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Battle of Britain (영국 본토 항공전)
◇ Act 12. 영국 본토 항공전 후기
(The Finale)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1. 4. 29
foxmouse: 1940년의 여름, 도버의 하늘위를 붉게 물들인 양측의 조종사들의 무용담은 이제 전설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foxmouse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의미있는 연재였네요. 전투기라고는 F-15, F-16밖에 모르고 있던 고교 2학년때 아버지가 육군대령이신 한 친구네집에 놀러갔다가 그집에 있던 '라이프 2차세계대전' 전집을 보고는 그중에서 무심코 '영국본토 항공전'편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펼쳐든 페이지에는 바로 메서슈미트 109와 스핏화이어의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양측 조종사들의 이야기가 가득하게 있더군요. 이것이 바로 프로펠러기의 매력에 빠져들 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집에돌아온
foxmouse의 머리속에는 온통 '스핏화이어!! 스핏화이어!~~! 나에게
메서슈미트를 다오!~~!' 이런 생각밖에는 없었지요. 결국 아버지를 졸라서
'라이프 2차세계대전' 전집을 사달라고 했지만, 대학에들어가면 사주시겠다는
대답에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서 결국 손에넣은
'라이프 2차세계대전' - 30권.... 아마도 밤을 새워가면서 몇 번이고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인연이 닿았던 영국본토 항공전이야말로
foxmouse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었다고 생각되네요. 10년이 넘은
세월끝에 졸필이나마 '영국본토 항공전'을 정리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드리구요...
이제 몇가지 전쟁의 뒷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지루했던 연재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영국공군은 1940년 8월 조국의 운명을 혼자서 책임져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9월말까지의 혈투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고 마침내 조국을 나찌의 손아귀에서 구해냈다."
- 미공군 햅 아놀드 장군 -
"우리의 패배라고는 하지만 나의 견해로는 1940년부터 1941년사이에 우리들이 영국에 대해서 몇차례의 공습을 가했을 뿐이다. 우리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공격을 중단했다. 그러니까 전투같은 것은 없었으며 따라서 우리는 패배한 일도 없는 것이다."
- 독일공군 아돌프 갈란트 장군 -
* 스핏화이어냐? Bf 109E냐?
[
스핏화이어 마크 I 초기형, 2날 프로펠러를 달고 있는 것이 보인다.
]
흔히들 영국본토 항공전하면 영국의 스핏화이어와 독일의 메서슈미트 Bf 109E와의 공중전을 떠올릴 것이다. 사실상 이 전투기들은 2차대전 전기간동안 자국공군을 대표하는 전투기로서 전장에서 맞서 싸웠으며 성능에서도 거의 대등했고 조종사들의 기량도 뛰어났기 때문에 '어느쪽이 더 우수한 전투기였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최초로 대규모 격돌을 한 전투가 바로 영국본토 항공전인 것이다.
Bf 109E는 독일이 프랑스를 석권할 때까지는 거의 맞수를 만나지 못했었다. 프랑스공군의 드와땡 D.520 같은 경우에는 공중전 성능에서 어느정도 쓸 만했지만 소량만이 배치되어 있어서 사실상 논할 가치도 없다. 그러나 영국 해협을 사이에 두고는 독일 조종사들에게도 영국의 신예 전투기 스핏화이어에 대한 것이 많은 이야기 거리였다. 그들도 이 영국 전투기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감에 불타는 많은 조종사들은 진정으로 스핏화이어를 만나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
유명에이스 아돌프 갈란트의 Bf 109E가 출격준비를 하고 있다. Bf 109E는
이륙시와 착륙시에 한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주강착장치의 폭이
좁아 이 경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
사실 성능에서는 양측의 전투기들이 거의 대등했다. 수평 속도에서는 스핏화이어가 약간 빨랐지만, 상승속도에서는 Bf 109E가 빨랐으며 급강하 능력에서는 Bf 109E가 단연 압도적이었던 반면에 선회능력에서는 스핏화이어가 우위에 있었다. 공중전은 3차원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므로 이러한 복합적인 비행성능에서 양측은 서로의 장점을 살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식으로 알려져 있는 'Bf 109E는 급강하에서 뛰어나며, 스핏화이어는 선회전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사실과는 좀 달랐다.
