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yushin Il-2 Shturmovik ◇
♠ Part 2 - 대반격의 선봉에서 ♠
♠ Part 1 - 고난의 시절 ♠
This document was updated at 2007.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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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불타는 하늘이 문을 연지도 어느덧 8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11월 11월이 되면 느끼는 것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취미생활의 연장으로 가볍게 출발했었는데 그동안 너무나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장 기념일에 슈트르모빅 리뷰의 2부를 업데이트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고, 앞으로도 변함없는 불타는 하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진정한 슈트르모빅 Il-2 Type 3, 그리고 소련군의 대반격
1인승형을 급박하게 2인승으로 개량한 Il-2M형에서 증가된 중량으로 인해 기체의 밸런스가 무너져 비행성능이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되자, 일류신은 전면적인 기체의 설계를 변경하여 제대로된 2인승기를 제작하게되는데 이렇게해서 탄생한 모델이 세번째 슈트르모빅인 Il-2 Type 3 (일부자료에는 Il-2M3형으로 표기하고 있음)로서 그동안의 실전 경험을 토대로 개량되었기 때문에 성능면에서 정점에 이르게되며 소련군의 대반격이 시작되면서 엄청난 활약을 하게되고 결국에는 기존형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숫자가 생산되었다.
[ Il-2M과 Il-2 Type 3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측면 일러스트 ]
이 Type 3형에서 가장 눈에띄는 변화는 주익의 형태에서 보이는데, 일류신은 Il-2M형에서 기존형에 비해 늘어난 중량과 기체 무게중심의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수많은 풍동시험을 거친결과 주익의 바깥부분에 15도의 후퇴각을 적용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에 1942년말부터 마치 제비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특징적인 후퇴익의 새로운 날개를 가진 Type 3 슈트르모빅이 생산되었다. 이로서 Il-2M형에서 발생했던 운동성의 저하가 해결되어 다시 뛰어난 비행성능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생산된 신품기체들은 생산되자마자 당시 급박하게 돌아가던 스탈린그라드 지역의 대규모 공방전에 투입되었다.
[ 특징적인 후퇴각이 주어진 Il-2 Type 3의 주익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
여기에 더해서 1943년 3월경부터는 17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는 신형 AM-38F 엔진이 장착되게 되어 기체의 성능은 보다 향상되었으며, 여기에 기체 밸런스를 위해 후방석의 위치를 약간 조정한후 후방석의 방풍을 위해 캐노피가 다시 디자인되는데, 이전보다는 후방사수를 조금더 배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기체들이 막상 야전부대에 인도되자 야전부대의 지휘관들이 후방석의 캐노피를 철거해 버리는 경우가 속출하는데, 그 이유는 이 신형 캐노피가 후방사수의 생존성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시야를 방해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경우에 캐노피로 인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 소련군의 대반격이 시작 될무렵 제 281 강습항공사단 소속의 Il-2 Type 3기들이 도열해있다. ]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에서 기적적인 대승리를 거둔 소련군이 반격에 나서 독일군을 점점 서쪽으로 몰아붙이면서 슈트르모빅은 더욱 그 존재를 확고히 했다. 상공을 보호해주던 독일공군의 전투기들의 세력이 약해지자 지상의 독일군 병사들이 머리위쪽에서 우군기를 보는 것이 점차 힘들어졌고, 오히려 틈만나면 공습을 감행해오는 소련기들에게 시달리는 빈도가 늘어났다.
