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chi  D3A  type 99  dive bomber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6. 23

태평양 전쟁 개전초기 승승장구하면서 태평양을 누비던 일본해군의 항공모함 기동부대에는 3가지의 우수한 항공기가 있었다. 그것은 최고의 함상전투기로서 제공권을 장악했던 A6M2 제로전투기와 우수한 뇌격과 수평폭격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97식 함상공격기  B5N, 그리고 정확한 급강하 폭격 능력으로 강력한 일격을 가할 수 있었던 99식 함상폭격기 D3A였다. 이 3가지 기종은 서로 완벽한 콤비 플레이를 펼치면서 태평양전쟁초기에 무적의 일본해군이라는 신화를 이룩했던 주역들이었다. 불타는 하늘의 Great War Planes.... 이번회는 일본해군의 급강하 폭격기인 99식 함폭 - 아이찌 D3A 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99식 함폭 모습을 드러내다 

1936년 여름 일본해군은 항공모함 기동부대의 함재기들을 개편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기존의 D1A 복엽폭격기를 대체할 새로운 폭격기를 구상하고 있었다. 일본해군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해전에서는 정확한 공격력을 갖춘 신예 급강하 폭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 새로운 급강하 폭격기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저익단엽기로서 제작되어야 했다. 결국 일본해군의 요구로 해군 함상기를 제작하던 아이찌 항공사가 AM-17이라고 임시로 명명된 새로운 폭격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아이찌사는 신형기를 독일의 He 70 '블리츠'기 (훗날 He 111 폭격기로 발전하게 되는 기종)의 설계를 모방하여 타원형의 날개를 가지는 저익 단엽기로 설계했다.

그리고 급강하 폭격을 위해서 급강하시에 90도까지 펼쳐지는 급강하 브레이크도 설치되어 급강하로 접어들 때 너무 고속으로 비행기가 강하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새로운 항공기 답지않게 이 기체는 독일의 Ju 87 슈투카 처럼 고정식의 강착장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아이찌사의 기술진이 인입식 강착장치가 공기저항은 적지만 기계적인 복잡성으로 중량을 늘리는 역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고정식 강착장치가 무거운 폭탄을 장착한 상태에서 항모에서 이착함을 하는데있어서 더 견고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채택한 것이다. 이로서 급강하 폭격기라는 임무와 특징적인 고정식 강착장치로 인해서 마치 독일공군의 슈투카를 연상시키는 너무나 유사한 외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 99식 함폭의 옆모습, 망원경식의 조준기가 조종석 앞에 보인다. 슈투카를 연상시키는 강착장치가 특징적이다. ]

최초의 비행은 1938년에 실시되었으나 저출력의 엔진으로 인해서 실망스런 결과를 보였다. 더구나 선회시에 비행 안정성이 떨어졌고 급강하 브레이크로 인한 진동이 발생하여 도저히 항모에 이착함 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다. 따라서 일본 해군은 즉시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했으며 두 번째 원형기가 다시 제작되었다. 이 기체에는 기존의 엔진보다 130 마력이 강력한 870마력의 미쯔비시 킨세이 3 공냉식 성형엔진이 장비되었으며 주익의 길이를 1피트정도 늘리면서 주익의 면적도 증가하게 되었고 수직미익의 면적을 늘려 수직 안정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외에 급강하 브레이크의 강도를 증가시키는 개수도 이루어졌다. 이 기체는 비행성능 테스트에서 매우 만족스런 성능을 보였으며 라이벌 기체였던 나까지마의 D3N1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여 일본해군에 정식으로 채택되었다. 이때가 1939년 12월이었으며 이에따라 제식명칭을 해군 99식 함상폭격기 11형으로 부여받았으며 약칭으로 D3A1 11형으로 불리기도했다.

[ 99식 함폭의 외형을 잘 보여주는 사진, 특징적인 타원형 날개와 고정식 강착장치를 볼 수 있다. ]

그러나 이후의 진척이 느려서 99식 함폭 D3A1은 1940년 12월이 되서야 양산체제로 들어갔으며 이때는 더욱 강력해진 1000마력급의 미쯔비시 킨세이 43 엔진을 장착하게 되었으며 대형 도잘핀을 설치하여 수직방향의 안정성을 완전히 해결했으며 항모에서의 운용을 용이하도록 하기위해서 주익 끝단을 접을 수 있도록 하는 개수도 이루어졌다. 기체의 고정무장으로는 전방으로 발사되도록 설치된 2정의 7.7mm 기관총과 후방 방어용의 7.7mm 기관총 1정이 선정되었으며, 동체아래에는 551 파운드 (약 250kg) 폭탄 1발을 장착하거나 아니면 주익에 2발의 132 (약 60kg) 파운드 폭탄을 장착 할 수 있었다. 