사실 Bf 109E는 기동성에서도 스핏화이어에 별로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일 조종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으며 스핏화이어가 기동성에서 더 뛰어나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선회전을 벌이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영국본토 항공전중에 불시착한 Bf 109E를 수리하여 테스트 해볼 수 있었던 영국 정보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스핏화이어와 모의 공중전을 벌여본 결과 선회전에서도 거의 백중세를 보인 것이었다.
[
영국에서 테스트중인 Bf 109E, 주익의 국적마크가 영국공군의 것으로
도색되어 있다. 영국측은 예상을 웃도는 Bf 109E의 성능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
게다가 놀랍게도 실제로는 Bf 109E의 조종사가 더 강한 G를 견딜 수 있다는 것도 증명되었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 Bf 109E의 조종석의 구조가 더 강한 G를 견디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109의 러더페달이 스핏화이어의 것보다 6인치 높게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조종사들이 쭈그리고 앉게 되고 무릎이 골반보다 높이 올라오게 되는데 이것이 급선회시에 혈류가 다리쪽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블랙아웃 (피가 아래쪽으로 몰려 시야가 검게 변하는 현상)이 덜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급강하에서 회복하는 단계에서 Bf 109E가 큰 강점을 보인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점을 발표하면 독일공군에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일뿐아니라 자국 조종사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영국 정보부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였고, 공식적으로는 역시 자국의 스핏화이어가 선회능력이 더 우수해서 전반적인 성능이 더 좋더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
엔진정비중인 스핏화이어, Bf 109E와 마찬가지로 주강착장치의 폭이
좁다. 역사속의 라이벌다운 우연일까? ]
사실상 Bf 109E의 가장 큰 문제는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었듯이 스핏화이어보다 뒤지는 성능이 아니라 바로 항속거리였다. 만일 Bf 109E에게 낙하식 보조연료탱크가 도입되어 체공시간이 30분만이라도 연장되었다면 스핏화이어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고, 영국은 독일에게 짖밟혔을 것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반면 독일조종사들이 Bf 109E의 선회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처럼 영국 조종사들도 그들의 스핏화이어가 Bf 109E보다 급강하 능력에서 뒤지는 것에 대해서 의아해 했다. Bf 109E의 급강하 능력은 연료분사 장치라는 간단한 비밀기기에 의한 것이었다. 이 장치는 급강하시의 강한 압력에서도 엔진에 연료공급을 원할하게 해주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 장치의 도움으로 수평비행시에 기수를 그대로 앞으로 숙이면서 강하하는 네가티브 G 기동시에도 Bf 109E의 엔진은 쌩쌩하게 돌아갔는데 이것은 자세에 구애받지 않고 강하가 가능하게 해주어 공중전에서 큰 이점이 되었다.
[
스핏화이어가 Bf 109E를 격추시킨후 상승하는 장면, 해협으로 추락하는
Bf 109E는 바퀴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보아 주강착장치가 피탄에 의해
고장난 것으로 보인다. ]
반면 스핏화이어는 이 장치가 없었으므로 급강하하는 Bf 109E를 따라가다가 갑자기 엔진이 정지해 버리는 경우가 잦았다. 물론 기체를 약간 롤시키면서 강하하면 이런 급작스런 엔진 정지현상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하지만 긴박한 공중전 와중에 엔진이 정지한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상황이 되므로 대부분의 영국 조종사들은 Bf 109E가 급강하 하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고 하며, Bf 109E의 급강하 능력을 매우 두려워 했다고 한다. 프랑스 전투에서 고전했던 한 영국 조종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것들은 마치 태양속에서 낙뢰처럼 떨어져 내려왔다. 그 엄청난 속도는 정말로 경외의 대상이었고 우리에게는 매우 두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독일이 기술적으로는 Bf 109에게 외부 연료탱크를 장착할 수 있었음에도 영국본토 항공전이 시작될 때까지 전혀 생각도 않았던 실수처럼, 영국공군의 전투기들에도 이 연료분사 장치가 장착될 기회는 있었지만 이것은 관료적 실수로 영국본토 항공전기간 내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전말은 다음과 같다.
