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태양을 꿈꾸던 제국

◇ Act 8. 도꾜하늘에 나타난 카우보이들

(Cowboys over Tokyo)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6. 27

1941년 12월 7일 전격적인 기습으로 진주만을 황폐화시킨 이후 일본인들은 그들의 군대가 마치 무적의 존재인 것으로 믿기 시작했다. 사실 진주만기습 이후의 남방작전에서도 그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영국군과 미군을 몰아낼 수 있었다. 영국의 동양함대를 태평양에 수장시켜버렸고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자랑하던 싱가폴을 함락시켰는가 하면 필리핀의 미군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일본군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도처에서 일본군은 연전연승을 거듭하고 있었으며 태평양에서 미군이 안전한 곳이라고는 하와이 정도밖에 없었다. 이제 태평양의 한쪽이 완전히 일본군의 손아귀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비록 중국남서부지역에서 플라잉타이거즈가 일본군을 상대로 분전하고는 있었으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중국공군 소속의 의용부대였을 뿐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자국민들과 전세계에 미국이 진주만의 굴욕에서 일어나 본격적으로 일본에게 반격을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미국역사상 가장 연약한 대통령이라는 등의 비난을 받게된 루즈벨트는 정치적인 이유에서도 빠른 시일내에 일본에게 강력한 일격을 먹여야했다. 결국 그는 각군 장성들에게 일본에게 보복할 수 있는 뭔가를 하라고 요구했고, 그래서 결정된 것이 일본의 심장부인 도꾜를 폭격하자는 것이었고 '도꾜 프로젝트'라는 작전명을 달고 추진되었다. 사실 진주만 기습이 있은 직후부터 루즈벨트는 군수뇌부에게 일본공격을 빨리 시작하라고 독촉하고 있었다. 좋은 예는 1941년 1월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군 수뇌 회담으로서 여기서 루즈벨트는 장성들을 질타하면서 다그쳤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하는거요? 진주만의 원혼들을 위해서 우리가 뭔가 해야하지 않습니까? 일본 본토를 폭격하는 작전은 아직도 입안되지 않은 겁니까?"

그러나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질타를 받은 장성들도 나름대로 골머리를 썩고있었다. 특히 일본의 수도를 폭격하기 위해서는 폭격기가 이륙할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미군이 가진 장거리 폭격기들이라고 해도 하와이에서 태평양 저편의 일본까지 날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러 참모들은 폭격기들을 중국으로부터 출격시키자는 의견이나 해군의 항모를 일본연안까지 접근시켜 함재기들을 이용해서 공격하자는 의견등을 제시했지만 어느하나 실제 작전으로 채택하기에는 현실성이 없었다. 항공모함 전력이 열세인 상태에서 미해군의 항모가 일본 본토 연안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었으며 이미 일본해군이 연안에서 1300km 떨어진곳 까지 많은 순찰선과 어선을 동원하여 미국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고 이지점까지 비행이 가능한 일본의 육상공격기들도 수시로 순찰비행을 하고있었으므로 비밀리에 일본 가까이까지 접근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미군의 함재기들보다 일본의 함재기들이나 육상공격기들의 항속거리가 더 길었기 때문에 만일 일본군에게 함대가 발견되어 접전이 벌어지면 미군쪽의 피해가 더 크게될 우려가 있었다. 물론 중국으로부터의 접근방법도 일단 중국 남부와 서부지역에 일본군이 활개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일본의 항공전력이 상당했기 때문에 실현성이 없었다.

