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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wasaki Ki-61 히엔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11. 23 & 2007. 4. 12

흔히 2차대전의 일본전투기 하면 대부분 공냉식 엔진을 채택하여 기수가 뭉툭한 형태의 기체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냉식엔진 일변도의 2차대전 일본 전투기중에서 수냉식 엔진을 장비한 특이한 존재가 있었으니 이 녀석이 바로 Ki-61 히엔이다. 불타는 하늘의 Great War Planes... 이번회는 전쟁 중반기부터 등장한 일본의 여러 신형기 중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전투기로 평가받는 Ki-61 히엔에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제비의 출현

 1943년 6월, 뉴기니아 방면의 미군 조종사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본 전투기와 조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전투기가 일본기로서는 처음 보는 수냉식 엔진 전투기이며 속도가 빠르고 상승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미군 정보부는 조종사들의 보고와 사진을 토대로 이 신형기는 아마도 일본의 동맹국인 독일의 Bf 109E 형이나 이탈리아의 마키 C.202 전투기를 일본이 수입하여 사용하거나 아니면 면허생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건카메라에 촬영된 기체의 외형이 메서슈미트 109와 닮아서 '마이크'라는 별명으로 부르다가 이탈리아의 마키전투기를 더 닮은 것 같다는 의견으로 미군은 이 신형기를 이탈리아식의 이름인 '안토니오'라고 부르다가 '토니 (Tony)'라고 약칭하여 별명을 붙인후 식별코드를 배포했다.

하지만 이 전투기는 독일이나 이탈리아제 전투기가 아니라 일본이 생산한 전투기였다. 물론 엔진이 위의 두 전투기와 동일한 독일제 다이뮬러 벤쯔 DB 601 엔진을 채택하고 있었고 때문에 전체적인 밸런스가 상기 두 전투기와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일본측의 서적들은 히엔이 일본 고유의 디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체의 전반적인 디자인이 너무나 위의 두기체, 특히 마키 C.202와 닮아서 미국의 서적들에는 아마도 이탈리아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일본이 약간 변형시킨 기체로 추측하고 있다.

Kawasaki Ki-61 Hien

분 류

단좌 주간 전투기

동 력

가와사끼 Ha-40 수냉식 엔진 (1180 마력)

최고속도

시속 595km

상승속도

분당 712m

항속거리

1800km

무 장

기수 - 12.7mm 기관총 2정

주익 - 12.7mm 기관총 2정

뭐 그런것에 대한 논란이야 어떻든간에 이 Ki-61 히엔의 개발은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1920년대에 가와사끼 항공사는 독일 기술자들과 교류를 한적이 있었는데 이들의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 독일 항공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이때 일본의 항공기술은 서구 유럽의 각국으로부터 많은 기술자들을 초빙하여 기술 이전을 받는 과도기였다. 후에 제로 전투기를 개발한 미쯔비시사도 이무렵 영국의 솝위드 항공사의 기술자를 많은 돈을주고 스카우트해서 기술을 이전받고 있었다. 

여하간 이것이 계기가 되어 1938년 3월 가와사끼사는 점차로 외교관계가 돈독해지는 독일의 지원으로 최신전투기 Bf 109에 탑재될 엔진인 DB 601A의 샘플을 입수할 수 있었다. 이 엔진의 우수한 성능에 큰 인상을 받은 가와사끼사는 슈트르트가르트의 벤쯔사 공장에 계속 기술자를 파견하여 기술이전을 받고자 했으며 마침내 1940년 3월, 독일이 DB 601A 엔진을 면허생산하는 것을 승인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일본판 DB 엔진을 생산하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고, 때마침 3국동맹을 기념하여 독일공군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Bf 109E-3 전투기 3기를 가와사끼사가 입수하게되면서 기체의 연구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었다. 가와사끼사는 이 엔진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엔진의 중량을 약간 감소시키는 등 일본화시키는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드디어 1941년 11월이 되자 엔진을 양산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 모습을 드러낸 Ki-61, 아무리 봐도 일본제 전투기가 아닌 듯 한 외형이다. ] 

일본군내부에서도 1940년말부터 일본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태평양 전쟁의 전운이 점점 감돌게되자 육군항공대의 몇몇 장교들이 1940년의 영국본토항공전에서 맹활약한 독일과 영국의 전투기들이 모두 수냉식 엔진을 가진 고속 전투기라는 점에 강한 인상을 받고 가와사끼사에 신형 엔진을 사용하여 비슷한 수준의 전투기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는 의뢰를 했다. 가와사끼사의 수석 설계사인 도이 다께오는 즉시 가능하다는 대답을 했고 신형전투기 제작을 시작했다.

