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WarPlanes*

◇ Mikoyan Gurevich MiG fighters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5. 12 & revised at 2007. 11. 22

'미그 전투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전쟁에서부터 걸프전까지 서방에 대항해서 하늘을 전쟁터로 삼았던 소련의 대표적인 제트전투기들을 떠올릴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처음으로 선보여 미군에 충격을 주었던 미그-15부터 베트남과 중동의 하늘을 피로 물들인 미그-17, 19, 21 그리고 마하 3의 미그-25와 F-16의 라이벌인 미그-29에 이르기 까지 서방의 제트전투기들에 대항해서 한세대를 풍미했던 이 화려한 미그 전투기의 족보를 살펴보면 그 최초의 발걸음은 2차대전의 프로펠러 전투기인 미그-1과 미그-3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독일공군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친 야크 전투기나 슈트르모빅등의 항공기들에 가려 2차대전에서 미그라는 이름을 가진 전투기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사실 이 미그전투기야 말로 2차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소련공군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신형 전투기였다. 불타는하늘의 Great War Planes....이번에는 미그 전투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고고도 요격기를 개발하라

1938년 소련공군은 고고도에서 적기를 요격할 수 있는 신예 요격기를 개발해줄 것을 각 설계사무소에 요구했다. 사실 이때만해도 소련최고의 설계국이었던 폴리카르로프 설계국이 새로운 신형기를 개발할 예정이었으나 I-15, 16등의 양산작업에 열중하고 있던 폴리카르로프 설계국은 이 계획을 쉽게 포기하고 새롭게 설립된 미코얀-그루비치 설계국으로 넘겨주었다.

이것이 바로 '미그'라는 이름이 세계 항공전사에 그 이름을 처음으로 올리게 된 시발점이었다. 운이 좋게 기회를 잡은 미코얀-그루비치 설계국의 리더였던 아르템 이바노비치 미코얀과 미하일 그루비치는 밤낮으로 작업하여 신형기를 설계했다. 특히 미코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매우 적극적으로 신형기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 미그-1의 일러스트, 100여대밖에 생산되지 않았고 독소전 초기에 대부분 격추되었기 때문에 미그-1의 자료는 매우 드물다. ]

이들은 고고도 요격기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저익 단엽기로서 설계를 진행했으며 이 기체에는 강력한 엔진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때까지 소련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엔진인 1300마력급의 AM-37을 사용하기로 했으나 엔진에 문제가 많아 1200마력의 AM-35를 사용하기로 했다. 곧 기체의 디자인이 마무리되면서 대강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었다. 하지만 고성능 기체의 생산에 필수적이던 경합금 재로들이 소련에서는 매우 부족했다. 따라서 결국 다른 전투기들처럼 이 신형기도 목재 재료를 많이 사용해야 했는데, 이것이 새로운 전투기 개발에서 큰 난점이었다. 결국 1940년 3월 I-61로 명명된 원형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기존의 소련 전투기를 뛰어넘는 멋진 것이었다.

1940년 4월 5일 모스크바에서 이 기체의 첫 시범비행이 있었다. 스탈린은 이때 새로 생산된 자국의 전투기들을 직접 비행장에 나가서 시범비행장면을 보았다고 하는데 이 시범비행에서 이 원형기는 고도 2만피트에서 시속 648km에 이르는 놀라운 속도를 기록했다. 스탈린은 이때까지 그가 보았던 다른 전투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 원형기의 미려한 외모에 놀라고 있던데다가 이 기체가 영국이나 독일의 전투기들보다 더 빠르다는 보고를 듣고나서는 미코얀 그루비치 설계국의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극찬을 한후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친히 이 전투기를 미코얀과 그루비치의 이름을 따서 미그 (MiG)-1 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데뷔와는 달리 미그-1은 12.7mm 기관총 1정과 7.62mm 기관총 2정을 장비한후 일선부대에 인도되자마자 곧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 기체는 그 중량에 비해서 지나치게 강력한 엔진을 가지고 있었고 동체의 길이가 짧아서 비행 안정성이 매우 떨어졌던 것이다. (특히 피치가 매우 불안정했다고 한다.) 더구나 550km라는 짧은 항속거리도 광대한 소련의 산야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결국 비행 경험이 많은 베테랑 조종사들에게서까지 비행안정성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회복이 불가능한 스핀에 빠져들어 추락하는 기체가 속출했다. 결국 조종사들로부터 '절망적인 전투기'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미그-1의 앞날은 불투명해졌지만, 웬지 스탈린은 미그 설계국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스탈린의 옹호를 받게된 미코얀-그루비치 설계국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간신히 100대의 미그-1을 생산할 수 있었고 이 기체들은 일선부대에 배치되었다.