이무렵부터 지상의 독일병사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기체가 바로 슈트르모빅이었으니, 수십대의 슈트르모빅이 저공으로 몰래 숨어들어와 기습적으로 공습한후 이탈해 버리거나, 아예 하늘에서 8자를 그리며 맴돌다가 번갈아가면서 로켓탄과 기관포탄을 비오듯이 퍼붓고 지나가면 독일군 진영은 지옥으로 변해 버리기 일쑤였다. 독일공군으로부터 제공권을 되찾기 시작한 소련공군 전투기들이 점점 활발한 활동을 보이자, 슈트르모빅의 잠재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1943년말부터 1944년중반까지 소련공군이 보유한 전체 항공전력의 약 1/3정도가 슈트르모빅이었을 정도이니 이 기체가 소련공군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전력을 이루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 가공할 23mm 기관포탄을 퍼부어대며 돌진해오는 슈트르모빅 ]
1943년 7월 독일군은 전황을 뒤집어보기 위해서 동부전선에서 대대적인 반격공세작전을 펼치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치타델 작전이었다. 이 대작전이 결행되었던 쿠르스크 돌출부에서는 독일군과 소련군의 최정예 전차부대들이 정면으로 충돌했으며 역사에 길이남을 사상최대 규모의 기갑사단간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양측의 전차 수천대가 대초원을 무대로 서로 뒤엉켜 싸우는 근접 전차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 쿠르스크 대전투에서 슈트르모빅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신 것이어서 지상의 독일기갑부대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이 전투에서 슈트르모빅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무기를 장착하고 출격했는데, 이 회심의 무기는 PTAB 대전차폭탄이었다. 이 PTAB 폭탄 1발에는 1.7kg정도되는 소형 폭탄 192발이 들어있었던 일종의 클러스터형 무기로서 슈트로모빅 1기가 최대 총 4발의 PTAB 폭탄을 탑재할 수 있었다. 이폭탄은 고도 100미터정도에서 투하되며, 이후 소형폭탄들이 폭 15m, 길이 70m 정도로 흩뿌려지는데, 이 소형폭탄은 두께 70mm의 강철판을 뚫고 들어가 폭발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어서 지상의 차량이나 병사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었고, 독일전차들조차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이외에 기갑차량 공격을 위한 슈트로모빅의 주무기였던 로켓탄도 1942년말부터는 장갑 관통력이 더욱 향상된 탄두와 출력이 훨씬 강해진 로켓모터로 개량된 RBS-82, RBS-132 로켓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 전투에서 살아남기위해 서로 의지해야했던 두사람, 그러나 후방사수는 너무나 위험한 임무였다. ]
이런 공격무장의 개선 이외에도 방어무장에서 흥미있는 방법이 사용되었는데, 슈트르모빅의 후방사수가 정후방에서 따라오는 적의 전투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격할 수가 없다는 단점을 개선하기위해 후부 동체에 교란용의 DAG-10 수류탄 발사장치가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DAG-10에는 수류탄 10발이 장착되어 있다가 조종사나 후방사수의 조작으로 한발씩 발사되는데, 수류탄에는 자동으로 펼쳐지는 낙하산이 달려있었고 발사된후 3초뒤 폭발하여 반경 100m 정도의 공중에 파편을 흩뿌릴 수 있었다. 실제 이 수류탄에 맞아 격추된 독일전투기는 거의 없었지만 수류탄이 발사되어 낙하산이 펼쳐지면 후방을 따라오던 독일 전투기 조종사는 심리적으로 위협을 느껴 조종간을 당겨 방향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로인해 희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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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yushyn Il-2 Type 3 슈트르모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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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미쿨린 AM-38F 수냉식엔진 (1750 마력) 전폭: 14.6m 전장: 11.6m 전고: 4.11m 기체중량: 4524kg 최대중량: 6360kg 최대속도: 404km/h 최대고도: 11480피트 (3500m) 항속거리: 764km 무장: 23mm 기관포 2문, 7.62mm 기관총 2정, 12.7mm 기관총 1정 (후방사수석) 82mm RS-82 로켓탄 4발 & 총 400kg 일반폭탄 탑재가능 |
대포를 가진 슈트로모빅
이 쿠르스크 전투에서는 또 하나의 신형 슈트르모빅이 선을 보였는데 이 형은 Il-2 Type 3를 개조하여 대구경의 37mm NS-37 기관포를 운용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제식명칭은 Il-2 Type 3M이다. 마치 독일공군이 Ju 87D 슈투카에 37mm 포를 부착하여 운용한 카노넨포켈과도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전반적인 성능에 있어서는 오히려 대포를 가진 슈트로모빅쪽이 더 뛰어났다. 이 비밀무기는 독일육군의 전차부대를 겨냥하여 개발된 것으로서, 무게가 150kg이 넘는 NS-37 기관포 2문을 탑재하기 위해서 주익의 VYa-23 23mm 기관포와 로켓 레일을 모두 철거하고 폭탄창도 대폭 축소시켰다. 단, 7.62mm 기관총은 그대로 남겨두는데 이것은 기관포의 조준시 도움이 되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 장포신의 37mm 기관포를 탑재한 새로운 탱크킬러 Il-2 Type 3M ]
각 기관포는 50발의 기관포탄이 수납된 곤돌라에 담겨 주익 하면에 부착되는데 이 곤돌라 1개의 무게가 237kg에 이를 정도였다. 이러다보니 기체의 중량이 너무 늘어나 비행성능이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되었고 기관포의 강한 반동으로 발사시에 주익에 구조적인 손상이 발생하는등의 문제점이 보고되었다. 이를 개선하기위해 수많은 테스트와 개량작업이 실시되었으며 1943년 4월에 이르러서야 만족할 만한 비행성능이 나타나 정식으로 Il-2 Type 3M형의 제식명칭을 부여받고 생산되었다.
