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몽한 사건

Part 1: Japan's Ambition (야망에 불타오르는 일본)

◇ Act 2. 중국 하늘의 일장기 ◇

(Hinomaru over China)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5. 12

* 중경 대공습

[ 중국하늘을 장악했던 일본 육군항공대의 97식 전투기 (Ki-27), 최고 속도가 시속 460km에 7.7mm 기관총 2정을 장착하고 있었다. 특유의 날렵한 기동성으로 대부분의 중국 전투기들을 능가했다. ]

1937년부터 일본군이 억지트집을 잡아 본격적으로 중국대륙으로 침공해 들어오면서 일본 육군항공대의 폭격기들과 전투기들이 온통 하늘을 뒤덮고 지상의 중국군을 유린했으나 중국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북경, 상하이, 남경등의 도시가 속속 함락되어 일본군의 군화에 짖밟혔지만 중국군에게는 도무지 일본군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복엽기의 에이스 진서전과 같은 소수의 영웅적인 조종사들이 일본군을 상대로 분전한 기록이 있기는 하나, 사실상 중국 공군이라는 존재는 서류상에나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중국의 초빙을 받아 중국 공군의 군사고문으로 취임했던 클레어 센놀트는 중국 공군의 한심한 상황에 혀를 찼다. 그가 보기에 국가 존망의 위기앞에서 중국군의 군율이 너무나 엉터리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당나라 군대가 따로 없었다.

[ 중국상공에서 맹활약했던 Ki-21 폭격기 ]

대표적인 예는 센놀트가 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 중국 공군의 상황을 기록한 보고서를 요구 했을 때, 그가 받은 서류상에 기록되어 있는 500기의 전투기들이 실제로는 털털거리는 중고기체 91대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황당함에 치를 떨었다.

이것이 어떻게 된일인지는 아무도 몰랐으며 어떤 장교들도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은 대부분의 항공기 구매자금이 부패한 장군이나 장교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쓰여졌던 것이다. 그리고는 서류상에 구매한 것으로 기록해 놓았던 것이다.

[ 중국을 구원하기위해 왔건만... 장개석과 송미령의 간절한 요청으로 중국 공군의 군사고문으로 위촉된 클레어 센놀트, 그러나 그앞에 닥친 현실은 너무나 황당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희망이 없는 중국 공군의 양성을 포기하고 용병 전투비행대 플라잉 타이거즈를 창설하게 된다. ]

더욱 한심한 것은 중국 공군의 훈련 상태였다. 조종사들은 대부분 소위 명문 귀족가의 자제들이었다. 당시 중국은 중북부의 도시 낙양에서 조종사들을 훈련시켰는데 여기 존재했던 비행학교는 명문가의 자제들은 무조건 입교를 허락하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낙제를 시키지 않는다는 당나라 군율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당시 비행기 조종사라는 멋진 직업에 대한 명문귀족들의 동경으로 인해서 이들이 서로 자신의 자제들을 입교시키려고 교관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실제로 자질있는 조종사 후보생들은 비행기를 제대로 타지 못했고 함량미달의 조종사들이 배출되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 멋을 내려고 조종사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일본군과의 전투에 나설 용기도 실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이들이 날아오른다 해도 일본 전투기들의 상대가 되기는커녕 만만한 사냥감에 불과했다.

1938년 중국 공군 중부지구 제 14 전투비행대 소속의 드와땡 D.510 전투기이다. 프랑스가 원조한 기체이며 중국공군의 마크인 주익의 청천 백일장과 수직미익의 파란 줄무늬를 볼 수 있다. 본기체는 훗날 D.520의 모체가 되는 전투기로서 프랑스가 제작한 최초의 저익 단엽 전투기이다. 그러나 최고속도가 시속 360km에 불과해 Ki-27과 같은 일본 전투기들의 먹이가 되었다.

게다가 중국 공군은 부족한 조종사들을 보충하기위해서 이나라 저나라에서 용병 조종사들을 모집해서 전투기를 몰 게 했었는데, 이렇게 중국으로 온 용병조종사들의 경우 (대부분 러시아나 미국, 유럽에서 온 이들) 또한 제대로 공중전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센놀트가 경험한 가장 어이없는 상황은 그의 눈앞에서 시범비행에 나선 외국인 조종사들이 포함된 중국 전투기들 13대가 이륙또는 착륙중에 서투른 조종술로 인해서 6대나 파괴된 것이었다. 더구나 이들이 조종해야하는 전투기들이라는 것이 이나라 저나라에서 원조받은 것들로서 무장도 통일되어 있지 않았고, 부품이 모자라 야전에서의 정비 보수가 용이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든 한심한 상황들이 중국 공군이 처한 총체적인 상황이었다.

