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하늘의 항공영화

● 에어울프 (Airwolf) - 1985~1988 ●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3. 8. 23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항공분야에 관해서는 제대로 볼 만한 책조차 없어 항공관련 정보는 얻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던 1980년대에 갑자기 검은색의 초음속 전투헬리콥터를 앞세운 걸출한 TV시리즈 하나가 불현 듯 나타나 항공기 매니아들을 TV앞에 붙잡아 놓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에어울프 (Airwolf)'입니다.

1985년 첫회가 방영되었을 때는 이것이 TV 시리즈가 아니라 극장판 영화인줄 착각했을 정도로 뛰어난 스토리 구성 및 현란한 공중액션과 영상미를 자랑했었습니다. 원래 이 에어울프는 2년전인 1983년에 개봉되었던 헬기영화 '블루썬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제작된 것으로 한때는 블루썬더의 아류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었지만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점점 인기를 얻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오히려 블루썬더는 몰라도 에어울프는 아는 사람이 많았을만큼 블루썬더를 압도하기도 했지요. (물론 블루썬더도 후에 TV 시리즈로 나오게 됩니다.)

[ 멋진 모습의 검은 헬기 에어울프 ]

TV에서 방영될 당시는 '맥가이버'라는 TV 시리즈와 함께 MBC의 외화를 대표했던 유명한 시리즈물로서 원래 제작사는 미국의 CBS이고, 미국에서도 호응이 좋아 계속 인기리에 방영된 프로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불타는 하늘의 식구들중에서 20대후반에서 30대초반에 해당하는 분들은 이 에어울프에 대해서 어느정도 추억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멋진 타이틀음악과 함께 동굴속에서 날아오르는 슈퍼헬기 에어울프... 이제는 가슴속의 추억이 되어 버린 장면이죠. 정말 요새는 왜 이런 프로를 안해주는지...

[ 에어울프의 조종간은 보시는 것처럼 F-4 팬텀의 것과 같은 디자인이었죠, 헬기의 뒷모습도 멋집니다. ]

이 TV 시리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검은 헬기 에어울프는 극중의 제식명칭 'A56-7W'로서 미공군에 의해 초특급 비밀 프로젝트로 설계되어 개발된 최첨단 전투헬리콥터로 나옵니다. 이것이 1화에서 에어울프의 설계자였던 XX박사의 음모로 탈취되어 몰래 아랍국가로 넘어가게 되었다가 월남전 참전용사 출신이었던 호크 (잔 마이클 빈센트)가 아랍지역에 파견되어 각고의 노력끝에 이 헬기를 되찾아 오게되고 이후에는 동굴에 숨겨져 호크와 함께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첩보헬기로 활동을 하게 됩니다.

[ 동굴속에서 출동한후 그랜드캐년을 가르고 날아가는 에어울프 ]

사실 80년대에는 이 에어울프처럼 군사부문의 첨단 하이테크를 적용해서 대중을 유혹하던 자동차나 헬기, 비행기를 주제로하는 영화나 TV시리즈물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소련에 잠입해서 소련이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었던 하이테크 비밀 전투기를 탈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화이어폭스'라는 영화가 있었고, 최신장비를 갖춘 공격헬기를 주제로한 영화 '블루썬더'가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를 이어 TV에서는 도로를 종횡무진 누비는 검은색의 말하는 슈퍼카 '키트'를 등장시켰던 '전격 Z 작전'이 있었으며 이에 질세라 하늘에는 에어울프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작품들이 방영된지 어느덧 20여년이 다되어가는 지금에는 그 당시에는 영화나 TV에서서나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엄청난 하이테크 무기들이 현실화되어 충격과 공포를 주고 있습니다.

[ 적의 무기를 분석하는 장면,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놀라웠을 뿐이었죠. ]

이 에어울프는 당시 매 시리즈마다 특징적인 적들이 등장해서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항공을 주제로한 작품답게 악당들은 항상 전투기나 무장헬기를 사용하는 돈많은(?) 넘들이 나오고, 이런 기체들을 모는 조종사들도 용병이거나 전직 파일럿출신이지요. 이런 악당들도 무조건 나쁜 놈들도 있었지만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었던 조종사들도 있어서 에어울프와 어쩔 수 없이 싸웠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양한 전투헬기들과 제트전투기인 미라쥬나 F-4 팬텀부터 프로펠러기인 P-51D머스탱, F4U 콜세어와 같은 프로펠러 전투기들도 간간히 등장해서 탄성을 자아내게 했었죠

이러한 조종사들이 모는 전투기들이나 헬기들이 에어울프와 한 바탕 뒤섞여 싸우는 공중전 장면은 이 시리즈의 백미가 되겠구요. 다양한 기체들과 개성있는 조종사들이 적으로 나와서 에어울프가 방영될 때마다 볼거리 부족에 시달리던 항공매니아들을 TV앞에 붙잡아 놓게 만들었죠.

