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도서관

◇ Rammkommando 'Elbe' 특수부대 '엘베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7. 10. 19

이번의 업데이트는 잘 알려지지 않은 2차대전의 숨겨진 비사로서 전쟁말기에 은밀하게 계획되었던 독일공군의 비밀결사대인 '엘베 특수부대'에 대한 리뷰입니다. 항상 좋은 글을 기고해주시는 불타는 하늘의 객원필진 정현재님이 제공해 주셨습니다.

이런 보기힘든 자료를 불타는 하늘에 제공해주신 정현재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현재는 항공도서관 코너로 올라왔지만 훗날 불타는 하늘의 항공전사가 좀더 자리를 잡으면 side story로 재편성 될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정현재입니다. 이번에는 대전말 독일 공군의 특수부대에 대해 쓰게 되었습니다. 독일에 자살특공대가 있었고 실제로 그런 작전이 실행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할 것입니다. 저도 전투기를 이용한 자살 특공대하면 일본의 카미카제 특공대 정도밖에 알지 못했지만 외국의 어느 사이트에 가보니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더군요.

Hidden Story of WWⅡ - Rammkommando 'Elbe' 특수부대 '엘베'

2차대전이 종전을 바라볼 무렵, 독일군은 모든 전선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1945년 4월 초, 서쪽에서는 미 제 9군에 의해 발터 모델 장군 휘하의 약 43만이나 되는 독일 B집단군 부대와 각종 부대가 루르지방에 포위되어 버렸다. 소련의 붉은 군대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까지 밀고 들어왔고, 라트비아의 Courland라는 곳에서는 이미 1944년 10월부터 소련군에 포위되어있었던 독일 북부집단군소속 20만여명이 소련군이 막 시작한 제 6차 공세를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쾨니히스베르크(지금의 칼리닌그라드)에서는 소련군이 시작한 동프러시아 공세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또한 13만이 넘는 독일군이 포위되어 그보다 배나 되는 소련군과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고 있었다. 독일의 해군기지였던 킬은 연일 계속 되는 폭격에 쑥대밭이 되었다.

하늘의 상황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숫적으로 너무나도 열세였고, 연료 상황도 절망적이었다. Bf 109와 같은 고옥탄가의 연료를 소비하는 프로펠러기들은 연료 부족으로 대규모 작전이 불가능 했으며, Me 262들이 비행장에 속속 배치되어 연합군 대공습에 맞서보려고 했지만, 그수는 전황을 바꾸기에 너무 적은 수였다. JV 44를 예로들면 부대 창설 당시 50명의 조종사에 Me 262 제트 전투기는 25대밖에 없었고, 전투에 투입 가능한 기체는 한번에 6대를 넘지 못했다고 한다.(물론 JV 44가 유일한 제트전투기 부대는 아니었으며, JG 7은 모든 그루페가 Me 262를 장비하고 있었다)

때는 1945년 4월 7일 ... 무수한 탄알을 얻어맞으며 급강하를 하는 Bf 109K 한기가 마치 이 말도 안되는 작전에 참가하기를 거부한다는 듯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기체의 조종석에는 이제 겨우 19살인 하사관 클라우스 한 (Claus Hahnn)이 이제 그의 마지막 남은 20초의 삶을 독일기 격추에 목이 마른 연합군기들의 기관총이 만들어낸 지옥과도 같은 탄막속에서 처절한 비행을 계속 하고 있었다. 총탄이 그의 기체의 금속면을 두들기고 있었고, 그는 방금 전 자신의 왼팔을 짓이겨 버린 적기의 총탄에 의해 전신에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사실 그가 다른 3명의 동료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부터, 그는 엔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머지않아 다른 편대기들의 대열에서 낙오될 것이었고, 이런 상황으로는 그의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편대장이 편대에서 낙오되고 있는 클라우스의 옆으로 자신의 기체를 바짝 붙이고 수신호로 무언가 거칠게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편대장의 수신호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만일 그것이 기지로 되돌아가라는 의미였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돌아간다면 그는 평생동안 '겁쟁이'라고 낙인찍힐 것이 뻔했고, 죽어도 그렇게 되기는 싫었다. 게다가 이건 자신이 원해서 자원한 작전이 아니었던가. 그가 미처 답을 하기도 전에 편대장은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손을 흔들며 속력을 내어 클라우스 앞으로 날아가 버렸고, 이내 그의 주위에는 어느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계속 앞으로만 비행기를 몰고 있었고, 시계상황도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는 이내 전방에 4기의 머스탱들이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도 머지 않아 클라우스의 존재를 알아차릴 것이 뻔했고, 불행하게도 그렇게 되고 말았다!

4기의 머스탱기들이 Claus의 Bf 109를 발견하고 곧바로 공격 태세에 들어갔다. 단 한번의 공격에 기체는 피탄되었고, 칵핏 유리를 뚫고 들어온 기관총 탄알이 그의 왼팔을 사정없이 두들겨 놓았다. 칵핏 유리가 깨지면서 무수한 유리조각들이 그의 얼굴을 두들겼다. 그의 기체에서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머스탱들은 클라우스의 기체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공격을 해오지 않았고, 다른 독일기들을 찾아 분주히 날아가 버렸다. 된통 얻어맞고 큰 상처 까지 입은 그는 짓이겨진 왼팔을 보면서 형언할 수 없는 모욕감과 치밀어오르는 분노가 그의 몸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가 약 15,000 피트 아래에서 날아가고 있는 연합군 폭격기 편대를 보는 순간, 치밀어 오른 분노는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의욕으로 변했다. '내가 몇분만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하고 그가 생각했다.

