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WarPlanes*

◇ Brewster F2A Buffalo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2. 4. 15

2차대전에서 싸웠던 미군기들중에서 유독 못생기고 통통해 보이는 전투기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브류스터사의 F2A 버팔로 전투기이다. 마치 소련의 I-16 기를 연상시키는 짧고 통통한 동체로 인해서 지금의 기준으로는 첫눈에 봐도 이녀석이 과연 전투기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인데...

물론, 성능은 당시의 기준으로도 최일선의 전투기로는 한참 모자라고 있었지만, 전쟁 초기의 열악한 전장 환경에서 태평양에서 일본군에 맞서기도 했고 유럽의 동토 핀란드에서는 약소국 핀란드의 주력 전투기로 소련군에 맞서서 고군분투했던 많은 뒷이야기를 가진 전투기이다. 불타는 하늘의 Great War Planes.. 이번에는 하늘의 들소 버팔로 전투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들소의 탄생

F2A는 F4F와 함께 미해군의 주력 전투기 자리를 다투던 기체이므로 이 F2A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당시 미해군의 주력 전투기 발전사를 알 수 있게 된다. 1935년 미해군은 복엽기가 주류를 이루는 함재기를 최신 단엽기로 개편하려 하고 있었다. 특히 미해군이 가지고 있던 그라만사의 복엽전투기 F3F-1이 유럽의 신예기들에 비해서 한참 모자라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여러 항공사에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전투기의 제작을 요구해 놓은 상태였다. 미해군이 제시한 조건은 수평비행에서 시속 300마일 (482.80km)이상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단엽 전투기였으며, 이경쟁에는 브류스터, 세베르스키 (리퍼블릭) 그리고 그라만의 3개 항공사가 뛰어들었다.

* 이 전투기의 정확한 이름은?

흔히 'F2A 버팔로'라고 알려진 이 전투기는 사용 국가에 따라서 다르게 명명된 대표적인 기체이다. 미해군은 자체 전투기 명명법에 따라서 F2A라고 명명했으며 개량형은 F2A-1, F2A-3, F2A-3 로 사용되었다.

이 전투기가 핀란드에 수출되었을 때 브류스터사는 미해군의 제식명칭을 따르지 않고 브류스터사의 고유기호인 B-239 (미해군의 F2A-1에 해당)라는 명칭으로 수출했는데 핀란드는 이 기체를 수령한후 BW라는 제식기호에 일련번호를 붙여 사용했다. (예 BW-351)

영국공군에 도입된 기체는 이 기체가 미국산 들소의 외형을 연상시키다 하여 '버팔로'라는 명칭이 부여되었고 버팔로 Mk I, 버팔로 Mk II 와 같은 영국식의 제식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

* 본 글에서는 F2A 버팔로, 버팔로, B-239등의 명칭을 혼용하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브류스터사는 이 신예기를 미해군이 요구한 고속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단엽기로 디자인하고 랜딩기어가 완전히 수납되게 하였으며 항모 착함용 테일후크도 완전히 동체로 후퇴가 되는 가동식으로 장착하였다. 동체의 길이가 비교적 짧고 주익의 폭이 짧아서 항모에서 운용하더라도 엘리베이터에 탑재되기위해서 날개를 접을 필요가 없었다. 1936년 6월 22일 최초의 원형기가 해군에 납품되었는데, 브류스터사의 고유 모델 번호는 B-139였지만 해군에는 해군 전투기 명명법에 따라서 XF2A-1으로 납품되었다. 이 XF2A-1은 950마력의 라이트 XR-1820-22 공냉식 성형엔진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무장은 기수에 12.7mm 기관총 1정과 7.62mm 기관총 1정을 장비하고 있었다.

