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War Planes*

◇ Heinkel He 162 Spatz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9. 4. 24

이번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GWP의 리뷰는 Naver 불타는 하늘 카페의 루닉님이 제공해주신 것으로 마이너 아이템에 해당하는 독일공군의 국민제트기 He 162에 대한 매우 자세한 분석이 들어있습니다. 이런 좋은 자료를 불타는 하늘에 제공해주신 루닉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후속편도 기고 예정이라고 하시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이 계획의 창안자와는 달리, 나는 항공기의 떨어지는 성능, 항속거리, 무장, 갑갑한 시야, 의심스러운 비행 성능 등 명백한 사실에 근거하여 반대했던 것이다.

또한 이 전투기가 전쟁이 끝나기 전에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들을 설득하려 했다. 나는 우리에게 남은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Me262에 남은 여력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엄청난 노동력과 재료를 낭비하는 이 사업은 Me262의 생산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였고, 전쟁이 끝나가는 상황에 우리가 또 한 번 힘을 분산시킨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 전투기총감 아돌프 갈란트 -

제3제국의 하늘

2차대전이 점점 중후반으로 치달아 가면서, 제3제국의 군대는 나날이 강해지는 적들에 맞서기 위해 물자와 인력을 끊임없이 쏟아부어야 했으며, 그것마저도 바닥을 드러낼 날이 점점 가까워 온다는 것을 차츰 깨달아 가고 있었다.

[ 1943년의 ’고모라 작전’, 함부르크 폭격의 참극 ]

모스크바의 문턱에 이르러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총통은 어느새 뒤집힌 전황으로 인해 매일 골치를 앓았다. 양쪽에서 연합군들이 전선을 옥죄어 오고 있었고, 낮에는 미국의 '비행 요새' 들이, 밤이 되면 영국의 중폭격기들이 폭탄을 퍼부어 여러 산업 시설들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 '비행 요새', B-17. 십여 정의 50구경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강력한 상대였다. ]

쓸 만한 전략폭격기 하나 없던 추축국과는 달리, 연합군의 폭격기들은 저마다 방어용 중기관총과 든든한 장갑을 갖추고 있었다. 수십 문의 중기관총에게 집중 사격당해 갈갈이 찢기기 일쑤였던 요격기 조종사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전투기와의 공중전을 대비할 필요까진 없었으므로 자신들도 로켓탄, 기관포팩 따위의 무장을 주렁주렁 달고 출격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 독일공군의 무서운 적수, 작은 친구들 ]

그러나 연합군의 우수한 신예 전투기들이 폭격기들과 동행하게 되자, 요격기 부대는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거운 부담을 떠안아야 했고, 하루가 다르게 전투기와 조종사의 수는 부족해지고 있었다.

국민전투기 프로젝트

[ '국민돌격대', Volksstrum의 선전 포스터 ]

한계가 가까워 오자, 독일은 '국민돌격대', ‘히틀러 소년단’ 따위의 이름으로 청소년과 노약자까지 징집하여 구식 총과 판쪄파우스트를 쥐어 주고 총알받이로 내보내기에 이르렀다.

이미 1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모든 이들은 전쟁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변모하였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고, 따라서 '국민돌격대' 에게도 자신들의 하늘을 지켜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Volksjäger', 곧 '미숙한 조종사도 쉽게 조종할 수 있고 생산이 간단한 국민의 전투기'라는 개념에 이르게 되었다.

[ 합판과 캔버스로 만들어진 붉은 군대의 Yak-1 ]

값싼 재료와 간단한 생산방법으로 전투기의 숫자를 맞추는 해답은 사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신들에게 괴멸 직전에 몰려 있던 붉은 군대가 부족한 경합금 대신 합판과 캔버스로 쓸 만한 전투기를 만들어, 공세를 버티고 마침내 전세를 뒤집을 기반을 마련했던 것이었다. 단지 입장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독일 항공성 (Reichsluftfahrtministerium, 이하 RLM)에서 이 방안을 구체화하였고, 1944년 9월 8일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발표되었다.

= 국민전투기의 요구조건 =

* 전략 물자의 사용을 최소화할 것.

* BMW 003 터보제트엔진 1기를 동력으로 사용할 것.

