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way5

Part 2: 운명의 섬 미드웨이 (Island of Doom)

◇ Act 8. 미드웨이 해전 후기 ◇

(Behind stories)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12. 18

foxmouse: 태평양을 무대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두 함대가 결전을 벌인 미드웨이 해전이 어느덧 마무리 되었습니다. 애초에 연재를 시작하기 전보다 훨씬 내용이 길어지고 이전에는 잘 몰랐던 부분이 많아서 예정보다 한달이상 지체되었습니다. 실제 본격적인 전투는 2박3일이었는데 연재는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네요. 여하간 60년전에 벌어졌던 태평양의 대결전을 정리해볼 기회가 주어졌던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제 미드웨이 해전의 뒷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지루했던 태평양 항공전 2부 - '운명의 섬 미드웨이'편도 접을 때가 되었나 봅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 패배를 숨기려했던 일본

1942년 6월은 일본에게는 참으로 잔인한 달이었다.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미드웨이를 점령하고자 출정했던 일본의 연합함대는 대포 한방 쏴보지 못하고 주력 항공모함 4척을 잃은 후 쫒기듯이 패퇴해야 했으니 불과 6개월전에 진주만에서 이룩한 대성공도 일본해군에게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출정당시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연합함대의 함선들은 일제히 미드웨이에서 후퇴하여 속속 하시라지마로 귀항하고 있었다. 모든 함선에서는 장교들과 승조원들이 말을 잊은 사람들처럼 침묵하고 있었다. 일본 수뇌부는 미드웨이의 대패를 국민들에게 숨기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모든 승조원들에게는 절대 미드웨이에서 보고 들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 미군에게 생포당한 포로들... 대부분 항모 히류에서 탈출한후 표류하던 승조원들이었다. ]

이런 결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부상자들의 후송이었다. 공습당시 아까기 함상에서 다리에 부상을 입은 후지다 중령은 500여명의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하시라지마항에 입항한 후에도 상륙하지 못하고 배에 연금되어 있다가 날이 어두워진후 병원선에 실려 해군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들것으로 병실까지 이송될 때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시체를 덮는 얇은 흰천으로 그의 얼굴부터 다리까지 가려졌다. 그후에는 부상이 회복될 때까지 해군병원에서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후 연금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했다. 군 관계자 이외의 일체의 면회는 제한되었으며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전후에 후지다는 당시의 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불과 몇일전만해도 전 일본해군의 영웅으로 대우받던 내가 미드웨이의 대패후에는 아군에의해 아군에 의해 마치 포로처럼 취급받았다. 참으로 허탈한 일이었다."

이에 더해서 일본군부는 미드웨이의 해전에서 일본이 대승을 거둔 것으로 보도하도록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렸다. 일본 신문들은 해군의 보도지침에 따라서 일제히 일본해군이 또 한번 미해군을 혼쭐내주었다는 기사를 내보냈으며, 라디오 방송은 신나는 행진곡과 함께 일본이 알류션 열도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함으로써 이제 미군의 목에 칼을 들이댄 것과 같다는 논평을 계속해서 방송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일본 국민들은 방송을 들으면서 사기 충천하여 전쟁은 곧 일본군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미래에는 암울한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였다.

더구나 대본영은 이런 분위기속에서 미드웨이의 대패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연합함대 사령관직은 계속 야마모토가 쥐고 있었으며, 직접적으로 패배를 책임져야했던 나구모 중장과 그의 참모들 구사까 소장, 겐다 중령등의 참모부도 모두 문책을 전혀 받지 않고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을 생각한다면 일본해군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장렬하게 항모와 운명을 같이한 야마구찌 제독이나 소류의 야나기모토 함장과 같은 용장들이 살아서 돌아와 함대를 이끌었어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대본영에 의해서 미드웨이의 대패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짐에 따라서 일본정부의 고위 관리들조차 몇 개월이 지나서야 미드웨이 해전의 실체를 알 수 있었을 정도였다.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게된 고위관리 시게미쯔는 미드웨이의 패전을 알게된 후 경악하여 그의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미드웨이의 대패보다는 이것을 숨기려하는 대본영이 더 문제였다. 이것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그때 모든 것을 인정하고 총력을 다시 모아야 했다.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미군은 진주만의 원수를 결국 미드웨이에서 갚은 셈이었다."

