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vochkin La-5 / La -7 fighter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11. 3. 29
1941년 6월, 독일군의 전면적인 기습으로 시작된 독소전쟁의 하늘에서 소련공군의 항공기들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이미 서부유럽을 휩쓸었던 전격전에서 그 뛰어난 성능을 과시했던 독일공군의 고성능 전투기들 앞에 이미 한세대 이상의 기술력이 뒤쳐진 I-16이나 I-15와 같은 구식전투기들은 연습용 표적 신세에 불과했던 것이다.
게다가 독일공군에 맞서 싸울 만한 우수한 조종사들이 전쟁발발을 앞두고 스탈린에 의해 대부분 숙청되어 버린 것이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었다. 그나마 일선에 보급되기 시작한 야크-1, 미그-3, 라그-3와 같은 신예기들을 조종하는 조종사들이 받은 훈련이라고는 이착륙과 같은 기본적인 비행술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수많은 실전 경험과 훈련으로 무장한 독일공군의 조종사들과 그들의 고성능 전투기들에게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이렇게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전황속에서 끈질기게 독일군과 맞서싸운 소련군이 많은 희생을 치루면서도 결국에는 침략군을 물리치고 독일제국의 수도 베를린까지 진격함으로써 최후의 승리를 얻어낸 것은 실로 놀라운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으며, 그중에는 동토의 하늘에 젊은 목숨을 바치며 끝까지 싸웠던 수많은 조종사들의 노고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전투기를 만들어냈던 우수한 기술자들과 그들이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우수한 전투기들이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업데이트되는 불타는하늘의 Great War Planes... 이번에는 야크 전투기 시리즈와 함께 소련공군 전투기의 양대축을 담당했던 La-5 / 7 전투기 시리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실패에서 태어난 동토의 송골매
독소전 초기에 등장한 소련의 신예기중 독일공군기들과 충분히 맞서 싸울 만하다는 조종사들의 평판과 함께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게 되며 이후에도 꾸준하게 소련공군 조종사들의 사랑을 받았던 야크 전투기들에 비해서 개전벽두에서부터 그 형편없는 성능으로 인해 독일공군기들의 제물신세가 되어 '조종사들의 관'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었던 LaGG-3 전투기로 인해 몰락할 것만 같았던 라포츠킨 설계국이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기체를 더욱 발전시켜 La-5와 La-7이라는 동토 최강의 전투기를 만들어내며 국난극복의 영웅으로 우뚝설 수 있었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LaGG-3로부터 La-5를 거쳐 La-7에 이르게 되는 발전의 과정은 독소전 기간에서 소련군이 초기의 엄청난 패배에도 불구하고 점점 고난을 헤쳐나가는 불굴의 투사로 성장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다.
[ 몰락의 위기로 떨어졌다가 La-5 시리즈의 성공으로 부활하는 세미언 라포츠킨 ]
실패작이었던 Lagg-3 전투기의 개발자 3인방 중에서도 유독 열정이 강했던 세미언 라포츠킨은 실전에서 자신의 전투기가 실패한 원인을 며칠밤을 새워가며 냉철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기체 자체의 설계에는 큰 문제가 없으며 오로지 기체에 장착된 엔진의 출력이 충분하지 않아 성능을 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소련의 가장 위대한 장군인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면서 수도 모스크바의 함락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던 1942년초, 라포츠킨은 엄청난 수모를 겪게 되는데...그것은 스탈린의 직접 명령으로 형편없는 LaGG-3 전투기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생산공장도 야크-1 전투기를 생산하도록 전환토록 하라는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사실 전쟁 발발이전 같았으면 라포츠킨은 숙청을 당했을 것이지만 전황이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라포츠킨은 숙청을 면할 수 있었을 뿐더러, 재기의 기회까지도 얻게 된 것이다.)
