 위기에 처한 이후에야 잘랐다고 한다.
* 세계최초의 여성에이스
586 전투기연대는 볼가강 근처의 사라토브시 근처에 배속되어 이 지역의 방공임무를 맡았는데 별다른 전투임무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해야한다는 히틀러의 고집스런 명령에 의하여 파울루스 장군휘하의 독일 제 6군이 스탈린그라드를 목표로 병력을 집중투입하게 되고, 소련군도 이에맞서 이 도시를 끝까지 사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스탈린그라드를 둘러싼 전투가 예상과는 달리 엄청난 규모의 대대적인 공방전이 되버리면서 공중전투도 격화되었다.
[ 전투지역을 순찰중인 리트뱌크의 황색 44번기 ]
연일 치열한 전투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여 독일공군과 싸울 수 있는 소련공군의 전투기조종사 자원이 점점 부족해지게 되었다. 1942년 8월경, 전투기 조종사 부족에 시달리던 소련공군은 드디어 여성조종사들도 최일선에 투입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에 586 전투기연대에서 리트뱌크를 비롯한 최고조종사들을 차출하여 스타린그라드 지역의 최전선에서 독일공군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437 전투기연대로 전속시켰다. 여성조종사들이 남성으로 이루어진 전투기부대로 진출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당시 437 전투기연대의 남성 조종사들은 갑자기 부대에 편성된 이들 여성 조종사들을 불청객으로 취급했다. 그들은 이 여성들의 능력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었으며, 그녀들에게 별다른 임무를 주지 않고 따돌리기 일쑤였다.
[ 또 한명의 여성에이스 카챠 부다노바, 그녀또한 리트뱌크에 뒤지지 않는 활약을 했다. 그녀는 리트뱌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여성 에이스로 등록하게 되는데,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 어느나라의 공군에서도 세 번째의 여성 에이스는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 ]
이에 화가난 리트뱌크는 절친이자 뛰어난 조종술을 숨기고 있었던 카챠 부다노바와 함께 남성 조종사들에게 자신들과 2 : 2의 편대 공중전을 해보자며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국 남성조종사들이 조종하는 La-5 전투기들과 여성조종사들의 야크-1이 부대상공에서 많은 전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 :2 의 모의 공중전을 벌였는데, 야크-1에 비해서 조금 더 신형이던 La-5가 기체의 성능면에서 약간 더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리트뱌크와 부다노바의 야크-1 편대가 이들을 압도하며 완승을 거두게 되었다. 결국 남성조종사들은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진 이 놀라운 결과에 감탄하여 그녀들을 자신들의 동료로 인정하고 그녀들과 함께 전장으로 출격하는데 이의를 달지 않기로 했다. 남녀 혼성편대가 편성되는 경우에 대개의 경우 여성 조종사들은 4기 편대의 4번기를 맡도록 되어 있었다.
[ 스탈린그라드 상공으로 출격한 리트뱌크의 야크-1, 스탈린그라드를 둘러싼 공중전은 지상전과 마찬가지로 연일 일진일퇴의 치열한 전투가 거듭되고 있었다. ]
독소 양군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연일 치열한 전투에서 맞서 싸우면서 스탈린그라드는 점점 지옥으로 변해버리고 있었다. 독일군도 소련군도 마치 이 도시에 거의 모든 것을 걸고 사생결단을 벌이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늘에서의 전투도 나날이 격화되어 양측의 공군기들은 지상군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격할 때마다 마주치면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는데, 1942년 9월 13일에 벌어진 공중전에서 드디어 리트뱌크는 Ju 88 폭격기를 공격하여 그녀의 첫 번째 격추기록의 희생양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동료의 후방에 붙어있던 Bf 109G 전투기를 격추시켰는데, 이 메서슈미트의 조종사가 바로 JG 53의 에이스였던 엘빈 마이어였던 것이다. (그는 최초로 여성 전투기 조종사에 격추된 남성 전투기 조종사로 역사속에 남게 되었다.)
