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wker Typhoon & Tempest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0. 9. 24

마치 큰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상어와 같은 모습의 특이한 전폭기로서 호커사가 선을 보였던 타이푼과 템페스트는 독일군에게는 '악마의 태풍'과 같은 존재였다. 기관포탄과 로켓탄을 폭풍처럼 쏴대면서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독일 지상군의 전차와 장갑차량들이 부서지고 불타올라 처참한 폐허의 모습만 남아있었던 것이다. 쌍동이처럼 닮았지만 사실은 형과 아우뻘인 호커사의 명작 타이푼과 템페스트에 대해서 알아보자.

* Typhoon *

호커사는 허리케인의 성공으로 유명한 항공사로서 사실 허리케인이 맹활약하며 영국을 구한 1940년 이전에 타이푼은 이미 한창 설계가 시작되었다. 허리케인의 아버지 시드니 캠은 1938년 강력한 무장을 가진 신형 전투기를 제작하라는 영국공군의 요구에 의해서 허리케인이 양산될 무렵 후계기인 타이푼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던 것이다.

강력한 무장이라는 요구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영국군의 주력 기관포였던 히스파노 20mm 기관포를 4-6정은 장착해야 했는데 이렇게되면 기체가 너무 무거워져서 이를 극복하기위해서 2000마력이상의 강력한 엔진이 필요했다. 따라서 당시 개발이 진행중이던 롤스로이사의 벌쳐엔진과 네피어사의 세이버엔진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벌쳐엔진을 장착한 기체에는 토네이도라는 명칭이 부여되었고, 네이피어 엔진을 장착한 기체에는 타이푼이라는 명칭을 다르게 붙여서 개발이 진행되었다.

[ 처녀비행을 눈앞에둔 typhoon 원형기의 모습 이다. 허리케인의 설계가 이어지고 있음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

허리케인부터 토네이도, 타이푼 이런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호커사는 2차대전중 자사의 기체에 '태풍'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것은 후속기인 템페스트에서도 계속되는 전통이 되 버렸다. 여하간 토네이도와 타이푼은 모두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토네이도는 벌쳐엔진의 조달 문제로 영국공군에 의해서 채택이 거부되었고 홀로남은 타이푼은 계속 진행되어  일단 타이푼 Mk. I A형이 양산형으로 채택되었다. 1940년 9얼 24일 최초의 비행을 실시한 타이푼은 일단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여 영국공군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1000대의 발주를 약속받게 된다. 실전배치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1941년 9월 영국공군 제 56, 제 609 비행대가 타이푼으로 기종 개편되었다.  초기형인 Mk. I A형은 주익에 12정의 7.7mm 기관총을 장착하였는데 화력강화에 대한 공군의 요구로 곧 20mm 히스파노 기관포를 장착한 타이푼 Mk. I B으로 개량되었다.

[ Typhoon Mk Ia형, 12정의 7.7mm 기관총을 장착하였으나 지상 공격용 화력으로서는 부족한 것으로 판명되어 100대만이 생산되고 Mk IB형으로 개발이 이어지게 된다. ]

실전에 배치된 타이푼은 애초의 기대와달리 공중전 성능에서 독일의 Fw 190등의 신예기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게다가 당시 새로 선보인 스핏화이어 Mk. IX의 성능이 매우 좋아서 공중전을 위한 임무에서는 타이푼은 배제되었다. 너무 급속한 개발로 인해서 몇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우선 구조적으로 급격한 공중기동시에 기체의 강도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더구나 고고도에서는 스핏화이어에 비해서 비행성능이 많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 시점이 타이푼의 최대 위기였는데 마침 실전 부대인 609 비행대의 조종사들이 독일 점령하의 프랑스로 지상공격임무를 수행하여 많은 성공을 거둔 것이 계기가 되어 다행히 타이푼은 강력한 엔진으로 인한 다양한 무장 장착능력을 인정받아 지상 공격기로서 변모를 시도하였다. 영국 공군도 공중전 전문기체인 스핏화이어의 경우 대지공격용 무장이 빈약하였으므로 마땅한 지상공격기가 없어 고심하던 중이었는데 타이푼이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영연방 캐나다 공군 제 440 비행대의 타이푼 Mk IB형이다. 주익의 길게 뻗은 기관포의 포신과 1000파운드 폭탄을 장착한 형이다. IB형의 후속모델로서 버블캐노피가 특징이며 자동차문과 같은 탑승구는 폐지된 것을 알 수 있다.