[ 최고 조종사 출신의 육군항공대 중령, 제임스 둘리틀 - 동경 폭격을 주도하여 미국 최고의 영웅으로 명성을 날리게 된다. 오른쪽 사진은 제 1회 슈나이더컵 세계 수상기 속도 경주대회에서 커티스 수상기를 몰고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우승하던 당시의 모습이다. ]

이러던 중 해군 작전성의 지휘관인 어네스트 킹 제독의 작전참모인 프란시스 로우 대령이 그 해답을 찾아냈다. 그가 구상했던 그럴듯한 해답은 육군항공대가 보유한 장거리, 중형폭격기를 항공모함에서 이륙시켜서 일본을 폭격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로우 대령은 친한 친구이자 전술가였던 덩컨 대령을 찾아가 작전을 설명한 후 타당성에 대해서 상의했다. 덩컨 대령으로부터 '이거 한번 해볼만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로우대령은 그날로 킹 제독을 찾아가 작전에 대해서 브리핑했다. 1941년 1월 11일, 킹 제독은 로우 대령의 아이디어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 즉시 구체적으로 작전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막상 작전계획을 수립하려다보니 그들이 아는한 이 작전을 성공시킬만한 요구조건을 가진 중형 폭격기가 미군에게는 없었다. 이때 미군이 보유하고있던 모든 폭격기들은 사실상 항모에서의 작전은 아예 상상도 한적이 없이 설계되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1km 정도의 긴 활주로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또한 이들 폭격기들은 항공모함의 짧은 활주로에 착륙하는 능력도 없었다.  이렇게 되자 로우 대령은 어떻게든 폭격기를 항공모함에서 출발시키고 항모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육지 어디에 착륙시킨다는 방법을 구상했다. 작전 자체는 뭔가 되가는 것 같았지만 일이 깔끔하게 추진되지는 않았다. 결국 이들은 육군항공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통감했다. 따라서 로우대령은 덩컨대령과 함께 미육군 항공대 사령관 헨리 아놀드 장군을 찾아갔다.

[ B-25를 탑재하기 위해서 샌디에고 해군기지로 항해중인 미 항모 호넷, 1941년 10월에 취역한 미해군의 최신 항모였다. ]

작전에 대한 설명을 들은 아놀드 장군은 해군이 제안한 이 작전이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생각한 아놀드장군은 이 작전이 꼭 결행되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아끼는 부하인 지미 둘리틀 중령을 불렀다. 둘리틀 중령은 젊은 시절 여러번의 세계 속도기록을 경신했던 경력과 곡예비행으로 여러 비행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는 우수한 조종사 출신의 장교였다. 둘리틀은 아놀드 장군으로부터 너무나 위험한 작전이므로 작전에 참가하는 조종사들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부언과 함께 작전의 구체적인 설명을 듣자마자 가슴이 벅차올랐고, 자신이 틀림없이 이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 비밀 작전에 필요한 폭격기로 B-25 미첼 중형폭격기나 B-26 머로더 폭격기를 고려하다가 결국 B-25를 선택했다. 평소부터 항공기에 관심이 많아 미육군 항공대가 보유한 모든 항공기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던 둘리틀은 B-25 폭격기의 중량을 가볍게 하고 연료를 더 싣기위해서 약간의 개조를 하면 충분히 항공모함의 갑판을 이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군 사령부는 공격을 감행할 목표 10곳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주요목표인 도꾜와 함께 고베, 나고야와 같은 일본의 상징적인 도시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과연 항공모함에서 B-25가 이륙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였고, 어떻게 보면 너무 황당하기까지한 이런 자살행위와도 같은 작전에 투입할 조종사들을 선발하는 것도 문제였다.

둘리틀은 임무를 부여받자마자 육군항공대의 조종사들중에서 B-25를 능숙하게 조종할 수 있는 경험많은 조종사들을 찾아다니면서 극비 특수임무를 수행할 조종사들을 선발했다. 작전에 투입될 B-25는 중량을 줄이기위해 많은 개조가 실시되었으므로 다루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우선 동체하부와 후미의 기관총이 제거되었으며 이곳에는 장거리 항속을 위한 연료를 담을 수 있도록 연료탱크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무거운 무선장비도 제거되었다. 이로서 임무가 시작되면 서로간에 무선교신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적진에 불시착할 경우 기체가 일본군에게 넘어갈 경우를 대비하여 미군이 극비리에 개발한 최신형 노던 폭격 조준기도 제거되었고 겨우 몇십센트짜리 간이 조준기가 설치되었다. 결국 이 특공용 B-25에는 최소한의 방어를 위해서 기수에 두정의 50구경 기관총과 한정의 30구경 기관총만이 남게 되었다. 이런 개조를 받은 폭격기가 무기와 기름을 가득 싣고 평소 이륙거리의 1/10에 불과한 항공모함의 갑판에서 이륙해야한다는 것 만으로도 왜 둘리틀이 최고 조종사들을 필요로 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진주만'의 한 장면, 둘리틀 중령이 대원들을 선발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