* 태평양 전쟁의 전환점

태평양 전쟁사에 미드웨이라는 작은 섬이 가장 커다란 이정표로 기록된 것은 이 2박3일간의 전투가 전체 전세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드웨이 해전의 승패가 정말로 전황을 완전히 180도 뒤집어 놓은 것일까? 이에 대해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군입장에서는 가장 큰 파도를 넘은 후 잠시 숨을 돌리는 상태였을 뿐이었다. 사실 미드웨이 해전이 끝난 후에도 일본해군의 수적인 전력 우위는 계속되고 있었으며 미군은 항모 요크타운의 상실로 항모 전력에서는 여전히 일본에게 뒤지는 형편이었다.

[ 일본함대로 돌진중인 TBD 뇌격기, 이들의 저돌적인 공격이야말로 미드웨이해전의 분수령이었다. ]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본해군이 받은 손실이 더 컸고 이미 광대한 점령지역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일본해군이 공세적으로 나올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일본해군은 미드웨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더 이상 공세를 취하기위해 대양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미국이 바라던 상황이었다.

미국의 거대한 산업기반이 전시체제로 전환한 후 전쟁 물자를 쏟아낼 때까지 전선만 유지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군은 가장 큰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어선 셈이었다. 하와이에 대한 일본의 직접 침공 위협이 사라진 이상 전선만 이 상태로 유지되면 곧 새로 만들고있는 항공모함들을 비롯한 막대한 물자가 공급될 것이기 때문에 미군에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유리해지는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자신감을 얻은 미해군은 이 시점에서의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국의 외곽을 계속 공격하면서 괴롭히는 공세적인 전략으로 변경할 수 있었고, 이것은 더욱더 일본을 소심하게 만들어서 일본군이 공격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점령지역을 유지하는데 급급하게 만들게 되었다. 문제는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머지 않은 미래에 막대한 산업생산능력이 가동중인 미해군의 전력이 일본해군을 완전히 압도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 개전초 가장 큰 배수량을 자랑했던 항모 가가의 사진, 연기를 측면으로 배출하여 항공기의 작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모습이 잘 보인다. 아까기와 가가의 손실은 정말로 뼈저린 것이었다. ]

사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일본해군이 상실한 제1 기동부대의 항모 4척과 같이 전사한 조종사들과 승조원들이 그야말로 일본해군이 모든 것을 걸었던 최정예 부대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태평양 전쟁의 개전이후 일본해군이 거둔 결정적 승리의 80% 이상이 이 제1 기동부대가 이룩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기 때문에 이 제1 기동부대의 정예 항모, 조종사, 승조원들을 모두 잃은 것은 마치 고대의 전장터에서 적장과 맞서 싸울 장수들을 모두 잃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특히 일본 해군내에서 최고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조종사들이 대부분 전사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는 일본해군에 남은 항모가 있다고 해도 이런 경험많은 숙련된 조종사들은 단시간에 보충이 불가능한 소중한 자원이었기 때문에 미드웨이의 대패이후 일본해군이 대양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게된 가장 큰 이유였다. 사실 진주만 기습에 참가했던 항모 6척중 아까기, 히류, 가가, 소류의 4척이 미드웨이에서 침몰하고, 쯔이가꾸와 쇼가꾸가 이전에 벌어진 산호해 해전에서 크고작은 피해를 입어 전투에 투입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 버렸는데 이들 6척의 항모는 사실상 남아있는 일본의 항모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더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 가가에 명중된 4발의 폭탄이 떨어진 곳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이 공격으로 가가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

