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태양을 꿈꾸던 제국

◇ Act 9. 산호해의 전초전

(Coral Sea)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7. 13

* 산호해에 감도는 전운 

1942년 4월, 개전후 4개월만에 일본군의 남방작전은 그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진주만의 미 태평양 함대를 잠재운 뒤 남방지역을 점령한다는 대본영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일본해군은 그야말로 눈앞에 보이는 모듯 것을 쓸어버렸고, 육군도 이에 질세라 무서운 기세로 미군과 영국군을 몰아내고 동남아시아를 손아귀에 넣고 있었다. 

특히 진주만 기습의 주역이었던 나구모 중장이 지위하는 일본해군의 제 1 항공함대는 이후 동남아시아를 휩쓸면서 일본해군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도양에서 영국 순양함 2척과 항공모함 허미스를 수장시켜 버렸고 영국이 자랑하는 동양함대를 태평양에서 몰아내 버렸다. 드디어 일본은 만주와 중국 동부, 버마,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수중에 넣었으며 남쪽으로는 뉴기니의 라바울까지 진출하여 일본군의 주요 항공기지를 건설하였고 호주를 바로 코앞에 두고 위협할 수 있는 거리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대본영은 대대적인 선전을 통해서 일본제국의 대대적인 승리와 함께 곧 전쟁은 끝날 것이다라는 승전보를 전했고, 전 일본 열도가 승리의 열기에 도취되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일본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둘리틀 특공대의 도꾜 공습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게다가 이에 더해서 일본군에게 미태평양 함대와의 정면 승부를 결심하도록 만드는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게 되니 그것이 바로 산호해 해전이다. 산호해는 뉴기니와 호주사이의 해역으로서 눈부신 태양과 함께 맑은 바다로 상징되는 남태평양의 정취가 흐르는 아름다운 바다이다. 이 바다가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 함대간의 결전이 벌어지는 무대가 되리라는 것을 누가 예측했겠는가?

[ 산호해 해전에 참가하기 위해 출정중인 일본해군의 신예항모 쇼가꾸, 자매함 쯔이가꾸와 함께 진주만 기습에서부터 남방작전가지 태평양을 누비던 항모이다. ]

일본군은 영연방인 호주가 일본에게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냥 놔두면 미군이 호주를 발판으로 남쪽에서부터 일본군을 위협할 것이므로 호주를 견제할 방법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호주를 점령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상륙작전을 감행하기 보다는 바로 근거리의 요충지인 포트 모레스비항을 점령하여 호주를 항공공격의 사정거리안에 넣고, 미국과의 병참선을 끊어 호주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정했다. 그러므로 일본해군의 최우선 목표는 포트 모레스비항을 신속하게 공격하고 육군병력을 상륙시켜 일본군의 수중에 넣는 것이었다. 대본영은 포트 모레스비에 대한 공격작전을 5월 10일경 결행하는 것을 목표로 일본 해군이 작전에 나서도록 명령했다. 그리하여 야마모토는 4월 18일 라바울에서 병력을 싣고 포트 모레스비항을 공격하는 상륙작전을 시행하도록 명령했다. 상륙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지도록 11000톤급의 경항모 쇼호가 상륙부대를 엄호하도록 되어있었다.

[ 쇼가꾸와 함께 출정한 항모 쯔이가꾸 ]

한편, 미군 정보부는 이무렵 일본해군의 작전 암호 JN-25를 거의 해독해 나가고 있었으며 일본군의 무선내용을 분석하여 일본해군이 포트 모레스비를 점령하려 한다는 것과 상륙작전을 감행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호주마저 일본의 수중에 떨어진다면 상황이 매우 다급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한 니미츠 제독은 즉시 전력을 동원해서 이를 저지할 것을 명령했는데 이때 미태평양 함대의 항모 전력에 문제가 있었다. 마침 항모 호넷과 엔터프라이즈는 둘리틀 특공대를 발진시킨뒤 진주만으로 귀항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진주만에서 재보급과 재무장후 산호해로 투입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늦게되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니미츠는 작전투입이 가능한 제 17 기동부대의 항모 요크타운과 렉싱턴을 동원하여 산호해로 출동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미군의 이러한 움직임도 일본군의 정보망에 걸려들었다. 일본정보부는 미군이 항모 2척과 순양함 8척을 주축으로하는 대규모 함대를 출동시켰다는 것과 이들의 목표가 바로 산호해라는 것을 알아냈던 것이다.