히스파노 기관포의 강력한 화력에 더불어 1943년부터는 500파운드 폭탄 2발을 장착하기 시작했고 1944년에는 1000파운드 폭탄 2발을 장착하여 파괴력이 한층 강화되었다. 그러나 가장 성공적인 무장은 8발의 60파운드 로켓탄을 장착하면서 부터였다. 이때부터 갑옷을 입고 긴 창을들고 전장을 질주하는 기사처럼 날개에 길 게 튀어나온 4정의 기관포신이 상징적인 타이푼은 서부전선에서 독일군지상부대의 가장 무서운 적이 되었다. 지상의 독일 기갑부대를 발견하면 즉시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강하하여 20mm 기관포탄을 소나기처럼 쏘아대고 긴 연기를 남기는 로켓탄을 퍼붓기 시작하면 지상이 독일병들이 땅에 업드려 공습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풍경이 전쟁 후반 서부전선에서 흔시 볼 수 있는 광경이었던 것이다. 공습이 끝나면 살아남은 독일병들은 로켓탄에 맞아 여기저기 구멍이난채로 불타오르는 전차나 장갑차량들을 보면서 망연자실했다. 이렇게 지상공격에서 맹활약한 연합군 기체는 미군의 P-47과 영국의 타이푼이었던 것이다. 타이푼의 위력을 선보인 좋은예는 벌지 대전투로서 초전에 짙은 안개를 이용해 위세를 떨치며 파죽지세로 돌진해오던 독일의 타이거 II나 판터 같은 전차들이 날씨가 개이자마자 공중지원에 나선 타이푼의 로켓탄 세례를 받고 대피해를 입은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타이푼은 계속 개량되었고 특히 Mk. I B 후기형들은 엔진파워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프로펠러를 3날식에서 4날식으로 교체하였고 후방시계의 개선을 위해서 기존의 자동차 문처럼 옆으로 열리는 탑승구를 폐지하고 슬라이드식으로 뒤로 열리는 버블캐노피를 장착하였다. 따라서 기존형에 비해서 창틀이 많이 없어져 후방시계가 대폭 향상되었다.

Hawker Typhoon Mk IB

분 류

단좌 전투 폭격기

동 력

네피어 세이버 II 엔진 (2180마력)

최고속도

시속 652km

상승속도

분당 737m

항속거리

821km

무 장

주익 - 20mm 히스파노 기관포 4문 (각 200발)

주익 파이런 - 1000파운드 폭탄 2발 또는 60파운도 로켓탄 8발

타이푼은 독일지상군이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로서 노르망디 상륙이후에는 전선 상공을 낮게 날아다니며 연합군 진격에 방해가 되는 모든 지상 목표물들을 순식간에 제거했을 뿐 아니라 독일군의 보급선, 전차부대, 보병부대등 지상의 모든 목표물을 끝까지 추적하여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총 3330기가 제작되어 전선에 투입되었다.

* Tempest *

타이푼 시제기가 날아오르면서 고고도에서의 비행성능의 문제로 인해서 기존에 목표로 했던 요격 전투기로서는 부적합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호커사의 시드니 캠은 타이푼과는 별도로 새로운 기체의 개발을 추진하여 고고도 요격전투기로서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달성하고자 했다.

우선 개발기간의 단축을 위해서는 타이푼의 에어프레임을 어느정도 유지하기로 했는데, 고고도 전투기로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타이푼의 두꺼운 주익을 보다 가늘 게 설계할 필요가 있었고 주익의 면적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스핏화이어와 유사한 타원의 형태를 도입했다. 사실 주익의 모양이 너무 스핏화이어와 닮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시드니 캠은 다음과 같은 유머로 받아 넘겼다.

"아마 우리 공군 관계자들은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이 비행기가 스핏화이어랑 비슷하다고 하면 무조건 구입할 거요.."