* 2,000kg의 최대 이륙중량으로 500m의 활주로에서 이륙할 수 있을 것.

* 750km/h 이상의 최대속도와 30분 이상의 체공 성능을 갖출 것.

* 30mm MK108 기관포 2문(1문에 40-50발의 탄환) 혹은

20mm MG151/20 2문(1문에 100-125발의 탄환)으로 무장할 것.

* 악천후에도 작전할 수 있도록 라디오 장비를 갖출 것.

몇 개의 항공사에 제안서가 돌아갔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1944년 9월 10일에 아라도, B&V(Blohm und Voss), 포케볼프, 피젤러, 하인켈, 융커스, 메서슈미트, 시벨 등 8개 항공사에 제안서가 전달된 것이다.

이미 Me262를 생산하고 있던 메서슈미트 사는 참가를 거부했으며, 시벨과 피젤러의 참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아라도, 하인켈, B&V, 포케볼프, 융커스의 다섯 회사가 제안서를 낸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이 중 아라도와 하인켈만이 제트기를 설계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제안서가 나간 지 닷새밖에 지나지 않은 9월 15일, RLM의 전문가들이 다섯 회사의 제안들을 검토하기 위해 회의를 가졌다.

국민전투기 청문회

다섯 개의 항공사는 제각각 갖고 있던 설계안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설계안을 낸 것이었다.

[ Arado E.580 ]

아라도의 E.580은 그들이 1943년 내놓았다 거부당한 설계안을 수정한 것이었다. 이 설계는 하인켈 사의 디자인과 비슷하였으나, 좀 더 많은 기술이 요구되는 저익을 갖추고 있었다.

[ Blohm&Voss P.211, 수정된 계획안 ]

B&V사의 처음 제안은 매우 심플하였다. 직선의 주익이 동체 위쪽에 붙어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후퇴각이 없는 미익이 튜브 형태의 스파에 붙어 있었다. 며칠 후 수정된 제안은 동체 아래쪽에 붙은 후퇴익을 장비하였으며, 삼각형의 미익을 가지고 있었다. 계산상 P.211은 865km/h의 최대속도를 낼 수 있었으며, 설계도상으로는 가장 우수한 제안이었다.

[ Focke-Wulf 'Volksflugzeug' ]

포케볼프사의 첫번째 설계안은 기존 계획의 Twin-Boom 형태의 'Flitzer' 에 기초하였다. He.S 011 엔진을 장비하기로 되어 있던 것을 BMW 003엔진으로 변경하고 날개 면적을 14제곱미터로 줄였다.

이 회사의 두 번째 제안은 [국민항공기] 라는 명칭을 지녔으나, 이름과는 다르게 이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물건이었다. T자 형태의 미익을 가졌고 후퇴익이나 일반 수평익을 선택할 예정이었다. (이 설계안은 나중에 유명한 Ta183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된다.) 융커스 사의 제안서는 사내명칭 EF 123 혹은 EF 124로 추정되는데, 이는 Heinkel의 P1073과 비슷하게 생긴 간단한 항공기였으나 터보제트 엔진이 동체 아래에 달려 있다는 결점이 있었다는 것만 전해진다.

[ 하인켈 P. 1073의 초기 디자인 ]

하인켈은 그 전부터 Me262의 대체기종으로 기획된 설계안 P. 1073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가느다란 동체 상하에 달린 쌍발 엔진과 후퇴익, 그리고 V형 미익의 특징적인 형상들을 가지고 있었다. 국민전투기 제안서의 내용에 맞추기 위해, 하인켈은 P1073의 크기를 줄이고 일반적인 직선형 주익과 두 개의 수직미익이 수평미익의 끝에 달린 일반적인 미익으로 바꾸었다. 동체 아래쪽의 엔진은 취소되었으며 제안서에 맞추어 He S.011을 포기하고 BMW 003 엔진이 장착되었다.

그렇게 9월 15일에 회의가 시작되어, 금세 B&V 와 하인켈 두 회사만이 남게 되었다. 이 경합에서 승리하는 회사가 제3제국의 마지막 희망, '국민전투기'를 생산하게 될 것이었다.

