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의 항공전

foxmouse : 최근 불타는 하늘의 업데이트는 좋은 글을 제공해주시는 객원필진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항공전사가 잠정 중단된지 벌써 몇 개월째인데... 정현재님께서 독소전 항공전의 숨은 이야기 하나를 찾아서 정리해주셨습니다. 놀랍게도 독소전에 참가했던 스페인 조종사들의 이야기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자료를 보내주신지 한달이 넘어 버렸는데... 홈지기가 요새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서야 업데이트 진행합니다. 객원필진 여러분들께는 항상 고마울뿐입니다.

대학교 입학한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군요. 정현재입니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쓰다가 작년 현충일 업데이트 영국 본토 항공전 이탈리아 공군의 활약을 쓸 때 요긴하게 써먹었던(?) In The Skies of Europe 이란 책을 토대로 사이드 스토리를 하나 쓰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잘 읽어주시고 지적 사항 있다면 지체없이 free board (불타는 하늘 카페)를 통해서 의견을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에 어떤분이 방명록에 지적을 올려주셔서 하마터면 못보고 지나칠 뻔한 적이 있어서 말입니다. 참고로 사진 출처도 대부분 이 책입니다.

Side Story - 동토 위의 스페인 공군 - 독소전 스페인공군의 활약

2차세계대전사를 말할 때, 대개 우리는 스페인이란 나라를 배제하고 얘기한다. 고등학교에 가면 받는 사회과부도를 보면 2차세계대전때 스페인이라는 나라에는 중립국 색깔이 칠해져 있듯이, 프랑코는 중립을 택했다. 물론 항공전사에서 세계대전 발발 전에 일어난 스페인 내전은 꽤나 큰 의의를 가지지만 말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스페인이 전혀 추축국과 연합국 어느 편도 돕지 않은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딩때 http://www.feldgrau.com/라는 2차대전사(주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사이트를 우연히 알 게 되었고, 독일에 협력한 나라 군대나 스스로 자원해서 소련의 붉은 군대와 싸운 이들을 얘기를 읽다보니, 뜻밖에도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점령하에 있었던 프랑스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영국인들도 소수지만 독일군(Wehrmacht)에 지원하여 복무를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헝가리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이야 소련에 대한 원한 때문에 독일에 인적 자원을 지원해준 것이 이해가 가지만, 그런 것과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나라에서 자원한 사람들은 또 다른 이유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나치에 물들었거나, 유태인을 싫어하거나, 부모가 독일인이거나(Band of Brothers에 독일군 포로로 잠깐 나오는 독일계 미국인 처럼 말이다.) 등등 각양 각색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스페인은 독소전 개전 불과 몇시간 뒤에, 공식적으로 독일에 추축군으로서의 개입은 아니지만, 자원병력을 차출해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히틀러는 내심 스페인이 추축군으로서 싸워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터에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물론 대전 내내 스페인 자원 부대는 연합군과의 마찰을 우려한 프랑코의 주장에 따라 소련군하고만 싸우게 된다. 이 글에서는 제목처럼 스페인 공군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독소전에 참가한 스페인 육군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하고 넘어가겠다. 스페인 방방 곡곡에서 자원한 젊은이들은 대부분 스페인 내전 참전 경험이 있는 베테랑 병사들이었으며, 이는 훗날 독일에 협력한 나라의 자원병들중 스페인 병사들이 단연 최고였다는 찬사를 받는 결정적인 요소로서 작용한다.