계속 전투지역으로 출격하면서 독일기들을 격추하던 리트뱌크는 1942년 9월 27일 드디어 5번째의 적기 (Bf 109G)를 격추시키는데 성공하여 드디어 세계최초의 여성 전투기 에이스가 되었다.
[ 출격전 브리핑을 점검중인 여성 조종사들 - 좌로부터 리트뱌크, 카챠 부다노바, 마리아 쿠즈네초바 ]
* 스탈린그라드의 백합
스탈린그라드의 전황에 가슴을 졸이면서 전쟁영웅의 소식에 굶주리고 있던 소련의 라디오방송국과 기관지들은 이 새로운 전쟁영웅의 탄생을 열열하게 환영했다. 라디오방송과 신문지면에서는 연일 그들의 조국 소련에서 세계 최초의 여성에이스가 탄생했다는 소식과 그녀의 영웅적인 투혼을 대서특필하여 국민들의 사기를 올리려고 했다. 물론 스탈린을 비롯한 군부의 최고위층에서도 대대적인 찬사를 보냈다.
즉시 당의 명령을 받은 종군기자들이 비행장으로 특파되었는데 그들 앞에 나타난 리트뱌크는 기자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한 미인이었으므로 언론들이 그녀를 더욱 좋아할만한 조건까지도 갖추고 있어서 언제부터인가 언론에 의해 ‘스탈린그라드의 백합’이라는 전설적인 별명을 얻게 된다.
[ 기자들앞에서 포즈를 취한 리트뱌크, '스탈린그라드의 백합'이라는 별명과 함께 전국적인 유명인이 된다. ]
당시 러시아에는 청순함을 상징하는 ‘하얀 백합’을 뜻하는 ‘릴리야 (Лилия)’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여성들이 많았는데 이것이 그녀의 이름인 '리디야'와 비슷했으므로 소련의 선전매체들은 의도적으로 그녀를 '릴리야 리트뱌크'라고 표기하면서 그녀는 '백합'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전투기의 조종석에서 멋진 모습으로 촬영된 그녀의 사진과 함께 스탈린그라드 하늘의 영웅 ‘릴리야 리트뱌크’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후부터는 ‘릴리야’라는 별명이 오히려 본명보다도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가 이런 별명을 얻게되자 동료들도 그녀를 ‘릴리야’ 라고 불렀고, 어느새 동료들이 사용하는 그녀의 콜사인도 ‘릴리야’가 되어 있었다. 이렇다보니 어떤 자료에는 아예 ‘릴리야 리트뱌크’가 그녀의 본명인 것으로 기록되어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 리트뱌크는 꽃을 매우 좋아하여 임무를 마친 후 쉴때마다 들꽃을 따서 야크 전투기의 조종석에 꽂아두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는데, 사실 그녀가 좋아하던 꽃은 백합이 아니라 붉은 장미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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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 따온 러시아 여성의 이름들... * Лилия (릴리야) - 백합 * роза (로자) - 장미 * Маргарита (마가리타) - 마가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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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소련 조종사들은 이렇게 당과 언론으로부터 영웅대접을 받으며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이렇게 언론이 영웅으로 떠들어대면 소련국민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적인 독일군에게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되므로 전장터에서 매우 위험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리트뱌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련언론이 연일 떠들어대는 ‘하얀 백합의 에이스’ 리트뱌크는 스탈린그라드 지역에서 활동하던 독일공군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들은 소련의 선전지에 나와있는 ‘릴리야’의 사진을 보며 이런 아름다운 여성이 하늘에서는 용맹한 전사로 돌변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했다.