[
폭격기의 손실이 많아지자 괴링의 명령으로 폭탄을 장착한 Bf 109E,
영국본토 항공전 후반의 모습이다. 빠른 속도를 이용해 기습을
가한후 도주한다는 개념이었지만 오히려 Bf 109E를 둔중하게 만들어
많은 피격을 당하게 된다. ]
1940년초 전운이 무르익을 무렵 베오그라드에서 활동중이던 영국의 한 스파이가 독일에서 이 연료분사장치를 입수했다. 그는 이 장치에 대해서 독일공군이 매우 보안을 강화하는 것을 수상히 여기고 즉시 이물건을 들고 독일비밀경찰의 눈을 피해 유고로 향했고 마침내 영국 대사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기밀장치라고 했지만 대사관의 영국 관리는 이 작은 부품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는 이 보물을 그냥 우편용 박스에 넣어서 이탈리아를 경유하는 항공우편을 통해 영국 공군성으로 부쳤다. 결국 1940년의 혼란한 상황속에서 이 연료분사 장치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고 중간에서 분실되어 버렸던 것이다.
* 전투기 조종사들
전쟁이 치열해 지면서 양측이 모두 가능한 전력을 모두 전선에 투입했기 때문에 경험많은 조종사들보다는 신참 조종사들의 비중이 계속 늘어갔다. 이점은 전투기 조종사가 부족했던 영국공군에게서 더 심각했지만 독일공군도 마찬가지였다. 전투가 계속될수록 경험자들이 전열에서 이탈하게 되고 결국 살아남은 베테랑 조종사는 신출내기 조종사들을 거느리고 출격하여 이들에게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물론 양측 전투기 손실의 대부분은 몇 번 출격해 보지도 못한 신참들의 손실이었다. 양측 모두 20대 초반의 젊은 조종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전투에서 돌아오면 마치 내일이면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밤새워 술을 마시기 일쑤였다. 물론 아무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
독일기들을 기다리는 동안 게임을 하면서 긴장을 풀고 있는 영국 전투기
조종사들, 기다리는 동안 공포감에 사로잡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틈이날 때마다 포커부터 체스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고 한다.
]
결국 양측의 조종사들은 자신의 실력과 행운을 믿으며 각자의 전투기에 몸을 싣고 전투를 벌여야 했다. 특히 전투기 조종사들이 가장 두려워 했던 것은 엔진에 불이붙는 경우에 조종석으이 금새 화염에 휩쌓이기 때문에 탈출하지 못하고 불에 타 죽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국 조종사중 일부는 탈출하기 용이하도록 조종석의 창을 반쯤 열어둔채로 비행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며 최후의 순간에 괴로움속에 죽기보다는 자살을 택하기 위해서 권총을 휴대하기도 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허리케인 조종사들이 전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전투가 주로 영국해협 상공에서 벌어지면서 양측 공군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점에 봉착했다. 그것은 추락하는 기체에서 탈출한 조종사들이 바다에 착수하는 경우인데, 이들을 만약 빨리 찾지 못한다면 익사하거나 적의 포로가 되 버릴 것이고, 이것은 조종사들의 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좁은 도버해협을 따라서 조종사들을 구조하려는 양측의 소형 선박들이 개미떼처럼 깔려있었고 이들사이에도 전투가 벌어졌다. 초반에는 조종사구조에 관해서는 독일측이 좀더 우위에 있었는데, 조종사들이 바다에 빠지는 경우 발견하기 쉽도록 눈에 잘보이는 녹색 물감통을 휴대하도록 했으며 구조용 수상기를 동원해서 수색하는 방법을 사용해 좋은 성과를 올렸다.