그의 마지막 힘을 끌어내어 그는 양 무릎으로 조종간을 중앙에 굳게 고정시키고 남은 한 손으로 플랩과 속도를 조절하며 폭격기 편대쪽으로 강하를 시도했다. 속도가 붙으면서 조종이 어려워졌지만 그는 간신히 속도를 늦추는데에 성공했다. 사방에 깔린 적들 사이에서 밀려오는 긴장감이 이 순간만큼은 큰 부상을 입은 그에게 오히려 약이 되었다. 5분전까지만 해도 Claus는 그저 하늘에서 길을 잃고 겁먹은 애송이 파일럿에 불과 했었지만, 지금 그는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적기를 격추 시키고자하는 분노와 처절할 정도의 집념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전방 2마일 정도에서 날고 있는 B-17을 격추 시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에게 남은 마지막 20여초의 시간은 그에게 짧지만 의미있는 시간이되었고, 그는 이제 더 이상 그의 기체 주위로 어지러이 춤을 추듯 날아드는 연합군기들의 기관총탄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속도계는 기체가 견딜 수 있는 속도의 한계지점을 아슬아슬하게 가리키고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그의 시야에 잡힌 폭격기의 크기는 급격히 커지고 있었다. B-17기의 꼬리 부분에 부딪치는 전투기가 내는 소리는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소음을 완전히 침묵 시킬 것이었다. 뒤이어 엄청나게 큰 폭발이 일어날 것이었고...그리고나서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었다.

살아나는 재앙의 불씨

1944년 11월, 독일공군 사령부에서 열린 회의의 결과는 당시 전투기 총감이었던 아돌프 갈란트 장군의 절망을 더 깊게 할 뿐이었다. 그는 차라리 그가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하고 생각했다. 그는 그의 존재가 이 상황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괴링이 그를 다른 인사로 교체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순순히 문을 박차고 자리를 내줄 생각은 없었다. 괴링은 전투기 부대를 독일 공군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갈란트 휘하 부대에 완전히 신뢰를 잃은 그는 대신 폭격기가 부족해 대부분을 지상에서 놀고 있는 폭격기 부대에 희망을 걸었다. 그는 그의 고질적인 문제, 잘못된 인사를 잘못된 직위에 앉히는 것을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있었고, 그 한예가 바로 디트리히 펠츠장군을 제 3제국의 방공 사령부의 수장으로 앉힌 것이었다. 그는 1942년부터 폭격기 사령부의 사령관이었던 자였다. 내습해오는 엄청난 수의 연합군 폭격기 전투기들을 제 3제국 하늘에서 맞서 격퇴해야할 이들은 전투기 부대이지 폭격기 부대가 아니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전투기 전략 전술을 잘 알리가 없는 펠츠가 제대로 된 방어 전략을 짤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 펠츠가 그날 공군내 거의 모든 지휘관들이 모인 회의에 괴링 대신 주재자격을 맡았고, 폭격기 부대 지휘관들과 고급장교들은 오래전부터 이 회의를 벼르고 있었다. 독일의 군수 공장에서 폭격기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았으며, 그들은 새로운 기체를 받을 수가 없었다. 폭격기 생산에 쓰일 자원은 귀중한 전투기를 생산하는데 할당되었고, 생산인력도 모두 전투기 생산 시설로 투입되었다. 이는 전투기 부대 만큼이나 독일공군내에서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들에게는 수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이러한 분노는 그들의 공군내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전투기 부대를 표적으로 삼게 되었다. 전격전의 화려한 서막이 오를 때부터, 그들은 전투기 부대의 철통같은 호위를 받으며, 또 그들 스스로는 독일 지상 부대의 강철의 우산이 되면서 독일군의 승리를 이끌어내었지만, 이제 아이러니 하게도 폭격기 부대의 장교들은 한때 그들을 보호하기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전투기 부대의 지휘관들을 비난하게 되었다. 물론 모든 폭격기 부대 장교들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투기 부대 '에이스' 출신 장교, 장군들이 독일공군내의 요직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던 자들은 한두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 전투기 총감 아돌프 갈란트. 그도 괴링과 헤르만이 합심하여 입안한 작전이 현실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지상에서 안타깝게 독일의 나이어린 비행사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후에 전투기 총감에서 좌천되어 JV 44의 비행대장이 되었는데, 이 좌천은 사실 평소 바른말 잘하기로 소문난 갈란트를 꺼려하던 독일공군내 수뇌부가 그를 일부러 전장으로 내몰아 전사(?)시키고자는 의도가 있었다. 다행히도 그는 부상을 입었을뿐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게 된다. ]

한자리에 모인 폭격기 부대의 고급 장교, 장군들은 일제히 독일 하늘에서 연합군 기들을 몰아내지 못한 전투기 부대 지휘관들에게 포문을 열었고, 비난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스 요아힘 헤르만 ('Hajo'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도 그 사람들중 하나였다. Me 210/410 리뷰에서도 잠깐 소개한적이 있는 이 장교는 갈란트 처럼 콘돌 군단에서부터 그의 조종사 경력을 시작했다. 유능한 폭격기 조종사였던 그는 한번은 그리스 항구에 탄약과 폭탄을 가득 싣고 정박해 있었던 수송선에 정확한 폭격을 가하여, 폭발로 다른 11척의 배까지 침몰시키고 항구의 기능을 몇 달간 상실하게 만든, 말그대로 싹쓸이를 한적도 있었다. 당시 그는 공군 작전 사령부의 자리에 있었으며, 가장 혁신적인 전술가들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골수 나치당원이었던 그는 지금껏 보여주었던 그의 활약을 무색하게 만드는 큰 실수를 하고 만다.