1937년 항주에서 활동하던 중국 공군 제 25 전투비행대 소속의 미국제 커티스 호크 3 기이다. 기수에 써진 한자는 항일 문구를 담고 있고, 동체의 2503은 대대명과 기종별 기호이다. 역시 시대에 뒤떨어지는 기체로서 얼마 사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파괴되었다.

결국 센놀트는 이런 끝이 안보이는 막막한 상황에 환멸을 느끼고 중국을 떠나려고 했으나 장개석과 송미령 (장개석의 부인)의 간곡한 청으로 인해서 다시 일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중국 공군의 전투기부대를 훈련시켜 제법 전투기 조종사 다운 실력을 갖추어 나가고 있었으나 여전히 일본 항공전력의 숫적인 우세와 고성능의 전투기들앞에 속수무책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결국 중국 공군에게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기로 하고 훗날 맹활약을 하게될 미국인으로 구성된 용병 전투비행단 (플라잉 타이거즈)을 창설할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1938년 중경방어에 나선 중국공군 제 4 전투비행대소속의 I-16 전투기이다. 소련에서 원조받은 기체로서 최고 속도는 시속 460km였으며 경쾌한 기동성을 가지고 있어 일본 조종사들이 가장 까다로운 적기로 평가했던 기종이다. 후에 노몽한 전투에서도 소련군 소속으로 일본군과 전투를 전개했다.

한편, 1938년 전쟁이 시작된지 2년째로 접어들면서 승승장구하던 일본 관동군의 추격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장개석은 주요 도시를 모두 빼앗긴채 국민당정부를 이끌고 이리저리 도망 다녀야 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일본군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리라 생각되는 중경을 임시 수도로 정하고 전열을 가다듬기로 했다. 중경으로부터 일본군 선봉부대와의 거리는 수백km였으며, 겹겹이 가로막고 있는 산맥들이 일본 육군의 진격로를 차단해주고 있어 일본군의 공격으로부터 드디어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장개석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1938년 가을부터 일본군을 피해 정처없이 떠돌던 중국민들이 이 새로운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면서부터는 중경은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변했다. 군수공장이 가동되었고, 학교가 설립되고 정부기관이 대부분 이주해 왔다. 그리고 안전한 중경으로 가자는 민심으로 중경의 인구는 6개월새에 본래 인구의 5배가 넘는 100만명이 되었다.

[ 일본의 대규모 폭격이 시작되면서 드디어 중경에 폭탄의 소나기가 퍼부어졌다. 다음의 사진처럼 중경시가는 온통 연기와 불로 뒤덮였다. ]

그러나 이것은 곧 중경을 덮칠 거센 태풍이 베푸는 고요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안개와 비가 끊이지 않았던 중경 하늘의 겨울 날씨가 수그러 들면서 화창한 봄날씨가 찾아오자 일본은 중경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감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일본군은 1939년 5월 4일 드디어 중경하늘에 폭격기 편대를 출격시켰다. 갑자기 하늘에 검은 점들이 여러개 나타나고 폭격기들이 소음이 크게 들리자 중경 시민들은 불안한 눈초리로 하늘을 쳐다 보았다. 그순간 귀청을 찢는 듯한 휘익~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면서 여기 저기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대폭발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시가는 연기와 먼지로 뒤덮였고, 주로 목조건물로 되어있던 중경 시가는 지옥의 불길에 휩쌓였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얼어붙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고통에찬 비명소리가 화염에 휩쌓인 건물들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울려퍼졌다.

대피할 곳도 없이 수십만의 사람들이 밀집해 있던 중경의 주거지구가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이지역은 주로 대나무 오두막으로 만든 집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소방설비는 전무했다. 이점을 간파한 일본 폭격기들이 소이탄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이 지역은 온통 불바다로 변해 버렸다. 중경 시민들은 공습에 대해서는 상상해 본적도 없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첫날의 공습에서 대략 5000여명의 중경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3년간 계속될 중경 대공습의 시작에 불과했던 것이다.