쿠르스크에서 대전투가 시작된후 PTAB 폭탄으로 무장한 Type 3 슈트르모빅과 37mm 기관포를 장비한 Type 3M 슈트르모빅은 아군 전차부대의 원호를 위해 쉴새없이 전선상공을 넘나들며 눈부신 활약을 했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꽂히는 37mm 기관포탄은 독일육군이 자랑하는 5호 전차 판터와 6호 중전차 티거의 상면 장갑을 관통하여 엔진을 손상시키거나 전차 승무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이무렵 독일공군의 급강하 폭격기 Ju 87D 슈투카 '카노넨포겔'도 37mm 캐논을 장착하고 비슷한 전법으로 소련전차들을 사냥하고 있었지만 슈투카는 근본적으로 급강하 폭격기였기 때문에 대전차 공격능력면에서는 강습용 지상공격기였던 슈트르모빅쪽이 한수위의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1943년 7월 7일의 전투에서 슈트르모빅들은 단 20분의 공습으로 70대의 독일전차를 파괴했으며 소련의 전차부대와 결전을 벌이고 있던 독일 제 17 기갑사단의 경우 슈트르모빅의 대편대에게 4시간에 걸친 공습에 시달린끝에 총 300대의 전차중 240대를 손실하는 전멸에 가까운 대피해를 입었다.
[ 쿠르스크의 대전투에서 비밀리에 투입된 Il-2 Type 3M를 은폐시키는 지상요원들 ]
결국 쿠르스크 전투에서 양측은 거의 대등한 전투를 벌였으며 결국 독일군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물러서게 된다. 물론 소련측은 독일군보다도 훨씬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소련에게는 이를 충분히 보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반면 독일군은 50만에 가까운 사상자와 1500대 이상의 전차, 3700여기의 항공기를 손실했는데, 이것은 독일군에게있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이었고 보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러다보니 사실상 전략적인 면에서 승리를 거둔쪽은 소련군이었다. 이 쿠르스크 전투를 마지막으로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은 완전히 수세로 몰리게되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혀 공세작전을 펼치지 못하게 된다.
[ 처절한 전투지역의 상공에서 활약하는 슈트르모빅의 활약상을 담은 항공아트 - ansmlit님 제공 ]
전쟁이 후반부로 치닫게되면서 슈트르모빅의 성능은 거듭되는 개량을 통해 향상되는데, 1944년부터는 미국의 원조로 경금속재료들이 많이 조달되어 그동안 할 수 없이 목재를 상당부분 사용했던 주익과 동체가 다시 금속제로 제작되면서 기체의 중량이 더 감소하고 비행성능은 더욱 좋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최후의 승리자가 되어
이 쿠르스크 전투 이후 전쟁의 양상은 소련군의 거센 반격에 직면한 독일군이 점점 후퇴하면서 방어전을 펼치는 형태로 바뀌는데, 이시기부터 슈트르모빅들은 전쟁초기에 당했던 굴욕적인 수모를 완전히 되갚아주는 대반격의 선봉에서게 된다. 점점 더 숫자가 많아지는 소련 전투기들로 인해 전선의 독일전투기들이 공중전에 휘말린사이에 저공으로 파고들어 지상의 독일군을 사냥하는 슈트르모빅은 독일 병사들 사이에 엄청난 공포와 혼란을 몰고왔다. 독일병사들은 이 무서운 항공기에게 너무나 혹독하게 시달린 나머지 이 적기에게 중세유럽 시절에 전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인류 최악의 전염병인 '흑사병 (페스트, 독어로는 schwarz tod - 슈바르츠 토드)'이라는 별명을 붙였을 정도였다.