전체적인 성능과 조종사의 입장에서, P. 211은 수정된 P. 1073보다 우수해 보였다. 설계상 P.211은 시계가 매우 좋았으며, 전략 물자인 듀랄루민을 덜 사용하며 운송을 위하여 분해하고 조립하기도 간편하였다. 두 회사는 수정안을 낼 것을 요구받았고, 9월 19일 두 개의 수정안이 최종적으로 검토되었다.

[ He P.1073의 수정안. He162의 원형이 되는 디자인이다. ]

나흘 후, 9월 23일 발표된 최후의 승자는 하인켈이었다. 하인켈 사의 설계안은 빨리 생산하기 용이하며, 작업기한을 맞추기 쉬우며 생산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Bf109의 메인 랜딩기어 부품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므로, 새로운 타이어나 부품을 위한 설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국민전투기를 설계하다

하인켈 사의 두 설계자 지크프리트 권터와 칼 Schwärzler(슈베츨러..라고 하면 되겠죠?)는 1944년 11월 5일까지 디자인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 시점에서 하인켈 사의 사장인 에른스트 하인켈은 이 P. 1073에 He500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있었으나, RLM에서는 He162라는 제식 번호를 부여하였으며 (162라는 번호는 1937년 메서슈미트의 폭격기 시험기에 허가된 번호였고, 1939년 이래로 결번이었다.) 또한 'Spatz' (오스트리아 방언으로 '참새' 라는 뜻이다) 라는 별명을 붙였다.

(오래 된 자료에서는 이 항공기를 ‘Salamander’ 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Salamander’라는 명칭은 항공기의 명칭이 아닌, 목재로 만들어지는 부분을 제작하던 하청업체들에 관련된 명칭이다.)

[ He162의 전체적인 모습 ]

He162는 전반적으로 심플하게 설계되었다. 응력외피를 민머리 리벳으로 고정한 세미-모노코크 구조의 동체는 듀랄루민으로 제작되었으나, 랜딩기어 도어와 라디오 계기의 커버 등 사소한 부분들은 대부분 합판으로 제작되었다.

[ He162의 조종석 ]

조종석에는 최소한의 계기만을 설치했다. 예를 들어 기수 랜딩기어의 인입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조명 등의 장치를 사용하는 대신 계기판 밑의 투명 플라스틱 창으로 바퀴가 내려갔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막이 바로 앞에도 인디케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바로 폭약으로 작동되는 사출좌석으로써, 이는 조종사가 제트엔진 흡입구로 빨려 들어가는 일 없이 안전하게 탈출하도록 해 주었다.

[ He162의 주날개 구조. 짙게 칠해진 부분 내부의 공간은 연료 탱크로 사용되었다. ]

위쪽에 붙어 있는 주익은 두 개의 스파가 가로지르고 있었고, 4개의 볼트로 동체에 고정되었다. 주익의 골조는 4-5mm 두께의 합판으로 덮여 있었고, 두 스파 사이의 공간을 특수한 페인트로 처리하여 인테그랄(기체 구조물 내부에 밀폐된 공간을 두어 연료탱크로 사용하는 형태) 방식 연료탱크로 이용하였다.

이 주익은 날개 끝의 윙팁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판이었으며, 모든 부분이 여타 점검창 없이 영구적으로 고정되어 있었으므로 내부를 점검하거나 수리하기 위해서는 윙팁을 떼고 특별한 도구와 거울을 이용하여야 했다. 기본적인 플랩과 에일러론이 장비되었는데, 주익과 똑같이 나무 뼈대와 외피로 제작되었고, 모두 엔진의 동력을 이용한 유압 장치에 의해 가동되었다. 주익 내측의 플랩은 최대 45도까지 두 단계로 작동되었으며, 트림 탭이 붙은 에일러론은 상하 18도로 가동되었다.

또한 He162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인 듀랄루민제 윙팁은 3번째 실험기부터 장착된 것으로써, 알렉산더 리피쉬 박사의 작품이었다. 55도 정도의 각도로 아래로 휘어진 이것은 항공기의 자세 안정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리피쉬의 귀' 라고 불리웠다.