미해군의 움직임을 보고받은 야마모토는 남방작전을 수행하고 본토로 귀환중이던 나구모에게 명령하여 휘하의 항공모함중에서 제 4 항모전단의 항모 쇼가꾸와 쯔이가꾸 2척을 산호해로 급히 보내라고 명령했다. 결국 제 4 항모전단의 지휘관 이노우에 시게요시 중장에게 미함대를 맞아싸우라는 중책이 떨어졌다. 그는 항모 2척을 주축으로 한 함대를 이끌고 미함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산호해로 급행했다.

[ 산호해로 출발하기전에 보급을 받고 있는 항모 요크타운, 렉싱턴과 함께 출동이 가능한 2척의 항모중 하나였다. ]

결국 양측의 항공모함 기동부대는 서로 상대방이 어느 방향에서 어느 속도로 접근하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히 적을 막아내라는 임무를 받고 전속력으로 산호해로 항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순간까지는 그 누구도 이번 전투가 양측의 항공모함이 정면으로 대결하는 역사상 최초의 항공모함 함대간의 해전이 되리라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 적을 먼저 찾아라!

1942년 5월 1일 산호해근처러 접근한 일본함대는 우선 다까기 중장이 지휘하는 순양함대를 파견하여 과달카날 근처의 툴라기섬을 먼저 공격했다. 툴라기에는 호주의 비행정기지가 있었는데 호주군의 방어태세가 엉성해서 일본해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이곳을 손쉽게 점령한 일본함대는 이곳을 발판으로 최종 목적지인 포트 모레스비를 공격하고자 했던 것이다. 한편, 툴라기에서 내몰린 호주군으로부터 일본함대의 공격을 보고받은 미함대는 이무렵 과달카날 남부를 지나고 있었다. 5월 3일 플래쳐 중장은 정찰기를 툴라기에 파견하여 순양함을 주축으로한 일본함대가 툴라기항에 정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플래쳐는 즉시 기습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항모 요크타운 소속의 뇌격기와 급강하 폭격기들을 툴라기를 향해 출동했고, 이들은 툴라기항을 성공적으로 기습하여 정박중인 일본함대에 큰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목표물인 일본 항모는 여기에 없었고 오히려 이로인해서 미항모의 존재가 일본군에게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 산호해 해전의 주역, 미항모 렉싱턴의 사진이다. 함재기들을 일제히 갑판에 정렬시킨 상태이다. ]

야마모토는 툴라기에 미군 함재기들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고는 드디어 진주만에서 파괴하지 못한 미 항모들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을 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즉시 다까기 중장에게 포트 모레스비 공격은 경항모 쇼호에게 맞기도록 하고 쇼가꾸와 쯔이가꾸의 주력 항모들은 우선적으로 미항모들을 찾아 격멸하는데 전력을 다하도록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942년 5월 6일 방향을 돌린 일함대는 산호해 해역읙 북쪽으로부터 진입하기 시작했고, 거의 동시에 미함대도 산호해의 남쪽에서 진입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들 적 항공모함들이 같은 해역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서로 상대방을 먼저 찾기위해서 혈안이 되있었다. 양측의 지휘관인 다까기와 플래쳐는 숨을 죽이면서 정찰기들을 필사적으로 날려 보냈다. 그들은 상대방을 먼저 찾는 쪽이 이싸움의 승자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찰기들로부터 보고가 있기를 기다리는동안 긴장에 지친 미함대 사령관 플래쳐가 부관에게 말했다.

"이거 정말 답답하구만, 마치 눈을 가리고 손을 뻗어서 상대방을 찾는 것 같군, 부디 우리가 먼저 일본 항모를 찾아야 할텐데....일본놈들은 지금 뭘하고 있을까?"

"그야 우리랑 똑같이 손에 땀을 쥐고 있겠죠"

"하기야... 일본군 사령관도 나랑 마찬가지 심정이겠군..."