[ 해군에서 테스트중인 XF2A-1이 힘차게 선회하고 있다. ]

이무렵 경쟁사였던 그라만사는 F3F 복엽기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으로 XF4F-1이라는 시제기를 만들고 있었으며 이 기체도 복엽기였으므로 근본적으로 기존의 F3F에 비해서 크게 성능이 뛰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세베르스키사는 육군항공대용으로 제작하고 있었던 P-35 전투기를 항모용으로 개조하는 방법으로 XFN-1이라는 시제기를 만들었다. (훗날 P-35는 명전투기 P-47을 탄생시키는 모체가 된다.) 그러나 그라만사의 XF4F-1과 세베르스키사의 XFN-1은 해군이 제시한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서 유일하게 조건을 충족시킨 브류스터사의 XF2A-1이 가장 먼저 해군으로부터 수주를 따낼 수 있었다. (물론 이 결과에 매우 자존심이 상한 해군항공가의 명가 그라만사는 포기하지 않고 심기 일전하여 결국 버팔로를 밀어내게되는 F4F 와일드캣을 제작하게 된다.)

[ 양산형인 F2A-1 화려한 데몬스트레이션 컬러를 도색하고 있었다. 특징적인 망원경식 조준경을 볼 수 있다. ]

XF2A-1은 이후 해군의 테스트를 거치면서 실전에 적합하도록 몇가지 개량이 가해졌고 최고 속도 시속 304마일, 분당 2750피트의 상승률을 기록하게되고 항속거리도 1000마일에 달하게 되었다. 이로서 미해군의 요구조건은 완전히 달성되었다. 결국 F2A-1이라는 제식 명칭 (브류스터사의 고유기호 B-239)으로 1938년 11월 양산이 허가되고 54기의 주문을 따내게된다. 이무렵 그라만사도 끈질기게 XF4F-2를 제작하여 경쟁에 돌입하였으나 XF4F-2는 XF2A-1에 비해서 더 우수한 성능에도 불고하고 고질적인 엔진 트러블이 해결되지 않아 XF2A-1이 먼저 해군의 낙점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라만사는 포기하지 않았으며 결국 엔진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더욱 성능을 향상시킨 XF4F-3를 제작하여 해군의 주목을 받아 다시 경쟁에 참가하게 되고 결국에는 해군 전투기 경쟁에서는 최후의 승자가 된다.)

[ 핀란드 수출형인 B-239, 핀란드 공군에서는 이 전투기의 도입을 매우 환영했다. ]

이 무렵 유럽에서는 소련이 약소국 핀란드를 무력으로 침공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것이 이른 바 '겨울전쟁'이다. 소련이 힘을 앞세워 약소국 핀란드를 침공하자 핀란드의 입장에 대해서 동정적이었던 세계 각국이 핀란드를 지원했으며 미국도 이들중 하나였다. 결국 미국은 이당시 기준으로는 최신 기체였던 F2A-1 (B-239)를 44기나 핀란드로 수출형식으로 공여하게 된다. (이 당시 미해군에 겨우 5기가 납품된 상태였다는 것으로 볼 때는 매우 파격적인 원조였다.) 물론 브류스터사는 그 만큼의 수주를 더 따내게 되고 엔진을 1200마력의 라이트 R-1820-40 엔진으로 교체하고 무장을 12.7mm 기관총 4정으로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인 F2A-2 (브류스터사의 고유기호 B-339)로 제작하게 된다.

1941년초 항모 사라토가의 VF-3 소속 F2A-2 형이다.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주력 함재기 자리를 놓고 F4F 와일드캣과 자리를 다투고 있었다.

이후 1941년 1월이 되면서 두 번째 업그레이드로 조종사 보호를 위한 장갑판을 부착하고 항속거리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연료탱크의 용량을 늘이고 피탄시 기름이 새지 않도록 자동봉입장치를 도입한 F2A-3 (브류스터사의 고유기호는 B-439)가 제작되었는데, 이 기체는 중량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조종성이 불안정해지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브류스터사는 미해군으로부터 108기의 수주를 더 따낼 수 있었고 이 것이 F2A의 마지막 양산형이라고 볼 수 있다. 여하간 양산이 되면서 F2A 전투기는 미해군 최초의 단엽 전투기라는 기록을 가지게 되었다.