[ He162의 미익 ]

전금속제의 수평 미익은 좌우로 두 개의 스파가 가로지르고 있었으며, 동체 끝부분의 원뿔에 부착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전금속제였으며, 트림 탭도 달려 있었다. 수직 미익은 외피를 알미늄판으로 만들었으며 수평미익 외측에 세 개의 볼트로 고정되었다. 방항타는 좌우 25도의 가동 범위를 갖고 있었다.

[ He162의 주 랜딩기어/앞바퀴 ]

랜딩기어는 세발자전거 형태였고, 모두 유압식의 충격 흡수 장치와 합판으로 된 문을 지니고 있었다. 기수에 달린 앞바퀴는 방향을 바꿀 수 없고 브레이크도 갖고 있지 않았다. 동체 중앙에 위치한 두 바퀴 사이의 간격은 1.5m에 불과했으며, 조종사는 랜딩기어의 격납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아야 했다.

[ BMW 003 Turbojet ]

정지추력 800kg의 BMW 003E-1/2 축류식 터보제트 엔진 1기가 He162의 동력이었다. 50시간 정도의 수명을 지닌 이 엔진은 표준적인 옥탄가 87의 가솔린을 사용했으나, 이후 J2 항공연료(디젤유)도 사용할 수 있었다. 연료는 동체에 695L, 날개 한 쪽에 각각 175L를 실었으며, 랜딩기어 뒤쪽의 동체에 로켓 보조장치(RATO)를 장착할 수도 있었다.

[ 무장창의 설계도]

양쪽 기수 아래측에 달린 무장은 전기-유압식으로 작동하였다. 몇몇 시제기와 He162 A-1형은 30mm MK108기관포 2문과 1문당 50발의 탄약을 적재하였다. 그러나 주로 양산된 He162 A-2형은 20mm MG151/20 기관포 2문에 각각 120발의 탄약을 적재하였다. 무장창의 문은 목재로 되어 있었고, 탄피는 무장창의 틈으로 배출되었다. 기타 장비로는 기총 조준기 Revi 16B/G가 계기판 위에 장착되었으며, 라디오 장비로는 FuG24와 반능동식 라디오 나침반 ZVG16, 피아식별장치 FuG 25a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FuG24는 그리 믿을 만한 장비가 아니었으므로, FuG16이 ZVG16과 조를 이루어 장치되었다. 전원은 엔진에 연결된 발전기에서 공급하였고, 비상용 배터리도 장비되었다.

번갯불에 콩을 볶듯이

* He162 V1은 거의 완성되었다. 날개가 잘 맞는다.

* V1의 엔진은 운송 도중 약간 파손되었다. BMW 사에서 엔진 장착을 돕기 위해 대리를 보냈으니 더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 처음 만들어진 꼬리날개 부분이 급히 도착했는데, 규격에 들어맞지 않는다. 곧 교환되어 온다고 한다.

* V2의 날개는 28일에 운송되어 올 것이다.

* 항공사에서 날개의 금속자재를 아직 완성치 못했지만, 29일에 도착할 것이다.

- 1944년 11월 27일, 엔지니어 C. Francke의 메모 -

He162의 첫 번째 시제기를 만들기 위해, 1944년 11월 중순부터 비엔나의 하인켈 공장에서는 일요일까지 12시간 2교대 근무가 시작되었다.

하인켈 공장의 숙련된 금속판 전문공들이 모노코크, 세미모노코크 구조의 듀랄루민 동체 부분 제작에 애를 먹고 있던 와중에 주익, 수직꼬리날개 외판, 랜딩기어 커버와 노즈콘, 테일콘 등 100% 목제로 제작되는 부분은 가구, 스포츠용품, 피아노 등을 만들던 여러 작은 회사들에게 하청되었다. 항공기용 목재 등의 재료는 잘 공급되었지만, 대부분의 이 회사들은 항공기 부품 따위를 생산한 일이 없었으므로, 이에 따라 종종 부품이 규격에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국민전투기의 시제기들

[ He162 V1 : W.Nr. 200001. 아직 특징적인 윙팁이 설치되지 않았다.]