만일 야마모토의 의도대로 일본해군이 미드웨이를 순조롭게 점령하고 이곳에 항공전력을 보충한 후 미함대와 접전을 벌였다면 이후에 양측이 대등한 싸움을 한다고 해도 항모의 수가 더 우세한 일본해군이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미해군은 하와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내주게 될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것이다. 이후에 하와이가 일본해군에게 넘어가게 되었다면 미본토에서부터 하와이까지의 망망대해에는 아무런 전진기지가 없게되므로 미본토가 일함대에 의해서 직접적인 위협에 처하게 되고 미함대가 다시 하와이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긴 시간과 함께 막대한 인적, 물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물론, 미군은 끝까지 싸우려는 결심을 하고 있었으므로 미드웨이에서 일본해군이 승전했다고 해도 야마모토의 의도대로 일본과의 강화협상은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태평양전쟁은 훨씬 더 장기화되고 미군도 승리를 쉽게 장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승패의 요인

무적함대로 자부되던 일본의 제1 기동부대의 항공모함들이 속절없이 전멸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뒷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60년전에 벌어졌던 대해전의 숨겨진 진실은 태평양에 잠든 영혼들만이 알고있겠지만, 너무나 극적이고 비중이 높은 역사적인 사건이었으므로 몇 가지 승패의 요인들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첫 번째로 진주만 기습당시 그토록 철저한 기밀 유지로 미해군의 정보망을 완전히 농락했던 일본해군이 미드웨이에서는 너무나 쉽게 작전을 수립하고 애초에 작전이 계획될 당시에도 너무 복잡하고 위험성이 높다는 것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6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싸우기만 하면 승리했던 일본해군의 항공모함 기동부대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적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 이것은 장성들부터 일개 수병들까지 전반적으로 일본해군에 흐르는 분위기였다. 출정을 앞둔 항구에서 수병들이 모이기만 하면 둘러앉아서 "우리는 곧 미드웨이를 점령하러 간다!"면서 웃고 떠들었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이것은 조국의 운명이 이 일전에 걸려있다는 각오로 전투에 임한 미해군의 그것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사실 더욱더 운명을 걸고 도박을 벌이고 있던 쪽은 일본이었음에도...

[ 히류를 찾아서 발진하기 직전의 SBD 폭격기들의 발진 장면을 보여주는 항공아트, 승조원들이 맡은 임무에 따라 다른 색의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을 잘 보여준다.

두 번째는 정보력의 차이였다. 미해군은 일본해군의 암호를 철저하게 해독하고 공격위치까지 알아내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였던 반면, 일본해군은 미해군의 항모 위치를 정확한 근거도 없이 추정하는데 그쳤다. 출정직후 일본해군의 정보부가 미해군이 항모를 미드웨이로 출동시켰다는 것을 감지했으나 전달계통에서의 몇 가지 문제로 결국 나구모의 기동부대에는 충분한 경고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미함대를 미드웨이로 유인해서 섬멸하겠다고 하는 일본해군의 의도는 완전히 거꾸로 진행되었고, 미드웨이라는 덫에 일본함대가 걸려들어 완전한 기습을 받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 번째는 적을 찾고자 하는 의지였다. 미해군은 일본해군이 반드시 올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38기나 되는 정찰기를 동원하여 미드웨이 일대를 이잡듯이 뒤졌고 결국 먼저 일본 함대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일본해군은 적항모의 위치가 불확실함에도 정찰기를 충분히 발진시키지 않았다. 물론 미함대가 근처에 없다는 확신이 지배적이었으므로 당시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결과론에 불과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출기의 고장으로 발함이 지연된 정찰기 4호를 다른 정찰기로 대체하지 않고 30분간의 시간을 지연시키는 등 미해군에 비해서 정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던 점은 분명했다. 만일 일본함대가 정찰을 더욱 강화하고 철저하게 미해군을 찾아 나섰다면, 최소한 미해군과 비슷한 시간에 함재기들을 발함시켜 미항모들을 공격할 수 있었으며, 이렇게 되면 산호해 해전처럼 양측이 모두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고, 이것은 수적으로 우세한 일본해군에게 최후의 승리를 가져다 줄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미드웨이에서 출동한 육군항공대의 B-26 폭격기들이 어뢰 공격을 감행하는 장면을 담은 항공아트이다. 이들은 미군기들중에서 가장 먼저 일함대에 대한 공격에 나섰으며 어벤져 뇌격기 6기와 협공을 펼쳤으나 2기가 격추되고 2기가 간신히 살아돌아왔다. 이처럼 미군은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서 일함대를 잡고자 했다. ]