[ 적기들이 조준된 장면, 8비트 애플컴퓨터가 세상의 주역이던 1985년 당시의 기준으로선 환상적인 3D 그래픽이었습니다. ]

이 초특급헬기 '에어울프'는 제트엔진을 가지고 있어서 초음속 비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웬만한 제트전투기보다도 빨리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기관포와 로켓포, 공대공 미사일까지 잔뜩 가지고 있는 엄청난 화력을 자랑했었지요. 또한 적기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전 방향에서 미사일을 감지할 수 있는 전자장비도 갖추고 있었으며 전자동화된 항법 시스템과 전파 방해장치등등 그야말로 하늘에 떠있는 공중요새와 같은 위력을 가진 헬기로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이 검은 헬기 '에어울프'는 TV촬영을 위해 특별히 개조된 것으로 촬영을 위해서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헬기는 아니고 당시 잘 팔리던 벨사의 222형 민간 헬기를 개조해서 등장시켰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대강 개조한 것이 아니라 제트엔진을 위한 공기 흡입구가 새롭게 설치되었고 기관포를 장비하는 가동식 무장장착대가 설치되어 기존의 벨 222와는 어느정도 차이가 보입니다. 이 벨 222형 헬기는 당시 국내에도 몇기가 들어와있었던 민간헬기였기 때문에 높이 날때는 지상에서볼 때 거의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 헬기가 높이 떠있을 때 이를 본 몇몇 사람들이 에어울프가 한국에 나타났다고 소동을 벌이기도 했었죠. 참고로 Bell 222형은 지금도 몇대가 국내에서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 원형헬기인 벨 222형입니다. 자세히 보면 에어울프와 상당부분 닮은 것을 알 수 있죠. ]

그리고 이 시리즈의 인기를 더욱 배가시킨 것은 다른 시리즈에서는 보기힘든 독특한 캐릭터의 에어울프 조종사였는데, 그는 항상 고독과 우수에 젖어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악행을 보면 참지 못하는 주인공인 스트링펠로우 호크였습니다.

[ 스트링펠로우 호크역의 잔 마이클 빈센트, 호크는 맥가이버와 함께 그 시리즈에 가장 잘어울리는 배역으로 인정받았었지요. ]

마치 세상의 번민과 고독은 혼자서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이 개성적인 인물은 외딴 호숫가에서 홀로 생활하며 낚시를 즐기곤 하다가도 임무가 떨어지면 에어울프를 몰고 날아가 해결을 하게 되죠. 그가 사랑하게되는 여자들은 대부분 얼마 살지 못하고 악당들에게 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세상과 동떨어져 살게 됩니다. 이 호크가 마음을 열고 있는 단 한명의 사람은 도미니크 (어네스트 버그나인) 아저씨뿐으로 그 역시 헬기 조종사로 나오는 이 도미니크 아저씨와 함께 에어울프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하늘을 누비게 됩니다.

당시 에어울프는 미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려서 TV시리즈 치고는 상당히 긴 기간이었던 4시즌에 걸쳐 총 80회가 방영되었다고 하구요. 국내에서는 1985년부터 87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다가 점점 소재가 바닥나고 잔 마이클 빈센트가 시리즈에서 물러서면서 급격하게 인기가 떨어져 국내에서는 미국에서보다 먼저 종영되었습니다.

[ 세상을 등지고 홀로사는 호크가 오직 믿고 따르는 단 한사람, 도미니크 아저씨 ]

사실 밀리터리 매니아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부분 과장된 부분이 많지요. 예를 들어 초음속으로 헬기가 날아다닌다는 설정은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것을 트집잡는 다면 좀 너무하겠지요. 여하간 이 에어울프가 항공 매니아들에게 가져다준 반향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foxmouse도 말로만 듣던 플레어를 구경할 수도 있었구요. 적기들이 발사한 미사일을 교란시키기 위해서 떨어뜨리는 '불덩어리'가 바로 플레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탄성을 지르기도 했었지요. 매주 방영되는 TV 시리즈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그럴 듯하게 연출된 공중전 장면도 보여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항공분야의 볼거리가 거의 없었던 1980년대에는 정말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첫회가 방영된지 거의 20년이 다되가는 추억속의 시리즈물이 되어 버렸지만 '에어울프'는 항공 매니아들의 가슴에는 아마도 영원히 기억될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에어울프를 능가하는 또 다른 항공 TV시리즈의 등장을 기다려보면서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P.S) 에어울프를 분석한 김에 또 하나의 명작 헬기 영화인 '블루썬더'를 이어서 연재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