임무의 기밀 유지를 위해서 선발된 조종사들에게는 무언가 중요한 임무에 그들이 투입될 것이라는 정도말고는 아무정보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선발된 조종사들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총 24명의 육군항공대 최고 조종사들이 선발되어 플로리다의 이글린 기지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그들은 외부와의 접촉이 일체 금지된 상태에서 훈련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훈련은 역시 160m에 불과한 짧은 활주로에서 B-25를 이륙시키는 것이었다. 예정된 지점을 초과해서 활주한다는 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에 둘리틀 대령은 엄격하게 대원들을 훈련시켰다. 결국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조종사들은 충분한 맞바람이 있다면 B-25를 짧은 활주로에서 충분히 이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되었다. 둘리틀로부터 공격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있다는 연락을 받은 덩컨대령은 아놀드 장군에게 "자니가 말에 올랐습니다!"라는 문서를 보냈다. 이것은 모든 공격준비가 끝나간다는 암호문이었다. 

한편, 둘리틀은 모든 조종사들이 성공적으로 이륙훈련을 마치자 이번에는 B-25를 몰고 지상의 가옥과 전선이 보일만큼의 저공으로 날아서 정확하게 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시켰다. 1942년 3월이되자 둘리틀은 이제는 공격을 결행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에게 한가지 불안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놀드 장군이 둘리틀 대령에게 이번 작전을 총지휘하되 실제 임무에서는 제외시키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하들만 사지로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던 둘리틀은 아놀드 장군을 찾아가 절대 자신을 임무에서 제외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아놀드 장군도 아끼는 부하를 염려하여 작전 투입에서는 제외하려고 하던 방침을 철회하고 둘리틀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에게 유종의 미를 거두라고 하였다. 결국 45세의 육군항공대 중령 둘리틀은 이 복수 작전의 선봉에 서게되었다. 

곧 공격목표에 선정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산업중심지와 정유시설 그리고 발전소같은 중요 목표물을 공격하기로 결론이 났다. 작전에는 총 22기의 B-25가 참가할 예정이었고 각 기체에는 250kg 폭탄 4발이 탑재되도록 했는데, 이중 한발은 소이탄으로 장착해서 화재를 일으키도록 되어있었다. 사실 이 작전에 관여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폭격기 한 대당 4발의 폭탄으로 감행되는 이 공격이 일본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일본의 심장부에 침투해서 폭탄을 떨어뜨려 이 전쟁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만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작전의 마지막 문제는 과연 어디로 착륙을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중국과 소련이 목적지로 떠올라있었는데, 이 무렵에는 소련과 일본간에 평화관계가 유지되고 있었고, 독일과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던 소련이 일본과의 새로운 마찰을 원치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와 결국 중국을 목적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중국정부도 이 작전에 중국이 협력할 경우 일본군으로부터 큰 보복을 받게될 것을 우려해서 처음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던 중 장개석은 이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미국에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중국정부에는 미국이 곧 결행하는 중대한 작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라는 정도외에  더 이상의 자세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것은 중국인들이 알면 일본에게 정보가 새나간다는 이유로 인해서였다. 결국 작전은 일본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서 항공모함을 박차고 날아올라 일본에 공습을 가하고 중국으로 날아간다는 어떻게 보면 거의 자살에 가까운 임무로 최종 결정되었다.