그러나 5월 6일 하루동안 양측의 정찰기들은 산호해 상공을 서로 뒤지고 다녔지만 어느쪽도 적함대를 찾아내지 못했다. 양측 지휘관들은 신경이 곤두서고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 최초의 일항모 격침 

[ 일본 항모 쇼호가 먼저 미군기들에게 발견되어 공격받고 있다. 이미 폭탄 여러발이 명중된 상태로 엄청난 연기가 솟아오른다. ]

드디어 5월 7일, 미군이 먼저 첫 득점을 올렸다. 이날 미군 정찰기가 먼저 일본 순양함과 구축함대를 발견한후 후미에 쳐져있는 항모 쇼호를 발견한 것이다. 항모 쇼호는 경량급의 항공모함으로 약 30기 정도의 함재기를 탑재하고 포트 모레스비 침공작전을 엄호하라는 임무를 받은 상태였다. 오전 11시가 되자 항모 요크타운과 렉싱턴에서 발함한 함재기 93기가 정찰기가 보고한 해역으로 날아들었고 곧 쇼호를 향해서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마침 쇼호의 함재기들은 모두들 출격중이었으므로 항모의 상공은 텅 비어있었다. 미군의 급강하 폭격기들과 뇌격기들이 파상공격을 퍼부었으며 엄호전투기로 따라온 F4F 와일드캣은 기총소사를 시작했다. 미군 함재기들의 파상공격이 시작된지 30분후 쇼호는 무려 폭탄 11발, 어뢰 7발을 맞았고 곧 엄청난 화염에 휩쌓여 침몰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항모 렉싱턴의 비행대장 딕슨은 흥분하여 '적항모 한척을 침몰시켰다!'라고 보고했으며 이 무전을 전해들은 미군이 먼저 환호성을 울렸다.

[ 일항모 쇼호의 최후를 주제로한 항공 일러스트 ]

그러나 일본군도 미함대를 발견했다. 그러나 '적항모 발견'이라는 무선보고를 받고 급거 출격한 일본기들이 보고받은 지점에 도달했을 때 미군의 항공모함은 현장에 없었다. 정찰기가 발견한 것은 미군의 유조선과 이를 호위하는 구축함으로 이루어진 보급부대였다. 하지만 일본기들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구축함 심스를 침몰시키고 유조선 네오쇼를 대파시켰다. 네오쇼가 검은연기를 뿜으면서 비틀거리는 장면을 본 일본 조종사 한명이 이를 항모로 착각하여 '적항모 1척 대파'의 보고를 했다. 그러나 다른 조종사들이 유조선인 것 같다는 보고를 해옴에 따라 일본 지휘부는 크게 실망했다.

이날 오후늦게 일본 함재기들이 다시 출격했으나 이들은 하늘에 낮게 깔린 비구름과 점점 어두워지는 시계 때문에 항모 렉싱턴과 요크타운 근처까지 접근했음에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오히려 미군의 레이더에 탐지되어 요격을 위해 발진한 와일드캣 편대와 마주쳐 큰 손해를 입었다. 일본군으로서는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는데, 귀로에 올랐던 일본기중 몇대가 어둠속에서 미항모 요크타운을 아군인 것으로 오인하여 착함을 위해서 저공으로 날아오다가 미군 항모인 것을 알고는 놀라서 급히 이탈하여 도주한 사건이었다. 이때 일본기들은 모두들 어려운 야간 착함을 위해서 어뢰와 폭탄을 버린 상태여서 눈앞의 미항모를 보고도 공격하지 못하고 도주해야했다. 물론 요크타운의 승무원들도 저공으로 느리게 접근하는 일본기들을 우군으로 착각하여 착륙 유도등을 켰다가 일본기들인 것이 확인되자 황급하게 대공포를 쏘아댔다. 

첫날의 스코어로 볼 때 미군이 더 큰 전과를 올린 것은 틀림없지만 일본군이 상실한 쇼호는 경량급 항모로서 일본군에게는 그렇게 큰 전력 손실은 아니었다. 2척의 거대항모가 미항모들을 노리면서 이를갈고 있었던 것이다. 

* 거함 렉싱턴 산호해에 잠들다 

귀환한 조종사들로부터 미항모의 위치를 보고받은 다카키는 5월 8일 새벽 먼저 정찰기를 발진시켰다. 미군도 거의 동시에 정찰기를 내보냈으나 이번에는 일본정찰기가  먼저 미항모들을 발견하고 보고했다.

'약 400km 떨어진 지점에 요크타운과 렉싱턴으로 보이는 미군 항모들이 호위함들과 함께 항진중'

즉시 항모 쇼가꾸와 쯔이가구에서 69기의 함재기가 날아올랐다. 이들은 진주만 기습의 영광을 떠올리면서 출격했다. 그러나 얼마후 미군 정찰기도 일항모들을 발견했으며 80기의 미군기이 즉시 항모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양측의 함재기들이 서로 적함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돌진했다. 이때가 5월 8일 오전 9시였다.