[ 라포츠킨에게 영감을 부여한 Su-2 폭격기 ]
여하간 이런 굴욕속에서도 라포츠킨의 기체에 대한 열정은 꺽이지 않았으며, 자신의 전투기에 어울리는 보다 강력한 출력의 엔진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던중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일선부대에서 활약중이던 수호이 Su-2 경폭격기였다. 강력한 1700마력급의 Ash-82 공냉식 성형엔진을 장착한 이 단발 경폭격기를 둘러보던 라포츠킨은 이 Su-2의 기수 디자인을 약간 변형하면 Lagg-3에도 기존 엔진보다 450마력이나 강력한 Ash-82 엔진을 장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기체의 공기역학적인 측면에서의 설계는 변경하지 않고 이 덩치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엔진을 장착하기로 했는데 이러다보니 기체의 무게중심을 크게 조정해야 했으므로 추운 겨울 날씨의 시험 비행장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행해야했다.
엔진만 바꿨을 뿐인데
각고의 노력끝에 결국 1942년 3월이 되면서 LaG-5로 명명된 원형기가 드디어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으며 비행성능을 점검받게 되었다. 그리고 몇차례의 성능 테스트가 시행되는데, 그 결과는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드디어 라포츠킨은 자신의 전투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뛰어난 엔진을 장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La-5로 새롭게 무장한 제 159 전투항공연대 소속의 조종사들 ]
이후 한달간 LaG-5의 성능을 테스트하던 조종사들은 일단 기존의 LaGG-3에 비해 이 신형기의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비행 안정성이 높아졌으며 상승력에서도 매우 뛰어나 당시 야크-1의 중전투기형으로 개발되어 소련공군에 도입중이던 야크-7과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는 우수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 기간동안 기체에는 약간의 개량이 추가되었다. 특히 조종사들의 요구로 후하방 시야를 개선하기 위해 동체 윗부분을 일부 잘라내고 유리창으로 대치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 원형기와 양산기의 차이점을 볼 수 있는 일러스트 ]
그리고 1942년 7월, 독일군의 하계공세가 다시 강화되어 전선의 상황이 다시 위급하게되자 스탈린은 즉시 이 신형기를 최대한 많이 생산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소련공군에서는 이 기체를 개발하는데 가장 주도적인 라포츠킨의 공로를 인정하여 기체의 제식명칭을 La-5로 수정하도록 하고 이미 전선에 활약중이던 야크-1과 함께 주력전투기로 사용하게 된다. 이무렵 대량생산에 들어간 공장들에서는 새롭게 La-5를 만들어내는 것에 더해서 기존의 LaGG-3를 전선에서 수거하여 La-5로 개조하는 작업도 실시되었는데, 시간에 쫒긴 나머지 개조작업이 너무 날림으로 진행되어 이렇게 개조를 통해 완성된 La-5들의 경우 야전에서는 확연히 성능이 떨어졌다고 한다.
[드디어 양산에 들어간 La-5, 소련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동부전선 항공전의 판도를 바꾸게되는 장면이다. ]
1942년 가을, 독소전의 운명이 걸렸던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의 다급한 전황속에서 La-5 전투기들은 생산되는 족족 전선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La-5는 이미 아군에게 악명을 떨쳤던 '하늘의 관' LaGG-3의 형편없는 성능으로 인해 라포츠킨의 기체에 대해서 편견을 가진 조종사들에 의해 한동안 저평가 되었다가, 실전에 투입되어 거친 공중전에서 살아남은 조종사들로부터 LaGG-3와는 전혀 다른 우수한 성능의 새로운 기체라는 평가를 얻게되었다.