[ 호넷 함상에 탑재된 B-25 폭격기들, 덩치가 커서 격납고에 수납하는 것이 힘들어서 파도에 쓸려가지 않도록 강철 와이어로 고정시켜 놓았다. ]

1942년 3월 23일 임무를 위해서 개조된 16대의 B-25 폭격기들이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 기지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폭격기들은 차례로 항공모함 호네트에 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4월 2일 항모 호넷을 선두로한 8척의 함대는 샌프란시스코항을 은밀하게 빠져나갔다. 그리고 4월 12일이 되자 할지 중장이 지휘하는 엔터프라이즈 함대와 합류하였고 항공모함 2척을 포함한 총 16척으로 구성된 기동부대가 일본 본토를 향해서 전속력으로 스크류를 가동시켰다. 한편 둘리틀은 항모가 출항한 후에 휘하의 승무원들을 모아놓고 작전을 설명했다.  

"제군들, 우리는 그동안 훈련받은대로 우리는 이 항공모함 호네트에서 출동하여 일본의 주요 도시들에게 타격을 가할 것이다. 우리가 출격하면 함대는 U턴하여 돌아갈 것이므로 우리는 함대로 돌아올수가 없다. 우리는 그대로 일직선으로 일본 본토를 횡단하여 중국으로 가서 착륙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귀관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작전이다. 만일 이 임무에서 빠지고 싶다면 빠져도 좋다." 

둘리틀이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승무원들이 술렁거렸다.

"대령님, 그러면 정말 우리가 일본을 치러 가는 겁니까? 만일 작전중에 피격되면 어떻게 합니까?"

"만일 내가 피격된다면 나는 근처의 가장 큰 목표물을 찾아서 돌입할 것이다. 나는 살아서 포로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나의 생각이고 귀관들은 자신의 신념대로 알아서 행동하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본의 수도에 폭탄을 먹이는 거군요!  이제서야 진주만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쳐다볼 수 있겠네요. 우리도 대장님을 따르겠습니다."

둘리틀의 설명이 끝나자 한명도 빠지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모든 대원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작전에 나서겠노라고 했으며 전원이 굳은 결의로 일본에게 꼭 복수의 펀치를 먹이자는 맹세를 했다.

[ 둘리틀과 1번기의 승무원들이 출발전에 기념촬영을 했다. 각 기체에는 5명의 승무원이 탑승했으며 총 80명의 대원들이 작전에 참가했다. ]

한편 일본 정보부도 미해군의 무선 교신을 포착하여 항모를 동반한 미해군 함대가 하와이를 출발하여 일본쪽으로 오고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해군 사령부는 이 기동함대가 일본 본토를 공격하러 오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일본해군의 남방작전을 방해하러 오거나 남쪽의 작은 섬들을 공격하러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마모토는 미군 함재기의 행동반경이 최대 500km 정도지만 일본의 함재기들이나 육상공격기는 이보다 거의 2배이상의 거리까지 비행이 가능하므로 일단 미함대의 동태를 추적하되 만일 일본 본토쪽으로 가까이 접근한다면 최대한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즉시 공격기들을 출격시켜서 격멸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때마침 남방작전에서 영국해군을 몰아낸 나구모제독의 제 1 항공함대의 항모 5척이 대만근처를 통과해서 일본본토를 향해 돌아오는 중이었으므로 이 막강한 기동함대가 하루만 지나면 일본 동해쪽으로 배치되어 미해군의 기동함대를 상대할 수도 있었다.

