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War Planes*

◇ Henschel Hs 123 ◇

This document was edited at 2006. 12. 13

독일공군의 급강하 폭격기라고 하면 누구나 귀청을 찢는 듯한 싸이렌을 울리며 지상의 적군을 향해 내려꽂히는 공포의 사신 융커스 Ju 87 슈투카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슈투카가 이 Ju 87의 별명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지만, 사실 '슈투카 (Stuka)'는 독일어 'sturzkampflugzeug (급강하 전투 항공기)의 약자로서 원래는 급강하 폭격기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사실 Ju 87 슈투카가 실용화 되기 이전에 먼저 실전에 투입되어 활약했던 한 기체가 슈투카라는 별명을 얻을뻔 하기도 했던 것이다. 불타는 하늘의 Great War Planes ... 이번회에는 독일공군 최초의 슈투카 - 헨쉘 Hs 123 급강하 폭격기에 대해 알아보자.

급강하 폭격기의 시대

1930년대 초반, 미국에서 개최된 에어쇼에서 커티스사의 급강하 폭격기가 공개적인 시범비행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인 이후 전세계적으로 급강하 폭격기의 가능성이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특히 이 시범비행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1차대전의 탑에이스 출신이자 독일 참관단의 대표였던 에른스트 우데트는 급강하 폭격기가 가진 잠재적인 능력을 크게 평가했으며 귀국하자마자 독일공군도 빨리 급강하 폭격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히틀러에게 보고했다.

[ 1935년 급강하 폭격기 사업에서 테스트중인 Hs 123 V1 원형 1번기 ]

1933년, 한창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히틀러는 우데트의 보고서를 읽어본후 즉시 급강하 폭격기를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융커스 Ju 87 슈투카지만, 당시로서는 첨단의 기술이 필요했던 슈투카의 개발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므로, 독일항공성은 우선 당장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엽기형 기체를 별도로 개발하여 빨리 조종사들의 훈련과 실전에 투입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이에 따라 각 항공기 제작사들이 급강하 폭격기 개발사업에 참가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참가한 업체는 헨쉘사와 피즐러사였다.

두 회사 모두 몇 개월만에 단좌 복엽기 형태의 급강하 폭격기의 원형을 개발했으며, 1935년 봄에 비교 시험을 받게 되었다. 이 시험비행에는 급강하 폭격기 개발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에른스트 우데트 장군이 직접 탑승하기도 했는데, 그는 헨쉘사의 Hs 123 V1 원형기와 피즐러사의 Fi 98 원형기를 모두 탑승해 본후 여러 가지면으로 볼 때 헨쉘사의 Hs 123 V1이 월등히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결정을 내렸고 결국 독일공군 최초의 급강하 폭격기 사업의 주 계약자로 헨쉘사가 선정되었다.

경쟁에서 승리한 Hs 123은 650마력의 BMW 132A-3 공냉식 성형엔진을 장비했으며 주로 섬유재질로 제작된 주익과 보조익의 조종면 (러더, 엘리베이터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금속제로 제작된 기체였으며 더 폭이 넓은 상면주익과 약간 폭이 좁은 하면주익을 가지고 있었고, 야전에서의 운용에 용이하도록 폭이 넓게 설치된 튼튼한 주강착장치와 개방식 조종석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 1936년 독일공군에 정식으로 채택된 Hs 123 급강하 폭격기대, 초창기 독일공군 재건당시에 사용된의 기체들의 도색패턴과 마킹을 잘 보여준다. ]

그러나 급강하 폭격을 위한 테스트 과정에서 기체에 주어지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원형기 3기중 2기가 급강하의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테스트 비행중에 주익이 파손되는 사고로 대파되어 2명의 조종사가 모두 사망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런 시련이 있었지만 다시 제작된 4번째 원형기는 더욱 튼튼하게 설계된 주익을 가지게 되었으며 1935년 여름에는 모든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고 최초의 양산형 Hs 123A-1이 대량 생산되어 1936년부터 독일공군에 실전배치되었다.

