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폐허에서 일어선 날개 

◇ Act 3. 작전명 한판승부! ◇

(Bout One Project)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3. 6. 3

남침

이 땅에서 건국기들이 창공으로 날아오른지 불과 40여일이 지난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전면적인 기습 남침으로 한민족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는 이제 막 날개를 펼치려던 한국공군에게도 커다란 시련이었다.

전황은 다음에 무엇을 할것인가를 생각할 여유도 없을 정도로 매우 다급했다. T-34 전차를 수백대를 동원한 10만대군의 북한군은 38선에서 빈약한 장비의 국군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으며, 전 전선에서 국군은 순식간에 전면적인 붕괴상태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 무렵 한국공군에게는 L-4/5 12기, T-6 10기의 총 22기의 항공기가 작전 가능한 상태였지만 (미군의 자료에는 개전당시 김포에 있던 한국군의 항공기는 L형 10기, T-6 3기였다고 함) 이들 기체에는 지상공격을 위한 폭탄가조차 없어서 지상공격을 위한 폭탄을 장비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T-6에는 급히 야전 개조가 행해져 주익에 폭탄을 장치할 수가 있었지만 L형 항공기들은 이런 개조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에 후방석의 관측사가 수류탄이나 15kg 폭탄을 2-3개 가슴에 끌어안고 날아올라 손으로 떨어뜨리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 서울로 진입한 북한군의 T-34 전차, 전차가 가져다준 공포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으며 한국육군과 공군에게는 이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무기가 없었다. ]

게다가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수시로 서울상공에 출몰하는 북한군 야크-9 전투기들의 공습으로 김포 비행장에 주기하고 있던 한국공군의 기체들이 상당수 파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공군의 조종사들은 개성, 동두천, 문산 방면을 지나 서울쪽으로 향하는 북한군을 공격하기 위해서 결사적으로 날아올랐으며 북한군의 전차와 보병들을 발견하면 강하하여 폭탄으로 공격했다. 상황이 너무나 급박했기 때문에 쉴새없이 전선상공에 투입된 항공기들은 한국공군이 보유하고 있던 274발의 폭탄이 모두 소모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런 용전분투에도 불구하고 한국공군의 전력은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너무나 태부족이었다.

지상에서도 하늘에서도 북한군과 국군사이의 전력차이가 워낙 심하게 났기 때문에 전쟁이 시작된지 불과 3일만인 6월 28일 서울로 북한군의 전차들이 진입할 정도로 전선의 붕괴속도가 빨라 한국공군의 잔존기들은 모두 수원 비행장으로 후퇴해야 했다. 6월 30일 서울에서 2일을 지체한 북한군은 한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이 무렵 이경복 소위가 조종하던 L-5 연락기가 한강 상공에서 한강 도하를 시작하는 북한군의 상황을 정찰하기위해 저공비행하던 도중 북한군으로부터 격렬한 대공 사격을 받고 기체가 대파되어 한강으로 추락해 같이 탑승하고 있던 백성흠 일등상사와 함께 전사하여 한국공군 최초의 조종사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슬픔과 비탄속에 계속적인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공군기들은 작전을 계속할만한 근거지를 상실했으며 제대로 정비와 보급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몰려서 대부분의 기체를 상실해 한국공군은 사실상 전멸의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바우트 원 프로젝트

한편, 이런 커다란 위기속에서 한국공군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북한군의 남침이 시작되자 크게 놀란 주일미군 사령부는 즉시 작전 가능한 미공군기들을 출동시켜 북한군의 남침을 저지하는 동시에 한국정부가 이전부터 줄기차게 요청해오던 전투기의 원조요구를 드디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김정열 공군참모총장은 이승만 대통령을 통해 주일미군사령부에 공군전력 강화를 위해서 신속하게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요구를 주일미군 사령부에서 쾌히 수락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투기 원조 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가 있었던 것은 단지 남한에 대한 미군의 우호적인 배려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상 그 이면에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우선 주일미군 사령부는 예측하지 못했던 북한의 남침이 시작되자 그동안 한국의 전투기 지원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것에 대해서 자국여론의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2차대전이 끝난지도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빠져 들게 된 이 새로운 전쟁에서 미군이 도맡아서 북한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미군은 단지 공산군의 침략으로 최선을 다해 싸우고는 있지만 위기에 몰린 남한군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을 자국 의회와 여론에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미군측에게는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데, 바로 여기에 한국공군 마크가 그려진 항공기들이 미군과 같이 작전을 하는 장면이야말로 더할 나위없는 선전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한의 비행장들은 미군의 신예기들이 작전하기에는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 되었는데, 이런 비행장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항공기들이 있어야 지상지원을 위해서 신속하게 출동이 가능하고 또한 충분한 체공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한국으로 항공기들을 파견하는 결정이 내려지는데 한몫했다. 여하간 한국공군은 다시 태어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계획은 미공군에 의해서 '한판승부'라는 의미의‘바우트 원 (Bout one)'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전쟁이 시작된 지 하루만인 6월 26일 바로 본격적인 실행에 옮겨지도록 명령이 내려졌다.