* 핀란드 하늘을 지킨 들소들

버팔로를 가장 먼저 전장에서 사용한 나라는 핀란드였다. 1939년 소련의 침략에 의한 혹독한 '겨울전쟁'을 치루고 있었던 핀란드는 미국으로부터 44기의 F2A-1을 공여받았다. 이 기체는 브류스터사의 고유 기호인 B-239라는 명칭으로 인도되었으며 주익에 2정의 12.7mm 기관총을 추가되었다.

[ 핀란드 공군 제24 전투비행대 소속의 B-239, 핀란드의 하늘에서 버팔로는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처럼 활약했다. ]

물론 지상에서 운용되어야 했으므로 불필요한 테일후크나 캐터펄트 고정장치등의 함재기용 부품들은 모두 제거되었다. 그러나 이 B-239는 겨울전쟁이 끝나갈무렵인 1940년 3월 3일에 간신히 인도되어 핀란드 공군에 배치되었다. 핀란드는 이 B-239 전투기들에게 BW라는 제식 기호뒤에 일련번호를 붙이는 고유의 명명법을 사용하여 44기의 B-239는 각 기체마다 BW-351부터 BW-394까지 일련 번호를 가지게 되었다. 이후 이 기체는 핀란드의 정예부대인 제24 전투비행대 (LeLv 24)에 배치되어 핀란드의 최일선 전투기로서 인정받게 되었으며 야전에서 개량이 이루어지는데 출고시에 설치된 망원경식 조준경이 핀란드측의 요구로 철거된어 십자형 조준기로 바뀐상태로 핀란드에 원조되었다가 핀란드에 도착한후에는 광원 조준기로 개선되었고 조종사 보호용 후방 방탄판도 보강되었다. 겨울 비행장에서 운용하기 위하여 스키를 장착한 모델도 있었는데 비행성능을 떨어뜨려 곧 폐지되었다고 한다.

1941년 7월 '계속전쟁'에서 맹활약한 B-239이다. 핀란드식의 형식 기호인 BW-380이 동체옆에 도색되어 있다. 망원경식 조준기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시기적으로도 막 생산된 신품을 인도 받은데다가 미해군이 채택한 신예기라는 점때분에 이 기체는 핀란드 조종사들에게는 꼭 타보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무렵 핀란드는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중고기체들을 구입하거나 원조받았는데 이중 버팔로는 신형에 속하는 편이었다.)

[ 미해군 기체와 핀란드 수출형의 조준기의 변화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초반에는 십자형 조준기를 사용하다가 후기에는 광원 조준기로 대체하였다. ]

이전의 겨울전쟁에서 소련의 침공으로 혹독한 고난을 당한 핀란드는 소련을 견제하기위해 독일과 동맹을 맺게되고 1941년 6월, 다시 소련과의 전쟁에 빠져들 게 되는데 이 전쟁이 이른 바 겨울전쟁의 후속편이라하여 '계속전쟁 (Continuation War)으로 불린 전쟁이다. 이때 B-239 전투기들은 소련기들과의 공중전에서 맹활약을 하여 상당한 전과를 올리게된다. 특히 당시 소련공군의 주력이었던 I-16이나 I-15와 같은 기체들에게는 압도적인 전과를 올렸으며 비교적 신형기인 야크-1, 야크-7에 대해서도 대등한 공중전 성능을 과시했다고 한다. 물론 소련이 독일의 맹공을 받는 상태에서 소련공군의 주력이 대독전선에 치우쳤고, 조종사들의 수준에서도 핀란드쪽이 소련보다 매우 높았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큰 전과를 올릴 수 있었던데에는 B-239의 성능이 어느정도 뒷받침 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핀란드 조종사들은 소련을 조국을 짖밟은 원수로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끈질기게 소련기들을 물고늘어졌다고 한다. 핀란드 조종사들의 경험에 의하면 버팔로는 소련의 I-16에 대해서는 매우 우세했고, 야크-1과 같은 소련의 신예 전투기들과도 저공에서는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고 한다. 계속전쟁에서 B-239는 아이러니칼하게도 소련으로 공여된 같은 미국제 전투기인 P-39나 P-40과 같은 기체들과 공중전을 벌이기도 했다. B-239를 몰았던 에이스들중에는 핀란드의 최고 에이스 에이노 유틸라이넨이 있는데 그는 그의 총 격추기록 94기중 34기를 B-239로 달성했다고 하며, 한스 빈트 같은 경우는 그에 뒤질세라 총 75기의 격추기록중에서 39기를 B-239로 격추하여 B-239만을 놓고 볼 때는 최고 격추기록을 수립했다고 한다.

