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in13님의 항공전 이야기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3. 1. 17
자료제공: Sundin13
최근 불타는 하늘에 '베트남 항공전 - 라인베커'를 절찬리에 연재중이며 현대 항공전에 관심이 많으신 sundin13님께서 '엘도라도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셨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우리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전이지만 미국의 대테러작전에 사용된 항공작전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사건이었죠. 후에도 미국의 횡포니, 정당한 응징이니..말이 많았던 이야기입니다. 얼마전 미국의 압력에 두손들고 핵포기를 선언한 리비아의 가다피는 사실 이 엘도라도작전에 큰 충격을 받아 20년 가까이 테러지원을 거의 하지 못하고 숨죽이며 지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사건이었는지 sundin13님의 글을 읽어보도록 하시죠!
◆ 작전명 엘도라도 협곡 - 미국 복수의 칼을 빼다. ◆
1) 배경
서구세계 특히 미국에 있어서 7~80년대는 악몽의 테러시대였다. 70년 300건이었던 것이 85년에는 3000건이 넘었다. 과거 냉전의 상대인 '보이는 상대' 소련과 달리 비밀 점 조직인 테러집단은 미국의 '보이지 않는 새로운 강적'이었다. 테러하는 집단은 도처에 흔했지만 특히 이스라엘 문제와 관련한 아랍테러리스트의 준동이 심했는데 이들의 대부가 리비아의 카다피였다.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그는 연간 8000명의 테러리스트를 훈련시키고 장비와 자금을 제공했으며 유럽에 거점가옥을 제공했다. 이란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테러를 지원한 그는 특히 팔레스타인에 1억 달러에 달하는 테러자금을 대기도 했다.
카다피의 지원을 받는 자 들 중에는 “아부니달” 이라는 거물급 테러범도 있었는데 그는 비엔나와 로마공항 동시테러, 이집트항공기납치로 악명 높았다. 이러한 사실은 레이건 행정부에 결단이 필요함을 상기 시켰다.
2) 작전 입안
우선 레이건 행정부는 유럽국가들의 협조를 얻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고 아울러 리비아 내 미국인의 철수를 명령했다. 이에 앞서 이미 백악관 안보회의에 테러대비 정책입안을 지시한 상태였다. 동시에 리비아의 시드라 만에서는 압력행사를 위한 해군력시위가 있었다. 항모 사라토가, 아메리카, 코랄시에 의한 “항해의 자유” 작전은 카다피가 선포한 “죽음의 라인”이라는 해상경계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리비아 앞 바다에서 수시로 미군기의 순찰이 이루어졌다. 그러던중 1986년 3월 24일 첫 번째 충돌이 일어났다. 리비아 방공군의 SA-5가 초계 중인 미 해군 톰캣에 발사되었고 톰캣은 항모전단에 접근한 미그25를 격추시켰다. 이것이 베트남 전 이후 있었던 첫 격추기록으로 톰캣의 몇 안 되는 격추기록 중 하나이다. VF-41의 “클리만” 중령이 기록한 것으로 기억된다. 아무튼 다음날도 충돌은 계속되어 미군의 A-7이 리비아의 샘기지를 공격하고 항모에 접근하려는 리비아 함정 2척을 격침시켰다.
[
작전의 시발점이 된 베를린의 디스코텍폭파사건....이로인해 베이루트
해병대막사 폭파사건 등에서 일방적으로 당했던 미국은 복수를 결심하게된다.
]
일방적으로 당하는 듯 했던 테러리스트와 그후원자들은 유럽에서 반격을 가해왔다. 1986년 4월 2일 그리스에서 미 항공기가 폭파되어 미국인 4명이 사망하고 사흘 후 베를린의 디스코텍에서 폭탄테러로 미군 2명이 사망하고 미국인 79명이 부상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선택은 분명해 졌다. 영국의 기지에 있는 미군 F-111편대가 프랑스와 스페인을 지나 리비아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타격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리비아와 사업관계가 있는 이들 나라의 영공통과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결국 해상으로 우회하여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는 방안이 채택되었다. 개다가 백악관에 줄을 댄 언론 일부가 작전을 알아채어 작전 차체가 수포로 돌아갈 뻔한 위기도 있었다.
[
핵심무기인 페이브 택을 의미하는 기장..사실 이러한 시스템이 없다면
중량초과로 공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
우여곡절 끝에 작전 지침이 영국주둔 제 48 전술전투 비행단에 떨어졌다. 작전의 내용은 전자전기를 동반한 미 공군기가 앞서 언급한 공 해상을 따라 비행하여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 지중해의 미 함대 함재기와 합류 벵가지와 트리폴리의 목표를 타격 한다는 것으로 무려 13시간 6400마일의 왕복작전으로 공중 급유만 12차례가 필요한 사상 최장거리의 항공작전이었다.