그들은 애초에 비슷한 설계를 가진 2종의 전투기를 계획했는데, 첫 번째는 중무장 요격기로서 Ki-60이라 명명되었고, 두 번째는 제공전투기로서 Ki-61로 명명되었다. 일단 Ki-60의 개발을 먼저 시작하기로한 가와사끼사는 아직 일본산 엔진이 생산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단계였으므로 시제기에 샘플로 들어온 DB 601 엔진을 장착하고 시험비행에 들어갔다. 이 신형기는 수냉식 엔진의 기체답게 기수의 디자인이 유선형으로 되어 있었고 저익 단엽기로 설계되었다. 무장도 기수의 12.7mm 기관총 2정과 주익에 20mm MG-151 기관포 2문을 장착하여 일본전투기로서는 매우 강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1941년 3월에 실시된 몇차례의 시험비행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워서 비행특성도 좋지 않았고 기체의 중량이 너무 무거워 엔진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결과에 직면한 가와사끼사의 기술진은 Ki-60의 계획을 포기하고 아예 이를 바탕으로 단점을 개선하여 경량급 전투기인 Ki-61의 생산에만 전력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 기수의 스피너 바로위쪽의 모습이 마치 Bf 109E 형처럼 약간 뭉툭하게 되어있다. 이런 특징은 벤쯔엔진 탑재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일본측은 부인하지만 아무래도 Bf 109E의 영향을 받은 듯 하다. ]

결국 Ki-60의 설계는 대폭 변형되는데, 우선 주익의 면적을 증가시켜 기동성을 추구하였고 동체도 최대한 가늘게 변형되었으며 길이도 5인치 연장되었다. 그리고 중량을 줄이기 위해서 주익의 기관포를 철거하고 12.7mm 기관총으로 대치하였다. 그리고 비행시간을 늘이기 위해서 연료탱크의 용적을 최대한 늘리는 작업과 피탄시에 연료가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기위해서 연료탱크내부에 고무를 코팅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진주만기습이 성공하던 1941년 12월 초에 이를 축하라도 하듯이 성공적인 자체 시험비행을 실시했다. 테스트 결과 모든 수치가 기대했던 수준에 이르러 가와사끼사의 기술진들은 모두들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특히 최고속도가 고도 2만피트에서 시속 595km에 달하여 일본전투기로서는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지게 되었다. 즉시 11대의 시제기가 더 제작되었고 육군 항공대의 시험 비행조종사들이 참여하여 실전용 기체로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테스트가 실시 되었다.

[ 출격 직전의 Ki-61, 속도와 급강하 능력에서 뛰어난 기체였다. ]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 육군항공대 조종사들은 공중전에서의 기동성을 중시여기고 있었고, 속도와 화력을 이용한 일격이탈 전술에는 서투른 상태였으므로 Ki-61의 성능이 인정받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최고속도에서 일본의 어떤 전투기보다도 빠른 기록을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기동성만을 놓고본 평가에서는 현 육군의 주력기인 Ki-43 하야부사에 비해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 평가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보고서까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종사들이 Ki-61의 비행특성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일본에 3대가 들어와있던 Bf 109E-3와 비교해본결과 이를 상회하는 우수한 비행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노획한 미군의 P-40E 전투기와의 모의 공중전에서 속도, 상승력, 기동성에서 완벽하게 능가하는 성능을 보이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양산에 들어가도 좋다는 허가를 받게 된다.

