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시스 하이 (Aces High) - 1976 ●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7. 11. 23
꼭 다시 보고싶었던 명작 항공영화를 드디어 불타는하늘을 통해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업데이트는 무려 30년도 더된 고전 항공영화 - '에이시스 하이'입니다. 1970년말에 국내에 개봉할 당시에는 제목이 '여정의 끝'이라고 했다는데 너무 서사적인 제목을 붙였네요. 전혀 전쟁영화같지 않은 분위기의 제목이라... 요새 같았으면 그냥 '에이시스 하이'라고 개봉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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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이다보니 DVD 타이틀도 거의 구하기가 힘듭니다.
심지어는 아마존에서도 매우 희귀한 대접을 받는 작품이죠. ]
본 영화는 이전에 소개된 '블루맥스'와 더불어 1차대전 항공전 영화의 쌍두마차로 불리는데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블루맥스가 독일공군의 관점에서 진행한다면, 이 에이시스 하이는 영국공군의 관점에서 진행이 됩니다.
두 영화 모두 항공매니아들에게는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단지 멋진 공중전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처절함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어서 그 내용과 작품성에서도 명작이라 불리는데 손색이 없습니다.
물론 이영화는 고색창연한 멋진 복엽 전투기들의 공중전을 볼 수 있는 장면을 제공하는데, 주인공격인 영국전투기 SE5a를 비롯해서 솝위드 펍, 아인데커, 알바트로스, 팔츠 D III, 포커 D VII 같은 유명 항공기들의 레플리카들이 다시 창공을 실제로 누비면서 실사영화에서만이 볼 수 있는 역동적이면서도 그럴 듯한 공중전 장면들이 재현되지요. 이런 공중전 장면을 보면 과연 이것이 과연 30년도 넘은 영화인가하는 생각이 들정도의 명작영화 입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 '플라이 보이스 (국내개봉 - 라파예트)'에서도 잘 보았듯이 이제는 CG의 시대이니 앞으로 이런 영화가 제작되기는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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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샴 소령역의 주연배우 말콤 맥도웰의 최근 모습, 이제는 연륜이
넘치는 모습으로 변해있네요.
에이시스 하이에서 항공영화에 첫 인연을 맺은이후 다른 영화에
몇번 출연하다가 악역에 어울리는 인상덕분에 1983년 헬기영화 '블루썬더'에서
악당 코크란 대령역을 맡아 휴즈 500을 몰고 블루썬더와 대결을 펼치기도 하지요. ]
그동안 어렸을 때 TV에서 몇 번 본 기억이 있어서 찾아보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여정의 끝'이라고 막연하게 기억했던 이 영화의 제목이 'Aces High'라는 것을 알게된 후 애타게 수소문 했었지만 찾을 수 없었지요. 이 영화가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라서 미국쪽에도 DVD가 희귀한 편이라고 하구요..
그러던중 얼마전 어찌어찌하여 이 영화를 입수하게 되어 감상하면서 옛 생각을 떠올리며 모처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는 줄거리를 살펴보면서 고전명작 에이시스 하이를 리뷰해 볼까요?
때는 바야흐로 1917년... 역사상 처음으로 하늘이 전장이 되어 버린 1차대전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시 영국에서는 귀족들이나 상류층들이 앞장서서 전쟁에 참전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고, 한 영국 상류층 학교의 졸업식에는 전쟁 영웅 출신 장교들이 파견되어 졸업생들에게 조국을 위해 입대한후 전쟁에 참전할 것을 역설한다.
[ 졸업식장에서 기마대의 시험을 보이고 있는 육군 장교 ]
혈기넘치는 졸업생들은 군악대가 연주하는 신나는 행진곡과 함께 멋진 군복을 입은 선배 전쟁 영웅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자신도 하루빨리 참전해 멋지게 싸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전장에 대한 막연한 동경속에 많은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참전신청을 하게된다. 이중에서 누나의 연인이자 전투기 에이스로 명성을 떨치던 그리샴 (말콤 맥도웰) 소령을 진심을 존경하고 있었던 크로포드는 비행학교에 들어가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참전하기로 결심한다.
[ 졸업식장에서 참전할 것을 역설하는 에이스 - 그리샴 소령 (말콤 맥도웰 분) ]
그러나 실제 전선의 상황은 젊은이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으니... 지상에서는 수많은 병사들이 기관총과 속사포의 희생양이 되어 무참하게 죽어가고 있었으며, 하늘에서의 전투도 점점 격렬해지면서 양측의 손실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고 전투중 희생되는 조종사들의 숫자가 늘어나 조종사들이 부족하게 되자, 영국의 비행학교에서는 훈련생들에게 간단한 비행술만을 교육한후 임관시키고 전장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인 크로포드는 불과 14시간밖에 안되는 비행시간만을 교육받은 채 소위로 임관한후 최전선의 비행중대에 배속된다.
[ 자신의 비행기 SE5a를 소개받으며 기뻐하는 크로포드 ]
멋지게 싸우고 싶다는 기대에 부풀어 전장에 도착한 코로포드는 그가 배속된 비행중대의 썰렁한 분위기에 놀라게 되고, 자신이 단지 며칠 전에 전사한 다른 조종사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보내진 소모품 신세라는 것을 알게된다. 부대에서 처음 만난 동료는 극심한 전투 공포증에 빠져 어떻게든지 핑계를 대고 출격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크로프트였다. 그는 동료들과 친해지려고 애쓰는 신참 크로포드를 보자마자 썰렁한 말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냥 사심없이 하는 말인데, 내가 보기에 자네는 한 2주쯤 버틸 것 같구만..."