[ 전선을 향해 날아가는 Il-2 Type 3의 편대 ]
점점 거세지는 소련군의 대반격속에서 점차 체계적인 공격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한 슈트로모빅의 조종사들은 전투지역에서는 매우 낮은 고도를 V 자 대형으로 비행하면서 서로간에 후방을 경계해주어 방어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독일전투기의 요격이 심한 경우 서로 꼬리를 물고 원을 그리며 돌면서 방어진으로 끼어드는 독일기를 앞뒤에서 공격하는 원형방어진을 구사하기도 했다.
전쟁이 후반부로 치닫게되면서 슈트르모빅의 손실율도 감소되는데, N.F. 파파빈 소장이 지휘하던 제 3 항공군 소속의 강습 항공연대의 경우 (이 연대는 전기가 슈트르모빅으로 구성됨) 소련군의 대반격이 시작된이후 전체 항공기의 50%정도가 전투손상을 입었으나 이중에서 돌아오지 못한 기체는 불과 2.8%에 불과했으며 손상기중 6%정도는 강행착륙도중 대파되었으나 거의 90%의 기체가 야전에서 수리되어 다시 전투에 투입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슈트르모빅의 견고함과 신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1945년 5월, 결국 베를린이 소련군에 의해 함락되고 5월 8일 독일군이 연합군에게 항복하면서 혹독했던 유럽전이 끝나게 되었고 베를린의 하늘에는 소련전투기들의 원호를 받는 슈트르모빅들이 무력 시위비행을 펼치며 최후의 승리를 얻어낸 승자로서의 위용을 과시하게 된다.
[ 베를린 상공에서 승전 축하 비행을 펼치는 Il-2 Type 3 슈트르모빅 ]
전쟁 전기간동안의 통계에 의하면 슈트르모빅은 평균 30회의 출격횟수당 1기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이 수치는 소련공군의 신예 항공기중 단연 최고의 손실율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대부분은 전쟁 초-중반부의 엄청난 피해로 인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슈트르모빅은 우군 전투기의 호위없이 전진에 뛰어들어 가장 위험한 지상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에 필연적으로 많은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었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볼 때는 소련 조종사들이 자신의 몸을 맡기고 험난한 최전선으로 뛰어들 수 있었을 정도로 신뢰했던 기체였던 것이다.
소련군에게 있어서 최고의 영예인 '소련방의 영웅'칭호를 받은 소련공군의 전장병들중에 1/3이 바로 슈트로모빅의 승무원들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소련군이 슈트로모빅의 활약상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비록 전쟁초반 엄청난 희생을 치루며 전선에 투입된 거의 모든 기체들이 조종사들과 함께 사라져갔지만, 슈트르모빅은 소련이 절대절명의 위기를 벗어나 대반격을 시작하고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데 엄청난 기여를 했음이 틀림없었다. 소련 조종사들은 그들이 몰았던 이 강철의 날개를 진정으로 사랑했으며 그들의 청춘과 목숨을 맡기고 치열한 지상포화가 난무하고 적의 전투기들이 활개치는 전장으로 기꺼이 뛰어들었던 것이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총 36163기의 Il-2 슈트르모빅 시리즈가 생산되어 전선에 투입되었다고 하는데 이 수치는 2차대전에 참전했던 모든 국가의 어떠한 항공기도 근접하지 못했던 대단한 숫자였으며, 2차대전에서 가장 위대한 지상공격기로 항공전사에 그 이름을 남기게된 위대한 항공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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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하늘의 개장 8주년을 기념으로 올라온 글이지만 개장초부터 꼭 제대로 리뷰하고자 했던 기체라서 진행하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지고 지루한 글이 되어 버렸네요. 슈트르모빅의 개발사를 살펴보다보면 여러 가지 변형들이 존재하는데 소련해군의 요청으로 900kg급 어뢰를 투하할 수 있도록 개조된 Il-2T형이라던가 야전포병의 사격관측을 위한 정찰기 역할을 했던 Il-2KR형, 훈련기로 사용된 Il-2U형등이 있었고, 이외에도 몇 가지 흥미로운 변형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변형들중에서 특이한 형에 대한 간단한 리뷰로서 GWP '슈트르모빅' 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늘 찾아주시는 불타는하늘의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foxmouse - |