드디어 1942년 말렵 34기의 최초 양산분이 생산될수 있었고 육군 항공대에 인도되었다. 이 신형전투기의 제식명칭은 육군 3식 전투기였고 Ki-61-I형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이 전투기의 빠른 속도에 깊은 인상을 받은 육군 항공대로부터는 '히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히엔은 우리나라말로는 '날으는 제비'가 되겠네요.) 이 기체의 무장은 기수의 12.7mm 기관총 2정과 주익의 7.7mm 기관총 2정으로 되어있다가 주익의 무장을 12.7mm 기관총 2정으로 교체한 Ki-61-Ib형으로 주요 생산라인이 바뀌게 되었다. 

[ Ki-61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이었다. 야전에서 정비가 어려웠고 부품 조달도 어려워 전선에서 조종사와 정비사들에게 골치를 썩였다고 한다. ]

1943년 히엔이 태평양 전선의 뉴기니아 지역에 주둔하던 제 68, 78 전투비행대에 최초로 배치되면서 이 지역에서 일본군과 대치중이던 연합군 조종사들은 새로운 강적을 만났음을 알게되었다. 그들이 그동안 주로 상대하던 일본전투기 Ki-43 하야부사나 A6M 제로에 대해서 유용하게 활용하던 전속으로 강하하면서 일격을 가한 후에 속도를 이용하여 이탈하는 전술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빠른 속도와 강무장을 가진 전투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일본전투기들에 비해서 급강하 성능이 매우 우수하여 많은 연합군 전투기들이 히엔의 먹이가 되었고 이지역의 연합군은 빠른 속도로 우위를 잃었다. 이 지역을 담당하던 제 5 전투비행단장 죠지 케네이 소장은 그의 비행단의 주력기인 P-40E 워호크들이 이 신형기에게 완전하게 압도당하고 있다는 부하들의 아우성에 놀라서 이 지역에서의 제공권을 빼았길 위기에 직면했으니 빨리 P-38 라이트닝을 보급해 줄 것을 상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합군 조종사들을 놀라게 했던 Ki-61도 실전에서 운용되자 계속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전선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Ki-61 히엔은 완전한 품질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로 생산량 전량이 공장에서 나서자마자 실전배치 되어있었기 때문에 기계적인 결함이 속출했던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엔진에 있었다. 일본의 정비사들이 수냉식 엔진의 정비 보수에 서투른데다가 열대지방의 무더위에서 작전하는 경우가 많아 냉각계통에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 엔진이 과열되어 정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여기에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의 공급도 만족스럽지 못해서 피탄되거나 고장난 기체들이 부품이 없어서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다른 일본기들은 대부분 공냉식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서 부품간에 어느정도 호환이 되었지만 히엔의 수냉식 엔진은 고유의 부품을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공급된 기체들의 품질도 문제였다. 일본은 아직 이런 정교한 엔진의 제작공정을 엄격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고 막대한 군수물자를 생산해야 하는 일본본토의 공장들이 마구잡이로 채용한 노동자들의 수준이 떨어지면서 생산된 엔진마다 출력이 들쑥 날쑥했다. 이로인해 엔진을 교체하는 경우에 조종사들이 갑자기 달라진 비행특성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며, 같은 편대의 Ki-61끼리도 가속능력이나 최고속도가 달라서 조종사들을 애먹였다고 한다.

[ 1943년 뉴기니아 전선의 Ki-61-I 과 조종사들의 모습 ] 

여기에 더해서 기존의 일본기들보다는 강력한 12.7mm 기관총 4정의 무장으로도 1943년부터 이지역에 출현해서 일본육군을 강타하기 시작한 B-24, B-25등의 미군 폭격기들을 격추시키기에는 화력이 부족함을 통감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감하게 하늘로 날아오른 Ki-61 조종사들중에는 33기를 격추했다고하는 이시즈카 도꾸야스를 비롯하여 20기 이상의 격추기록을 올린 조종사들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 이후 가와사끼사는 화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Ki-61에 20mm 자국산 Ho-5 20mm를 장착하기로 했으나 이 기관포의 개발이 여의치 않아 결국 독일로부터 잠수함으로 수송해온 800문의 마우저 MG 151 기관포를 사용하여 기체를 개수했다. 그리하여 1943년 8월 주익의 기관총을 마우저 기관포로 대체한 히엔들이 전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마침내 자국산 Ho-5 20mm가 실용화 되면서 기체 밸런스의 개선을 위해서 기수에 20mm 기관포를 장착하고 주익에 12.7mm 기관포를 장착하는 형태로 기체를 개수하게 되었는데 이 개량형은 Ki-61-KAIc형으로 불리게 된다. (KAI는 '변형'을 뜻하는 일본식 기호이다.)