중경대공습의 피해는 1937년 독일의 콘돌 군단이 스페인 내전에서 괴르니카에 대해서 자행한 공중 대학살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전혀 대비가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공포와 혼란을 유발하기 위한 도시에 대한 폭격이 독일 공군에 이어 일본군에게도 적국을 제압할 참으로 매력적인 방법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물론 죄를 저지른쪽은 대가를 치르는 법, 독일과 일본은 이런 만행을 저지른 대가를 몇배로 치루게 되어 자국이 도시들이 모두 초토화 되게 될 운명이었다.)

[ 중경상공에 모습을 나타낸 G3M 폭격기들, 이들은 전투기들의 호위하에 거의 매일 중경상공에 나타나 폭탄을 퍼부었다.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여 대만이나 홍콩등지의 기지에서 중경가지 날아오기도 했다. ]

일본군의 공습이 계속 되면서 중경을 수비하기 위해서 날아오른 일부 중국 전투기들이 일본군에게 맞섰지만 숫적으로도 기량면에서도 일본 조종사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의 전투기들은 조직적으로 운용이 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교전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고 그때그때 출동가능한 기체들이 몇대씩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것에 불과했다. 따라서 전투기들이 벌이는 소규모의 편대전말고는 중국 하늘에서 항공전이라고 부를 만한 전투는 없었다고 봐야한다. 단, 일본 전투기들의 호위가 빈약한 경우에는 중국 전투기들이 일본 폭격기를 상대로 어느정도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 중경의 독일 대사관이 폭격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누더기로 기워 만든 대형 독일기를 마당에 내걸었다. 이때는 아직 독일과 일본이 동맹을 맺기 전이었으며, 이방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독일 대사관은 폭탄을 맞지 않았다. ]

일본육군과 해군의 조종사들은 이런 만만한 상대들과 교전한 중국상공의 전투에서 천금을 주고도 경험할 수 없는 실전을 경험하면서 공중전술과 조종실력이 몇단계나 상승하게 되었다. 마치 독일공군이 스페인내전에서 얻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특히 장기와 요기가 짝을이루어 서로 엄호하는 독일공군의 로터 전술과 비슷한 전술도 일본 항공기들이 구사하기 시작했으며 경험이 쌓이 고참 조종사들은 신참 조종사들의 뒤를 엄호하면서 중국 전투기를 신참이 격추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실전경험이 쌓여 일본의 전투기나 폭격기 조종사들은 1940년에 이르러서는 세계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질 수 있게되었다.

1938년 중부군 소속으로 활동했던 SB-2 폭격기이다. 소련이 제공한 기체로서 I-16과 함께 스페인 내전과 중일전쟁에 모두 얼굴을 내밀었다. 일본 전투기들이 상당히 격추시키기 어려운 기체로 평가한 기종이며, 사까이 사부로의 자서전에의하면 이 폭격기 12기로된 편대가 일본 해군 항공대의 한 비행장을 기습하여 100여기 가까운 항공기를 파괴한 대 전과를 올린 적도 있다고 한다.

* 항공모함의 시대

한편, 일본 해군은 육군 항공대와는 별도의 항공세력을 확장하면서 중일전쟁에서 활약했다. 1차대전이 끝나자 일본해군은 영국해군, 미국해군에 이어서 세계에서 3번째로 강력한 해군을 목표로 함선의 건조를 시작했고, 해군력의 강화에 역점을 두었다. 게다가 섬나라라는 특성상 강력한 해군은 일본의 식민지 유지와 외부로 향한 침략에 필수적인 것이었으므로 일본은 필사적으로 강력한 해군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사실,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서 산업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일본이었음에도 해군력의 강화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 수많은 전함을 건조했으며 해군은 일본 육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력으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대한해협에서 벌어졌던 동해해전에서 러시아함대를 괴멸시킨 영광적인 승리가 두고두고 회자된 덕분에 일본의 젊은이들이 가장 지원하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전함의 승조원이었다.