슈트르모빅의 변형들 (Variations)
중전투기형 슈트르모빅 Il-2I
슈트르모빅의 특이한 개량형중 하나는 Il-2M형의 개발과는 별도로 중무장 전투기로 개발을 추진하던 Il-2I형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Il-2 슈트르모빅의 기동성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상공에서 마주친 독일공군의 융커스 Ju 52 수송기나 He 111, Do 17같은 중형폭격기들을 상당수 격추했다는 실전기록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가장 눈에띄는 기록은 1942년 겨울 데미안스크 지역에서 소련군에게 포위된 독일 제 2군의 10만여 병사들을 위해 독일공군이 필사적인 항공수송작전을 전개했을 무렵 이지역에 투입된 슈트르모빅들이 지상공격 임무도중에 하늘에서 마주친 독일 수송기들을 쉽게 격추시켰 다는 것이었다. 독일공군의 Ju 52 수송기들은 슈트르모빅보다 느리고 기동성이 떨어져서 쉽게 따라잡힌 데다가 장갑이 빈약해서 슈트로모빅의 강력한 23mm 기관포탄이 한두발만 명중되도 쉽게 격추되었던 것이다. 이에 일류신은 독일공군의 폭격기와 수송기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슈트르모빅의 중무장 전투기형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고 결국 소련수뇌부의 허락을 얻어 Il-2 초기형을 개량하여 1인승의 중전투기형인 Il-2I으로의 개발을 추진한다.
[ 대형 항공기 전문 킬러로 개발되던 Il-2I 전투기형 슈트르모빅 ]
우선 주익에서 7.62mm 기관총과 지상공격용 로켓 레일을 모두 철거하고 조종석 주위의 방탄판도 최소한으로 줄여 400kg이상의 중량을 줄일 수 있었으며 보다 강력한 AM-38F 엔진을 장착하여 비행성능을 향상시켰다. 이러한 결과로 Il-2I형은 독일 전투기들을 제외한 모든 기체 (슈투카, 독일 중폭격기, 수송기)들을 손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와 기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중전투기형의 슈트르모빅이 성능테스트를 마쳤던 1943년 7월경에는 쿠르스크 대전투가 끝나면서 전선의 상황이 점점 호전되었으며, 소련공군에게 신형 야크 전투기들과 La-5, 5FN과 같은 우수한 전투기들의 공급이 늘어나게 되어 독일공군과 대등한 수준의 전투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후부터는 오히려 제공권이 점점 소련공군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우수한 전투기들의 공급이 충분한 상황이 되자 중전투기형의 슈트르모빅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못하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 버렸으며, 결국 최종적으로 양산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었다.
공냉식 엔진의 슈트르모빅 Il-2M-82 (Il-4)
또 하나의 이색적인 슈트르모빅은 공냉식 엔진을 장착했던 기체이다. 사실 지상공격기였던 슈트르모빅은 전투손상에 강한 공냉식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했을지도 모르지만, 애초부터 일류신은 소련제 공냉식 엔진의 출력과 신뢰성에 불신을 나타냈기 때문에 슈트르모빅은 지상공격기임에도 수냉식엔진을 장착하고 엔진주위에 방탄판을 둘러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1941년 7월 16일 스몰렌스크의 함락으로 큰 위기를 느낀 스탈린이 모스크바주위의 주요 군수공장들을 우랄산맥 뒤쪽으로 이전시키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미쿨린 AM-38 엔진을 생산하던 GAZ-24 공장도 이전작업에 들어가게되고, 이 기간동안 엔진공급이 끊길 것을 우려한 일류신은 공급이 용이한 M-82 공냉식 성형엔진을 장착하여 슈트르모빅의 생산을 지속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 M-82 엔진을 장착한 기체는 초기에 Il-2M-82로 불리다가 후에는 아예 Il-4로 명명된다.