[ 1943년, 독소전의 최대격전지인 쿠르스크 전선에서 출격대기중인 La-5 전투기들 ]
특히 스탈린그라드 상공에서 양측의 전투기가 주로 공중전을 벌였던 15000피트 이하의 중-저 고도에서 Bf 109G나 FW 190과 같은 독일공군의 주력 전투기들과의 접전이 가능했다는 조종사들의 평가가 속속 들어왔던 것이다. 야전의 조종사들이 꼽은 이 기체의 장점은 먼저 롤레이트가 매우 좋아서 급격한 방향전환을 가능케 해주었다는 점과 기존의 LaGG-3에 비해 상승률이 매우 좋아 고도의 확보가 쉬워졌다는 점 그리고 2문의 20-mm ShVAK 기관포가 장착되어 공격력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점이었고, 무엇보다 공냉식 엔진의 장착으로 인해 전투손상을 견딜 수 있는 방호력이 증가하여 많은 조종사들이 교전중 피탄되고도 살아서 귀환할 수 있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이제 소련 조종사들도 수냉식엔진의 야크 전투기와 공냉식엔진의 La-5 전투기로 이원화된 양대 주력전투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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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vochkin La-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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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Ash-82 공냉식 성형엔진 (1700마력) 전폭: 9.80m 전장: 8.67m 전고: 2.54m 기체중량: 2800kg 최대중량: 3360kg 최대속도: 580km/h (고도 20341 피트) & 509km/h (해면고도) 최대고도: 32808피트 항속거리: 1190km 무장: 20mm ShVAK 기관포 2문 (각 기관포당 200발 무장) |
이무렵 신형 ASh-82F 엔진이 나오게 되자 1942년 9월경부터 새롭게 제작되는 La-5 전투기들은 이 엔진을 심장으로 삼게되는데, 이 기체들은 엔진의 제식부호를 따서 La-5F로 불리게 된다. 이 전투기들은 단지 La-5의 엔진만 바꿔 단 것이 아니라 외형에 큰 변화를 가지게 되는데 무엇보다 후방시야가 좋지 않았던 점을 획기적으로 개량한 돌출형 캐노피를 가지도록 기체의 외형이 크게 바뀐 것이다. 성능면에서도 최고속도가 고도 2만피트에서 기존 La-5 전투기보다 시속 20km 정도 빨라진 시속 600km을 기록했으며 고도 1500피트 정도의 저공에서는 시속 560km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가지게 되었다.
[ 쿠반전선의 La-5F 전투기, 절정의 성능을 자랑하는 La-5FN으로 이어지게 되는 과도기적 기체이다. ]
흥미로운 것은 ASh-82F엔진은 과도기적인 것으로 과열이 쉽게 되는 등의 몇가지 단점이 있어 단기간만 생산되고 발전형인 ASh-82FN 엔진으로 대체되는데, La-5F 전투기도 이 ASh-82FN 엔진의 등장에 맞추어 보다 성능이 강화된 후속형인 La-5FN형으로 본격적인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 La-5 / La-5F 일러스트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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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9 전투항공연대 소속의 La-5, 측면의 문구는 영어로 표기하면 Valerij Chkalov Squadron이라는 의미로서 '발레리 츠카로프'는 1930년대 많은 업적을 남긴 소련공군의 명테스트 파일럿 이었다고 한다. 이 기체의 고동색과 진녹색의 위장도색은 전쟁초기 소련전투기들에 널리 사용되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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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겨울 동계위장을 위해 흰색으로 급하게 도색된 La-5 전투기, 여름용 도색위에 급하게 흰색 페인트가 칠해져서 기존 도색의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야전에서의 다급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도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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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14번의 야전번호가 도색된 La-5F, 본 기체는 소련의 레오니드 우테초프라는 음악가가 이끄는 유명 재즈밴드 팀의 기부금으로 소련공군에게 보내진 기체라고 한다. 기체옆의 문구는 '우테초프의 재즈밴드로부터...'라는 의미라고 한다. 2차대전의 소련군 장비에는 이런 식으로 전 소련국민이 모두 전쟁을 돕고 있다는 식의 선전문구가 많이 기입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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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남부전선에서 독일군에게 노획된 La-5F, 독일공군은 본기체를 완전히 독일식 위장도색으로 변경하였으며 최전선의 독일공군 부대를 순회하며 전투기조종사들에게 기체의 성능을 확인하도록 했다고 한다. |
더욱 강해지는 동토의 전사
1943년이 되면서 겨울동안 스탈린그라드에서 악전고투속에 최종적인 대승리를 얻어낸 소련군이 공방전 와중에 밠생한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독소전에서의 심리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전선의 상황은 점차로 희망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 공기역학 분석중인 La-5F, 라포츠킨은 이기체를 더욱 개량하여 최고의 기체를 만들기로 한다. ]
그동안 실전에 투입된 La-5 / 5F 전투기들에 대한 높은 평가가 연이어지면서 고무된 라포츠킨은 기체를 더욱 개량하여 소련 최고의 전투기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다. 그는 최우선적으로 그동안 급박한 전황으로 인해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던 기체의 공기역학적인 측면에서의 전면적인 점검과 재설계를 추진했다.
