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하늘의 항공영화

● 다크 블루 월드 (Dark Blue World) - 2001 ●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2. 6. 18

오랜만에 항공 영화 소개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 영화는 2001년에 개봉한 영화로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상당히 잘만든 작품으로 인정받는 영화입니다. 아마 불타는 하늘의 방문객들중에서는 벌써 오래전에 감상을 하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미국위주의 항공영화가 아니라 놀랍게도 체코 영화 인데요... 기대이상의 작품성과 훌륭한 영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신 김재학님에게 감사드립니다.

◆ 주연 : 온드레이 배치, 크리스토프 하덱

이 작품은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다가 어느샌가 인터넷을 타고 소문이 돌더니 국내에도 음성적은 경로로 DVD가 들어와 돌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감상한 느낌은... 참 오랜만에 제대로된 2차대전 항공영화를 보았구나 ... 하는 뿌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체코 영화답게 2차대전중 영국공군으로 지원하여 독일에 대항해서 맞서 싸운 체코 조종사들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영상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에 많이 포함된 공중전 장면들이 정말로 실감나게 제작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구요.

스핏화이어와 Bf 109 (HA-1112)의 대결 장면은 마치 고전명작인 '공군대전략'을 현대판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 같은 착각이 들게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자니 이 영화 누가 감독했는지 모르지만 2차대전의 공중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게 하더군요.

볼거리로서는 역시 스핏화이어의 날렵한 비행장면, Bf 109의 대역을 맡은 HA-1112 전투기를 오래만에 볼 수 있었고, 역시 영국본토 항공전 기간의 Bf 109E를 재현하기 위해서 수평미익에 받침대를 부착하는 성의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억지로 흠을 잡자면 영국본토 항공전 기간에 안어울리는 후기형 스핏화이어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던지, Bf 109E (HA-1112)가 사격할 때 프로펠러 축에서 기관포가 발사된다던지...하는 부분이 보이지만 이런 것으로 불평을 한다면 제작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 스핏화이어의 날렵한 선회장면, 공중전 부분은 매우 잘 제작되어 있다. ]

영국본토 항공전 당시 외국인 조종사들이 겪었던 여러 가지 애로사항들이 매우 잘 연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언어문제... 영국공군에서는 외국인 조종사들이 영어로 지상관제사와 원활한 의사소통이 될 때까지 전투기에 탑승하지 못하게 하는 장면이라던가, 체코 조종사들이 긴박한 공중전의 순간에 저도 모르게 체코말로 소리지르면서 전투에 임하는 장면... 이럴 때마다 영국 지상관제사가 "Please speak english!!"라고 외치는 장면도 기억에 남네요.

[ 고증도 매우 잘되어있다. 스핏화이어의 조종석 아래보이는 작은 삼색의 원이 체코 조종사들을 상징하는 국적 마크이다. ]

체코에서 이런 수준의 영화가 제작되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빨간 마후라'의 현대판을 이런 수준으로 촬영해서 개봉하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 간단한 줄거리를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1950년대 공산화가 된 체코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된 프란티섹이라는 한 남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그가 정치범 수용소에 잡혀들어간 이유는 과거 영국을 위해서 싸운 적이 있다는 것...

[ 영국공군에 지원한 카렐 (좌)과 프란티섹 (우) ]

사실 프란티섹은 2차대전 발발전에 체코 공군의 장교로서 프란티섹은 부하들과 비행하면서 체코의 하늘을 지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조종사였다. 그러나 1940년 체코는 독일의 무력앞에 무너지고 자신과 부하들이 아끼는 모든 공군기들과 일체의 장비는 독일군에게 치욕적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에 분개한 프란티섹은 사랑하는 연인을 고국에 남겨둔채, 부하들을 이끌고 몰래 체코땅을 빠져나와 영국공군으로 지원하게 되는데...

[ 2차대전 당시 영국공군의 조종사 복장을 잘 볼 수 있는 장면 ]

영국에 도착한 체코 조종사들은 독일공군에 맞서 싸울 조종사들이 부족했던 영국 공군에게 큰 환영을 받지만 막상 전투에 투입되려니 의사소통문제와 훈련 부족등으로 연일 영어 교육을 받거나 자전거를 타고 편대비행 훈련을 하는등,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독일공군과 싸우고 싶었던 젊은 체코 조종사들이 이런 처우에 불만을 터트리지만 프란티섹은 잘 다독거리면서 영국공군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이끄는데...

[ 독일공군의 야간 폭격을 받는 와중에 비상탈출을 시도하는 스핏화이어 ]

드디어 그들에게도 출격의 순간이 찾아오고 다들 들뜬 마음에 창공으로 날아오르지만 눈앞에 펼쳐진 전장은 너무나 참혹했다. 첫 교전에서 독일 폭격기들을 발견하고 공격하던 체코 조종사들은 독일 전투기들의 맹공을 받아 참담한 피해를 입고 돌아오게 된다. 체코 조종사들 중 프란티섹과 친밀한 관계의 젊은 조종사 카렐이 영국 여성 수잔을 짝사랑하게 되지만 수잔은 프란티섹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쟁을 배경으로 세사람의 사랑이 엇갈리는 상황으로 전개되는데...

[ 영화의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상징하는 장면, 미군의 B-17 폭격기들이 아래에 보인다. ]

그러나 하늘은 세사람의 사랑을 갈라놓고, 연일 고된 전투비행에 참가하면서 동료들은 하나 하나 죽어가고 카렐마저 프란티섹을 돕기위해서 해상 저공비행을 시도하던중 바다에 추락하여 전사한다. 이후 전쟁이 끝나자 프란티섹은 혼자서 고국으로 돌아가지만 아름답던 그의 조국 체코는 독일이 물러간뒤 소련군의 진주로인해 모든 것이 변해있었다. 그의 연인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고... 공산화된 체코에서는 영국공군에 복무했던 프란티섹이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였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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