1,500명의 어린 조종사들로 이루어진 자살특공부대 창설에 대한 안이 2번째로 건의되었고, 이제 궁지에 몰린 전투기 사령부 사람들은 이 말도 안되는 작전을 말릴 명분은 얼마든지 있었으나 힘이 없었다. 갈란트는 이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절대 반대라는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그는 이것이 독일공군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조종사 인력의 헛된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독일 전투기들이 폭격기를 몸으로 부딪치는 것외 공격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두터운 적 호위기 방어를 뚫고 폭격기에 접근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기관포로 공격을 해서 격추 시켜야지 굳이 부딪쳐서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 특수부대 '엘베' 창설의 장본인이었던 두 원흉, 헤르만 괴링과 한스 요아힘 헤르만이다. 헤르만 괴링은 뉘른베르크 재판후 교수형 전에 자살해서 죄값을 치렀다고 치더라도 한스 헤르만은 종전후 변호사가 되어 뻔뻔하게 나치 인사들을 변호하면서도 천수(?)를 누렸으니...그의 저서에도 이 특수부대에대한 기술은 빠져있지만 분명히 일생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

헤르만은 이미 이 작전을 내놓기전 갈란트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간적이 있었다. 하지만 부하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던 갈란트에게 그의 헤르만의 주장이 먹힐리가 없었다. 갈란트에게 헤르만은 그저 낭만과 감정에 치우쳐서 애국을 명분으로 수많은 조종사들을 죽이려 드는, 전투기 전술에는 아무 상식도 없는 폭격기 조종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헤르만의 작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갈란트는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한다.

"헤르만, 나이어린 조종사들이 하늘에서 무의미하게 죽어갈 때 자네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지상에서 그들을 안내할 것입니다, 갈란트 장군."

"그럼 그 일이 가능한지 한번 해보고 나서 돌아오게."

(훗 갈란트의 마지막 말이 제일 번역하기 어려웠습니다...비꼬는 말인 것은 분명한데... 하지만 해보고 돌아오라는 것은 그 작전을 암묵적으로 승인 한다는 말로 해석 될 수도 있고... 교수님한테 들고가서 물어보기도 했지만 뭐 뾰족한 해석이 나오지 않더군요;;)

보기 좋게 면박을 당한 헤르만은 갈란트에게 갚아줄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의 동료이자 폭격기 부대 사령관이었던 디트리히 펠츠에게 접근하여 헤르만 괴링이 작전을 승인하도록 설득시켜달라고 부탁했다. 펠츠는 또한 괴링과도 꽤나 두터운 사이였으며, 그 펠츠가 괴링이 빈 회의의 주재자가 된 것이었다.

괴링이 이 작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그는 속으로 이 젊은 폭격기 에이스와 자신이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전략 전술을 따지는 뻔한 정공법을 쓴다면, 독일은 나날이 악화되어가는 전황을 호전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차세계대전때 겪었던 경험은 한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높은 사기와 의욕밖에 없다고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느정도 희생을 감수해야한다는 'Hajo'의 생각은 결과적으로 괴링의 그것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괴링과 마주한 자리에서 헤르만이 말했다.

"지금 독일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로는 적에게 결코 심대한 타격을 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전투기 부대는 한달에 약 200명가량의 조종사들을 잃으면서도 별다른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에게는 Me 262 제트 전투기가 있지만 아직 숫자가 충분하지 않은 이 신예 전투기가 전투기 부대에 대량 보급이 되기 전까지는 적에게 무언가 큰 손실을 입혀야 합니다. 적에게 큰 손실을 입히면서 공습의 빈도를 낮추고 그러는 동안 제트 전투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여 전황을 뒤집어야 합니다. 우리는 비행학교를 각 졸업한 엄청난 수의 어리고 경험 없는 조종사들을 이 마지막이자 결정적인 공격에 투입해야 합니다. 물론 실패한다면 거의 2달 동안에 손실할 조종사 인력을 단 한번의 작전에서 잃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이 입게 될 손실 또한 엄청날 것입니다. "

헤르만의 말은 표면상으로 본다면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Me 262 전투기의 숫자는 너무나도 소수였고, 그 소수 마저 머스탱기들의 요격에 의해 조금씩 손실 되고 있었다. 가용 대수가 충분해지기 전까지 적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없는 쾌거일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헤르만의 작전에서 2가지 큰 오류를 발견 할 수 있다. 하나는 부딪쳐서 공격을 하는 램 어택의 효율성과 성공률이 크게 낮다는 점이며, 다른 큰 하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어린 조종사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비인간적인 작전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같은 대타격이라도 헤르만의 작전과 갈란트가 보덴플라테 작전 이전에 계획한 전투기 전력의 집중에 의한 '대타격'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었다.

괴링은 헤르만의 말을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마 이 자리에 갈란트가 있었다면 이렇게 외쳤을 지도 모른다 "정신차려 이 뚱땡이 양반아!" 하지만 그곳에서 헤르만의 작전에 이의를 달고 괴링에게 직언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 했다. 헤르만의 말중에 특히 '엄청난', '마지막' 그리고 '결정적'이라는 단어가 특히 그에게 충격을 주었다. 괴링이 입을 열었다.

"나는 우리가 대단한 의지를 갖춘 조종사들을 그정도로 많이 모을 수 있을지 의문 스럽네. 또한 충분한 숫자를 모은다 하더라도 어떻게 내가 그들에게 이런 목숨을 걸어야하는 작전에 참가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헤르만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원수님, 저는 고참에서부터 신참까지 독일공군내의 모든 조종사들의 기량과 용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적절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기꺼이 이 작전에 참여하여 독일 하늘에서 연합군 폭격기들을 몰아낼 것입니다. 그들은 이제 그들의 집과 가족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헤르만은 자신의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는 것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가 이 일로 남은 여생을 죄책감의 악몽에 시달리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하면서...