[ 주기중인 미그-3, 기체의 디자인은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불안정성과 저공에서의 성능저하는 이 기체를 조종사들이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

이후에 미코얀-그루비치 설계국은 이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몇가지 개량을 시도했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여전히 불안정한 비행특성은 계속되었다. 결국 미코얀은 미그-1의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변경하기로 했다. 이러한 시도에서 새로운 전투기의 명칭도 미그-3로 명명되어 미그-1의 이미지를 털어 버리려고 했다. 1940년 11월 새로운 미그-3가 모습을 나타내었고 미그-1은 100여대의 생산을 끝으로 사라졌고 전장에서 거의 활약을 할 수 없이 후계자인 미그-3에게 '미그'라는 호칭을 물려주었다.

다시태어났지만...

미그-3는 우선적으로 미그-1의 비행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주익에 자동 슬랫이 주익이 설치되었는데 이것이 효과를 나타내 미그-1에 비해서는 약간 안정성이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조종사들에게는 불안한 전투기였다. 조종석에는 조종사 보호를 위한 장갑판이 도입되었고 연료 탱크의 용적도 넓어져서 항속거리가 820km 정도로 연장되었다. 이러한 개량에 의해서 미그-3는 소련의 신예 전투기들중 가장 먼저 양산이 진행되었고, 독일이 소련 침공을 개시한 1941년 6월 22일에는 13개 비행대대에 장비되어 소련의 신형 전투기중에서 숫적으로는 90%에 이르는 정도의 수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바바로사 작전이 시작될 무렵에는 겨우 400대 정도만이 배치되어 수적인 면에서는 매우 불충분한 상태였다.

[ 새하얀 동계도색을 하고 스탈린그라드 지역의 전투에 투입된 미그-3 ]

게다가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자 미그-3는 본연의 임무였던 고고도 요격기보다 오히려 저공에서 활동을 해야했다. 대부분의 공중전이 지상전이 벌어지는 전투지역의 바로 위에서 벌어졌고, 독일공군의 폭격기들은 고공으로 침투해오지 않고 중고도 이하에서 주로 작전했던 것이다. 사실 미그-3의 AM-35A 엔진은 고도 6000m이상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고도 이하에서는 효율이 뚝떨어졌다. 덕분에 고도 20000피트에서는 시속 640km나 되던 속도가 10000피트 아래로 내려오면 겨우 시속 505km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속도는 독일전투기들에 비해서 턱없이 느린 것이었으며, 이 기체의 형편없는 운동성으로 인해서 결국 미그-3는 독일전투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로 전락해 버렸다. 독일공군 조종사들은 바바로사 작전이 시작되기전에 I-16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련의 신예 미그 전투기에 대한 정보를 들었으나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실전에서는 매우 형편없는 기체였다고 평가했다. 사실 미그의 조종사들은 전혀 경험이 없었던 저고도의 공중전에 빠져들어 우왕좌왕하다가 격추되곤 했다. 특히 불안정한 비행특성 때문에 지상지원을 위해 저고도에서 선회하다가 제풀에 지상에 쳐밖히는 기체도 있었다.

Mikoyan Gurevich MiG-3

엔진: 미쿨린 AM-35 수냉식엔진 (1350 마력)

전폭: 10.20m

전장: 8.25m

전고: 3.50m

기체중량: 2699kg

최대중량: 3355kg

최고속도: 640km/h (12000 feet)

최대고도: 37700피트 (11500m)

항속거리: 820km

무장: 베레신 12.7mm UBS기관총 1정, ShKAS 7.7mm 기관총 2정

그러나 16000피트를 넘는 고고도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에는 미그-3는 독일공군기들에게 강력한 적수가 되었다. 독일공군은 사실 이고도에서 작전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가끔 고고도로 정찰을 하던 정찰기들이 미그-3에 의해 다수 격추되었고, 이를 호위하던 Bf 109F조차도 미그-3와 힘겨운 싸움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초반기의 엄청난 손실로 인해서 조종사들이 탑승하기를 싫어했던 야크-1과 같은 전투기에 밀려 미그-3는 점차 전장에서 물러나야 했고 고고도 정찰기로 사용되는 신세가 되었다.