독일군의 소련 침공은 스페인인들에게 '공산주의나라의 우두머리인 소련을 공격했다!'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으며, 이는 스페인 정부의 모집이 시작된 후 뜨거운 참여 열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8000여명이라는 큰 숫자의 인원이 지원 하였고,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스페인 정부는 일단 모병을 중단하게 된다. 독일군 제 250 보병 스페인 파병군 사단이 창설되는 순간이었다. 'Blue Division'이라 고도 불린 이 부대는 3개의 연대로 구성되어있었으며, 여느 보병 사단 처럼 지원 사격을 해줄 포대도 여럿 갖추고 있었다. 대전 중 총 47000명의 병사들이 이 부대를 거쳐갔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독소전에 파병된 공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앞에서도 말했듯이, 독소전이 개전 당일 저녁, 이탈리아 외무장관 Ramôn은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독일 대사에게 '볼셰비즘에 대항한 십자군'지원을 제안했다. 1941년 6월 24일, 마드리드 시내에서 Ramôn은 한마디로 '소련은 나쁘다!'라는 짧은 연설을 하게 되고, 이는 많은 젊은 학생들과 반공산주의 팔랑헤당(스페인 내전 이후 정권을 잡은 파시스트당)지지자들의 많은 관심과지지를 얻게 되었다. 이들은 '프랑코 만세!'라는 말을 외치며 열정적인 지지를 보였다.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감도 파병 부대를 창설하는데 한 몫 했지만, 사실 프랑코 측은 스페인 내전에서 독일과 이탈리아에 진 '빚'을 갚고자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되도록 영국, 미국과 같은 나라들과의 마찰은 최소화하면서 말이다. 추축국이 패전을 한다 하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소련이 보복을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추축국이 이긴다면 북아프리카의 일부 영토를 얻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게다가 프랑코 측은 그 당시 자신들을지지 해야할 팔랑헤당원과 그지지자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으며, 이 기회에 극성 반공 주의자들을 소련 파병군에 자원하게 유도, 화근을 없애 버린다는 치밀한 계획도 있었으니, 프랑코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1941년 6월 25일, 첫 번째 공군 파병 부대인 Squadron급 일개 부대가 드디어 마드리드를 출발 했다. 130여명의 부대원에는 17명의 공군 조종사가 있었으며, 17명 모두 스페인공군이 선별한 정예들로 모두 스페인 내전 참전이 있었으며, 총 79기의 적기를 떨군 스페인 공군내 쟁쟁한 에이스 들이었다. 지휘관은 17기 격추의 Angel Salas Larrazábal였다. 여담이지만, Angel이 독소전 복무를 마치고 금의 환양 한후, 탄탄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다. 스페인 공군 방위성 장관, 후에는 방위학 최고 연구 센터의 지휘자가 된다.

비록, 많은 스페인 공군 조종사들이 스페인 내전을 독일 콘돌 군단과 함께 하면서 독일 공군의 전략에 친숙해 있었지만, 별도의 훈련은 필요했다. Larrazábal과 부대원들이 베를린 템펠호프에 도착했을 때, 독일 공군 연주단은 정말 어이없는 결례를 범하게 된다. 국가를 연주해야하는데 프랑코측의 것을 연주 한 것이 아니라 스페인 내전에서 패전한 공산당의 '붉은' 공화국 국가를 연주한 것이었다!

이러한 어이없는 환영도 파병 부대를 어이없게 했지만, 더욱 이들을 김빠지게 한 것은, 그들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베테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받게 된 길고 지루한 훈련이었다. 정열적이었던 그들은 곧바로 전선에서 싸우고 싶다고 항의했다. 7월 5일 결국 그들은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전투기, Bf 109E-7을 받게 된다.

연합국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한 파병 군인들의 노력은 여기서도 돋보이는(?) 것이었다. 8월 모두 독일군의 일원으로서의 선서를 하게 되었는데, 이때 하나의 단서를 달았다. '우리는 공산주의에 맞서 싸운다' 라는 추가 조항은 프랑코가 영미 연합국과는 결코 총구를 맞대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보여준다. 옷도 스페인군복에서 우리가 자주 보아왔던 독일 공군복으로 갈아입었는데, 스페인 문양을 넣으므로서 나름대로 그들의 자존심을 지켰다.