[ La-5F와 La-5FN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기수상부에 장착된 긴 공기흡입구가 가장 특징적이다. ]
라포츠킨은 LaGG-3의 기본설계에 무리하게 M-82 (ASh-82) 엔진을 장착하고 서둘러 전선에 투입되다보니 최고의 성능이 나오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것은 외형에서도 두드러져서 La-5의 외형은 뭔가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기형적으로까지 보이게 한다.) 여기에 개량형인 La-5F에 대해서도 아직은 뭔가 부족하다며 더욱 성능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날렵한 외형의 La-5FN, 물론 더 뛰어난 La-7이 생산되어 그 뒤를 있게 되지만 전쟁 전체에 끼친 영향과 기여도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La-5FN 이야말로 소련전투기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된다. 소련 조종사들은 이 La-5 시리즈를 '라포츠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
이무렵 전선의 상황이 급박한 위기를 넘기면서 라포츠킨은 보다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기체의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 특히 과거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풍동 (wind tunnel)에서의 실험까지도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체의 비행성능을 좌우하는 공기역학적인 측면에서 많은 점이 개선되었다. 더구나 이무렵 새로운 기체에 어올리는 더욱 안정적이고 강력해진 1850마력의 신형 엔진 M-82FN (ASh-82FN)이 개발되면서 개발과정은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이 신형엔진은 연료 직접분사방식을 채용하여 급격한 전술기동시에 발생하는 압력의 변화에서도 엔진의 출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으므로 기체의 기동성을 최대한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 드디어 탄생한 명품전투기 La-5FN ]
이렇게 해서 탄생한 기체가 바로 라포츠킨의 열정이 그대로 반영된 최고의 명품으로 손꼽히는 La-5FN 이다. La-5FN이 등장하면서 라포츠킨은 비로소 스스로가 만족할 정도로 완성도가 매우 높은 전투기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이 신형기는 이무렵 독일공군의 주력전투기였던 Bf 109G와 비교했을 때 저고도에서의 가속능력이나 최고속도에서 거의 대등한 성능을 과시했으며 수평 선회반경이 작고 롤레이트가 높아 근접 격투전에서 훨씬 유리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며 또하나의 독일전투기였던 Fw 190에 비해서는 거의 모든 고도에서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고 하는데 Fw 190이 급강하 능력에서는 더 우수했으나 상승률에서는 La-5FN이 더 좋은 성능을 보였다고 한다.
[ 엔진 정비중인 La-5FN, 기수의 특징이 잘 나타난 사진이다. ]
우연히 이 기체를 노획한 독일공군은 이 전투기의 우수한 성능에 놀라 철저하게 분석하게 되는데, 독일측의 분석에 의하면 La-5FN은 1만피트이하의 고도에서는 기존의 소련전투기들을 완전히 능가하는 매우 뛰어난 성능을 가졌던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공군에 의하면 이 기체는 몇가지 단점도 있어서 순항속도로 비행할 때 겨우 40분 정도만 비행할 수 있어 항속거리가 짧다는 점과 쓰로틀, 연료 혼합장치, 프로펠러 피치, 공기흡입구, 슈퍼차저 기어와 같은 엔진의 출력 조절장치들이 모두 각각의 레버로 작동시켜야 했으므로 조종사의 작업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하여 공중전의 스트레스하에서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La-5의 경우 재빠른 가속을 위해서는 적어도 6개의 수동레버를 모두 조작해야 했다.) 반면 이무렵의 독일 전투기들은 항공전자기술이 앞서있어 하나의 조절장치만으로도 엔진의 효과적인 제어가 가능했다.
