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남작 (Der Rote Baron) - 2008 ●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9. 1. 31
항공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1차대전 최고의 에이스이자 전설적인 창공의 영웅 '붉은남작 - 만프레드 폰 리히토펜'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늘로 전장이 확대된 최초의 전쟁이었던 1차 세계대전이 낳은 전설적인 영웅이었죠.
사실 그동안 이렇게 전설적인 하늘의 영웅에 관한 이야기가 왜 본격적인 영화로 제작되지 않는 것인지 하는 의문도 생기게 마련이었지요. 그것은 아마도 그가 1차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의 영웅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여하간 이런 의문을 풀어비리기라도 하듯이 리히토펜의 조국인 독일에서 이 영웅의 이야기를 드디어 볼만한 영화로 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독일과 영국의 합작영화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네요.
작년에 국내에 개봉했던 영화 라파예트 (Fly Boys)에 이어서 1차대전의 항공전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연달아 제작되고, 그것도 전설의 '붉은남작'이 주인공인 영화가 등장했으니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1차대전의 치열한 항공전 이야기가 다시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영화는 불타는 하늘을 찾아주시는 열성 항공팬들이라면 당연히 봐야할 작품이라고 하겠지요!
홈지기도 작년에 불타는하늘 카페를 통해서 이 새로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게된 후 큰 기대를 했었는데, 결국 어렵게 입수하게 되었고 오랜만에 마음편하게 기쁜 마음으로 감상을 했습니다.
자~ 그럼 이 영화의 이야기를 '불타는하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간단하게 리뷰해 보겠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전사한 영국 전투기 조종사의 장례식에 갑자기 날아든 4기의 독일공군 알바트로스 전투기들과 함께 시작합니다. 장례식장은 갑작스런 적기의 공습에 아수라장이 되지만 이 독일 전투기들은 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장례식장을 공격하기 위해 날아온 것이 아니라 애도의 꽃다발을 전달하기 위해 날아들었던 것이죠. 그 꽃다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담긴 리본이 감겨있었습니다.
"우리의 친구이자 적이었던 영국조종사를 애도하며..."
[ 꽃다발을 던진후 애도를 표하는 리히토펜 ]
영국 조종사의 관옆에 꽃다발을 던진 독일 전투기 편대는 한대씩 묘지의 상공을 선회한후 애도의 경례를 하고는 독일진영으로 돌아갑니다. 이 편대를 이끌고 있던 것은 24세의 젊은 청년 조종사였던 만프레트 폰 리히토펜으로, 그는 이무렵 독일 전투기부대의 선구자였던 오스발트 뵐케가 사망한후 그의 후계자로서 급성장하고 있었던 유망주였습니다.
[ 대부분 20대 초반이었던 조종사들, 상당히 어려 보인다. ]
비행장에 돌아온 전투기에서 내린 조종사들은 모두들 새파란 젊은이들인데, 실제로도 당시 전투기 조종사들은 20대초반의 어린 나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이부분은 과거에 등장했던 명작영화 '블루맥스 - The Blue Max'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당시 블루맥스를 보면 조종사들이 상당히 나이 들어보이는 아저씨뻘인 배우들이 출연했었지요. 특히 영화중간에 붉은 삼엽기를 몰고 잠깐 등장하는 리히토펜의 경우 마치 30대 후반정도는 되어 보이는 인물이 그 역할을 맡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리히토펜은 80기를 격추한후 공중전에서 전사 할 당시에 나이가 불과 25세였던 젊은이었죠.
[ 영화에서 슈퍼에이스 베르너 포스역을 맡은 배우 - 실제 그는 19세에 에이스가 되었다. ]
게다가 실제로 1차대전의 하늘에서 싸웠던 조종사들은 그보다 훨씬 젊었던 경우가 많았죠. 예를 들어 리히토펜에 버금가는 전투력으로 유명했던 베르너 포스 같은 경우 19세에 참전하여 20세에 전사했으니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증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 리히토펜의 붉은 알바트로스 전투기를 배경으로 모여있는 야스타 편대원들 ]
특히 리히토펜역을 맡은 배우인 마티아스 슈바이회퍼는 그시절의 리히토펜과 상당히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네요. 닮은 배우를 뽑느라 감독이 신경좀 쓴 것 같습니다. 아래의 영화 장면과 실제 사진을 비교해보면..웬지 진짜 닮은 것 같지 않은가요?
이 영화에서는 붉은남작이 화려한 격추기록을 쌓아가던 무렵의 얘기였던 진홍색의 알바트로스 D.III 전투기가 상다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보통 리히토펜이라고 하면 누구나 화려한 기동성을 자랑하는 포커 삼엽기를 떠올리겠지만, 실제 리히토펜이 화려한 전공을 쌓아가며 무서운 에이스로 성장하던 무렵에 애용하던 전투기는 바로 진홍색의 알바트로스였습니다.