주익이 얇아지면서 연료 적재량이 줄어들 게 되자 기수를 앞으로 늘여서 엔진 뒤쪽에 76갤런의 연료탱크를 추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1941년 11월 2기의 원형기가 최초의 비행을 하면서 이 기체는 타이푼 II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커사는 이 이름으로 인해서 지상공격기로 인식될 것을 우려해 1942년 6월 템페스트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외형상의 상당한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타이푼의 개량형이 아닌 새로운 전투기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템페스트의 기수 도면 - 타이푼에 비해서 연장된 기수에 세이버 엔진과 엔진 뒤쪽에 들어선 증가연료 탱크를 볼 수 있다.]

호커사가 가장 고심했던 것은 신예기의 엔진으로서 타이푼에 장착되던 세이버 IV엔진이 몇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서 호커사는 다양한 엔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엔진에 따라서 기체의 형식번호가 명명 되었다. (아래표 참고)

 - Mk. I : 세이버 IV 엔진

 - Mk. II : 센타우르스 성형엔진

 - Mk. III : 그리폰 IIB 엔진

 - Mk. IV : 그리폰 61 엔진

 - Mk. V : 세이버 II 엔진

 

영국공군 제 486 비행대의 템페스트 Mk V형이다. 타이푼에 비해서 길어진 기수와 다른 모습의 수직안정판을 볼 수 있다. 가장 큰 변화인 주익은 더 얇아졌고 타원형의 설계가 도입되었다.

이중에서 가장 주력으로 생산된 형은 Mk. V로서 1944년 4월 최초로 실전배치되기 시작했다. 영국 공군 제 3, 제 486 비행대가 최초의 템페스트 운용 부대였다. 이 템페스트는 타이푼의 숙원이었던 고고도에서의 비행성능이 뛰어나서 Fw 190을 비롯한 독일공군의 전투기들과 맞서 싸울 수 있었으나 이 무렵 유럽상공의 공중전은 폭격기 호위를 맡았던 머스탱의 독무대가 되어가고 있었으므로 실전에서는 공중전 임무에 참가할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시속 696km의 뛰어난 속도를 인정받아 당시 큰 위협으로 떠올랐던 독일군의 V-1 비행폭탄의 격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 임무에서 템페스트는 우수한 비행성능과 빠른 속도로 V-1 비행폭탄을 다량 격추했다. 영국군이 파괴한 1771발의 비행폭탄중 638발이 템페스트에 의해서 격추되었다. 조종사들은 기관포 사격시에 지상의 국민들에게 피해가 있을 것을 우려하여 미 비행폭탄을 끝까지 따라잡아 날개로 툭쳐서 추락시키는 방법도 사용하곤 했다.

후기형부터는 주익에 설치된 히스파노 Mk II 기관포가 단포신의 Mk V 형으로 교체되었다. 따라서 주익내로 완전히 숨어 버린 것을 볼 수 있다.

초기의 템페스트 Mk. V형은 타이푼과 같은 장포신의 20mm 히스파노 Mk. II 기관포 4문을 장착하고 있었으나 후기형부터는 무게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날개속으로 완전히 감추어지는 단포신의 히스파노 Mk. V 기관포로 교체되었다. 실질적으로 상대할 만한 독일 전투기의 세력이 급감하면서 지상공격용으로 전용된 템페스트는 역시 타이푼의 아우답게 지상공격임무에서도 맹활약했는데 이것은 강력한 엔진덕분에 1000파운도 폭탄 2발 또는 8발의 60파운드 로켓탄을 장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상공격 임무중 조우하는 독일 전투기들과의 대결에서도 많은 승리를 거두었으며 Fw 190A-8형에 대해 우세한 성능을 과시했다고 하며 독일 비행장을 습격하는 임무에서는 귀환중인 Me 262를 격추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형엔진을 도입한 Mk II형은 너무 늦게 생산되어 유럽전선에서는 사용되지 못했으나 전후에 여러나라에 공여되어 제 1선기로 사용되었으며 훗날 호커사의 궁극의 프로펠러기인 퓨리로 이어지게 된다.

Hawker Tempest Mk V

분 류

단좌 전투기

동 력

네피어 세이버 II 엔진 (2180마력)

최고속도

시속 685km

상승속도

분당 914m

항속거리

1190km

무 장

주익 - 20mm 히스파노 기관포 4문 (각 200발)

주익 파이런 - 1000파운드 폭탄 2발 또는 60파운도 로켓탄 8발

템페스트는 총 2000기의 발주분중 800기가 생산되어 12개 비행대에 배치되어 종전까지 활동했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영국이 생산한 가장 우수한 전투기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