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likarpov I-15 series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6. 7. 15
오랜만에 업데이트되는 Great War Planes..... 이번에는 독소전의 개전초기 단엽 전투기인 I-16과 함께 소련공군의 수적인 주력을 이루고 있었던 쌍엽 전투기인 폴리카르포프 I-15 시리즈에 대해서 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 I-15 짜토
1차대전이래로 항공기술에서는 한참 후진국이었던 소련은 독일과 영국, 프랑스등이 보유하고 있었던 서유럽의 최첨단 항공기술을 따라잡고자 많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였으며 결국 1930년대에는 서유럽 최고의 기술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의 기술력을 축적하여 여러 가지 우수한 항공기들을 속속 제작해내고 있었다.
아직 쌍엽전투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1933년, 소련의 유능한 항공기 설계사였던 니콜라이 폴리카르포프는 그동안 그가 설계했던 I-5, I-6등과 같은 복엽전투기의 성능을 향상시켜 서유럽 국가들의 쌍엽전투기에 뒤지지 않는 기체를 제작해내는데 그것이 바로 I-15 전투기이다. 이 작고 통통한 전투기는 윗날개가 특징적인 갈매기 날개 형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역갈매기형의 주익은 조종사의 시계를 향상시키고 항력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동체의 앞부분 (엔진룸에서 조종석까지)는 듀랄루민 외피로 덮어 강도를 향상시켰으며, 나머지 동체는 천으로 둘러 중량을 감소시켰다.
[ 스페인 내전에 파견된 I-15 전투기 ]
최초의 기체는 자국산 엔진이 아닌 수입산 라이트 싸이클론 SGR-1820 F-3 엔진을 장비하고 있었는데 이 엔진은 630마력의 표준 출력과 최대 715 마력의 엔진 출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소련의 엔진 제작기술은 아직 과도기였으므로 시제기에는 신뢰도가 높은 수입 엔진이 채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체의 무장으로는 기수에 2정의 PV-1 기관총을 고정식으로 장비한 것이 전부이나 약간의 과부하를 감수한다면 40kg 폭탄도 몇 발 장비할 수 있었다.
1933년 10월에서 11월에 걸쳐 비행 테스트가 진행되었으며 동계작전에 대비하여 스키형 강착장치를 장비한 2호기도 시험비행에 나섰다. 그러나 2호기는 급강하 시험도중 한쪽 스키장치가 떨어져나가면서 착륙중에 대파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체의 성능은 서유럽의 전투기들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었으므로 소련공군이 만족을 표시하여 폴리카르포프 사무소는 이 기체의 양산체재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라이트 싸이클론 엔진의 면허생산 버전인 M-25 엔진의 생산이 기술적인 문제로 계속 지연되었으므로 1934-36년의 기간동안 생산된 초기 생산분 200여기는 출력이 떨어지는 M-22 엔진을 장비한채 생산되었다. 이 형들은 엔진 성능의 저하로 인해 높은 고도에서는 비행성능이 뚝 떨어졌지만 저고도 작전에는 별 무리가 없었으므로 생산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후 1936년부터는 M-25 엔진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I-15도 고고도에서의 성능이 예정되었던 수치에 이를 수 있었다. 물론 엔진 출력이 증가되면서 무장도 강화되어 4정의 고정식 PV-1 기관총을 장비하거나 2정의 BS 중기관총 (구경 12.7mm)을 장비할 수 도 있었다.
[ 스페인 내전에서 독일공군에 노획된 I-15, 먼쪽에 콘돌군단의 Bf 109가 보인다. ]
1935년에는 여압식 조종석을 시험중이던 클린 상태의 I-15 시험기가 3만피트 가까운 고고도에까지 날아올라 소련측에서는 고도부문의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며 떠들어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투기는 어디까지나 고고도 작전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여압식 조종석이라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던 사치스럽고 중량증가나 유발하는 것이라는 조종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훗날 소련측의 기록에 따르면 이때 실시된 여압식 조종석에 대한 많은 테스트로 인하여 새롭게 제작되는 차기 전투기들에 여압식 조종석을 장비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하니 나름대로의 의미를 둘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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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karpov I-15 Cha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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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M-22 공냉식 성형엔진 (480마력) 전폭: 9.75m 전장: 6.10m 전고: 2.20m 기체중량: 1012kg 최대중량: 1415kg 최대속도: 350km/h 최대고도: 23780피트 (9500m) 항속거리: 500km 무장: 7.62mm PV-1 기관총 4정 or 12.3mm BS 기관총 2정 |
여하간 이 I-15 전투기는 1930년대 초, 중반의 서유럽의 최일선 전투기들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 비행성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만은 틀림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갈매기형의 상부주익은 항력을 크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여 기동성을 크게 향상시켰는데, 소련공군의 기록에 의하면 단지 8초만에 완벽한 수평선회를 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 편대 비행중인 I-15 전투기들 ]