[
독일공군의 수상구조기 He 59, 초기에는 독일군이 이 기종을 이용해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구조활동을 했으나, 자국 조종사들이 포로가 될 것을
우려한 영국공군이 이 기체에 대해서도 공격을 하기 시작하면서 효율이
뚝 떨어졌다. ]
반면 제대로 전쟁 준비가 안되있었던 영국은 해군의 소형 선박이나 자원해서 나선 민간인 어선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어부들이 매우 용감하게 구출작전에 나섰다고 하는데 이들은 머리위에서 공중전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노를 젓는 소형 보트를 가지고 자국의 조종사들을 구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연일 독일의 폭격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지면서 성난 어부들은, 만일 물에빠진 조종사가 독일어를 하는 경우에는 그냥 익사하도록 방치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 불굴의 허리케인
많은
이들이 스핏화이어를 영국을 구한 전투기라며 칭송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영국본토
항공전의 전세를 좌우했던 전투기는 바로 허리케인이었다. 물론
독일기를 가장 많이 떨어뜨린 전투기는 바로 허리케인이었다고 하며
약 70%의 격추가 허리케인에 의해서 달성되었다고 한다. 스핏화이어가
가진 날렵한 모습이나 날카로운 선회성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영국이
최대의 위기에 처했던 1940년 여름에는 2/3이상의 숫적인 주력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Bf 109E의 호위를 제대로 받지 못하던 독일 폭격기 부대에게는
죽음의 사신과도 같았다. 7.7mm 기관총 8정의 중무장은 방호능력이 빈약한
독일 폭격기들을 격추시키는데 충분했고 기체가 튼튼했으며 체공시간이
길어 폭격기 요격에는 최적의 전투기였다. 영국공군은 스핏화이어들이
Bf 109E와 공중전을 벌이고 이틈에 허리케인들이 독일 폭격기를 공격하는
전술을 주로 사용했다.
[
핑거포 대형으로 비행중인 허리케인, 해협의 전투기간중에 손실이 컸던
영국공군이 기존 밀집대형에 대한 의족의 에이스 더글러스 베이더의
비판으로 독일공군의 슈밤대형을 모방해서 도입한 것이다. ]
물론 허리케인이라고해서 Bf 109E만 만나면 먹이신세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공군의 톰 글리브 중령은 허리케인을 몰고 한번의 전투에서 Bf 109E 4기를 격추시키는 대 전과를 올리기도 했으며 영국본토 항공전기간내내 용명을 날리면서 가장 유명한 조종사로 정평이 났던 더글러스 베이더나 로버트 스탠포트 턱 같은 에이스들도 영국본토 항공전 기간내내 허리케인을 조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점이야말로 역시 중요한 것은 조종사의 기량이지 항공기의 성능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좋은 예이다.
하지만 전략적인 면에서는 독일공군이 패배하기는 했지만, 실전에서는 Bf 109E조종사들은 스핏화이어나 허리케인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우세한 전과를 기록했다. 아래의 수치는 1940년 7월과 8월에 걸친 전투에서 양측의 전투기간에 벌어졌던 공중전의 전과를 나타내는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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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핏화이어 VS Bf 109E |
허리케인 VS Bf 109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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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 180 - Bf 109E 우세 |
272 : 153 - Bf 109E 우세 |
* 독일공군의 폭격기들
패배의 수모를 당하기는 했지만 아마도 영국본토 항공전의 실질적인 주역이자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은 바로 독일공군의 폭격기 조종사들이었을 것이다. 사실 독일공군은 어디까지나 육군을 지원하는 전술공군으로 탄생하고 키워졌기 때문에 독일공군에게는 원거리의 적국을 강타할 만한 전략 폭격기가 없었다. 실제로 독일은 이후에도 4발 중폭격기를 전혀 생산하지 못했다.