이 Hs 123A-1형은 730마력의 BMW 132Dc 엔진으로 더욱 강화되었으며 엔진 카울링 상면에 고정식의 7.9mm MG 17 기관총을 장비하고 있었고, 동체 하면에는 가동식 폭탄투하장치가 장비되어 250kg 폭탄을 급강하 폭격할 때 프로펠러와의 충돌위험을 없애도록 했다. 동체에 폭탄을 무장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익에 4발의 50kg 폭탄을 무장할 수도 있었다.

Heschell Hs 123A-1

엔진: BMW 132Dc (750마력)

전폭: 10.5m

전장: 8.33m

전고: 3.31m

기체중량: 1420kg

최대중량: 2350kg

최대속도: 290km/h (고도 4,120m)

최대고도: 13500피트 (9500m)

항속거리: 750km

무장: MG17 기관총 2정 + 250kg 폭탄 1발 (동체 하면) or 50kg 폭탄 4발 (주익)

스페인내전

1937년 스페인에서 볼프람 폰 리히토펜장군의 지휘하에 있었던 콘돌군단이 지상군의 지원을 위해 급강하 폭격기의 실전투입을 요청하면서 HS 123A-1 5기가 급히 차출되어 스페인으로 향했으며 즉시 실전에 투입되었다. 사실 이무렵 기존에 전투기로 설계되었던 하인켈 He 51 복엽기들이 지상공격을 위해 폭장을 하고 출격하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상지원만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기체가 필요했기 때문에 Hs 123이 급히 투입되었던 것이다.

[ 슈투카를 연상시키는 강착장치를 보여주는 Hs 123 ]

실전에서 Hs 123은 급강하 폭격기가 가진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근접 지원기로서의 임무를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그러나 실제 Hs 123은 복엽기의 특성상 저공에서의 느린 속도에서도 매우 안정된 비행성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급강하 폭격 임무보다는 지상군에 대한 근접 지원 임무에서 매우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동체하면에 대형폭탄을 장착하고 급강하 폭격임무에 투입되기 보다는 주익에 여러발의 소형폭탄을 장착하고 지상군의 근접지원임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Hs 123은 비교적 느린 속도에도 불구하고 기체의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지상포화에 피탄될 확율이 낮았으며 기체의 구조가 튼튼하고 간단한 편이어서 피탄되더라도 무사히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대인살상용으로 설계된 2발의 클러스터형 폭탄을 사용하는 경우 밀집된 적의 지상군에 대해 매우 파괴적인 공격능력을 보였다. 동체 하면에 폭탄대신 외부연료탱크를 장착하는 경우 비행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전장의 상공에 오래 머물 수 있어서 근접지원기로서 매우 적합했다. 이러다보니 Hs 123은 애초의 분류상으로는 급강하 폭격기 (슈투카)였지만 실제는 근접지원기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져 슈투카라는 별명을 얻어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만다.

[ 1940년 프랑스 침공작전에서 활약하던 Hs 123 ]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조종사들이 실전에서의 경험을 통해 Hs 123A-1의 BMW 엔진이 특정 RPM에서 마치 기관총을 발사하는 듯한 착각을 유발하는 커다란 소음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게되었으며, 이 독특한 소음을 이용해 적 지상병력의 사기를 꺽어놓는 효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적의 지상병력들은 Hs 123이 커다란 소음을내며 저공으로 지나가기만해도 기총소사가 시작된 것으로 착각하고 지상에 납작 업드려 있어야하는 압박을 받았던 것이다.

전격전과 동부전선에서의 활약

1938년까지 총 604기의 Hs 123A-1이 양산되었으며 이중 11기는 스페인으로 수출되었고, 일본과의 전쟁에 휘말려있던 중국에도 12기가 수출되었다. 이후 헨쉘사는 엔진을 보다 강한 출력을 가진 960마력의 BMW 132K로 교체한 Hs 123B형과 조종석의 장갑판을 강화하고 폐쇄식 조종석을 도입한 Hs 123C형을 생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무렵 독일공군의 커다란 기대속에 양산이 시작된 진정한 급강하 폭격기 Ju 87 슈투카의 성능이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을 발하기 시작했고 독일공군내에서도 슈투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러다보니 Hs 123은 점점 제 1선기로서의 지위를 잃기 시작했으며 공군에서도 헨쉘사에게 더 이상 Hs 123을 생산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렇게 되면서 Hs 123은 다른 복엽기들이 그랬듯이 독일공군내에서 세대교체의 바람속에 사라질 운명에 처한 듯 했다.