하지만 괴링에게는 한가지 딜레마가 있었다. 이 처절한 작전을 승인하게 된다면 이것은 곧 독일 제 2인자이자, 독일공군 총사령관인 괴링이 독일이 이 전쟁에서 패배하기 직전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 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고, 괴링은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겪는 절망감을 해소할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의 유일한 상관이었던 히틀러는 계속 전황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독일공군의 무능함을 질책했고, 괴링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일이라도 하긴 해야할 상황이었다. 그런 점들이 괴링을 이 작전의 옹호자로 바꾸어 놓았다. 며칠뒤, 그는 이 작전을 독일군 작전 사령부와 히틀러에게 건의하였다.

반대 의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직접 충돌해서 공격하는 방법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생각하기에 전혀 신사다운 행동이 아니었다. 사실 유럽하늘에서 충돌 공격이 한번도 자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조종사 개인의 의사(대부분은 즉홍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에 의한 것이었다)에 의해 이루어진 공격이었으며, 헤르만이 내놓은 자살 공격을 위한 자살공격 작전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필자가 EAW를 하다가 엔진이 피탄되자 에라 모르겠다 하고 B-17에 부딪쳐서 격추 시킨뒤 바로 낙하산 탈출을 한 것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고 본다.) 또한, 상부에서 충돌 공격을 하라고 별도로 지시한 것도 아니었다. 이 작전을 검토한 군 관계자들은 대부분 아무리 독일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도 참가자들이 나올까하는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히틀러는 작전을 승인하고 말았다! 그가 한 말은 사실상 작전을 허가한다는 내용이였으며, 이는 독일이 전쟁에서 패배하기 일보직전이라는 것을 일부 인정하는 것과도 같았다.

"나는 절대로 독일인들에게 이런 희생을 강요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큰 수의 자원자가 몰린다면 그때 나는 이 작전의 승인을 다시 고려해볼 것이다."

반대는 히틀러의 발언 후에도 극심 했지만, 헤르만은 자원자들을 모으는 것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 그는 갓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약 50시간의 비행경력이 있는 어린 조종사들을 가려 뽑을 생각이었다. 에이스급 조종사 이하 조금이라도 킬 수가 있는 조종사들은 제외할 생각이었는데, 에이스들까지 이런 작전에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사기에 악영향을 불러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꼭 100킬 이상의 괴물급 에이스은 아니더라도 5킬 이상의 조종사들까지 이런 작전에 투입한다면, 모든 독일군들은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에이스들까지 죽을 자리를 찾으러 가다니 전쟁은 진 것이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헤르만은 작전의 모든 것을 숨기려 하지는 않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작전 개시일까지 일급 비밀로 하기로 했다. 헤르만은 괴링에게 모인 자원자들에게 스스로 가서 그들의 지원에 감사의 제스처를 표해달라고 요청했다. 괴링은 처음에는 요청을 수락했지만 곧 마음을 바꿔 거절해 버렸다. 그 콧대 높던 괴링이 자원자들을 만나는 것을 거절한 이유는 생각해 볼 것도 없다. 그는 자신에 의해 사지로 내몰릴 어린 조종사들의 눈들을 감히 마주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1945년 3월 8일 3시 30분, 모든 JG 사령부에 공식적인 명령이 하달되었다. '일급 비밀 - 수령 직후 폐기'라는 글귀에 의해 대부분의 명령서가 폐기 되었지만, 하나는 살아남아서 오늘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제국을 위한 마지막 전쟁은 이제 최고조에 달하였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분노에 눈이 먼채로 우리 조국을 파괴하러 군대를 투입하고 있다. 우리는 마지막 힘을 쏟아부어 조국의 파괴를 막고자 한다. 과거 우리 독일은 다시는 회생할 수 없는 완전한 파괴와 파멸이 뒤따른 패배를 한번도 맞은 적이 없었다. 독일인의 완벽한 전투 정신만이 이러한 파멸을 피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조국이 영원한 멸망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도록 제군들이 목숨을 바치기를 간청한다. 이것이 본인이 제군들에게 무사귀환 가능성이 희박한 이 작전에 참가해달라고 하는 이유이다. 제군들은 숱한 전투를 치루며 수많은 전공을 세운 영웅들 못지 않은 대접을 받을 것이며, 독일공군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제군들은 우리 독일인들의 희망과 자존심이 될 것이다." - 헤르만 괴링 -

이 문서를 수령한 전투기 부대 지휘관들은 거의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었다. 이 명령을 그들이 아끼던 부하들에게 전달해야하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어떤 녀석이 또 정신나간 작전을 내놓았는가? 어떤 감정 없는 녀석이 우리 부하들을 무슨 충성을 위해 바치는 물건이라도 되는 양 취급한다는 것인가? 하는 공통된 생각이 지휘관들의 뇌리에 스쳤다. 어제까지는 부하들에게 공중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노하우를 전수해주던 그들이 이제는 부하들의 목숨을 요구해야했다.

하지만 자원자의 수는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약 2000명이나 되는 자원자들이 몰린 것이다! 그들은 종전이 임박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숨이 어찌되든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자료에는 없지만, 마음에 없이 따라 자원한 자들도 있었을 것이고 외부의 압력이 작용했을 공산도 크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자신이 원해서 한 것이라고 한다.

자원자들은 훈련 부대뿐만 아니라, 1943년부터 야간 전투기 부대 역할을 맡아온 경험많은 JG1에서도 왔다. 한때 헤르만이 지휘했던 JG 300과 JG 301은 전 부대원이 지원 했을 정도였다. Me 163 코멧을 장비한 JG 400에서도 지원자가 8명이 나왔다. 지원자들 중에는 괴링의 조카도 끼어 있었다고 한다. 이제 헤르만은 지원자들을 가려뽑아야하는 행복한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원자들중에는 헤르만에게 제외 대상이었던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조종사'가 너무 많았고, 심지어 그중에는 기사 십자 훈장을 받은 조종사도 있었다. 그는 헤르만에 의해 작전에서 제외당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헤르만에게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많은 경험많은 조종사들이 그들의 문서를 위조하여 '햇병아리'처럼 보이려고 했고, 헤르만은 괴링에게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두었던 것을 철폐하자고 건의하였다.