미군측은 전투기의 운용능력에 대해서 한국공군의 능력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었으며 (사실 그랬다.) 이번 원조 계획은 단지 위와 같이 어느 정도 명분을 얻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한국에 원조될 전투기의 숫자는 10기로 정해졌다. 그런데 당시 미공군은 이미 몇 달전에 2차대전의 주력기들을 일선에서 퇴역시키고 한창 새로운 기체들로 기종전환을 시행한 후였기 때문에 주일미공군이 보유하고 있던 항공기들은 제트전투기였던 360여기의 F-80 슈팅스타와 32기의 장거리 호위전투기 F-82G 트윈머스탱이 주력이었으며 이외에 A-26 공격기가 26기 그리고 30기 정도의 B-29 폭격기들이 전부였다. 이렇다 보니 한국공군에 제공할 마땅한 기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 2차대전에서는 하늘의 왕자로 군림했던 머스탱,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어 1950년초에는 신예 제트전투기에 밀려 대부분 폐기처리되거나 훈련부대로 넘겨지는 신세로 전락했으나 갑자기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다시 전장에 투입되게 된다. ]

F-80은 미군이 보유한 최신의 제트전투기로서 미군의 입장에서는 이런 기체를 한국공군에 제공할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누가 보더라도 이런 최신 제트전투기는 한국공군이 운용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프로펠러기인 F-82G는 장거리 호위전투기로 개발된 기체여서 현재 한국의 전장에서 가장 필요한 지상공격등의 지원임무에는 부적합했다. A-26은 전투기가 아닌 지상공격기였으며 숙달된 승무원이 2-3명이 필요한 기체였기 때문에 역시 원조용으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결국 미공군에서 폐기 처리된 F-51D 머스탱 전폭기들이 최적의 기체로 선정되었다. 이 무렵 주일미공군은 10여기의 비행 가능한 F-51D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체들은 모두 폐기 처리된 상태여서 몇 개월 전부터 먼지가 쌓인 상태로 창고에 쳐밖혀 있었으며 가장 상태가 좋은 기체들도 F-80 전투기들의 사격훈련을 위한 이동표적을 견인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처지였다. 즉시 이 기체들은 모두 다시 정비를 받았으며 비행가능 여부가 테스트 되었다. 동시에 미군은 한국군에 단발 프로펠러 전투기를 능숙하게 조종할 수 있는 조종사 10명을 일본으로 보내라고 요청했는데 김정렬 참모총장은 즉시 T-6 건국기들을 조종하고 있었던 최고 조종사들인 이근석 대령과 김영환 중령을 비롯한 10인의 조종사들을 선발하여 6월 27일 일본의 이타쯔게 기지로 파견해서 미공군 지휘하에 기종전환 훈련을 받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 모두가 불과 2일만에 추진될 정도로 전세는 급박했다.

[ 미군 조종사로부터 F-51D의 조종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한국공군 조종사들, 옆의 머스탱에는 Desert Rat이라는 미국식 노즈아트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태이다. ]

한편, 미공군측은 창고에서 꺼낸 F-51D 전폭기들을 막상 정비해 놓고 보니 한국전장에 매우 어울리는 기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항속거리가 길었으며 상태가 좋지 않은 남한의 비행장에서도 작전이 가능할 만큼 억세고 튼튼했고, 지상공격을 위한 무장도 충분히 탑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북한군이 보유한 야크 전투기는 머스탱만으로도 충분히 잡아낼 수가 있었으며 대부분의 미군 조종사들이 이 기종으로 비행을 충분히 경험했었기 때문에 다시 기종 전환 교육이 필요 없었다. 그래서 미공군은 미 본토에서 주방위군에 넘어간 중고 F-51D 전폭기들을 한국전쟁에 다시 사용하기로 하고 본토에 급히 F-51D 전폭기들의 재사용을 요청한 후 가동 가능한 기체들을 수배해서 일본으로 운반해 오도록 했다.