최초의 시제기 He162 V1이 11월의 끝자락에 순조롭게 완성되었다. 12월 6일, 시험조종사 Gotthold Peter(고트홀드 페터...가 맞겠죠?)가 시제기 W.Nr. 200001의 사출좌석에 올라탔다. 조종사는 슈페하트의 콘크리트 활주로의 끝까지 택싱했고, 엔진을 잠깐 켜 보고 기체를 점검한 후 플랩을 내렸다.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브레이크를 풀자 비행기는 순조롭게 170Km/h로 가속되었으며, 조용히 조종간을 당기자 실험기는 순조롭게 날아올랐다.

페터는 20여 분 동안 계속 정해진 위치를 맴돌았으나 별다른 이상은 감지되지 않았다. 세로 방향 안전성을 제외하면 비행 특성은 꽤 좋은 편이었다. 실험 비행은 랜딩기어를 내린 채로 시속 300Km/h를 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며, 비행 중 갑작스러운 후류에 의해 조종사도 모르게 랜딩기어 커버가 날아가 버린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

4일 후, 1944년 12월 10일, 페터는 또 한 번 날아올랐다. 독일 공군과 나치당의 고위 간부들이 보는 자리에서 비행을 하게 된 것이었다. 시제기는 그럴싸하게 이륙했고, 랜딩기어를 집어넣고서 낮게 여러 번 돌았다. 마지막 저공 통과에서, 100m 고도로 735Km/h로 비행하고 있을 때 대재앙이 발생했다.

[ 대 재앙이 일어나다 ]

오른쪽 날개의 에일러론이 뜯겨 나갔고, 항공기는 높은 G로 걷잡을 수 없이 굴렀다. 따라서 Peter는 사출좌석을 작동시킬 수 없었으며,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윽고 왼쪽 날개까지 뜯겨나가기 시작하면서 결국 비행기는 빙빙 돌다가 얼어붙은 땅에 처박혀 폭발하고 말았다. 결국 페터는 그 자리에서 3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RLM 측은 이 사태에 대해 냉정하였지만, 지금껏 들인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포기하고 다른 기종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모두들 개발이라는 일의 속성에 따라 수많은 인명과 물자가 요구될 것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이 사고 이후 하인켈 항공사의 고위 직원들에 의한 자체 조사 결과 목재 주익의 결합 불량과 주익의 공기역학적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후 개발진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으며,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던 계획의 열기에는 찬물을 끼얹어진 격이었다.

그런다고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리지는 않았다. 마침내 1944년 12월 22일 늦은 시간, 다시금 두 번째 시험기 He162 V2가 시험비행을 성공시켰다.

리피쉬의 귀

[ '리피쉬의 귀' 윙팁 ]

첫번째 실험기의 추락사고에 관해 조사하던 사람 중 하나인 알렉산더 리피쉬 박사가 He162의 공기역학적 측면에서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는데, 이것이 바로 He162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특이하게 기울어진 윙팁이었다.

[ ‘리피쉬의 귀’를 장비한 He162의 전체적인 모습 ]

'리피쉬의 귀'는 V3과 V4에 처음 장비되었다. (이후 시험기의 명칭은 V (Versuchmuster, prototype) 에서 M (Muster, model)로 바뀌어, V3과 V4는 각각 M3과 M4로 바뀐다.) 이들의 날개에는 새로운 윙팁 이외에도 합판 외피를 강화하여 튼튼해진 날개와 무게중심을 잡기 위한 무게추를 장비했다.

1945년 2월 말에 행해진 He162 M3의 시험비행은 새로운 설계의 유효함을 증명하였다. 2월 28일에는 수평 비행에서 880km/h의 속도를 기록하여 RLM의 요구조건을 뛰어넘었다. 초기에 양산된 형태의 10기의 'He162 A-0'은 슈페하트에 남아 여러 가지 잡다한 실험을 수행하게 되었다. M3과 M4에서 실험되던, 동체 접합부의 곡선과 에일러론의 표면적 증가에 의한 날개의 공기역학적인 특성이 완벽하다고 증명되자, 이 설계대로 모든 목제가공 시설에서 He162가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수백, 천, 수천! 우리는 적들을 제국 국경 밖으로 몰아낼 것이다!"