[ 4월 18일의 이른아침, 갑자기 출격 명령이 떨어지자  승무원들이 B-25에 탑승하고 있는 장면을 담은 일러스트 ]

[ 급히 방어용 기관총탄을 장착하고 있는 특공대원들, 이들을 걱정스레 지켜보는 수병들의 모습도 보인다. ]

한편, 미함대는 일본의 감시망속을 정면으로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4월 18일 오전 미함대는 일본 해군이 외곽방어선으로 설정해놓은 지점에서 일본의 작은 초계선들과 계속 마주쳤다. 함포사격과 함재기들의 공격으로 마주치는 일본의 순시선들을 계속 격침시키면서 일본 동쪽 1150km 해상까지 도달한 미함대의 할지 제독은 순시선들이 함대의 위치를 일본사령부에 연락했을 것이고, 이제 자신들의 존재가 일본에게 완전히 노출되었으므로 더 이상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격결정의 바통을 둘리틀에게 넘겼다.

"이제 우리 해군은 올 수 있는 곳까지 왔네. 귀관들을 발진시키기로 예정해던 지점보다 300km나 멀지만 이제 더 이상 접근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은데 귀관은 어떻게 하겠는가? 출동하겠는가?"

애초에 일본에 좀더 가까이 접근한후 오후 늦게 이륙하여 안전한 야간에 일본을 공습하려고 예정했던 계획이 변경되자 둘리틀은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를 잠시본 후 여기서도 중국까지 날아갈 수는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자 곧장 대답했다.

"제독님,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 육군항공대는 즉시 일본을 공격하겠습니다. 발진 준비를 해주십시오!"

[ 갑판을 박차고 힘차게 이륙하는 B-25, 2차대전중 항모에서 날아오른 가장 무거운 항공기로 기록되었다. ]

결국 항공모함내에 비상이 걸리고 항공모함의 승무원들과 B-25 특공기들의 조종사들은 부산하게 이륙준비를 했다. 총 16기의 B-25가 발진준비를 했고 항모 호넷은 바람의 방향으로 선수를 돌렸다. 때마침 강한 맞바람이 불어 이륙하기에는 좋은 조건이 형성되었고, 발진 깃발이 올라가자마자 최초의 B-25가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항모의 갑판을 질주했다. 선두 기체는 뒤쪽에 정렬한 다른 B-25 때문에 활주거리가 줄어들어 제일 위험한 이륙을 해야했다. 결국 갑판의 맨끝을 박차고 몸을 날린 B-25는 약간 기수를 숙이는가 싶더니 잠시후에 상공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숨을 죽이고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할지 제독휘하 모든 승무원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그리고는 차례 차례 모든 B-25 폭격기들이 이륙을 시작했다. 오전 9시 20분 마지막 B-25가 수평선쪽으로 날아오르자 할지 제독은 즉시 함대의 방향을 돌릴 것을 명령한후 중얼 거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군, 저들 가운데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 특공기가 호넷을 이함하고 있다. 항모에 아직 많은 B-25들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

둘리틀 폭격대는 일정 간격을 두고 고도 60m의 저공으로 일본을 향해서 날았다. 발진한지 10분정도가 지났을 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일본의 G4M 4기가 순시선들이 보고한 미군의 항공모함들을 찾기위해서 순찰비행을 하던 중 B-25 한 대를 멀리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조종사는 미해군의 함재기에는 쌍발기가 없다고 생각했던데다가 너무 먼거리에서 B-25를 보았으므로 이 기체가 항모에서 발진한 미군 폭격기일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아군의 정찰기라고 생각하고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첫 번째 위기를 넘긴후 둘리틀 폭격대는 몇차례 더 먼거리에서 일본기들을 목격했지만 모두들 비행경로를 바꾸지 않고 날아가 버렸다. 둘리틀은 웬지 작전이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폭격기들이 일본 연안으로 접근하자 아래에는 일본 어선들과 해안의 주민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였다. 일본 주민들은 저공으로 날아가는 B-25들에게는 거의 관심이 없었고 그저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고기잡이에 방해가 된다고 투덜거렸다. 그들은 이 비행기들이 당연히 자국의 공군기나 해군기라고 생각했으며 심지어는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행기 날개에 그려진 흰 별을 관심있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드디어 목표지점인 도꾜에 접근하자 폭격기중 3기는 나고야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나머지 13기가 도꾜의 주요목표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폭탄창을 열어 폭탄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정밀 폭격을 의도하지 않았고 목표를 놓쳤다고 해서 방향을 돌리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으므로 조종사들은 가능한 공장이나 군수시설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을 무작위로 조준했다. 일본의 수도 도꾜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이들 폭격기들이 일제히 폭격을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폭음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지상의 도꾜시민들은 처음에는 요란한 방공훈련이 있는 것이라고들 생각했다가 미군기들의 폭격이라는 이야기가 입을타고 퍼지면서 크게 당황했다. 폭격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하늘을 쳐다보며서 중얼거렸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미국놈들이 우리의 대일본제국의 하늘에 비행기를 몰고 나타났다는 말인가?"