[ 특수부대 '엘베' 창설의 또다른 주역(?)이었던 디트리히 펠츠. 폭격기 조종사로 시작해 나중에 공군 소장의 반열에 까지 오르게 된다. 펠츠도 헤르만처럼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2001년 사망) ]

무엇이 이토록 많은 이들을 지원하게 만들었을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연합군은 사방에서 독일군의 숨통을 죄어들어오고 있었으며, 독일의 패망은 시간 문제였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찾아간 옛고향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을 것이었으며, 그들이 생전에 사랑했던 것들은 모두 폐허가 되어있을 터였다. 소련군의 무자비성에 대한 독일 선전부의 영향도 한몫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들에게 전쟁터는 어느새 집만큼이나 친숙해져 버린 것이다.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의기투합하여 삼삼오오 짝을 이룬 '동반 자원'이 많았고, 말이 좋아 동반 자원이지 서로 죽기를 각오하고 부대에 몸을 던진 동반 자살자들이나 다름 없었다.

지원자는 충분히 모았지만, 문제는 작전에 투입할 기체를 공급 받는 것이었다. 헤르만은 당초 1500대의 전투기를 요청했으나, 이것은 정말 독일 공군의 상태를 모르고 하는 터무늬 없는 요청이었다. 그 당시 모든 전선에서 작전중이던 독일 공군기는 800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더 많은 기체를 요청했지만, 180대의 전투기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전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면 더 많은 기체를 제공받기로 했다. 24일, 독일의 스탕달의 공군 기지로 모인 선발된 조종사들은 그곳에서 드디어 헤르만의 작전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헤르만의 연설은 다음과 같았다.

"제군들은 2주의 비행훈련을 거친 뒤, 연합군 폭격기들을 겨냥한 대규모 자살 특공 작전에 투입될 것이다. 제군들이 타게 될 전투기는 Bf 109G-10이나 Bf 109-14, Bf 109K-4가 될 것이며, 전투기의 표준무장은 작전 시 속도를 최대화하기 위하여 모두 제거될 것이다. 우리 공군의 Fw 190과 Me 262 편대들이 제군들을 작전 지역까지 안전하게 호위할 것이다."

헤르만은 마지막 부분에 이 작전에서 살아올 가능성은 어림잡아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고, 포기할 사람은 포기해도 좋다는 말을 했다. 분위기 탓이었는지 파괴되어가는 조국에 대한 애국심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포기하는 조종사는 아무도 없었다. 헤르만이 한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제군들은 연합군기에 의한 요격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폭격기 편대보다 높은 고도에서 비행해야하며, 작전이 개시되면 급강하에 돌입, 기체가 견딜 수 있는 최대의 속력으로 4발 중폭격기의 꼬리날개 부분을 충돌 공격해야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제군들은 중폭격기의 전후좌우에 탑재된 수많은 기관총좌와 포탑들 중 오직 2곳만을 주의하면 된다. 한 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충돌 공격을 할 때 전투기의 날개가 아닌 프로펠러가 달린 기수부분이 먼저 적 폭격기를 가격해야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공격 방법은 충돌한 2대의 비행기만 손실 시킬 뿐, 탑승한 조종사를 살상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작전내용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실제 공격에 성공한다고 해도 낙하산 탈출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작전명 - Werewulf

날짜가 계속 지나감에 따라, 마지막 준비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특공 부대는 3개의 Wing으로 나뉘어졌고, 각각 60대의 전투기를 장비하고 있었다. 특수 부대의 이름은 그 당시 베를린 방어의 마지막 전선이었던 엘베강의 이름을 따서, Sonderkommando ‘Elbe‘ (Special Command 'Elbe')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 부대의 특이한 공격방식인 램어택 (충돌 공격) 때문에 Ramkommando 'Elbe'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나중에는 늑대인간이라는 뜻의 Werewulf (독일어인 듯 합니다 영어로 하면 Werewolf지만;;)로 불리기도 하였다.

속력을 최대화 하기위해 무장을 제거하고 필요없는 부품을 떼어내는 작업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으며 전황이 나날이 악화되다 보니 이러한 작업을 거치지 않고 작전에 투입된 기체들도 많았다고 한다. 전선 곳곳에서 긁어모은 전투기이다 보니, 고유의 부대마킹이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기체들도 많았다. 조종사들은 4월달까지 이데올로기적인 강의들을 들었고, 4월 4일, 디트리히 펠츠가 부대 사기의 저하를 이유로 이부대를 빨리 작전에 투입해야한다는 요청을 했다. 4월 7일, 특수부대 '엘베'의 모든 조종사들은 작전에 참가한 조종사전원 대원 한명 한명에게 추모비를 남겨 주겠다는 괴링의 약속을 믿고, 그들의 사진들을 남긴 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 Otto Koehnke의 사진. 그도 헤르만 처럼 유능한 폭격기 조종사였으나, 특수부대 '엘베'의 지휘자로서는 역시나 부적격자였다. ]

특수부대 '엘베'의 지휘관은 실질적으로는 작전의 입안자였던 헤르만이었으나 공식적인 직위는 Otto Koehnke라는 공군장교가 임명되어 있었다. 이미 작전 실패의 불씨는 그곳에 있었으니... Koehnke 소령은 독자들도 예상했겠지만 1940년부터 헤르만의 친구였고, 동부전선에서 혼자서 적 수송 기차를 12대나 고철로 만들고 기사십자 훈장을 수여받는등 폭격기 조종에는 능한 자였으나, 전투기 전술에 대한 지식은 유럽의 하늘을 누비던 에이스 출신 전투기 지휘관들에 비하면 거의 '일자무식'에 가까웠고, 또 가장 큰 결점은 폭격 작전중에 다리를 잃어 전선에서 물러난 그가 그의 부대원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를수조차 없었다는 것이었다.(슈투카 에이스인 한스 울리히 루델은 다리를 잃어도 의족을 하고 날아올랐다지만;; 이사람은 부상이 심했나 봅니다.)