* 호수에서 발견된 버팔로 *

얼마전 핀란드와 소련의 접경지역이었던 카렐리아 호수에서 호수 한가운데 가라앉은 한 대의 전투기가 발견되었다. 이 기체는 원형이 거의 손상되지 않은 B-239였다.

핀란드 언론은 즉시 이 전투기의 동체에 지워지지 않고 기록된 형식번호인 BW-372에 주목하여 이 기체의 조종사가 과연 누구였는가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결국 조종사는 소련과의 전투에서 실종된 로리 페쿠리 대위로 밝혀졌다.

[ 계속전쟁 당시의 BW-372 의 실제사진 ]

이 기체에대한 핀란드 국민의 관심도 대단해서 2차대전 당시 소련의 침략에서 조국을 구한 영웅적인 전투기로 다시한번 조명을 받았고 조종사였던 페쿠리 대위의 일대기와 그와 함께 싸웠던 동료 조종사들의 증언이 TV로 방송되는등 열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 페쿠리 대위의 BW-372의 일러스트, 버팔로는 핀란드의 영웅이었다. ]

2차대전에서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별 것아닌 전투기 한 대가 호수에서 발견된 것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일화만 보더라도 버팔로 전투기가 핀란드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러나 동부전선의 전세가 점차로 소련쪽으로 기울어가고 미국이 소련과 연합국 관계를 맺게되면서 독일의 동맹국인 핀란드는 미국제 부품을 구할 수 없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B-239의 야전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게되었다. 특히 이무렵에는 소련의 고성능 신예기들인 야크-3, La-5등이 모습을 나타내고 소련 조종사들의 수준이 높아지게 되면서 B-239도 점차로 수세로 몰려 손실률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B-239는 1944년까지 계속 야전에서 운용되었으며 제24 전투비행대의 모든 기체들이 독일제 Bf 109G-2로 교체될 때까지 계속 핀란드의 하늘을 지켰다. 핀란드 공군의 기록을 보면 B-239는 총 496기의 적기를 격추시켰으며 손실은 19대에 불과하여 격추교환비에서 26:1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물론 상당히 과장이 많은 데이터일 수도 있지만 BW-239가 초기 소련기들에 비해서 전혀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이터이다.)

* 동남아시아 전선

1940년초 영국은 동남아시아의 식민지 유지를 위해서 미국으로부터 B-339 (F2A-2)를 170기 주문했다. 영국 공군 관계자들은 이 전투기가 영국본토 공군이 사용하기에는 성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동남아의 식민지 유지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특히 독일 공군의 위협으로 허리케인이나 스핏화이어같은 신예전투기들은 본토를 지키는데도 벅찬 형편이었으므로 가격이 싼 B-339에 큰 매력을 느꼈다. (브류스터사는 수출형에 B-339라는 고유넘버뒤에 국적을 나타내는 기호를 붙였는데 벨기에 수출형은 B-339B, 네덜란드 수출형은 B-339D 그리고 영국 수출형은 B-339E라고 명명했다.)