한편, 나고야쪽으로 향했던 폭격기 3기는 요꼬스카 해군항과 나고야의 미쯔비시 항공기 공장에 폭탄을 떨어뜨린후 시야에서 사라졌다. 비상출동 명령을 받고 황급히 요격을 위해 날아오른 일본 전투기들은 이미 중국쪽으로 이탈한 B-25 폭격기들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의 일본 전투기 조종사들은 이 폭격기들이 동쪽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비행경로를 동쪽으로 잡았던 것이다. 대공포화의 저항도 거의 받지않은 상태로 폭격 임무를 완수한 둘리틀 휘하의 폭격기들은 각자 중국을 향해서 연료가 허락하는 한까지 비행했다. 그러나 이중 한 대는 엔진이 문제를 일으켜 거리상으로 더 가까운 소련의 블라디보스톡으로 방향을 돌려야 했다.

일설에 의하면 일본의 수상이자 군국주의자들의 수장 도조 히데끼가 지방 순시를 위해 탑승한 수송기 한 대가 둘리틀 특공기들중 한 대와 마주쳐 조종사가 놀란 나머지 황급하게 기체를 강하시킨후 가까운 비행장에 강행 착륙을 했다고 한다. 이때 도조는 혹시 미군이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후에는 기차를 타고 도꾜로 돌아왔다고 한다.

[ 둘리틀 특공대의 비행경로, 한 대의 기체는 소련으로 나머지 기체는 중국동부를 향해서 날아갔다. 비행경로에 위치한 도꾜, 요꼬하마, 나고야, 오사까등의 도시들이 폭격을 받았다. ]

둘리틀 폭격대는 총 3700km에 달하는 거리를 비행했으며 연료가 거의 바닥날무렵에서야 간신히 중국 해안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동부의 해안지역의 대부분은 일본군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육지 깊숙하게 날아야 했으므로 모두들 연료가 바닥날때까지 날아야 했다. 이런 상태에서 안전한 착륙을 할 수 있는 중국 비행장을 찾는 다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게다가 날은 어두워져오고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기체들은 불시착을 하거나 승무원들이 낙하산으로 무작정 탈출해야 했다.

[ 중국에 도착한후 중국인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일본군의 추격으로부터 도주하던중 기념 촬영을 한 둘리틀과 대원들 ]

작전에 참가한 대원중 8명이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으로 낙하하여 일본군에게 붙잡혀 포로가 되었고 이중 3명은 처형당했으나 둘리틀을 포함한 나머지 대원들은 모두 중국측의 도움을 받아 일본군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들은 중국인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때로는 시골길을 정처없이 걷거나 나귀를 얻어타는 등의 온갖 방법으로 고달픈 탈출길에 올랐다.