네 번째는 미드웨이 작전의 선봉에 섰던 제1 기동부대의 나구모 제독휘하 구사까 소장과 겐다 중령같은 지휘부의 전술에 문제가 있었다. 항모 4척의 운명이 걸린 작전에서 모든 결정을 혼자서 내려야했던 나구모 제독은 전술 구사에 있어서 매번 망설이고 우유부단함을 보였으므로 패전의 우선적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었지만, 진주만 기습에서는 그토록 냉철하고 철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했던 구사까 류노스께 소장이나 겐다 중령같은 핵심 참모들이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들처럼 계속 결정적인 순간에 상황판단의 미스를 범했다는 것도 패인이었다. 결국 비교적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고있었던 야마구찌 제독의 의견이 계속 무시되었고, 일본해군은 전황을 최소한 대등하게 만들 수 있었던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참모들의 잘못된 생각은 미함대 발견이후 큰 혼란에 빠져 판단력을 상실한 나구모를 더욱 주저하게 만들었고 결국에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물론 애초부터 함대를 너무 분산시켜 이런 위기의 순간에 대응하지 못했던 야마모토 본인의 책임도 컸다.

[ 미드웨이 해전에서 가장 눈물겨운 분투를 벌였던 항모 요크타운의 승무원들, 함이 일본 뇌격기의 공격을 받아 기울어 가고 있는 것을 잘보여주는 사진이다. ]

다섯 번째는 일본해군과 미해군의 전자기술의 차이였다. 진주만에서는 일본의 침공징후를 발견하고도 어이없이 무시된 미군의 레이더가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빛을 발했다. 반면, 일본 함대는 레이더가 없었으므로 모든 정찰과 함대 방공을 초계기나 방공병들의 시력에 의존해야 했다. 이것은 결국 미해군 뇌격기들의 파상공세에 모든 신경이 저공으로 집중된 사이에 바로 머리위까지 미해군의 급강하 폭격기들이 접근해 오는 것을 탐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으며, 결국 일본해군이 큰 위기에 처했을때는 이미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만일 일본해군에게 레이더가 있었다면 뇌격기들이 공격을 받는 중이었다고 해도 급강파 폭격기들을 막기위해서 가동 가능한 모든 제로 전투기들을 발진시킬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다.

여섯 번째로 미해군의 지휘부의 과감한 결단과 명령을 충실히 수행한 조종사들의 희생정신이었다. 스플루언스 제독과 플래체 제독은 일본 항모 2척이 발견되자마자 과감한 결단을 내려 함재기들의 최대 항속거리에 위치한 일본함대를 즉시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이것은 나머지 항모 2척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치가 노출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선제 기습공격만이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확신에 의한 것이었다.

[ 함재기들중 가장 먼저 일본 함대를 발견했던 항모 호넷의 제8 뇌격기대의 기체가 출격하기 전의 스냅이다. 이들은 조지 게이 소위 한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전사했다. ]

그리고 결국 이들의 판단은 옳았다. 게다가 황급히 출동한 미함재기들은 제대로 공격대형을 갖추지 못하고 이륙하는 비행대마다 각각 항로를 잡아 최대한 빠른 시간에 일본함대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로인해 함재기들의 절반가량이 일본 함대를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으며, 일본함대를 발견한 뇌격기대가 전투기대의 엄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러나 뇌격기 조종사들은 공격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살아 돌아올 확률이 극도로 낮은 상황에서도 전혀 물러섬이 없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면서 일본함대를 공격했다. 이들의 희생정신은 결국 급강하 폭격기대가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미드웨이 해전에서의 미해군에게 미소를 던지고 일본해군을 철저하게 외면한 행운이라는 요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행운은 최선을 다하는 편의 손을 들어준다고 하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쉬운 순간들이 많았다. 이것은 진주만 기습에서 모든 것이 일본해군에게 유리하게 돌아갔고, 미해군에게는 마치 정해진 대본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어이없는 실수와 착오가 난무했던 것에 비하면 완전히 모든 것이 역전된 상황과도 같았다.