1941년 7월 26일, 12대의 Bf 109E-7과 함께 스페인 파병 제 1 Squadron이 민스크로 출발했다. JG 27의 15번째 Staffel로 등록된 스페인군의 독소전 첫 데뷔는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한 파일럿의 죽음이라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이러한 불운한 사고가 사기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제 8 항공군의 볼프람 폰 리히토펜은 친히 스페인군 비행장을 방문하여 그동안 2기의 적기를 격추시킨 Larrazábal에게 2등 철십자 훈장을 수여했다. 물론 이러한 사고로 사기가 꺾일 스페인 군은 아니었다. 열정적인 '남쪽나라' 파일럿들은 적 전투기를 쫓아다니는데 만족하지 않았고, 저고도에서의 대지공격임무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소련공군과 공방전을 벌이던 스페인공군에게 모스크바 함락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으나, 살을 에는 추위는 출격마저 어렵게 만들었고, 시베리안에서 갓 징병된 신병들로 보충된 소련군의 공격에 독일군은 진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비행대도 독일군과 함께 퇴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얼어 붙어 버릴 것만 같았던 1941년 크리스마스, 스페인군인들은 독일군 동료들을 비행장으로 초대해 추운 크리스마스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보내려 했다. 한 독일공군 조종사는 그때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랬다. 사실 크리스마스 임에도 우리가 그리 축하할 만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스페인 동료들은 추위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프랑코 장군이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이 가득 채워진 Ju52 수송기를 즐겁게 환영했다. 그리고 그 선물들을 우리 독일군과 나누었다. 그들에게서 나는 정말 따뜻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

1942년 7월 6일, 스페인으로부터 귀환 명령을 받은 그들은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10기의 공인 격추, 5명의 파일럿을 잃은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공적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그들은 뜨거운 환영을 받았으며, 고국의 땅에서 따뜻하고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스페인 파병 비행대 - 제 2기 (2a Escuadrilla), 제 3기 (3a Escuadrilla)

첫 번째 비행부대가 금의환양 하자마자, 스페인 정부는 곧바로 파병 비행대 제 2기 편성에 착수 했다. 하지만 처음 쏟았던 정열에 비해 성과가 미미 했던 것에 스페인공군도 주춤했던지, 전처럼 순식간에 지원병을 모으지는 못했다. 2번째 부대는 24기 격추의 Julio salvador에 의해 결성 되었는데 이자 또한 나중에 프랑코에 의해 장관 반열에 오르게된다. 부대장은 Noriega 대위가 맡게 되었다. 150명으로 이루어진 부대는 첫 번째 부대처럼 독일 비행학교에서 훈련을 마치고 Orel(모스크바 서남쪽의 도시)지역에 배치되었다. 그곳에서 독일공군 JG 51의 15번째 Staffel에 등록되어 작전을 수행하게 되었다. 물론 새 전투기들도 속속 공급이 되었는데, 까닭을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받은 것은 그 당시 최신 기종이었던 Bf 109F-4(장갑 개선, MG 151/20 기관포 장착)로, JG51의 다른 독일 조종사들의 Bf 109F-2보다 신기종이었다. 그저 우연적인 일이었을까? 원정군을 위한 공군 수뇌부의 작은 배려였을까?

[ 설마 이번에는 제대로된 국가를 연주해주겠지... 스페인 제 2 Escuadrilla의 대원들이 Werneuchen 전투기 훈련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6월 29일 독일군은 마침내 여름공세를 시작하게된다. 히틀러의 총통 명령 41호에 의해 하달된 작전 내용은, Army Group Center가 현 위치를 고수하면서 수비태세를 유지하는동안, 북부군은 레닌그라드를 함락하고 핀란드군과 접선을 꽤하는 동시에 남부군은 소련군의 방어를 돌파하여 카우카소스 지역을 점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닌그라드는 대전중 900여일동안의 포위에도 끝까지 함락되지 않았으며, 히틀러가 카우카소스와 스탈린그라드라는 2개의 목표를 동시에 남부군에 부여하는 바람에 전력이 분할된 남부군은 전력의 효과적인 집중이 어려웠으며, 그 결과 스탈린그라드에서 제 6군이 궤멸하는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맛보게 된다. 중앙지역에 속해 있었던 스페인 공군 조종사들은 작전 개시 초반에는 달리 할 일이 없나 싶어 불만에 싸여 있었지만, 그래도 최전선이었기 때문에 바쁘게 하늘로 날아올라야 했다. 11월까지 403회의 소티를 날리며, 13기의 소련기를 격추 시키고 2기를 잃었다. 그 동안에도 본국에서의 파병 부대 모집은 계속되어, 11월 30일에 세 번째 부대와 교체를 하게 된다.