[ 공냉식 엔진을 장착하고 테스트받던 슈트르모빅 Il-2M-82 (Il-4) ]
1676마력의 세바스토프 M-82 엔진을 생산하던 공장은 시베리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독일공군의 공습위험이 전혀 없어서 많은 생산이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공급이 끊길 위험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동체에 덩치가 큰 M-82 엔진을 장착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고, 기수의 크기가 커져 조종사의 시야가 나빠진데다가, 필요없어진 기수의 장갑판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중량 변화에 의한 기체의 불균형이 발생하여 기체 전체에 많은 수정이 가해졌다. 우여곡절끝에 Il-4는 1941년 9월 8일 첫 번째 성능 테스트를 받을 수 있었는데, 전체적인 성능이 수냉식의 기체에 비해 약간씩 떨어졌으며 기체의 균형이 자꾸 뒤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여 양산단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슈트르모빅의 생산공장마저 먼곳으로 이전하라는 명령이 떨어진후 엄청난 혼란의 와중에서 더 이상의 개발작업은 중단되었고, 일선부대로부터 공냉식의 슈트르모빅을 더 많이 공급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면서 일류신은 공냉식 기체의 생산과 개량에 전념하게 된다. 소련이 절대절명의 위기를 벗어난후 1942년 4월이되자 안정을 찾은 미쿨린의 엔진공장이 많은 수의 AM-38 엔진을 생산해내기 시작했고, 이 엔진의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에 안도한 일류신은 이제 더 이상 골치아픈 공냉식 기체의 개발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국 공냉식의 슈트르모빅 Il-4는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마지막 슈트르모빅 Il-10
Il-2 type 3형이 한창 전장에 투입되어 맹활약하고 있었던 1943년 8월경, 소련공군은 Il-2 type 3도 훌륭하지만 더욱 우수한 지상공격기를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리게되는데 이번에도 수호이 설계국이 기존의 Su-6를 더욱 개량한 모델을 들고 일류신 설계국과 경쟁에 돌입했지만 이미 전장에서 그 성능이 증명된 슈트르모빅으로 소련공군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류신 설계국에게 신형기 개발의 우선권이 주어지게 된다.
이에 일류신 설계국은 슈트르모빅의 마지막 개량형의 개발에 착수하게 되는데, Il-2 시리즈의 발전형이었음에도 새로운 기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식명칭을 Il-10 이라고 붙이게 된다. 일류신 설계국은 일선 부대의 조종사들로부터 Il-2 Type 3에서 발견된 불만사항을 수집하여 분석한후, 이 신형기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후방사수를 위해 더욱 향상된 장갑을 도입하고 독일전투기들의 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기동성의 확보를 목표로 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쿨린 설계국에서는 20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는 신형엔진 (AM-42)을 개발중이었는데, 이 신형엔진이 양산을 시작하면 가장먼저 일류신 설계국의 신형기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 Il-2 Type 3와 Il-10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측면 일러스트 ]
조종석은 조종사와 후방사수 모두 20mm 기관포탄을 맞아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의 장갑이 도입되었고 그동안 개방된 캐노피로 인해 추위와 바람에 노출되었던 후방사수는 완전히 폐쇄된 조종석안에서 터렛 방식에 도입된 UBK 12.7mm 기관총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다.
기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기동성의 향상을 위해 더욱 유선형으로 바뀌게 되며 주익의 설계도 변경되어 전폭 (wing span)이 120 cm 감소하고 동체도 53cm 짧아졌다. 여기에 항력의 감소를 위해 메인 랜딩기어도 90도 회전한후 수납되는 방식을 채택하여 완전히 수납하는 경우 타이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후 이 설계가 도입된 실험기를 풍동에서 여러차례 실험한 결과 기존형에 비해 항력 (drag)이 거의 절반정도로 감소되는 결과를 나타내게 된다. 기체의 무장능력은 il-2 Type 3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로켓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한후 주익의 레일을 제거하여 비행성능의 향상을 도모했다. (후기형인 Il-10M형에는 23mm 기관포 4문을 장착한 형도 생산되었음.)
[ Il-10의 날렵한 모습, 23mm 기관포 4문을 장착한 후기 생산형이다. ]
이에 1944년 2월 3기의 원형기가 제작되었으나 아직 미쿨린의 신형엔진이 양산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여서 더 이상의 개발작업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연되다가 결국 2개월이 지난 1944년 4월 18일에 비로소 신형엔진을 장착한 기체가 처녀비행을 실시했다. 이 기체는 테스트 결과 최고속도가 기존형보다 70km/hr 이상 향상된 480km/hr에 이르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탁월한 향상을 보이여 '궁국의 슈트르모빅'이라 불리우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의 우수한 성능을 과시했다.