이 KAIc형은 이러한 개수로 인해서 기수의 길이가 19cm 정도 길어지게 되었고, 기체중량 감소를 위해서 별 필요없는 것으로 판단된 후미 랜딩기어의 수납장치를 철거하고 고정식으로 설치하였다. (이것은 독일이 Bf 109F형에서 G형으로 가면서 채택한 것과 같은 변화이다.) 이 KAIc형은 1944년 7월부터 전선에 모습을 내밀기 시작하여 이후에는 히엔의 주요 생산형이 되어 전체 히엔의 생산수의 절반이상이 Ki-61-KAIc형으로 기록되었다. 1945년에 이르러서는 일본 본토를 무자비하게 폭격하는 B-29를 잡기위해서 주익의 무장을 30mm 기관포로 강화한 Ki-61-KAId형도 출현하게 된다.

 

* Ki -61 일러스트레이션 모음 *

1945년 4월 오끼나와 방어전에 투입된 제 23 독립전대 소속의 Ki-61-KAI-Hei 히엔, 수직 미익의 마크는 숫자 23을 형상화 한 것이다. 이 부대는 일장기 주위에 노란띠를 두른 것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역시 1944년 본토 방어전의 제 244 항공전대의 히엔이다. 이 부대 소속의 기체들이 가장 일러스트로 많이 사용된 듯하다.

 

1945년 본토 방어전에서 활약한 제 244 항공전대 소속의 Ki-61 히엔이다. 수직미익의 화려한 마크가 이 부대의 상징으로서 숫자 244를 의미한다. 본 항공전대는 B-29 요격전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린 부대라고 한다.

 

1945년 일본 본토 방어전에 투입된 Ki-61-I 히엔, 제 59 항공전대 소속 기체이다. 마치 곡예기와 같은 화려한 도색으로 되어있다. 스피너의 모습이 약간 다른 것을 제외하고는 기수의 모습에 아무래도 Bf 109E형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B-29 킬러로 유명한 제 244 항공전대장 고바야시 테루히코 대위의 Ki-61-KAI 히엔, 조종석 아래의 격추마크가 화려하다. 물론 이 마크의 진실여부는 아직까지도 논란의 대상이라고 한다.

 

제 244 항공전대 소속의 히엔의 상면도이다. 주익의 일장기 주위에 흰색의 밴드는 이 부대가 일본 본토 방어부대임을 의미하는 것이며, 본 기체는 무도장 은색 바탕위에 녹색의 위장무늬가 도색되어 있다.

 

* 이후에 보다 강력한 1500마력의 Ha-140 엔진을 탑재하기 위하여 주익과 동체를 재설계한 Ki-61-II 가 소수 생산되었다. 이 Ki-61-II 형은 보다 강력한 엔진덕분에 빠른 상승속도와 우수한 고공성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양산되기 시작할 무렵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이 B-29 폭격기들의 폭격을 받아 초토화되어 기체의 제작이 완료된 373기중에서 불과 99기만이 이 엔진을 장착하고 작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 공냉식 성형엔진을 장착한 Ki-100, Ki-61-II의 동체에비해 엔진의 크기가 커서 약간 부자연스런 모습을 보인다. ]