그리고 2차대전중의 모든 소련제 무기들이 그러했듯이, 조종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편이었는데, 특히 조종석의 히터도 없어서 동계작전시에 조종사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전투에 필요한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었으므로 전장에서의 무기로서는 매우 훌륭한 기체였다.
[ 소련공군 소속으로 활약했던 체코 의용 조종사들의 La-5FN ]
소련측의 자체분석에 의하면 이 La-5FN의 등장과 함께 비로소 소련공군이 질적인 면에서도 독일공군을 완전히 따라잡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의 전황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었다. 1943년 6월에 벌어진 최대의 격전이었던 쿠르스크 전투에서 La-5FN이 본격적으로 실전에 투입되어 기존의 La-5 / La-5F 전투기들과 같이 싸웠는데 이 쿠르스크 지역에서의 대규모 전투에서 소련군은 엄청난 희생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사투를 벌였으며, 결국 독일군을 재기불능의 상태로 몰아넣는데 성공하게 된다. 1943년에는 9048기의 La-5F 와 La-5FN이 생산되어 전선에 투입되었으며 1944년에는 3826기의 La-5FN이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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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vochkin La-5F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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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Ash-82FN 공냉식 성형엔진 (1850마력) 전폭: 9.80m 전장: 8.50m 전고: 2.84m 기체중량: 2805kg 최대중량: 3360kg 최대속도: 765km/h (고도 20000 피트) & 546km/h (해면고도) 최대고도: 36090피트 항속거리: 765km 무장: 20mm ShVAK 기관포 2문 (각 기관포당 200발 무장) |
동부전선 최강의 전투기
붉은군대가 독일군을 몰아붙이며 전선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었던 1943년 가을, La-5FN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지칠줄 모르는 열정을 가졌던 라포츠킨은 더욱 우수한 성능의 신형 전투기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라포치킨은 경합금을 보다 많이 적용하여 La-5FN의 기체중량을 감소시키고 기체강도를 향상시키면 기체의 성능이 극대화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기체의 모든 부분을 경량금속으로 제작하고 싶었지만 소련에는 이런 경량금속 자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으므로 필수적인 부분만을 금속부품을 적용하여 기체의 성능을 극대화 시켜야만 했다.
물론 이런 금속 부품이 대폭 사용되면서 기체의 밸런스와 디자인에 많은 수정이 가해지게 되었고, La-5FN의 기체에 몇가지 개량이 가해진 과도기적인 모델인 La-5 '206' 모델이나 La-5FN 1944 type 이 제작되었다. 이런 과정으로 볼 때 이 신형기는 La-5의 개량선상에 있는 업그레이드형으로 볼 수 있었으나 라포츠킨은 이 기체를 완전히 혁신적인 새로운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결국 최종완성단계에서는 La-7이라는 제식명칭을 붙이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LA-7은 초기생산분은 La-5FN과 같은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으나 곧 좀더 성능이 향상된 ASh-82FNV 엔진이 본격적으로 양산되면서 새로운 심장을 가지게 되었다.
1944년 5월부터 La-7은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들어가게 되어 6월경에는 최초 양산분인 57기의 전투기가 은밀하게 실전에 투입되어 성능테스트를 받게 되는데, 실전에서 드러난 La-7의 성능은 그야말로 동부전선 최고의 전투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뛰어난 것이어서 저공 (해면고도)에서 시속 592km라는 놀라운 속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La-5FN에 비해서는 시속 46km 정도 빠른 속도였고 당시 독일의 최신형 전투기였던 Fw 190A-8에 비해서는 시속 72km나 빠른 속도였다.