* 99식 함폭 영광의 시절로!

1941년 12월 7일 오전 7시 55분, 하와이 진주만의 미해군기지는 일본해군기들의 급습을 받았다. 이시각에 최초로 진주만에 진입하여 폭탄을 투하한 기체가 바로 항모 쯔이가꾸의 폭격기 부대장 사까모또 아끼라 대위가 조종하던 99식 함폭이었다. 99식 함폭은 태평양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폭탄을 투하한 기체였던 것이다.

[ 진주만을 향하여! 항모 아까끼의 갑판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99식 함상 폭격기 ]

그러나 이미 99식 함폭은 1940년부터 항모 아까기와 가가에 실려 중국전선에 투입되어 맣은 실전경험을 거친 상태였다. 특히 기체자체의 기동성이 좋아서 근접 공중전에 사용된적도 있는데 실제 전방기총을 이용하여 중국전투기들을 격추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진주만 기습에는 총 129기의 99식 함폭이 사용되었는데 이때도 급강하 폭격의 놀라운 정확성을 과시하여 많은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급강하후에 저공에서 복귀하는 과정에서 미군의 대공포화에 노출되어 일본기들이 입은 총 손실 29기의 절반이 넘는 15기의 99식 함폭이 상실되었다. 이것은 99식 함폭이 얼마나 위험한 임무를 수행했는가를 대변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1941년 12월 진주만 기습에 참가했던 항공모함 소류 소속의 99식 함상 폭격기 11형, 일본해군이 최절정의 시절을 누리던 시기를 상징하는 흰 동체와 붉은 국적마크를 잘보여주는 일러스트이다.

사실 진주만에서 고정식 강착장치를 가지고 있어 일견 구식기처럼 보이는 이 폭격기의 위력에 놀란 미군 병사들은 마치 유럽의 연합군 병사들이 슈투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99식 함폭을 두려워 했다고 한다. 흰동체에 붉은 원을 그려넣고 마치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급강하 하면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99식 함폭의 모습은 많은 미군 병사들의 뇌리에 남았다. 이후 미군은 이 일본폭격기에 Val 이라는 코드명을 붙였다. 

진주만 기습후 일본군의 남방작전에서도 99식 함폭은 일본 항모와 함께 태평양을 누비면서 많은 수훈을 올렸는데, 대표적인 것은 인도양에서 영국함대를 공격하여 순양함 콘웰, 도시샤이어를 침몰시킨 사건과 항공모함 허미스와 호위 구축함 뱀파이어를 수장시킨 사건이었다. 이 전투에는 항모 소류의 폭격기대장 에구사 다까시케 대위가 지휘하는 99식 함폭들이 참가했으며 정확도가 80%를 상회하는 놀라운 폭격기술을 발휘하여 마치 훈련을 하듯이 완벽하게 목표물을 명중시켰다.

[ 진주만 기습중에 촬영된 사진으로 폭탄을 떨어뜨린후 급상승하는 99식 함폭이 잡혔다. 매우 극적인 사진이다. ]

이무렵 일본 항모기동부대는 그야말로 상대가 없는 무적의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으며 여기에는 99식 함폭이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었다. 

* 영광은 좌절로... 

99식 함폭의 성공은 산호해 해전에서 큰 난관에 직면했다. 산호해 해전에서 일본해군이 미해군보다 더 많은 함선을 격침시키기는 했지만 미해군기보다 더 많은 함재기를 상실했으며 이중 대부분이 99식 함폭이었던 것이다. 느린속도와 약한 방호력은 미군 전투기 F4F 와일드캣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급강하후에 수평비행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대공포화에 많은 희생을 치루어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해군은 승승장구 하고 있었으므로 이런 불안한 조짐도 무시되었다.

그러나 미드웨이에서 일본해군이 믿기지 않는 대패를 한후에는 99식 함폭의 영광의 시절도 지나가버렸다. 미드웨이 해전이후 아이찌사는 D3A2 22형을 새로 선보였는데 이형은 1300마력의 엔진을 장착하고 보다 큰 대형프로펠러를 채택했으며 항속거리를 연장하기 위해서 연료탱크를 크게 만드는 등의 몇가지 개량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미 기체 자체의 설계가 1943년의 전장에서는 살아남기가 어려운 구식이었다. 따라서 99식 함폭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고난의 시기만이 남아있었다.