그러나 단점도 있어서 소련공군의 조종사들은 I-15의 갈매기형 상부주익으로 인해 수평선상의 시계가 제한되며 특히 착륙시에 이런 시계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고속 비행시에 기체가 불안정하여 적기를 조준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소련공군측으로부터 이를 개선하라는 지시를 받은 폴리카르포프는 사실 이런 점은 쌍엽기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점이라는 점을 직시했으며 결국 공군 수뇌부에게 이를 개선하기보다는 단엽 전투기인 I-16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I-15 전투기는 1936년 10월에 스페인 내전에서 처음 실전에 투입되었으며 비슷한 세대의 쌍엽전투기인 이탈리아의 CR-32나 독일의 He-51등에 충분히 맞설 수 있는 비행성능을 보였다. 특히 기동성이 매우 좋아서 경험이 적은 조종사들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으며 이착륙이 매우 쉬운 편이어서 비전투 손실도 적었다. 이전의 불만과는 달리 소련 조종사들은 예상외로 I-15 전투기를 호평했다. 이 기체에는 들새의 일종인 '짜토 (Chato)'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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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에서 촬영된 스냅사진 ]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조종사들에 의하면 이 기체의 뛰어난 기동성으로 인해서 독일공군의 신예전투기인 Bf 109 (초기형) 조종사들이 근접 공중전을 피했다고 한다. 물론 일격이탈 전술을 특기로하는 쾌속전투기 Bf 109가 쌍엽기들과 근접 공중전에 빠져들 이유가 없었겠지만 이로 인해 I-15는 Bf 109에 충분히 대적할 수 있다는 내부의 평가를 얻게되고 1940년대초반까지도 소련공군에서 계속 사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사실 최고속도 시속 350km에 불과한 이 전투기가 시속 500km를 우습게 넘어 버리는 Bf 109에 대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스페인 내전기간동안 스펜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던 소련이 이 쌍엽기를 스페인 공화당군에 대거 공여하면서 소련공군 조종사 이외에도 세계각지에서 참전한 용병 조종사들로부터 이 전투기는 매우 인기리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스페인 내전에 공화당군의 용병으로 참가했던 미국인 조종사 프랭크 팅커가 이 I-15를 몰고 1기의 Bf 109C 형을 격추시켰다고 하며 이로인해 그는 최초로 Bf 109를 격추한 미국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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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에 파견되어 활약했던 소련 공군의 I-15 짜토, 러더에 그려진 국적마크는 스페인 공화당군을 상징하는 것이다. 조종석 바로 앞쪽에 위치한 상부 주익으로 인해 조종사들은 수평시야가 방해받는 점을 크게 불평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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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공군의 I-15 짜토, 위쪽의 기체는 에어쇼에 사용된 데몬스트레이션 도색을 하고 있으며 아래쪽의 기체는 스페인 내전 당시의 도색을 하고 있다. |
* I-15 bis의 등장
이런 전과에 더해서 새로운 단엽 전투기 I-16의 개발이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I-15의 개량과 생산은 지속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점은 매우 안타까운 것으로 소련공군도 이탈리아 공군이 범했던 것과 유사한 실수 (빠른 속도와 기동성중에서 기동성을 추구하는...)를 하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소련공군은 이무렵 단엽 전투기의 개발과 생산에 전념을 해야 했고 그렇지 못하고 2선급 보조전투기에 불과한 쌍엽기에 얽매였기 때문에 독소전의 초기에 독일공군 고성능 전투기들에게 일방적인 공중 대학살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 주익을 직선형으로 재설계한 I-15bis의 원형기 ]
1936년부터 폴리카르포프사는 성능 향상을 위해 갈매기형의 상부주익을 직선형으로 교체한 형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 형은 I-15bis로 불리게 된다. 여기서 bis는 2번째 개량형이나 버젼을 통칭하는 소련식 기호로서 이 기종을 I-152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1938년에는 총계 1104기의 I-15bis 형이 생산되는데 그것은 그때까지 소련이 한해에 생산한 최대 수치의 생산량이었으며 이후에 생산량은 더 늘어나 1939년에는 1304기의 I-15bis가 생산되어 소련공군에 인도되었다고 한다.
[ 직선형의 상부 주익과 보다 세련되게 설계된 강착장치를 특징으로 하는 I-15bis,
사진 우측의 기체는 주 강착장치를 스키로 장비한 형이다. ]
소련공군의 일선 조종사들은 이전형들에서 지적되었던 몇가지 문제점들이 개선된 I-15bis 전투기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내렸으며 이에 고무된 소련은 이 전투기를 많은 나라에 수출했다. 내전에 휩쌓였던 스페인과 일본과의 전쟁으로 전화에 시달리던 중국이 주요 수입국이었으며 중국에 판매된 I-15bis는 많은 전선에서 일본군의 전투기들과 싸웠다고 하며 그중 일부는 미국인으로 구성된 용병비행단 플라잉타이거즈에서 인수한후 미숙한 조종사들이 P-40 전투기를 타기전에 미리 탑승하고 훈련을 받는 기종전환용 훈련기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 유럽의 한 에어쇼에 등장한 I-15bis, 기체의 특징적인 외형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기체의 보존상태가 매우 훌륭한 것으로 보인다. ]
* I-153 짜이카
한편, 1937년부터 비교적 고성능이었던 I-16 단엽전투기의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도 소련공군은 쌍엽기가 일선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I-16의 보조적인 역할로서 계속 생산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서 I-15의 3번째 개량형이 제작되는데 이것이 I-153이다.