[ 동계복장의 리트뱌크, 혹한의 스탈린그라드 지역에서 소련 조종사의 복장을 잘 보여주는 일러스트이다. ]
독일공군의 자존심에 비수를 꽂은 소련의 여성 에이스 ‘스탈린그라드의 하얀 백합’이야말로 그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으며, 누구나 그녀를 가장 먼저 격추시키는 영예를 얻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이후 소문이 소문을 낳게 되면서 독일공군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리트뱌크가 조종석 아래에 ‘하얀 백합’을 그려넣은 야크-1 전투기를 몰고 있다는 목격담까지 나돌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리트뱌크는 다른 소련조종사들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개인 마크를 기체에 그려넣은 적은 없었다. 단지 이 무렵 그녀는 부대의 규정에 따른 단조로운 도색과 기체의 식별기호인 황색 44번만이 새겨진 야크-1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무렵 소련공군은 전투기 자원이 부족하여 한 대의 전투기를 여러 조종사들이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 황색 44번기의 경우도 리트뱌크만의 전용기가 아니라 다른 남성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 출격대기중인 리트뱌크의 황색 44번 야크-1 전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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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릴리'라는 유명한 별명을 얻을 무렵의 리트뱌크의 야크-1 전투기, 붉은 별과 노란색의 44번 마킹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표준 하계도색을 하고 있다. 독일조종사들 사이에서 그녀의 기체에 '백합'이 그려져 있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지만 이것은 단지 그들이 만들어낸 헛소문일 뿐이었다. |
당시 소련의 동맹국이었던 서유럽의 영국이나 미국의 언론에서도 소련언론이 연일 떠들어대는 이 여성에이스의 이야기가 화제거리로 소개 되었는데, 기사를 작성하면서 '백합'을 '장미'로 잘못 옮겨적은 한 기자에 의해 그녀는 ‘스탈린그라드의 백장미’라고 소개되었고 이를 인용한 다른 언론의 기사에서도 역시 '화이트 로즈'로 알려지게 된다. 이후 대부분의 서방 자료에는 그녀의 별명을 ‘화이트 릴리’가 아닌 ‘화이트 로즈’로 기록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금까지도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리트뱌크의 별명이 ‘백장미’ 와 ‘백합’중 어느 쪽이 맞느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스탈린그라드의 백장미.... 이처럼 서방의 서적에는 그녀를 백장미로 표현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
* 전장에 불타오르는 사랑 그리고 슬픈 이별
이후에도 계속 전투비행에 나선 리트뱌크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스타린그라드 지역의 296 전투비행연대로 전속되었다가 곧이어 9 친위전투기연대로 배속되는데, 마침 이 부대에는 더욱 성능이 향상된 신형 야크-1b 전투기가 주력 전투기로서 배치되고 있었다. 이무렵 부터는 소련의 전투기 생산량이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 모든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각자의 전용기가 지급될 수 있을정도로 여건이 좋아졌다. 그리고 리트뱌크도 그녀의 전용기인 흰색 23번이 마킹된 야크-1b를 조종하게 되었다.
리트뱌크는 새로운 전투기 야크-1b의 뛰어난 성능에 반해 이 전투기를 타고 출격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으며, 동료들과 함께 쉴틈도 없이 스탈린그라드 하늘로 날아올라 막강한 독일공군과 연일 치열한 전투를 치루었다. 이러는 사이 그녀는 무려 10여기 (공동격추 포함)의 격추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그녀는 공중전에서 피격되어 불시착한 후 큰 부상을 입고 간신히 살아남아 몇 개월간 입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려 하지 않았으며 군의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부대에 복귀하여 불굴의 투혼으로 동료들과 함께 다시 전선을 향해 날아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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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화이트릴리' 리트뱌크도 전용기를 가지게 된다. 더욱 날렵해진 기체의 설계와 시계가 매우 향상된 돌출형 캐노피를 특징으로 하는 야크-1b 전투기, 흰색 23번기는 그녀와 함께 스탈린그라드의 하늘을 날았으며, 최후의 순간에는 그녀의 관이 되어 조국의 대지에 묻혔다. |
그녀는 부대의 남성조종사들과 허물없이 잘 어울렸고 전우애를 나누면서도 여성스러움을 유지하는데 유독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데, 전투임무를 마치면 잠시간의 휴식시간동안에 들꽃을 꺽으러 다니기도 하고, 망가진 낙하산을 재료로 독특한 스카프를 만들어 장식하고 다니거나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였다. 특히 의무대에서 몰래 빼돌린 과산화수소를 이용해서 그녀의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기도 했는데, 복무규정 위반에 해당되는 이런 돌출 행동으로 상관들을 자주 놀라게 했다고 한다.