1941년 12월  요꼬스까 해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던 항공전대 소속의 D3A 11형이다. 역시 개전초기 기체로서 화려한 도색을 볼수있다.

대표적인 전투는 1943년 4월 7일의 과달카날 공습작전이었다. 이날 일본해군은 점점 불리해지는 전세를 일거에 뒤집기 위해서 대규모 공격기들과 호위기들을 동원하여 과달카날의 핸더슨 비행장을 기습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의 야심찬 공습작전은 미해군의 F4F-4 와일드캣의 강력한 저항을 만나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이날의 작전에서 호위기로 따라온 제로전투기는 라바울부터 과달카날까지 편도 3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호위비행으로 불과 20분정도밖에 공중전을 치룰 연료가 없었으며 공습경보를 받고 미리 고공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급강하 공격을 펼치는 와일드캣의 전술에 말려 효과적인 엄호를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속도도 느리고 방어력도 허약한 일본 폭격기들은 우왕좌왕하기 마련이었다. 수많은 99식 함폭이 검은 연기를 뿜으며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 1943년부터 중장한 99식 함상폭격기 22형 (D3A2) 기수에 스피너가 이전형과 한눈에 구별되는 특징적인 사진이다. ]

이날 미해군의 제임스 스튜어트 대위는 혼자서 99식 함폭 7기를 잡아내는 대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간신히 격추를 모면한 99식 함폭들도 손상정도에 따라서 3시간이 걸리는 귀환 비행도중 추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날의 대실패는 일본해군에게 99식 함폭이 더 이상 적기들이 판을치는 전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일본해군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후의 솔로몬 해전에서도 많은 99식 함폭이 출격후 돌아오지 못했으며 이런 운명은 후에도 마찬가지 였다. 99식 함폭 조종사들은 전쟁초의 영광의 시기를 그리워했지만 이미 그것은 과거의 일이었다. 전쟁초기 많은 공훈을 세웠던 수많은 베테랑 조종사들이 전사하면서 그나마 99식 함폭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조종사들도 태부족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Aichi  D3A2  type 99 bomber

분 류

2인승 함재 급강하 폭격기

동 력

미쯔비시 킨세이 54 공냉식 성형엔진 (1300마력)

최고속도

시속 430km

상승속도

분당 521m

항속거리

1352km

무 장

기수 - 7.7mm 기관총 2 정 & 후방석 - 7.7mm 기관총 1 정

동체하부 - 250kg 폭탄  or  주익 - 60kg 폭탄 2발

1943년 말에는 새로운 요꼬스카 D4Y 함폭이 생산되면서 D3A는 항모 탑재기부대에서 완전히 제외되었고, 육상기지에서만 작전하도록 했다.

[ 1943년, 라바울에서 날아오르는 99식 함상폭격기 22형, 이처럼 대부분의 기체들이 항모에서 물러나 육상기지에서 운용되었다. ]

이후 미군의 맹공으로 점차 전황이 절망적으로 변하면서는 대부분의 99식 함폭이 가미가제 자살 특공기의 임무에만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미 신형 미군 전투기들이 판을 치고있는 마당에 속도가 느리고 방어력이 형편없는 99식 함폭은 가미가제 임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은 오끼나와 앞바다에서 벌어진 공습작전으로 이날 출격한 99식 함폭으로 이루어진 가미가제 특공기들은 미군의 전투기 방어망을 돌파하지 못했으며 대부분 목표지점에 이르기도 전에 격추되버렸던 것이다.

이로서 99식 함폭은 추축국의 단일기종으로는 연합군의 함선을 가장 많이 격침시킨 기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맹활약했던 태평양 전쟁의 주역에서 완전히 힘을 잃은 무기력한 희생양으로 전락해 버렸고, 조국 일본의 패망을 상징하는 기체가 되어버렸다. 전쟁이 끝날때까지 총 1495기의 99식 함폭이 생산되어 태평양에서 싸웠다고 한다.

* 참고 - 영화 '진주만'에 등장하는 Val의 복제기 *

영화 '진주만'에 등장한 99식 함상 폭격기가 실물이 아니라 복제기라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너무나 비슷하게 만들어서 얼핏 보면 이것이 도대체 실물인지, 아니면 복제기인지 헷갈릴 정도지요. 사실 미국의 BT-13 밸리언트 라는 기체를 1970년 영화 '도라 도라 도라'를 촬영하기 위해서 개조한 기체가 남아있던 것을 신작 영화 진주만에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사진중에 컬러로 나오는 대부분의 사진이 이 복제기입니다. 옆의 사진 참고하시고 구별하시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