결국 엔진을 장착하지 못한 275기의 Ki-61-II는 고민 끝에 1500마력의 미쯔비시 Ha-112-II 공냉식 엔진을 장착하는 방법으로 개조되었는데 공냉식 엔진을 장착하기 위해서 기수의 모양이 히엔 고유의 모습을 잃고 공냉식 전투기의 형태로 변형되었다. 이것이 Ki-100또는 육군 5식 전투기로 불리는 전투기이다. 그러므로 Ki-100은 전혀 다른 전투기가 아니라 Ki-61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량형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Ki-100은 버블캐노피를 도입하고 터보차저를 장비하여 고공비행성능이 우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말기 열악한 환경에서 그나마 절반정도인 총 118기에만 개수가 이루어져 100여기의 Ki-100이 실전에 투입되어 B-29 요격전에 투입되어 일부 항공전대가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이미 전세가 확연히 기울어 별 의미가 없었다. 미군 B-29 조종사들의 평가로는 Ki-100은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고 한다.

!! Ki-100의 자세한 내용은 kingcat님의 도움으로 별도의 리뷰가 업데이트 되어 있습니다. !!

* 동남아에서는 부품부족과 잦은 고장으로 골머리를 썩였던 히엔이었지만 본토에서 운용되면서는 이런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었고 미군이 사이판등지에서 B-29 폭격기를 대거 출격시켜 본격적인 일본본토 공습에 나서면서 일본육군항공대의 본토방어를 위한 전투기로서 Ki-61이 각광을 받았다. 다른 일본 전투기들은 최대 상승고도가 B-29의 접근 고도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고 설사 이 고도로 올라온다 하더라도 고공비행성능이 매우 떨어졌던 점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본토 방공부대들의 총 13개 항공전대가 이 Ki-61 히엔을 장비하고 출격했다고 한다. 특히 중폭격기 킬러로 잘 알려진 고바야시 테루히코 대령이 지휘하는 244 항공전대가 가장 유명한 부대로서 이 부대는 B-29를 요격하기 위해서 정면으로 접근하여 근거리에서 사격을 하는 과감한 전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화력부족으로 B-29를 격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궁여지책 끝에 기체를 B-29의 수직미익에 충돌시킨후 탈출하는 충돌공격까지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이런 방법까지 사용할 생각을 했는지 불쌍하기까지 하다.

 [ 충돌전법으로 B-29를 격추시켰다는 조종사의 히엔이 무사히 기지로 돌아온 것을 기념하여 도꾜의 한 백화점 앞에 B-29의 실물크기 도면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

하지만 히엔도 B-29가 침투하는 고공에서의 비행성능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단지일본군으로서는 별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B-29 조종사들도 대부분의 일본기들이 고공 비행성능이 형편없어 B-29가 비행하는 고도에 접근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과 달리 히엔은 도전적인 전투를 감행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Ki-61도 고공에서의 기동성에 큰 문제가 있고 고도를 잃는 경우 다시 상승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서 B-29가 출현한후에 추격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제 244 항공전대장 고바야시는 B-29의 침공루트에 미리 고고도로 매복하고 있다가 강하하면서 단한번의 정면공격을 감행하고는 귀환하는 전법을 채택했다. 이것은 B-29 조종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전세는 기울어 있었고, Ki-61 시리즈조차 F4U, P-51D등의 미군전투기들에게는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었다.

 [ 일본제 전투기 답지 않게 매우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Ki-61의 사진 ]

특히 경험많은 조종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폭격기 요격전술을 제대로 구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B-29의 호위전투기로 미군의 P-51D 머스탱 전투기들이 대거 따라나서면서 경험많은 미군 조종사들과 공중전을 벌여야했던 대부분의 Ki-61 조종사들은 출격을 한다고해도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다. 곧 일방적인 미군의 공세에 벼랑으로 내몰린 일본 본토방어 비행대는 거의 일소되었고 조국 일본은 B-29의 날개아래에 벌거벗은채로 노출되었다. 그리고 히엔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이 끝날때까지 총 3159기의 히엔이 생산되어 일본육군 항공대와 운명을 함께 했으며 전쟁이 끝난후에도 소수의 잔여 기체가 미군에 압류되었다가 반환되어 일본 항공자위대에서 60년대 중반까지도 비행을 계속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