[ 일항모 발견의 급보에 따라서 긴급히 함재기들을 발진시키고 있는 항모 요크타운, 이미 출격한 돈트레스 급강하 폭격기의 조종사가 촬영한 사진이다. ]

하지만 양측의 항공기들은 하늘에서 마주치지 않았고 서로 엇갈린 상태로 적함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전 11시경 일본기들이 먼저 미함대의 머리위로 날아들었다. 레이더로 이들의 접근을 탐지한 미항모들에서 F4F 와일드캣 편대가 요격을 위해 날아올랐지만 이들은 모두 15기 정도에 불과했으므로 하늘을 뒤덮을 듯이 날아드는 일본기들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곧 일본기들이 함대 상공에 나타났고 미함대에서 격렬한 대공포화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찢어질듯한 소리를 내면서 급강하하는 폭격기들과 수면을 스칠 듯 날아오는 뇌격기들, 그리고 이들을 요격하기위해서 필사적으로 선회하면서 기관총을 발사하는 와일드캣들과 공격기들을 보호하려는 흰날개의 제로전투기들이 서로 뒤엉켜서 어지러울 정도였다. 

[항모 렉싱턴에 주기중이 F4F 와일드캣 전투기들, 발진 대기중의 긴박한 상황이다. ]

항모 요크타운이 먼저 공격을 받았다. 요크타운은 다행히 사방에서 발사된 어뢰를 모두 성공적으로 피했지만 99식 급강하폭격기가 투하한 폭탄 한발이 갑판을 뚫고 들어와 폭발하여 66명이 사망하고 선체에는 큰 구멍이 났다. 하지만 승조원들이 필사적으로 불을꺼서 더 이상의 피해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요크타운은 더 이상 함재기를 운용하는 전투를 계속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항모 렉싱턴은 운이 더 없었다. 렉싱턴은 어뢰 2발과 폭탄 2발을 직격으로 맞아 온통 불길에 휩쌓였고 함내에서는 계속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렉싱턴의 함장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함을 포기하고 전원 퇴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 피격후 갑자기 유폭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항모 렉싱턴, 대폭발과 함게 함재기 1대가 폭풍에 날리는 장면이 잡혔다. ]

한편, 미군기들도 일항모들을 발견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군기들은 절반정도의 공격기들이 일본함대를 찾지 못하고 연료가 떨어져 돌아가야 했으며 나머지 절반의 함재기들만이 일본 항모를 찾아내어 공격을 시작했다.

항모 쇼가꾸가 먼저 공격을 받았다. 미군 뇌격기들이 저공에서 돌입하고 상공에서는 급강하 폭격기들이 덤벼들었다. 쇼가꾸는 어뢰는 모두 피했지만 갑판에 폭탄 2발을 얻어맞아 함재기 운용이 불가능해졌다. 갑판에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자 미군기들은 쇼가꾸가 대파되었다고 생각하고 모두들 쯔이가꾸쪽으로 공격의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쯔이가꾸는 약간의 손상만 입고는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상태로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함대 방공전투기 제로기들이 날렵한 기동성을 과시하면서 미군기들을 사냥했지만 수적으로 우세한 미함재기들은 제로의 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공격을 계속했다.

[ 미함재기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항모 쇼가꾸, 폭탄 한발이 정통으로 명중된 순간이다. ]

거의 비슷한 시간에 공격을 시작한 양측의 함재기들이 공격을 중지하고 돌아가기 시작할때까지는 대략 한시간정도가 걸렸다. 양측 모두 많은 항공기들이 공격중에 격추당하거나 큰 손상을 입어 귀환하던중 바다로 추락했으며 무사히 돌아온 기체들도 온통 기관총이나 대공포화에 피탄되어 구멍투성이인 경우가 많았다. 산호해 해전에서의 항공기 손실은 일본군이 더 컸다. 이것은 일본기들이 미군기들에 비해서 튼튼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던 데다가 미군의 레이더에 의한 조기 요격망에 의해서 미군 전투기들이 요격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이무렵 일본해군은 레이더가 없었음)

[ 산호해 해전의 상황도, 일본함대와 미함대가 서로 산호해를 뒤지고 다니면서 서로를 찾아 공격하는 경로가 잘 나타나있다. ]

하지만 항공모함이 입은 피해는 미군쪽이 더 컸다. 이때까지 검은 연기를 뿜으면서도 아직 침몰하지 않았던 미항모 렉싱턴은 가망이 없었다. 결국 적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군 구축함에서 어뢰 4발이 발사되었고, 거함 렉싱턴은 폭음과 함께 산호해의 깊은 바다속으로 사라졌다.  제 17 기동함대 사령관 플래쳐 중장은 더 이상 전투를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반신 불수가된 항모 요크타운을 이끌고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미함대는 일제히 산호해의 동쪽수역으로 빠져나갔다.