[ 영국공군 제21 전투기대대 소속의 버팔로 MK I 전투기들이 도열해있다. 영국공군은 이 기체가 동남아시아 전선에서는 충분히 통한다고 생각했으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

영국은 야전에서 운용하는데 필요한 몇가지 개량 (엔진 교체, 랜딩기어 교체등)을 브류스터사에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자 곧장 납품을 받게 되었다. 미국제 기체와의 차이를 보면 엔진을 1100마력의 라이트 R-1820-G105로 교체하고 조준경을 영국제 마크 III 광원식으로 장착하였으며 항모 착함용 부품을 제거하고 조종사 보호용 방탄판과 전방창의 방탄 유리를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런 개량은 기체의 중량을 증가시켜 운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영국공군은 이 기체에 미국산 들소라는 '버팔로'라는 제식명칭을 붙였고 영국공군에 공급된 B-339는 버팔로 Mk I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로인해서 이 전투기는 F2A라는 미군기호보다 영국식 명칭인 버팔로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지게 된다. 본 리뷰에서는 F2A 버팔로라는 혼용 명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1941년 4월, 영국 공군은 말레이시아, 싱가폴, 버마등지의 식민지 공군에 이 기체를 공급했다. 특히 싱가폴을 근거지로 하는 영국 공군은 제67, 243 전투기대대를 주력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 부대의 조종사들은 영국 본토 항공전의 막바지에 선발된 신참들이 대부분이어서 경험도 훈련도 부족해서 결국 20기의 버팔로가 훈련도중 사고로 손실되었다고 한다.

1941년 12월 싱가폴 주둔 제488 전투기대대 소속의 버팔로 Mk I이다. 이 부대는 싱가폴 방어전에서 일본해군의 제로 전투기 부대와 교전하여 큰 손실을 입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이후 거의 동시에 남방작전이 시행되면서 동남아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공군의 버팔로 전투기들은 일본기들에 맞서 싸워야 했는데 Ki-27과 같은 일본 전투기들에게는 대등하거나 우세한 성능을 보였으나 곧 일본군이 자랑하는 신예 전투기 Ki-43 하야부사와 A6M2 제로와 마주치게 되었으며 이 전투기들은 버팔로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매우 우수한 비행성능을 과시했다. (태평양 전쟁 초기에 제로 전투기가 불패의 신화를 창조 할 무렵에 상당수의 버팔로를 제물로 삼았다고 한다.)

[ 말레이반도를 비행중인 버팔로 Mk I, 일본군과의 교전에서 대부분의 기체가 손실되었다. ]

게다가 지상전에서 영국군이 일본군에게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영국공군의 항공작전은 더욱 어려움에 봉착했다. 하늘의 상황도 비슷해서 영국군이 싱가폴에서 항복할 때까지 총 70기 이상의 버팔로가 공중전에서 손실되었으며 40여기는 지상에서 이륙도 못해보고 격파되었고 단지 10기 정도의 버팔로만이 생존하여 인도로 후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우수한 조종사들은 버팔로를 몰고 에이스가 되기도 했으며 제67 전투비행대대는 랑군 상공에서 펼쳐진 미국 용병대 플라잉 타이거즈와의 연합작전에서 일본군 폭격기들을 상당수 격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랑군 방어전에서 플라잉 타이거즈의 P-40이 얼마 안되는 손실로 일본기들을 다수 격추한 반명 버팔로는 일본 전투기들의 제물 신세를 면치 못했다. 태평양 전쟁 개전후 영국 공군의 버팔로는 총 40기의 일본기를 격추시켰다고 한다. 훗날 영국 공군의 기록에는 태평양 전쟁 초기의 일방적인 패배는 버팔로 전투기의 낮은 성능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종사들의 숙련도가 낮고 지상전의 전세가 너무 빨리 기울어 버린 것이 더 큰 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미드웨이