[ 시리즈 최강의 전투기 La-7, 공기흡입구가 동체 하부로 이동되어 매우 세련된 기수를 가지게 된다. ]
여기에 더해서 기체의 경량화와 보다 강력한 엔진의 장착으로 고공에서의 비행성능까지 향상되어 고도 2만피트에서 시속 655mk의 최고 속도를 기록하여 Fw 190A-8형에 비해 시속 15km 더 빠른 속도를 가지게 되었다. 중-저고도에서의 상승률도 놀랍게 향상되었는데 고도 16000피트까지 이르는데 불과 5분정도면 충분했으며 이는 Fw 190A-8에 비해서 거의 1분이나 빠른 것이었다. 선회능력에서는 원래 뛰어난 La-5FN보다 더 향상되어 중저고도에서 20초만에 360도 선회를 해낼 수 있었던 반면 Fw 190A-8의 경우는 La-7에 6초나 뒤졌다. La-7의 유일한 단점은 655km에 불과한 항속거리였으나 어차피 전략폭격기의 엄호와 같은 장거리를 비행할 필요가 거의 없었던 소련공군의 전술개념으로 볼 때 이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 La-7의 측면 형태를 잘 보여주는 사진 ]
이렇게 되니 La-7은 공중전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최고속도, 상승능력, 선회능력에서 모두 독일의 최신예기들을 월등히 앞서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무렵에는 수냉식 엔진을 장비한 야크-3나 야크-9P 전투기들도 대부분 독일 전투기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가지게 되는데, 전쟁이 말기로 향하면서 전쟁초반 독일공군의 영광을 선도했던 우수한 조종사들이 대부분 전사하거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독일공군 조종사들의 숙련도는 급격히 떨어진 상태여서 신출내기 조종사들이 단지 몇시간의 훈련만 받은후 전투기를 타고 출격하고 있었으므로 전쟁말기에는 오히려 소련공군의 조종사들이 질적인 면에서까지 완전히 압도하게 되어 소련공군이 전장의 주도권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소련 최고의 에이스였던 이반 코제더프의 도색을 하고 전시된 La-7 ]
1944년 한해동안 총 1782기의 La-7이 생산되어 전쟁의 막바지에 맹활약을 했으며 1945년에도 생산은 지속되어 전쟁이 승리로 끝난 1945년 5월까지 2195기의 La-7이 더 생산되었다고 한다. 전후에는 많은 기체들이 동구권의 우방국들에 공여되어 소련주도하의 바르샤바 조약국의 주력 전투기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곧 밀려온 제트시대의 열풍으로 대부분 고철신세로 처리되었다.
일부 기록에 의하면 La-7은 북한군에게도 일부가 공여되어 1950년의 한국전쟁에도 참가한적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 사진으로 남아있는 기록이 없어 정확한 진실은 알려져 있지 않다.
* La-5FN / La-7 일러스트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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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9 전투항공연대 소속의 La-5FN, 기수 상면의 긴 공기흡입구가 특징적이다. 보다 위장효과가 뛰어난 횐색톤의 위장도색이 적용되어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기체에는 동료 조종사들을 기리는 문구가 기입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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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전투항공연대 소속의 La-5FN, '몽고의 인민들로부터..'라는 의미의 끼릴문자가 기입되어 있는데, 소련의 우방국인 몽고 공화국이 제공한 전쟁자금으로 제작된 기체라는 의미로서, 공산권의 단결을 호소하는 전형적인 선전문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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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체는 소련공군휘하의 제 1 체코의용군 연대소속의 La-5FN이다. 조종석 아래의 Rene이라는 문구는 본기체의 조종사였던 파벨 콕펠다가 1940년 영국공군 소속으로 전투기를 조종하던 시절의 영국인 연인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파벨 콕펠다는 영국본토 항공전이 끝나자 소련전선으로 전속을 신청하여 소련공군 소속으로 조국의 해방을 위해 싸운 투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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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공군의 국적마크를 도색한 La-7, 본 기체는 독일로부터 해방된 체코공군의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기체로서 소련이 체코에게 대량으로 제공한 기체중 하나이다. 조종석 뒤쪽에는 '고리끼의 노동자들로부터..'라는 문구가 기입되어 소련과 체코의 우호를 강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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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회색의 단조로운 도색의 La-7, 전쟁이 끝나갈 무렵의 기체로서 3문의 20mm B-20 기관포를 장착한 후기형 기체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