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kajima Ki-84 하야테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8. 17

태평양 전쟁 개전초에 일본육군 항공대 최고의 전투기가 Ki-43 하야부사였다면, 전쟁 막바지에 최고의 일본육군 전투기로 평가받는 기체는 아마도 Ki-84 하야테 일 것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전투기 시리즈를 알아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기획중인 불타는 하늘의 Great War Planes... 이번에는 일본 육군 항공대 최후의 희망, Ki-84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질풍의 탄생 

나까지마 항공사는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자 더 우수한 전투기가 곧 필요하게 될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리고 육군항공대에서도 앞으로의 전장에서는 현재 주력 전투기로 채택된 Ki-43보다 훨씬 우수한 전투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으로 신형 전투기를 개발하라는 요구가 있게되면서 1942년의 시작과 함께 차세대 전투기 Ki-84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 새로운 전투기는 기존의 Ki-43의 우수한 기동성과 Ki-44의 우수한 상승력과 속도를 모두 겸비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이미 가와사끼 항공사에서 일본최초의 수냉식 엔진을 채택한 Ki-61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다급해진 나까지마사는 경쟁기로서 같은 엔진을 가진 Ki-62라는 이름의 전투기를 계획하다가 수냉식 엔진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역시 나까지마사가 그동안 기술력을 쌓았던 공냉식 엔진 전투기로서 개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수석 설계사 고야마의 의견으로 Ki-62의 계획은 취소되고 공냉식 엔진의 전투기로 개발하고자 했다.

[ 대중에 공개된 Ki-84-Ia 하야테, 하야부사와 다른 4날 프로펠러와 주익의 기관포가 특징적이다. ]

그러나 이 새로운 전투기의 개발에는 몇가지 난제가 있어서 1943년 3월이 되어서야 간신히 원형기가  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전투기에 탑재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1800마력급의 공냉식 Ha-45 엔진의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 1943년 4월 간신히 8401번으로 명명된 원형기가 시험제작된 엔진을 달고 날아올랐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험비행을 하게되었다. 그러나 이 신형기는 평가를 맡은 시험조종사들로부터 비행 안정성, 기동성 및 엔진의 신뢰성에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았으며 결국 계속적인 수정을 해야했다. 결국 많은 수정을 거친 4번째 원형기가 고도 2만피트에서 시속 640km의 최고속도를 기록하면서 육군 항공대의 시험비행 조종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이 신형기는 Ki-43과 매우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종석도 Ki-43과 거의 같은 형태의 돌출형 캐노피로 장비되어 있었다. 그외에 메인 랜딩기어와 후미 랜딩기어가 모두 수납이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조타면은 금속제 프레임에 섬유를 입히는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며 Ki-43에 적용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공중전 플랩을 부착하여 우수한 저속 기동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외에 조종사 보호를 위해서 전방창을 방탄유리로 사용했으며 조종석의 후방과 바닥에 13mm의 강판을 부착하여 방어력을 강화했다. 무장은 기수에 Ho-103 12.7mm 기관총 2정과 주익에 Ho-5 20mm 기관포 2문을 장착하여 비교적 쓸만한 수준이었다.

[ 하야테의 옆모습은 선배겪인 하야부사와 상당히 유사하다. 실제로도 전투중에 미군 조종사들이 하야부사와 하야테를 혼동하는 일이 매우 잦았다고 한다. ]

원형 4번기의 성능에 만족한 일본 육군이 일단 시험적으로 83기의 기체를 발주하였으며 이 기체들은 1943년 8월부터 1944년 5월사이에 계속 개량이 되면서 생산되었다. 각 기체들은 실전 조종사들의 탑승후 평가를 받아 계속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형식으로 생산되었다. 따라서 마지막 83번째 기체는 원형 4번기에 비해서 조타면의 면적이 넓어졌고 비행 안정성과 이륙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 특히 시속 600km가 넘는 최고 속도와 16400피트까지 6분 30초에 상승하는 놀라운 상승률, 그리고 일본기로서는 가장 높은 고도에서 작전 가능한 34000피트에 이르는 작전고도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육군 4식 전투기 1a형 (Ki-84-Ia)이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받음과 동시에 즉시 대량 생산을 하도록 요구받았다. 조종사들은 이 전투기에 큰 기대를 걸었고 하야테 (질풍)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그러나 Ki-84는 이런 놀라운 비행성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육군의 3식 전투기 히엔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1800마력급의 Ha-45 공냉식 성형엔진의 문제점 때문이었다. 이 엔진은 신뢰성이 매우 떨어졌으며 출력이 들쑥날쑥해서 조종사들로부터 '예측불허의 변덕쟁이'라는 악평까지 받는 물건이었다. 출력은 강력했지만 연료 공급계통이 계속 문제를 일으켜 엔진이 출력저하를 일으키는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비행중에 갑자기 정지해버리는 치명적인 경우까지 속출했다.