전투기 전술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알더라도 그것을 무시해 버리는 헤르만의 명령과 부대원들과 함께 전투기를 타고 날아오를 수도 없는Otto Koehnke의 지휘는 서로 절묘한 콤비(?)를 이루게 된다. 늑대인간을 사냥하려면 은제 탄환을 사용해야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특수부대 '엘베'의 대원들의 죽음에는 굳이 이러한 탄환도 필요없었다. 독일공군 내부의 잘못된 인사관리로도 충분했다.

날아오르는 '늑대인간'들 - 처음이자 마지막 공격

자살 특공대 공격은 4월 7일, 1260기의 연합군 중폭격기와 780대의 P-51 머스탱과 P-47 썬더볼트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는 전형적인 연합군의 대공습을 표적으로 삼았다. 연합군기들은 마치 하늘의 무적함대라도 되는 듯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독일영공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들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대전 말기에는 독일이 자랑하던 88mm 대공포부대의 조직적인 저항도 없었고, 그저 산발적인 대공포화만 여유있게 피하고 목표지점에 폭탄을 투하하면 끝이었다. 50대 남짓한 Me 262들은 더 이상 큰 위협이 아니었다. 한때 연합군 호위기들은 제트 전투기의 위협 때문에 폭격기에 바짝 붙어서 비행을 하였지만, 이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4km 상공에서 비행을 하며 '상승-강하-공격-이탈'과 같은 공격을 시도할 독일 전투기들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연합군 대편대가 네덜란드 해안가 상공에 이르자, 헤르만은 부대에 비상 대기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연료 부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전투기는 120대에 지나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헤르만은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심정으로, 죽기를 각오한 조종사들을 이제와서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드디어 출격 명령을 내렸다. 180기의 전투기들이 한꺼번에 작전에 투입되지 못하게 되자, 난처해진 것은 같이 죽기로 짝을 지어 이 부대에 자원한 조종사들이었다. 친구사이로 동반 자원을 한 Fritz와 Armin이라는 이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같이 죽기로 약속한 이들이 한사람은 칵핏 안에 앉아있고, 한사람은 자신에게 과연 정비가 끝난 기체가 주어질지 의문에 휩싸인채로 비행장 격납고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었다. 오전 11시 15분,드디어 출격 명령이 하달되었다!

[ Bf 109K. 나무랄데 없는 전투기였지만, 대전말 이 최신 전투기를 100%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조종사는 너무도 부족했고, 결국에는 몸으로 때우는 이 자살 공격에 많은 수의 기체를 낭비하고 만다. 빌리 메서슈미트도 이 작전을 알고 있었을까? ]

4월 7일은 봄 답지 않게 추운날이었다. 구름도 많이 끼어있어 시계도 별로 좋지 않은 날이었다. 전투기는 점점 더 높이 상승하면서 위치적으로 이점을 얻게 되었지만 조종사들은 반대로 어려워지는 조종과 내려가는 기온과 싸워야했다. 이상하게도, 모든 전투기의 무전기가 고장이라도 난 듯 작동이 되지를 않았다. 수신만 가능하고 발신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륙후에야 이것을 알아차린 조종사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비행을 계속 하는 수밖에 없었다. 12시, 그들의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이, 이륙한 모든 전투기의 스피커에 폭발할 듯한 목소리로 독일 여성의 연설이 터져나왔다. 물론 연설 내용은 애국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독일 국가의 합창이 흘러 나왔다. '도이칠란트 도이칠란트 유바알레스...' 몰락하기 직전 제 3제국 마지막 발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연합군 폭격기 편대의 길이는 점점늘어나, 12시 경에는 그 길이가 약 100킬로미터 정도로 늘어났다. 이 긴 편대의 맨 앞부분이 가장먼저 타격해야할 곳이었다. 하지만 헤르만은 또 다른 실수를 저질렀다. 그렇지 않아도 적에 비해 소수인 특공대 전투기들을 2대로 나누어 전력을 분산시킨 것이었다. 이 위인에게는 지난 5년동안 숱하게 보고 체험했을 독일군 블리츠크리그(Blitzkrieg) 작전의 핵심인 '전력의 집중'이라는 상식마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폭격기에 결정타를 먹여야할 특수 부대 '엘베'의 제 1파에 속한 조종사들은 짙게 깔린 구름 속에서 많은 수가 길을 잃고, 제트 전투기보다 뒤쳐지거나 오히려 더 앞에서 비행하고 있었다. 적기를 보지도 못한 조종사들이 많았고, 발견 하더라도 조직적인 폭격기 사수들의 저항과, 숫적으로 우세한 호위 전투기의 요격으로 기체를 포기해야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단 2기의 Bf 109들이 머스탱의 방어망을 돌파하여 폭격기에게 공격을 시도했으나, 한기는 요격되고 게하르트 본케의 기체만이 1기의 폭격기를 들이 받고 간신히 낙하산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연합군 조종사들은 이것이 의도된 충돌 공격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고, 이 광경을 목격한 이들도 그저 우연이러니 하고 생각했다.