리트뱌크는 성격이 쾌활하여 동료들과 금새 친해지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특히 개성이 강하여 적기를 격추하고 돌아올 때는 비행장 상공에서 ‘저공 빅토리롤’ 등의 허가받지 않은 곡예를 자주 했다고 한다. 물론 부대장은 소중한 조종사를 어이없는 사고로 잃지 않기 위해 이런 행위를 엄금하고 있었으므로 이후 엄중한 문책이 따르기도 했지만 그녀는 이후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규정을 위반하며 그녀의 방식대로 승리의 기쁨을 표시했다.
그러나 9 친위전투기연대가 부대의 주력 전투기를 미국으로부터 원조받은 벨 P-39 에어라코브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자 야크전투기에 익숙해있던 리트뱌크를 비롯한 여성조종사들은 야크를 계속 조종하기를 원하였으므로 74 친위전투기연대로 다시 전출되었다. 새로운 부대로 배속되자마자 그녀는 ‘적성무공훈장 (order of red star)’을 수여받았으며 계급도 소위로 진급되었고, 전투지역을 자유롭게 순찰하며 적기를 찾아 격추하는 자유추적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리트뱌크는 새롭게 배속받은 부대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가 임시로 배속된 편대에는 39기의 격추를 기록하고 있던 탑 에이스였던 알렉세이 프롤로비치 살로마틴 대위가 편대장을 맡고 있었는데, 리트뱌크는 그의 윙맨으로 출격하며 살로마틴에게 점점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고 살로마틴은 그의 편대원이 된 이 총명한 여성에이스 리트뱌크에게 공중전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 독일군에게는 냉혹한 전투기조종사 화이트릴리도 단지 사랑에 행복해하는 한명의 여성일 뿐이었다. ]
이후 편대에서 장기와 요기로 페어를 이루어 같이 싸우던 두 남녀 에이스는 서로의 매력에 끌려 결국 전우의 관계를 넘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서로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두 젊은 청춘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지옥의 전장터에서 뜨거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녀는 하늘에서는 무서운 전사였지만 지상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해하는 한명의 여성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찾아온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1943년 5월 21일 살로마틴 대위가 부대에 배속된 신참 훈련병들을 교육시키던 중 불의의 비행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슬픔에 리트뱌크는 절망에 빠져 밤새 울었으며, 다음날부터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워버렸다. 그녀는 지상에 있으려 하지 않았으며 거의 휴식을 잊은 채로 전투비행임무가 있을 때마다 자원하여 출격했고, 적기와 마주치면 너무나 무모할 정도로 가장 먼저 돌진하여 전투를 벌였다. 그녀의 정신은 붕괴되어가고 있었고 마음에서는 모든 희망을 지운채 황폐해져가고 있었다. 동료들은 그녀가 그의 연인을 따라 죽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연인을 잃은 후 10일째가 되던 5월 31일, 그녀는 모든 조종사들이 꺼려하던 임무인 독일군 전선 관측기구를 공격하는 임무에 자원했다. 관측기구는 일견 쉬운 목표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매우 위험한 목표였다. 독일군은 이 기구 주위에 고도를 맟추어 세팅해 놓은 대공포화망을 상당히 많이 배치해 놓았고 그 보다 높은 고도에는 독일 전투기들이 매복해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구로 접근하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한 임무였으며 이미 많은 소련공군 조종사들이 기구 공격임무에 나섰다가 격렬한 대공포화망에 질려 대개의 경우 임무를 중단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가 이 위험한 임무에 자원하자 그녀가 무모하게 죽으려 한다고 생각한 부대장은 그녀를 임무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리트뱌크는 나름대로 구상한 전술을 설명하며 부대장을 설득했고 결국 허가를 받아냈다. 그녀는 전투지역을 크게 우회하여 독일군 진영으로 숨어 들어간 후 다시 돌아나오면서 관측기구를 배후에서 공격하는 작전을 썼는데, 이 것이 멋지게 성공하여 그녀를 우군기로 오인한 독일군들은 대공포를 발사하지 않았고, 그녀가 기관포를 퍼부어 기구를 불덩어리로 만들어버린 후에야 허둥지둥 대공포를 쏴댔다. 그러나 리트뱌크는 급강하하여 대공포화망을 벗어났으며 무사히 기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스탈린그라드 하늘에 잠든 화이트릴리
이 어려운 임무에 성공한 리트뱌크는 전공을 인정받아 편대장으로 승격되었으며 윙맨들을 이끌고 전선으로 연일 출격하며 계속 격추기록을 쌓아나갔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또다시 불행이 찾아왔다. 훈련병 시절부터 그녀의 절친이자 또 한명의 여성전투기 에이스였던 카챠 부다노바마저 전사한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에 이어 절친까지 잃은 리트뱌크는 모든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 했으며 오로지 증오하는 원수 독일군과 싸우는 길만을 택했다.