알바트로스 전투기는 이른 바 피의 4월이라는 공포의 시기를 만들며 하늘을 완전히 장악하고 연합국 공군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던 1차대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투기였습니다. 바로 이 전투기의 조종석에서 '붉은남작 (Red Baron, Rote Baron)'의 전설이 태동하게 된 것이죠.
[ 영화에서 재현된 독일 비행장과 리히토펜의 붉은 알바트로스 D.III ]
야스타를 지휘하게된 리히토펜이 자신의 전투기를 붉게 도색하자 동료들은 너무 눈에 잘 띄어 표적이 될 것이라며 만류를 하지만 리히토펜은 단호하게 이야기 합니다.
"나는 적기를 격추시켜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적에게 공포감을 주어 쫒아내려는 것이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에는 리히토펜의 상징과도 같았던 포커 Dr.I 삼엽기가 등장하지요.
[ 영화의 후반부에 맹활약하는 리히토펜의 붉은 삼엽기 ]
당시 독일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대부분 귀족가문 출신이거나 군인가문 출신의 자제들이었던 경우가 많았는데, 리히토펜의 경우도 이에 해당되어 그의 친동생 로타 리히토펜이나 사촌이었던 볼프람 리히토펜 같은 경우 모두들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하여 경력을 쌓아가게 됩니다.
[ 형이었던 만프레드 리히토펜 (좌)과 함께 싸웠던 동생 로타 리히토펜 (우) ]
당시 처참한 참호전으로 대변되는 1차대전의 최전선의 하늘에서는 양군의 항공기들이 연일 치열한 격전을 벌이는데, 이렇게 새롭게 펼쳐지는 하늘의 전장은 곧 전군의 주목을 받게 되고 이들의 전투결과는 지상군의 사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렇게 되자 양측의 수뇌부는 전과가 뛰어난 조종사들에게 앞다투어 무공훈장을 수여하면서 '조국의 영웅'으로 칭송하며 서로 치열한 선전전에 들어가게 됩니다. 적기를 많이 격추한 조종사들은 큰 명예가 주어지고 전국적인 인기스타가 되지요.
[ 블루맥스를 목에 걸고 있는 리히토펜 ]
이과정에서 양진영을 통털어 가장 뛰어난 전과를 올리고 있었던 최고의 에이스 만프레드 폰 리히토펜은 독일군에게 있어서 비교할 수 있는 상대가 없는 최고의 유명인이 됩니다.
[ 리히토펜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간호사역을 맡은 레나 헤디 ]
그가 전장에서 전사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던 독일 수뇌부는 리히토펜을 전장에서 물러나게 하여 지휘부로 영입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의 뛰어난 전술적인 역량으로 공군을 지휘하기를 원했던 황제와의 면담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는 다시 전장으로 복귀합니다.
"제가 가장 많은 적기를 격추한 것은 저의 전술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무조건 도망쳤기 때문에 아직 살아있고 계속 전과를 올리는 것입니다."
영화 자체는 비교적 고증에 출실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만, 영화의 초반부에 리히토펜에게 격추되어 전사한 영국의 영웅 '레이노 호커' 대위가 탑승했던 기체가 DH.2가 아닌 SE.5a로 되어 있는 부분은 '옥의 티'였습니다. 이것은 DH.2과 같은 기체의 실기를 이제는 구할 수가 없어서였을까요?
[ 1차대전의 전장을 재현한 장면 ]
[ 당시의 베를린 시내를 재현한 장면 ]
훗날 영국공군의 기록에 리히토펜을 격추시킨 것으로 되어 있는 로이 브라운 대위가 초반부에 리히토펜과 운명적인 만남을 하는 장면도 영화의 재미를 더하기위한 픽션으로 보입니다.
[ 리히토펜과 운명적인 인연을 이어가는 영국공군의 로이 브라운 대위 ]
연합군의 우세가 점점 명백해지면서 독일은 전장에서 밀리게 되고 점점 수적인 열세로 악전고투를 하던 리히토펜의 편대원들은 하나 하나 전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리히토펜도 결국 마지막 출격에서 돌아오지 못하게 되고 어렵게 연합군 진영에 안장된 그의 묘지를 찾은 연인의 애도속에 영화는 끝나게 됩니다.
영화의 작품성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것 같고 항공팬이라면 누구나 기대하기 마련인 공중전 부분도 적절한 CG와 함께 아주 무리한 과장 없이 잘 연출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항공팬의 입장에서는 이런 영화가 제작되어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몇가지 영화장면을 끝으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도 기회가 되면 꼭 감상해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