도대체 왜 하늘은 정찰기 4호의 사출장치가 고장을 일으켰으며, 정찰기 5호의 항로에 기상을 악화시켜 미함대를 발견할 기회를 날리도록 만들었단 말인가. 더구나 미함대의 위치를 확인하기 뒤해 발진시킨 소류의 정찰기는 미항모들을 모두 발견하고도 무전기가 고장을 일으켜 보고할 수가 없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정찰기의 가장 중요한 장치인 무전기가 고장나다니.... 이것은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미해군도 미리부터 일본해군의 의도를 알고있었다고 해도 행운이 따르지 않는한 승리는 힘들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철저하게 매복 기습공격을 해야 했는데 일본의 정찰기에 발견되지 않고 먼저 선제공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정도 운이 따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애초에 미해군이 얼마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는 미드웨이 작전 수립시에 한 참모가 제16 기동부대와 제17 기동부대가 합류하여 매복할 지점을 '행운의 지점 (point luck)'이라고 명명한 일화에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많은 뇌격기 조종사들이 희생되기는 했으나 아무렇게나 출동시킨 함재기들의 도착순서가 뇌격기가 먼저 집중된 후 급강하 폭격기로 이어지는 타이밍이 정말 자로 잰 듯이 정확해서 일본해군이 가장 취약한 순간에 공격을 성공시킬수 있었다. 훗날 니미츠는 이런 공격순서가 미리 의도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그 결정적인 공격순간은 우리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만일 급강하 폭격기들이 10분만 늦게 도착했다면 일본 함재기들이 모두 발함하여 우리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지도 몰랐다. 함재기들이 일본함대의 상공에 도달한 순서는 전혀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조종사들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런 명령을 내릴 지휘관은 없을 것이다.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뇌격기 조종사들의 희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고, 그때 하늘은 분명히 우리편이었다."

그리고 미드웨이에서 미해군은 또하나의 선물을 얻게되는데, 그것은 미해군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일본해군의 제로 전투기를 획득한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Great War Planes의 F6F 헬캣 편에 자세히 나옵니다.) 일본해군이 황급히 패퇴하면서 거의 온전한 상태로 불시착한 제로 전투기 한 대가 미군의 수중에 들어오면서 미군은 이를 철저하게 분석함으로서 제로를 잡을 수 있는 후속 전투기들을 개발하게 되고 제로 전투기가 태평양을 지배하던 시기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 연재를 마치며...

foxmouse: 아직도 미드웨이 해전의 진실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있으며, 정사로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해전의 결과로 일본의 운명이 결정지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태평양이라는 광활한 무대에서 조국의 운명을 걸고 마주섰던 무적함대간의 대결은 이제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었지만 일본제국의 피해자인 우리에게는 왠지 통쾌한 느낌마저 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지요. 이제 끝으로 양측의 피해상황을 살펴보면서 오랜 시간동안 지루하게 연재된 미드웨이 해전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2002년 12월 18일)

* 미드웨이 해전의 양측 손실 *

함선 (Ship)

일본군

미군

* 항모 4척 침몰: 아까기, 가가, 히류, 소류

* 순양함 1척 침몰: 미쿠마

* 순양함 1척 대파: 모카미

!! 전사 - 3500명 (추정)

* 항모 1척 침몰: 요크타운

* 구축함 1척 침몰: 함만

!! 전사 - 307명

항공기 (Aircraft)
일본군	미군
* 항모 함재기: 322기 함대방공 제로전투기 손실 - 12기 미드웨이 공습작전중 손실 - 6기 요크타운 공격중 손실 - 24기 항모 피격시 동반 손실 - 280기 * 수상기 - 10기	* 항모 함재기 - 109기 손실 * 미드웨이 항공대 - 38기 손실 해병대 - 28기 해군 - 6기 육군항공대 - 4기
총 332기	총 147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