- 제국원수 헤르만 괴링 -

양산을 향하여

M4 이후, 처음으로 30mm MK108 기관포를 장착한, 초도 양산형 (He162 A-1)의 사양을 갖춘 M6(W.Nr. 200006) 이 출고되었다. M8 이후로는 A-2형의 사양을 갖춘, 2문의 MG151/20 기관포와 각 120발의 탄약을 장비한 실험기들이 제작되었다. 수많은 실험기들이 새로운 엔진, 새로운 기체 구조 등을 시험받았으며, 1945년 2월 12일까지 103번의 시험 비행이 이루어질 정도로 작업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 지하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He162. 종전시 상당한 수의 He162가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

그 와중에 2월 25일에는 M3이 추락하였고, 하루 전에는 M20이 랜딩기어 이상으로 착륙 중에 심한 피해를 입었다. 한편 2월 말 M22와 M23이 시험비행을 가질 때, M22가 기체에 연료가 많이 남아 있었음에도 엔진이 정지하여 비상착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Negative G 기동을 하였을 때 연료펌프 이상으로 연료공급이 차단되었던 것이다. (BoB에서 Bf109E가 가졌던 강점 중 하나가 Negative G에서도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임을 생각해보라) 이와 같은 원인으로 3월 2일에는 M25가 파괴되었으며, 이 문제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월 동안 전투비행단 하나를 꾸릴 만한 He162들이 생산되었다.

Heinkel He162 A-2 'Spatz'

분류 : 단발단좌 제트 전투기

엔진 : BMW 003E-1/2 축류식 터보제트 엔진 (정지추력 800kg, 30초간 비상출력으로 920kg)

전장 : 9050mm(피토관 포함시 9650mm)

전폭 : 7200mm

전고 : 2600mm

익면적 : 11.16㎡ (익면하중 265Kg/㎡)

중량 : 동체자중 1663Kg, 무장시 2805kg

최대 속도 : 해면고도에서 790Km/h, 6,000m에서 838Km/h (비상출력시 905km/h)

항속 거리 : 975Km

한계 고도 : 12,000m

무장

(A-1형) 기수하단 양측에 MK108 30mm 기관포 2문, 1문당 탄약 50발

(A-2형) 기수하단 양측에 MG151/20 20mm 기관포 2문, 1문당 탄약 120발

국민전투기 비행대의 창설을 향해

새로운 항공기를 실전에 투입하는 첫 단계는 테스트 조직을 만들어 비행기를 몰아 보는 일이다. 1945년 1월 He162를 위한 실험비행대 162 (Erprobungskommando 162)가 레흘린에서 창설되었다. 과정이 진행되고 난 후 이 비행대의 고참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투비행단 JG80을 창설할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 민족사회주의자 비행군단의 깃발과 히틀러 유겐트의 선전 포스터 ]

그러나 이 계획은 수정되어, 몇몇 고참들은 레흘린에 남아 국민전투기 계획의 일환인, 히틀러 유겐트(Hitlerjugend) 청소년들을 속성 교육시키는 일을 맡게 되었다. 이 풋내기들은 트레빈의 민족사회주의자 비행군단(NSFK) 글라이더 학교에서 비행술을 배우게 될 것이었다.

[ SG38 글라이더 ]

이들은 원래 각종 글라이더로 기초적인 훈련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훈련이 느려질 것으로 예상되자 RML은 본격적인 훈련기인 Arado Ar96B 등에 이들을 태워 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런 속성교육 자체가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이들을 He162에 태워서 연합군 공군과 싸우게 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 Bf109 G-12. G-6 따위에 후방석을 추가하여 급조한 훈련기였다.]

따라서 훈련 과정은 연장되었으며, 좀 더 진보된 항공기, 즉 복좌의 Bf109 G-12나, 복좌형의 He162 개량형에 탑승시켜 훈련을 시키는 것이 검토되었다.

총체적인 국민전투기 프로그램은 바로 대량의 새로운 파일럿 양성에 직결되어 있었으며, 오직 숙련된 조종사만이 He162를 조종할 수 있었다는 것은 비행 가능한 He162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가동 가능한 He162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노련한 조종사들에게 He162에 대한 전환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름 높은 JG1이 그 대상이 되었다. 프랑스를 침공하던 때부터 계속 일선에서 활약했던 JG1은 이제 마지막 순간까지 하늘에서 싸울 운명을 받게 되었다.