[ 1943년. 독일군 에이스 헤르만 그라프가 스페인 원정군 지원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 에이스와 악수를 나누는 것이 스페인 지원병들에게는 뜻깊은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다. ]

비행사나 지상요원들이니 유달리 러시아 환경 적응에 애를 먹었던 부대는 한 조종사가 격추되어 포로가 되면서 계속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 게다가 2기의 소련기 격추후 찾아온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몇주동안 전혀 작전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포로가 된 조종사는 Andres라는 대위로, 그가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면서 한 가지 일화가 있었는데, 반 파시스트로 사상을 바꾸면 여분의 수프를 준다는 소련 NKVD 인민위원의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고 되레 같은 스페인군 포로들을 이끌며 반공시위를 한 것이 그것이었다. 후에 같은 포로수용소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았던 독일군 포로 Urwich라는 이는 그들이 당당하며, 굳세며, 확고한 의지를 지닌 이들이었다며 회고 했다.

추위 때문에 날지도 못하고 기지에 틀어박혀있었던 스페인 조종사들은 날씨가 조금 풀리자마자 적기를 찾아 날아 올랐다. 1월 27일 스탈린그라드의 독일군이 항복하기 6일전,하루만에 적기 7기를 격추 시키는 등 기염을 토해냈다. 2월 말 부터 3월 초 까지 총 18기를 격추시키며, 선배부대인 파병 제 2기의 격추기록을 이미 갱신해 버렸다.

3월, 독일군은 스페인 부대에 Fw 190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은 스페인 조종사들을 들뜨게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잦은 말썽(아무래도 Bf 109기종의 랜딩기어 특성에 의한 이착륙의 어려움이 아닐까 한다)을 일으키는 Bf 109F 기종에 싫증을 느끼던 참이었고, Fw 190기종 특유의 강한 화력을 들어본적이 있었기 때문에 쌍수를 들고 환영 하였다.

[ 아마도 Fw 190A-3중 가장 유명한 기체중 하나가 이것일 것이다.(사실 처음에는 여느 에이스의 애기인줄 알았다) 스페인 공군이 사용한 기체는 아니고, 같은 Fw 190A-3 사진을 찾다가 독일군 Arnim Faber의 Fw 190A-3 사진을 올리게 되었다. 왜 유명한 기체인지는 바로 아래에 적어놨습니다. 허허;; 사진 출처 : The Birth of the Butcher Bird ]

SIDE STORY 안의 또다른 side story - 한 독일군 조종사의 실수

전혀 다른 얘기지만, 스페인군이 사용했던 기체의 사진이 없어 같은 모델의 사진을 올리려고 찾으려다가 이 기체에 얽힌 일화알게되었다. 필자만 알고 넘어가기엔 아까워서 잠깐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양해를...

기체의 주인공은 독일공군 JG2 제 3 그루페 소속의 Arnim Faber중위로 1942년 6월 23일, 영국상공에서 스핏파이어와 교전을 마치고 잉글랜드 서남부의 엑세터라는 도시를 거쳐 프랑스 북부에 있는 자신의 기지로 귀환하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연료가 부족해 마침 시야에 보이는 한 비행장에 착륙하게되는데... 그런데 그가 내린 곳은 다름아닌 영국 공군 비행장이었다! 영국 서남부 사우스웨일스의 Pembrey비행장에 내린 그는 관제탑에서 놀라 헐레벌떡 막 뛰쳐나온 조종사 한명에게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 했던가... 당시로서는 Fw 190A-3이 최신기종이었고, 별다른 정보가 없었던 영국 왕실 공군은 이게 웬떡이냐 하고 바로 기체 조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기체 주인이었던 Arnim Faber는 뒤늦게 자신이 영국군 비행장에 내렸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조국의 최신 기체를 단지 자신의 무지로 인해 거의 완성품 그대로 적국에 제공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조국에 대한 죄책감이 컸으면 이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체를 억류당한 후 그는 대전 내내 포로 수용소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 영국 남서부 지도. 빨간 표시가 된 부분이 브리스톨 해협이다. 이것을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영국해협과 헷갈렸다고 하는데... ]

그럼 여기서 잠깐, 도대체 왜 그는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일까? 우리도 잘 알다시피 영국과 프랑스사이에는 영국해협(폭이 좁은 곳은 도버 해협)이라는 바다가 있다. 필자도 영국 상공에서 전투를 벌였다면 바다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프랑스에 있는 독일공군 비행장과 영국에 있는 비행장을 착각하려 해도 할 수가 없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그는 실수로 영국 브리스톨 해협과 영국 해협을 착각했고, 브리스톨 해협을 건너 연료가 부족해지자 가까이에 보이는 비행장에 착륙했다고 한다. 물론 그 비행장이 프랑스 북부에 있는 어느 독일군 비행장일 것이라 생각하고 말이다. 어이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 당시처럼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위성이나 최신 레이더가 부재했던 때에 이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이 해프닝은 영국을 한때 떠들썩하게 했고, 이 일화는 오늘날 Pembrey비행장 역사란에 기재되어있다.