[ 하야테가 보여주는 날렵한 외모의 이면에는 엄청난 불안정성을 가진 엔진이 숨어 있었다. ]

더구나 1944년 말부터는 일본의 유류 사정이 매우 악화되어 순도높은 항공유의 생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존에는 사용조차 하지 않았던 저질 연료를 사용해야 했고 이것은 엔진에게 나쁜 영향을 주어 문제점을 악화시켰다. 결국 일본 육군 항공대는 이 엔진을 계속 개량해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으나 계속 생산된 개량형들도 여전히 신뢰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여서 이 엔진의 결함이 Ki-84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게 된다. 그러나 미군의 맹공에 점점 궁지에 몰리는 일본의 다급한 상황은 이런 문제점을 가진 상태에서도 Ki-84를 빨리 생산해서 실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했으며 결국 다급한 시간속에서 엔진은 계속 해결되지 못한 불안정성을 가진채로 하야테에게 장착되었다.

Nakajima Ki-84 Hayate (Frank)

분 류

단좌 주간 전투기 / 전투 폭격기

동 력

나까지마 Ha-45 공냉식 성형 엔진 (1800마력)

최고속도

시속 631km

상승속도

분당 834m

항속거리

1695km

무 장

기수 - 12.7mm 기관총 2정

주익 - 20mm 기관포 2문

그래서 하야테는 이러한 불안요인을 가진채로 실전에 투입되어야 했고 기수의 12.7mm 기관총을 20mm 기관포로 대체하여 20mm 기관포 4문을 장비한 강력한 무장의 Ki-84-Ib형이 등장했고, B-29의 엄청난 공습을 막기위해서 급히 주익의 무장을 30mm Ho-105 기관포로 강화한 Ki-84-Ic형까지도 소수 등장하게 된다.

* 전장의 하야테

1944년 3월 시험비행대는 해산되었고 조종사들과 기체는 중국-버마 방면의 제 22 항공전대로 재 배치되었다. 이지역은 플라잉 타이거즈의 지휘관으로 용명을 떨쳤던 클레어 센놀트가 지휘하는 미 제 14 공군 (플라잉 타이거즈의 후신)이 작전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이 지역에 최초로 얼굴을 내민 하야테는 놀라운 상승 성능과 빠른 속도를 과시하면서 단시간만에 미군 조종사들에게 새로운 강적이 나타났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제 14 공군은 P-40 후기형과 비교적 신형인 P-51B형으로 일본군과 싸우고 있었는데 이때까지는 이 전투기들로도 쉽게 이 지역의 일본군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야테의 출현은 조종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하야테와 조우한 대부분의 미군 조종사들은 이 전투기가 매우 쉬운 먹이감인 Ki-43 하야부사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외형상 Ki-43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야테는 하야부사와 본질적으로 다른 전투기라는 것을 금새 과시하면서 미군 전투기들을 놀리듯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 착륙중인 Ki-84, 전장에 얼굴을 내민 초기에는 미군 조종사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

미군 정보부에서는 이 신형 전투기의 보고를 받고 이것이 하야부사의 개량형이 아닌 일본의 신형 전투기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최초로 이 기체의 식별 요령을 기술한 정보부의 프랭크 맥코이 대령의 이름을 따서 'Frank'라는 식별코드를 붙였다. 

이후 22 항공전대가 필리핀 지역의 전황이 악화되면서 이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미해군 조종사들도 이 신형기와 조우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곧 더 많은 항공전대들이 하야테를 장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수가 전장에 출현했다.

1944년 12월, 필리핀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제 73 항공전대 소속의 Ki-84-I 하야테이다. 필리핀 전투가 거의 미군의 승리로 굳어질 무렵 급히 전장에 배치되었으나 별다른 활약을 못하고 대부분 본토 방어를 위해서 후퇴했다.