[ 1943년 겨울, 반격작전을 위해 지상에 주기중인 미그-3 ]

사실 미그-3는 중도고 이하의 작전을 위해서 저고도용 신형엔진인 AM-38을 장착할 기회가 있었지만, 독일 전차부대의 맹공에 시달리던 소련군이 이 엔진의 우선순위를 위대한 공격기 IL-2 슈트로모빅에 배정함으로써 다시 태어날 기회를 잃었다. 게다가 이무렵에는 호의적이었던 스탈린도 미그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의 직접 명령으로 IL-2 슈트로빅에 AM-38을 우선 장착하고 잉여분을 미그에 장착하도록 방침이 정해졌다. 물론 IL-2의 생산요구량이 많아 미그에게까지 돌아갈 잉여 엔진은 없었다.

결국 이후의 20mm 기관포로 무장이 강화된 미그-3U나 새로운 M-82N 공냉식 성형엔진을 장착한 추가 개선형이 생산되었지만 전장에서 거의 활약을 하지 못했고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속에서 야코블레프 야크 전투기가 소련을 대표해서 독일기들을 상대로 맹활약 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 MiG-3 일러스트레이션 *

미그-3의 일러스트와 미그 전투기의 아버지 아르템 이바노비치 미코얀의 초상화, 미코얀과 그루비치는 미그-3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전후에는 소련을 대표하는 걸작 미그 제트 전투기들을 계속 만들어 냈다.

1943년 누코보에 주둔하고 있던 제 34 전투비행대대 소속의 미그-3이다. 미그-3는 마치 곡예비행기처럼 화려한 도색을 하고 있던 경우가 많았다. 기체의 디자인은 소련기 답지 않게 매우 유려하지만 중량이 무겁고 강력한 엔진으로 인해 기체 중심이 뒤로 쏠려있어 후부 동체가 짧아 수직 안정성이 매우 떨어졌다고 한다. 조종석 아래의 글씨는 러시아어로 '조국을 위하여!'라는 뜻이라고 한다.

1943년 7월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된 미그-3, 이 전투에서 소련 공군은 야크, 미그, La-5등 신예기를 모두 투입하여 독일공군과 대등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미그-3는 여전히 불안한 전투기였다.

1945년 핀란드 공군에 공여된 미그-3이다. 기체의 국적마크로 가끔 독일기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마크는 핀란드의 것이다. 핀란드가 추축동맹을 탈되한후 독일의 공격을 받자 소련이 원조한 기체라고 한다. 이전의 전쟁에서 영국이나 독일의 전투기를 사용해서 소련공군에게 큰 손실을 입혔던 핀란드 공군이 소련 기체를 장비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핀란드는 2차대전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소련의 모든 기체를 운용해본 나라일 것이다.

마치면서

소련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미그 전투기는 결국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결론이 났으며, 대독전선에서는 거의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약 4000여기의 생산분을 끝으로 La-5등의 신예기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결국 미그의 시작은 미미했다고 할 수 있겠다.

[ 미그-3의 성공적인 후계자 미그-21, 제트시대가 도래하자 미그설계국은 소련 최고의 전투기를 계속 만들어낸다. ]

그러나 이런 시련을 겪은 미코얀 그루비치 설계국은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제트 전투기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매달려 결국 한국전쟁에서 맹활약하며 미국을 깜짝놀라게 만들었던 고성능 제트전투기 미그-15를 제작할 수 있었고, 이 전투기의 성공 이후에는 베트남과 중동의 하늘에서 서방의 전투기와 정면으로 맞서 싸웠던 미그-17, 19, 21과 같은 우수한 기체를 계속 만들어 냄으로써 소련제 전투기를 대표하는 한 단어인 '미그'의 전설을 이룩했다. 그리고 이러한 '미그' 전설의 초석에는 초창기의 실패작인 미그-1과 미그-3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