[ 처량한 신세가 된 Do 17, 독일 폭격기들이야말로 영국 본토 항공전의 주역이자 희생양이었다. ]
독일의 폭격기들은 영국본토 항공전에서 방어화력이나 방탄능력이 영국의 전투기들을 물리칠만큼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전쟁 후반기의 미군 중폭격기들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으로 매우 빈약했다. 승무원보호용의 방탄판이나, 엔진의 장갑등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게다가 제대로 배치되지 않은 방어화기들로 인해, 사각이 많았고 특히 측면에서의 공격에는 상당한 취약했다. 하인켈 He 111의 경우에 후방사수조차 없이 정후방으로 고정된 1정의 후방 기관총에 후미를 맡겨야 했으니 얼마나 한심한 지경이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점을 간파한 영국 조종사들은 He 111에 대해서는 후방에서 여유있게 따라붙으면서 조준 사격을 가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유려한 외형으로 독일 폭격기대를 상징하던 He 111, 주익아래에 엔진의
배기가스로 인한 그을음이 보인다. ]
이러한 폭격기들이 독일공군의 주력을 이루게 된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었는데, 사실 1차대전의 패전국 독일은 군용기의 개발에 상당히 제약을 받아 대부분의 폭격기들은 본래 민간기(여객기나, 우편 화물 수송기등)로서 설계되었다가 약간의 개량을 통해서 군용기로 전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개전초기에 공군력이 빈약한 주변국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전투를 치루면서 전격적인 승리를 일구어낸 독일 공군기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공군력을 상대로 한 것이었으므로, 보다 빠르고 튼튼하며, 방어화력이 강력한 폭격기들을 제작할 이유도 없었다. 사실 개전 초기에는 독일 폭격기들은 대개 요격하는 적의 전투기들보다 오히려 빠르게 비행 할 수가 있었으며 '요격'다운 요격은 받아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당시 독일 공군과 상대했던 주변국의 전투기들은 대개 1차대전기들에서 약간 발전한 형태의 빈약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단, 프랑스 항공전에서는 처음으로 어느정도의 저항에 부딪혔는데, 손쉽게 무너지기는 다른나라와 마찬가지였던 프랑스였지만 드와땡 D.520 같은 우수한 성능의 전투기들이 있었고, 이들 프랑스 전투기들과 영국의 허리케인에게 독일 공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은 백대가 넘게 격추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손실의 몇배나 되는 전과를 올린 독일공군은 이러한 승리감에 도취되어 손실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소흘했다.
[ 폭격기 호위의 임무를 맡고 영국 본토 항공전에 투입되었던 Bf 110, 결과는 대실패였다. ]
물론 독일의 지리적 특성상 주변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었으므로 대부분의 공군 수뇌부는 굳이 장거리 폭격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겠는가..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4발 중폭격기를 개발하던 베버장군이라는 인물이 있었지만 그가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계획은 중단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공군의 폭격기들은 장갑다운 장갑도 없고 매우 취약한 방어화력만을 갖춘채로 이전에 만나지 못했던 고성능 전투기들이 우글대는 영국의 하늘로 날아가야 했고 쉽게 격추되어 버렸던 것이다. 물론 약간 폭격기다운 Ju 88이 있었지만 이 기종을 제외하고는 그저그런 수준의 약한 방어화력과 내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서 영국본토 항공전에서 영국의 허리케인과 스핏화이어의 무장인 7.7mm 기관총 8정이라는 어떻게 생각하면 별로 강하지 않은 화력에도 쉽게 격추되었던 것이다. 물론 전쟁후반가의 20-30mm 기관포에 비해서 7.7mm라는 기관총은 가벼운 무장으로 생각 될지도 모르겠지만 8정이라는 화력이 집중될 때의 화력은 매우 강력한 것이었고, 특히 장갑이 빈약한 독일 폭격기들을 상대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실 영국공군 전투기들은 2초간의 사격으로 약320발의 총탄을 적기에 퍼부을 수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장갑이 취약했던 독일 폭격기들에게는 충분히 치명타가 되었다.
[
1940년 10월, 야간 출격을 준비중인 독일 폭격기 승무원들, 보다 안전한
임무이기는 했으나 이제 대낮에는 영국 하늘에 날아갈 수가 없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
점차로 대낮에 폭격기를 타고 영국으로 출격하는 폭격기 승무원들은 '마치 날아다니는 관을 타고 다니는 기분'이라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했다. 점점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린 폭격기 조종사들은 영국 전투기들이 따라붙는 경우에 대비해서 별 방법을 다동원했다. 수류탄을 잔뜩 준비해놓고 뒤쪽으로 던져대기도 하고 심지어는 영국 전투기의 프로펠러에 걸리기를 기대하면서 긴 철사줄을 던지기도 했다. 물론 이런 방법에 격추된 영국 전투기가 있었다는 보고는 없었다.