[ 다시 역갈매기형의 주익이 도입된 I-153 ]
이 I-153은 1000마력의 신형 M-62 공냉식 성형엔진을 장비했으며 기존형과 달리 인입식 강착장치를 새롭게 도입했으며 비행성능의 향상을 위해 상부 주익이 다시 갈매기형상으로 돌아가는 설계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 주익의 형상으로 인해 이 기체는 바다갈매기를 뜻하는 '짜이카 (Chaika)'라는 공식적인 별명이 붙여지게 되었다. (사실 이 별명은 스페인 내전당시 I-15에도 비공식적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고 함.) 이런 종합적인 개량이 가해지자 이 전투기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최고속도가 시속 480km에 이를정도가 되어 이탈리아 공군의 Cr 42와 함께 쌍엽전투기로서는 거의 극한에 가까운 성능을 자랑하게 되었다.
[ 인입식 강착장치의 도입을 잘 보여주는 사진 ]
소련공군의 전투기 소요가 증가하면서 I-153의 생산은 급속하게 추진되어 1938년에 원형기가 날아올랐으며 1939년초에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I-153은 1940년말까지도 생산이 계속되어 총계 3437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쌍엽기의 시대는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고 I-153의 성능도 그 한계에 도달했다. 1939년 여름 일본군과 소련군이 몽고와 만주의 국경지역에서 충돌한 노몽한 사건에서 양측의 항공기들이 치열한 공중전을 펼쳤다. 공중전의 양상은 대부분 중-저고도의 근접공중전으로서 한번의 전투에 양측에서 50-100여기의 전투기를 투입했을 정도로 치열했다고한다. 이 무렵 소련공군의 주력은 I-15/I-15bis였는데 전투초반에는 일본육군의 단엽전투기인 Ki-27이 대거 투입되어 I-15를 압도하여 소련공군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이후 소련공군이 신예 I-16과 I-153을 급거 투입하여 전투의 균형을 대등하게 맞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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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도색을 실시한 I-153, 1942년 초여름 모스크바 지역의 방위에 투입되었던 기체이다. |
I-153의 경우 이전 버전들에 비해서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에 소련 조종사들은 전투지역에 들어가기전에 강착장치를 펼쳐서 일본조종사들로 하여금 이 전투기를 I-15로 오인하고 방심하도록 기만하고 이후 일본기들이 사정거리로 들어서면 갑자기 강착장치를 인입하고 풀쓰로틀로 돌진해들어가는 기습 전법을 사용해서 많은 전과를 올렸다고 한다. 사실 노몽한 사건은 일본과 소련 양측이 이 전투를 모두 우발적인 충돌로 치부하고 더 큰 충돌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때의 전과와 손실에대해서는 서로 쉬쉬하며 정확한 자료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어느정도의 전과가 있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훗날에는 소련과 일본 모두 양쪽이 더 우세한 싸움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1939년-40년에 벌어진 소련과 핀란드의 '겨울전쟁'에서 I-153은 공중전과 근접지원에서 많은 활약을 했고 세계각국에서 원조된 기체를 사용하는 핀란드 공군과 치열한 공중전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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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karpov I-153 Chaik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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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M-62 공냉식 성형엔진 (1000마력) 전폭: 10.0m 전장: 6.18m 전고: 2.82m 기체중량: 1348kg 최대중량: 2010kg 최대속도: 480km/h 최대고도: 29527피트 항속거리: 875km 무장: 7.62mm ShKAS 기관총 4정 + RS 82 로켓탄 6발 |
그러나 복엽기의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으니 1941년 6월, 독일이 소련을 본격적으로 침공하자 I-15 시리즈는 독일공군의 최신예전투기 Bf 109F와 정면으로 맞서야 했으니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하지만 독소전 초기에 수많은 손실로인해 항공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소련공군은 I-15 시리즈를 계속 일선에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공중전에서는 일방적인 희생양이 되었지만 지상군의 지원용도로는 그럭저럭 사용될 수가 있었는데, 많은 기체들이 전투지역의 정찰, 야간 침투 공격, 해안 순찰의 임무등에 계속 투입되었다.
이후 전쟁이 중반을 넘기면서 소련공군이 부활하기 시작하자 I-15는 미그-3, LaGG-3, 야크-1과 같은 신형 단엽기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는데 그럼에도 워낙 생산된 숫자가 많아서 전쟁이 끝나는 1945년까지도 일부지역에서는 계속 일선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 마치면서
비록 독소전 초기에 궤멸되다시피한 소련공군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소련의 항공기 발달사에 I-15 시리즈가 기여한 바는 절대로 무시될 수 없을 것이며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의 위기앞에서 묵묵히 날아올라 압도적인 적의 총탄앞에 산화한 많은 조종사들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