목표에는 테러리스트 캠프와 카다피의 숙소가 포함되었다.
표면적으로는 합동작전이었지만 핵심전력은 F-111F와 그 “페이브택”시스템으로 GBU-10 “페이브웨이 2”를 목표에 투하하는 것이 작전의 목표였다. 레이저 지시기와 목표확인용 카메라를 탑재한 이 시스템은 제한적으로 “스탠드 오프” 기능을 갖추었다.
3)작전개시
86년 4월14일 그리니치 표준시 오후 5시36분, 영국의 레이큰히스 기지에서 24대의 F-111F 과 5대의 EF-111이 이륙했다. 2차대전 이후 영국에서 이륙하는 미군의 첫 번째 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
출격전 최종 정비하는 레이큰히스의 F-111F, 콜사인 “류잭 23”인 이
기체는 작전의 핵심 전력이었다. ]
이와 동시에 미 본토에서는 공격대에 공중급유를 담당할 KC-10 급유기 편대가 발진하였다. 물론 미 유럽공군에도 공중급유기 편대가 있고 영국 내에 제 300 비행단 예하 KC-135 편대가 있긴 하지만 당시 유럽의 사정상 본토부대가 목표까지 동행하였다. 그 이유는 리비아와 이해관계가 있는 대다수 유럽국가가 공격에 반대해 영공통과를 허락하지 않았고 공격대의 발진을 허가한 영국 역시 보복테러를 우려 발진만을 허가한 상태였다.
결국 영국기지의 KC-135는 미 본토의 KC-10이 목표까지 가는데 소요되는 유류를 공중 급유해 주는 역할만을 담당하였다. 결국 “급유기가 급유기에 급유”하는 희한한 상태가 발생한 것이다. 아무튼 급유기 선정의 어려움은 8내지 12차례의 공중급유가 필요한 이 작전에서 매우 까다로운 문제였다.
[ 출격하는 F-111F...사상 최장거리 공습이 시작되었다. ]
발진한지 약90분이 흐른 시점에서 최초의 공중급유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여 6대의 F-111F와 1대의 EF-111이 기지로 귀환 하여 공격대는 18기의 F-111F와 EF-111로 줄었다. 편대의 선두에는 미 본토에서 차출된 KC-10이 배치되었다.
한편 폭격을 담당한 영국주둔 제 48비행단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당초부터 단장인 샘 웨스트브룩 대령은 투입대수가 너무 많다고 주장해왔다. 요는 기체수가 많으면 목표상공의 체공시간이 많아 리비아 군이 반격할 시간을 주게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부 장관과 찰스 도넬리 유럽공군 사령관은 출격대수가 많아야 재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현장지휘관의 의견은 무시되었다. 스마트 탄의 전성시대인 지금으로선 구식 전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 해상에서의 공중급유....영국에서 프랑스와 이태리를 경우해서 타격하면 손쉬웠겠지만 당시에도 리비아와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 국가가 영공통과를 불허해 미군은 공해상을 통해 지브롤터 해협으로 지중해에 진입하였다. 결과적으로 우회로 인해 8~12차례의 엄청난 공중 급유를 해야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작전에 참가한 급유기는 KC-10으로 여기 그림의 KC-135는 아니었다. 영국에서 발진한 KC-135는 목표까지 동행할 미 본토 발진 급유기 KC-10에만 공중 급유하는 역할을 담당하였을 뿐이다. ]
한편 해군은 항모 코랄시에서 A-6E 8기, F-18C 6기, 아메리카에서 A-6E 6기, EA-6B 1기, 그리고 이들을 호위할 F-14가 해군에 공습에 참가하였다. 해군의 움직임이 부산하자 지중해에서 미해군을 감시하던 소련함대에 비상이 걸렸고 결국 리비아 군도 공습의 윤곽을 파악하게 되었다.
[
좌측 사진은 공중 급유를 받고있는 “카마” 비행대, 이들은 가장 위험한
카다피의 숙소 “아지지야”병영을 타격 하였다. ]
당시 리비아는 소련의 방공장비를 도입하여 세계 4대 방공망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한 수준이었다. 이에 비하면 항속거리가 3000마일이 넘는 사상 유례없이 장거리 공격을 감행해야 하는 미군은 핸디캡이 많은 편이었다. 조종사의 대부분이 전투경험이 없었고 통신은 감청을 우려 침묵을 유지한 까닭에 공중 급유도 원활하지 못했다. 단지 위안이 되는 것은 편대의 선임파일럿 중에는 베트남전을 경험한 인원이 소수 있었다는 점뿐이었다.