[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후에는 오직 적기와 싸우는 것만이 그녀의 운명이었다. ]
1943년 7월 16일, 리트뱌크는 6기의 야크전투기 편대를 이끌고 출격했다가 30여기의 독일폭격기들과 호위전투기들을 만났다. 곧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며 그녀는 1기의 폭격기를 격추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녀의 후방에서 2기의 Bf 109G가 돌진해 들어왔으며 리트뱌크의 야크-1b 전투기는 곧 엔진에 몇 발의 명중탄을 맞았다. 그녀는 연기가 나는 기체를 이끌고 간신히 기지로 돌아와 손상된 기체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중 다시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병원으로 후송되는 것을 거부하였으며 간단한 처치만 받은 후 다음날 바로 전투임무에 나섰다. 그녀의 동료들은 리트뱌크가 마치 그녀가 전투에 굶주린 야수가 된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이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되면서 그 처절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셀수도없는 소련병사들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치며 끝까지 침략자들과 싸웠다. ]
[ 점점 격화되는 공중전속에 많은 조종사들이 스탈린그라드의 하늘에 생명을 바쳤다. 간신히 살아돌아온다고 해도 기체는 큰 손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했다. 전투에서 대파된 야크전투기를 수리중인 소련 정비요원들 ]
결국 그녀에게도 운명의 여신이 찾아왔다. 연인을 잃은지 3개월째가 되던 1943년 8월 1일 그녀는 그날 4번째의 출격에 나섰다. 지상군을 지원하는 우군의 IL-2 슈트로모빅 공격기들을 호위하는 임무였는데, 작전을 마치고 귀환하는 도중 오렐 지역에 이르렀을 때 상공에 매복하고 있던 일군의 Bf 109G 전투기들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또다시 격렬한 공중전이 벌어졌으며 그녀의 야크-1b 전투기가 흰색 23번기라는 것을 확인한 독일전투기들은 그녀가 바로 그토록 골치를 썩이던 ‘스탈린그라드의 백합’ 리트뱌크라는 사실을 인지한 듯 했다. 이내 주위의 독일 전투기들이 마치 피냄새를 맡고 광분하는 상어떼처럼 그녀의 야크전투기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했다. 동료들이 본 것은 검은 연기를 뿜고있는는 리트뱌크의 야크-1b의 뒤로 무려 8기의 Bf 109G 무리가 그녀를 추격하는 장면이었으며, 잠시후 리트뱌크의 야크와 독일 전투기들은 구름아래로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이순간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기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의 동료들은 구름아래로 사라진 리트뱌크의 마지막 순간만을 보고했으며, 이후 지면에 폭발이나 펼쳐진 낙하산은 보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그녀가 사라진 곳은 때마침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던 지역이었으므로 소련 지상군으로부터도 그녀의 소재는 확인이 안되고 있었다. 동료들은 불사조 리트뱌크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녀가 죽지 않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싶어했다. 그러나 하루 또 하루가 지나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으며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녀의 실종이후 여러 가지 소문만이 무성하게 나돌았다. 그녀가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독일로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소문에서부터, 부상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전쟁 지역을 홀로 떠돌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이 무렵 소련정부는 그녀에게 금성무공훈장을 수여하려고 하였으나 그녀의 소재가 불분명하자 그녀를 전사자가 아닌 실종자로 처리한후 훈장의 수여를 무기한 연기하였다.