그러나 전장의 상황이 갈수록 호전되어 전장에서 슈트르모믹의 운용이 안정적인 상태가되면서 신형기의 소요가 급박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양산과정이 늦어져 1944년 10월경에야 제 108 강습 항공연대에 첫 번째 기체가 인도되어 실전에 투입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대규모 전투는 끝나고 전쟁의 마무리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신형 슈트르모빅은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독일이 항복하던 1945년 5월 9일까지는 총 466기의 Il-10이 생산되었다고 하는데 이중 100여기 정도만이 전투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독일군이 와해된 후였기 때문에 독소전에 기여한 정도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부 기체는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직후 소련군이 북한지역으로 진주할무렵 일본육군과 해군 함정을 공격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Il-10은 전쟁이 끝난후에도 생산이 지속되는데 이는 전후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인한 냉전체제 때문이었다. 소련은 Il-10의 생산을 계속진행했으며 기존의 Il-2 시리즈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게 되고 소련 주도하의 바르샤바 조약기구 동맹국들과 중국, 북한등에 보급되었다. 이 기체의 성능에 위협을 느낀 미국 주도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는 '비스트 (Beast)'라는 코드를 붙여놓고 경계심을 보였다.
[ 한국전쟁에서 격추된 Il-10 슈트르모빅을 살펴보는 미군병사들 ]
1950년 6월 25일, 소련의 지원을 등에업은 북한군의 전면적인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초반에 북한공군에 인도된 Il-10 기들이 몇차례의 공습을 실시했으나 며칠만에 모든 기체가 미공군의 F-80 슈팅스타에게 격추되거나 지상에서 파괴되었다. 2차대전에서 용명을 떨쳤던 슈트르모빅이었지만 이미 제트기의 시대가 도래하자 우군의 제트기가 엄호해주지 못하면 하늘에 떠있는 표적신세가 되 버린다는 것이 명확해진 것이다. 이 한국상공에서의 초라한 전투가 슈트르모빅의 마지막 실전경험이 된 것이다.
미군은 한국전쟁 과정에서 거의 멀쩡한 상태의 Il-10를 2기 노획하여 본국으로 보내 정밀 테스트를 받게 했다. 한국전쟁에서의 결과를 보고받은 일류신 설계국은 1951년부터 성능을 더욱 개량시킨 Il-10M형을 개발하여 바르샤바 조약기구 국가에 공급했으며 이 기체들은 전후 10년이상의 기간동안 바르샤바 조약군의 주력 지상공격기로 활동했다고 한다. 특히 무기제조 능력에서 상당한 실력을 가졌던 체코는 소련으로부터 이 기체의 라이센스 생산을 허락받아 Avia B-33이라는 제식 명칭하에 상당량을 생산한 기록도 있다.
이렇게 생산된 Il-10 시리즈와 그 면허생산분 기체의 총 생산수는 거의 7000기 정도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며 프로펠러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 Part 1 - 고난의 시절 ♠
* 슈트르모빅 일러스트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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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방 영웅칭호를 2차례나 수상했던 유명한 조종사 이반 파블로프의 Il-2 Type 3, 동체의 문구는 '우리의 영웅동지 파블로프에게 - 쿠스타나야의 노동자들로부터..'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독소전 당시 소련 항공기들에는 위와같이 노동자들도 후방에서 같이 싸운다는 식의 내용이 담긴 선전문구가 표기된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국민들의 전투의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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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83 강습항공연대 소속의 Il-2 Type 3, 동체의 문구는 '아나톨리 블리노프를 위하여!'라는 뜻으로 전사한 동료를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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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바르샤바 동맹국인 유고슬라비아에 공여된 기체이다. 얼핏보기에 북한공군의 것과 유사한 유고의 국적마크가 이색적이다. 동체에는 어두운 회색이 도색되면서 남아있는 노란띠의 흔적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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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2 Type 3의 하계도색 패턴과 특징적인 부분 후퇴각이 적용된 주익의 형태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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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미해병대에게 노획된 북한공군의 Il-10의 일러스트, 거의 온전한 상태로 포획되어 미본토로 옮겨져 테스트를 받게 된다. 북한공군의 국적마크를 잘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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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폴란드 제 30 해군항공연대 소속의 아비아 B-33, 본 기체는 체코에서 면허생산한 Il-10으로서 많은 수가 바르샤바 동맹국으로 넘겨졌다. |
♠ Part 1 - 고난의 시절 ♠