[ 전원퇴함의 구령과 함게 일제히 바다로 뛰어드는 수병들의 모습이다. 대부분은 무사히 구조되었고, 이후 렉싱턴은 미군 구축함의 어뢰에 의해서 수장되었다. ]

따라서 해전의 전과만을 놓고볼때는 일본군이 이긴 싸움이었다. 일본은 미군기들보다 더 많은 함재기들을 잃기는 했지만 더 많은 함선들을 격침시켰으며 특히 해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항공모함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더 유리한 상황이었다. 일본해군은 11000톤급의 경항모 쇼호를 상실하기는 했지만, 3만 6천톤급의 미항모 렉싱턴을 수장시켰으며 쇼가꾸와 쯔이가꾸가 크고작은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미항모 요크타운에게도 큰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었다. 특히 요크타운이 침몰은 모면했지만 대파되어 몇 달간은 작전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에 일본해군은 이로서 이제 태평양에서 작전 가능한 미항모는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의 2척밖에는 남지 않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 화염에 휩쌓여 기울기 시작하는 항모 렉싱턴 최후의 순간 ]

* 이제는 미드웨이로! 

그러나 일본함대 사령관 이노우에 중장이 항모 쇼호를 잃고 쇼가꾸가 큰 피해를 입어 본토로 돌아가서 수리해야 할 형편이며 쯔이가꾸는 함재기 운용은 가능했지만 살아남은 대부분의 함재기들이 전투손상으로 인해서 출격하기 곤란한 상태였으므로 이런 빈약한 공중엄호가지고는 포트 모레스비 공략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노우에가 너무 소심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더 과감한 전술을 구사하여 가동 가능한 모든 함재기를 항모 요크타운을 공격하는데 투입했다면 요크타운은 살아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의 공격중지를 명령했고 포트 모레스비 침공함대는 방향을 돌렸다. 이노우에는 포트 모레스비는 나중에 점령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일본군이 곧장 포트 모레스비로 향했다면 쉽게 점령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 산호해 해전을 담은 항공아트, 로버트 테일러의 작품으로 쇼가꾸를 공격하는 돈트레스 폭격기들을 담고 있다. ]

후에 야마모토는 산호해 해전의 결과를 보고받고는 이노우에 중장이 미함대를 끝장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게다가 포트 모레스비까지 공략하지 않기로 결정한것에 대해서 노발대발했다.

결국 산호해 해전의 결과로 야마모토는 일본해군의 작전에 번번히 방해롤 놓고 일본 본토 폭격까지 감행한 눈엣가시같은 미항공모함들을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둘리틀 특공대의 성공이 일본해군을 자극했다면 산호해해전은 일본군이 완전히 태평양 한가운데로 나오도록 결심하게 만든 것이다.

이로서 훗날 태평양 전쟁의 판도를 바꾸게될 대해전 미드웨이 전투의 서곡격인 산호해 해전이 끝났다. 산호해 해전은 역사상 최초의 항공모함 기동부대간의 전투로서 양측 함대는 서로를 전혀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전투를 치뤄야 했다. 이제는 함대간의 전투에서도 해전의 주역이 항공기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한 해전이었던 것이다.

둘리틀의 도꾜 공습과 산호해 해전이 끝난후, 태평양 전쟁은 그 절정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태평양의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한 두 강국의 정면충돌이 멀지 않은 것이다.

foxmouse: 휴~ 드디어 산호해 해전을 마지막으로 태평양 항공전 1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계획은 야심차게 새웠었는데 웬지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필리핀 전투같이 빼먹은 부분도 많고... 좀 아쉽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이어서 연재될 태평양 항공전 2부는 미드웨이 해전에 대해서 전개될 예정이구요. 너무나 극적인 전투였기 때문에 가능하면 자세하고 알기쉽게 전투상황을 재현해보고자 합니다. 항상 계획은 광대한데... 잘 될지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