연합군 공군기들이 바로 그다음으로 만난 것은 이제는 봐도 전혀 놀랄 것이 없는 독일군 제트전투기 Me 262와 JG 300, JG 301소속의 Fw 190들이었다. 59기의 Me 262와 소수의 Fw 190들이 폭격기 편대로 돌진하여 공격을 감행 하였다. 폭격기 승무원들과 호위 전투기 조종사들은 오늘도 적기가 공격해 오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전형적인 적들을 맞아 전형적인 방어태세에 들어갔고, 독일 공군이 그들의 편대에 자살 특공대를 투입했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채 눈앞의 제트 전투기들을 맞아 싸웠다. 고도 약 10km의 고공에서 나타난 제트기들은 엄청난 속도로 폭격기들을 덮치려 급강하 했고, 한기의 제트기에 대략 서너기의 호위전투기들이 따라 붙으려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이어졌다. 제트기들은 전형적인 급강하-공격-이탈 전술로 많은 수의 호위기들을 유인해 내었고, 곧바로 특수부대 '엘베'의 전투기들이 나타났다. 우선 표준 무장을 그대로 탑재하고 있었던 15기의 Bf 109K(시간만 충분했다면 무장이 제거 된채로 날아올랐을 테지만...)들이 B-24 리버레이터 폭격기들에게 편대를 흩뜨리려는 의도로 사격을 가하였다.

한 편대장기가 머스탱기를 꼬리에 달고 폭격기의 후방에서 사격을 가하였다. 후방사수가 사격을 개시하자, 머스탱기는 기수를 돌려야했고, 기회를 잡은 다른 Bf 109K한 대가 리버레이터의 날개를 들이 받아 버렸다.

미군 조종사들이 독일전투기들의 행동이 지금껏 그들이 봐왔던 것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독일 전투기들은 갖은 힘을 다해서 폭격기에 가까이 가기위해 노력했다. 그중 이제 갓 비행학교를 나온 하인리히 로즈너라는 조종사는 이 출격이 그의 일생동안 부여받은 첫 번째 출격이자 마지막 출격이었다. 그는 한 대령의 B-24 리버레이터의 후미 부분을 들이 받았고, 기관포와 기관총이 아닌 적 전투기에게 강타를 당한 리버레이터는 스핀에 빠진 채로 추락하면서 또 다른 리버레이터 위를 덮쳤다. 로즈너는 간신히 낙하산 탈출을 할 수 있었고, 그의 첫 번 출격을 2기 격추로 장식 했다. 이 광경을 본 폭격기 사수들과 조종사들 사이에는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도대체 저게 뭐야!‘하는 경악이 그들의 머릿속을 맴돌았고, 독일 전투기의 무모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던 돌격에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12시 30분, 하노버 인근 상공에서는 특수부대 ‘엘베‘의 제 2파 전투기들이 앞전의 공격자들보다 더한 분노를 불태우면서 폭격기에 돌진했다. 한 Bf 109K는 머스탱과 리버레이터에게 앞뒤에서 무수한 탄알을 맞으면서도 폭격기에 돌진을 감행하여 엄청난 폭발과 함께 폭격기와 공중에서 산화해 버렸다. 머스탱 조종사는 간신히 폭발에 휘말리지 않고 피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다른 3기의 폭격기도 격추 당하였다. 어떤 독일기는 탄알에 벌집이 되면서도 아예 헤드온으로 리버레이터를 정면에서 들이 받아버렸고, 폭격기는 마치 입을 벌린 물고기처럼 기수부분이 박살나 추락하였다. 하지만 초반의 성공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엘베 부대의 극단적인 충돌 공격은 호위기의 방해로 좌절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충돌 공격으로 2기의 폭격기를 격추 시킨 Proeck과 Hedwig라는 조종사는 낙하산 탈출 직후 미군 전투기의 사격에 의해 사망했다. 친구사이로 같이 죽기를 약속했던 Zell과 Siedel이라는 조종사는 라디오로 송신을 할 수 없게 되자, 조종석 안에서 손을 흔들어 서로 작별 인사를 한 후, 곧바로 B 17 폭격기들에게 달려들었다. Zell은 격추에 성공한 후, 낙하산 탈출에도 성공했다. 그가 겨우 땅에 착지하여 그의 낙하산을 보니, 그곳에는 19개나 되는 미군기들이 쏜 총알 자국이 나있었다. 하지만 Siedel은 운이 좋지 못했다. 격추에는 성공했지만, 그의 낙하산이 전혀 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자 그럼, 글의 서두에서 소개했던 Claus Hahn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B 17에 충돌한 후,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낙하산 아래 매달려 하강하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할 수조차 없었다.

대부분의 미군 호위기들은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폭격기를 보호하기 위해 아군 폭격기 사수에게 피탄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독일 기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머스탱이 같은 머스탱을 격추 시키는 웃지 못 할 일도 일어났다. Harry Gosler라는 한 소위는 교전 중에 그의 앞에 있는 전투기에 무작정 기관총 세례를 퍼부었다. 하지만 그가 벌집이 되어 막 추락하기 시작한 전투기 옆을 지나쳤을때 조종석 옆으로 본 것은... 다름 아닌 같은 머스탱이었다! 그는 그날 작전을 마친후, 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고심하던 중 그가 격추 시킨 적기는 아무래도 Bf 109E 같다는 엉뚱한 보고서를 작성해내어 제출하였다. 비록 Bf 109E형이 머스탱처럼 각이진 주익을 가지고 있었지만, E형은 이미 독일공군에서 오래전에 퇴역한 버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 어이없는 사실은, 어떤 폭격기 후방사수가 격추된 전투기가 아군 머스탱 이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해리의 보고서가 맞다고 증언을 해줘버린 것이었다. 결국 해리는 1기 격추를 인정받게 된 것이었다. 죽은 자는 말을 할이 없기 때문에 억울하게 오인 격추를 당한 미군 조종사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1기의 B-17과 3기의 머스탱이 위와 같은 같은 편의 오인 사격으로 격추되었다.