* 양측의 장군들
'창공의 영웅들'편에서 소개를 했지만 양측의 장성들도 영국본토 항공전의 전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괴링휘하의 독일공군 장군들은 대부분 공군출신이 아니라 육군장교 출신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현대 항공전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편이었다. 반면, 영국공군은 휴 다우딩 휘하의 키스 파크, 리 말러리 모두가 공군에서 많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었으며 의견의 차이는 있었지만 독일공군에 대한 대응전술에서는 효과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특히 독일공군 수뇌부가 런던폭격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2차대전 전체에서 독일군이 범한 가장 큰 실수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 뒤틀린 다리
영국본토 항공전의 종반에는 독일폭격기들의 야간공습과 이에 대항하는 영국공군의 전술이 야간 전투라는 새로운 전투방식을 개척해 나갔다. 야간 공습은 폭격하는 쪽에서도 공격을 받는 쪽에서도 낯선 것이었다. 영국은 이미 1차대전때 쩨펠린공습을 통해서 국민들이 등화관제의 중요성을 잘알고 있었지만 야간 전투기 운용전술에서는 걸음마 단계였다.
[
야간전투기로 전용된 데파이언트가 어둠을 뚫고 날아오르고 있다. 야간
전투기가 부족했던 영국은 2인승기인 데파이언트를 야간임무에 투입했다.
]
독일측도 야간에는 폭격기의 손실이 적었지만 도대체 목표를 찾는 것이 문제였다. 더구나 등화관제가 철저하게 이루어진 도시를 밤하늘에서 찾는 다는 것은 매우어려운 것이었다. 이에 독일공군이 사용한 방법이 바로 '닉케바인 (뒤틀린 다리)'이라는 전술이다. 이것은 아래의 그림처럼 서로다른 전파 송신소에서 목표지점을 향해서 A, B 전파를 발사한후 폭격기대는 A전파를 따라가다가 B전파와 교차하는 지점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었다. 폭격기대 지휘관의 기체에는 교차지점에서 신호음을 발신하는 수신장치가 있었는데 초반에는 정교한 폭격술로 상당히 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
독일의 닉케바인 전술과 영국의 대응전술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결국
교란이 성공하면 독일 폭격기들은 목표지점인 D가 아닌 엉뚱한 E지점에
폭탄을 퍼붓고 돌아가게된다. ]
그러나 영국은 곧 이 전법을 알아차리고 대응 전술을 수립했다. 그것은 B송신소에 해당하는 C라는 전파 발신소를 설치하여 독일공군이 닉케바인을 사용하는 것을 탐지하면 강력한 방해전파를 발신해서 독일폭격기들이 엉뚱한 장소에 폭탄을 투하하고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영국은 전파교란을 성공적으로 실시해서 독일 폭격기들이 한동안 인적이 드문 산이나 계곡에 폭탄을 무더기로 투하하고는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바로 이 '뒤틀린 다리'에 얽힌 영국과 독일의 신경전이야 말로 현대 전자전의 시초가 될 것이다.
자, 이제 지겨운 연재를 마무리 하면서 여기서 한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영국본토 항공전 후기를 마무리하도록 한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싸이버 파일럿 여러분들께 감사를!~
훗날 2차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난후 전범 재판을 할 때 연합국의 대표들이 모두모인 자리에서 독일의 폰 룬트시테트 원수를 심문하는 도중 소련대표단이 이렇게 질문을 했다고 한다.
"당신은 독일이 전쟁에서 진 가장 큰 원인이 된 전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련 대표단은 당연히 독일이 큰 피해를 입고 패배한 스탈린그라드 전투나 크루스크 대전차전이라고 말할것을 예상하고 전쟁에서 미군이나 영국군보다 소련군이 더 큰 위업을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룬트시테트는 다음과 같이 말을 함으로서 이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물론 소련을 침공한 것도 큰 실수였지만, 내 생각으로는 우리가 영국공군을 꺽지 못하고 영국을 배후에 남겨놓은 것이 가장 큰 실패였다고 생각한다. 만일 영국을 점령했다면 아마 우리는 전력을 집중하여 소련에게 이겼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미국도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 영국 본토 항공전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