당시 미공군내에서 F-51D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6월 29일 맥아더가 전황을 시찰하기 위해서 수원으로 왔을 때 호위 전투기로 따라 나서도록 결정된 기체가 F-80이나 F-82가 아니라 수원 비행장에 착륙 가능한 F-51D 4기였다는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전쟁 항공전 1부-3회 참조) 바로 이 기체들이 한국공군에게 공여되기로 결정된 10기의 머스탱중의 일부로서 이 머스탱들은 맥아더가 수원에 도착한 후에 때마침 수원상공에 출현한 4기의 야크 전투기와 공중전을 전개해 이들을 모두 격추시켜버려 그 능력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이 기체들은 맥아더가 일본으로 돌아올 때 같이 일본으로 날아와 한국조종사들에게 넘겨졌다.

제6146 군사고문단

한편 미공군은 한국공군 조종사들의 훈련을 맡고 한국공군을 양성하기 위한 제6146 군사고문단을 제35 전폭전대 휘하에 창설했으며 이 군사고문단이 바우트원 계획의 핵심이었다. 이 군사고문단이 이끌게 될 한국공군 훈련부대는 작전명을 따서 '바우트원 대대 (Bout one squadron)'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10명의 미군 전투기 조종사와 4명의 행정, 정비 장교 그리고 100여명의 병사와 정비사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부대를 이끌게 될 리더로는 딘 헤스 소령이 선정되었다. 갑작스럽게 바우트 원 프로젝트를 맡게된 딘헤스는 목사 출신의 전투기 조종사로서, 1944년부터 유럽전선에 참전하여 P-47과 51을 조종한 경험이 있었던 베테랑이었으며 훌륭한 인품을 가진 상관으로 부하들에게 존경을 받던 사람이었다. 바로 이사람 딘 헤스 소령이 바우트 원 프로젝트를 이끌게 된 것이야말로 한국공군에게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었다.

[ 바우트원 계획으로 다시 정비가 진행되는 F-51D, 옆에 F-51의 정비를 배우기 위해 파견된 한국 정비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머스탱의 도색은 아직 바뀌지 않은 상태이다. ]

상부에서 이 계획을 단지 홍보용 이상으로는 기대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딘 헤스는 그에게 주어진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서 반드시 뭔가 보여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임무를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던 부하들을 설득하여 6월 27일 도착한 10명의 한국 조종사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해서 빠른 시일 내에 F-51D를 능숙하게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한국 조종사들과의 면담 시간을 통해서 이 한국조종사들이 매우 열의가 있고 한시라도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 싸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들을 반드시 제대로 훈련시켜 전투에 투입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헤스 소령은 한국 조종사들의 실력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650마력의 T-6 훈련기를 40여일 조종한 것이 전부였던 한국 조종사들에게 2배이상의 출력을 가진 1350마력의 고성능 F-51D 전폭기를 능숙하게 조종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비록 한국 조종사들의 열의는 대단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전투에 투입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딘 헤스는 훈련 기간중 한국 조종사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그 한국조종사들은 대부분 일본군에서 조종사로 활동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한명은 연합군기를 5기이상 격추한 에이스 출신이라는 것에 놀랐다. 따라서 그들이 빨리 F-51D에 익숙해지기를 기대했지만 한국 조종사들이 비행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불안했다. 지상공격 훈련에서 그들은 종종 위태로울 정도의 급각도로 강하하곤 했는데 아마도 엔진출력이 낮은 대신에 저속 기동성이 좋은 일본 전투기들에 비해서 고출력의 고속 전투기인 F-51D의 비행특성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이들을 지금 전투에 투입하면 희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이 워낙 급박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훈련을 할 수가 없었고 이들을 1주일 만에 실전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헤스 소령이 기억하는 에이스 출신 한국 조종사는 아마도 한국공군에서 가장 훌륭한 비행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근석 대령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타즈께 비행장에 파견된 한국 조종사들의 리더였던 이근석 대령과 김영환 중령등은 일본군에서 조종사로 활동하면서 상당한 전과를 올린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foxmouse: 일본군에서 활동했던 기록 때문에 많은 국군장교들을 비판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여기에서 한국 조종사들의 친일에 관한 논쟁은 사양하겠습니다.)