1945년초에는 오끼나와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 본토 방어부대인 제 111, 200 항공전대가 하야테를 장비하고 미군의 항공력에 저항했다. 하야테와 공중전을 경험한 미군 조종사들은 하야테는 중고도 이하에서 P-51D 머스탱이나 P-47D 썬더볼트, F4U 콜세어와 같은 미공군과 해군의 주력 전투기들보다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어서 미군기의 추격을 쉽게 벗어났다고 하며, 상승력에서도 더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놀라운 평가를 내렸다.

[ 고속으로 이륙하는 하야테, 전쟁이 거의 끝나갈 무렵의 사진이다. 강력한 엔진에서 발생하는 토크가 매우 심해서 경험이 적은 조종사들이 이륙시에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

하야테의 빠른 속도라는 강점은 수적인 열세상황에서 격추를 모면하고 신속하게 전투지역을 이탈하여 도주할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일부 조종사들은 미군기들과의 전투에서 우위를 과시하면서 상당한 격추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4-8대 편대단위로 새벽이나 초저녁에 미군 비행장을 내습한후에 도주하는 전법으로 어느정도 성과도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미군의 초계망이 강화되면서는 하야테의 손실만 늘리게 되었다. 결국 일본이 완전히 수세로 몰리면서 하야테는 철저하게 방어용 무기로서 사용되었다.

미군에게는 거의 새로운 전투기를 생산할 능력이 없을 정도로 파괴된 일본의 항공기 공장들에서 이런 전투기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으며, 이 일본의 신형 전투기는 매우 우려할만한 존재로 생각되었다. 특히 일본 본토 폭격에 나섰던 고고도 폭격기 B-29의 조종사들이 다른 일본 전투기들은 얼씬도 못하는 고공에 오직 Ki-61과 Ki-84만이 날아올라 공격을 가해왔다면서 이 일본 전투기들을 물리치기위한 호위 전투기를 요청하게 되자 P-51D로 편성된 호위 전투기부대가 급거 동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 차라리 하야부사가 났겠다!

그러나 1944년말까지 한달에 300-400대를 생산하는 정도로 필사적으로 하야테의 생산에 매달렸지만 간신히 1670기가 생산되었을 정도로 일본의 공업능력은 허약해진 상태여서 실전에 배치된 하야테의 수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이 전투기의 성능을 최고로 발휘할 조종사가 부족했다. 하야테는 경험이 많은 조종사들에게는 매우 놀라운 무기가 될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조종사들이 대부분 전사하거나 부상하여 전열에서 이탈한 1944년 말렵에는 비행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한 신출내기 조종사들이 하야테를 조종해서 미군의 막강한 항공전력에 맞서야 했다.

더구나 여전히 엔진의 신뢰성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태였으며, 이륙시에 발생하는 강력한 엔진 토크 현상은 초보 조종사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난관이었다. 많은 조종사가 이륙도중에 기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추락사고를 일으켜 사망했다. 더구나 이륙에 성공한다고 해도 어느정도 속도가 붙으면 고속 전투기라는 특성으로 조종간이 매우 묵직해지기 때문에 하야부사와 같은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와 달리 조종이 매우 어려웠다고 하며, 시속 480km를 넘게되면 보조익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비행특성으로 인해서 대부분의 일본 조종사들은 미군기들과의 교전에서 하야테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경험많은 미군 조종사들의 먹이가 되어 하늘에서 한줄기 연기가 되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1945년 8월, 최후의 순간까지 싸우라는 명령을 받았던 제 193 특수 공격부대 소속의 Ki-84-I형이다. 도색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 듯 대충 녹색 페인트가 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부대의 성과는 거의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연일 미군의 맹폭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고 있었던 일본 본토의 비행기 공장들에서 제대로 이 정교한 전투기의 생산을 유지할수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1945년에 생산된 하야테의 경우 유압계통의 기계적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급히 실전배치 된다거나 심지어는 랜딩기어와 휠브레이크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실전에 투입되어 전투에서 살아돌아온 조종사가 착륙도중 랜딩기어가 제대로 펴지지 않거나 휠브레이크가 동작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부실하게 제작된 랜딩기어가 활주중에 부러져버리는 어이없는 사고로 사망하는 일까지도 속출해서 조종사들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1945년에 생산된 하야테에의 조종석에는 절대 타지말라 최근에 생산된 녀석들일수록 더 불량품이 많아서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것들이다. 차라리 1944년에 생산된 초기형이 더 믿을만하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 직면한 일부 조종사들은 믿을 수 없는 하야테의 탑승을 거부하고 그들이 익숙하게 조종했던 신뢰성 높은 Ki-43 하야부사를 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오히려 어떤 육군조종사들로부터는 Ki-84보다 라이벌기였던 3식 전투기 Ki-61 히엔과 히엔의 변종인 Ki-100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히엔도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골치를 썩이고 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1945년 4월부터는 일본이 완전히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B-29의 대편대가 하늘을 뒤덮어 수도인 도꾜까지 맹폭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하야테의 엔진과 기체를 생산하는 공장들까지 연일 폭격을 받아 생산이 아예 중단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 나무로 만든 하야테, Ki-106의 사진이다. 전후에 미군에 노획된 기체로서 배경에는 미군 폭격기가 보인다. ]