1차대전이 끝나면서 영국이 실험적으로 함선에서 비행기를 이착륙시키는데 성공하고 비행기를 운용하는 배 - 항공모함을 최초로 제작했다. 영국은 1918년가지 4척의 항모를 건조하여 세계최강의 대영제국 해군의 성가를 드높였다. 드디어 해군에도 창공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영국이 이렇게 앞서나가자 이에 자극받은 나라중에서 역시 해군력을 중요시 여기던 미국도 1922년, 최초의 항모 랭글리를 진수시키게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일본도 영국이나 미국의 것보다는 규모는 작지만 실질적인 항모 호쇼를 진수시키는 큰 도약을 이룩했다. 이후 일본의 해군 관료중 미래를 내다본 몇몇 사람에 의해서 미래의 전장에서 항모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1925년에는 일본 해군의 상징과도 같은 대형 항모 아까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일본은 해군 항공전력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영국과 미국에 전혀 뒤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일본의 군비를 제한하던 워싱톤 군축조약이 실효되면서 영국, 미국에 비해서 거의 대등한 조건으로 해군력 강화의 명분을 얻어낸 일본은 즉시 미 태평양 함대에 맞먹는 전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아까기에 맞먹는 대형 항모 가가와 히류를 건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일본 해군내부에서는 여전히 전함의 거포가 여전히 미래해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세력이 더 주류를 이루었으므로 사상최대의 전함 야마토와 자매함 무사시를 건조하기도 했다. 훗날 일본해군내에서도 항모를 지지하는 전함을 지지하는 세력간에 의견충돌이 계속되게 된다.

[ 중국으로 출동하기 전의 일본 항모 아까기, 이 거대항모 아까기야 말로 일본 해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

이 시점에서 일본의 항모는 성능면에서도 미국의 그것에 비해서 별로 손색이 없었고 계속적인 개수를 통해서 크기는 오히려 미국의 항모들보다 더 컸다. 이것은 미국 항모들이 대부분 태평양과 대서양을 모두 활동무대로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협소한 파나마 운하를 건너기 위해서 규모의 제한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군 정보기관은 일본의 해군력에 대해서 과소 평가 하고 있었고, 더욱이 일본해군은 항모가 있더라도 그에 탑재될 항공기의 수준이 서구에 비해서 크게 떨어질 것이므로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일본해군의 항모 기동부대는 중국해안을 누비면서 미국이 경험하지 못한 소중한 실전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일본 항모에게 위협이 될 만한 중국의 전투함은 거의 없었던데다가, 중국의 해안포대의 사정권을 훨씬 벗어난 거리에서 함재기를 발진시켜 주요 목표물을 강타하는 전술을 구사하면서 중국의 해안도시들은 일본 해군기들에게 완전히 봉쇄되고 파괴되었다. 아까기, 가가와 같은 항공모함들은 중국연안을 마치 자기 안방처럼 누비면서 중국의 해안 도시를 유린했다. 특히 최고의 훈련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 해군의 함재기 조종사들은 선박이나 지상목표물에 대한 공격능력을 실전을 통해서 배가시키고 있었다. 이것이 장래 막강한 일본해군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었으며 1940년이 되자 어느새 세력을 키운 일본해군이 태평양에서는 사실상 미해군과 영국해군을 합친 것보다도 강력한 전력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일본해군이 미국이나 영국보다 우수한 함재기의 개발에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중일전쟁을 통해서였다. 당시 영국이나 미국은 항모의 함재기들은 적국의 함선이나 함대와 상대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따라서 함재기의 성능은 적의 함재기와 전투를 벌이거나 적국의 함선을 공격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중일전쟁의 경험을 통해서 항모의 함재기들이 종종 중국 공군기들과 조우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아무래도 함상 전투기의 성능이 일반 전투기에 비해서 떨어지게 되므로 함상 전투기가 적의 공군기들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것이 세계최초로 적의 공군과 공중전을 벌여 승리를 쟁취할 것을 목적으로 제작된 A6M 제로 전투기가 탄생하게 된 동기였던 것이다. 물론 함상 뇌격기나 함상 폭격기의 수준도 실전경험에 따른 신형기들을 속속 배치하면서 일본의 함재기들의 수준은 1940년에 이르러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고 있었던 것이다.