1950년 6월 28일부터 서울을 지나 남하하기 시작한 북한군은 국군의 방어선을 계속 무너뜨리면서 진격을 계속했고, 결국 7월 1일에는 미지상군 선발대로 오산지역에 파견된 스미스부대마저 북한군의 전력에 대해서 얕보고 있다가 T-34 전차들을 앞세운 북한군에게 대패했으다. 무적의 미군마저 손쉽게 패퇴시킨 북한군은 기세등등하게 계속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공군사령부는 바우트원 대대에게 즉시 한국으로 이동해서 작전을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이무렵 한국공군의 조종사들은 전투기 전환 교육을 2-3일 밖에는 받지 못한 상태였다.

[ 드디어 대구 비행장에 도착한 바우트원 대대, 맨 좌측의 기체가 신념의 조인이라는 마킹을 달고 있는 딘헤스 소령의 18번기이다. ]

이 무렵 전선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머스탱의 운용이 가능한 비행장은 대구 비행장 (K-2)밖에는 없었다. 그나마 대구 비행장도 상태가 좋지 않아서 활주로는 포장도 되지 않은 상태였고, 비만오면 진흙탕이 되 버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비행장내에 허름하게 지어진 가건물 2채밖에는 없어서 조종사들은 천막을 치고 있거나 급조된 목조 가건물에서 지내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바우트원 대대에게는 망설일 여지가 없었다. 명령이 떨어지자 딘헤스 소령은 신속하게 C-47 수송기를 이용해서 대구 비행장으로 바우트원 대대의 병력을 이동시키기 시작했으며 6월 30일부터 수송기에 정비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 탄약을 가득 싣고 대구 비행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일후인 7월 2일에는 하루라도 빨리 조국에 돌아가 싸우기를 희망했던 한국 조종사들이 딘 헤스 소령의 지휘하에 일본을 출발해서 머스탱 10기를 몰고 대구 비행장에 도착했다.

신념의 조인

[ 바우트원 대대의 교관조종사중 한명이었던 윌리엄 맥크리스털 대위가 한국공군용으로 도색을 변경한 머스탱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국적마크를 잘 보여준다. (사진제공: 져니-지원준님) ]

한편, 한국전장에 투입될 바우트 원의 F-51D에는 미국적 마크와 부대명은 모두 지워지고 새롭게 디자인된 한국공군의 새로운 국적마크가 도색되었다. 이 새로운 국적 마크는 건국기의 마크와는 달리 한국공군의 태극마크에 미공군 마크와 같은 두줄의 띠를 더한 것이었다. (미공군의 마크에서 별을 태극마크로 바꾼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공군의 태극마크가 미군을 비롯한 UN군에게는 낯설기 때문에 기존의 태극마크만으로는 북한군기로 오인받게 될 우려가 있다는 미군측의 주장에 따라 미공군기들에 그려지는 미국적마크와 유사하게 변형된 것으로써, 이 것이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한국공군의 국적마크가 되었다. 사실 한국이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져 있었는지도 몰랐던 대부분의 미군 병사들은 태극마크를 처음 보는 경우도 많았었기 때문에 이것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UN군 지상부대가 한국공군기를 북한군의 것으로 오인하고 발포했던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국전쟁 전기간동안 대부분의 한국공군기에는 노즈아트가 허용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한국공군에 공여된 10기의 머스탱 중 18번을 달고 있는 바우투원 대대장 딘 헤스 소령의 전용기에는 특징적인 노즈아트가 있었는데, 바로 이 기체에 유명한 '신념의 조인 (信念의 鳥人)'이라는 노즈아트가 그려져 있었다. 딘 헤스 대령의 자서전인 ‘Battle hymn'에 의하면 이 문구의 의미는 ‘신념을 가지고 하늘을 난다. (By faith, I fly)’라고 하는데 분명 한국 조종사나 정비사중에 누군가가 이 이 도색을 한 것을 틀림이 없지만 누가 어떤 사연에 의해서 이런 문구를 이 18번기에 기입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일설에 의하면 '신념의 조인'이라는 문구는 대구 비행장을 급히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이 딘헤스 소령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직접 문구를 구상한후 정비사들에게 도색하도록 명령했다고 하는데, 이런 내용의 이야기가 당시 대구 비행장의 정비사로 활동했던 노병들의 증언으로 확인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 기간 중에 촬영된 한국공군 F-51D의 사진들을 살펴보면 18번 기체이외에 다른 기체에는 이 ‘信念의 鳥人’이 기입된 기체의 사진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딘 헤스 소령의 기체에만 사용된 노즈아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 딘 헤스 소령이 자신의 기체옆에서 한국공군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8번기의 기수에 새겨진 '신념의 조인' 마킹을 잘 볼 수 있는 사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