그러나 Ju 87 슈투카는 지상의 주요 목표물에 대한 일격필살의 고속 급강하 폭격이 주특기인 기체였으므로, 그동안 이 Hs 123이 수행하고 있었던 지상군의 바로 머리위에서 원호하며 근접 화력지원을 하는 역할에는 어울리지가 않았다. 이러다보니 Hs 123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마땅한 기체가 없었기 때문에 Hs 123은 당분간 계속 실전기로 남을 수가 있었으며, 193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서유럽에 대한 전격전에서도 Hs 123은 계속 독일육군의 든든한 지원자로서 활약을 계속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그 활동영역은 독일군 최대의 전장터가 되는 동부전선으로 까지 이어지게 된다.

[ 1940년 서부유럽 전격전당시 벨기에 전선에서의 사진, Bf 109E의 뒤쪽에 Hs 123들이 보인다. ]

사실 Hs 123은 1941년의 기준으로 볼 때는 완전히 도태되었어야 할 구식 기체가 틀림없었지만, 소련에 대한 독일의 대규모 기습공격인 바바로사 작전에 투입될 독일 항공기들의 숫자가 불충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동부전선으로까지 활동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동부전선에 투입되고보니 비록 이 기체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선의 특성에 매우 잘 어울리는 효과적인 항공기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체가 매우 튼튼하고 정비가 쉬웠기 떄문에 동부전선의 가혹한 환경속에서도 가동율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독일군의 진격속도를 더디게 만들면서 발목을 잡고 있었던 러시아 특유의 최악의 진창속에서도 Hs 123은 랜딩기어의 덮개만 제거하면 얼마든지 이착륙이 가능했으며, 경험해 본적이 없는 혹한 속에서도 다른 기체들에 비해 가동율이 높았다. 이후 소련군의 반격과 독일군의 재반격이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더욱 환산되면서 독일군의 모든 전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게 되는 광대한 동부전선에서는 항공기 수요가 끝도 없이 늘어나기만 했기 때문에 1943년에 이르러 다시 Hs 123을 더욱 개량하여 재생산한다는 계획이 추진되는데, 사실 이것은 Hs 123의 성능이 매우 좋아서라기 보다는 최전선에 투입될 슈투카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보다 생산이 용이한 Hs 123을 많이 생산해서 부족한 숫자를 메꾸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미 구식화된 기체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독일국내의 사정이 계속 나빠져 결국 Hs 123의 추가 생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 동계위장색을 도입하고 동부전선의 눈속에서 작전중인 Hs 123의 일러스트 ]

1944년 까지 Hs 123은 계속 전장에서 활약했으나 이후 전투 손실 및 부품 부족등으로 인해 소모되는 기체들이 더 이상 보충되지 못하면서 점점 전장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1945년에는 완전히 그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비록 구식화된 기체였지만 Hs 123은 독일공군이 대전 전기간동안 최일선에서 사용한 유일한 복엽기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비록 슈투카의 그림자에 가려있었지만 나름대로의 역할을 꾿꾿하게 해냈던 전장의 일꾼이었다.

◆ Hs 123 일러스트 ◆

1937년 10월, 독일공군 제 165 급강하폭격 비행단 'immelmal' 소속의 Hs 123A-1, 수직미익에 도색된 초창기 독일공군 국적마크를 볼 수 있다.

1942년 동부전선에 투입된 Hs 123B-1, 동부전선의 진흙과 눈속에서 이착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주강착장치의 덥개를 제거한 상태이다.

1939년 폴란드 침공작전에서 활약하던 Hs 123A-1, 아래쪽의 독일육군 퀴벨바겐의 크기과 비교해보면 매우 작은 기체였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