* 노몽한 사건

다시한번 언급하지만 독일 공군이 스페인 내전을 통해서 전술을 완성했다면, 일본군은 중국 공습을 통해서 항공전력의 수준을 몇차원 높게 끌어 올리고 있었다. 일본 육군 항공대와 해군은 엄호 전투기가 없는 경우 폭격기들은 중국 전투기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통감했고, 결국 충분한 엄호 전투기를 붙여서 출격 시켜야 하며, 야전 비행장을 빨리 건설하여 항속거리가 짧은 전투기들을 폭격기와 동행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결국 일본 육군이 진주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곧 간이 비행장이 건설해서 항공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거칠 것이 없던 일본군도 임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노몽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대부분의 전사에 Nomonhan incident라는 단어로 기록되어 단지 '사건'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일본육군과 소련육군이 벌인 대규모 전투였다. 소련과 몽골, 그리고 만주의 접경에서 할라강을 사이에두고 일본과 소련이 영토문제로 사소한 충돌을 벌이다가 이것이 양측의 자존심을 건 대규모 전투로 확대된 것이다. 물론 노몽한 사건은 1939년 9월 11일부터 16일 사이에 벌여진 양측 육군간의 대규모 전투였지만 교전 지역 상공에서 양측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상당한 규모로 전개하며 교전을 벌였다.

[ 일본의 전쟁 기록화중 하나로 노몽한 사건에서 일본 격추된 일본 조종사가 동료를 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배경의 전투기는 Ki-27로 보인다. ]

당시 일본의 주력 전투기는 육군항공대의 Ki-27이었다. 이에 맞선 소련은 I-153 복엽 전투기와 I-16 단엽 전투기들을 주로 사용했다. 일본의 항공전력은 이때 처음으로 대등한 능력을 가진 적을 만났으며 그동안 쌓은 실력을 과시하면서 소련 공군기들을 상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양측은 이 기간동안 벌어진 대규모 공중전에서 서로 많은 수의 적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은 일본군이 하늘에서 벌어진 교전에서는 판정승을 거두고 있었다. 일본은 162기의 항공기를 공중전에서 손실했으나 무려 400기가 넘는 소련기들을 격추시켰던 것이다.

중국전선과 노몽한 사건에서 활약했던 일본 육군항공대의 2인승 경폭격기 Ki-30이다. 일본이 최초로 보유한 저익 단엽 폭격기로서 중형 폭격기 개념의 Ki-21과 달리 지상군의 근접 지원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지상전에서는 훗날 독일과의 전투에서 소련을 구한 명장 주코프가 이끄는 소련군이 일본군을 압도하면서 패퇴시켰다. 일본은 중국군과의 전투에서 사용한 경무장, 경장갑의 한세대 떨어지는 군장비를 사용한 반면 소련은 일본육군에게는 큰 위력을 발휘한 소형 전차들의 집단 운용과 대규모 야포사격을 동원하여 일본군을 맹열하게 공격했다. 결국 만세 돌격과 같은 용감한 행위만으로는 기계화된 군대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낀 일본은 이 지역을 소련에게 내주고는 물러섰다. 이때 일본은 대략 2만 5천명이 넘는 전사자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 소련군이 일본군이 다루기에는 힘겨운 상대라는 것을 가슴깊이 새기고는 더 이상 북쪽으로 영토 욕심을 내지 않았다. 소련군도 이때의 승리에 만족하여 더 이상 일본군을 추격하지 않았으며 이 대규모 전투는 곧 양측이 쉬쉬하는 작은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버렸다.

[ 중국하늘을 장악한 일본 육군 항공대의 폭격기 조종사들이 비행장에 앉아 회의를 하고 있다. 배경으로 보이는 폭격기는 ki-30 이다. ]

그러나 비록 지상전에서 패배하기는 했으나 이 노몽한 사건을 통해서 일본의 항공기들과 조종사들의 전력이 결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다시한번 증명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본은 중일전쟁과 노몽한 사건을 통해서 그들의 항공기들의 단점을 개량한 신예기들을 속속 배치시키게 되었으나 아직도 미국은 일본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이제 자신감을 얻은 일본은 더욱 안하무인겪이 되어 아시아의 정복을 통한 대제국의 건설이라는 야욕을 점점 구체화 하고 있었고 전일본에는 아시아제패를 향한 군국주의 물결이 거세게 일었다. 일본이야 말로 진정한 아시아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 누구도 의문을 던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일본의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될 미국과의 전쟁을 향해서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