제 1 전투비행단, 참새를 장비하다

[ Jagdgeschwader 1 ]

1945년 2월 8일, 공식적인 교체 작업이 시작되었다. 파힘 공항에 하인켈사의 시험 조종사들과 기술진들이 도착해 있었고, 파일럿들은 그 곳에서 전환 훈련을 받게 될 것이었다.

[ 추락한 He162. He162는 그리 조종하기 쉬운 기체가 아니었다 ]

2월 27일 도착한 조종사 10명은 비엔나로 옮겨, 훈련에 쓰일 두 대의 초도양산형 기체, He162 M8과 M19를 지급받게 되었다.

훈련은 곧 엉망진창이 되었다. 3월 12일에는 엔진 고장으로 인해 M8이 파괴되었고, 이틀 후 M19의 강착 장치가 고장났을 때에는 불행히도 비행기가 기름통 더미에 들이받는 바람에 조종사가 사망했다. 더 이상 운용 가능한 항공기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조종사들은 항공기 없이 파힘으로 되돌아갔다.

3월 후반, 제 1 그루페의 조종사 10명이 로스톡 근방으로 이동했다. 이 곳의 He162 부자재 생산 공장에서 이들은 기계공 및 시험 조종사에 의해 철저히 검수받은 몇 그룹의 항공기를 수령했으며, 이들은 이 항공기를 몰고 월말까지 기지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었다. 이 기종전환과정에 대해 RLM 측에선 실망하지는 않았으며, JG1의 제 2 그루페 (Ⅱ./JG1) 또한 He162를 지급받도록 결정되었다. 제 3 그루페(Ⅲ./JG1) 또한 1945년 5월에 He162로 기종전환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이 계획과는 달리 Me163을 운용하던 JG400의 1,2 그루페, 그리고 JG27과 JG77의 기종전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또한 1945년 5월에는 자원한 조종사들로 이루어진 민병대 '국민돌격대 전투비행단' 이 창설될 예정이었으나 그 전에 기지를 연합군에게 점령당했다.)

[ 자신의 He162와 함께한 에밀 데무쓰 중령. 수직미익에 킬마크가 그려져 있지만,

그는 이 기체로 격추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 ]

일련의 일정들은 빠르게,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 4월 1일에 비엔나의 하인켈 지사가 소련군의 진격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잘츠부르크 근처의 옌바흐로 이전했을 때는 몇 대의 He162가 클라겐푸르트에서 여전히 시험 중이었고, 베른부르크의 융커스 공장에서는 아직 20대의 He162밖에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여러 잡다한 일 때문에 JG1의 기종교체는 지연되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3월 말 JG1은 58대의 He162를 수령했다. 어찌 되었건 수송 특공대가 무사히 운반해 온 새 항공기를 수령하기 위해 JG1은 파힘에서 루드빅스루스트로 이전했다.

[ JG1의 마지막 보금자리, 렉의 위치 ]

4월 15-16일 사이, 1./JG 1은 덴마크 국경 근처의 렉 공항으로 이전하여 북해에서 베를린으로 쇄도하는 연합군의 폭격기들과 맞서게 될 것이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전투태세에 돌입한 것은 4월 20일이지만, 16일부터 이미 그들은 작전비행을 수행하고 있었다.

얼어붙은 하늘을 날다

1945년 4월 19일, 1./JG 1에 첫 번째 희생자가 기록되었다. 막 이륙하던 한 대의 He162가 P-47에게 격추되었다. 4월 20일에는 세 비행중대의 모든 He162가 영국 공군의 기지를 공격하는, 최초의 임무를 위해 날아올랐다.

이에 영국 공군의 템페스트 전투기들이 요격을 나서서 한 대의 He162를 격추하였다. (조종사는 수많은 찰과상을 입고 살아남았다.) 또한 미 공군 제 12 전술정찰대의 F-6 정찰기(P-51의 정찰기형)가 기종 미상의 적기를 격추하였다고 보고하였고, 이후 이 항공기는 He162인 것으로 판명되었으나 공식 격추로는 인정되지 못하였다.