한마디로 약간은 무리있는 작전일 수밖에 없었다.
전광석화 같은 타격과 신속한 철수가 생명인 이 작전은 교전수칙 역시 기존의 것과 다를 필요가 있었는데 한마디로 핀 포인트 타격이 안되면 과감히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목표는 신중히 수 차례 확인할 것을 요구하였고 폭격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 투하 수초전이라도 포기하도록 하였다. 주권국가를 야간에 전격 공습하는 만큼 민간인 피해로 비난받는 것만은 되도록 피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각각의 조종사들은 보안을 위해 타격에 성공시 “Tranquil Tiger” 실패시 “Frostee Freezer"라는 암구호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리니치표준시로 자정, 3기로 구성된 F-111F 6편대가 리비아 트리폴리 상공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정확한 타격을 위해 지형추적 레이더를 사용해야 했다. 총 5개의 타겟 중 3개를 맡은 공군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카다피의 숙소가 있는 “아지지야 병영” 공습에 3대의 편대를 할당했다.
콜사인 “Remit”, “Elton”, “Karma”인 이들은 리비아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방공망과 마주쳤고 임무는 완벽히 완수했지만 9대중 단 2대만이 교전수칙에 따라 폭탄을 투하할 수 있었고 게다가 9기 중 “Karma 52”가 샘에 격추되어 페르난도 리바스-도미니치 대위와 폴 로렌스 대위가 전사했다. 상대적으로 손쉬운 목표인 시디바랄의 테러리스트캠프를 맡은 콜사인“Jewel”은 손실없이 임무를 완수하였고 규모가 큰 타겟인 트리폴리 공항(구 미 공군 기지 휠루스로 보임)을 맡은 콜사인 “Puffy”와 “Lujac” 편대는 스마트 탄이 아닌 MK82로 IL-76기를 3기 완파하고 3기를 대파하여 공항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
페이브 택의 카메라에 잡힌 공항의 IL-76의 모습..]
한편 해군 공격대는 공군과 동시에 할당된 2개의 목표인 벵가지의 알 유마히리야 병영과 베니나 공항을 타격하여 4기의 MIG23, 2기의 Fokker F-27, 2기의 Mi-8 helicopter를 파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결과적으로, F-111F는 목표상공에 단지 11분만을 체공하였고 카다피 숙소인 아지지야 병영공습에서 1기가 샘에 격추되어 조종사 2명이 사망한 것이 유일한 손실로 기록되었다. 사망한 조종사 중 리바스 도미니치 대위는 시신이 3년 후 미국에 반환되었고 로렌스 대위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폭격의 결과는 귀환 전에 미군 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고 귀환 도중 1기가 엔진 트러블로 스페인의 로타 기지에 비상착륙 하였다.
전체적인 작전의 평가는 목표를 파괴하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분석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우선 공습참가 기체 18대 중 4기만이 성공적으로 투하하였고 6대는 교전수칙에 의거 투하보류, 7기는 목표를 빗나갔다. 게다가 1기를 샘에 잃었다. 심지어 빗나간 폭탄 중에는 프랑스 대사관 근처에 떨어져 자칫 외교문제가 발생할 뻔하였다. 리비아 측은 카다피 양녀를 포함 37명이 사망하고 13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 리비아 공항을 강습하는 F-111F“Puffy”와 “Lujac” 편대 ]
작전이 지구촌에 미친 파장 또한 매우 컸다. 깜짝놀란 카다피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지원을 급격히 감소시켰고 베를린의 디스코텍을 파괴한 적군파는 거의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했다. 다른 테러 단체도 마찬가지였다. 작전의 당사자 미국은 의외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 F-111F의 “페이브 택”시스템을 개선하여 4년뒤의 사막의 폭풍작전에서 전투손실 없이 완벽에 가까운 작전 능력을 주었다.
엘도라도 작전을 결산하면서 새삼 공중 급유 기의 중요성과 정밀타격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장거리 급유 능력이 없다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고 장거리 공격에 있어서 정밀 공격무기가 없다면 엄청난 양의 통상폭탄을 사용해야 하는 까닭에 애시당초 작전 수립이 불가능 할 것이다. 엘도라도 작전은 라인베커 이후 또 한번의 새로운 현대전 수행형태를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
F-111과 관련된 작전기장들입니다. 참고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