1942년 6월, 미해군이 운명을 걸고 총력전을 펼친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F4F 와일드캣의 수량이 부족하여 미드웨이 섬을 방어하기 위해 21기의 F2A-3 전투기가 미드웨이섬에 급파되었다. 이 버팔로를 수령한 부대는 미해병대 제221 전투비행대로서 7기의 와일드캣과 함께 혼성부대를 구성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실전 경험이 없었고 훈련도 모자라는 신참들이었다. 물론 미해군도 F2A가 F4F에 비해서 공중전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미드웨이 작전이 워낙 다급하게 추진되었으므로 미드웨이 섬에는 동원 가능한 모든 전력을 집중했고 따라서 F2A도 소중한 자원이었던 것이다.

Brewster F2A-3 Buffalo

분 류	1인승 함상 전투기
동 력	라이트 R-1820-40 공냉식 성형엔진 (1200마력)
최고속도	시속 516km
상승속도	분당 698m
항속거리	1652km
무 장	기수 - 12.7mm 기관총 2정 주익 - 12.7mm 기관총 2정

1942년 6월 4일, 오전 6시 일본군 공격기들이 미드웨이를 내습해오면서 미해병대의 전투기들은 급히 이를 요격하기위해 출동했는데 이들은 미드웨이에서 50km 떨어진 지점의 상공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일본 공격기대를 요격했다. 그러나 곧 일본의 호위전투기였던 A6M2 제로전투기들과의 공중전이 시작되었으며 근접 격투전이 벌어지면서 F2A는 제로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 미드웨이 해전에서의 대패이후 버팔로는 일선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사진의 기체는 1942년 8월 훈련기로 전용되어 조종사들의 훈련에 사용된 F2A-3이다. ]

공중전은 일방적으로 전개되었으며 총 13기의 F2A-3와 2기의 F4F-3가 제로에게 희생되었다. 이때 공중전에서 격추된 제로는 2기에 불과했다고 한다. (모두 와일드캣이 격추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F2A도 제로 1기를 잡았다고 하는 기록도 있다.) 이 처절한 공중전에서 간신히 생환한 기체들도 온통 구멍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물론 미드웨이 해전의 대승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미드웨이 수비대의 처절한 상황을 잊고 있었지만 이날의 공중전은 미해군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패배로 기록되어있다. 이날의 공중전에서 생환한 필립 화이트 대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만일 앞으로 F2A를 타고 제로기와 싸우라고 요구하는 지휘관이 있다면, 그는 부하들이 이륙도하기전에 격추될 것이라는 현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해군에서 F2A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본격적인 전투였으며 미드웨이 해전이 끝난후 미해군은 최일선 전투기에서 F2A를 완전히 제외하게되고 함대의 주력전투기로서는 F4F 와일드캣만을 사용하게 된다.

* 마치면서

비록 서방측의 전사에는 둔하고 성능이 떨어지며 일방적으로 패배한 기록을 남긴 전투기로 기록되었지만, 소련에 맞서 핀란드의 하늘에서 맹활약한 버팔로는 핀란드 국민들에게는 아직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물론 핀란드의 상황과 태평양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개전초의 소련기들과 일본기들의 성능 격차로 인해서 극과 극의 전과를 보였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 전투기를 조종한 조종사들의 신념과 실력에 따른 차이라고도 주장하는 글도 많이 볼 수 있는데, 냉전이후 2차대전사의 기술이 미국을 위시한 서방위주로 평가가 되던 시기가 지나고 최근 동부전선의 소련군의 역할이나 잊혀진 작은 전쟁의 비사들이 부각되면서 소련과의 처절한 전쟁에서 핀란드 조종사들의 굳건한 지지를 받았던 F2A 버팔로는 2차대전의 한귀퉁이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했던 전투기로서 점차 인정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