일본에게 적대적이었던 중국인들은 대부분 이 미국조종사들을 환대했으며 조종사들은 모두들 미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하지만 이들을 추격하던 일본관동군은 미군에게 협력했다면서 무고한 중국인들에게 무자비한 복수를 시작했으며 이후의 3개월동안 일본군은 중국민 25만여명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한편, 소련쪽으로 날아간 B-25 1기의 승무원들은 미군기의 기술을 탐낸 소련인들에게 기체와 장비일체를 압류당했으며 1년동안이나 억류를 당한후에야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 우리 폭격기들이 일본을 폭격했다!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고있는 실은 미국의 한 신문, 오랜만의 낭보여서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전과를 보도하고 있다. 물론 미국민의 사기도 크게 올랐다. ]

폭격의 결과는 일본측의 사상자 200여명과 공장 몇군데에 가벼운 피해를 주는데 그쳤다. 이것은 작전에 투입된 폭격기들을 모두 잃은데 비하면 일본에게는 거의 타격을 주었다고 할 수 없는 경미한 것이었다. 사실 일본의 대도시 여기저기에 폭탄 80발을 뿌리고 온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물질적인 것보다 더 값진 정신적인 성과를  얻었다. 이 작전의 성공은 미국인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일본인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대낮에 미군 폭격기들이 그동안 불침의 하늘이라고 공언했던 일본 본토 한복판에 날아들었고, 그것도 천황이 거주하는 수도 도꾜에 폭탄을 투하하고는 유유히 사라졌다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날 공격성공 보고를 받은 루즈벨트 대통령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여러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프래시 세례를 받으면서 작전의 성공을 발표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당당한 모습으로 밝은 웃음과 함께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젊은 용사들이 일본의 심장부인 도꾜에 폭탄을 퍼부어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제 일본인들은 절대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날 일왕이 공습을 모면한 것은 우리가 일부러 왕궁을 폭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통령의 발표를 들은 한 신문기자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고, 루즈벨트는 웃으면서 답변했다.

"대통령 각하, 우리 미군의 폭격기들이 작전에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조종사들은 도대체 어디서 발진하여 일본을 공격한 것입니까?"

"하하... 그것은 군사기밀이라 밝힐수 없습니다. 뭐 샹그릴라 라고 해두죠..."

미국의 언론들은 샹그릴라에서 출동한 폭격기대가 일본의 수도인 도꾜를 강타했다면서 대서특필했고, 이것은 미국인들의 사기를 크게 높였다. 이제 미국인들중에 둘리틀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되었을 정도였다. 반면, 일본의 언론들은 자국민들의 사기를 우려하여 일본은 이 공습으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미국인들은 비겁한 방법으로 민간인들을 죽였다고 비난했고 공습에 참가한 미군기 16기중 9기가 일본 전투기나 대공포화에 의해서 격추되었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 최고의 전쟁 영웅이 되어 명예훈장 수상과 동시에 장군이된 둘리틀, 어깨에 준장을 상징하는 계급장 (별)이 보인다. ]

한편 미국에 돌아온 둘리틀과 대원들은 성대한 환영을 받았으며 특히 이 작전을 진두지휘한 둘리틀은 미군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받았으며 2계급 특진하여 별을 달게되었다. 일본인들은 둘리틀의 이름을 따서 'Do little (별로 한 것이 없다)'이라면서 비꼬았지만 분명 둘리틀은 일본인들의 '신국 불멸'이라는 신념을 완전히 흔들어놓은 커다란 성과를 이룩했던 것이다.  

둘리틀의 공습이후 일본의 대본영은 그동안 그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동쪽의 방어선이 뚫린 것에 대해서 크게 불안해 하고 있었다. 이제 언제 또다시 미폭격기들이 본토로 들이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가 된 것이다.

대본영은 이전처럼 여유있게 남쪽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전략수행을 할 수 없었으며 다급하게 쫒기는 듯한 분위기에 휩쌓였다. 일본 수뇌부는 일본본토를 위협하는 눈엣가시 같은 미해군의 항공모함들을 빨리 일소하여 전격적인 승리를 거둔후 하와이까지 동쪽으로 방어선을 확대해야만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야마모토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결국 일본은 조급해져서 일정에 없던 전격적인 미해군 격멸작전에 나서게 되는데 바로 이 작전이 훗날 일본의 운명을 결정짓게되는 대전투로 기록되는 '미드웨이 공략작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