그러나 일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원폭이 떨어지는 날까지 지하공장에서 하야테를 필사적으로 생산했는데 이때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되면서 심지어는 모든 재료를 목재로 제작한 하야테까지도 생산되게 된다. 이것이 Ki-106 이라고 알려진 기체로서 한마디로 말해서 '나무로 만든 Ki-84'였다. 당시 일본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Ki-106은 1945년 7월 시험비행을 실시한후에 그럭저럭 금속제 하야테에 필적하는 성능수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목재 하야테는 얼마안가 일본에 원폭이 떨어지면서 단 한번도 전쟁에 투입되지 못하고 종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 말고도 Ki-113, Ki-116, Ki-84N, Ki-84P, Ki-84R 형들과 같은 변종들이 있었지만 태평양 전쟁이 끝날무렵까지도 대부분 설계도면으로만 존재했거나 시제기들이 한창 제작되고 있던 단계들이어서 별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1945년 5월 본토 방어에 나선 제 29 항공전대의 Ki-84-I 형이다. 태평양 전쟁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무렵이어서 페인트도 모자라는 일본의 상황을 대변하듯이 이처럼 무도장의 알루미늄 동체에 부대마크만 그려넣은 기체들이 많았다. (위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당당하게 무도장으로 전투에 투입된 미군의 P-51D 머스탱의 은빛 동체와 비교가 된다. 한쪽은 페인트가 없어서... 한쪽은 자신감이 넘쳐서...)

1945년 8월까지 총 3514기의 하야테를 생산했다고 하며, 일본의 패망과 함께 일부 잔존 하야테는 프로펠러가 떼어졌으며 이후 대부분 폐기되었다. 일부기체는 미군에게 압수되어 전후 미군의 군사연구소에서 테스트를 받았다고 한다. 미공군은 이 하야테의 기체와 엔진의 결함을 정비하고 보수한후 미군기에 사용되던 고급 항공유를 연료로 사용해서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하는데, 시험 비행결과가 고도 2만 피트에서 P-51D 머스탱보다도 시속 3km가 빨랐으며 다른 성능지표에서도 거의 비슷하거나 약간 나은 성능을 보였다고 한다. (요 자료를 가지고 아직까지도 일본놈들이 자기들이야말로 2차대전 최고의 전투기를 만들었다고 떠들어 대고는 한다.) 

* 마치면서  

Ki-84 하야테는 패망한 일본인들에게는 아쉬움의 상징이며 마치 일본의 항공기술이 미국을 능가하는 최고수준이었다는 환상까지도 심어주고 있다. "만일 ... 했다면..."하는 운명론적인 이야기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하야테인데, 심지어 어떤 일본 항공잡지에서는 마치 독일의 Ta 152H와 비견될 정도로 궁극의 프로펠러기가 바로 Ki-84 하야테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 일장기와 함께 전시된 Ki-84, 과연 하야테는 최고의 일본 전투기였는가? ]

그러나 하야테야말로 수치상으로 나타난 성능이 실전에서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숨이 걸린 절박한 전투상황에서 언제 제풀에 추락할지도 모르는 비행기를 최고의 전투기라고 주장하면서 타고날아올라 적과 싸우라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상황이란 말인가? 하야테는 일본제국의 영광의 시절을 동경하는 일부 일본인들이 최고의 전투기라고 믿고 싶을지는 몰라도 이런 불안한 전투기를 몰고 날아올라야했던 젊은 일본 조종사들에게는 분명히 최악의 전투기중 하나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