1943년 4월 21일부터 새 Fw 190A-3(1941년부터 1943년까지 509기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기체들이 하나둘 비행장에 착륙을 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조종사들은 빨리 이 새 기체를 타고 전투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었지만, 4일동안 기체에 익숙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작전 도중 낙하산으로 탈출하려던 한 조종사가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사망한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들은 곧 이 '도륙새'를 마스터 하다시피 하였고, 그 결과 29기의 소련기들을 격추시킬 수 있었다.

3a Escuadrilla가 거둔 성과는 62기 격추로 앞선 어느 선배 부대들 보다도 큰 것 이었다. 독일 제 4 항공군 사령부는 이들의 성과에 대단한 만족을 표시하였는데, 격추 댓수도 그렇지만 적어도 그들이 독일군의 슈투카 편대를 호위하는 동안에는 단 하나의 슈투가도 손실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JG 51 부대장 Nordmann은 다음과 같은 진심어린 말로 7월 8일 복무를 마치게 된 스페인인 들을 위로하였다.

스페인인들은 힘든 전투의 연속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애기들과 함께 혹독한 겨울을 이겨냈으며, 봄의 진흙탕과 여름의 더위도 이겨내었습니다. 스페인인들은 그들의 의무를 다하였으며, 진정한 군인이었기에 그들의 의무를 어떻게 준수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거둔 훌륭한 성과가 그 증거이자 보상입니다. - Karl-Gottfried Nordmann -

스페인인들은 규율을 중시하는 독일군들 사이에서도 활발하고 낙천적인 그들 특유의 성격을 지켰고, 결과 다소 삭막했던 독일군의 분위기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일종의 시너지 효과도 제공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스페인군과 독일군은 서로를 진심으로 존경했다고 한다. 스페인에서 온 그들은 그다지 규율에 얽매이지는 않았지만, 그들만의 정열과 대범함은 소련군에게는 공포스러운 적이었음은 분명했다.

교체가 이루어진 직후 때맞추어 일어난 독일의 마지막 공세 쿠르스크 공세(7월 5일 실행 작전명 치타델)는 스페인 조종사들을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만들었다. Orel과 Belgorod에서부터 시작된 공세의 창은 쿠르스크지역에 돌출되어있는 소련군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스탈린 그라드에서만 488기의 각종 항공기를 손실한 독일공군에게 대전 초반 처럼 아군 전차부대에 '철의 우산'을 제공하는 것은 무리였다. JG 51과 JG 54 부대에게 진격하는 발터 모델 장군의 제 9군을 엄호하는 것은 더더욱 무리였다. 쿠르스크 공세에 독일군이 간신히 끌어모은 3000대의 전차와 1800대의 항공기가 투입되기는 했지만, 소련군 전력은 항공기 3100여대(자료에 따라 2400여대라는 곳도 있음)로 숫자상의 전력은 독일보다 우위에 있었다. 치열한 전차전 끝에 독일군이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소련군 전차 전력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기는 했지만 마침 연합군이 시실리에 상륙작전(작전명 허스키)을 실행하는 바람에 독일군은 증원부대를 이탈리아로 돌려야만 했고, 독일군은 소련군의 물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다. 힘든 전투가 계속 됨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부대의 사기는 거의 완벽 그 자체였다고 한다.악화되는 상황속에서도 어느 때 보다도 많은 격추를 이루어냈는데, 7월에서 9월까지 48기의 적기를 격추하였다. 또한 격추된 적기의 대부분이 당시 최신예 기였던 La-5나 La-7등이었으며, 이는 스페인 조종사들의 기량을 무시할 수 없었음을 증명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공중전이 진행되면서 스페인 조종사들은 같은 스페인 조종사들과 조우하기도 하였는데, 소련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작전에 참가한 스페인 조종사들이 그들이었다. 서로가 같은 스페인인이라는 것을 알 게 되자, 그들은 라디오를 통해 서로에게 욕을 하면서 공중전을 치루었다고 한다. 이 일화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이념 때문에 갈라져 있는 우리민족을 생각하게 되었다.