[ 기체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조종사들 ]

5월 2일에는 JG1 제 2 그루페와 다른 비행단원 또한 렉으로 이전했다. Stabstaffel은 16기, 두 그루페들은 각기 52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기로 하였으나 이 숫자는 채워지지 못하였다. 새 항공기는 계속 도착하고 있었으나, 제각기 다양한 결함을 지녔고 때문에 대개 날릴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별 수 없이 조종사들은 비행기 한 대를 몰기 위해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 He162 A-2 W.Nr. 120013, 루돌프 슈미트의 '흰색 1번기' ]

JG1의 He162 운용 전과로는 제1 그루페의 루돌프 슈미트 소위가 영국 전투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격추는 지상의 대공포대에서도 주장된 것으로써 논란이 일었다. (자료에 따르면 JG1의 He162 운용기간 동안의 격추전과는 없다. 그러므로 이 격추 또한 공식으로 인정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또한 그는 1945년 4월 20일 엔진이 고장난 상황에서 He162의 사출좌석을 이용하여 살아남은 최초의 조종사가 되었다.

5월 5일 오전 8시 정각, 비행대는 모든 작전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대원들은 항공기를 파괴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그 날 밤 늦게 도달한 새로운 명령에 따라 기체를 내팽개치고 탈출하였다.

[ 잘 정렬된 JG1의 He162들 ]

5월 8일 영국군이 차량을 몰고 JG1의 기지를 접수했는데, 그들은 캔버스 커버까지 완벽히 씌워진 채로 줄 맞추어 정렬된 He162들을 발견하였다. 이것이 He162의 전투기록과, 이 항공기를 장비했던 유일한 전투비행단 JG1의 최후였다.

한때 제3제국이 모든 희망을 걸었던 '국민전투기'는 연합군에게 접수된 항공기 중 가장 관심받는 연구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제3제국의 마지막 희망을 실었던 제트 전투기는 세계의 몇몇 박물관에서 전체주의의 비극을 담담히 증언하고 있다.

◆ He 162 일러스트 Collection

1945년 5월 렉에 주둔하던 JG1 제 2그루페의 He162 A-2 (W.Nr.120021)

1945년 1월 25일 처녀비행한, 융커스 공장에서 첫번째로 생산된 He162 A-1(W.Nr.300001)

영국에게 노획된 He162 A-2(W.Nr.120072) 이다. 이 기체는 1945년 11월 9일 추락했다.

1945년 5월 렉에 주둔하던 JG1 제 2그루페의 He162 A-2 (W.Nr.120077)이다. 이 기체는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의 항공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20번째 실험기인 He162 M20 (W.Nr.220003). 1945년 5월, 뮌헨-리엠에 있던 기체이다.

1946년 소련에서 테스트를 받던 He162 A-2

1945년 5월 렉에 주둔하던, JG1 제 1그루페 스타펠 대장 헬무트 퀸의 기체

마치면서

무모한 전쟁을 일으켰던 제국주의 일본과 나치 독일의 공통점은, 수세에 몰리면서 몇몇 가지의 강력한 병기나 충격적인 전술이 전황을 일순간에 타개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었다. 수뇌부의 잘못된 열망으로 벌어진 가미카제, 엘베 특공대, 국민 돌격대 등의 희생은 결국 수많은 인명과 귀중한 물자를 헛되이 날려보낸 것이었다. He162의 성능이 어떠하였고, 더욱 일찍 생산되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를 따지기에 앞서, 이 국민전투기 프로젝트도 결국은 전체주의의 헛된 몰락을 상징하는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일 것이다.

Reference

Ledwoch, Janusz. He-162 Volksjager (Wydawnictwo Militaria 49). Warszawa, Poland: Wydawnictwo Militaria, 1998. ISBN ISBN 83-86209-68-2.

Balous, Miroslav and Bílý, Miroslav. 'Heinkel He 162 Spatz (Volksjäger) (bilingual Czech/English). Prague, Czech Republic: MBI, 2004. ISBN 80-86524-06-X.

Morgan, Hugh and John Weal. German Jet Aces of World War 2 (Osprey Aircraft of the Aces No 17). London: Osprey, 1998. ISBN 1-85532-634-5.

http://www.luft46.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