12시 45분, 아직 편대를 굳건히 유지하며 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폭격기들 밖에 없었다. 거의 모든 특수부대의 전투기들이 기지로 소득 없이 되돌아오거나, 미군기들에 의해 격추되었다. 전투기들이 충돌에 성공에도 이것이 꼭 격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한 독일기가 B-17의 날개 끝에 충돌하는데 성공했지만 회복불능에 빠져 추락한 기체는 미군기가 아니라 독일기 였다.

오후 1시 30분경, 폭격기들이 목표지점 상공에 도착하여 일제히 폭탄창을 열었을때, 특수부대 ‘엘베‘는 더 이상 하늘에 존재하지 않았다. 약 3450톤 가량의 폭탄이 투하되었고, 기지에 무사히 돌아왔다. 120기의 전투기중 돌아온 것은 겨우 15기 밖에 없었다.

쓰디쓴 결말

작전은 명백한 실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만이 격추 전과를 부풀려 공군 사령부에 추가 작전을 위한 전투기 공급을 요청하는 보고서를 쓰고 있었을 때, 돌아온 15명의 조종사들은 반대로 이 작전의 실패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전략)...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남은 조종사들의 생명을 이런 말도안되는 광기어린 자살공격에 헛되이 잃고 말았다."

헤르만은 정비 사정상 작전에 참가하지 못한 남은 60명 조종사들마저 다음 작전에 투입하려고 하였지만, 다행히도 상황은 그에게 좋지 않게 돌아갔다. 히틀러의 56번째 생일이었던 4월 20일, 총통에게 다음 작전을 위한 허가를 건의한 괴링은 작전 허가의 가부 대신 이제 그는 더 이상 독일공군의 사령관이 아니라는 히틀러의 폭탄 선언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괴링의 사실상의 실각에도 불구하고 남은 60명의 조종사들은 며칠 뒤 실행될 또다른 작전에 투입될 운명이었으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25대의 폭격기에 충돌 공격이 성공했고, 하지만 이중에서 격추된 것은 17기였다고 한다. 미군 호위 전투기는 5기가 격추되었다. 50에서 70명 사이의 조종사들이 이 작전에서 목숨을 잃었고, 50명의 조종사들이 낙하산 탈출에 성공했다. 죽은 조종사들중에 40명 가량은 낙하산 탈출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기의 고의 사격에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특수부대 '엘베'의 작전 끝난 뒤부터는, 소수의 Me 262 제트전투기만이 폭격기에 대항하여 갈수록 좁아지는 독일 제국의 영공을 지키기 위해 싸울 뿐이었다. 괴링이 약속한 추모비 같은 것은 세워지지도 않았고, 수많은 혼령들은 오랫동안 그들이 죽은곳을 떠돌아다녀야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이 작전에 대한 자료들은 거의가 불완전하거나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사실들이 감추어졌고, 오늘까지 알려진 특수부대 '엘베'의 조종사들은 50여명만이 그 신원이 확인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작전을 설계하고 지휘한 주인공들의 침묵이다. 하조 헤르만은 소련 포로수용소에서 10년을 보내고 귀환한뒤에 쓴 그의 자서전에서도 이 작전을 언급 안한 것만도 못하게 아주 조금 기록해놓았다. 만약 이 작전이 큰 성공을 거두었더라면 그는 아마도 자신의 비인간성을 합리화하면서까지도 이 작전의 성공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Adrian Weir가 몇 년전에 이 작전에 대한 책을 펴내었으나, 헤르만의 역할을 고의로 축소해서 기록했고, 갈란트에 대한 언급도 별로 없었고, 오히려 헤르만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글을 썼다.

46년 뒤, 이름없는 숲에서...

작전이 종료한지 46년이 지난후, 1991년 4월의 어느날, 한 작은 그룹의 늙은 사람들이 작은 Zelle라는 숲 앞에 서있었다. 늙은이들의 얼굴에서는 46년전의 아픔과 슬픔이 되살아난 듯 했으나, 젊은이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자부심 또한 선명하게 어려 있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60대 노인들이었고, 작전중에 당한 수많은 부상과 상흔이 종전후에도 결코 편안하지 못했을 그들의 생활을 짐작케 해주었다. 하지만상이군인이 된 그들에게 정말로 큰 상처는 몸이 아닌 마음속에 있는 것이었다. 한때 미군 폭격기 한 대 격추의 가치도 안되었던 그들의 생명들... 한 늙은이의 목소리가 긴 침묵을 깨뜨렸다.

"그들이 그들의 조국과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목숨을 바쳤던간에, 그들은 과거 조국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숱한 우리의 조상들 처럼 역사속에 오랫동안 기억되어질 것이다. 비록 이들이 수많은 격추를 기록한 에이스들과 같은 인정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보여준 용기는 어떠한 전몰군인들에도 뒤쳐지지 않는 것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역시 작전에 참가했던 칼 하인리히라는 이였고, 그의 옆에는 앞에서도 몇 번 언급되었던 Claus Hahn과 하인리히 로즈너가 서있었다. 자리에 모인 특수부대 '엘베'의 옛 동료들은 작은 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기념비 앞에 서있었다. 기념비앞에는 그들이 마련해간 꽃다발들과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진 리본이 놓여있었다.

"1945년 4월 7일 전사한 Rammkommando Elbe 조종사들과, 1945년 4월에서 5월 사이에 전사한 Sonderkommando Biennenstock의 조종사들을 애도하며."

특수부대 '엘베'의 전몰 조종사들은 죽은지 46년이 지나고 나서야 마침내 그들의 영혼이 쉴곳을 찾을 수 있게되었다.

마치면서...

특수부대 '엘베'의 조종사들은 모두가 풍전등화가 된 독일의 운명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주기위해 날아올랐다. 이들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기고 싶다. 하지만 이들을 의미없는 죽음으로 내몬 작전에 동의한 독일공군의 고위급 지도자들은 죄를 물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제는 모두 이세상 사람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끝으로 Werewolf작전에서 목숨을 잃은 전몰 조종사들에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