결국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은 소련군의 대반격이후 도시에 포위된 독일 6군이 항복하면서 최종적으로 소련군의 위대한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리트뱌크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그녀의 존재는 세월과 함께 점점 잊혀져갔다.
[ 항복후 시베리아의 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독일병사들, 그들 대부분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 전우들이 찾아낸 진실
실제로 그녀는 이날의 공중전에서 우크라이나의 한 마을 근처에 추락하였으며 추락한 야크전투기의 날개아래에 묻혀 있었다. 그녀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놀랍게도 그녀의 야크 전투기 정비사로 활약했던 동료 파스포르트니코바를 비롯한 몇몇 전우들이었다. 전쟁이 끝난후에도 리트뱌크를 잊지못했던 파스포르트니코바는 몇몇 전우들과 함께 수십년간 그녀의 흔적을 추적하여 과거의 전장터였던 곳들을 뒤지고 다녔으며 결국 그녀가 사라진지 36년의 세월이 흐른 1979년, 우크라이나의 한 마을 근처에서 그녀의 야크전투기의 잔해와 시신의 일부를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사망과정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알고 있는 목격자가 없어 그녀가 추락과 동시에 사망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마을을 점령하고 있던 독일군에게 사살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이 지역은 치열한 전장터였으므로 독일군과 소련군 양측이 서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며 땅의 주인이 여러번 바뀌고 있었다. 이런 혼란통에 그녀의 시신을 기체아래에 매장한 것이 독일군인지 소련군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파스포르트니코바를 비롯한 전우들의 노력 끝에 리트뱌크가 전사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자, 그녀의 가족들과 전우들은 실종자로 처리되었던 그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수많은 청원을 올렸으며, 결국 1990년 소련의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쵸프는 드디어 그녀에게 소련의 영웅 칭호와 함께 금성무공훈장의 영예로운 수여를 결정하였다. 훈장수여식에 참석한 그녀의 동료 전우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 광경을 지켜보는 앞에서 그녀의 오빠가 대신 훈장을 수여받았다.
[ 그녀의 유해가 발견된 우크라이나의 한 마을 근처에 만들어진 리트뱌크의 조형물 ]
그녀의 전투기록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논란이 많지만 10기 이상의 독일공군기들을 격추한 것은 분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된 기록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12기의 단독 격추와 3기의 공동격추 전과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구국의 여신이 되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여성의 몸으로 전투기의 조종석에 올라 적과 싸우다가 21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동토의 하늘에서 산화한 ‘스탈린그라드의 하얀백합’ 리트뱌크는 소련국민들에게는 애국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기억되고 있으며, 그녀의 시신이 발견된 후 부터는 다시 그녀의 행적이 재조명 되었고 그녀가 전장에서 겪은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러시아의 국민들에게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구국의 여신 - 잔다르크’에 비견될 정도로 칭송을 받을 정도라고 하며, 그녀의 일대기를 다룬 서적들이 속속 발간되고 있을 정도이다. 세계최초의 여성 전투기 에이스로 그녀가 남긴 전설적인 행적은 세상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여 아마도 곧 영화로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 - '콜사인 화이트릴리' ]
물론 그녀가 당시 소련의 선전기관에 의해 상당히 부풀려진 영웅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독일의 침략으로 위기에 빠진 조국을 수호하기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소련의 여성들은 결국 그들의 조국을 구해내는데 큰 역할을 해냈으며, 그 중에서도 유독 신비스런 행적을 남긴 세계최초의 여성에이스 리트뱌크는 항공전사속에서 신비로움을 간직한 영웅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