실제로 1917년 4월 - 전사에는 피의 4월이라고 기록되었던 - 에는 영국 전투기 부대에 배치된 신참 조종사들이 2주를 넘겨 생존했던 경우가 거의 없었던 영국공군에게는 매우 혹독한 고난의 시기였다. 창공에서 벌어지는 기사들의 멋진 1대 1의 대결로 미화되고 있었던 공중전의 의미는 점점 퇴색해가고, 조종사들은 전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속임수나 비열한 전술이라도 마다하지 않도록 변해가고 있었다.
[ 에이시스 하이에서 볼 수 있는 장렬한 하늘의 공중전 ]
전장의 상공에서는 수많은 전투기들이 뒤섞여 싸우는 대규모 혈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었으며 이런 위험한 하늘에서 전투 경험이 없는 신참 조종사들이 공중전에서 살아돌아올 수 있는 확률은 점점 낮아졌다. 이제 겨우 20살이 된 젊은 조종사들이 하늘에서 총탄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거나 불길에 휩쌓여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리샴 소령은 그가 아끼던 학교 후배 크로포드가 자신의 부대에 배속된 것을 알게되자 반가운 마음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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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 5a의 날개위쪽에 장착된 기관총에 잼이 걸리자 당황한 영국 조종사 ]
드디어 첫 번째 실전비행에 나선 크로포드는 전선상공에서 대공포화를 경험한후, 독일 전투기들과의 교전에 말려들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지만 그리샴의 도움으로 간신히 돌아오게되고 전장의 처절한 현실을 처음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 하루 살아남은 것에 의미를 두는 동료 조종사들은 매일 밤마다 클럽에 모여 술에 취해 현실에서 멀어지고자 한다.
[ 적기에게 꼬리를 물려 처음부터 뜨거운 경험을 하게된 크로포드 ]
이런 와중에도 그리샴 소령은 자신이 격추시킨 독일 조종사가 포로가 되자, 그를 직접 초대하여 중대원들과 함께 술자리를 벌이며 위로해준다. 처음에는 얼떨떨한 모습으로 초대에 응했다가 영국 조종사들의 환대에 감동한 독일 조종사도 마음을 열고 같이 어울린다.
[ 포로가된 독일조종사와 한 바탕 술자리를 벌이는 중대원들 ]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갈 때마다 그가 의지하던 동료들은 하나씩 출격행에서 돌아오지 못하게 되고 크로포드가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부사관 싱클레어가 정찰비행 임무 도중 크로포드가 조종하던 정찰기위 뒷 좌석에서 독일전투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하자 크로포드는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
그는 왜 동료들이 그와 친해지는 것에 인색했는지를 알게된 것이다. 친해질 만하면 죽어가는 동료들로 인한 허탈감과 정신적인 충격은 크로포드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 격렬한 전장에서 하나 하나 죽어가는 동료들.. ]
한편 공군 조종사들을 대표하여 장성들과 식사를 같이할 기회가 있었던 그리샴 소령은 조종사들에게 낙하산이 필요하니 지급해 달라고 건의하지만, 하늘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무지했던 장성들은 낙하산은 겁쟁이들나 하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리며 낙하산 지급을 거부한다. 그리샴은 분노하며 중얼거린다...
" 저 작자들은 경험많은 조종사들이 단지 낙하산이 없어서 죽어가는 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줄 모르고 있어.. 그저 그 자리를 신출내기 훈련병으로 메꾸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단 며칠만에 죽을고비를 넘겨가던 크로포드도 점점 하늘의 전사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이무렵 전장은 더욱 더 위험한 곳이 되고, 전투 공포증에 사로잡힌 동료 크로프트는 계속 출격명령을 거부하고 점점 미쳐가게 된다. 이러던 중 그리샴의 중대에 가장 위험한 임무중의 하나인 적의 관측 기구를 공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는데....
[ 기구를 띄우는 독일병사들, 고증면에서는 매우 완벽하다. ]
그리샴은 크로포드를 비롯한 전 중대원들을 이끌고 기구사냥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독일군은 기구가 위치한 고도에서 폭발하도록 대공포탄을 세팅해놓고 기구 주위에 배치해놓고 있었으며, 그 상공에서는 독일 전투기들이 편대를 짜고 순찰하면서 영국 전투기들이 접근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낙하산이 없어 탈출하지 못한채 불길에 휩쌓여 죽어가는 동료 조종사 ]
중대원들이 기구를 향해 접근해가자 예상했던대로 격렬한 대공포화가 그들을 맞이하고 매복해있던 독일 전투기들이 상공에서 기습을 가해오면서 격렬한 공중전이 벌어진다. 크로포드는 기구를 공격하여 폭발시키는데 성공한후 기뻐하지만, 그를 엄호해주던 전우들은 대부분 하늘에서 전사한다. 이후 크로포드는 간신히 위기를 벗어나 그리샴과 함께 귀로에 오르는데... 이순간 정면에서 갑자기 돌진해오는 독일 전투기가 크로포드의 기체를 덥치면서 서로 피하지 못한 두 기체가 정면으로 충돌하여 모두 하늘에서 폭발하고 만다.
[ 에이시스 하이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공중전 장면들 중에서... ]
결국 마지막 대원인 크로포드마저 잃은채 돌아온 그리샴은 슬픔에 사로잡히는데... 그가 기지로 돌아오자
손실된 중대원들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비행학교를 막 졸업한 3명의 신참 대원들이 그리샴에게 신고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너무나 어린 신입 조종사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또다시 보게된 그리샴은 그들의 얼굴속에서 크로포드를 떠올리며 전쟁의 처절함에 몸서리를 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