[ 1943년 2월 Orel 비행장에서 3a Escuadrilla 소속 Gavilán이라는 조종사가 그의 Bf 109옆에 서있다. ]

10월이되자, 스페인-독일 군사 연합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동부전선 전 지역에서 패퇴를 거듭하며 수세에 몰리고 있는 독일군을 보며, 프랑코가 추축국에 원조를 하는 것에 대해 위험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추축국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을 예상한 그는 제일 먼저 동부 전선에 파견되었던 1개 육군 사단(Blue Division)부터 본국으로 귀환시키고, 대신 대령이 지휘하는 1500명 남짓한 부대로 대체하였다. 하지만 스페인 파병 비행대는 워낙 그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계속 동부전선에 남을 수 있었다. 대전말이 되면서 독일공군이 경험많은 에이스들을 잃었듯이, 그러한 불행은 스페인 부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8기 격추의 Arjona라는 조종사의 죽음은 여지껏 잘 싸우고 있었던 낙천적인 조종사들에게도 슬픔이었다. 1944년 1월 12일 마지막 Douglas Boston기 격추를 끝으로 총 74기의 적기를 격파하였다. 하지만 어느때보다 피해도 커서, 20명의 조종사중 7명을 잃고 3명이 중상을 당하게되는데 이는 숫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나날이 향상을 거듭하고 있었던 소련공군과 대적하기가 더 까다로워 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스페인 공군 소령 Muñoz Jimenez(왼쪽)와 독일공군의 베르너 묄더스의 사진이다. 1st Escuadrilla의 대원이었던 그는 1941년 11월에 전사한다. ]

4a Escuadrilla가 활약하는 동안에도 5번째 부대의 훈련은 계속 되었다. 훈련을 끝마치고 이번에는 Bf 109G-6 'Gustav'를 조종하게된 이들은 86회의 출격을 감행하였지만, 한 대의 격추도 이루어낼 수 없었고, 연합국의 압력에 못이긴 프랑코는 결국 동부전선의 모든 스페인군을 귀환 시키기로 한다. 육군과 공군 모두 귀환 명령을 받게 되었는데,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하고 조종사만 한명 잃게 된 조종사들은 부대장 Murcia Rubio가 부대 해산의 명령서를 읽었을 때 보인 반응은 한마디로 'No!'였다. 공산주위자들과 싸운다는 확고한 동기부여가 되어있었던 그들에게 해산명령은 제대의 기쁨보다는 실망과 분노를 선사하였던것이다. 스페인은 총 89명의 조종사를 투입 3000회가 넘는 출격을 기록하면서 159기의 적기를 격추 시켰다.

선전의 이유 때문에, 독일 수뇌부는 스페인군의 철수를 쉬쉬하였고, 스페인 본국에서는 처음 제 1기부대의 출병때 보인 열렬한 환송과는 대조적으로 침묵으로 마지막 부대의 귀환을 환영하였다.

스페인군의 전격 철수로 프랑코는 더 이상 추축국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연합군에게 확실히 보여주었고, 다가올 연합군의 승리에 대비하여 종전까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게 된다.

[ 5a Escuadrilla 부대장 Murcia Rubio 소령, 프랑스 남부의 독일 비행 훈련학교에서 찍은 사진이다. ]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군요. 사실 전에 홈지기님에게 올린겠다고 방명록에 말해드린 것이 이것이었는데.. 바빠서 이제야 올리게 되었군요. 바쁘기보다는 게으름 때문이랄까.. 랭카스터에 대한 리뷰도 오래전에(언제였더라?) 쓰다 만 것이 있는데... 방학끝나기전에는 완료 시켜서 낼 작정입니다. 이렇게라도 말 안해놓으면 또 작업 안하게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허허;; 그럼 다음 업데이트 까지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